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웃을까."

 

몇몇 철학자들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습니다. 프로이트, 베르그송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철학자들도 ‘웃음’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웃음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언제, 왜 웃게 되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이들의 논의를 다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웃음은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주장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웃는다는 건 특정한 공감대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러한 웃음의 특성에 관하여 베르그송은 웃음이 한 사회의 습속이나 관념과 연관되어 있으며 따라서 ‘사회적 몸짓’이라고도 설명한 바 있습니다.뜬금없이 ‘웃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어떤 개그만화를 읽으며 내가 똑같은 질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만화를 읽은 사람들은 왜 웃는 걸까?” 단지 만화가 재미없어서 이 질문을 떠올렸던 건 아닙니다. 

이 만화를 읽다가 지하철에서 웃음이 터져 민망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만화였지만, 개인적인 호불호와 별개로 이 만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근원’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개그 웹툰 <오늘의 순정망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시즌1 완결)

 

△ 이미지 출처 : 오늘의 순정망화Ⓒ손하기 네이버웹툰

 

 

웹툰 <오늘의 순정망화>는 기승전‘병’이라는 ‘병맛물’ 장르 만화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를 취하지만, 이전 병맛물과 달리 이를 순정만화에 응용하면서 인기를 끈 만화입니다<오늘의 순정망화>는 만화 속의 만화라는 메타적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설정은 만화의 주인공 ‘가야’가 작중에서 연재되는 학원물 로맨스 웹툰 <오늘도 빙글뱅글!>(이하 <빙글뱅글>)을 읽다가 웹툰 속 세계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의 착오로 가야는 서바이벌 장르의 웹툰 속으로 들어가 정글에서 5년간 살게 됩니다. 정글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장르 요정들의 추측을 깨고 가야는 남다른 생존력을 보이며 오래 살아남지만, 모기로 인해 정글에서의 삶을 ‘강제 종료’ 당합니다.이후 가야는 본래 웹툰 신이 의도했던 웹툰 <빙글뱅글>의 세계로 들어옵니다. 

 

강인한 생존력에 야생에서의 기술까지 갖춘 가야는 누구도 건드릴 수 있는 막강한 인물이 되어, 타인으로서는 감히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보입니다. 누군가와 부딪히거나 같이 밀실에 갇히는, 그래서 로맨스의 감정선이 생겨나는 상황에서도 가야는 침착하게(?) 천장을 타고 오르거나 벽을 부숴 탈출하고 학교 옥상에서는 텃밭을 일궈 농사를 짓습니다. 문제는 <빙글뱅글> 만화의 장르가 역하렘 순정만화인데에 있습니다. <빙글뱅글>의 남자주인공들은 작품에 난입한 가야를 여성 주인공으로 착각한 듯 모두 한눈에 반해버립니다. 여기에서부터 바로 망한 순정만화, 순정‘망’화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가야는 역하렘 로맨스 장르라는 웹툰 본연의 배경에 영향 받지 않겠다는 듯, 그 어떤 로맨스의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빠져나옵니다. 재벌 남학생의 부모가 쫓아와 가야에게 돈이 든 흰 봉투를 내미는 장면까지 등장하는데, 그런 사건에서도 가야는 오히려 음흉하게 웃으며 공돈을 두둑이 챙겼다고 기뻐합니다. 

 

말하자면, 가야는 다가오는 로맨스의 계기들을 있는 힘껏 쳐서 장외로 날려버리는 캐릭터입니다흥미로운 건 가야가 로맨스를 격렬하게 회피하는 장면들 자체가 로맨스의 클리셰를 넘어 마치 순정만화가 오랫동안 그려 온 클리셰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또 웃음을 유발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순정‘망’화로 하여금 일반 대중들에게 ‘순정만화’가 어떤 만화로 기억되고 또 수용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작중 웹툰인 <빙글뱅글>의 세계관과 캐릭터의 기본적인 설정은 학원물 역하렘 순정만화의 대표작 <꽃보다 남자>를 오마주하고 있지만, <오늘의 순정망화>는 독자들에게 있어 단지 <꽃보다 남자>가 아니라 순정만화 장르 전체를 오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집니다.순정만화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종종 소년만화와 달리 순정만화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형용사로도 동원됩니다. 주로 연예계 기사에서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이라는 수식어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때 순정만화는 8등신으로 늘씬하며 조각 같은 외모를 그린 작화의 만화를 뜻합니다.

