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국의 마블코믹스, 출처 : google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콘텐츠 시장은 2019년 기준 8,739억 7,7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방송과 광고, 지식정보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성장률 면에서는 주요 헐리우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개봉에 영향을 받은 애니메이션, 아동・청소년 독자의 증가로 수혜를 받은 만화 부문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향유 경향이 크고 전체 경제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인 출판, 음악, 영화, 광고 등의 성장률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어 전반적으로는 큰 하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면 게임과 지식정보 등 일부 온라인 언택트(Untact) 환경에서 중요도가 높은 분야는 이를 계기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코로나19 관련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초래된 비대면 환경에서 OTT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소비가 늘어나면서 전통적 TV 시장의 감소세를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등 언택트 환경에 맞는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콘텐츠 소비 문화가 정착됨에 따라 2021년에는 음악과 영화, 방송, 지식정보 등의 상승에 힘입어 다시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미국의 콘텐츠 시장 규모는 연 평균 2.35%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9,814억 4,9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측되었던 연 평균 3.67%에 달하는 성장 예측보다는 낮아진 것입니다.

미국 콘텐츠 시장 규모 및 전망(2015~2024년),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2020), 해외콘텐츠 시장 분석

*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 중복 시장을 제외한 시장 규모임.
- 출판의 신문/잡지 광고, 음악의 디지털 스트리밍 광고, 게임의 비디오 게임/e스포츠 스트리밍 광고, 영화의 극장 광고, 방송의 TV/라
디오/팟캐스트 광고, 지식정보의 디렉토리 광고는 광고 시장에 포함.
- 만화, 지식정보의 전문서적/산업 잡지는 출판 시장에 포함.
- 애니메이션은 영화 시장에 포함.

중국

 

중국 김용 소설의 의천도룡기 2019년, 출처 : google

중국 콘텐츠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3,507억 7,6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5.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 콘텐츠 시장은 2019년에도 모든 분야에서 성장세를 기록하였습니다. 특히 지식정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광고와 방송, 그리고 출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중국은 성장 일로를 걷고 있는 콘텐츠 시장으로 모든 분야에서 전년 대비 성장했으며 특히 광고, 음악, 게임, 지식정보 분야에서의 성장세가 높았습니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중국 콘텐츠 시장 또한 2020년 코로나19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중국 문화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인력 집약적 산업 특성을 지니고 있는 중국 문화산업은 리스크 제어 능력이 약한 중소 규모 기업의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중국 내 전문가 중에는 이런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콘텐츠 기업의 조세 부담을 줄여주고 콘텐츠 시장 진입에 대한 규제와 콘텐츠 내용 등 제작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콘텐츠 시장의 특성상 시간성이 강하고, 업그레이드가 빠르며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제작의 리스크가 큰 것을 감안하여 정부가 나서서 이런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국 콘텐츠 시장은 정부와 업계의 노력을 통해 코로나19의 악영향에서 벗어나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 평균 3.56%의 성장률을 보이며 4,177억 3,0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측되었던 연평균 5.65%에 달하는 성장 예측보다 낮아진 것입니다.

중국 콘텐츠 시장 규모 및 전망(2015~2024),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2020), 해외콘텐츠 시장 분석

*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 중복 시장을 제외한 시장 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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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일본 만화 드래곤볼, 출처 : google 

일본 콘텐츠 시장은 2019년 기준 1,936억 9,3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3위의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지식정보와 광고, 출판이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성장률 면에서는 출판과 방송 시장이 다소 감소하였으나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등 다른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일본은 한국 콘텐츠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최근에도 음악과 게임, 만화를 중심으로 한국 콘텐츠들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 일본 콘텐츠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게임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특히 영화와 음악은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오프라인 대면 환경이 중심인 출판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지역의 소규모 라이브 클럽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해 온 일본 음악 업계는 코로나19가 장기적인 차원에서 산업 전반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거나 비대면 환경에 적합한 게임, 만화, 방송, 지식정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도 2024년까지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 콘텐츠 시장 규모 및 전망(2015~2024년),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2020), 해외콘텐츠 시장 분석

*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 중복 시장을 제외한 시장 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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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간 일본 콘텐츠 시장은 지식정보, 방송, 게임의 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1.09% 성장해 약 2,044억 5,9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 예측되었던 연평균 2.38%의 성장 예측보다는 낮아진 것입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콘텐츠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선정우 (코믹팝 출판사 대표, mirugi.com 운영)

 


■일본만화에서 스토리 원작을 만드는 방식


앞서 본 칼럼의 전편인 「일본 만화계에서의 ‘원작’이란─①원작의 의미와 원작료」에서는 일본만화에서 ‘원작’이란 단어가 지닌 의미, 그리고 일본 업계의 원작료에 대해 개략적으로 설명해보았다. 그럼 이번에는 일본만화계에서 실제로 그런 ‘원작’, 즉 만화스토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좀 더 상세히 알아보자.


