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 사는 일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가 처음 만날 무렵 나는 그걸 몰랐던 것 같다.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전혀 다른 곳에 와있다.

 

실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래전 처음 만화를 그려 돈을 벌기 시작했던 때, 훗날 늙은 개 한 마리를 샅샅이 들여다보며 매일 말을 걸고, 반응을 살피고, 개에 대해 생각하고, 개를 그리고 또 그린 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제게 만화는 그저 노력 대비 수입이 좋은 아르바이트 같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정치 사회 문제를 풍자적으로 그리는 이른바 ‘시사 만화가’였기 때문에 채 서른이 되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들로부터 ‘정 화백’ 또는 ‘정 선생’으로 불렸습니다. 요즘 한국 범죄 영화에 등장 하는 마약 제조상이나 손목 하나쯤 잃고 은둔한 도박 고수 같은 호칭이었습니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벌써 이런 작품을 그리느냐, 대단하다, 장래가 촉망된다 등등의 칭찬을 들었고 이따금 공모전 같은 데서 상도 받았으며 덕분에 잔뜩 우쭐했었던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철이 없었습니다. 그때의 ‘정 화백’은 꽤 밥맛없는 인간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나와 놀아주었던 친구들이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새삼 감사의 마음과 사과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밥맛없게 굴어서 미안해요.

 

 

그때 들었던 칭찬은 진짜 내가 잘 그려서 였다기보다는 원고료 인상 대신 말 몇 마디로 퉁치려는 데스크의 계략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제 와서 의심해봐야 아무 소용 없는 일이겠지만. 하여튼 여차 여차해서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고 누구에게나 그렇듯 내게도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으며 요즘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습니다. 16년 하고도 4개월가량을 함께 살아온 개 한 마리와 단둘이 제주도에서 헤엄도 치고, 해변을 달리고, 바다 쓰레기를 주우며 분노하다가 마감이 닥치면 갑자기 “앗 뜨거! 큰일 났네하며 부리나케 만화 도 그립니다. 원래 둘은 아니었고 개가 두 마리여서 합이 셋이었는데 하나는 제주도에 내려온 지 1년 만에 뇌종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안녕, 소리야. 떠난 지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개의 이름을 부르면 마음속에서 울적한 비구름이 순식간에 뭉게뭉게 모여듭니다. TV에서 어떤 어린이 연기자에게 어떻게 그렇게 우는 연기를 잘해요, 하고 묻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슬픈 생각을 해요. 엄마가 멀리 떠난다든지.... 아이는 대답을 하며 벌써 눈물을 그렁거렸습니다. 나도 떠나보낸 개 생각을 하면 언제든지 금방 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린이도 아니고 연기자도 아니어서 써먹을 일 이 없는 게 좀 유감스럽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당시엔 불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좀 다행인 것 같은 일은, 그때 내가 개들과의 일상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가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10년 넘게 잔뜩 찍어 놓은 개들의 사진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이었고, 다른 하나는 제주에 막 내려온 도시 촌놈의 어리둥절함에 대해 주간지에 에세이를 연재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 사진을 책으로 만드는 일은 원래 항상 내 만화보다 내가 찍은 개 사진이 더 인기가 좋았기 때문에 시작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동안 먹이고 재우고 산책시키고 병원에 데려갔으니 이제 너희들이 돈을 벌어 오너라하고요.


그런데 그저 찍어놓은 사진들을 엮으면 간단히 끝날 줄 알았던 일이 기대했던 것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수만 장의 사진 중에서 책에 들어갈 사진을 고르는 작업은 매우 곤란했습니다. 아무리 거저먹기 프로젝트였다고 해도 사진만으론 책의 모양새가 갖춰질 것 같지 않아 중간중간 만화를 넣기로 했는데 그 작업도 시간과 노력이 들었습니다. 비극은 내 등 뒤에 있었습니다. 내가 책상에 코를 박고 일하는 동안, 개들은 산책하고 싶어서 들끓는 피를 한숨으로 삭이며 속수무책으로 소파에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개가 아팠습니다. 많이 아팠는데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실은 내색을 했는데 내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책 작업만 끝나면 내가 실컷 놀아주마 하고 중얼거렸지만, 개에게 그럴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그때 나는 몰랐습니다. 책 만드는 작업이 끝난 후부터 홍보 활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나는 아픈 개를 부둥켜안고 안 아픈 개는 리드 줄로 끌며 제주에서 서울까지 병원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마침 처음 병을 발견했던 때에는 설 연휴와 주말이 겹쳐 긴 연휴가 생기는 바람에 문 연 동물병원 찾기가 어려웠는데 그 이전에도 이후로도 아직 그만큼 긴 일주일을 겪어본 일이 없습니다.

 

 

책이 나오고 인터뷰며 북토크며 홍보행사에서 개들에 관해 이야기해야 했던 무렵에 아픈 개는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앞에 앉아 있는데 슬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써먹을 데도 없는 눈물이 솟구쳐서 삼키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책 만드는 일 말고 또 다른 하나의 일, 그러니까 제주 생활에 대한 에세이는 매주 꼬박꼬박 연재하고 있던 일이어서 당시 내 상황과 감정이 고스란히는 아니어도 꽤 담기게 되었습니다. 너무 징징거리면 그나마 얼마 안 되던 독자마저 떨어져 나가버릴까 봐 나름 의연한 척 자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는지 거기 담긴 문장들은 내게 일종의 인덱스가 되어 지금도 한 줄만 읽으면 당시 있었던 일과 감정들이 주르륵 딸려나오는 것입니다.

 


<노견일기>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돌이켜보면 기록해 둔 시기의 기억은 아직 기록되지 않은 사이사이의 일들까지 잘 떠올릴 수 있지만, 기록해두지 않은 때의 기억은 흐릿하거나 모호하거나 아예 내 안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을 언젠가 깨달았습니다. 나는 출퇴근 같은 걸 한 적이 없고 집에서 일했기 때문에 대부분 24시간 내내 개들과 같이 지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 땐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이든 부부간이든 하루 중 절반 내외의 시간은 떨어져 있는 게 보통 일터이므로, 생활시간으로 환산하면 풋코와의 16년은 그 배의 시간에 가깝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우리 아버지가 출근하지 않으시고 하루 종일 나와 한 공간에 계셨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니 모골이 송연해지고 호흡곤란이 올 것 같은 기분이 좀 듭니다. 혹시 우리 개들도 그런 기분이었을까요? 물어봐도 대답은 하지 않겠지만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이 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존재가 되었고, 우리는 서로 삶 전체를 지켜봐 온 동반자 겸 관찰자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존재가 머지않아 내곁을 떠나가리라는 사실을 나는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가 개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 선망하고 있던 때 즐겨 펼쳐보던 책 <세계의 명견들>에는, 풋코와 같은 폭스테리어 종의 평균 수명이 10년에서 14 년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비록 병으로 떠나긴 했지만 12년을 살다 간 소리는 그럭저럭 제 수명을 누렸다고 볼 수 있겠고 풋코는 이제 그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소리의 경우 이별을 알지 못한 채 갑자기 맞닥뜨렸지만, 풋코와의 이별은 어쩌면 차분히 준비하면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내게 지금을 기록할 도구가 필요했고 내가 만화가다 보니 그게 <노견일기> 라는 만화가 된 것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던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노견일기>를 그리기 시작했던 때는 겨울이었는데, 아마도 그게 풋코와의 마지막 겨울이 되리라고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함께 한 번의 겨울을 더 보냈고, 그다음의 봄, 여름까지 두 계절을 더 난 다음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풋코는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서 가을 냄새를 맡으며 킁킁거리고 있는데, 아직도 바다에 가면 해변을 뛰어다니고 첨벙첨벙 헤엄치기를 즐길 만큼 건강해서 도무지 이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는 동 안 <노견일기>의 연재 역시 1년을 넘겼고, 의외로 많은 독자로 부터 격려와 응원의 반응을 얻고 있어서 좀 얼떨떨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노견일기>가 연재되는 포털 사이트의 댓글란은 언제부턴가 독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나누는 공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야기, 함께 살고 있는 개나 고양이에 관한 사랑과 염려, 또 그에 대한 다른 독자들의 위로로 가득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시시한 내 만화보다 훨씬 절절한 사연이 많아서 나 역시 눈물을 쏟곤 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엔 <노견 일기> 연재 원고 중 앞부분을 묶어 책으로 냈습니다. 책 머리말엔 이렇게 적었습니다.“개와 함께 사는 일은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가 처음 만날 무렵 나는 그걸 몰랐던 것 같다. 1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다.”



 그랬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함께 사는 삶을 통해 개들은 그런 나를 어디론가 조금씩 이끌었는데 어느 날 돌아보니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삶 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좀 더 자신 밖의 세상과 조화롭게 공존하길 갈망하게 되었으며 이제는 대도시의 삶에 어울리지 않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게 개들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방식이고, 내게 만화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탐구의 과정이라는 생각입니다. 대체 인간은 왜 많은 시간과 돈과 노력 을 들여가면서 개를 기르는 걸까요? 언젠가 필연적으로 찾아올 이별의 순간을 알면서도 애정을 쏟는 건 어째서일까요? 종을 넘어선 다른 존재와의 교류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 일까요? 내 생각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은, 얼마 간 인간이 예술 활동을 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아무짝에도 쓸 모없는 것, 삶이 어느 정도의 풍요를 누릴 때 인간은 그것을 추구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말입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개 기르기 의 인문학’이랄까요.

고백하건대 <노견일기> 안에는 창작자로서 나의 회한 같은 것도 남몰래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대부분 내 생활의 조각을 잘라 만화로 가공하는 일을 해왔는데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내 이야기가 아닌 전혀 다른 인물, 가상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능청스럽게 잘 해낼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사실 그런 시도를 해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능력 부족과 게으름 탓으로 내가 지은 남의 이야기는 편집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습니다. 오랜 세월 하드 디스크 안에서 잠자고 있는 그들에게 나는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노견일기>에는 가끔 그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노견일기>는 대부분 내가 겪거나 보고 들은 이야기인 게 맞지만 100% 사실 그대로는 아니고 심지어 이따금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도 있다는 걸 얘기해 둬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사실을 알고 <노견일기>의 독자들이 내게 돌을 던진다면? 음,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세상에 통할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근거로 삼고 앞으로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김우열 작가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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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아직 건네지 못한 인사가 남았다.
엄마, 안녕!