 

순정만화에서나 볼법한 아름답고 완벽한 외모를 지닌 이들에게 “순정만화를 찢고 나온 듯하다”라고 언급되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꼭 순정만화 같다’는 말도 간혹 발견됩니다. 이 어휘는 두 가지 맥락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앞서 든 것과 같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개연성이 떨어지고 우연성이 짙다는 의미입니다. 또 ‘이게 무슨 순정만화니?’와 같은 용례로도 쓰입니다. <오늘의 순정망화>의 경우에는 주로 후자, 즉 순정만화의 스토리텔링은 개연성이 떨어지며 우연성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는 선입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인터넷 서점

 

<오늘의 순정망화>를 바탕으로 이해할 때, 순정만화는 개연성 없이 우연적인 사건에만 의존하며 순정만화의 여성 주인공들은 가야와 정반대로 무언가를 스스로 해결할 힘이 없고 사건에 늘 수동적으로 휩쓸리는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사실이 아닙니다. 순정만화의 여성 주인공들은 비단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이라는 말로만 그저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습니다. 사랑, 연애를 넘어 오히려 운명과 대담히 맞서 싸우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아르미안의 네 딸들>), 사랑을 위해 자신의 계급을 포기하며 새로운 세상과 맞닥뜨리고(<북해의 별>), 비밀스럽게 간직해 온 오랜 사랑을 위해 수백 년의 시간을 견뎌낸 여성도 있으며(<설희>), 우연적인 사건을 마주하면서도 특유의 명랑함으로 자기 자신에게 맞게 사건을 재기발랄하게 소화해내는 캐릭터(<궁>) 도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인터넷 서점

 

 

물론 <오늘의 순정망화>에 등장하는 로맨스의 클리셰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우연적인 마주침과 몇몇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들이 순정만화에서 재현된 적도 있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는 순정만화의 것만은 아닙니다<오늘의 순정망화> 4화에서는 남성 캐릭터 ‘고구려’의 비서가 ‘1364개의 전문서적(인소)와 244개의 영상자료(드라마)를 분석’하여 서민-재벌 간의 로맨스 패턴을 도출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비서가 직접 언급하는 바처럼, 로맨스와 관련된 클리셰들은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인터넷 소설(<그놈은 멋있었다>, <늑대의 유혹> 등)과 로맨스 주제의 드라마(<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 등) 등에서도 주로 재현되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순정망화>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클리셰는 말하자면 ‘로맨스 장르’의 클리셰이지, 순정만화가 지닌 클리셰라고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그러나 그런 클리셰들이 ‘순정만화’의 것으로 쉽게 용인되고 수용되며 또 희화화되는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요?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문제는 오히려 하나로 포괄할 수 없는 거대한 스펙트럼의 서사들을 모두 ‘순정만화’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게 된 것에 있다고 보입니다. 결코 ‘순정’하지 않았던 순정만화들까지도 순정만화라는 이름 아래 독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그나마 순정만화를 보는 독자들의 기대에 맞아떨어진 일부 작품군들 <꽃보다 남자> 등이 더 강력하게 ‘순정만화’로서 독자들에게 각인되었던 건 아닐까요.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같은 클리셰를 재생산하는 몇몇 작품들을 ‘순정만화’라고 더욱 견고한 관념으로 이해되었을지 모릅니다.물론 이것은 논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반가웠던 것은, 월간 《기획회의》 7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순정만화 리부트’ 코너에서 코너명 자체가 ‘순정만화’를 적시하고 있음에도 원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정만화’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한 칼럼이었습니다. 해당 칼럼에서는 순정만화 대신 시종일관 여성만화라고 쓰고 있었습니다. 순정만화가 지금껏 얼마나 많은 만화를 ‘순정’ 안에 가두어왔는지를 안다면, 지금 우리가 섣불리 ‘순정만화’라는 이름을 쓸 수 없는 것만은 자명합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오늘날 순정만화가 오로지 예쁘거나 혹은 클리셰 범벅의 로맨스만을 의미하는 현상은 결코 개별 만화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잘못이라면 그 숱한 논쟁과 기나긴 시간 동안에도 순정만화라는 이름을 ‘청산’하지 못한 비평계에 물어야 할 것입니다.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 기성 부문 우수상 자유 평론   조경숙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2018년 기준, 연간 9억 3천만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한 미국의 코믹스 산업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쇄, 출판, 유통, 판매되는 코믹스와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출판, 유통되는 디지털 코믹스 시장으로 나누어집니다. 코믹스 시장은 현재까지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인쇄되는 종이책 코믹스가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디지털 플랫폼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코믹스의 독자층도 있어 점유율의 일정 부분(약 10%)을 차지하고는 있으나 그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는 디지털 코믹스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웹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미국 최초 디지털로만 출판된 마블의 인피니트 코믹스 (출처: www.nytimes.com)