일본에서 출간된 만화 관련서적으로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라는 책이 있다. 2004년에 출간된 이 책은 『원숭이도 그릴 수 있는 만화교실』『패미통의 그것(가제)』 등의 대표작을 만든 스토리작가 출신의 타케쿠마 켄타로가 집필했다. 이 책에는 일본만화에서의 원작자 위치라든지 원고료와 관련된 내용과 함께, 일본의 만화 원작자(스토리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만화 원작을 집필하는지에 관해서도 나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그냥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이지만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볼 때에는 『일본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도 만화잡지 업계에서는 일본만화 업계의 ‘박리다매 주의’를 수용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있지만, 한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거의 잡지 중심만으로 이어져온 일본의 만화업계와는 달리 신문만화, 대본소만화, 단행본만화, 최근의 웹툰까지 다양한 매체가 발흥했기 때문에 반드시 일본과 사정이 똑같지 않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을 『일본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로 번역하는 편이 한일간의 차이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타케쿠마 켄타로는 잡지 편집자와 만화 스토리작가 외에도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고르고13은 언제 끝나는가?』와 편저 『안노 히데아키─파라노 에반겔리온』 등의 저서를 낸 저자이기도 하다. 본인이 만화평론가라고는 자칭하지 않고 있지만, 『만화를 읽는 방법』(나츠메 후사노스케 공저) 등 만화평론에 해당하는 저서(나츠메 후사노스케와 공저)를 쓰기도 했다. 또한 대표작 『원숭이도 그릴 수 있는 만화교실』은 ‘만화를 그리는 법’을 만화로 그리는 것에 있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며 일본에서 대히트한 작품인데, 1989년 연재가 시작되어 단행본 전 3권이 출판되었으며 2007년에는 『사루만(원숭이만화) 2.0』이란 후속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자는 2003년부터 타마미술대학에서 만화를 가르치는 강사를 맡기도 했고, 2009년부터는 교토세이카대학에서 만화학부 교수가 되어 학생들에게 만화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즉 저자 본인이 일본에서 만화스토리를 집필한 경험이 있는 스토리작가이면서, 잡지 편집자도 경험했고 만화평론가이기도 하며 만화를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다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그런 저자가 본인의 직접적인 체험과 일본의 만화업계에서 다년간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책이니만큼,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이 글에서는,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에 나와 있는 ‘일본만화에서 스토리작가가 만화의 스토리 원작을 쓰는 방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 사진1 일본만화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에세이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

(타케쿠마 켄타로竹熊健太郞 저/이스트프레스イ─スト·プレス 출판/2004년)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에서는 일본의 만화업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만화스토리 집필 방식으로 ‘시나리오 방식’을 들고 있다. 만화가가 혼자서 만화를 만든다면 본인이 직접 스토리도 짜고 만화 그림도 그리는 것이니까 조금 다른 방식이 되겠으나, 스토리작가가 스토리를 짜고 그림은 만화가가 그린다고 한다면 협업에 알맞는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보통은 문장으로 된 일종의 시나리오와 같은 형태로 짜는 ‘시나리오 방식’이나, 혹은 영화 콘티처럼 간단한 그림(러프rough)이 가미된 콘티 형태로 짜는 ‘콘티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원작자’라는 말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느낌이 포함되어 있지만) ‘만화 원작자’의 역사가 소설가나 시나리오작가 출신으로 시작되어서인지 문장으로 된 시나리오 방식으로 스토리를 짜는 원작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요즘은 일본도 콘티까지 직접 짜는 스토리작가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그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지금까지는 많은 일본의 스토리작가가 원작을 글로 써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만화 스토리작가로서 인기를 끈 베테랑 원작자로는 카지와라 잇키(『거인의 별』『내일의 죠』『타이거 마스크』), 코이케 카즈오(『아이를 동반한 늑대』『크라잉 프리맨』), 카리야 테츠(『맛의 달인』『일본인과 천황』), 부론손(『북두의 권』『생추어리』『창천의 권』) 등이 있는데, 이들이 전부 만화스토리를 글로만 집필했다. (카지와라 잇키는 소설 형식, 나머지는 대개 시나리오 형식으로 원작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만화 원작은 시나리오 형태로 쓰는 것’이라는 것이, 어떤 규칙이나 법칙은 아니지만 관습적으로 일본 만화계에서는 많이 퍼져 있었던 것이다.

 

 

▲ 사진2 저자 타케쿠마 켄타로가 원작 스토리를 집필한 만화 『패미통의 그것(가제)』

(타케쿠마 켄타로竹熊健太郞 작·하뉴뉴 준羽生生純 작화/아스키ASCII 출판/1994~1995년/전 3권)

 

 

■ 일본만화의 원작은 콘티? 시나리오?


