한국의 <김씨네 편의점>은 탄생할 수 있을까?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9.01.21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018년은 ‘탈 화이트워싱(Whitewashing)'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한 지난 8월을 일컬

 ‘아시아의 8월(Asian August)’이란 말까지 생겼다.

한국계 배우들을 캐스팅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의 성공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과연 한국의 드라마·영화 콘텐츠에서도

인종의 다양성을 품은 변화의 바람이 불까?

-

글. 이유진(경향신문 문화부 기자)



아시아의 8월(Asian August)은 원작자와 콘텐츠 생산자의 확고한 의지가 만든 일종의 성과였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원작자 케빈 콴(Kevin Kwan)은 “주요 배역이 모두 아시아계 배우로 캐스팅된 영화가 할리우드의 정형화된 시스템에서도 성공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원작자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Jenny Han)은 영화화 계약 당시 “주인공은 반드시 동양계 배우가 맡아야 한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영화 <서치>의 아니쉬 차간티(Aneesh Chaganty)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왜 주인공을 한국계 가족으로 설정했는가?’라는 질문에 “이 이야기를 생각할 때부터 한국계 배우 존 조와 함께 하고 싶었다. 존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인이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에게>, <서치>, 소설 <파칭코>


지난 8월 TV 콘텐츠로 영역을 넓힌 애플은 드라마 <파친코>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파친코>는 재미동포 작가 이민진 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일본에서 4대에 걸쳐 사는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파친코>는 한국을 비롯 아시아계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이민자 가정이 서구문화권에서 창작된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건 <파친코>가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6년 캐나다 국영방송 CBC는 토론토의 오래된 저소득층 지역인 리젠트 파크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자 가정의 삶을 그려낸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을 선보였다. <김씨네 편의점>은 지난 9월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공개되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김씨네 편의점>은 단순히 유색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불완전한 개인 간 갈등과 이로 인한 내적 고민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점에서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캐나다에서 성공한 ‘탈 화이트워싱’ 콘텐츠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씨네 편의점>


<김씨네 편의점>에는 고집 센 가부장적 아빠이자 애국자인 김상일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학벌·계급 문화에 길들여진 엄마 김용미, 그리고 아들 정과 딸 자넷이 등장한다.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이 가족을 이민 1세대 부모와 2세대 자식들 간의 언어·문화적 갈등의 측면에서 접근하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김씨네 편의점>은 한국 문화를 제법 사실적으로 소개한다. 한 에피소드에서 김상일은 손님에게 한국의 태권도·합기도와 일본 무술의 차이점을 열심히 설명하고, 또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손님에게 ‘인삼’과 ‘진셍’(Ginseng, 인삼의 일본식 발음)의 차이를 설파하며, 한국어인 인삼으로 부를 것을 재차 강조한다. 딸 자넷은 사촌동생과 친구들과 함께 한인타운에서 순두부찌개를 먹기도 한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수용 가능한 행동이 타문화권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해’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있다. 가벼운 딱밤이 아동폭력으로, 똥침은 성추행으로 오해 받는 모습은 현지 시청자들에게는 한국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기회를, 한국 시청자에겐 문화차이에 대한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드라마는 한국인에 대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김상일은 틈만 나면 손님과 딸에게 일제강점기 등 한국의 역사를 설명하고,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그의 투철한 애국심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일으킨다. 편의점 앞 불법주차 차량이 일본산 자동차라고 착각하고 딸에게 경찰에 신고할 것을 지시하지만, 이내 한국산 현대 자동차라는 것을 알고 황급히 말린다. 하루는 딸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남자가 편의점으로 딸을 데리러 오자 다짜고짜 “한국의 광복절이 언제인 줄 아느냐?”고 묻기도 한다.


정과 자넷의 사촌으로 등장하는 나영도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인물로 꼽힌다. 고양이 귀 머리띠를 하고 공주풍 옷을 입은 나영의 모습은 실제 한국 여성들의 모습과 상당히 동떨어져있다. 시도 때도 없이 셀카봉을 들고 ‘브이(V)’자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깍두기’를 외치며 미소를 짓는 모습 역시 한국 관광객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것에 가깝다.