 

 

디지털 코믹스란 디지털 방식으로 출판 및 유통되는 모든 코믹스를 일컬으며, 일렉트로닉 코믹스, e 코믹스, e-코믹스, ecomics 등 다양한 명칭으로 표현됩니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출판되는 모든 종류의 코믹스를 총칭하는 큰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웹툰, 모바일 코믹스, 웹 코믹스를 디지털 코믹스의 하위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중 한국의 웹툰과 가장 유사한 개념 또는 비교할 수 있는 개념은 웹 코믹스로, 100% 일치하는 의미로 사용할 수는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웹툰은 웹 코믹스를 비롯한 디지털 코믹스와 (1)페이지 분절 등과 같은 출판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연속적인 컷이 사용되며 (2)모바일 플랫폼으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지고 (3)애니메이션 효과 또는 배경음악을 삽입할 수 있어 극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면모를 보입니다. 오늘은 미국의 코믹스에 대해서 알아보고, 주요 코믹스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18년, 미국 코믹스 매출 최고의 해

 

 

미국은 일본의 뒤를 잇는 글로벌 만화산업 2위의 국가로 일본과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전 세계50%를 차지하는 큰 시장입니다. 미국 코믹스 산업에 대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를 수행한 코믹스 전문 웹사이트 코미크론닷컴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코믹스 매출은 10억 9500만 달러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조사의 수치는 종이 출판과 디지털 다운로드로 인한 매출을 모두 합한 것으로, 2018년 한 해 동안 북미 지역(미국과 캐나다)에서 기록된 코믹스 판매수입입니다.

 

미국 코믹스 시장은 한때 하락세를 보였으나 2012년 판매수입이 반등하며 꾸준히 성장했고,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2억 달러 이상 매출이 증가했습니다. 2018년 미국 코믹스 산업의 판매수입을 판매 채널에 따라 분석하면, 코믹스 전문 리테일스토어에서 판매 수입이 총 5억 1천만 달러로 가장 높고, 일반 서점이 4억 6500만 달러로 그 다음이며, 3위가 디지털 다운로드로 1억 달러의 판매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 북미지역 연간 코믹스 매출 추이와 판매 통로별 매출 비율 (출처: www.comichron.com)

 

판매수입의 채널별 점유율은 2014년부터 크게 변동된 부분은 없으나, 코믹스 전문 리테일스토어의 경우 판매 비중이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는데요. 디지털 유통 판매 채널의 경우 큰 변동 없이 일정하게 비슷한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판매수입의 출판 형태별 점유율은 그래픽노블이 6억 4500만 달러, 종이 출판된 코믹스는 3억 6천만 달러, 디지털 코믹스가 1억 달러 순서로 차지했으며, 디지털 코믹스의 경우 역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판매 비중에 큰 변동 없이 일정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수치의 분석에서도 알 수 있지만 “디지털 코믹스”는 판매채널(디지털 유통)인 동시에 포맷(디지털출판)으로 인식되는 이중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IP로서 할리우드와 협업하며 승승장구

 

미국 코믹스 산업의 성장과 발달은 할리우드와의 협업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코믹스산업은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를 다수 보유한 산업으로서 영화 산업방송미디어 산업게임 산업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교류해왔습니다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로 대표되는 그래픽노블 장르는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할리우드 영화화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원작 코믹스의 존재를 알렸으며코믹스의 IP 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았습니다.



온라인 통계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9년 사이 약 25년 동안 미국에서 극장 개봉한 영화가 어떤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Movie Resource) 살펴보았을 때 가장 수익성이 있었던 그룹은 “Based on Comic/Grapic Novel”로 그래픽노블 또는 코믹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수입이 평균 9879 만 달러로 가장 높았습니다.

 

△ 영화 원작에 따른 평균 박스오피스 수입(1995년-2019년) (출처: www.statista.com)

 

이 수치는 2016년까지 집계했던 통계와 비교했을 때 변화를 보였는데요. 2016년까지의 통계에서 가장 높은 수입(평균 9630 만 달러)을 가진 이야기는 스핀오프”(속편전편 등 존재하는 이야기에서 파생된 시리즈)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까지 약 5년이 지나는 동안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 마블>, <블랙 팬서> 등의 영화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큰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그래픽노블/코믹스가 바탕이 된 영화들의 수입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마블 코믹스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은 디즈니 산하의 마블 스튜디오에서 주로 제작하는데, 이 영화들이 1995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적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박스오피스 수입은 184 억 2천만 달러였으며, DC 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은 49억 1천만 달러의 평균 수입을 영화당 기록했습니다코믹스가 원작인 영화들이 평균적으로 벌어들이는 전 세계 수입(극장 수입부가판권 수입머천다이즈 등 IP 를 통한 수입 포함)은 920억 85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디지털 코믹스 퍼블리셔/플랫폼

