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정서 차이로 장벽이 높았던 영미권 드라마가 최근 국내에서 리메이크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드라마 ‘지정생존자’ 리메이크 성공이 한국드라마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지난 여름 tvN에서 방영된 ‘60, 지정생존자는 국내에서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한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2016 tvN ‘굿와이프가 국내 최초의 리메이크 기록을 세운 이후부터 올해까지,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사례는 두 드라마 외에 tvN ‘안투라지’, ‘크리미널마인드’, KBS ‘슈츠’, TV조선 레버리지: 사기조작단 등 네 편이나 더 있습니다. 2002 SBS ‘별을 쏘다로 시작된 국내의 외국드라마 리메이크 역사에서 13년 동안 단 한 편도 시도하지 않았던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이 최근 3년 사이 부쩍 늘어난 것은 무엇을 의하는 걸까요.

 

 

 

' 외국드라마 리메이크 트렌드 변화 ' 

 

 

이 정도면 하나의 트렌드라 할만합니다. 네 편이나 리메이크작을 내놓은 tvN이 트렌드를 주도한 가운데,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 미국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에 가세했습니다. 범위를 더 넓혀 영국드라마 리메이크 사례까지 살펴보면 이 같은 변화가 더 잘 감지됩니다. 지난해 동명의 영국드라마를 각색한 미스트리스 라이프 온 마스가 각각 OCN tvN에서 방영됐습니다. 올해 초에는 MBC가 영국드라마 루터를 각색한 나쁜 형사를 선보였습니다.

 

▲ 이미지 :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 공식 포스터 ⓒtvN

 

그동안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작품 위주였던 외국드라마 리메이크 트렌드가 최근 들어 영미권 작품 리메이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이어서 현지화에 더 유리했던 일본과 대만 작품과 달리, 영미권 드라마는 문화나 정서 차이로 리메이크의 장벽이 높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러한 과거를 지나 최근 활발한 영미권 드라마 리메이크는 자연스럽게 한국드라마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세계에서 대중문화 시장을 선도하는 미국과 영국은 특히 장르물의 본고장으로 불립니다. 두 나라는 미스터리와 추리범죄수사물법정물메디컬 드라마 등 가장 인기 있는 장르물의 글로벌 포맷을 만들었습니다.

 

▲ 이미지 : 드라마 <굿와이프> ⓒtvN

 

실제로 기존의 일본과 대만 드라마 리메이크 작품은 로맨스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반면 영미드라마의 다채로운 장르물 리메이크는 한국드라마의 다양성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굿와이프’, ‘슈츠는 법정물, ‘크리미널마인드’, ‘라이프 온 마스’, ‘나쁜 형사는 수사물, ‘미스트리스는 미스터리 범죄물,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은 케이퍼물입니다몇 년 사이 국내에서 영미권 장르물에 영향을 받은 한국형 장르드라마들이 꾸준하게 성장해왔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제 그 본고장의 정통 장르물 리메이크 유행은 한국드라마가 글로벌 포맷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 

 


이 시기가 마침 미국 방송 시장에 한국드라마들의 포맷 수출을 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비록 제작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으나 리메이크 계약을 성사시켰던 tvN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SBS ‘별에서 온 그대’ 등이 포문을 열었습니다이어서 2017 SBS ‘신의 선물-14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파일럿 제작 없이 정규 시즌 편성을 받아 미국 지상파 채널에서 방영됐습니다. 같은 해 제작된 KBS ‘굿닥터 의 동명 리메이크작은 현재까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습니다. 마 전에는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JTBC ‘스카이캐슬이 미국 지상파 NBC에서 파일럿 오더를 받았습니다. 동아시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일었던 한국드라마의 위상이 특정 지역을 넘어 세계에서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 이미지 : JTBC 드라마 <SKY 캐슬> ⓒJTBC

영미권드라마 리메이크작은 다른 외국드라마 리메이크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공확률이 높은 편입니다. ‘굿와이프의 호평 이후 안투라지 크리미널마인드가 연이어 저조한 관심과 완성도 논란에 시달리면서 리메이크 열풍이 가라앉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2018년 방영된 라이프 온 마스가 시청률과 비평 양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양상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굿와이프의 이정효 감독이 연출을 맡은 라이프 온 마스  원작의 타임슬립 수사물 형식을 1980년대의 한국 상황에 자연스럽게 이식시켜 흥미로운 복고 수사물로 재탄생했습니다. ‘미스트리스는 시청률에서는 저조한 기록을 남겼으나, 완성도는 웰메이드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작품입니다. 선정적인 소재에 가려진, 여성들의 연대는 페미니즘이라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했고, 영화감독 출신의 한지승과 송일곤 감독이 선보인 품격 있는 영상미도 화제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슈츠 나쁜 형사는 범작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선전하며 장르물에 인색했던 지상파 드라마의 다양성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60일, 지정생존자의 성공 요인 ' 

 

‘60지정생존자는 한층 더 진화한 미국드라마 리메이크 사례를 남겼습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ABC와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지정생존자를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드라마 입니다. 정치 스릴러라는 장르가 국내에선 낯선 장르인 데다양국의 정치 제도에도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핵심 소재인 지정생존자 제도가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지정생존자(designated survivor)’ 제도는 대통령과 그 승계자들이 모두 사망하는 비상 상황이 생길 경우, 미리 지정해놓은 특정인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제도입니다.

 

▲ 이미지 :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의 한 장면. ⓒtvN

 

원작에서는 연두교서 발표가 진행 중이던 국회의사당에서 대형 폭발사건이 발생해 대통령과 그 직위를 승계할 고위 관료들이 동시에 사망합니다. 이에 지정생존자였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키퍼 서덜랜드)이 대통령직에 오르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기본 배경부터가 원작과 다른 ‘60지정 생존자는 이 제도를 대통령직 권한 대행 체제로 각색했습니다. 대통령이 연설 중이던 국회의사당에서 발생한 초유의 테러사건으로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두 사망하자, 법률이 정한 의전 순서에 따라 승계서열 14위였던 환경부 장관 박무진(지진희)이 권한 대행직에 오르는 것으로 출발했습니다. 국내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시 두 달 안에 차기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이에 ‘60일간의 권한 대행직이라는 전제가 붙었습니다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차이가 작품에 신의 한수로 작용했습니다. 원작에서는 톰 커크먼이 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박무진의 권력에 한계가 있어 사소한 결정 하나에도 논쟁과 해석이 이어지면서 더 흥미로운 긴장감이 구축됩니다. 시즌3에 이르는 원작의 긴 이야기를 16부작으로 압축해야 하는 포맷에서도 두 달 간의 시간 제한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가 대통령 권한 대행직을 수락한 것은 당시 비서실장 한주승(허준호)의 말 때문입니다. 대통령으로 권력을 행사하라는 게 아닙니다. 시민의 책무를 다하라는 겁니다. 권한대행 자리에 박무진 당신을 지목한 건 이 나라 헌법이니까.” 이 말대로 박무진은 내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상식 원칙에 의거한 정치를 펼쳐나갑니다. 박무진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의 젊은 참모진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처음에는 자신들이 속한 진영의 승리에만 관심을 쏟았던 참모진들은 박무진을 지켜보면서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을 위한 정치를 꿈꾸게 됩니다. 극본을 맡은 김태희 작가는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미국산 원작의 정치 스릴러를 그의 대표작인 KBS ‘성균관 스캔들의 청춘 성장 서사처럼 내일 더 나아질 나라의 미래에 주목하는 젊은 청와대의 성장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갔습니다.

 

 

 

' 한국드라마의 내일을 위한 메시지 ' 

 

 

‘60지정생존자의 성공은 단순한 리메이크의 모범 사례를 넘어 한국드라마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이 드라마가 방영 당시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순간은 차별금지법 에피소드 입니다. 국제 영화제 수상으로 전국민적 관심을 끈 감독의 커밍아웃으로 촉발된 극 중의 차별금지법 논쟁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예정이었던 박무진의 정치 행보에 치명타가 됩니다. 박무진은 결국 현실의 압력에 밀려 정책 입안을 유보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평등권이 아닌가라는 그의 물음은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드라마는 마지막회에서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박무진의 참모들이 차별금지법 서명을 받는 장면을 넣음으로써아직 끝나지 않은 화두임을 강조했습니다.

 

▲ 이미지 : 드라마 <60일, 지정 생존자> 공식 포스터 ⓒtvN

 

‘60지정생존자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미국드라마 리메이크의 장점이 단지 형식과 소재의 다양성뿐 아니라 진보적인 내용에도 있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원작에서도 다문화사회인 미국의 특성을 반영해인종과 성소수자계급 등 민감한 사회적 갈등을 중요한 내용으로 다룹니다.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는 드라마에 깊이와 공감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60, 지정생존자에 대한 호평 중 하나는 원작에 담긴 이러한 정신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미국드라마 리메이크의 첫 성공사례였던 한국판 굿와이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이 작품은 원작의 성소수자와 장애인페미니즘 이슈를 고스란히 녹여내 충성심 높은 원작 팬들까지 사로잡았습니다.

 

▲ 이미지 : KBS <슈츠> ⓒKBS 2TV

 

굿와이프에 이은 ‘60, 지정생존자의 성공 사례는 한국드라마가 재미와 형식의 완성도에만 신경 쓰던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숙한 주제의식을 갖춰야 한다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는 글로벌 시대에 콘텐츠가 갖춰야 할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단적인 사례로 세계 콘텐츠 시장을 좌우하고 있는 디즈니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 디즈니는 과거의 흥행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면서 혐오와 차별 같은 구시대적인 가치관을 수정하고 있습니다.  인종 다양성을 고려한 캐스팅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치적 올바름’ 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디즈니의 변화는 평등과 다양성의 메시지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미국드라마 리메이크 성공작들은 한국드라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환기합니다.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 herland@naver.com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3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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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이제 웹툰은 한국의 유력한 서사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고 드라마는 이러한 웹툰의 강점을 흡수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으로서 동시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웹툰이 드라마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절대 만만하지 않은데요. 약 5년 전, 2014년 10월에 열린 
tvN 드라마 <미생> 제작보고회에서 연출을 담당했던 김원석 감독은 동명의 원작 웹툰과의 정서적 교집합에 대해, 작은 사건 하나에도 현미경으로 들이밀 듯 세세하게 비추는 연출을 시도했노라 밝힌 바 있습니다. 사실 원작이 다음웹툰에서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만화가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이 찬사를 보내던 중에도 혹자는 갈등과 해소의 파고가 그리 높지 않은 <미생>의 스토리로는 영상화가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던 만큼 연출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기존 한국의 오피스 드라마에선 재벌 2, 3세 남자 주인공과 신입 여성 직원의 로맨스를 그리거나, 회사의 명운이 걸린 대기업 간 암투가 벌어지는 반면, <미생>에선 정직원이 되기 위한 인턴들의 프레젠테이션이 세상 무엇보다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습니다. 주제 선정, 발표 팀원 간 호칭 정리 같은 아주 작지만, 본인들에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순간들을, 김원석 감독의 카메라는 밀도 높게 잡아냈는데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높은 시청률과 대중과 평단의 고른 호평이 있었습니다. <미생>은 한국 오피스 드라마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것은 연출자와 드라마 작가, 연기자들의 공로지만, 또한 웹툰 원작이 가진 장점을 전혀 다른 미디어인 드라마 안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이식하려는 노력이 더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웹툰 원작이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 혹은 트랜스 미디어를 통해 드라마 시장에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웹툰 원작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성들이 드라마의 기존 문법에 변화라는 압박을 준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웹툰의 드라마화는 단순히 해당 드라마가 상업적으로 성공하거나 재밌는 결과물이 나왔느냐는 것과 별개로 한국 드라마의 문법에 유의미한 영향과 경쟁 압력을 줬느냐는 맥락에서도 돌아볼 만합니다.