 

 

재미있는 말입니다. 별생각 없이 쓰는 ‘안녕’은, 곱씹을수록 재미있습니다. 명사로서의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뜻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명확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인사를 건넬 때 쓰는 감탄사로서의 ‘안녕’은 다릅니다. 표준국어사전에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 쓰는 감탄사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라니, 완전히 극단의 상황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두 상황에서 같은 발음으로 ‘안녕’을 말합니다.


웹툰 <안녕, 엄마>는 <사랑스러운 복희씨>로 꽤 많은 팬덤을 가진 김인정 작가의 새 작품입니다. 복희씨에게 푹 빠져있던 독자들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프롤로그 공개 후, 댓글 창에는 <안녕, 엄마>의 ‘안녕’이 ‘Hello’인지 ‘Goodbye’인지에 대한 의견으로 분분했습니다. 나란히 서서 요리를 하는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 ‘안녕, 엄마.’ 이 모녀는 어떤 인사를 건네는 것 일까요.

 

 

 

' 밥 먹었냐는 안부와 진심 '  

 

“밥 먹었어?” 떨어져 있었던 시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우리는 안부를 묻기 위해 말합니다. 진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기 보다는 잘 지냈냐는 말의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물론 아주 우회적인 표현이라고만 할수도 없습니다. 오래 전 밥도 못먹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에는 그 사람의 안위를 파악하기 위해 ‘밥 먹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밥 먹었냐’는 인사로 서로를 맞이합니다.

 

밥 때가 되었으면 함께 밥을 먹자는 의미로, 밥때가 지났으면 밥을 잘 챙겨 먹었냐고 걱정하는 의미로. 생각하면 참으로 정겨운 인사입니다. 그런데 엄마의 그것은 다르다. 엄마의 ‘밥 먹었냐’는 질문은 안부를 묻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응” 혹은 “아니”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진짜, 밥을 먹었냐는 것입니다. <안녕, 엄마>도 그렇게 시작됩니다. 엄마와의 전화에 은영이는 “응, 먹었어” 라고 답합니다. 예상되는 엄마의 물음은 “밥 먹었어?”. 엄마는 늘 진짜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 합니다(뭘 먹었는지까지도!). 그래서 우리는 그 질문에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골치 아픈 전화를 받는 와중에 엄마의 연락을 무심히 받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은영’이도 그랬습니다.
 ‘안녕’을 둘러 싼 의견에 답을 먼저 말하자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은영이는 엄마와 헤어졌습니다. 엄마의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전화 통화를 나누었던 엄마는 영정 사진이 되어 돌아왔는데요. 은영이는 이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은영이는 다시 엄마를 만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아닌, 헤어짐과 만남 입니다.

 

 

 

 

' 엄마와 딸, 두 이야기 '  

 

 

 

엄마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은영이가 받은 것은 엄마의 일기장입니다. 하나뿐인 딸 은영이는 이 일기장을 조심스레 손에 쥡니다. ‘자기 물건 건드리는 거 싫어할 텐데.’ 은영이는 엄마를 보내고서도 엄마에게 다가서기 힘들어합니다. 잡다한 메모가 적힌 일기장을 받아들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걸 보는 건 제일 싫어했겠지.’ 엄마가 돌아온 것은 그 때부터였습니다.

 

 

 

일기장과 함께 돌아온 엄마. 엄마는 ‘죽음’이라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은영이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냅니다. 은영이는 엄마의 일기장을 단숨에 읽지 못하고 한 장씩, 천천히 넘깁니다. ‘냉혈한’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차가웠던 엄마와 서먹할 수밖에 없었던 은영이는 일기장을 통해 엄마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까요? 엄마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은영이지만, 엄마를 찾아가는 와중에 은영이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마주합니다. 엄마, 그리고 딸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집니다.

 

 

 

' 이상적인 관계? '  

 

 

혼자 남은 은영이는 엄마의 기억을 하나씩 좇습니다. 그 과정에서 은영이는 몰랐던 엄마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존재도 몰랐던 엄마의 남자 친구, 삶의 괴로움, 흔적. 엄마가 언젠가 꼭 가고 싶었다던 바닷가를 찾은 은영이는 장례식장에서부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마음껏 엄마를 그리워하고 싶었던 것일까요?서툰 관계의 끝에서 은영이의 마음이 그렇게 쏟아집니다.

 

 

▲ 이미지 : <안녕, 엄마> 단행본 판매 사이트 캡처 (https://bit.ly/2NbuKOr)

 

그래서인지 이야기 초반엔 엄마의 흔적을 좇았다면 이후부터는 은영 이의 ‘속마음’들이 드러납니다. 엄마에게 스스럼없이 애정표현을 하는 희선이를 보며 은영이는 생각했습니다. ‘이상적인 관계.’ 힘들 때 엄마가 보고 싶다는 희선이에게 은영이는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힘들 때 엄마가 보고 싶다는 감정을 그리워한 것입니다. 하지만 은영이는 이제 생각합니다.‘엄마도 힘들 때 내가 보고 싶었을까?’ 사실 희선이도 엄마와의 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은영이처럼 서먹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너무’ 의존하다 보니 적당한 거리가 없는 것이죠. 성인이 되어 떠나가려는 희선이에게 서운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서 답답함을 느끼는 희선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은영이에게 털어놓은 희선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세상에 이상적인 관계가 있을까요?

 

 

' 나를 만나다 '  

 

일기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질수록 엄마는 흐릿해집니다. 선명하던 엄마는 말없이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은영이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엄마가 사라지리라는 것을. 은영이는 처음부터 엄마가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깊은 후회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은영이가 만들어 낸 자기방어와 같은 환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은영이는 엄마의 기억을 좇은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와 미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엄마와 꼭 닮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엄마를 이해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내가 안고 가야 할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리움입니다. 이제 엄마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나를 만나고 “안녕”, 엄마를 보내며 인사합니다. “엄마, 안녕.”

 

 

 강정화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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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웹툰 업계의 역설, 플랫폼의 숫자가 늘어나고 웹툰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웹툰 작가들의 지위는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불공정거래 중 가장 큰 비중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익 배분과 관련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웹툰 시장이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2013년 1,500억 원 정도였던 웹툰 시장의 규모가 2015년에는 2,347억 원으로 늘어났고, 2018년에는 8,800억 원(추정치)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해외로 수출되는 웹툰의 비중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웹툰 시장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실력 있는 웹툰 작가들이 늘어나 다양한 웹툰 작품이 생겨난 것이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웹툰 시장이 크게 성장한 만큼 웹툰 작가들의 지위가 그에 걸맞게 높아졌는지는 의문입니다. 


상당수의 작가는 적은 수입과 계약 해지의 위험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며 웹툰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국내 웹툰의 성장 과정과 그와 관련하여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거래의 발생 원인을 살펴보고 최근 발생한 불공정거래 사례를 통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하고자 합니다.

 


 

 

 

' 웹툰의 등장과 웹툰 플랫폼 ' 

 

디지털 매체 및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기존의 출판 만화 (인쇄 만화)와는 전혀 다른 형식의 만화 장르로 웹툰이 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초창기의 웹툰은 현재와 같은 형태가 아니었으며, 일반 네티즌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이 개인 창작 공간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에 작품을 개시하면 그곳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불특정다수가 입소문을 내거나 공유를 하는 방식으로 확산되었습니다.

 

▲ 이미지 : 네이버-다음-네이트웹툰 로고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네이버(NAVER), 네이트(NATE), 다음(Daum)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자신의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 가능한 콘텐츠의 하나로 웹툰에 주목하고 이를 사업화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웹툰들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이 정기적으로 연재되면서 웹툰이 하나의 장르로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되었으며, 이 시기부터 점차 대중에게 인지도 있는 작가와 작품들도 나타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처럼 인터넷 포털 업체에서 웹툰을 정기적으로 연재를 한 것은 현재와 같이 웹툰 시장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후 포털 업체 이외에도 웹툰 연재만 전문적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났으며 2018년 기준으로 이와 같은 웹툰 사업자(유통 플랫폼)의 숫자는 60여 개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 웹툰 계약에서 불공정거래의 발생 ' 

 

 

역설적으로 웹툰 플랫폼의 숫자가 늘어나고 웹툰 시장에서 끼치는 영향력이 점차 커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웹툰 작가들의 지위는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웹툰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서는 자신들의 작품을 대중에게 노출할 수가 없게 되고, 한정된 공간(사이트) 내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기 위해서는 웹툰 플랫폼의 눈치를 보거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립적인 창작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던 웹툰 작가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극히 일부의 작가들을 제외하면) 웹툰 플랫폼에 예속되는 지위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웹툰 작가를 사업자로 볼 것인가, 노동자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문제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하는 쟁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이 웹툰 플랫폼이 웹툰 작가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사례(1) - 레진코믹스 ' 

 

▲ 이미지 출처 : 레진코믹스 로고

 

웹툰 플랫폼 중 하나인 ‘레진코믹스’와 연재 작가들 간의 갈등은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거래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갈등의 원인은 레진코믹스에서 계약 내용(조건)을 작가들과 충분하게 협의하여 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설정한 뒤 작가들에게는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특히 웹툰 연재 마감 시간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어기면 예외 없이 패널티를 부과하는, 이른 바 ‘지각비’ 조항은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많은 작가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레진코믹스 사태가 크게 부각된 데에는 갈등 이후 해결 과정에서 레진코믹스가 작가들에게 보여주였던 태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오히려 더 큽니다. 레진코믹스는 작가들과의 분쟁을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메인화면에 노출하지 않거나 광고를 제외하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법으로 대응습니다. 이는 웹툰 플랫폼이 연재 작가들을 자신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교체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사례(2) - 케이툰 ' 

 

웹툰 작가들이 웹툰 플랫폼과의 관계에서 겪고 있는 불공정거래 중 가장 큰 비중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수익 배분과 관련된 이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익 배분과 관련해서는 웹툰 사업자가 웹툰 작가들에게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수익과 관련한 정보를 작가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하는 문제가 더 큽니다.

 

▲ 이미지 출처 : KTOON 구글 플레이 스토어 공식 이미지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케이툰과 연재 작가 간의 갈등도 그와 같은 배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케이툰 사례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케이툰 쪽이 (유통사를 통하여)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연재 중단을 통보한 것이 갈등의 원인이지만 그 이면에는 웹툰 플랫폼인 케이툰이 작가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유통사와 작가들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해당 유통사를 통해 작품을 공급받으면서 작가들에게는 매출이나 수익과 관련된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은 점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 큽니다. 