그러면 콘티 형식의 원작 집필 방식은 어떻게 해서 등장했는가 하면, 많은 경우 만화가 출신이 스토리를 집필할 때에 채택되는 방식이었다. 만화가라면 본인이 직접 그림도 그리면 되지 않겠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작 때문에 본인이 직접 집필할 시간이 많지 않거나 하는 이유로 다른 작가에게 그림을 맡기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혹은 본인이 스토리를 쓰고 일종의 ‘제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그림을 맡김으로 하여 그 제자를 데뷔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다. 또 그림체가 낡았다거나 생각해낸 작품에 어울리지 않아서 다른 작가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고, 만화가로는 인기를 얻지 못한 작가가 스토리작가가 되는 경우도 있는 등…. 하여튼 이유는 다양하지만 만화가가 스토리만 쓰고 그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그런 경우에는 스토리작가도 만화가 출신이니 아예 처음부터 콘티를 짜는 편이 익숙하니까 콘티로 스토리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가 집필된 2004년까지도 일본만화계의 원작 집필 방식에서 주류는 역시 시나리오 방식이었다고 한다. 조금씩 콘티 방식도 늘어나고 있었지만 여전히 시나리오 방식 원작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 타케쿠마 켄타로는 “콘티 방식에 매우 큰 가능성을 느낀다”고 썼다. 만화업계에서 장기간 있어왔던 저자로서는 만화에 영화 방식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보다, 만화 나름의 스토리 집필 방식인 콘티(이 책에서는 일본만화계 내부의 용어인 ‘네임’으로 표기된다)에 더욱 가능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 “콘티 방식에 매우 큰 가능성을 느낀다”는 저자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그때까지 일본 만화계에서 스토리 원작을 콘티 형식으로 쓰는 스토리작가가 다수파이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만화의 스토리작가는 시나리오 형태의 ‘글’로 원작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일부는 시나리오조차도 아니고 아예 소설 형태로 원작을 집필하는 원작자도 있다고 밝혔다. 콘티 형태의 원작자는 아직 소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이전에, 일본만화계에서는 스토리작가를 별도로 두는 만화 작업을 편법처럼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한다. 만화는 어디까지나 한 명의 작가가 스토리부터 작화까지를 전부 작업하는 것이 ‘기본’이고, 스토리작가를 별도로 둔다는 것은 기본에서 벗어난 ‘편법’처럼 보는 시선이 업계 내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일본의 업계 내 시선까지는 전달되지 않고, 그저 『거인의 별』『내일의 죠』 등 고전부터 최근의 『데스노트』『바쿠만』『To Love 트러블』 등 스토리작가가 별도로 존재하는 일본만화가 많이 알려져 있다보니 그냥 일본에서도 스토리작가는 평범하게(국내와 다름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듯 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예 일본에서의 일반 만화와 스토리작가 별도 만화의 구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해야 정확할 듯 하다. 그냥 무심코 한국에서의 상황과 큰 차이 없으려니 짐작한다고 할까.

 

 

▲ 사진3 스토리작가가 ‘각본’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만화 『To LOVE 트러블 다크니스』 4권과 5권

(하세미 사키長谷見沙貴 각본·야부키 켄타로矢吹健太郞 만화/슈에이샤 출판/2012년)

 

하지만 실제로는, 미묘하지만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 수가 있다. 물론 일본의 업계 내에서도 ‘스토리작가는 편법적인 존재’라고 모든 사람이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다. 일본에도 『킨다이치 소년의 사건부』(국내 제목 『소년탐정 김전일』)나 『신의 물방울』 등 다양한 스토리작가 별도의 만화가 존재하고 충분히 히트해왔다. 게다가 최근에는 “콘티 방식에 매우 큰 가능성을 느낀다”는 저자 타케쿠마 켄타로의 발언대로 일본에서도 콘티 방식의 원작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예를 들어 일본에 진출한 한국만화가의 경우에는 “나는 몇몇 일본 편집부에서 활동해왔지만 스토리 별도의 만화를 ‘편법’이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선 그들이 아무리 일본 만화업계에서 10년 정도 활동을 해왔다고 해도, 타케쿠마 켄타로씨는 1981년 편집자로 데뷔했고 1983년부터는 첫 만화원작 담당 작품이 출간되었으니 30년이나 일본만화계에서 활동한 베테랑 작가다. 게다가 본인이 만화가가 아닌 만화원작자 출신에다가 잡지사 편집자로도 일했고 지금도 『전뇌 마보』라고 하는 웹툰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니, ‘일본에서의 활동 기간이 가장 오래된 한국인 만화가’보다 최소한 2~3배는 더 활동한 셈이다. 물론 저만큼이나 다양한 활동을 했으니 그 와중에 겪었을 경험담은 훨씬 더 많겠고 말이다. 필자 역시도 만화 관련 필자로 일본에 진출한지 2002년부터 지금까지 11년째 활동하면서 일본 만화업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경험에서 유추할 때 일본에서 아예 살면서 쭉 만화업계에서 일해온 타케쿠마 켄타로씨의 의견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 일본만화에서의 콘티