 


 

 

 

' 소재주의, 웹툰 원작을 다루는 양날의 방식 ' 

 

▲ 이미지 : tvN <도깨비> 공식 이미지

 

드라마의 러브콜을 받은 웹툰들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이라면 소재적인 특성이 한눈에 드러나는 장르물이라는 것입니다. 메디컬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오피스 드라마는 회사에서 연애하는 이야기,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꽤 오래된 농담(이자 진담)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국 드라마에서 SF나 판타지, 추리, 공포, 스포츠 등 장르적 특성은 거의 언제나 로맨스나 로맨틱 코미디라는 좀 더 거대한 요소에 흡수되기 일쑤였습니다. 

나름 신화적 세계관과 공들인 CG를 선보였던 김은숙 작가의 tvN <도깨비>를 예로 들어 볼까요? 천 년 조금 안 되게 살아온 신적 존재인 김신(공유)과 전생의 업보 등이 뒤얽힌 세계를 설정에 깔고 있지만, 결국 드라마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전능에 가까운 능력을 지녔으나, 어딘가 어수룩한 매력의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끌리는 연약하지만 씩씩한 여성의 연애라는 김은숙 표 트렌디 드라마의 오랜 문법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만화 혹은 웹툰 특유의 장르적 특성과 소재주의는 한국 드라마에 어느 정도의 다양성을 부여합니다.


 

 

▲ 동영상 : OCN <닥터 프로스트> 무빙툰, 출처 : OCN 공식 유튜브

 

OCN에서 방영한 2014년 작 <닥터 프로스트>는 원작과 같이 주인공인 천재 심리학 교수 프로스트(송창의)의 추론을 중심에 놓고 강력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작인 웹툰 <닥터 프로스트>는 사이코패스나 해리성 장애, 프로파일링 등 기존 추리 장르물에서 선호하던 극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일상 영역에서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주로 다뤘다는 점에서 드라마에 원작의 미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원작의 스핀오프처럼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구구절절한 캐릭터 설명 없이 천재 심리학자와 경찰의 수사 공조라는 설정을 무리 없이 그려낼 수 있었는데요. 



해당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국의 <크리미널 마인드>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국내 IP(Intellectual Property)I로 심리 분석과 범죄 해결이라는 요소를 결합해 서사로 풀어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종의 퇴마 장르라 할 수 있을 2016년 작 tvN <싸우자 귀신아> 역시 귀신을 보고 만질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박봉팔(옥택연)과 수능을 못 치른 한으로 원혼이 된 김현지(김소현)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원작처럼 호러, 액션, 로맨틱 코미디가 뒤섞인 혼합 장르를 지향한 바 있습니다.

 

 

 

▲ 이미지 : KBS2tv <동네 변호사 조들호>

 

2016년 작 KBS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경우 주인공의 이름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게 바뀌었고, 소소한 에피소드 위주였던 원작과 달리 거대 권력과 다툼을 그려내며 기존 법정 드라마의 거대 서사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이러한 거대 서사에 대한 집착은 두 번째 시즌인 <동네 변호사 조들호: 죄와 벌>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여전히 직관적인 제목 안에서 감자탕집 강제 퇴거 문제, 유치원 원장의 아동 학대 등 현실적인 분쟁 이슈를 녹여내며 최고 시청률 17%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소재주의는 많은 경우, 원작의 재밌는 설정 한두 가지만을 가져와 기존 드라마의 문법에 끼워 맞추는 수준의 방식으로 진행되기 일쑤였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가장 뜨거운 배우 중 하나인 주지훈을 캐스팅하고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들이고도 시청률 3%에 그친 2019년 작 MBC <아이템>이 있습니다. 원작으로부터 제목과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물 ‘아이템’이라는 설정만 가져오고, 그 외 캐릭터와 서사의 모든 부분을 새로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정의로운 검사와 사이코패스 재벌 2세의 대결이라는 구도 안에 ‘아이템’ 이란 소재를 끼워 넣었는데요. 그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드라마에서  ‘아이템’에 집착하는 재벌 2세 조세황(김강우)의 악행 상당수가 굳이 ‘아이템’을 쓰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이란 것이죠.

 

▲ 동영상 : MBC <아이템> 예고편 출처 : MBC dream 유튜브 채널

 

검경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을 지닌 이가 굳이 자신을 기분 나쁘게 한 교통경찰에게 시력을 빼앗는 향수를 쓰는 모습을 보며 판타지의 장르적 쾌감을 느끼긴 어렵습니다. 즉 기존 드라마의 선악 구도에 ‘아이템’을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냄새를 눈으로 본다는 설정만 남기고 주인공부터 배경까지 모든 걸 흔한 한국 로맨틱 코미디로 구성한 2015년 작 <냄새를 보는 소녀>, 역시 제목과 미신을 맹신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만 남긴 2016년 작 <운빨로맨스> 등에서 반복됐고, 지금까지 웹툰의 드라마화에서 꾸준히 벌어지는 문제들입니다. 

다시 말해 웹툰 원작의 독특한 설정과 소재는 꾸준히 드라마 시장의 러브콜을 받고 있지만, 정작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웹툰 특유의 정서와 서사적 특징을 깊이 있게 고민하는 작품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편의적 소재주의의 함정을 소위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지난해 말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큰 기대를 받았던 두 편의 웹툰 원작 드라마 tvN <계룡선녀전>과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경우를 보면 단순히 캐릭터와 서사의 ‘싱크로율’을 기계적으로 높이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원작의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 요소 상당 부분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 이미지 : tvN <계룡선녀전> 공식 포스터

 

<계룡선녀전>은 심지어 극 중 호랑이로 변신하는 점순이 캐릭터를 CG로 구현하는 노력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원작에 담긴 로맨스 서사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존 한국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클리셰를 답습하느라 원작의 미덕을 조금도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합니다. <계룡선녀전>에서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예민한 성격에 이성을 신봉하던 정이현(윤현민)은 드라마에선 예민하다기보다는 과거 SBS <파리의 연인>에서부터 이어져 온 흔한 ‘버럭남’이 되었고, 그런 이현과 적절히 건조하면서도 깊은 우정을 유지하던 이함숙(전수진)은 드라마에선 이현을 짝사랑하며 선옥남(문채원)과 이현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듭니다. 

 

▲ 이미지 : JTBC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인물 관계도, 홈페이지 캡처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원작 파괴 방식도 <계룡선녀전>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데, 병적인 결벽증을 지닌 청소업체 CEO 장선결(윤균상)은 원작에서도 예민했지만, 드라마 안에선 대놓고 타인에게 까칠하게 굽니다. 또한, 여기서도 원작에 없던 최군(송재림) 캐릭터가 등장해 주인공 선결과 길오솔(김유정)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만듭니다. 


해당 원작들이 한국 드라마 속 클리셰의 대척점 혹은 보완할 지점에서 로맨스를 구성했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계룡선녀전> 원작에서 정이현과 선옥남, 혹은 정이현과 김금 사이의 이성애적 로맨스는 그저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며, 중요한 건 각 인물이 서로와의 관계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총체적 과정입니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의 경우 원작부터 명백한 로맨스 장르지만, 선결과 오솔의 로맨스는 두 인물의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인 인물과 관계들을 눈에 띄게 납작한 K-로맨스 캐릭터로 변환해버렸습니다. 어차피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로 범벅된 대본은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웹툰 IP를 원하는 것일까요? 정말로 원작의 장점을, 기존 서사 매체에선 볼 수 없던 개성 있는 캐릭터와 서사를 이식하겠다는 욕심이 있기나 한 걸까요?

 


 

 

 

▲ 이미지 : tvN <미생> 공식 포스터

 

로맨스는 언제나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주요 요소였고, 특히 ‘욘사마’ 열풍을 일으킨 KBS <겨울연가>의 성공과 한류 열풍 이후 절절한 로맨스는 한국 드라마를 규정하는 장르적 특성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랑이, 로맨스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이 안에서 통념처럼 자리 잡은 로맨스 공식이 맥락 없이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드라마 <미생>의 주요 미덕 중 주인공 장그래(임시완)와 동료 안영이(강소라) 사이의 로맨스 없는 동료애를 꼽을 수 있는 부분을 예로 들 수 있죠. 라마 안에서도 성공적이었지만 꼭 로맨스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통념을 이겨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회사 일과 조직의 메커니즘이라는 소재에 깊이 천착한 원작의 관점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동시에 세대론 적인 관점까지 녹여낸 <미생>에서 장그래와 안영이 포함 동기들 간의 신뢰 가득한 수평적 관계는 작품의 주제 의식과 희망적인 전망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구도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에 로맨스가 끼얹어져 장그래와 안영이 사이, 혹은 장백기(강하늘)까지 포함된 삼각관계가 만들어졌다면 얼마나 끔찍한 결과물이 나왔을까요?

 


 

 

 

 

▲ 이미지 :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홈페이지 캡처

 

<미생>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니고 있지만 역시 tvN에서 방영됐던 2018년 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역시 기존 한국 드라마의 문법을 배반하며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선 원작 웹 소설과 웹툰보다 좀 더 뻔뻔하게 그려진 이영준(박서준)과 더 단호해진 김미소(박민영) 캐릭터는 존 한국 드라마 속 재벌 2세와 여성 직원 간 로맨스라는 클리셰를 비틀어 관계를 역전시킵니다. 