현재도 케이툰 쪽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작가들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연재하는 공간은 케이툰이고, 독자들 역시 케이툰을 통해 작품을 접한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케이툰의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케이툰이 어쩔 수 없이 연재 중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작가들에게도 그 점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웹툰 사업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할 것입니다. 

 


 

 

 

'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해 플랫폼이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 

 

▲ 이미지 :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발표 <웹툰작가 실태조사> 보고서 中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웹툰 계약에서의 불공정거래가 발생하는 원인은 웹툰 플랫폼이 작가들과의 관계에서 일방적인 계약 조건을 설정하거나 계약 사항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하는 점이 큽니다. 계약 조건과 관련해서는 웹툰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당사자인 웹툰 플랫폼과 작가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련한 웹툰 표준계약서를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표준계약서를 마련한 기간이 오래되어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현실에 맞게 적절히 보완할 필요는 있습니다. 웹툰 플랫폼은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에 대하여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사전에 작가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정보 제공과 관련하여 웹툰 플랫폼은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 역시 함께 사업을 이끌어가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작가들에게 해당 웹툰 작품과 관련된 매출액이나 광고 수입 등 수익 현황 등을 정기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해서는 웹툰 플랫폼이 작가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이 우리 웹툰이 양적인 성장에서 그치지 않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일영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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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이제 웹툰은 한국의 유력한 서사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고 드라마는 이러한 웹툰의 강점을 흡수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으로서 동시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웹툰이 드라마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데요. 약 5년 전, 2014년 10월에 열린 
tvN 드라마 <미생>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담당했던 김원석 감독은 동명의 원작 웹툰과의 정서적 교집합에 대해, 작은 사건 하나에도 현미경으로 들이밀 듯 세세하게 비추는 연출을 시도했노라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원작이 다음웹툰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만화가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찬사를 보내던 중에도 혹자는 갈등과 해소의 파고가 그리 높지 않은 <미생>의 스토리로는 영상화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만큼 연출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기존 한국의 오피스 드라마에선 재벌 2, 3세 남자 주인공과 신입 여성 직원의 로맨스를 그리거나, 회사의 명운이 걸린 대기업 간 암투가 벌어지는 반면, <미생>에선 정직원이 되기 위한 인턴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세상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습니다. 주제 선정, 발표 팀원 간 호칭 정리 같은 아주 작지만, 본인들에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순간들을, 김원석 감독의 카메라는 밀도 높게 잡아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높은 시청률과 대중과 평단의 고른 호평이 있었습니다. <미생>은 한국 오피스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것은 연출자와 드라마 작가, 연기자들의 공로지만, 또한 웹툰 원작이 가진 장점을 전혀 다른 미디어인 드라마 안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이식하려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웹툰 원작이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 혹은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 드라마 시장에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웹툰 원작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성들이 드라마의 기존 문법에 변화라는 압박을 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웹툰의 드라마화는 단순히 해당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재밌는 결과물이 나왔느냐는 것과 별개로 한국 드라마의 문법에 유의미한 영향과 경쟁 압력을 줬느냐는 맥락에서도 돌아볼 만합니다.

 


 

 

 

' 소재주의, 웹툰 원작을 다루는 양날의 방식 ' 

 

▲ 이미지 : tvN <도깨비> 공식 이미지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은 웹툰들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라면 소재적인 특성이 한눈에 드러나는 장르물이라는 것입니다.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오피스 드라마는 회사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꽤 오래된 농담(이자 진담)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드라마에서 SF나 판타지, 추리, 공포, 스포츠 등 장르적 특성은 거의 언제나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라는 좀 더 거대한 요소에 흡수되기 일쑤였습니다. 

나름 신화적 세계관과 공들인 CG를 선보였던 김은숙 작가의 tvN <도깨비>를 예로 들어 볼까요? 천 년 조금 안 되게 살아온 신적 존재인 김신(공유)과 전생의 업보 등이 뒤얽힌 세계를 설정에 깔고 있지만, 결국 드라마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으나, 어딘가 어수룩한 매력의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끌리는 연약하지만 씩씩한 여성의 연애라는 김은숙 표 트렌디 드라마의 오랜 문법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화 혹은 웹툰 특유의 장르적 특성과 소재주의는 한국 드라마에 어느 정도의 다양성을 부여합니다.


 

 

▲ 동영상 : OCN <닥터 프로스트> 무빙툰, 출처 : OCN 공식 유튜브

 

OCN에서 방영한 2014년 작 <닥터 프로스트>는 원작과 같이 주인공인 천재 심리학 교수 프로스트(송창의)의 추론을 중심에 놓고 강력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인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사이코패스나 해리성 장애, 프로파일링 등 기존 추리 장르물에서 선호하던 극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상 영역에서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원작의 미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원작의 스핀오프처럼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구구절절한 캐릭터 설명 없이 천재 심리학자와 경찰의 수사 공조라는 설정을 무리 없이 그려낼 수 있었는데요. 



해당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국내 IP(Intellectual Property)I로 심리 분석과 범죄 해결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서사로 풀어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종의 퇴마 장르라 할 수 있을 2016년 작 tvN <싸우자 귀신아> 역시 귀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박봉팔(옥택연)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원혼이 된 김현지(김소현)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원작처럼 호러, 액션, 로맨틱 코미디가 뒤섞인 혼합 장르를 지향한 바 있습니다.

 

 

 

▲ 이미지 : KBS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

 

2016년 작 KBS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경우 주인공의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뀌었고,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였던 원작과 달리 거대 권력과 다툼을 그려내며 기존 법정 드라마의 거대 서사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이러한 거대 서사에 대한 집착은 두 번째 시즌인 <동네 변호사 조들호: 죄와 벌>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여전히 직관적인 제목 안에서 감자탕집 강제 퇴거 문제, 유치원 원장의 아동 학대 등 현실적인 분쟁 이슈를 녹여내며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주의는 많은 경우, 원작의 재밌는 설정 한두 가지만을 가져와 기존 드라마의 문법에 끼워 맞추는 수준의 방식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가장 뜨거운 배우 중 하나인 주지훈을 캐스팅하고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들이고도 시청률 3%에 그친 2019년 작 MBC <아이템>이 있습니다. 원작으로부터 제목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물 ‘아이템’이라는 설정만 가져오고, 그 외 캐릭터와 서사의 모든 부분을 새로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정의로운 검사와 사이코패스 재벌 2세의 대결이라는 구도 안에 ‘아이템’ 이란 소재를 끼워 넣었는데요. 그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아이템’에 집착하는 재벌 2세 조세황(김강우)의 악행 상당수가 굳이 ‘아이템’을 쓰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이란 것이죠.

 

▲ 동영상 : MBC <아이템> 예고편 출처 : MBC dream 유튜브 채널

 

검경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지닌 이가 굳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 교통경찰에게 시력을 빼앗는 향수를 쓰는 모습을 보며 판타지의 장르적 쾌감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즉 기존 드라마의 선악 구도에 ‘아이템’을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냄새를 눈으로 본다는 설정만 남기고 주인공부터 배경까지 모든 걸 흔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로 구성한 2015년 작 <냄새를 보는 소녀>, 역시 제목과 미신을 맹신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만 남긴 2016년 작 <운빨로맨스> 등에서 반복됐고, 지금까지 웹툰의 드라마화에서 꾸준히 벌어지는 문제들입니다. 

다시 말해 웹툰 원작의 독특한 설정과 소재는 꾸준히 드라마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정작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웹툰 특유의 정서와 서사적 특징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작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편의적 소재주의의 함정을 소위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큰 기대를 받았던 두 편의 웹툰 원작 드라마 tvN <계룡선녀전>과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경우를 보면 단순히 캐릭터와 서사의 ‘싱크로율’을 기계적으로 높이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 요소 상당 부분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이미지 : tvN <계룡선녀전> 공식 포스터

 

<계룡선녀전>은 심지어 극 중 호랑이로 변신하는 점순이 캐릭터를 CG로 구현하는 노력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원작에 담긴 로맨스 서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한국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클리셰를 답습하느라 원작의 미덕을 조금도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계룡선녀전>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예민한 성격에 이성을 신봉하던 정이현(윤현민)은 드라마에선 예민하다기보다는 과거 SBS <파리의 연인>에서부터 이어져 온 흔한 ‘버럭남’이 되었고, 그런 이현과 적절히 건조하면서도 깊은 우정을 유지하던 이함숙(전수진)은 드라마에선 이현을 짝사랑하며 선옥남(문채원)과 이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듭니다. 

 

▲ 이미지 :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인물 관계도, 홈페이지 캡처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원작 파괴 방식도 <계룡선녀전>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데, 병적인 결벽증을 지닌 청소업체 CEO 장선결(윤균상)은 원작에서도 예민했지만, 드라마 안에선 대놓고 타인에게 까칠하게 굽니다. 또한, 여기서도 원작에 없던 최군(송재림) 캐릭터가 등장해 주인공 선결과 길오솔(김유정)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듭니다. 


해당 원작들이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의 대척점 혹은 보완할 지점에서 로맨스를 구성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계룡선녀전> 원작에서 정이현과 선옥남, 혹은 정이현과 김금 사이의 이성애적 로맨스는 그저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며, 중요한 건 각 인물이 서로와의 관계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총체적 과정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경우 원작부터 명백한 로맨스 장르지만, 선결과 오솔의 로맨스는 두 인물의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과 관계들을 눈에 띄게 납작한 K-로맨스 캐릭터로 변환해버렸습니다. 어차피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로 범벅된 대본은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웹툰 IP를 원하는 것일까요? 정말로 원작의 장점을, 기존 서사 매체에선 볼 수 없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이식하겠다는 욕심이 있기나 한 걸까요?

 


 

 

 

▲ 이미지 : tvN <미생> 공식 포스터

 

로맨스는 언제나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주요 요소였고, 특히 ‘욘사마’ 열풍을 일으킨 KBS <겨울연가>의 성공과 한류 열풍 이후 절절한 로맨스는 한국 드라마를 규정하는 장르적 특성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로맨스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에서 통념처럼 자리 잡은 로맨스 공식이 맥락 없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드라마 <미생>의 주요 미덕 중 주인공 장그래(임시완)와 동료 안영이(강소라) 사이의 로맨스 없는 동료애를 꼽을 수 있는 부분을 예로 들 수 있죠. 라마 안에서도 성공적이었지만 꼭 로맨스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이겨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회사 일과 조직의 메커니즘이라는 소재에 깊이 천착한 원작의 관점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동시에 세대론 적인 관점까지 녹여낸 <미생>에서 장그래와 안영이 포함 동기들 간의 신뢰 가득한 수평적 관계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희망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구도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에 로맨스가 끼얹어져 장그래와 안영이 사이, 혹은 장백기(강하늘)까지 포함된 삼각관계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물이 나왔을까요?

