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PD)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람입니다. 라디오나 일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PD가 감독을 겸하거나 연출까지 담당하기도 합니다. 영화 제작 PD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김지혜 아토 대표를 만나 영화 ‘우리집’이 만들어진 과정과 제작 PD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영화 제작 PD는 무슨 일을 할까요? 또 감독과 어떻게 다를까. 일반적으로 영화 앞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감독이나 스타 배우입니다. 그래서 일반 관객들은 영화 제작 PD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스텝들도 PD가 뭘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는데요. 영화 제작 PD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것을 담당합니다. 특히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상업영화는 PD 역할이 더욱 큽니다. 아이템을 기획하고 개발하며, 기획에 맞는 감독과 배우, 스텝들을 연결합니다. 또 예산을 세워 투자를 유치한 다음 제작까지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개봉하는 것까지 PD의 일입니다.

 

 

■ 관객에게 선물이 되는 영화

 

그런데 예산이 적은 독립영화에서는 PD의 역할이 조금 달라집니다. 작은 영화에서 PD는 막내가 하는 일부터 가장 중요한 예산 결정까지 모든 걸 다 해내야 합니다. 영화 촬영장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도 줍고, 영화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직접 구매하기도 합니다. 영화 규모에 따라 배후의 조종자에서 만능 일꾼이 되는 셈입니다.

김지혜 아토 대표는 상업영화를 하다가 ‘아토’라는 영화 제작사를 차렸습니다. 아토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기획 전공자 4명이 만든 프로덕션 회사입니다. ‘아토는 순우리말로 선물이란 뜻입니다. 김 대표는 “관객에게 선물이 되는 영화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아토는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한 영화를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김지혜 대표는 “아토 구성원들이 아직 철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그런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린아이에 가깝다"라며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이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나’라고 얘기하고 싶어 그런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구니스’, ‘주만지’, ‘ET’ 같이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대부분 처음 겪는 경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팩트가 크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서 “어릴 때는 특히 내 이야기를 해 주는 듯한 느낌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습니다.

 

 

 

■ '우리집' 탄생 비화

 

아토가 처음 만든 작품인 ‘우리들’은 우발적으로 기획됐습니다창립 당시 미장센 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윤가은 감독이 PD를 구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윤 감독과 동기였던 이진희 아토 공동대표가 함께 영화를 만들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시작된 것입니다김 대표는 “우리들 이후 윤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모든 투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유명해졌다"라며 “그러던 중 윤 감독이 ‘왜 아토는 함께하자고 제안하지 않느냐’고 먼저 물었고 이렇게 해서 다시 윤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가 우리집”이라고 ‘우리집’ 탄생 비화를 밝혔습니다.

 

 

올해 개봉한 ‘우리집’은 처음엔 여자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습니다착하고 성격이 좋은 아이지만 오지랖이 넓은 캐릭터입니다주인공 윗집에 다른 아이가 이사를 왔는데아이의 몸에 상처가 있는 걸 발견하고, 윗집에 가정폭력이 있음을 깨닫고 그 아이를 구하는 이야기로 구성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 미쓰백 개봉했습니다미쓰백 다른 점을 갖추고 다시 제작에 나서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결국 처음 기획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습니다. 이후 윤 감독이 다른 ‘우리집’ 시나리오를 아토에 들고 왔습니다.

‘우리집’은 붕괴되고 있는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아이의 고군분투기가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이혼하려는 부모님을 막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결국 실패합니다.