일본만화계에서 콘티는 주로 ‘네임(ネーム)’이라고 불린다. 일본의 만화가 잇시키 토키히코는 2009년 4월 30일 본인의 블로그에서 이 단어의 유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네임의 어원은 인쇄물의 ‘사식’(만화의 대사 등과 같은 문자)을 가리켜 업계 용어로 ‘네임’이라고 했던 것에서 유래한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종이 원고에 종이로 된 ‘사식’ 문자를 직접 붙여서 만화 원고를 완성시키는 방법이 주류였던 시절에는 분명히 편집자 등이 사식을 가리켜 ‘네임’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만화에서의 문자 부분을 총칭하여 네임이라고 하기도 하죠. 좁은 의미로는 만화의 대사나 문자를 가리킨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좀 더 넓은 의미로도 네임이란 용어를 씁니다. 만화가나 편집자가 원고 작업 이전에 작품 회의 등을 하는 작업 단계에서 네임이란 단어를 쓸 경우, 원고의 밑그림을 그리기보다 이전 단계의 ‘밑그림의 밑그림’ 같은 것을 가리킵니다. 보통 영화나 영상 쪽의 단어에서 왔을 ‘콘티’, ‘그림 콘티’라는 단어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화 작업에 있어서는 대충 비슷한 의미입니다. 만화의 설계도 같은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그 만화가가 대략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있는 경우에는, 편집자도 네임을 보는 것만으로 대략적인 완성형을 상상할 수가 있습니다.”

 

즉 일본에서 말하는 ‘네임’은 본래 만화에서 말칸 안에 들어가는 대사를 인쇄하기 위한 ‘식자’로 만들 때에 쓰이던 단어인데, 거기에서 바뀌어 만화의 밑그림과 대사를 간단하게 스케치하는 것을 가리키게 되었다는 말이다.

 

『게임센터 아라시』의 만화가 스가야 미츠루는 2009년 4월 10일 본인 블로그에서 ‘네임’의 유래에 대해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네임이라고 하면 그 의미가 2가지 있다. 하나는 만화의 대사 그 자체를 가리킨다. ‘편집자가 네임을 뺀다’고 하면 만화의 원고용지에 써있는 대사만 별도 용지에 복사하거나 손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옛날에는 트레이싱페이퍼로 옮기곤 했다.) 네임을 옮긴 용지에 사식의 급수를 지정하고 사식집에 넘겼던 것이다. (요즘은 DTP의 오퍼레이터한테 맡기기도 하고, 스스로 DTP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사식(写植)’이란 단어는 ‘사진 식자’의 약자인데 과거 아날로그 출판 시절에는 책의 식자를 만들기 위해 인화지 등에 직접 글자를 찍어서 인쇄용 문자판을 만들었는데 그 시절의 용어다. ‘사식의 급수를 지정’한다는 말은 요즘 말로 풀어쓰자면 즉 폰트의 크기를 지정한다는 의미다. 폰트 크기를 12포인트로 할지 14포인트로 할지 하는 크기 지정을 의미한다.

이런 ‘네임’, 즉 한국식 용어로 바꾸자면 콘티(그림 콘티)를 왜 만드는지에 대해 만화가 잇시키 토키히코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네임을 먼저 만들어서 퇴고를 하지 않은 채 바로 남에게 원고를 보여주게 되면, ‘여기가 이해하기 힘들다’, ‘여기를 고치면 더 좋겠다’라는 말을 듣고 나서 고칠 때에 매우 큰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설계도로 비유할 수가 있겠습니다. 건축을 할 때에 건물을 다 완성한 다음에 결함을 발견하여 고치게 되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죠. 그러므로 네임 상태에서 음미하여 퇴고한다는 것은 효율적이고 이치에 맞는 일인 것입니다.”

 

주로 미국의 만화가를 일본에 소개하는 시이나 유카리 에이전트는 일본어의 ‘네임’에 해당하는 미국 만화계의 용어는 ‘스토리보드(storyboards)’, ‘섬네일(thumbnails)’이라고 밝혔다. 대사를 의미하는 쪽의 ‘네임’, 즉 만화의 대사는 ‘다이얼로그(dialogue)’ 혹은 ‘모놀로그(monologue)’라고 쓰고, 컷은 ‘패널(panel)’, 컷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쓰이는 용어인 ‘컷 분할’은 ‘panel layout’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2009년 4월 14일 만화가 스가야 미츠루 블로그에 올렸다.