<김씨네 편의점>


중요한 것은 이러한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차별이라기 보단 다양성 발현의 일부로 읽히도록 만드는 ‘관계성’이다. 주변 인물 누구도 이들을 이방인 혹은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상일 등 개별 인물들 역시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연성을 보인다. 가령 김상일이 게이 고객으로부터 ‘성소수자 혐오자’라는 비난을 받자 게이를 대상으로 한 할인행사를 벌인 에피소드는 보수주의자가 ‘다른’ 문화와 공존하기 위해 자기만의 방식으로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문화주의 사회에서 지녀야 할 포용과 어울림의 미덕을 보여준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좌) 연극 <김씨네 편의점> 한 장면 , (우) 연극 <김씨네 편의점> 최인섭


<김씨네 편의점>은 이민 1.5세인 최인섭 씨가 극본·연출·제작·연기까지 총괄한 동명의 독립연극에서 출발했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최 씨는 토론토의 이토비코(Etobicoke)에서 친척이 운영하던 ‘김씨네 잡화상’이라는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살았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네 편의점>은 가족과 친구들의 삶, 그리고 제 삶의 조각들을 하나, 둘 모아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민자 가정의 삶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진 연극은 2011년 토론토 연극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김씨네 편의점>은 그해 143개 출품작 가운데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히고, 이듬해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후 최씨는 드라마 공동제작과 극본을 맡았다. 드라마는 방영 3개월 만에 약 93만 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으며, 시즌2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주인공 대부분을 실제 한국계 배우들이 맡았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마에서는 아들 정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리우 시무를 제외한 이선형(김상일 역), 윤 진(김용미 역), 방 안드레아(자넷 역) 모두 한국계 배우로, 이들은 한국어 대사는 물론 콩글리시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냈다. 배우 이선형은 <김씨네 편의점>으로 2017년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Canadian Screen Awards)’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은 물론 할리우드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서구 문화권에서 유색인종의 인구 비율은 점차 높아졌으며 경제·문화적으로도 힘이 커지고 있다. 또한 ‘非백인’ 중심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방송·영화인들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탈 화이트워싱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 때, 우리의 드라마·영화 콘텐츠는 이러한 흐름에 얼마나 동참하고 있을까.


단군신화에서 유래한 단일민족 신화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법무부는 이미 2016년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인구의 3.9% 수준으로, 이 중 절반은 중국인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중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을 담보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동포 캐릭터를 등장시킨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대부분이 이들을 ‘범죄집단’으로 묘사하거나 배척할 대상으로 그려 논란이 됐다.


중국 동포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 (좌측부터) <황해>, <청년경찰>, <범죄도시>


<김씨네 편의점>이 만들어진 캐나다에서 한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0.5%(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 담보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또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다문화주의 토양을 먼저 다지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movie)가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movement)이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도 다문화주의 토양의 밑거름이 될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본문을 확인 하실 수 있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흥행 영화의 공통점, 두 글자 제목에 비밀이 있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7.02.21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암살>, <명량>, <광해>...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모두 관객수 1천만을 넘긴 영화라는 것과 영화 제목이 두 글자로 되어있다는 것입니다. 흔히 영화 흥행 성적과 관련해서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속설이 존재할 정도인데요. 이것은 정말 속설에 불과할까요? 2010년부터 개봉한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를 통해 이 속설의 진위여부를 살펴봅니다.

 


▲ 사진 1. <황해>(감독 나홍진) 포스터

 

<추격자><곡성>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의 작품, 영화 <황해>. 2010년 개봉하여 동명의 개그 코너가 만들어질 정도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영화인데요. 하정우, 김윤석, 조성하, 이철민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의 열연과 탄탄한 연출, 각본이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최고의 명장면이라는 트레일러 전복씬과 더불어 김을 입에 쑤셔넣는 하정우 씨의 먹방으로도 유명세를 탔죠. 하지만 이런 인기와는 달리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에 그쳤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사진 2. <써니>(감독 강형철) 포스터

 

2011년에 개봉한 두 글자 제목 영화로는 <써니>가 있습니다. 심은경, 강소라, 민효린 등 청춘 스타들을 통해 그 시절 우리가 기억하는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그려내며 친구들의 우정을 담은 영화였죠. 당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과 각종 욕배틀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영화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740만 명이 극장을 찾았었네요! 톱스타 없이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로 불리기도 했답니다.