 


 

 

 

 

▲ 이미지 :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홈페이지 캡처

 

<미생>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역시 tvN에서 방영됐던 2018년 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기존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배반하며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원작 웹 소설과 웹툰보다 좀 더 뻔뻔하게 그려진 이영준(박서준)과 더 단호해진 김미소(박민영) 캐릭터는 존 한국 드라마 속 재벌 2세와 여성 직원 간 로맨스라는 클리셰를 비틀어 관계를 역전시킵니다. 

‘자뻑’에 빠진 이영준에게 질린 김미소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를 통보하고, 이영준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원하면 연애까지 해주겠노라 선심 쓰듯 말하다가 거절당하는 모습은 기존의 재벌 왕자님 캐릭터와 로맨스 서사를 뒤틀고 희화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에 충실한 작품이 되었지만, 드라마의 초반 임팩트는 확실했습니다. 원작이 왜 인기를 얻었는지, 재미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이해한 연출과 연기는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좋은 선례가 나왔음에도 많은 드라마가, 심지어 웹툰 원작 드라마들조차 K-드라마적 클리셰와 고정된 문법을 고민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입니다.


 

 

 

' 웹툰이라는 경쟁 압력 '  

https://youtu.be/QriU9pvotY4

▲ 동영상 : CON <타인은 지옥이다> 캐스팅 영상, 출처 : OCN 유튜브 채널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스릴러물 OCN <타인은 지옥이다>와 코미디인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이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 N이 참여한 이들 라인업에서 원작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드라마의 문법을 다양화하는 결과물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웹툰이 드라마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웹툰의 드라마화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보단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서사 장르로서 웹툰이 드라마에 미치는 경쟁 압력이라는 것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동영상 :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공식 영상,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가령 넷플릭스 <킹덤>의 경우 김은희 작가가 참여한 만화 <신의 나라>가 확장된 프로젝트입니다. 이것은 만화 원작의 드라마화인 동시에 만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조선 시대 좀비물이라는 설정이 넷플릭스를 통해 더 구체화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또한 <미생>의 김원석 감독은 이후 연출작인 tvN <시그널>, <나의 아저씨>에서도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최대한 배제하거나 지연하며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 시장의 작은 변화들이 모이고 모여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

다만 확실한 건, 이제 웹툰은 한국의 유력한 서사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고 드라마는 이러한 웹툰의 강점을 흡수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으로서 동시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벌한 적자생존의 법칙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 장르든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서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진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웹툰이 드라마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절대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근우  | 2008년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진 <매거진 t>에 입사해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활동을 시작.  <텐아시아>, 웹매거진 <아이즈>에서 취재팀장으로 일했다. <지금만화> 1~3호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쓴 책으로 <웹툰의 시대>, <프로불편러 일기>,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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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의 마스터피스 <짱>에 이은 현란한 액션 만화의 목적지 <악의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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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짱>의 현상태는 이후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악의 혈통>을 다루기 앞서 전작 <짱>을 언급하자면 <짱>은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장기 연재된 임재원 작가의 학원 만화입니다. 출판 만화의 부침에도, 여러 차례의 매체 변경에도 임재원 작가는 한결같이 주인공 현상태와 그의 친구들을 그려왔습니다. <짱>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요? 학교 폭력의 본질을 심도 있게 파고든 작품이라서요? 아닙니다. 이 같은 시도가 없진 않았지만 서사의 추동력은 어디까지나 짱이 되기 위한 일진 학생의 욕망입니다. 

그러면 동시대성을 반영한 작품이어서? 부분적으로 옳은 답일 수 있습니다. ‘짱’이라는 신조어가 확산된 90년대를 반영하며 특히 작가의 거주지 인천은 작품 속 구체적 공간으로 재현됩니다. 하지만 이 답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시간이 멈춘 <짱>의 세계는 어느 순간 현실보다는 학원 만화 장르의 시공간에 보다 깊숙이 연계됩니다. 그러면 인기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탁월한 액션 신입니다. 액션 만화인 만큼 동어반복처럼 들리지만, <짱>의 액션은 그만큼 압도적이며 오랜 기간 독자를 매혹시켰습니다.  임재원 작가는 액션 만화의 장인입니다. 그리고 그런 그가 <악의 혈통>이라는 웹툰을 내놓았습니다.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임재원 작가는 <악의 혈통>을 통해 어떻게 액션을 구성하고 또한 그 액션을 통해 무엇을 그려낼까요?

이미지_ⓒ대원씨아이 '짱(임재원作)' 출처:북새통 홈페이지

 

심판자의 수직적 형상


<짱>의 액션 신을 볼까요? 싸움이 시작되면 인물들은 어지러이 얽히다 이후 정교하게 짜인 동선으로 차례차례 분절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분절된 칸들은 속도감 있게 나열되면서 독자를 고조시키는데 그러다 찰나의 순간 엄청난 타격감으로 장면을 폭파시킵니다. <악의 혈통>에서도 이러한 매혹적인 액션 신은 여전합니다. 도입부를 볼까요? 화면 중심에 시각 정보를 집중한 후 수직 스크롤로 운동성을 더한 웹툰 연출과 함께, 특유의 역동적 구도와 아크로바틱한 액션을 유감없이 펼쳐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악의 혈통>의 액션은 어딘가 부자연스럽습니다. 결정적 순간 자꾸만 머뭇거리며 예전 같은 타격감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타격감은 중요합니다. 리듬감을 발생시키고 액션과 액션을 자연스럽게 이어줍니다. 그래서 <악의 혈통>의 결여된 타격감은 액션 흐름을 끊고 때론 정지된 화면처럼 만듭니다. 이러한 결함은 단순히 작화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서사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한데, 학원 폭력을 다룬 <짱>과 달리 <악의 혈통>은 칼, 망치를 사용하는 살인을 다루기에 육체의 충돌을 자유롭게 폭발시킬 수 없습니다. 

<악의 혈통>은 본능적으로 살인자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춘 주인공 진수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법에 의하지 않고 악의 혈통이라 불리는 살인자를 처단합니다. <악의 혈통>의 세계는 선과 악이 뒤엉켜 인간의 심연을 파고드는 끔직한 도덕극의 무대며, 그 안의 인물들은 우월한 심판자와 비천한 죄인으로 관계 맺습니다. 주인공은 차갑게 아래를 내려 보고 살인자는 공포에 질린 채 위를 올려봅니다. 로우 앵글과 하이 앵글이 번갈아 교차하며 주인공에게 권능과 위압감을, 살인자에게는 공포와 무력감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인물의 기하학적이며 심리적인 구도는 수직의 이미지로 형상화됩니다. 물론 주인공과 살인자의 위치는 뒤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적으로 대립하는 구도만큼은 변함없습니다. 

심판자와 살인자 두 인물로 구성된 수직적 이미지는 끊임없이 여러 형태로 변주됩니다. 과잉된 무기 또한 이러한 수직적 이미지의 변주인데요. 망치와 칼은 형태 그 자체로 더 나아가 살인자의 신체와 결합할 때 각각 판사봉과 십자가가 됩니다. 주인공은 심판의 도구들을 휘두른다기보다 수직 즉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리는데, 이 무자비한 폭력은 수직 스크롤을 따라 심판의 이미지를 더욱 강렬히 표출하고 있습니다. 선과 악, 죄와 벌, 심판자와 처벌자 이 모든 것은 총체적으로 수직의 형상으로 수렴됩니다.

 

 

액션만화가 보여줘야 하는 것들

<악의혈통> 글 JQ STUDIO, 그림 임재원, 투믹스 연재

 

<악의 혈통>의 이야기는 법의 무력함에서 시작됩니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불신은, 법과 윤리의 근본적 쟁점과 맞닥뜨리게 하는데요. 주인공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즉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까요?  또한 악을 처벌한다면 어느 선까지 행해져야 할까요? 그 밖에 심도 있는 많은 질문이 제기될 것입니다. 사실 이 같은 질문은 특별한 건 아닙니다. 이미 미국 수정주의 슈퍼히어로 작품에서는 자경주의 윤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으며, 국내 꼬마비 작가의 <살인자ㅇ난감>에서도 <악의 혈통>과 유사한 설정으로 초월적 단죄를 다룬다<악의 혈통> 역시 이러한 연장선에서 심판의 윤리적 위상을 검토합니다. 초반부 주인공 진수는 살인자를 구별하는 능력과 함께 자신이 그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는지 고민합니다. 하지만 가학적 폭력과 수직적 카니발리즘(동족포식)에 사로잡혀 버린 것일까요? 아버지 죽음 이후, 심판을 확신하는 진수에게 내면의 갈등은 더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주인공의 욕망은 소거되고 그래서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말 그대로 멈춥니다.

 

 

이제 <악의 혈통>은 다층적 세계가 아닌 선악이 투쟁하는 이항 대립적 세계가 됩니다. 우린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악의 혈통>은 액션 만화입니다. 주인공은 서사의 관점에서는 선악의 경계에 걸친 단독자지만, 액션 만화의 관점에서는 경이로운 액션을 보여주는 행위자입니다. 액션 만화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결투, 폭력, 살인과 같은 극적인 행위를 정교한 형식으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폭력의 카타르시스와 액션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그런데도 <악의 혈통>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의미를 상실한 액션과 폭력은 공허하며 종국엔 무감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란한 액션의 동선이 어디를 향하는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서사와 형식의 긴장에 정확한 답은 없습니다. 서사와 형식이라는 두 점을 잇는 궤적 사이엔 수많은 선택이 존재합니다. 당장 결론을 짓기보다 대신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볼까요? <악의 혈통>은 어떻게 액션을 구성했고 무엇을 그려냈나? 보다 비관적이지만, <악의 혈통>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짱>의 후일담입니다.