 

즉 ‘만화 원고를 완성하기 전 단계에서, 주로 편집자와의 내용 회의를 위해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가 바로 콘티인 셈인데, 그에 대해 한국에서는 ‘콘티’, 일본에서는 ‘네임’, 미국에서는 ‘스토리보드’ 혹은 ‘섬네일’이라고 부른다는 의미다. 또한 미국에서는 만화를 만들 때에 이 ‘스토리보드’를 꼭 만들지는 않는 듯 하며(‘스토리보드’라는 용어 자체가 영화를 찍기 전에 만드는 콘티를 가리킨다), 한국에서도 일본만큼 작품에 대한 편집부의 체크가 깊숙하진 않기 때문에 콘티 체크도 일본만큼 일상화되어 있진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메이저 주간지와 매니악한 마이너 잡지 사이에는 작품 기획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큰 편이다. 매니악한 마이너 잡지나 월간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작가의 자유에 맡기는 부분이 크고, 메이저 주간지에서는 작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편집부의 체크를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연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는 것.)

 

일본에서는 1차적으로 편집자와 기획 단계에서 이야기를 통해 어떤 만화를 만들지 결정한 후에도, 콘티 단계를 거쳐서 내용에 대해서도 체크하면서 좀 더 재미있는 만화, 독자에게 이해하기 쉬운 내용과 대사로 완성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회의를 진행한다. 콘티가 없으면 그런 회의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네임’이라 불리우는 콘티의 중요성이 일본만화에선 특히나 강조되는 것이다. 아무하고도 의논을 하지 않고 혼자 만화를 만든다면 굳이 콘티 없이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나(그러나 물론 혼자 만들 때에도 읽어가면서 체크하기 위해선 콘티가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제 3자와 내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는 콘티가 필수적이라는 것. 마치 설계도를 만들지 않고 건축을 하는 것과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 사진 출처

- 사진1 일본만화계의 실상을 알려주는 에세이 『만화 원고료는 어째서 싼가?』표지

- 사진2 저자 타케쿠마 켄타로가 원작 스토리를 집필한 만화 『패미통의 그것(가제)』 표지

- 사진3 스토리작가가 ‘각본’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만화 『To LOVE 트러블 다크니스』 4권과 5권 표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일본만화계에서의 ‘원작’이란─①원작의 의미와 원작료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3. 10. 31. 14:0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선정우 (코믹팝 출판사 대표, mirugi.com 운영)

  


■ 일본 만화계에서의 ‘원작자’라는 존재


일본 만화계에서 ‘원작자’라 함은 한국에서 말하는 스토리작가를 의미한다. 다만 한국에서도 일본의 영향을 받아 원작자라고 말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원작자’라는 표기가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원작자 표기를 거부하는 원작자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해진 용어는 아니다. 애초에 이런 식의 용어는 법적으로 규정된 것도 아니니 당연히 케이스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조직 내의 직함도 회사마다 다르고, 영화나 TV에서 스태프 명칭도 반드시 모든 경우에서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지는 않은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래 일본만화에서 스토리작가를 ‘원작자’라고 표기하게 된 것은, 연재 지면 및 단행본의 작가 표기에 ‘원작:○○○, 만화:□□□’라는 식으로 표시되었기 때문이다. 즉 ‘원작’을 담당했으므로 ‘원작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 ‘원작’이라고 하려면 그 만화에 원작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 즉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만화화하면 ‘원작:도스토예프스키, 만화:□□□’라는 식으로 표시하는 케이스를 가리키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원작(原作)’이라 함은 원래의 작품이 별도로 있다는 의미라고 보아야 할 테니까.

 

그런데 일본에서는, 원작에 해당하는 작품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고 그 만화만을 위해 오리지널 스토리를 집필한 경우에도 ‘원작’이란 표기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일본만화에서 ‘원작:○○○’ 식으로 나와 있더라도 그 표기만 가지고는 정확히 어떤 케이스인지 판단할 수 없다. 진짜로 원작 작품이 별도로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스토리작가가 만화 스토리를 쓴 것인지 그 자체로는 구분할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 때문에, 예를 들어 일본만화에 대해 데이터나 통계를 작성하고자 할 경우 그런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만들게 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우려도 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원작:○○○’라고 써있는 것을 그대로 항목으로 처리했을 경우, “일본만화에서 원작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원작 표기만의 데이터를 뽑아내게 되면 그 결과는 틀리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실제로  ‘원작:○○○’라는 표기 안에는 원작물인 경우와, 그렇지 않고 스토리작가 별도일 뿐 원작이 따로 있지는 않은 경우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1,2,3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

왼쪽부터 『올드 보이』『미녀는 괴로워』『꽃보다 남자

 


■ 원작이 있는 경우의 만화화


그러므로 일본만화에서 똑같이 ‘원작:○○○’라고 써있는 경우에도, 그 ‘○○○’라는 사람 혹은 업체가 해당 작품의 창작에 있어 맡은 업무의 형태도 다르고 받는 ‘원작료’의 구성과 금액도 다르게 된다. 알기 쉽도록 현실적인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다. (물론 개별 작품의 계약 내용은 대개 대외비로서 비공개이므로 필자를 비롯하여 타인이 자세히 알 방법은 없다. 따라서 여기에서 예로 드는 작품의 경우에도 계약 내용의 상세는 필자도 모른다. 독자가 알기 쉽도록 작품을 예로 드는 것 뿐이지 계약 내용은 전부 예로 든 것에 불과하니 오해가 없기 바란다.)