 

"코믹솔로지(comiXology)"

 

<폴리곤>이 미국 최대의 디지털 코믹스 소매점이라고 소개하는 코믹솔로지는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입니다. 디지털 출판만을 전문으로 하기에 특정 출판 브랜드와 연결된 브랜드 독점형 서비스가 아닌 디지털 포맷의 코믹스를 유통하고 출판하는 망라형 디지털코믹스 플랫폼인데요. DC, 다크호스다이너마이트, IDW, 이미지라이온 포지마블발리언트 등 미국 내 크고 작은 퍼블리셔들이 코믹 솔로지를 통해 코믹스를 디지털 포맷으로 유통하고 있으며각각은 개별 출판브랜드만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 개별 플랫폼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코믹솔로지는 2007년 온라인 코믹스 팬 커뮤니티로 시작된 웹사이트 기반의 플랫폼으로 코믹스 리스팅, 리테일러툴(코믹스 소매서점을 상대로 제공하는 디지털 세일즈 플랫폼/툴), 코믹스 출판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요.  2013년 9월 기준, 코믹솔로지를 통한 디지털 코믹스 다운로드 수 2억 권을 기록했고 2014년 아마존닷컴에 인수됐습니다. 코믹솔로지는 다양한 장르와 포맷의 코믹스 콘텐츠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데요. 마블 코믹스, DC 코믹스처럼 전통적인 미국 코믹스 산업의 출판사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물론, 도쿄팝(Tokyopop)처럼 일본의 망가를 번역하여 미국 시장에 유통하는 퍼블리셔들도 진입해있는 디지털 코믹스 플랫폼입니다. 

 

마블 디지털 코믹스 언리미티드

 

△ Marvel Comic Books (출처 : Marvel - Marvel Comics)

 

마블 디지털 코믹스 언리미티드는 2007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마블 코믹스 전용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마블 코믹스가 출판한 거의 모든 코믹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로, 월 정액 9.99달러에 2만 권 이상의 마블 코믹스의 무제한 감상이 가능합니다. 



마블 코믹스는 디지털 독점콘텐츠를 보유하고 출판하는데마블의 디지털 독점콘텐츠를 볼 수 있는 통로는 이 서비스가 유일합니다. 마블 코믹스는 2012년 <Avenging Spider-Man>을 종이로 인쇄해 출판하면서디지털특별판을 만들어 코믹스 단행본의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디지털 독점 콘텐츠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은 디지털 플랫폼도 알리고 디지털 플랫폼 가입자도 늘리는 전략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DC 유니버스 섭스크립션

 

△ DC 유니버스 홈페이지 (출처: www.dcuniverse.com)

 

DC 코믹스는 디지털 출판에 가장 늦게 참여한 퍼블리셔로 DC 유니버스 섭스크립션을 통해서 독자적인 DC 코믹스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DC 유니버스 섭스크립션이 다른 코믹스 퍼블리셔의 플랫폼과 비교해 뛰어난 점은, 믹스뿐 아니라 TV 프로그램영화 등 DC 코믹스가 IP로써 기반이 되어 만들어진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DC 코믹스는 독자적인 플랫폼 DC 유니버스를 만들기 이전까지는 미국의 3대 전자책 서점인 아마존킨들애플 아이북스반즈앤노블의 누크를 통해서 DC 코믹스를 디지털 판매했습니다.

 

이미지 디지털 코믹스 스토어, 다크호스 코믹스

 

그 외 기타 코믹스 플랫폼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볼까요? 이미지 코믹스는 미국의 기성 코믹스 퍼블리셔 중에서 최초로 DRM(디지털 권리 관리 기술)없이 디지털 출판을 시작했습니다. 소비자가 구매한 콘텐츠에 대해 원하는 형태로 소유하고 소비할권리가 있다고 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이미지 디지털 코믹스 스토어에서 소비자는 PDF, ePUB, CBR, CBZ 등 자신이 사용하는 전자책 리더, 태블릿 등의 장비에 호환 가능한 파일 포맷을 선택하여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신 시티>의 작가로 유명한 프랭크 밀러의 그래픽노블을 출판한 다크호스 코믹스는 2011년 PC, iOS, 안드로이드 장비에서 접근하고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디지털 스토어를 런칭했고, 이 스토어는 2천 편 이상의 코믹스의 프리뷰를 무료로 제공한 바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콘텐츠산업동향 2020년 03호를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 이미지 출처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네이버 영화