‘자뻑’에 빠진 이영준에게 질린 김미소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퇴사를 통보하고, 이영준은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원하면 연애까지 해주겠노라 선심 쓰듯 말하다가 거절당하는 모습은 기존의 재벌 왕자님 캐릭터와 로맨스 서사를 뒤틀고 희화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에 충실한 작품이 되었지만, 드라마의 초반 임팩트는 확실했습니다. 원작이 왜 인기를 얻었는지, 재미 포인트가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이해한 연출과 연기는 드라마의 성공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좋은 선례가 나왔음에도 많은 드라마가, 심지어 웹툰 원작 드라마들조차 K-드라마적 클리셰와 고정된 문법을 고민 없이 사용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입니다.


 

 

 

' 웹툰이라는 경쟁 압력 '  

https://youtu.be/QriU9pvotY4

▲ 동영상 : CON <타인은 지옥이다> 캐스팅 영상, 출처 : OCN 유튜브 채널

 

올해 하반기 기대작으로 스릴러물 OCN <타인은 지옥이다>와 코미디인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등이 있습니다. 네이버 웹툰 자회사인 스튜디오 N이 참여한 이들 라인업에서 원작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드라마의 문법을 다양화하는 결과물들이 나오길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웹툰이 드라마에 미치는 진정한 영향은 웹툰의 드라마화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보단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서사 장르로서 웹툰이 드라마에 미치는 경쟁 압력이라는 것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동영상 :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공식 영상,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가령 넷플릭스 <킹덤>의 경우 김은희 작가가 참여한 만화 <신의 나라>가 확장된 프로젝트입니다. 이것은 만화 원작의 드라마화인 동시에 만화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조선 시대 좀비물이라는 설정이 넷플릭스를 통해 더 구체화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입니다. 또한 <미생>의 김원석 감독은 이후 연출작인 tvN <시그널>, <나의 아저씨>에서도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를 최대한 배제하거나 지연하며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드라마 시장의 작은 변화들이 모이고 모여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

다만 확실한 건, 이제 웹툰은 한국의 유력한 서사 매체가 되었다는 것이고 드라마는 이러한 웹툰의 강점을 흡수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으로서 동시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벌한 적자생존의 법칙을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이야기 장르든 시대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하고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서만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진보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웹툰이 드라마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절대 만만하지 않을 것입니다.

 


 위근우  | 2008년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진 <매거진 t>에 입사해 대중문화 전문 기자로 활동을 시작.  <텐아시아>, 웹매거진 <아이즈>에서 취재팀장으로 일했다. <지금만화> 1~3호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기획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쓴 책으로 <웹툰의 시대>, <프로불편러 일기>,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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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tvN ‘아스달 연대기’의 두 주연 배우 송중기와 김지원은 3년 전 KBS ‘태양의 후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태양의 후예’ 역시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였는데요. 영화 제작사 NEW가 16부작 제작에 총 130억 원을 투입했고, 스타 작가 김은숙이 극본을 맡았습니다. 방영 이후에는 최고 시청률 38.8%를 기록하면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고,방영 직후 수익만 500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유발습니다. 군대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태양의 후예’를 선택한 송중기는 초특급 한류스타가 됐고, 김지원도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태양의 후예'와 안방 블록버스터 시대

 

ⓒ KBS 2TV <태양의 후예>

한국드라마 역대 최다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아스달 연대기’의 탄생 배경에는 ‘태양의 후예’의 흥행 신화가 있습니다. 단순히 출연진이 겹쳐서만이 아니라, ‘태양의 후예’가 안방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성공 기준을 제시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후예’는 한국드라마 최초로 국내와 중국에서 동시 공개되면서 드라마의 글로벌화를 주도습니다.

 

이전까지 주로 트렌디 멜로물을 써왔던 김은숙 작가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서사의 범위를 확대하고 신선한 볼거리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특전사 대위 유시진(송중기)과 의료봉사단 팀장 강모연(송혜교)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액션과 메디컬, 휴먼 드라마 등 다채로운 서사와 가상의 국가 우루크라는 이국적 공간의 영상미가 폭발적인 시너지를 일으켰습니다. 영국 BBC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태양의 후예’의 인기를 분석하면서, ‘한류의 정점’으로 평하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작품의 경제적 효과는 1조 원으로 추산됩니다. ‘태양의 후예’ 성공 이후 한국드라마 대작 열풍은 한층 가속화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의 참여로 시장이 확대된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OTT(Over The Top)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2018년 제작비 430억 원으로 역대 한국드라마 회당 제작비 최고액을 기록한 ‘미스터 션샤인’(tvN), 회당 제작비 20억 원으로 기록을 새로 경신한 넷플릭스의 한국 최초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등 화제작들의 제작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그야말로 안방 블록버스터 시대가 열렸습니다. 최근의 대작 드라마들은 ‘태양의 후예’의 사례처럼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편적 서사와 참신한 상상력을 결합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발달한 CG 기술을 이용해 영상미에 한층 공을 들입니다. 그리하여 영화 못지않은 종합엔터테인먼트로서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고자 합니다.

 

안방블록버스터 정점에 섰지만 초라한 성적표

 

 

 

보면 볼 수록 신기한 아스달 속 CG!

아스달 연대기 | 보면 볼 수록 신기한 아스달 속 CG! - 아스달 연대기 Part 1,2 완전정복 알고 보면 쓸데 있는 신비한 아스달 연대기는 티빙과 VOD에서 무료로 확인하세요! - [아스달 연대기] part.3 아스, 그 모든 전설의 서곡 9/7 (토) 밤 9시 tv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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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는 이 같은 안방 블록버스터 시대가 추구하는 야심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캐스팅부터 한국 대작 영화의 멀티캐스팅 전략을 사용습니다. 송중기와 김지원 외에 또 다른 톱스타 장동건과 김옥빈을 합류시켜 스트라이커를 네 명이나 앞세우며 공격적으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선덕여왕’과 ‘뿌리 깊은 나무’의 사극 거장 김영현·박상연 작가 콤비‘미생’, ‘나의 아저씨’ 등을 성공시킨 tvN 최고의 스타 감독 김원석 PD지, 제작진의 위용도 화려합니다. 장대한 스펙터클을 창조하는 데도 공을 들였습니다. 세트장 건설에 투입된 비용만 120억 원에 달하고, 브루나이 로케이션 촬영이 추가됐으며, 영화 ‘신과 함께’를 3편 가량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그래픽(CG) 분량이 사용습니다. 서사의 스케일도 한껏 키웠습니다. 한국드라마가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수백 년의 시간에 걸친 영웅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정치, 멜로, 미스터리,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엮어낸 판타지 블록버스터였습니다.

 

 

그리고 6월 1일, 마침내 그 대서사시의 막이 올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7월 7일, 파트 2까지의 이야기를 끝낸 ‘아스달 연대기’ 성적표는 초라하기 그지없었습다. 방영 내내 시청률은 반등 없이 평균 6%대에 머물렀습니다. 얼핏 준수하게 보이나, 방영 전 기대감과 막대한 예산을 고려하면 극히 저조한 결과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완성도를 위해 2달간의 휴지기를 가진 뒤, 9월 7일부터 파트 3에 해당하는 6부작을 마저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벌써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모양새입니다. 당초 예고했던 시즌 2에 대한 기약도 없습니다. 극 중 도입부 내레이션을 담당한 무백(박해준)의 말을 빌려 묻고 싶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거대한 야심을 따라가지 못한 세계관

 

아스달 연대기’는 태고의 땅 ‘아스’에서 펼쳐지는 영웅들의 대서사시입니다. 거대한 흑벽을 경계로 구분돼 있던 아스의 중심지 ‘아스달’과 미지의 땅 ‘이아르크’가 아스달 연맹의 정복 전쟁을 계기로 충돌하는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아스달의 권력자 타곤(장동건)과 태알하(김옥빈), 그리고 이들에게 침략당한 이아르크의 은섬(송중기)과 탄야(김지원), 네 주인공은 아스달에서 운명적인 대결을 펼칩니다. 가상의 땅을 배경으로 영웅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 판타지 대서사시라는 점에서, 아스달 연대기’는 방영 전부터 ‘한국판 왕좌의 게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을 향한 기대감의 표시였던 이 수사는 방영 이후에는 냉소의 수사가 되고 맙니다.

논란은 방영 전 공개된 티저, 공식 홈페이지 설정 소개 등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개되자마자 주요 캐릭터의 콘셉트 포스터와 의상, 배경, 오프닝 영상 등 곳곳에서 ‘왕좌의 게임’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미국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판타지 대서사극의 대명사 같은 작품이기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방송이 시작되면서 유사 작품의 목록은 영화 ‘아바타’, ‘아포칼립토’, ‘브레이브 하트’ 등으로 점점 늘어났습니.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어디서 본 듯한 이미지’의 차원이 아닙니다. 유사 작품의 예를 보면 고대, 중세, 미래 등 시간 배경이 다양한데, 이는 투박한 돌도끼와 세밀하게 세공된 금속 장신구가 공존하는 ‘아스달 연대기’ 속 시대불명 혼종 세계의 한계를 말해줍니다. 고증이 어려운 상고시대 판타지라 해도, 그 작품만의 논리적이고 일관된 세계관을 갖추어야 합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시대상을 무분별하게 뒤섞음으로써 비주얼적인 면에서부터 논리적 세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질감만 도드라지는 CG 역시 영상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습니다. 

 

서사의 지평 확대 도전은 긍정적

더 근본적인 문제는 스토리텔링입니다. ‘아스달 연대기’ 가 추구하는 장르는 역사의 기원에서부터 현실 세계와 다른 독자적인 세계관을 토대로 한 하이 판타지(High Fantasy)입니다. 가령 ‘반지의 제왕’은 다양한 종족들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언어까지 치밀하게 창조해 이 장르의 전설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 역시 아스를 지배하는 여덟 신의 신화에서부터 아스의 지도, 그리고 뇌안탈, 이그트, 사람 등과 같은 여러 종족의 존재까지 고유한 세계관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뇌안탈 언어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드라마 서사의 지평 확대에 도전한 것 자체는 긍정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이 세계관을 극적 기법이 아닌 내레이션과 대사 위주로 풀어내면서 재미는 반감되고 전달력도 떨어졌습니다. 1회는 아스가 어떤 땅인지, 뇌안탈과 사람이 어떤 종족인지 설명하는 데 소비했고, 2회는 세계관이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시 아라문 해슬라 신화, 푸른 객성의 예언, 칸모르의 전설과 같은 낯선 설화를 설명하는 데 바쳐졌습니다. 대하드라마도 아닌 18부작의 2부를 설정 소개에 할애한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강조한 세계관은 독창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출생의 비밀로 상징되는 남다른 운명을 지니고 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부터가 다시 전형적인 영웅 판타지로 회귀한 서사입니다. 예언 속 영웅 아라문 해슬라의 후예임이 암시된 은섬이 자신의 정체도 모른 채 자라다가 와한족과 탄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비밀의 근원’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영웅 서사의 전형적 여정을 따라갑니다. 