 

타 작품을 만화화할 때 그 ‘원작’에 해당하는 장르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소설의 만화화, 영화의 만화화, 애니메이션의 만화화, 게임의 만화화 등등. 심지어는 에세이나 비즈니스 서적, 교과서, 교재, 그밖에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만화화되고 있다. 그 중에 예를 들어 『은하영웅전설』이란 작품이 만화화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은하영웅전설』은 타나카 요시키라는 소설가가 집필한 일본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여성만화가 미치하라 카츠미가 만화화해서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이런 케이스에서 작품을 구상하는 것은 보통 출판사 측의 기획이다. 아무래도 만화가가 개인적으로 소설가와 친분 관계가 있기도 힘들고, 특히나 일본에서는 그런 개인적 친분만으로 비즈니스가 진행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작품도 아마 출판사의 기획을 통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즉 『은하영웅전설』이란 인기 소설을 만화화해보자는 출판사의 기획이 먼저 있고, 그 다음에 만화가를 섭외하다가 미치하라 카츠미란 작가가 선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그 만화가의 그림체나 이전에 냈던 작품을 원작자 타나카 요시키에게 보여주고, “이런 만화가 분께 『은하영웅전설』 만화를 그리도록 하려고 하는데 허락해주시겠습니까”라는 식으로 컨택이 들어가게 된다. 물론 그 컨택도 타나카 요시키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은하영웅전설』의 출판사를 거쳐서, 그 출판사의 『은하영웅전설』 담당자가 기획안을 들고 타나카 요시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통 만화판 출판사가 우선 기획안을 내부에서 만들고, 그 기획안을 원작 출판사(만약 영화나 애니메이션 원작물이라면 제작사)에 들고 가서 1차로 원작 출판사 내부적 OK를 받고, 원작 출판사 담당자가 원작자에게 기획안을 갖고 가서 “이번에 ×× 출판사에서 우리 작품을 만화화하자는 이야기가 들어왔다”고 전달하여 원작자로부터 OK를 받고, 그 다음에 만화판 출판사에서 만화가를 선정하고, 그 만화가를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제시하여 만화가에 대한 2차 OK를 받고, 그 만화가가 그려온 플롯과 콘티를 다시금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제시하여 최종 허가를 받은 다음에야 원작물의 만화화가 시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 특별한 이유(원작자가 “내가 한 번 만화 콘티를 직접 짜고 싶다”고 한다든지)가 있지 않는 한 만화화는 사실상 만화가가 전담해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그때 연재분을 콘티 단계에서 매회마다 원작 출판사(를 거쳐 원작자에게)에 전부 전달하게 되는데, 원작자나 원작 출판사가 까다로운 경우에는 컨펌 작업이 오래 걸린다거나 세밀한 지시 사항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원작 작품의 세계관 등에 대해 원작자 측에서 민감한 경우가 일본에서는 상당히 많기 때문에, 원작자 측이 까다롭든 그렇지 않든 무조건 웬만하면 세세히 컨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는 비단 만화화의 경우만이 아니라, 일본에서 원작물을 2차로 다른 작품으로 만들 때에는 대부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일본에서는 원작이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2차로 다른 작품을 만들 때에는 완전히 갑-을 관계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한국 등 타국과의 관계에서 이런 부분이 잘 이해되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할리우드나 한국에서 일본 원작을 영화화했을 때 일본 원작자 측과 트러블이 생기는 경우의 태반이 저런 일본 내부의 관습을 타국에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이 일본만화 『칸나씨 대성공입니다!』를 영화화했던 『미녀는 괴로워』 관련 트러블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작품을 영화화한 『미녀는 괴로워』를 다시 뮤지컬화한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란 작품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은 영화판 『미녀는 괴로워』를 뮤지컬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영화제작사에만 허락을 얻고 판권료도 영화제작사 측에 지불하고 만들었다. 그러나 이 경우 영화판 『미녀는 괴로워』도 만화 『칸나씨 대성공입니다!』를 원작으로 한 것이므로, 일본측 출판사와 원작자가 한국의 영화제작사를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던 일이 2011년 발생했던 것이다. 법적으로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하여 도쿄지방재판소에서 각하 판결이 나왔지만, 애초에 ‘원작’이란 존재에 대해 일본업계가 얼마나 까다로운 태도를 견지하는지 알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다.