 

■ '괜찮아, 실패할 수 있어'

 

김 대표는 “윤가은 감독과 우리집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말은 ‘실패해도 된다’는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결말이 우울하고 현실적이라서 싫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출발점이라 생각했다”면서 “어떤 사람은 주인공의 시도가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성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지혜 대표는 “우리집은 첫사랑 같은 쓰린 실패지만 그 사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성장담”이라며 “‘괜찮아, 실패할 수 있어. 내가 원하는 걸 다 할 수는 없어. 그래도 어쨌든 삶은 이어지니까, 다시 힘내서 살아가면 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 영화를 부모님들이 보면 좋겠다 생각하며 제작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영화 연출에서 부부 싸움을 할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는 “하나(주인공)의 오빠인 찬희는 부모님 일은 부모님들이 알아서 할 일이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인 공부에만 몰두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하나는 부모님의 갈등을 어떻게든 매듭지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찬희 같은 애들도 있지만 하나 같은 애들도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들이 이런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서로 묻고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지혜 대표는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도입부를 꼽았습니다. 영화가 시작함과 동시에 부모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하나의 얼굴이 단독 클로즈업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데요아침부터 부모가 부부 싸움을 하고 있는데오빠는 학교에 가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하나가 꺼낸 첫 마디는 ‘밥 먹어’입니다.

김 대표는 “주인공 하나는 부모님을 돕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다가 밥상을 차리고 함께 밥을 먹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면서 “마찬가지로 오빠도 공부에 집착하는데, 이유는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역배우 촬영 수칙 9가지

 

윤가은 감독은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끌어내기 위해 색다른 시도를 했습니다. 2~3개월 동안 아이들과 자주 만나며 상황극 놀이를 했습니다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반에서 너희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장난전화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할 거야?’라고 물은 뒤, 실제로 장난전화를 해보는 방식으로 놀이를 진행했습니다. 놀이를 하며 알게 된 아역 배우의 성격과 캐릭터를 참고해, 시나리오도 이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김 대표는 상황극 놀이는 심리학이나 연극 쪽에서 주로 사용하는 기법인데스트레스를 풀어줌과 동시에 극에 빠져들도록 만들어준다면서 더불어 배우에게 알맞게 시나리오를 수정해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윤 감독과 아토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역배우 촬영 수칙’도 만들었습니다. 총 9개로 구성된 촬영 수칙은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기 신체 접촉 주의하기 ▲ 언어 사용과 행동에 신경 쓰기 칭찬을 할 때는 배우로서의 태도와 집중력에 맞추기 촬영장에서 혼자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돕기 촬영에 집중하도록 돕기 건강 문제에 신경 쓰기 안전 문제 각별히 주의 멋진 거울이 되기 등입니다.

김 대표는 “지금껏 영화를 제작하면서 아이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쉽지 않았다"라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를 만들면서 정작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항상 리마인드 시켜줄 수 있는 수칙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만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솔직히 내가 잘 지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윤 감독은 스스로 수칙을 못 지켰다고 했지만 직접 본 사람 중에는 최고로 잘 지킨 사람”이라고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저예산 영화가 좋은 점

 

김 대표는 영화 제작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예산 문제를 꼽았습니다. ‘우리집’ 바로 전에 제작했던 영화 ‘용순’은 예산이 부족해 아주 힘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일반적으로 영화를 만들 때 최저로 잡는 예산이 1억 원 수준인데용순을 1억 원으로 제작했습니다반면 우리집 약 5억 원의 예산으로촬영을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진행했습니다다행히 국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저예산 영화에 대한 지원책을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어작품성이 좋으면 시드머니를 1~2억 원 가량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상업영화와 달리 창작자 의도대로 만들 수 있고, 상업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저예산 영화가 갖고 있는 고민은 영화를 다 만든 뒤 개봉과 마케팅에서 두드러집니다. 김지혜 대표는 “대다수 저예산 영화는 제작사와 감독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개봉관 확보와 마케팅에 어려움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저예산 영화는 해외 진출을 필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우리들’은 베를린 영화제를 비롯한 해외 영화제에 많이 초청되고, 상을 타면서 홍보가 뒤늦게 이뤄졌습니다.

김 대표는 “거장으로 인정받는 홍상수 감독과 김기덕 감독도 처음에는 저예산 영화를 찍고, 해외에서 주목을 받은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했다”면서 “저예산 영화 제작사는 열정적인 영화 마케터와 배급사를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4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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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