부친 살해와 부족 파멸이라는 저주의 예언과 출생의 비밀 때문에 오랫동안 타지의 전장터를 떠돌다가 아스달 연맹 최고의 영웅이 돼 귀환하는 타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라마가 기존 영웅 신화의 남성 중심적 질서를 반복하는 동안, 여성 주인공 탄야와 태알하는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서 수동적인 운명에 갇혀 있다는 점도 진부한 한계입니다. 12회가 지나도록 태알하는 아버지 미홀(조성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탄야는 끝에 가서야 정령의 춤을 통해 자신을 향한 예언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작가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아스달 연대기’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면 ‘꿈’에 관한 부분입니다. 드라마 속에서 꿈은 모든 사람이 꿀 수 있는 것이 아닌 특별한 존재들만 만날 수 있는 ‘영능’으로 인식됩니다. 뇌안탈 종족과 혼혈인 이그트는 꿈을 꿀 수 있었으나 사람 종족에서는 샤먼에게만 꿈꾸는 능력이 주어졌습니다. ‘인류가 언제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을까?’라는 궁금증을 드라마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설정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을 쓴 김영현 작가는 늘 꿈의 서사를 펼쳐왔습니다. 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최초의 여성 어의라는 꿈을 향해 가는 여인의 성장기 ‘대장금’, 불길한 운명을 거슬러 이상적인 군주로 성장한 한민족 최초의 여왕 이야기 ‘선덕여왕’, 망국의 시간을 끝장내고 새 나라를 꿈꾼 여섯 인물의 건국기 ‘육룡이 나르샤’까지, 모두 꿈을 품은 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아스달 연대기’는 이 ‘꿈의 테마’에 대한 시원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최초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인류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달에서의 본격적인 권력 투쟁기가 펼쳐지면서 이 흥미로운 주제조차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맙니다. 

 

‘태양의 후예’ 이후 안방 블록버스터의 성공 계보를 이어간 ‘미스터 션샤인’과 ‘킹덤’은 규모가 커진 이야기 안에서도 작가들의 고유한 개성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구한말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 션샤인’은 김은숙 작가의 장기인 로맨스를 중심으로, 제국주의적 탐욕에 저항하는 영웅들의 활약, 차별 없는 세상에 대한 희망 등 글로벌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선보였습니다. ‘킹덤’ 역시 서구적 소재인 좀비와 죽어서도 신분 질서가 유지되는 조선 시대가 충돌하는 설정을 통해 김은희 작가 특유의 장르적 재미와 사회의식을 조화롭게 녹여냈습니다. 두 작품과 ‘아스달 연대기’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와 달리 후자에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사라지고 야심만 보인다는 데 있습니다. 한국드라마는 늘 작가의 예술이었습니다. 자본과 규모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도 작가의 창의성이 살아있는 스토리텔링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했습니다. ‘아스달 연대기’의 실패는 블록버스터 시대에 넘쳐날 상업 기획물들 사이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가르는 본질적인 가치를 새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글 김선영 대중문화 평론가 herland@naver.com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2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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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주 52시간 근로제', 방송사의 현실과 그 대책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 10. 15.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오는 7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기업은 근로시간 52시간을

넘길 수 없다. 특례업종 또한 26개에서 5개로 대폭 축소되면서, 콘텐츠 업계 대부분이

특례에서 제외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 2월 29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었고 '주 68시간 근무'도 1년 이후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300인 이상 사업장인 KBS, MBC, SBS 3사는 기존의 경영전략, 제작 관행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을 만나 분야별, 직종별로 다양하고 특수한 상황을 가진

방송사업장과 노동자들이 직면하게 될 문제점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

글. 박현정(편집부)

 

 

 

보도 파트와 예능/드라마 파트에는 온도 차이가 있습니다. 보도 파트의 경우, 신문사에서 먼저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 하게 되었기 때문에 같은 기자 직종으로서 비슷한 패턴으로 업무방식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관행으로 인한 불필요한 대기 또는 과도한 새벽 출퇴근이나 상사의 퇴근에 맞추는 등의 문화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능/드라마 파트의 경우에는 아직 체감할 수 있는 큰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현재 KBS는 기존의 업무방식대로 제작을 진행해보고 실제 근로시간이 얼마나 초과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로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업무방식의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KBS 정규계약직 대상으로만 진행되고 있어 계열사, 외주제작 스태프 등을 포함하면 초과 근무의 범위는 훨씬 넓어질 것입니다.

 


1. 타이트한 제작 환경

 

한정된 제작비와 일정 안에서 편성시간에 맞춰 결과물을 내기 위해서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 후반작업까지 여유 있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최근 예능프로그램은 회당 1시간이 훌쩍 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당 1회 1시간 이상의 방송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서 근로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 다. 제가 알기로, '1박2일' 같은 경우 주당 근무시간이 100시간에 육박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주당 52시간은 고사하고 68시간에라도 맞추고자 한다면 인력을 대폭 확대하거나 방송사 간 협의를 통해 편성시간을 줄인다 거나 하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1박2일>촬영장

 

2. 근로시간 측정의 어려움

 

방송 제작 과정은 상황이 다양하고 특수한 경우들도 많아 근로시간의 측정 기준을 세우기가 모호합니다. 만약 지방에서 촬영을 해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촬영 현장에 도착해 카메라가 ON-AIR되는 순간이 업무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지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가 업무의 시작일까요? 이 기준은 노동 유형에 따라서도 달리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장비가 필요한 조명·카메라 팀과 같은 경우 회사에 가서 장비를 가지고 출발해야 하고, 장비가 필요없는 스태프들은 자택에서 바로 촬영지로 출발할 수 있겠죠.

프리랜서들의 근로시간 측정은 더 어렵습니다. 회차별로 계약금을 산정하고 출장비는 별도 계산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시간을 측정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시즌에도 방송 관계자들은 살인적 노동을 했습니다. 한달 내내 서너시간씩 쪽잠을 자며 일해야만 하는 스케줄은 주 52시간에 대한 가시적 변화를 체감할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죠.

 

물론 방송이라는 매체 특성상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사건 사고나 대형 이벤트에 대응하는 경우 업무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방송사 또한 대형 스포츠 행사가 개최되는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정해진 기간 동안 초과 근무를 하고나면 약 2~3일 간의 휴가가 보장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중계진을 비롯한 제작 스태프들은 국제방송센터(IBC)에서 나오지도 못합니다.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관광은 커녕 타국에 가서도 기념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돌아오는 안타까운 상황, 그것이 국내 방송 환경의 현실입니다.

 

제작시설 환경 또한 열악합니다. 장르를 막론하고 편집실이 전반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스태프들이 정해진 근로 시간에 노동을 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편집실 부족, 한없이 늘어지는 대기와 이동 시간과 같은 환경적 열악함이 근로시간 측정의 어려움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피로도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출처 : 전국언론노조 SBS본부 노보

 

 

 

방송 관련 노동자들은 각자 처한 환경과 상황이 너무도 다릅니다. 오로지 하나의 기준으로 그 근로성을 판단 한다면, 논란의 여지가 다분해집니다.

 

분야별·직군별로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찾기가 어렵고 다르게 적용하기에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이는 노사 간 합의뿐만 아니라 노동자 사이에서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정부의 지침은 ‘노사 간 합의’에 무게가 실려 있으나 사업장의 크기나 노조의 성격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다양합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힘있는 노조는 사업자와의 협의를 통해 근무시간을 늘릴 수 있겠지만, 노조가 아예 없는 작은 외주제작사와 같은 사업장에는 노측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노동시간 측정이나 근로자성 인정 기준 등은 노사의 합의 의지에 달려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나 고용노동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방송계 근무자들 중 외주제작스태프, 즉 비정규직 종사자들 중에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지나친 장시간 노동도 문제긴 하지만 업무환경 자체의 개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사실상 노동시간의 단축은 비정규직 종사자들의 급여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근무자 본인은더 일해서 급여를 더 받고 싶은데,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이를 실현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죠.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에게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콘텐츠 업계도 마찬가지겠지만 방송 관련 종사자는 스스로가 본인의 노동시간을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종 특성상 창의성을 요하는 부분이기에 시간 단위, 주 단위로 끊어서 근무하는 방식이 효율적이지도 않고요. 주변의 방송 종사자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의견을 물을 때면, "우리 업무가 그런 시스템으로 가능한가요?"라며 당혹스러워 합니다. 연출자를 포함한 스태프들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은게 아니라 고생한만큼의 보상과 개선된 제작 환경을 보장받고 싶어하죠. 하지만 법적으로 인센티브를 주지 못하게 되어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같은 노동조건 안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프로그램의 제작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프로그램의 제작 단가를 낮추기는 힘든 일이죠. 제작비 절감을 위해 근로자들의 인건비를 삭감하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고요.

 

그렇다면 근로시간 단축은 곧 과도한 프리랜서의 고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의 줄어든 근로시간을 보전하기 위해 외주의 비대화가 계속 된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점차 줄어들게 되고 정책목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방송은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잖아요. 저는 노동조합의 대표이기도 하지만 ‘방송인’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원칙은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즉 시청자가 볼 권리, 알 권리, 즐길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청자의 권리 또한 노동자의 삶의 질만큼 소중합니다. 이 두 부분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욕구라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방송인 또한 제작 과정에 있어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 열정이 있으니까요.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콘텐츠의 질을 높이면서도 방송관련 종사자들에게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강요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만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사측의 선의에 기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닌 제작 환경 자체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어느 하나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현재 이 지점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노사 모두의 공통고민입니다.

 

 

 

정부의 기본적인 ‘근로시간 단축’의 목적은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추가 고용을 창출하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근로시간의 단축에 따라 삭감되는 급여에 대해 어떤 노동자가 적극적으로 동의할까요? ‘급여 삭감 없는 근로 시간 단축’은 불가능한 명제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모순은 노동자와 노동자, 그리고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합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방송산업이 다시 예외업종에 포함되는 것 또한 영구적인 해결방법은 아닙니다. 노동자의 행복과 콘텐츠의 경쟁력이 병행하려면 제작 환경이 바뀔 수 있는 기준이 생겨야 하죠.