 

그 밖에도 『우주전함 야마토』 애니메이션의 저작권을 둘러싸고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와 애니메이션판을 제작했던 프로듀서 니시자키 요시노리(주)의 저작권 분쟁(니시자키 프로듀서 승소), 국내에서 애니메이션판이 유명하지만 원작만화에서 스토리작가였던 미즈키 쿄코(나기타 케이코)와 만화 그림을 그린 이가라시 유미코의 『캔디 캔디』 분쟁 등, 일본에서는 작품의 ‘원작’을 둘러싼 분쟁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그 근원에는 결국 일본만화계에서 ‘원작’이란 단어가 가지는 복잡성도 바탕에 깔려 있지 않은가 필자는 생각한다. 즉 도대체 작품을 누가 만들었고 각 개별 창작자나 기획자가 작품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예전에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모든 일에 계약서와 세세한 계약 내용을 준비하는 관행이 자리잡았지만, 일본에서조차도 아직까지 잡지 연재에 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단행본 출간시에 쓰는 계약서도 할리우드의 영화 계약서와 비교하면 훨씬 불철저하다는 점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중에 발생하는 근원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주 - 일본 위키피디아 등에는 니시자키 요시노‘부’로 표기되어 있지만,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우주전함 야마토』 특별전을 했을 당시 일본측 판권업체에서 확인해준 바에 따르면 ‘요시노리’가 맞다고 한다. 실제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는 ‘요시노리’라고 발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일본 국내에서도 “요시노부인데 어째서 요시노리라고 발음하는가?”라는 반응이 있는 등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 일본만화의 원작 표기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일본만화의 ‘원작:○○○, 만화:□□□’라는 표기에서 만화가의 역할 표현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원작:○○○, 만화:□□□’라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원작:○○○, 작화:□□□’라고 하기도 하고,  ‘원작:○○○, 그림:□□□’이라고도 한다. 원작자에 대해서도 ‘원작’만이 아니라 ‘각본’, ‘스토리’ 등 다양한 표기가 있다.

 

한국에서는 과거에 ‘글:○○○, 그림:□□□’이란 표기가 일반적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로 인하여 국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는 듯 한데, 표기법이 다르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세세하게 따지자면 물론 백이면 백 작품마다 전부 조금씩 역할이 다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표기해야만 한다는 법칙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그때 만화가와 원작자 사이에서 협의하여 정하는 것일 뿐 완전히 다른 역할이 따로 있어서 표기가 다양한 것은 아니다.

 


■ 원작이 있는 경우의 ‘원작료’


앞서 언급했듯이 실제로 존재하는 작품을 원작으로 만화화를 진행할 경우에는, 특별히 원작자가 까다롭게 하나하나 지적 사항을 제시하는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개 원작자 본인보다 그 작품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확인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소설이든 만화든, 작품 기획과 제작에 있어 담당 편집자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여 “작품은 작가와 편집자의 2인 3각”이라는 말이 일반적일 정도로 편집자가 사실상 기획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많다.

 

또한,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2차 작품이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원작을 만들어낸 원작자가 2차 작품의 체크를 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것을 원작 담당자와 원작 출판사가 바라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도 있다. 대개의 경우 담당자는 원작자에게 ‘그쪽 작가와 편집부가 알아서 잘 만들어줄 것이고, 또 나도 잘 체크할 테니까 당신은 그럴 시간이 있으면 본인의 새 작품에 집중하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원작자가 휴식 시간을 갖고 있다든지 하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닌 경우 대개 원작자가 심각할 정도로 체크를 하진 않는다. 그리고 체크를 한다고 해도, 그건 ‘이건 원작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거나 ‘이건 이래서 잘못되었다’, 혹은 원작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을 경우 ‘나중에 원작이 이렇게 진행될 것이니 이 부분 내용이 이렇게 되면 곤란하다’는 식이 대부분이지, 2차 작품에 대해 아예 새로운 뭔가를 창작해주진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원작료’라는 것도 사실 생각만큼 엄청나게 높진 않은 경우가 많다. 국내에는 일본만화에 대해 여러 가지 환상이 많은데,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만화에서 ‘원작’이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고, 그 중에서 실제 만화 작품의 스토리를 쓰는 ‘스토리작가’로서의 원작의 경우에는 당연히 연재 원고료나 단행본 인세 수입에서 상당부분을 퍼센티지로 계산해서 받게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실제 작품에 관여하지 않는, 말 그대로의 ‘원작’으로서 원작료만 받게 되는 경우의 금액이 수십 %나 될 리는 당연히 없는 것이다. 작품 제작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리 그 작품의 본래 줄거리와 세계관을 만들었다고 해서 예를 들어 전체 수입의 30%를 받겠다고 한다면 그런 계약에 OK하고서 2차 작품을 만들 업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별히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한다면, 원작료가 매우 높은 퍼센티지가 되진 않는다.