 

 

 오혁진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지금,만화 vol.3"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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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장르 나들이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8. 9. 28.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tvN<김비서가 왜 그럴까>


젊은 세대들의 서브컬쳐였던 웹콘텐츠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쏟아지는 웹콘텐츠 속에서 콘텐츠 업계가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재차 확인하면서다. 두 편의 웹소설 완재를 마친 이수아 작가는 “웹콘텐츠는 창작시 제약이 적기 때문에 작가의 개성을 마음껏 내보일 수 있어 소재가 독특하고 폭넓다”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제작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원천소스로서 달라진 웹콘텐츠의 ‘몸값’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개성 있는 소재와그 완결성에 더해 대중의 반응까지 미리 엿볼 수 있는콘텐츠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제작자는 없는 법이다.


tvN 〈위대한 캣츠비〉(2007), KBS2 〈매리는 외박중〉(2010) 등 2010년을 전후해 시작된 웹콘텐츠의 드라마화는 이제 보편적인 일이 됐다. 올해가 그 정점을 찍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올해만 하더라도 tvN〈김비서가 왜 그럴까〉,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JTBC 〈내 ID는 강남미인〉,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우리 사이 느은〉(방송사 미정), 〈계룡선녀전〉(미정), 〈좋아하면 울리는〉(넷플릭스) 등 이미 방영되거나 제작되고 있는 웹콘텐츠 원작 드라마가 7편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꽃일수록 가시가 날카로운 법. 플랫폼별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원작을 옮기는 데에만 치중해도, 혹은 원작을 ‘아이디어’ 수준으로만 빌려와도 실패하기에 십상이다.



그렇기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콘텐츠 업계에서 바라고 있는 지식재산권(IP) 활용의 이상적인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김비서>의 원작은 정경윤 작가의 동명 웹소설이다. 2014년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후 로맨스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때 누적 조회수는 5000만 뷰에 달했다. 2016년에는 웹툰으로 그려졌고 역시 공을 거둔다. 누적 조회수 2억 뷰에 구독자 수 580만여 명(8월 초 기준)을 돌파했다. 이 작품은 카카오페이지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바탕으로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지난 6월 6일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기준)로 시작된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8.7%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지난달 26일 종영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청년 배우 박서준은 대세 배우로 입지를 다졌고, 숱한 작품에도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박민영은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며 사랑하는 이야기다. 이 한 줄로 스토리 설명이 가능할 만큼 이야기가 분명하지만 그만큼 서사가 빈약하다는 세간의 평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 빈약한 서사를 메워낸 일등 공신은 주인공들의 독특한 캐릭터와 그들이 빚어내는 호흡이었다. 하지만 캐릭터 플레이가 아무리 두드러진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처음 이 작품의 드라마화 소식을 접하고서 우려스러웠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갖은 묘사와 내면 심리를 서술할 수 있는 웹소설과, 적은 인물로 단순한 플롯을 전개하기 유리한 짧은 호흡의 웹툰은 그렇다 치더라도 매회 1시간 분량, 16부작의 긴 호흡을 가진 드라마가 이를 풀어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김비서〉는 원작의 톤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소설, 웹툰, 영상이라는 각 플랫폼의 특성을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이 결과 원작의 팬들은 물론 원작을 접하지 않은 이들을 설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우선 웹툰은 원작 소설의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가져오는 동시에 웹툰만의 생동감을 얻는 데 성공한다. 만화가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다소 비현실적인 묘사까지도 허락되는 자유로운 도상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웹툰은 텍스트를 바탕으로 독자가 직접 상상했던 공간적 배경과 인물 이미지를 구현하며 ‘보는 재미’를 높였다. 소설에서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 인물 심리 또한 웹툰의 서술적 한계로 인해 적절히 제한됐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압축적인 스토리 전개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감지하며 능동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예를 들어, 9년 전 영준이 회식자리에서 미소에게 “나 알지요?”하고 묻는 장면이 있다. 미소는 “회장님 아드님”이라고 답한다. 웹소설은 이 장면에서, 과거 함께 유괴를 당했던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소에 대한 영준의 섭섭함을 설명한다. 하지만 웹툰에서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미소를 바라보는 영준의 그림 한 컷으로 대신한다.


또 소설에서는 ‘비호감 나르시시스트’인 영준의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 한 페이지 이상 공들여가며 이를 설명하는 데 반해, 웹툰은 단 7컷의 그림으로 이를 대신한다. 특히 그 마지막 7번째 컷은 웹툰에서 영준이 처음 등장하는 컷이다. 이 컷에서 소파에 누운 영준 주변으로 반짝이는 빛과 꽃 이미지는 웹툰의 자유로운 표현이 어떻게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웹툰을 그린 김명미 작가는 “소설에서 표현된 상황이나 느낌, 인물들의 캐릭터성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까 고민했다”며 “글만으로 표현된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잘라내고 축약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앞서 얘기했듯 웹툰은 오히려 단순한 구조의 이야기를 옮기기에 유리하다. 인물 간 관계가 얽히고 서사가 복잡해질수록 짧은 호흡의 웹툰이 갖는 한계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지난해 웹툰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작가 사자토끼)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을 연출한 김선태 PD의 얘기다.


웹툰의 드라마화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도 있다. 원작의 매력과 가치를유지하면서 드라마만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사실과 웹툰의 짧은 호흡을 회당 60~70분, 짧게는 10부가넘는 긴 호흡의 드라마 대본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과정이다. 일부 웹툰의 경우 웹툰에 최적화된 소재로 인해 드라마화하기 쉽지 않거나, 단순한 플롯으로 인해 스토리의 확장성에 제한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오히려 원작에 익숙한 시청자들의 몰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험성 또한 있다.”



스토리 확장성의 한계는 〈김비서〉를 연출한 박준화 PD도 고민했던 부분이다. 이는 원작 팬들이 많은 작품일수록 해결이 더욱 쉽지 않은 문제기도 하다. 박준화 PD는 이에 대해 “영준 형인 이성연(이태환 분)과의삼각 관계, 부모와의 갈등 같은 것을 추가하는 게 어떨까 서사를 고민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새로운 서사를 가미하면 극성은 강화될지 몰라도 원작 정서와 디테일을 미묘하게 파괴하고 몰입을 방해할 것 같아 그대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사를 포기한 대신 박준화 PD는 영리하게 돌파구를 찾았다. 원작에선 주목받지 못했던 조연 캐릭터들을 활용하고, 영상화 과정에서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원작 소설과 웹툰의 인기 요인이었던 두 주연 배우들의 캐릭터 플레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볼거리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원작 소설과 웹툰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부속실 구성원의 활약이 컸다. 맛나는 사투리로 ‘카더라’ 소식을 전하는 부장 ‘정치인’(이유준 분), 극단적으로 촐싹 맞은 과장 ‘봉세라’(황보라 분), 그런 봉세라와 로맨스를 그리는 수행비서 ‘양철’(강홍석 분) 등 부속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크고 작은 사건과 로맨스는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였다. 간혹 조연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두 주인공의 로맨스 서사를 강화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는 박유식 사장(강기영 분)의 비서 설마음(예원 분)이 우연히 김 비서가 소개팅하는 장면을 보고 사진을 찍어 이를 실수로 유식에게 전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침 영준과 얘기하고 있던 유식은 이를 영준에게 보여주고, 영준은 소개팅 현장으로 다짜고짜 찾아가 화를 낸다. 이 에피소드는 웹툰에서 김비서가 영준 몰래 소개팅을 하며, 계속해서 소개팅남과 영준을 비교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정도로만 다뤄졌던 내용이다.



이와 함께 기존 드라마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컴퓨터그래픽(CG)과 각종 효과음이 적절히 가미돼 실사화 과정에서 자칫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원작 소설과 웹툰의 톤을 설득력 있게 유지했다. 보통 웹툰은 과장된 표현과 비현실적 연출을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지만, 영상의 경우 현실적인 연출이 기본이다. 드라마 ‘김비서’는 다양한 표현 방법을 활용해 영상과 웹툰의 간극을 좁혀 이질감을 없앴다.


예를 들어 드라마에는 박유식 사장이 김비서와 이영준의 관계를 썩은 사과에 비유하며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드라마는 CG로 사과를 유머러스하게 입혔다. 그리고 영준이 자신을 가리키며 ‘아우라를 운운할 땐 CG로 빛 효과를 주기도 했다. 정경윤 작가는 “소설은 행간을 음미하고 장면을 상상하면서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여지가 많은데, 영상의 경우엔 온전히 다 만들어진 장면으로 전달되다 보니 호흡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같은 스토리를 다른 표현으로 접하게 되는 게 무척 매력적이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 싱크로율을 높인 두 주연 배우의 호흡은 ‘화룡점정’이었다. 박민영은 드라마 종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 “웹툰 속 김미소와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중을 4kg 넘게 감량하고 옷과 헤어 및 메이크업도 최대한 똑같이 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박준화 PD는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이나 오디오, 드라마에서 표현 가능한 방법으로 콘텐츠 자체의 재미를 배가시키기 위해 공들였다. 특히 매 신마다 박서준-박민영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하고 공들여 촬영했다”고 말했다.


요악하자면, 드라마 <김비서>는 원작이 가진 단순한 서사의 한계를 훌륭히 극복했다. 두 주연배우의 호흡을 바탕으로 원작의 캐릭터 플레이를 부각시켰고, 이 중심 플롯을 유지한 채 조연들을 활용해 부수적 플롯까지 더 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그간 드라마 속에서 보기 힘들었던 각종 효과도 주효했다. 이를 통해 드라마는 원작소설과 웹툰이 가진 정서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드라마만의 재미를 보여줬다.


어떤 웹툰을 영상화해야 하는지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서사든 캐릭터든 완벽한 웹툰은 없다. 이걸 영상화한다고 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저 서사든, 캐릭터든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면
그것을 중심에 놓고 밀고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 아닐까



사실 웹콘텐츠의 경우, 대개 인기가 입증된 콘텐츠를중심으로 영상화가 진행된다. 이는 웹콘텐츠 원작 드라마가 원작 팬들의 기대를 저버릴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말과도 같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경쟁작뿐 아니라 드라마의 원작과도 경쟁해야 한다는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분명 녹록지 않은 조건이다. 앞서 적지 않은 웹콘텐츠 원작 드라마들이 괜히 부진했던 게 아니다.


2015년 MBC 드라마 〈밤을 걷는 선비〉는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경우 원작으로 부터 ‘흡혈귀’가 등장한다는 아이디어와 함께 인물 설정을 따왔지만, 드라마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원작의 기본 정서 자체가 달라졌다. 조선 왕조를 농락하는 흡혈귀를 죽일 ‘비망록’에 관한 서사를 강화하면서 기존 로맨스물에 가까웠던 원작이 ‘정치물’처럼 비쳐진 것. 여기에 영상으로 구현이 쉽지 않은 흡혈귀 등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CG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각색과 연출 모두 실패했고, 결국 원작팬들은 물론 대중에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2015년 JTBC 드라마 〈송곳〉의 경우는 좀 특별했다. 원작 정서에 충실했지만 드라마라는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최고 시청률 2.2%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노조 결성 방식과 투쟁 방식, 노동법 조항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데 드라마가 치중하면서 대중이 쉽게 드라마에 스며들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김우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노동법을 공부하기보다 노동법이 왜 필요한지를 직관적으로 공감하고 싶을지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원작 팬들에게는 극찬을 받았지만, 웹툰을 보지 않은 대중까지 설득하지는 못했다.