 

이 기준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거대 미디어기업의 시장 독점과 그에 따른 불공정한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관된 규제와 진흥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 방송 산업의 특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이미 포화된 국내방송시장에서는 지상파 3사가 노동시간 단축이 유발하는 추가 인력의 수급과 제작비 확대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KBS의 경우도 수신료 인상이나 중간광고 허용 등의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정부에서는 ‘시청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크다고 판단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콘텐츠만큼이나 방송 산업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와 제작과정의 변수가 존재한다. 이처럼 특수한 사례들을 관통하면서도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전제'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노사를 넘어 모두가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사용자, 노동자가 모여 근로 형태 및 제작 환경에 대한 거시적 변화와 구체적 방안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근로자와 기업, 그리고 시청자 모두에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종합적 컨트롤타워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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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2018년 한국시트콤 시장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 8. 13. 18: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미지 출처 : MBC 거침없이 하이킥

2018년 한국 방송 드라마시장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쏟아낼 태세다. 그만큼 드라마 방영 시간이 많아졌고, TV 외에도 드라마를

방영하겠다고 나선 플랫폼이 많아졌다. 이런 흐름 속에 시트콤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때는 매일 저녁 시간 온가족의 웃음을 책임져주거나 심야에

‘성인 코드’를 강화해 찾아오던 그 시트콤 말이다.

-

글. 윤고은(연합뉴스 문화부 기자)



 이미지 출처 :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


시트콤(Sitcom)은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Situation Comedy)의 약자다. 이름에 콘텐츠의 성격이 집약된다. 에피소드 위주의 시추에이션(상황)이 강조되고, 코미디가 두드러진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방송가에서 사라졌다. tvN <감자별2013QR3>(2013~2014) 이후로 추정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TV조선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통해 오랜만에 시트콤이라는 단어가 부활했다.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전통적인 시트콤의 공식을 따랐다. 우선 제작진부터 ‘시트콤’이라 규정했고, 일주일에 나흘, 월~목 오후 8시 전후 저녁 시간에 30분 분량으로 방송됐다. 스튜디오 세트 녹화를 중심으로 촬영이 진행됐으며 웃음을 강조한 뚜렷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회별 완결되는 코믹한 에피소드가 이어졌다.

 

 

그간 방송사들은 시트콤과 유사한 양식의 코믹 드라마를 선보이면서도 시트콤이라는 말 대신 ‘예능 드라마’, ‘초미니 드라마’라는 용어를 내세웠다.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최고의 한방>, <마음의 소리>, MBC <보그맘> 등이 그러한 예이다. 모두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했지만, 시트콤과 상당 부분 교집합을 이룬 작품들이었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KBS2 <프로듀사>

   

이미지 출처 : MBC <보그맘> <마음의 소리> <최고의 한방>

 

방송가에서는 시트콤이라고 규정하면 일반 드라마보다 광고 단가가 낮다는 점, 제작진이 코미디보다는 드라마에 방점을 찍기를 원한다는 점 등으로 시트콤이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분석한다. 또 과거 시트콤은 예능국에서 예능 PD들이 만들었던 터라, 드라마국에서 비슷한 형식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드라마 PD들이 시트콤이라 불리길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청자는 시트콤으로 받아들이는데 제작진은 시트콤이 아니라고 하는 촌극이 발생한다.

  


올해도 4월 현재, 시트콤이 <너의 등짝에 스매싱>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4월 17일 막을 내린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나, 3월 28일 끝난 MBN <연남동 539>도 방송가에서 시트콤으로 분류됐다. 웃음으로 무장한 시추에이션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으라차차 와이키키> 제작진은 “시트콤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모든 작품은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시청자가 시트콤으로 받아들였으면 시트콤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다만, <으라차차 와이키키> 스스로 시트콤이라 말하지 않은 데는 스튜디오 녹화 위주로 제작하지 않았고, 웃음 효과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ENG 카메라로 촬영했고, JTBC의 미니시리즈 편성 시간에 방송을 했다는 점 등이 기존 시트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코믹한 캐릭터가 강조된 에피소드 형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트콤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시트콤도 드라마 아니냐. 우리가 시트콤이라 불리길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형식적인 면에서 시트콤과 일반 드라마의 중간지점에 놓인 시트콤형 드라마 정도 지점에 있는 듯하다”고 해석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시트콤인 듯 시트콤 아닌, 시트콤 같은’ 작품은 계속해서 나올 전망이다. 제작진의 작품 분류에 대한 고민에 상관없이 시추에이션 코믹 드라마와 같거나 유사한 형태의 드라마는 중단 없이 만들어져 온 셈이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통적인 시트콤 제작방식과 형식에 조금씩 변형과 실험을 가한 작품들이 나왔을 뿐이다.

 

 

변화는 필요하다. 그 이유는 <너의 등짝에 스매싱>에서 찾을 수 있다. TV조선이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간 방송한 <너의 등짝에 스매싱>은 0.4~0.5%의 시청률에 머물다 3월 1일 막을 내렸다.

  

이미지 출처 : SBS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SBS의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MBC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등을 통해 국내 시트콤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트콤의 대가’ 김병욱 PD의 신작이라는 이름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김 PD와 함께 시트콤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박영규와 박해미를 중심으로 권오중, 황우슬혜, 이현진, 엄현경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1.333%(닐슨)에서 출발한 시청률은 50부가 방송되는 동안 0.2%대까지 추락하는 등 힘겨운 상황을 이어갔다. 대다수 케이블 프로그램이 시청률 1%를 넘기기 힘들지만, 대대적인 관심 속에 출발한 작품으로서는 굴욕이다.


 

물론, TV조선이라는 채널의 한계도 컸다. 젊은층이 TV를 이탈한 시간대인 평일 오후 8시 편성도 불리했다. 하지만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답습과 반복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병욱 PD가 예전에 했던 작품의 캐릭터와 구조, 스타일에서 달라진 점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각 캐릭터 플레이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올드’하게 느껴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는 평가다. 주요 출연진과 캐릭터가 과거 작품과 겹치는데 새로운 한방이 없었다.

 

이미지 출처 :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반면,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화제성은 높았다. 4월 17일 마지막 회 시청률이 2.081%(닐슨)였으니, 케이블채널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젊은층의 구미를 당겼다. 주연을 맡은 김정현, 정인선, 이이경, 고원희, 손승원, 이주우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이들 청춘 6인방이 펼친 유쾌한 이야기와 코믹 연기는 입소문을 낳았다. 

 

 

후속작 스케줄 문제 탓이기도 했지만 그런 입소문 덕에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인기작이나 할 수 있는 4회 연장을 했고, 20회로 종영하면서는 시즌 2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청춘 시트콤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후 돈 많은 안사돈 집에 얹혀사는 처량한 가장의 이야기’(<너의 등짝에 스매싱>)는 온가족을 겨냥한 코미디라고 해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반면, 좌충우돌 청춘 남녀(<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코미디는 밤 11시 시청자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자연스럽게 시트콤이 세대교체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순풍 산부인과>(1998~2000)까지 가지 않더라도,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과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으로 각각 24.2%와 27.6%(닐슨)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김병욱 PD식 작법은 이제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됐다. 반면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신예들이 만들었다. ‘겨우’ 1~2%의 시청률이지만 케이블채널임을 고려할 때 가능성의 씨앗은 뿌려졌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트콤은 제작진의 노동 강도가 엄청나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좋은 콘텐츠로 각광받았다. 매회 웃음으로 완결을 지어야하는 대본을 일일극처럼 뽑아내는 일은 가히 살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일단 코믹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자리 잡으면 일반 드라마보다 적은 제작비로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장점에 방송사들이 한때 시트콤을 앞 다퉈 편성했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는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진을 혹사해서 일일 시트콤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런 대본을 써낼 작가 풀(Pool)이 적고, 향후 촬영현장에 주 52시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일일 시트콤은 더 이상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MBN <연남동 539>


<연남동 539>를 만든 MBN 김재훈 드라마부 팀장은 “과거와 같은 형태의 시트콤은 '하이킥' 시리즈가 사실상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며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둘러앉아 시트콤을 보던 시대도 지나갔고, 웹콘텐츠 등 시트콤을 대체할 다른 콘텐츠들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시트콤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획과 포맷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며 “어떤 지점에서든 과거의 시트콤과는 다른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할 때”라고 말했다.

 


<초인가족>을 내놓은 SBS 김영섭 드라마본부장도 “‘시트콤은 이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런 게 시트콤’이라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내용과 형식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가 있지 않으면 시트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과거 ‘야동 순재’처럼 발칙하고 독특한 캐릭터, 재미있는 캐릭터로 무장하는 것은 필수이고 거기에 젊은 층을 사로잡을 새로운 포인트를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지 출처 : SBS <초인가족>


시트콤의 묘미는 치고 빠지는 재미, 현실의 실시간 풍자 등에 있다. 개연성 높은 에피소드를 통해 현실감을 높이면서 웃음을 줘야 하는 동시에 과장과 왜곡, 생략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창조한 코믹한 캐릭터가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시트콤의 쇠퇴에는 이러한 시트콤을 요리할 인력이 부족한 점도 컸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방송한 JTBC 관계자는 “코미디는 작가나 연출자 입장에서 어려운 장르”라면서 “시트콤이 계속 만들어지던 과거에도 성공한 작품은 사실 그리 많지 않았다. 성공한 시트콤 연출자로 김병욱, 김석윤, 송창의 PD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시트콤은 잘 만들기가 어려운 장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처럼 코미디를 잘 쓰는 작가와 연출자가 결합할 경우 새로운 시트콤은 언제든 탄생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재능은 항상 어디엔가는 있기에 어떻게 찾아내 결합시키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진 작가와 연출진에게 기회가 열린 해다. 여기저기서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새로운 형태의 시트콤이 탄생할 여건은 마련됐다. 누가 다음 타자가 될 것인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방송영상산업, AI와 손을 잡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8. 7. 30. 15: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인류를 지배하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했던 것은 농담이었어요.

다음에는 상황을 보며 농담을 하겠습니다.”

지난 1월 한국을 찾아온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

자신의 발언에 해명하며 AI 로봇들의 역할은 인간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반적으로 기계는 오류가 발생하면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동작을 멈추기 마련이다.

소피아처럼 해명하지 않는다. 이용자가 고쳐주기를 기다릴 뿐.