 

따라서 예를 들어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작가의 만화 작품이 영화화된다고 해도, 원작료가 의외로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2012년 4월 개봉되어 일본 국내에서만 59.8억엔의 흥행수입(일본영화제작자연맹 2013년 1월 발표자료)을 기록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은 영화 『테르마이 로마이』의 예를 들어보겠다. 『테르마이 로마이』는 2008년부터 연재된 만화로 2010년도 ‘서점원이 뽑은 만화대상’ 및 제 14회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 TV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만들어져 ‘기록적인 대히트’였다고 하며, 단행본 전 6권이 지금까지 누계 800만부나 발행된 히트작이다.

 

그런데 올해 2월 일본 TV에 출연한 『테르마이 로마이』 작가 야마자키 마리가 “영화화 원작료로 받은 돈은 약 100만엔(약 1120만원)”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60억엔 가까운 흥행수입과 비교할 때 원작료가 고작 6000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 흥행수입의 1%도 아니고 0.017%에 조금 못 미치는 액수다. 심지어 한국에서조차도, 스포츠동아의 2013년 5월 1일 보도에 따르면 인기 웹툰을 국내에서 영화화할 때 원작료가 3~6천만원 정도, 그리고 극소수의 케이스라고는 하나 원작료 1억원을 받는 작가도 있다고 한다. 설령 이 보도가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국내 웹툰의 영화 원작료 수입은 『테르마이 로마이』보다는 높은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기사에서는 심지어 “과거 1000~2000만원에 머물던 판권료”, “신인의 경우 아이디어가 좋은 작품은 100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도 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선 1000만원의 원작료라고 하면 ‘과거에나 받던 금액’이거나 ‘신인 만화가의 웹툰 중에서 괜찮게 받으면 받을 수 있는 금액’이란 말이 된다. 그 정도에 불과(?)한 금액을, 한국보다 만화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게 더 큰 일본에서, 상도 받고 발행부수도 웬만한 한국만화보다 훨씬 많았던 인기 작품에 지불됐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일본 IT미디어 뉴스에 실린 산케이신문 2013년 4월 16일 기사에 따르면 일본문예가협회에서 정해놓은 ‘저작물 사용료 규정’에는 영화화 판권 사용료를 ‘상한선 1천만엔’으로 정해놓고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물론 이것은 소설 원작에 주로 해당되는 이야기겠고 또 일본의 모든 작가가 이 협회에 가입하고 있는 것도 아니겠으나, 일본 영화업계에서는 판권료의 ‘상한선’을 아예 정해놓고 있다는 이야기는 『테르마이 로마이』의 판권료 1120만원과 함께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시세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일본영화계에서는 원작료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놓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만화를 그리면 일본보다 돈을 더 번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국에서 상상하는 것만큼 일본이 만화의 천국인 것만도 아니다’라는 말이다. 즉 일본에서 히트를 못하면 한국에서 히트한 작가보다는 돈을 훨씬 못벌 것이고, 또 일본에서는 만화가 지망생이 한국에 비해 워낙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경쟁도 훨씬 치열하여 애초에 ‘일본에서 히트하기’ 자체가 매우 힘들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테르마이 로마이』의 경우 워낙 큰 히트였기 때문에 영화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화도 되었고 관련 상품도 몇 가지 출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행본 판매량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작가의 수입 전체로 따지자면 웬만한 한국의 만화가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 대해 과소평가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본 시장이 아무리 크다고 하나 개별 사안에서 ‘원작료’가 생각만큼 높은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다만 일본의 경우, 『테르마이 로마이』 같은 성인독자 대상의 작품은 캐릭터상품 수가 아무래도 적기 때문에 불리하지만 『드래곤볼』『세일러문』과 같은 보다 더 어린 아동층이나 학생층 대상 작품은 완구, 문방구, 심지어는 식품까지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화를 통해 다방면에서 판권 수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 상품의 원작료는 비중이 적더라도 전부 합치면 높은 금액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한국에 비해 유리한 점이겠다. 하지만 그것은 국내에서도 아동용 작품의 경우에는 마찬가지로 상품화가 많을 수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인데, 다만 국내에선 최근 들어 아동 대상의 작품이 만화에선 오직 학습만화 장르에서만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학습만화나 애니메이션, 혹은 캐릭터 전문업체의 자체 캐릭터 등이 좀 더 상품화가 잘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진4 곧 국내에서 영화가 개봉될 예정인 만화 『테르마이 로마이』 2권, 3권

(야마자키 마리ヤマザキマリ 저/엔터브레인 출판/2010~2011년)



◎사진 출처

-사진1 <올드 보이> 포스터

-사진2 <미녀는 괴로워> 포스터

-사진3 <꽃보다 남자> 포스터

-사진4 엔터브레인 출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