반면에,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2014년 tvN 드라마 〈미생〉탄탄한 서사를 갖춘 원작을 현실감 높게 가져오며 기존 팬들은 물론 대중적으로도 선택받을 수 있었다. 특히 드라마는 웹툰과 비교해 주인공인 장그래의 자기 계발 에피소드를 축소하는 대신 ‘워킹맘’이나 고졸 계약직의 애환, 여직원에 대한 직장 내 성차별과 관련된 서사를 강화ㆍ확장하며 폭 넓은 대중성을 획득했다. 그러면서도 직장인의 애환을 다룬 원작의 정서를 충실히 구현했다. 

플랫폼을 넘나들며 흥행한 〈김비서〉는 좋은 IP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자체로 드러낸다. 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어떻게 원작을 변용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기도 하다. 하지만 〈김비서〉가 딱 부러진 정답은 아니다. 슬프지만 그런 정답은 있지 않다. ‘원작을 존중하되, 플랫폼에 맞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 정도가 정답이라면 정답일까. 구체적인 방법은 결국 원작과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시간 내외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설득해야 하는 영화의 경우, 원작 재현에만 초점이 가면 자칫 산만한 전개와 뻔한 내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따라서 〈김비서〉는, IP 활용의 숱한 방법 중 하나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참고 사례라는 데 의의가 있을 뿐이다. “어떤 웹툰을 영상화해야 하는지는 쉽게 규정할 수 없는 문제다. 서사든 캐릭터든 완벽한 웹툰은 없다. 이걸 영상화한다고 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저 서사든, 캐릭터든 뭔가 매력적인 요소가 하나 있다면 그것을 중심에 놓고 밀고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자기 확신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 아닐까.” 〈김비서〉의 드라마화를 결정한 제작사 본팩토리 오광희 대표의 말이다. 정답을 찾아가는 데 한 가지 힌트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김비서〉 흥행 신화의 가교, YJ Comics 김영중 대표


히트 웹소설로 시작한 작품이 히트 드라마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중간 단계였던 웹툰의 역할이 컸다. 장르를 넘나드는 〈김비서가 왜 그럴까〉(이하 <김비서>) 연속 흥행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웹툰 제작사 YJ Comics 김영중 대표를 만나 김 비서 웹툰화 과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웹툰 〈김비서〉를 만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원작 〈김비서〉의 유통을 맡았던 카카오페이지는 2015년부터 소설의 웹툰화를 시도하며 좋은 반응을 얻어 왔다. 그 해 가을에 카카오페이지는 우리 측에도 4편의 웹소설 타이틀의 웹툰화 가능성을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해왔고 그 중의 한 작품이 <김비서>였다. 개인적으로 과거 순정만화계에 몸담았던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작품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건 될 것 같다’는 모종의 감이 왔다. 그렇게 작품을 검토한 뒤 웹툰화를 맡아줄 김명미 작가님께 연락하면서 웹툰 제작이 시작됐다.



Q. 작가와 작품의 성공적 매칭이 중요할 것 같다.

〈김비서〉의 경우 여러 작가들 중 김명미 작가에게 재창작을 제안하게 된 이유는?


A. 웹툰 제작을 맡아 줄 작가를 찾는 방식은 드라마 제작진이 배역에 맡는 배우를 찾는 방식과 유사하다. 배우들이 각자 잘 하는 장르가 있듯이 작가들도 저마다 독자적인 스타일과 특기가 있다. 이를테면 판타지 장르 전문 작가들 중에도 중세 배경 판타지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현대배경의 판타지를 잘 하는 분도 있다. 이런 작가별 특화 분야를 우리는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김명미 작가님의 경우 기존에 함께 작업해본 경험에 의거해 로맨틱 코미디 스타일의 원작을 훌륭히 소화해 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Q. 웹소설은 가짓수도 많고 스타일도 다양하다.

이들 중에서 웹툰화할 작품을 선정해 내는 과정이 궁금하다.


A.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첫째는 원작 소설의 제작사나 유통 플랫폼 측에서 여러 작품의 웹툰화를 제안해 오고 그 중 우리가 검토를 거쳐 선정하는 방식이다. 둘째로는 앞서 말했듯 특정 작가에 어울리는 작품을 원작사와 플랫폼이 선별하여 추천하는 방식이 있다.


원작사나 플랫폼이 추천작들을 제안해 올 경우엔 회사 내부에서 여러 명이 작품을 읽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웹툰으로 옮겨왔을 때 소설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살려내고 그 이상의 재미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렇게 선정된 작품을 어울리는 작가에 매칭시킨다.


한편 작가에 맞춰 작품 추천이 들어온다면 이들 중 웹툰에 최적화된 작품들을 추가적으로 선별한 뒤 선정 이유와 함께 작가들께 전달한다. 이런 작품들의 웹툰화 가능성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은 우리와는 또 다르다. 작가가 웹툰화 적합성을 최종적으로 판단해 하나의 작품을 고르면 제작이 이뤄진다.



Q. 원작 소설 배포를 맡았던 카카오페이지와의 협업이 웹툰화 사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 같다. 구체적인 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A. 카카오페이지는 순정만화라는 장르 및 웹소설의 웹툰화에 주력함으로써 다른 웹툰 플랫폼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웹툰 제작사에 작품을 제안해 함께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공동 상업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더불어 프로모션 측면에서도 일단 고품질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나면 이 작품을 이용해 플랫폼 상에서 다양한 홍보 및 마케팅을 벌이기 좋은 구조다. 〈김비서〉 제작에서 홍보까지 이르는 과정에 두 기업의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Q. 여러 웹소설 작품을 웹툰화한 경험이 있다.

소설의 웹툰화에 따르는 공통적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A. 〈김비서〉 작품의 경우 김명미 작가가 매우 재미있어하면서도 주된 줄거리가 특정 장소 및 특정 인물에 한정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었다. 더불어 원작 소설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두 사람의 연애 ‘밀당’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만화는 소설과 달리 매 에피소드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나 줘야만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작가가 이런 문제로 인해 스토리 구상에 어려움을 겪을 때면 우리 측에서도 다양한 스토리 아이디어를 짜 작가에게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웹툰과 소설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소설의 경우 후반부의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초반에 내레이션을 집중시키는 경우가 있다. 만화에서는 내레이션 방식의 해설이 어렵기 때문에 후반부의 사건을 앞으로 끌어오는 등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한편 등장인물 수가 너무 많아도 힘들다. 이야기를 만들기에는 좋은 요소지만 각 인물을 그림으로 창조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정반대로 웹툰화가 용이한 작품들도 있다. 우리의 다른 작품 〈조선 세자빈 실종사건〉의 원작 소설의 경우 주연, 조연, 주변인물이 차지하는 각자의 비중이 웹툰의스타일에 매우 어울렸고, 인물이 다종다양한 사건을 겪는 다는 점에서도 웹툰화가 쉬웠다. 이런 특색은 드라마로 각색하기에도 적합해 보인다는 판단에 해당 작품의 드라마화를 프로모션하고 있다.



Q. 작품 각색 정도에 대한 원작 출판사와의 협의 과정은 어땠나?


A. YJ Comics는 〈김비서〉 이전에도 웹 소설을 웹툰화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원작을 출간한 가하출판사 담당자에게 각색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다. 사실 미디어 환경마다 연출이 달라져야만 한다는 점은 모두 이해하고 있는 사실이다. 가하출판사 역시 작품의 핵심과 주된 흐름만 훼손하지 않을 것을 당부하고 그 외 세부적인 각색은 전부 수용해줬기 때문에 여러 각색을 시도할 수 있었다. 작가님 본인도 만화에서 새로이 시도된 여러가지 연출을 즐겁게 보셨다고 들었다.



Q. <김비서> 웹툰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지?


A. 우선 원작 소설이 검증된 작품이었다. 그리고 훌륭한 원작을 김명미 작가께서 훌륭히 각색해 주셨다. 원작의 캐릭터가 잘 살아났고 매 화의 마지막 컷마다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도록 절묘한 연출이 이뤄졌다. 마케팅에 있어서는 카카오페이지에서 작품을 여러 채널에서 노출시켜줬고 우리는 이벤트 상품 준비 등으로 여기에 협조했다. 이런 요소들이 종합됐던 결과라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전했으면 하는 말은?


A. 〈김비서〉 IP가 많은 관심을 받고 이슈가 됐지만 이들 작품의 저작권 보호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 이슈라고 생각한다. 웹툰의 경우 네이버나 레진 등 플랫폼에서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 단속을 위해 3년이나 공을 들인 것으로 알고있다. 국내에서 우수한 재능을 지닌 창작자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저작권 보호는 잘이뤄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요즘 불법 콘텐츠 유통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개개인이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캠페인으로는 부족하다. 불법 업로드 조직 근절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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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IP의 핵, 한국 웹툰과 웹소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7. 12. 4.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작년 7월 부천 국제 만화축제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만화의 미래를 묻는 심포지엄이었는데요. 첫째 날 열린 ‘2030 : 만화의 미래’에서는 만화가이자 이 분야의 저명한 이론가인 스콧 맥클라우드가 단상에 섰습니다. 그는 2000년에 『만화의 미래』라는 책을 낸 바 있는데, 이 자리는 그의 예상이 얼마나 적중했고 빗나갔는지를 검증하는 자리라기보다는, 만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상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맥클라우드는한국의 웹툰은 '만화의 미래'의 예견에 가장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독자들은 페이지나 지면보다는 스크린을 하나의 창으로 인식하게 됐다. 언젠가는 독자가 작가에게 직접 고료를 지불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와 관련해 한국 웹툰 상황은 어떤지, 즉 광고 수익 중심인지 유료화 중심인지를 묻기도 하며어떻게 하면 이 산업에서 대안적 상품화가 가능할지 고민 중이다. 내가 예측한 것처럼 스크린을 창으로 보는 개념이 가장 빠르게 정착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기술적 미래에 대해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중요한 것은 만화에 기술을 적용할 때 사용자가 기술이 접목되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야 한다. 모니터라는 창이 없어졌을 때 웹툰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가상현실(VR)을 언급했습니다. 기술은 이미 ‘VR 웹툰을 현실화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한 맥클라우드는 웹툰의 미래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입니다.