 


 사진 3. <광해 : 왕이 된 남자>, <타워>, <호빗 : 뜻밖의 여정> 포스터

 

2012년에는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가 많았습니다. <광해 :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 <타워>(감독 김지훈), <호빗 : 뜻밖의 여정>(감독 피터 잭슨)이 그것인데요. <광해 : 왕이 된 남자>는 광해군을 모델로 얼굴이 똑같이 생긴 두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타워>는 초고층 빌딩 화재를 배경으로 서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사투를 담은 영화였죠. 마지막으로 <호빗 : 뜻밖의 여정><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전세계에 열풍을 일으켰던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 이전 이야기를 담은 <호빗> 시리즈의 첫 시작이었습니다. <광해 : 왕이 된 남자>1200만 관객을, <타워>500, <호빗 : 뜻밖의 여정>280만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모두 두 글자 제목을 갖고 있었지만 <광해 : 왕이 된 남자>만이 천만 관객을 넘어섰네요!

 


 사진 4. <소원>(감독 이준익), <관상>(감독 한재림) 포스터

 

2013년에는 <소원><관상>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었습니다. 먼저, <소원>이라는 영화는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 작품인데요. 2008년 발생했던 '조두순 사건', 일명 '나영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어린 소녀가 잔인하게 성폭행 당하고, 가족들이 그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렸습니다. <관상>은 세조의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인데요. 관상을 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이 수양대군과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소원>이 약 270만 관객을, <관상>913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사진 5. <명량>,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군도 : 민란의 시대> 포스터

 

2014년 여름은 그야말로 두 글자 제목 영화의 삼파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공교롭게도 <명량>(감독 김한민) , <해적 :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 <군도 : 민란의 시대>(감독 윤종빈) 이 세 작품 모두 사극 영화라는 점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을,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은 고래가 삼킨 국새를 찾으려는 해적들의 이야기를, <군도 : 민란의 시대>는 탐관오리의 수탈에 고통 받는 민초들의 저항을 담았습니다. <명량>1700만 관객, <해적 : 바다로 간 산적>800, <군도 : 민란의 시대>470만 관객을 기록했답니다.

 


 사진 6. <스물>(감독 이병헌>, <대호>(감독 박훈정) 포스터

 

2015년에는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정반대의 영화가 개봉했었네요. <스물>은 김우빈, 이준호, 강하늘 등 풋풋한 청춘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20대 청년들의 유쾌발랄 코미디를 그렸습니다. 한편 <대호>는 배우 최민식 씨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와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의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스물>은 약 300, <대호>170만 관객을 동원하였습니다.

 

 사진 7. <곡성>, <귀향>, <셜록 : 유령신부> 포스터

 

2016년 가장 히트 친 유행어를 고르자면, <곡성>(감독 나홍진)에 나온 '뭣이 중헌디?'일 것입니다. 외지인의 등장 이후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소름 돋을 정도로 스릴 있게 담았죠. <귀향>(감독 조정래)은 가슴 아픈 역사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입니다. 마지막으로 <셜록 : 유령신부>(감독 더글러스 맥키넌)는 영국 BBC 방송국의 인기 드라마인 <셜록> 시리즈의 스페셜판이 극장에서 개봉한 것이랍니다. <곡성>680, <귀향>350, <셜록 : 유령신부>12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2017년이 밝은지 2달 정도 된 이때, 극장가에는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재심>, <공조>, <트롤>, <더킹> 등 많은 영화들이 두 글자 제목을 걸고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둔다는 속설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셨나요? 재미로 알아본 두 글자 제목을 가진 영화의 흥행 성적을 마치면서, 2017년에는 더 많은 영화가 관객들을 웃기고 울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 출처