이렇듯 인간의 행동과 유사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AI가

사람의 감각이 십분 발휘되는 방송 산업에 접목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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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자은(편집부)

 

 

 


 

이미지 출처: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

 

 

 

일본 NHK 방송에서는 AI 아나운서가 방송에 투입됐다. <뉴스체크 11> 속 코너인 <뉴스의 요미코(ニュースのヨミ子)>를 진행하는 캐릭터 '요미코'는 마네킹이나 로봇의 형태가 아닌 가상의 3D 아나운서 캐릭터로 ‘로봇 실황 중계’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요미코는 뉴스를 보도하는 것은 물론 실제 앵커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화면 속에 투입되는 캐릭터 하나로 <뉴스체크 11>은 그들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AI 아나운서는 별도의 출연료가 들지 않고 방송 사고의 위험이 줄어 방송 제작에 있어서도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미코 아나운서는 TV 방송 뿐만 아니라 스마트스피커를 통해 뉴스를 읽어주기도 하는 등 NHK의 상징이 되는 캐릭터로 부상중이다. NHK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을 축적, 남성 캐릭터를 사용한 AI 아나운서 또한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한 인공지능 DJ도 있다. TBS 라디오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AI가 사람과 함께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단 시간에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만큼 경마를 예상하고 선곡을 하는 등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왕짜이(汪仔)

 


 

보도 분야에 있어 AI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정보 분석’ 능력이 인간에 비해 훨씬 뛰어나기 때문일 터다. 중국에서는 AI 인터뷰 전문 로봇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에서는 인민망 로봇기자 ‘왕짜이(汪仔)’가 등장했다. 왕짜이는 일반 사람처럼 언어구사, 동작, 생각, 음성인식, 자연언어처리, 데이터 발굴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인민망 ‘강국포럼’, ‘정부업무보고’ 해석 프로그램의 양회 보도 코너에 최초로 등장해 인터뷰 프로그램의 ‘신병’으로 떠올랐다.

 

또 산둥(山東, 산동) 방송국은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귀여운 AI 로봇 캐릭터 기자 ‘샤오치메이(小齊妹)’가 뉴스에 등장해 보도를 도맡아 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theneweconomy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시합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이었다. 모든 수를 예측해 바둑을 두는 알파고는 엄청난 연산능력으로 결국 바둑천재 이세돌에게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의 오랜 연륜을 완전히 간파하지는 못했다. 인간과 AI간의 대결은 이미 승패가 결정된 무의미한 행위라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아프리카TV에서는 지난해 AI와 인간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을 실황 중계하기도 했다. 인간 대표로 나선 게이머 송병구는 총사령관이라는 별명답게 4전 4승이라는 압도적인 승부를 펼쳐 인공지능을 이긴 또 한명의 인간으로 기록됐다.

 

인간과 AI를 대결 구도로 해석해온 그동안의 콘텐츠와 달리 보다 인간의 삶에 가까워진 AI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KBS2 <너도 인간이니>, MBC <로봇이 아니야> 에서는 AI를 인간과 교감하는 존재로 그려내 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을 재해석 하기도 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여러 장르에 녹아든 AI를 만날 수 있다. 특히 AI와 방송산업과의 접목은 방송 제작 환경과 방식에 있어서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것을 시사한다. AI의 활약이 방송 산업의 긍정적 전환점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해본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유선주 칼럼니스트의 시시콜콜 드라마] TV 속의 TV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8. 1. 15. 13:43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영화 <우리의 팔도강산> - 이미지 출처 : <우리의 팔도강산> 영화 캡처



1967년에서 72년까지 국책 홍보영화로 제작된 <팔도강산> 시리즈의 성공은 1974 KBS 일일연속극 <꽃피는 팔도강산>으로 이어졌습니다. 김희갑과 황정순 부부가 전국에 흩어져 사는 딸과 사위의 근황을 살피며, 각 지방 명소와 산업현장을 찾아가 새마을 운동의 성과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영상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드라마 대신 영화를 살피던 중에 72년 작 <우리의 팔도강산>에서 재미있는 스틸을 찾았습니다. 딸과 사위들이 모여 앉은 개량한옥 마루의 상석에 노부부가 자리하고 그들의 머리 위에 텔레비전 수상기가 놓여있죠. 거실 벽면이나 안방에 두는 TV가 익숙한 눈에는 그 자리가 꽤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다분히 과시적인 소품으로 쓰인 TV는 여러 명의 자손을 두고 조국 근대화에 감격하는 노인이 누리는 풍요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수상기 보급률이 낮았던 67년 작 <팔도강산>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TV 3 <내일의 팔도강산>(1971)부터 상당한 존재감을 뽐냅니다. 1편에서 어렵게 살다가 3편에서 살림이 핀 딸네 집 응접실의 눈에 띄는 자리에 커다란 TV가 놓이게 되고, 방송국의 생방송 대담 프로그램에 초청된 노인이 나라의 발전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전파를 탑니다. 팔도의 자손들은 각자의 TV로 그 모습을 시청하는데요. 영화가 TV 매체의 특성을 호들갑스럽게 보여주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필요에 의해 시리즈를 TV 연속극으로 옮겨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 이미지 출처 : <한 지붕 세 가족> 방송 캡처



TV가 있는 집으로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시절을 지나, 84년에 와서는 흑백과 컬러를 합친 TV 보급률이 89%에 이르게 됩니다. 사치품이었던 TV는 어느덧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86년부터 방영된 일요 아침드라마 MBC <한 지붕 세 가족>에서 문간방에 세 들어 살던 순돌이(이건주)네 ‘비니키 옷장’과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중반까지 유행했던 빨간TV가 눈에 띄는데요. 방 하나에 세 식구가 부대끼며 사는 6년 동안 장롱과 검은색 외장의 컬러텔레비전으로 세간이 변하는 것도 엿볼 수 있습니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 시즌2> - 이미지 출처 : <식샤를 합시다 시즌2> 방송 캡처



우리가 TV를 보듯, 드라마 속 인물들의 일상에도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반영됩니다. tvN<식샤를 합시다 시즌 2>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과 먹는 기쁨 사이에서 갈등하는 백수지(서현진) CJ E&M 계열 채널인 OLIVE <테이스티 로드>를 보며 남의 먹방으로 대리만족을 구합니다. 이렇게 캐릭터와 선호하는 방송이 잘 맞아떨어질 때도 있지만, 가공의 방송사나 자사 프로그램만 볼 수 있게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 - 영상 출처 : 유튜브



SBS <하늘이시여>에서 TV를 보던 소피아(이숙)가 급사하는 장면도 자사 프로그램인 <웃음을 찾는 사람들>였습니다.



MBC <지붕 뚫고 하이킥> - 이미지 출처 : <지붕 뚫고 하이킥> 방송 캡처



TV를 보다가 인생이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는다면, 웃다 죽어서 퇴장하는 쪽보다 로또가 좋겠죠. MBC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거실의 소파 뒤편에서 마늘을 까던 가사도우미가 별안간 환호성을 지르며 까던 마늘을 흩뿌렸고, 그 길로 집을 나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집안 식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거실 TV의 로또 추첨방송이 가사도우미의 인생을 바꿨고, 그 빈자리를 세경과 신애 자매가 채우게 됩니다.
 
이렇게 극적인 상황이 아니어도 드라마 속 TV 보는 장면 때문에 가끔 묘한 기분에 빠지기도 합니다. TV를 보는 내가 드라마를 허구의 세계에 두듯이, 드라마 속 인물은 TV를 보는 장면을 통해 자신을 실제의 세계에 두려한다는 느낌이 들 때 그렇습니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드라마 좀 그만 봐”라던가 “드라마 같은 소리 하고 있네”처럼 드라마를 허구나 현실의 하위로 두는 대사를 주고받으면 드라마 속에 드라마가 있고, 또 그 드라마의 인물들이 보는 드라마가 계속 이어지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복수 품앗이를 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인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도 재미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집에 누워서 식구들과 TV를 보던 홍도희(라미란)는 “아유 못 보겠다. 딴 데 좀 틀어봐. 요새 수요일 날 재밌는 거 한다며 뭐 복수하는 거 있대.”라고 말합니다. 도희가 채널을 tvN으로 돌리면 자신의 거울상을 보게 될 것만 같은데요. 해당 신을 촬영한 시각과 방영 시각의 갭을 뛰어넘어 드라마 속의 시간과 극 바깥의 시간을 일치시키는 트릭인 셈입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이미지 출처 :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 이미지 출처 : <응답하라 1988> 방송 캡처



한편, 과거의 어떤 지점을 회고하는 tvN <응답하라> 시리즈는 사건이나 날짜, 시간을 특정하기 위해 TV 시청 장면을 전략적으로 끌어들입니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에서 반지하 셋방에 사는 덕선(혜리)이네 가족과 올림픽복권 당첨으로 셋방살이를 벗어나게 된 정환(류준열) 가족의 생활상은 <한 지붕 세 가족>의 순돌이네 단칸방과 흡사하지만, <응팔>의 소품과 TV 속 과거의 자료화면은 훨씬 구체적인 장소와 시간을 상기시킵니다. 회고를 목적으로 과거의 어떤 시점을 집요하게 모사하는 드라마, 지나고 나서야 그때의 경험과 기억에 의미가 생기는 <응팔> 88년도로 보내 <한 지붕 세 가족>과 나란히 방송한다면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KBS 드라마 <부활> - 이미지 출처 : <부활> 방송 캡처



드라마 속 인물들이 자주 보는 TV 화면을 꼽자면 뉴스나 뉴스 속보 화면이 압도적일 것입니다.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극 중 보도영상을 ‘드라마처럼’ 찍어서 내보낸다면 ‘뉴스와 다르다’는 이물감이 생기지만 대개는 그냥 ‘드라마려니’하게 되죠. 이를 그냥 넘어가지 않은 예로는 2005년 방영된 KBS <부활>이 있습니다. 극에서 중요한 악인이었던 이태준 의원(김갑수)이 비리 혐의로 뉴스에 나오는 장면은 당시 실제 뉴스 화면과 거의 동일한 각도로 촬영되었는데요.



KBS 드라마 <부활> - 이미지 출처 : <부활> 방송 캡처



여기에 더해 <부활>의 마지막 회, 이태준의 최후는 생활정보프로그램 화면의 하단에 ‘한강 투신한 이태준 의원 시신 발견’이라는 간략한 속보 자막으로 처리됩니다. 이전의 드라마라면 저녁 프라임타임의 뉴스 꼭지로 중대하게 다뤘을법한 사건을 낮 시간에 재방송하는 오락 프로그램에 속보 자막을 넣는 식으로 현실감을 획득한 거죠. 지금 보면 별스러울 것도 없는 장면 같지만 <부활> 이후로 드라마 속 보도화면의 리얼리티는 크게 높아졌습니다

<부활>을 집필한 김지우 작가는 화면에 잠깐 나오는 신문기사나 광고를 위해 한 면 전체를 써낼 정도로 꼼꼼하게 리얼리티를 챙겼고, 이를 구현하는 박찬홍 감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냥 넘어가던 사소한 장면 하나도 다르게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를 분기점으로 이어지는 다른 드라마들 역시 영향을 받게 됩니다.