 

 

 

 

한국의 웹툰은 정말 빠른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포털 사이트의 엄청난 트래픽을 토대로 급격한 양적 폭발을 겪은 웹툰은 그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했습니다. 단순히 스크롤을 통해 프레임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웹툰은 인접한 매체나 테크놀로지를 끊임없이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은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옥수역 귀신 - 이미지 출처 :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 웹툰 캡처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은 대표적입니다. 갑작스레 돌출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는 이 작품의 공포를 극대화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프레임 안에 갇힌 고정된 이미지라는 형식이 깨진 것입니다. 무적핑크의 <실질객관동화>는 증강현실(AR)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숨겨놓고, 김민정의 <콘스탄쯔 이야기>는 동영상을 결합하기도 했습니다. 성폭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콘스탄쯔 이야기>CCTV장면을 삽입하며 그 부분을 동영상으로 처리해 현실감을 높였습니다.
이외에도 사운드 효과를 추가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음악과 대사가 결합된 엔딩을 통해 TV드라마를 연상 시키기도 했습니다. 웹툰 기법 실험의 대표적 작가인 이종범의 <닥터 프로스트>3D로그린 배경을 사용하며, 캐릭터의 가상 SNS 계정을 만들고, 심리 테스트를 결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오창호 작가의 <러브슬립>은 연애 시뮬레이션게임의 포맷과 결합하였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웹툰은 전 세계 웹툰 문화의 전위에서 수많은 형식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선은 이제 VR에 이르렀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박인하 교수는 “VR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바 있는데, 지금까지는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최근에는 ‘가능할 수 있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웹툰이 지식 재산권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에게도 다른 각도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 변화가 계기가 되고 비용구조로 변환이 가능하다면, 그리고 획기적인 아이템이 등장해서 성취를 이룬다면, VR을 통해 특별한 지점을 성취할 수 있다”며 VR웹툰의 산업적 토대와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현재 VR과 웹툰의 결합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닙니다. 부천 국제 만화축제의 ‘만화+VR세미나에서는 그 구체적인 미래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는 “VR이 기존 웹툰의 플랫폼을 잠식하지는 않는다. VR은 하나의 디바이스일 뿐, 오히려 만화의 스토리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신성장동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체와 테크놀로지 사이의 시너지효과를 강조했습니다.
현재 웹툰 산업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매체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올해 1월에 열린 세계적인 만화 페스티벌인 앙굴렘 국제만화 축체에 참석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성능 대용량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LTE 등 고속 무선통신체계가 잡히면서 대용량 그림파일을 사용하는 웹툰이 날개를 달았으며 아직 실험 단계이긴 하지만, 작년 여름 부천 국제 만화축제에서 이미 VR과 결합한 웹툰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라는 말로 퀄리티와 규모의 관점에서 웹툰 산업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전 세계 최고의 웹툰 강국인 한국은 이미 프랑스 내 최대 웹툰 서비스 업체인 델리툰에 한국의 웹툰을 수출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 업체인 다우기술과 협약을 맺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오재록 원장은 인터뷰에서 한국 웹툰에 대해 외국의 만화 관계자들이 지닌 높은 관심도 지적했습니다.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 사무국이 한국의 IT 수준이라면 VR과 웹툰을 융합한 콘텐츠가 있지 않겠느냐고 문의하며 내년에 꼭 전시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처럼 웹툰은 현재 다양한 테크놀로지와의 결합을 통해 산업적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입니다.

 

 

 

영화 늑대의 유혹 - 이미지 출저 : 네이버 영화 <늑대의 유혹>

 

웹툰이 매체 환경의 변화와 기술적 시도를 통해 변모해 간다면, 웹소설은 현재 몇몇 장르를 통해 산업적 확장의 길 위에 서 있습니다. 작년에 1,000억 원 시장을 돌파한 웹소설은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사실 웹소설의 근원을 살펴 올라가다 보면 1990년대부터 PC 통신에서 연재되던 『퇴마록』 같은 소설을 만나게 됩니다. 2000년 무렵 인터넷망이 빠른 속도로 깔리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 초부터귀여니 현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소설이 쏟아졌습니다. 이후 판타지 등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이나 질적 저하 등이 문제 되기도 했지만 2013년 네이버에서웹소설’이라는 명칭을 처음 사용하고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보급되면서, 양적 성장과 함께 거대한 마켓이 형성됐습니다. 웹소설은 이제 논란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하나의 안정된 시장으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웹툰과 달리 유료 시장이 잘 조성되어 있는 웹소설은 현재 10여 개의 플랫폼을 중심으로 사용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오후 미디어> 기사에 의하면, 각 플랫폼은 다음과 같은 규모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네이버 웹소설은 로맨스 장르가 강세입니다. 성인용 콘텐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죠. 웹소설 전문사이트 문피아는 남성 독자의 비중이 높으며 현대 판타지가 인기입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이 활발한 곳이기도 하고요. 웹소설/웹툰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조아라의 경우 남녀 유저의 성비가 비슷합니다. 이런 구성이 플랫폼의 인기 작품에도 반영되어, 남성 취향의 판타지와 로맨스 판타지가 공존합니다. 북팔은 성인 로맨스가 강세입니다. 특히 인기 있는 작품들 중에는 BL 장르(Boys’ Love, 여성을 위한 남성 동성애 물)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백합물(여성을 위한 여성 동성애 물)이 대세인 레진코믹스를 비롯해 전자책 유통업체 리디북스가 만든 리디스토리, 일본 라이트노벨이 전문인 스윗사이드, 성인물이 메인인 미 소설 등의 플랫폼이 있습니다.

 

 

 

 

웹소설과 그 미래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원소스 멀티 유즈’, 미디어믹스현상입니다. 웹소설이 자체 시장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원동력인데요. 일례로 최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마켓에서도 웹소설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엔터테인먼트 지식재산권 마켓(Entertainment Intellectual Property Market, 이하E-IP마켓)에서 선정된 10편의 피칭프로젝트 중 7편이 웹 관련 콘텐츠였으며, 그중 두 편이 웹소설이었습니다. 2015년에도 10편 중 두 편은 웹소설이었습니다. 아직 웹툰만큼 강세를 띠진 않지만, 꾸준히 그 가치를 평가받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는 1990년대 말에 이미 이른바 ‘베스트셀러’로 상징되는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에서 소스를 가져오기 시작했습니다. PC 통신 소설 <퇴마록>1998년 박광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고, <엽기적인 그녀>(2001)가 결정적인 모멘트를 만들었으며, 2000년대에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늑대의 유혹>(2004) 등이인터넷 소설 영화’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웹툰이 새로운 소스로 등장했는데 강풀 원작의 <아파트>(2006)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수많은 웹툰 원작 영화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소스가 웹소설입니다. 지난해 박보검과 김유정 주연의 TV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 <구르미 그린 달빛>이 대표적입니다. 2014년 윤이수 작가가 네이버 웹소설에서 연재를 시작해 131회에 걸쳐 약 5,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이 소설은 2015년 열림원에서 5권짜리 세트로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16년엔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역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 웹소설-오프라인 소설-TV 드라마라는 전형적인 과정과 공식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 이미지 출저 :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홈페이지

 

SBS 드라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 이미지 출저 : SBS 드라마 달의 연인_보보경심 려 홈페이지

 

 

 

 

 

이처럼 현재 웹콘텐츠 시장의 중요한 트렌드는 오프라인 시장이나 지상파 혹은 케이블 TV시장을 오가면서웹툰-웹소설-웹드라마사이의 크로스오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원작이 되고, 하나의 소스가 다양한 매체로 확장됩니다.
영화도 뒤늦게 웹소설 시장과의 연계를 시도 중입니다. 최근 네이버 웹소설(플랫폼)은 쇼박스(영화 투자배급사), 해냄 출판사(오프라인출판사)와 함께 미스터리 공모전을 열어 조정호 작가의 <휴거 1992>(최우수상)를 비롯해 모두 세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쇼박스는 모든 작품을 두고 영화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웹소설 분야의 상업화는 특히 중국에서 활발하다. <우리가 잃어버릴 청춘> 같은 영화 프로젝트를 비롯해 중국의 많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중국과 외국 웹소설 IP를 사려고 혈안이며 텐센트, 아이치이 같은 그룹이 이끌고 있는 트렌드 속에서 웹소설은 웹드라마, 영화, TV 드라마, 게임 등으로 부지런히 증식 중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2016년에 매출 1,000억 원 시장으로 성장한 한국의 웹소설도 수 많은 콘텐츠의 원천이 될 거라는 것이 전반적인 진단입니다. 사실 플랫폼만 놓고 본다면 결코 중국에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이죠. 관건은 어떻게 대중적 코드로 각색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대중문학으로서 강한 장르성을 띠고 있으며,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유저의 검증을 거쳤기에 대중의 욕구를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웹소설은 분명 매력적인 콘텐츠입니다. 특히 서사구조에서 큰 장점을 지닙니다.
북팔의 김형석 대표는 “웹소설은 일반 소설과 달리 인물의 대사를 중심으로 서사가 구성되기 때문에 시나리오와 형식이 매우 유사하다. 그 때문에 각색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또한 한 작품 안에서 여러 번의 갈등 시퀀스가 반복되며 극의 긴장감이 엔딩까지 지속돼 몰입도가 높다”고 말했습니다. 대중 서사로서 웹소설은 뛰어난 흥행요소를 지니고있는 것 입니다. 웹소설은 아직 잠재력이 완전히 발휘되지 않은 블루오션이지만, 소스 콘텐츠 자체의 강점이 크기에 영화 등 다른 매체와의 결합에서 좀 더 큰 시너지효과를 낼 전망입니다.
웹콘텐츠 비즈니스의 핵심은 IP의 확장성입니다. 그런 점에서 웹툰이나 웹소설 등은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얼마든지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사례가 증명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글 김형석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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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진화 ‘병맛’ 코드도 바꾸다

상상발전소/문화기술 2017. 10. 27.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병맛’의 탄생과 진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IMF외환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1998년에 웹툰과 게임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초고속 인터넷 ADSL이 보급되고, PC방이라는 새로운 업종이 성행하던 때였죠. 스포츠신문, 웹사이트 등에서 지면에 올리던 만화를 웹에도 게재하는 형식으로 ‘웹툰’과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온라인 게임과 웹툰은 초고속 인터넷과 PC라는 인프라만 있으면 무료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청소년들은 열광하였지요. 포털 사이트들은 만화를 무료로 제공했고, 트래픽을 확보하는 방식의 간접 수익 모델을 적용하였습니다.