사진 1~7. 네이버 영화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2015년에도 ‘먹방’은 계속된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02.24 09:34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의식주(衣食住)는 생활하는데 언제나 필요한 3가지입니다. 그중에서도 ‘식(食)’, 먹는 것이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많은 이슈를 만들어 왔습니다. 브라운관에서도 음식을 먹는 방송, 이른바 ‘먹방’이 대세인데요. 맛있게 잘 먹는 먹방계의 아이콘들 그리고 진화하고 있는 ‘먹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사진1 하정우를 먹방의 아이콘으로 만든 영화 <황해>



먹방의 원조라 하면 누가 뭐래도 배우 하정우일 것입니다. 실감 나는 먹는 연기로 브라운관을 평정한 하정우는 영화 <황해>, <범죄와의 전쟁>부터 최근 <허삼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방을 보여주며 먹방의 대중화를 이끌었습니다. 그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많은 배우가 먹고 씹다가 뱉을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먹습니다. 먹는 연기는 ‘먹어야’ 맞는 것입니다.”라고 밝히며 먹방의 비결을 전수하기도 하였습니다.



▲ 사진2 <테이스티로드> 박수진



다음으로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가녀린 그녀들의 반전 먹방, O’live <테이스티로드>의 박수진과 MBC <진짜 사나이 : 여군 특집>의 혜리입니다. 시즌1부터 시즌6에 이르기까지 맛집 정보 프로그램인 <테이스티로드>의 명맥을 이어오며 ‘먹방여신’으로 불리는 박수진은 내숭 없는 먹방과 맛깔나는 리액션으로 많은 시청자의 발길을 <테이스티로드>에서 소개한 맛집으로 이끌었습니다.


<진짜 사나이 : 여군특집>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혜리는 식사 시간에 입을 있는 힘껏 벌리며 쌈밥을 끝없이 우겨 넣어 먹는 전투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혜리는 엄청난 먹성을 드러내며 아이돌답지 않은 털털한 매력으로 단숨에 먹방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되었는데요. 잘 먹는 그녀들은 폭풍 먹방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해 많은 여성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습니다.



▲ 사진3 <코미디 빅리그>에서 식탐송을 선보이는 이국주



하지만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 개그우먼 이국주는 앞서 소개한 그녀들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매력 넘치는 먹방을 선사합니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면 두 그릇이네~”,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 카레 먹고 와야지~” 이국주는 tvN <코미디 빅리그>의 코너 ‘10년째 연애 중’에서 선보인 다양한 ‘식탐송’으로 대중의 인기를 '호로록' 흡수하고 있는데요. 친근함과 푸근함으로 무장한 그녀는 그녀를 한껏 돋보이게 하는 먹방으로 방송가를 휩쓸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 사진4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만두 먹방



어른 못지않은 먹성을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MBC <아빠! 어디가?>의 먹보 대장 후 그리고 먹방계의 샛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사랑이와 국민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입니다. 먼저 <아빠! 어디가?>의 후는 어린이 먹방의 선두주자로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특히 김성주가 만든 ‘짜파구리’를 너무나 맛있게 먹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전국에 ‘짜파구리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식탐으로 ‘푸드파이터’라 불리는 사랑이는 건강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많은 시청자의 호감을 샀습니다. 이름처럼 사랑스러운 먹방으로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킨 사랑이는 라면, 우유, 과일 등 각종 식품 광고를 섭렵하며 먹방계의 핫 아이콘임을 증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아빠의 먹성을 그대로 물려받은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가 먹방계의 새로운 강자로 사랑이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데요. 만두, 새우, 낙지, 장어, 메뚜기에 이르기까지 못 먹는 것 없는 삼둥이는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고 배가 절로 부르게 하는 먹방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먹방 스타들이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먹는 일상적이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며 동질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을 통하여 이러한 모습을 보며 먹는 즐거움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른바 먹방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2015년. 영화, 드라마, 예능 등 장르를 불문하고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이전의 먹방에서는 무엇을 먹느냐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먹방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 한국에 불어온 웰빙 열풍으로 잘 먹고 잘사는 법이 화두가 되면서 음식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외식문화의 발달로 다양한 맛집 탐방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유행처럼 번진 ‘먹방’이 여러 갈래로 진화를 거듭하며 브라운관을 접수하였습니다.