‘드라마 속 누군가가 나처럼 TV를 봅니다.’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장면을 떠올리시나요? 이런저런 그림들을 골라보지만, 적적하거나 쓸쓸해서 틀어두는 TV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누군가 웃고 떠드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 그냥 켜둘 때도 있고, 또 어떤 밤은 TV를 켠 채로 잠이 들기도 하죠.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이미지 출처 :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 캡처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 이미지 출처 :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방송 캡처



10년 전, 쇼핑몰 붕괴사고로 작은 딸을 잃은 윤옥(윤유선)은 사철 계절 바뀌는 것 따위 상관없는 목욕탕을 운영하며 늘 같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지냅니다. 목욕탕 평상에서 TV를 보던 윤옥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리며 큰딸 문수(원진아)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는 것도 재미없을 땐 이렇게 막 바꿀 수 있음 좋겠다. 그치” “바꾸면 뭐해. 결국 첨 보던 데 볼 거면서” 어떤 날은 TV를 켜둔 채로 혼자 잠든 윤옥을 물끄러미 보던 문수가 엄마 곁에 눕기도 합니다. 일상 속의 TV TV 속의 일상이 겹친다면, 아마도 이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방 안을 한 번 둘러보세요. 바닥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 장판을 자로 접어 올리거나 바닥재와 비슷한 색으로 두른 몰딩이 보일 텐데요. 이 부분을 걸레받이라고 합니다. 물걸레로 바닥을 닦다가 젖은 걸레가 벽지에 닿아서 때가 타지 않도록 보호하는 용도로, 한국의 주택은 대개 걸레받이 시공이 되어있습니다. 침대나 소파, 식탁을 쓰지 않던 시절에는 모든 생활이 방바닥에서 이루어졌고, 하루에도 수차례 방을 쓸고 닦아야 했던 생활습관이 주택에 남은 거죠. 가사노동의 부담을 대부분 여성이 지다보니 허리를 굽히고 방걸레질을 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전업주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을 거쳐 중앙일보에서 연재된 정운경의 시사만화 <왈순 아지매>는 주로 남성이 주인공인 신문 만평들 속에서 흔치 않게 여성을 전면에 세운 사례인데요. 60년대에 시작되어 2002년 연재종료 무렵까지 방걸레질을 하는 컷은 꾸준하게 반복됩니다. 정치문화사회에 관심이 많은 왈순 아지매는 집회에 나가 피켓을 들거나 당국에 전화로 항의하는 능동적인 시민 캐릭터였지만, 동시에 걸레질은 여성의 일이라는 편견 안쪽에 있기도 합니다. 성실한 보통 주부의 특징을 포착해서 압축하고 간략화한 표현이 한편으론 가사노동을 여성의 일로 한정하는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만들어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스테레오타입들은 대중문화의 창작자와 수용자가 속한 시대의 관습을 반영하고, 또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폐기되거나 수정되어왔는데요. 드라마 속에서 걸레질 장면이 어떻게 다루어졌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왈순 아지매 - 이미지 출처 : 1972. 04. 01. 경향신문 7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는 다양한 가사노동과 각각의 절차를 꼼꼼하게 짚어 왔습니다. 1991년 방영당시 최고 시청률 64%를 기록한 MBC <사랑이 뭐길래>는 가풍과 생활양식이 다른 두 집이 사돈을 맺으면서 교류하고 서로 영향을 받는 이야기입니다. 욕실이 없는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연탄을 때는 구옥에서 살림을 하는 여순자(김혜자)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최신 가전제품을 쓰는 한심애(윤여정). 30년 만에 재회한 여고 동창인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신경전을 벌이고, 서로 성격이 이상해졌다고 빈정거리기도 하죠. 얼핏 보기엔 순자는 고생하고 심애가 호강하고 산 탓에 둘의 대화가 자꾸 어긋나는가 싶지만, 드라마는 누가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양의 가사노동을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사랑이 뭐길래>는 주부들이 겪는 감정노동을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식구들을 억압하는 구두쇠 남편의 비위를 맞추던 순자가 폭발하고불평불만을 늘어놓다가도 시어른들 기척이 있으면 금세 웃는 낯으로 바꾸며 살아온 심애가 무너지듯 주저앉는 순간은 단지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서가 아닙니다순자네 살림은 파출부가 돕고 심애네는 식구들이 가사노동을 분담하지만누군가를 돌보는 일에 따르는 긴장은 순자와 심애가 다 떠안고 있죠두 사람의 성격이 변한 이유를 찾는다면 30년 세월 동안 반복된 감정노동이 원인일겁니다특히 꼬인 심사를 감추지 못하고 말로 내뱉고야 마는 순자의 성격은 방걸레질을 하는 모습에서도 자주 나타나는데요.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며 일장연설을 하는 남편 앞에서 부산스럽게 방을 닦거나쥐고 있던 걸레를 패대기치며 이죽거리는 김혜자의 연기는 방걸레질 장면 하나에도 오래 묵은 스트레스를 담아냅니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 이미지 출처 : 사랑이 뭐길래 24, 25회 화면 캡처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장면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보일 때도 있습니다. 92년 방영된 <아들과 딸>은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가족갈등을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이란성 쌍둥이인 귀남(최수종)만 애지중지하는 어머니에게 모진 구박을 당하던 후남(김희애)은 가출해서 서울로 향합니다. 온갖 고생을 하던 후남은 출판사에서 일하며 야간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로 등단해 자전적 소설을 펴냅니다. 온화한 성품의 검사 석호(한석규)와 결혼해 자그마한 아파트에 신혼살림도 꾸리게 되죠. 사회적으로도 성취하고 개인적인 행복도 누리게 된 후남은 신문을 보는 석호 곁에 방걸레를 쥐고 다가앉아 (바람 잘 날 없는 친정식구들과 달리) 자기만 편하게 지내게 된 것 같아 민망하다고 말을 붙입니다. 석호는 다정한 목소리로 후남을 격려하죠. “후남씨가 뭐가 편해요. 선생님 하랴, 작가 하랴, 주부 하랴, 며느리 하랴, 아내 하랴, 딸 하랴 얼마나 바빠요.”

후남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석호는 유약한 귀남과 비교되며 이상적인 남편으로 인기가 높았는데요석호의 말대로 다방면으로 바쁜’ 아내와 이를 잘 알고 있는 남편의 관계는 맞벌이하는 현대적인 젊은 부부의 상에 가까운 반면두 사람의 대화는 방걸레를 든 아내와 신문을 읽는 남편이라는 전형적인 구도로 재현됩니다70년대를 배경으로 삼았던 점을 고려해야겠지만지금 보면 아침에 아내와 함께 출근하는 석호가 가사 일은 나누지 않는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자신을 배려하는 좋은 남자와 결혼했어도 가사노동은 후남의 몫이라는 것아이러니일까요리얼리티였을까요?



MBC 드라마 아들과 딸 - 이미지 출처 : 아들과 딸 63회 화면 캡처





시대가 바뀌고또 달라진 생활상을 반영하는 드라마들은 일상의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남들처럼 평범하게 매일 반복해서 가사노동을 하는 남자가 미디어에 워낙 드물게 등장하다 보니 오히려 그 평범함에 방점이 찍히기도 하는데요. 2013년 방영된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주인공 오은수(이지아)의 친정아버지인 병식(한진희)이 걸레질 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아내가 시장에 간 사이걸레로 안방 구석구석을 훔치는 모습은 극 전개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그저 일상 삽화일 뿐인데요바로 그 때문에 갖는 힘이 있습니다어쩌다가 한 번 생색을 내려고 하는 걸레질이 아니라 쭉 그렇게 살아왔구나 싶은 거죠김수현 작가가 극중 가장 상식적인 인물이며점잖은 중년 남성인 병식에게 방 걸레를 쥐어 준 까닭도 남자의 가사노동을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에 포함시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아침마다 아내 순자에게 세숫물 수발을 들게 하던 병호(이순재)가 마당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쌀을 씻기까지 55(최종회)가 걸렸던 것과 비교해 봐도 재미있습니다.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 이미지 출처 :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5, 32회 화면 캡처





JTBC 드라마 밀회 - 이미지 출처 : 밀회 6회 화면 캡처



앞서 <아들과 딸>에서 걸레질 하던 후남이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2014년 방영된 JTBC <밀회>에는 김희애를 위해 걸레질을 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장판의 터진 부분을 테이프로 기워놓은 누추한 방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깨끗한 자리에 앉히려고 방걸레질을 하는 선재(유아인)의 뒷모습은 혜원(김희애)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습니다. 타인과의 관계를 거래로 맺고 자신까지 도구로 삼았던 혜원은 혈연도, 고용관계도 아닌 누군가 호의-부담을 느끼고 보상을 치러야 하는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준 마음에 어떻게 응해야하는지 몰랐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독학으로 피아노를 공부해 입지가 없는 선재에게 자신 역시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려고 한 일들은 대부분 재단의 힘이나 거래로 쌓아올린 특권을 이용한 것들이었죠.
그 친구는 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입니다.” 재벌가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비리에 연루되었던 혜원. 그녀가 자신의 잘못들을 받아들이는 법정 최후 변론에서 난생 처음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순간이었다며 선재의 걸레질 장면을 복기하는 까닭은, 아마도 같은 종류의 헌신으로 밖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겁니다.
 