웹툰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는 콘텐츠였기 때문에 댓글을 통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에서 반응을 얻다 보면 작가가 될 수 있게 되어 더욱 호응이 컸습니다. ‘병맛’이라는 키워드의 부상은 그 자체의 재미뿐 아니라 기성세대의 질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분야에서 새 질서의 창시자가 되는 기쁨을 동력으로 삼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웹툰의 댓글을 보면 ‘병맛’이라는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생적으로 발생한 문화적 코드를 지칭하던 표현과 거리가 있습니다. 기발하고 특이하며 재미있다는 칭찬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2011년 11월, 아이폰이 출시됐고 이미지뿐 아니라 영상이 넘실대는 정보의 바다는 이제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 안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싸이월드와 블로그의 시대는 저물고 SNS가 관계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죠. 웹툰과 e스포츠를 만들어가던 활기는 이제 아프리카 TV와 유튜브와 같은 개인 방송 매체로 옮겨졌습니다. 이러한 매체의 대변혁의 시대에도 웹툰은 건재하게 버티면서 이미지의 서사인 웹툰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됐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웹툰을 보는 모습이 익숙하고, 웹툰 작가가 TV에 출연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이 가진 결제의 편의성은 2013년 레진 코믹스가 등장하고 유료결제 모델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덕분에 유료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바뀌었죠. 이전부터 유료화를 시도하던 네이버와 다음 두 포털 역시 결제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게 되었습니다. 양대 포털과 웹툰 전문 플랫폼들은 웹툰의 영상화 판권을 판매하고, 게임으로 제작하며 웹소설을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탑툰과 같은 완전 성인 취향에 치중한 플랫폼이 등장하고 엄청난 이익을 거뒀다는 뉴스가 게시되면서 군소 플랫폼이 대거 생겨나기 시작하였습니다.






2016년, 빠른 변화를 거듭한 웹툰 시장과 인터넷 문화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넥슨 클로저스 성우 교체 논란과 예스컷 운동인데요. 인터넷상의 여성 혐오 문제를 인지하던 웹툰 작가들이 성우교체를 반대하고 나서자 마찰이 커지면서 쟁점은 웹툰 작가와 독자의 관계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웹툰 댓글란을 통해 작가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였고, 댓글란이 없고 양대 포털 보다 회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레진 코믹스의 경우 탈퇴 인증이 이어지기도 하였죠. 결국 작가들에게 SNS 이용 자제 요청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건은 점점 확대 됐고, ‘창작은 권력이 아닙니다’라는 카피를 내세워 검열에 찬성한다는 예스컷 운동까지 일어났습니다

 

독자들은 어쩌다 검열을 찬성한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게 되었을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C제너레이션의 소비자 인식과 커뮤니티 선호 성향을 읽을 수 있습니다. 웹툰 시장은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조회수라는 가치와 ‘손님은 왕’이라는 격언이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실제 소비의 경험보다 소비자 정체성을 먼저 학습하였습니다. 댓글란을 통해 작가의 ‘태도’가 평가됐고, 그것은 재차 또 다른 오락이 되기도 한 것이죠. 


태도 역시 웹툰을 소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었습니다. 웹툰 작가는 독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또한 휴재 시에는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했습니다. 미덕은 어느 사이 의무로 자리 잡아 휴재 공지가 올라올 때 그 이유까지 상세히 서술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웹툰의 소통 창구는 댓글란 입니다. 댓글란은 언뜻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방백의 형태로 쓰인 댓글이 많습니다. 웹툰은 독립된 작품으로서만 소비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의 기쁨을 제공하는 콘텐츠인 셈인 것이죠.





소비자의 위치에서 웹툰 작가는 곧 스타입니다. 영향력을 행사하는 즐거움일 뿐 아니라 소통의 소재가 되기도 하죠. 이런 행위와 유사한 것이 바로 악플인데, 웹툰의 악플은 단순한 모욕이 아닌 집단 괴롭힘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소비자 정체성을 앞세우기에 본인들은 악행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요. 휴재시 달리는 댓글이나, 웹툰 유료화 결정 시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이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갑질의 오락적 경향이 심해지면서 가족상으로 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도 악플이 달리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악플은 웹툰의 역사와 함께 해온 부정적 현상이지만, 포털 등 웹툰 플랫폼은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C제너레이션의 소통 성향은 파급력이 강하기 때문에 댓글의 적극적인 필터링과 소비자의 부당한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최근 레진 코믹스 웹 소설 서비스가 갑자기 중지된 일도 플랫폼의 책임 회피로 작가와 독자가 피해를 보게 된 사례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플랫폼의 신뢰를 잃는 일이기도 한데요. 웹툰 협회의 출범으로 분쟁 중재의 주체가 등장한 지금이 웹툰 시장의 성장에 걸맞은 성숙한 환경을 조성할 적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작가와 독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단순한 윤리의 문제일 뿐 아니라, 손익과도 직결되는 일임을 인지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겠지요. 자발적 문화 생산지로 새롭게 떠오르는 스트리밍 시장이 참고할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글 선우훈 유어마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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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콘진, ‘베이징 국제도서전’ 한국공동관 운영

상상발전소/공지사항 2017. 8. 23. 15:15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콘진, ‘베이징 국제도서전’ 한국공동관 운영


◆ 한국을 대표하는 국내 만화 출판사 및 웹툰 에이전시 등 12개사 참여
◆ 연계 행사로 22일 한콘진 북경비즈니스센터에서 만화 피칭쇼 개최

  •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원장 직무대행 강만석)은 한국 만화·웹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5일간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장(Chin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에서 열리는 ‘베이징 국제도서전 2017(Beijing International Book Fair 2017)’에서 한국공동관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 국내 최대 만화전문출판사인 ▲(주)학산문화사 ▲대원씨아이(주)를 비롯해 KT 올레마켓 웹툰(KTOON) 공급 업체인 ▲투니드엔터테인먼트 ▲재담미디어 ▲한에이전시 ▲(주)이코믹스미디어 ▲(주)유주얼미디어 ▲다온크리에이티브 ▲다시마 필름 ▲씨엔씨레볼루션(주) ▲(주)분홍돌고래 ▲스마트한 주식회사 등 총 12개 기업이 참가하는 한국공동관에서는 일반 관람객을 위한 만화·웹툰 콘텐츠 전시와 함께 국내 참가기업과 현지 바이어 간의 수출상담회도 진행된다.
  • 행사 전날인 22일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북경비즈니스센터와 연계해 만화 피칭쇼 ‘세상 모든 이야기의 시작, 한국만화’가 개최된다. 원작으로서의 만화의 가치를 알리고 2차 저작물 판권 수출을 위해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한국공동관 참가기업 중 10개사가 참여한다. 피칭쇼 후에는 국내 참가기업과 중국 현지기업 간 수출상담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 한콘진 관계자는 일반 관람객의 참여도가 높고 출판 바이어 간 저작권 및 판권에 대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베이징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참가기업들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번 피칭쇼는 2017년에 처음 시도하는 행사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 비즈니스 센터를 통해 현지 만화 관련 바이어를 초청하였으며, 총 90여 건에 이르는 사전 미팅 신청이 이뤄졌다. 연이어 운영되는 베이징 국제도서전 한국공동관과 연계하여 추가 미팅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전년 대비 더 큰 실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편 올해로 24회를 맞는 ‘베이징 국제도서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 영국 런던도서전과 함께 세계 4대 도서전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86개국에서 2,407개의 출판업체가 참가했으며, 약 3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아시아 최대 도서전으로서의 위상을 굳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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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도자료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이나 취재를 원하시면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스토리산업팀 
김영진 대리(☎ 061.900.6433)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붙임1.베이징국제도서전 2017 한국공동관 운영 안내
붙임2.참가업체 대표 작품 사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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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아카데미, ‘캐릭터X이야기’ 무료강연 개최

상상발전소/공지사항 2017. 8. 14. 15:4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캐릭터로 이야기를 말하다”

콘텐츠아카데미, ‘캐릭터X이야기’ 무료강연 개최


◆ 30일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017 콘텐츠 플러스’ 3차 행사 열어…22일까지 참가자 모집
◆ 허성회 이야기농장 대표, ‘캐릭터로 이야기를 말하다’ 를 주제로 강연
◆ 한국콘텐츠아카데미(edu.kocca.kr) 온라인 과정 ‘캐릭터 움직임의 원리’ 수강 후 무료 참석 가능

  •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원장 직무대행 강만석)이 운영하는 한국콘텐츠아카데미는 오는 30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2017 콘텐츠 플러스(Content PLUS)(이하 콘텐츠 플러스)’를 개최한다.
  • ‘콘텐츠 플러스’는 기본교육에 실무 제작 노하우를 더한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으로 연말까지 ▲WEBTOON Insight(9월) ▲웹툰 제작 A to Z(9월)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10월) 등 총 10회의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 올해 세 번째로 열리는 이번 ‘콘텐츠 플러스’ 행사는 ‘캐릭터 이야기를 말하다!’를 주제로 허성회 이야기농장 대표가 캐릭터의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한다. 애니메이션 <빨간구두와 일곱난장이>, <점박이2>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허 대표는 간단한 캐릭터의 움직임을 담은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캐릭터 연기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노하우, 작업과정을 소개한다.
  • 참가자 접수는 오는 22일까지 한국콘텐츠아카데미 홈페이지(edu.kocca.kr)를 통해 받으며, 온라인 과정인 ‘캐릭터 움직임의 원리(8차시)’과정을 수료한 사람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 박경자 한국콘텐츠진흥원 교육사업본부장은 “콘텐츠 플러스는 수강생들이 온라인 교육에서 아쉽게 느낄 수 있었던 부분들을 오프라인 심화교육을 통해 보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강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한편 한국콘텐츠아카데미는 국내외 최고 강사진과 교육 노하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콘텐츠 분야 예비인력과 현업인들에게 필요한 ▲방송영상 ▲게임 ▲만화·애니·캐릭터 ▲음악·공연 등 500여 개의 풍부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육 플랫폼이다. 공식 홈페이지(edu.kocca.kr)와 모바일 앱 ‘콘텐츠아카데미’에서 모든 과정을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 문의하기 게시판 및 상담전화(02-6310-0770)를 통해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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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 없음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