▲ 사진5 <펀치>에 등장한 짜장면 먹방



먼저 먹방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tvN <식샤를 합시다>는 먹방을 전면에 내세운 대표적인 드라마입니다. 늘어가는 1인 가구의 먹방 라이프를 다룬 <식샤를 합시다>는 실감 나는 소리와 군침을 돌게 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 배우들의 가식 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올해 시즌2 편성까지 확정되며 먹방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종영한 SBS <펀치>에서도 유난히 많은 먹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펀치>에서는 먹방이 단순히 먹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대립과 권력의 다툼을 표현하는 스토리 전개의 중요한 장치이자 드라마 속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는데요. 특히, 극 안에서 대립구도를 이루고 있는 정환(김래원)과 태준(조재현)의 짜장면 먹방은 방송 이후 짜장면 매출이 상승하는 등의 파급효과를 냈습니다.



▲ 사진6 <삼시세끼>의 한 장면



김병만을 필두로 하여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생존기를 보여주는 SBS <정글의 법칙>은 생존하기 위한 먹방을 보여주며 색다른 묘미를 선사합니다. 당장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하는 출연자들이 산으로, 바다로 나가 힘겹게 먹을거리를 수확하는 모습은 음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또한, 흰개미, 왕도마뱀, 거북이, 멧돼지 등 정글이기에 먹을 수 있는 특이한 음식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한껏 꾀죄죄해진 그들이 직접 손질한 음식을 폭풍 흡입하는 모습은 맛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최근 가장 많은 인기몰이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인 tvN <삼시세끼>는 한 끼의 식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모습과 다양한 요리들로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삼시세끼>에서는 과도한 액션이나 인위적인 설정, 맛을 표현하는 미사여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저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아무런 목적도 특별함도 없이 두 손으로 땀 흘려 차린 소박한 삼시세끼를 챙겨 먹는 모습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습니다.



▲ 사진7 <냉장고를 부탁해> 요리 대결



<삼시세끼>와 함께 먹방을 넘어서 본격적인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출연진들이 자신의 집에 있는 냉장고를 통째로 스튜디오로 가져와 냉장고 속 재료를 공개하고, 그 재료만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들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으로 이들은 어느 집에나 있는 냉장고에 흔히 있을법한 재료로 짧은 시간 안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요리를 선보입니다.


O’live <오늘 뭐 먹지?> 역시 집밥의 고수나 유명한 셰프를 초청해 쉽게 만들 수 있는 가정식 레시피를 공유하는 요리 프로그램으로 매일 식사 준비하기 전에 하는 메뉴 고민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맛있게 먹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집에 있는 재료들을 가지고 독창적인 요리를 시도해 보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합니다.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다양한 음식에 대한 솔직한 ‘토크’를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tvN <수요미식회>는 이름난 식당에 숨어있는 음식의 역사, 유래, 비하인드스토리 등을 소재로 토크를 벌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음식을 스튜디오로 가져와 맛을 본 뒤 맛에 대한 칭찬을 거듭 강조하는 형식이 아니라 솔직하고 냉정한 평가를 하며 신개념 먹방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사진8 <삼시세끼>의 한 끼 식사



이렇듯 2015년에도 먹방의 인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으리라고 보이는데요. 우리가 계속해서 먹방을 찾게 되는 이유는 힘들고 지친 일상 속에서 먹는다는 것 즉,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 대한 갈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먹방’이라는 하나의 코드를 통해 새롭게 생성되는 다양한 스토리들이 시청자의 마음에 공감과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는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먹방’.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먹방’은 2015년에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먹방’의 진화를 기대해 보며, 그럼 오늘도 맛있는 하루 되세요.



ⓒ 사진 출처

- 표지 JTBC

- 사진1 팝콘필름

- 사진2 O’live

- 사진3 tvN

- 사진4 KBS

- 사진5 SBS

- 사진6 tvN

- 사진7 JTBC

- 사진8 tvN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