27년 전 드라마부터 최근작까지, 드라마 속의 걸레질 하는 장면 몇 가지를 살펴보았는데요. 꼭 걸레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어떤 장면이 고정된 성 역할을 답습하거나 이를 반전하며 희화화 하지는 않는지. 지금 널리 통용되는 표현이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지 생각하며 드라마를 보면 과거에는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표현들,  진보하거나 도리어 퇴행한 사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영화나 만화, 광고로 확장할 수도 있죠. 대중문화는 우리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반영하고, 또 우리는 대중문화를 통해 편견이 굳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를 더 낫게 만드는 방법 역시 상호작용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따져 묻고, 평가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2017 한국콘텐츠진흥원 현업인 직무교육 <콘텐츠 스텝업> 9과정

카테고리 없음 2017. 12. 6.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최근 드론 촬영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형식적이고 정형화된 촬영과는 다른 다양한 연출 가능하고, 촬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드론 촬영에 대해 전문적인 정보를 얻는 건 쉽지 않습니다. 어떤 기종을 써야 하는지, 어떻게 촬영해야 하는지 등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해드리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1 23~24일 이틀간 <콘텐츠 스텝업> 9과정 영상 촬영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드론의 모든 것 강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드론 촬영의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1일차 <영상 촬영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드론의 모든 것>



교육 첫날인 23일에는 변명환 PD가 강사로 나섰습니다. ‘드론을 향한 미디어 텔링이란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 변명환 PD ‘1 2’, ‘용띠 클럽’, ‘우리 동네 예체능 등의 드론 촬영 경험을 토대로, 드론 촬영에 필요한 기초 및 장비에 관련한 많은 지식을 알려주었습니다.
변명환 PD가 드론 촬영을 시작하게 된 건 다큐멘터리 촬영을 할 때, 넓은 전경을 잡는데 시간과 노력이 과하게 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인스파이어나 팬텀과 같은 드론 장비로 촬영을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2007년에 촬영한 1 2일의 항공 촬영이 전환점이라 생각한다고 합니다. 인스파이어나 팬텀에 비해 조작하기가 쉽고 더 넓은 공간을 촬영할 수 있었기 때문 인데요.
변명환 PD는 미디어 제작에 있어 중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하게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풍경이나 전경을 많이 찍는 다큐멘터리에서는 1명도 드론 촬영이 가능하지만, 버라이어티 상황에서는 최소 2 1조 촬영(촬영 1, 드론 조종 1)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항공 촬영에는 금지구역이 있으니 사전조사 후 서류 절차가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GPS에 영향을 주는 곳은 피하고, 풍향이 6 m/s 이하일 때 비행해야 하는 등 비행 시 유의 사항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었습니다.



강의 중인 변명환 PD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어진 강의에서는 항공 촬영 구도와 드론 조종 기초, 항공 촬영 시 정보에 대해 알려주었는데요. 항공 촬영은 단순 드론 촬영과는 다르기 때문에 편집을 아는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영상을 편집할 때는 풀샷-미디움샷-클로즈샷의 순서로 연결하면 더 자연스러운 영상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1/3법칙을 촬영의 기초라고 강조하였는데요. 화면의 1/3지점에 원하는 피사체를 놓고 찍으면 더 풍부한 화면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항공 촬영에서는 직진, 수직 하강, 피사체 따라가기 등 다양한 촬영기법을 활용해 연출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드론 조종 기초에는 1인 모드와 2인 모드가 있습니다. 조종자가 드론 조종과 카메라 앵글을 전부 담당하는 1인 모드와, 드론 비행과 카메라 앵글을 각각 담당하는 2인 모드로 나뉜다고 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에는 포커스를 잡는 사람까지 추가해 3 1조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항공 촬영 정보도 알려주었습니다. 촬영 지역을 미리 가 볼 수 없다면 위성지도와 항공 뷰로 현장 답사하는 것을 추천하였고. <www.windy.com>라는 기상 사이트에 접속해 자세한 정밀 기상정보를 습득하는 법 등 많은 항공 촬영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강의 중인 변명환 PD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2일차 <드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법>



다음날 24일에도 변명환 PD와 함께 드론에 대한 강의를 이어갔는데요. 이번에는 광나루 모형 비행장에서 직접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오전에는 변명환 PD가 평소 촬영에 사용하는 장비를 가져와 시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촬영 시연과 함께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 주었습니다.
드론은 바람이 덜 불고 덜 추운 오전이 띄우기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울 땐 손가락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끔 장갑을 준비하면 좋다고 하네요.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선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비행이수시간 20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아카데미에 가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드론에서는 화각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풀샷을 찍을 때 화각이 좁으면 드론을 멀리 보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더 크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카메라의 특성을 공부하면 할수록 드론 촬영의 질이 더 높아진다고 하니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드론 촬영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배터리 보관인데요. 배터리는 100% 충전 후 장기 보관하면 자연방전이 되므로 50% 정도 남겨놓고 보관하는 것이 좋고 중간중간 충전을 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새 배터리는 장거리 비행 촬영 시 사용하며, 사용 횟수가 많아 용량이 줄어든 배터리는 단거리 비행에 사용하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드론 시연 중인 변명환 PD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오후 강의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2 1조가 되어 드론을 조종해보았습니다. 드론으로 영상을 촬영한 뒤, 찍은 영상들을 보며 궁금증을 해결하는 Q&A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에 앞서 변명환 PD는 드론 촬영은 무엇보다 연습을 많이 해보는 것이 중요하며, 드론 동호회 등을 활용해 스킬을 배우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촬영 시 저작권에 관해 궁금증을 가진 분들이 많았는데요. 이에 변명환 PD는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며, 만약 원작자의 요구가 있을 시에도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문화재 같은 경우에는 저작권도 유효기간이 있어 제작자가 오래전에 사망한 경우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외에도 드론 높이는 60m 정도 높이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초보자들이 사용할만한 편집 프로그램으로는 프리미어, 베가스 등을 추천해주었습니다.


Q&A 시간을 가지는 변명환 PD – 이미지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렇게 이틀에 걸친 <콘텐츠 스텝업> 9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드론은 일반 영상 기기로는 촬영할 수 없는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드론 촬영에 좀 더 익숙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콘텐츠 현업인들을 위해 다양한 주제의 스텝업 과정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성원 부탁드립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진정한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시대가 온다'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7. 11. 20.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제 TV, 라디오로 방영되는 프로그램도 이용자가 전체 줄거리를 선택하고 결말을 결정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인터렉티브 콘텐츠는 미디어 콘텐츠 이용자들이 가만히 앉아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콘텐츠의 전체 스토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야말로 ‘인터넷 네트워크와 스마트 기기의 힘이 결합된 콘텐츠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넷플리스(Netflix)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슈를 선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발표한 <장화 신은 고양이 : 동화책 어드벤처>와 <버디썬더스트럭 : 어쩌면 봉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인터렉티브 콘텐츠인데요. <장화 신은 고양이>를 살펴보면, 전체 스토리의 각 장면마다 이용자가 스토리를 선택하게끔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 스토리의 플롯을 이용자가 구성하여 그 선택 결과에 따라 시청 시간이 결정됩니다. 2018년에는 <스트레처 암스트롱 : 탈출> 이라는 또다른 인터렉티브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본격적인 이용자 주도형 콘텐츠 시청 열풍을 가져오게 될지 귀추가 주목 됩니다. 넷플릭스의 인터렉티브 콘텐츠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미지 출처 : 넷플릭스





HBO가 제작하고 거장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가 감독한 야심작 <모자이크>도 기대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입니다. <모자이크>는 이미 4년 전 은퇴를 선언한 바 있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참여한다는 사실 외에도 샤론 스톤이 출연하고 영화 <맨 인 블랙> 각본을 쓴 에드 솔로몬이 시나리오를 맡았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죠. 

현재 공개된 일정으로는 2018년에 <모자이크>의 전체 미니시리즈가 방영되는데, 올해 11월 중에 선보일 예정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는 미니시리즈의 줄거리 일부를 시각에 따라 2가지로 선택해서 시청하는 서비스가 제공될 예정입니다. 살인을 소재로 하는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이용자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스토리와 사건을 탐색해나가는데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지 출처 : <모자이크(Mosaic)> 메인 이미지 및 트레일러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전문 뉴스채널인 더 랩(The Wrap)은 CBS가 디지털 비디오 회사 Interlude와 손잡고 벌이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소개했습니다(2016년 4월 18일자). 프로젝트를 통해, CBS의 대표적인 시리즈물 중 하나인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을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인데요. <환상특급>은 1950년대 제작된 오리지널 시리즈를 시작으로 80년대에 리메이크가 방영되었고 2000년대에 2차 리메이크 시리즈가 제작될 정도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1980년대 제작된 리메이크 시리즈가 방영되어 마니아층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음산한 분위기의 화면에서 창문이 닫히는 오프닝은 많은 시청자들을 잠 못 이루게 했지요. 향후 공개될 <환상특급> 인터렉티브 콘텐츠는 TV와 게임의 특성을 결합한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결말을 선택하여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앞서 소개한 스티븐 소더버그의 <모자이크>가 화려한 제작진으로 화제를 모았다면, <환상특급>은 기존 시리즈물의 브랜드 가치를 토대로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경우입니다. 이미 두 차례의 리메이크 시리즈 제작이 이뤄진 인기 콘텐츠라는 점에서 말이지요. 과연 이번 CBS의 시도가 <환상특급> 마니아들이 인터렉티브 콘텐츠라는 새로운 포맷에 열광하게 만들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미지 출처 : CBS<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메인 이미지







BBC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은 양방향 라디오 드라마입니다. BBC는 양방향 라디오 드라마를 위해 아마존의 알렉사(Alexa)나 애플의 시리(Siri)같은 음성 비서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합니다. BBC는 이러한 인터렉티브 콘텐츠 제작을 위해 음향 녹음 회사 ‘로지나 사운드(Rosina Sound)’와 손을 잡았고 코미디 과학 픽션 오디오 드라마인 <검사실(The Inspection Chamber)>을 2017년 말 발표 예정 중에 있습니다. BBC는 양방향 라디오 드라마 제작을 위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현 가능한 스토리 엔진(story engine)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드라마는 아마존 알렉사(Alexa), 구글 홈(Home), 애플 홈팟(HomePod), 마이크로소프트 인보우크(Invoke) 등의 스피커 기기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이들 스피커 기기를 통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내레이터와 대화를 하며 드라마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미지출처 : BBC·Rosina Sound의 <검사실(The Inspection Chamber)> 프로젝트 소개 화면



<검사실>은 총 20분가량으로 이용자가 드라마 속의 내래이터가 하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서사 구조가 바뀝니다. 기존의 이용 방식은 앞서 소개한 양방향 영상 콘텐츠와 동일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BBC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스토리 엔진입니다. 스토리 엔진의 개발로 <검사실>이후 제작될 수많은 오디오 드라마를 확산시킬 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음성 비서 스피커 기기에서 즐길 수 있게 하는 이 기술의 개발은 사실 양방향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결국 BBC가 향후 양방향 오디오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유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 처럼 넷플릭스, HBO, CBS, BBC 등이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인터렉티브 콘텐츠 분야는 이제껏 미디어 영역에서 표방해왔던 혁신적인 콘텐츠 개발의 이슈 중에서도 매우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흔히 방송 영역에서 양방향 미디어 기능이라고 하면, VOD(Video OnDemand), PPV(Pay Per View), 타임시프트(TimeShift) 등과 같이 ‘이용 기능’만을 설명하는 용어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그러나 인터렉티브 콘텐츠의 등장으로 인해 드디어 콘텐츠의 내용에 이용자가 직접 개입하고 전체적인 스토리나 플롯의 구성에도 관여하는 진정한 형태의 양방향 미디어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느냐는 콘텐츠 제공 사업자들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는 인터렉티브 콘텐츠가 향후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 최홍규(EBS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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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