 

좀비 콘텐츠로 최초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9)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었습니다. 그 사이 좀비물은 좀비를 단순히 ‘산 자’와 ‘죽은 자’로 구분하는 공포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관과 장르로 진화해왔습니다. 범람하는 좀비물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물방울이 된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이 앞 무서 나온 수많은 좀비물과 다른 차별점이 있을지 의심부터 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좀비딸>은 우리가 좀비물에 대해 ‘이미 너무 잘 안다’는 익숙함 이면의 빈틈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그것을 즐기는 새로운 관점을 낳습니다.

 

위선의 틈을 침투하다

 

△ 이미지 출처 : <진격의 거인>, 애니플러스 공식 페이지 ⓒHajime Isayama

 

<좀비딸>은 주인공 ‘이정환’이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 사태로부터 멀쩡히 살아남은 인류 사회 속에서 좀비가 된 딸 ‘이수아’를 몰래 키운다는 내용입니다. 과거 가장 흔한 좀비 영화 포맷은 좀비들이 창궐한 바깥 세상의 공격을 스스로 차단하고 고립된 주요 인물들이 하나둘 죽게 되는 형태였습니다안전한 ‘안’과 위험한 ‘밖’으로 구분한 이 같은 공간적 이분법은 위협의 존재가 좀비가 아닌 경우(대표작으로 소설 <안개>(1980), 만화 <진격의 거인>(2009))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좀비딸>의 공간적 특성은 좀비라는 위험 요소를 완전히 제거하려는 세상으로부터 좀비를 보호하는 장소로 재정립됩니다. 정환이 좀비를 보호하려는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그가 바로 자신의 딸이기 때문입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세상을 지키겠다는 대의가 아닌거꾸로 좀비를 박멸하려는 세상으로부터 좀비가 된 딸 수아를 죽이지 않고 지키겠다는 이기적인 선택이 주인공의 명분이 된다는 점부터 <좀비딸>은 다소 이상합니다그리고 솔직합니다.



많은 좀비물이 알면서도 핵심 서사에서 배제하는 중요한 사실은좀비가 변화 직전까지 누군가의 사랑하는 가족이자애인이고친구였다는 과거’입니좀비물에 등장하는 대다수 인물은 좀비로 변해버린 이의 죽음을 일찍 받아들이면 들일수록 생존 가능성이 커집니다. 좀비의 생사나 과거에 얽매인 캐릭터는 주변 인물로서 줄거리에서 조기 퇴장하게 되거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 마련입니다. 이와 같은 설정에 익숙해진 독자들은 자연히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켜낸 주인공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이들은 좀비로 상징화된 타자에 대한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제거합니다나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 전 인류를 지킨다는 명분입니다.



하지만 <좀비딸>에서 독자의 관점은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가족이 좀비 바이러스의 희생자로서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위협 대상이자 제거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나와 주변의 위험을 무릅써서라도자기 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환의 굳은 의지는 마치 세상의 안전을 위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만이 정답인 양 묘사하는 클리셰의 위선을 비판합니다.

 

윤리의 틈을 침투하다


<좀비딸>의 전개가 크게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앞서 강풀의 웹툰 <당신의 모든 순간>(2010)은 그동안 다른 작품들이 대놓고 다루지 않았던 좀비로 변해버린 사람과 변하지 않은 사람 간의 관계에 주목했습니다. 동시에 생산성이 거세된 좀비 사태 이후의 일상을 다룸으로써 좀비로부터의 생존 밖의 생존 문제도 함께 건드렸습니다모래 인간의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2012)는 고민의 여지를 좀 더 확장했습니다. 좀비 바이러스 치료제의 개발 이후에도 치료대상자와 치료받지 못할 대상자로 좀비들을 구분했고좀비로 변했지만 치료대상이 되지 못한 주변인을 사람으로서 죽게 할 것인지좀비로서 몰래 살아남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좀비딸>의 고민 역시 존재에 대한 것에서 출발해 그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제로 나아갑니다.

 

△ 이미지 출처 : <웜 바디스 Warm Bodies>(2013), 네이버 영화

 

좀비의 개념과 형태는 그것의 탄생 이래 다양하게 변화됐습니다. 초기에는 영화 장르에서 다양한 분화를 보였습니다. 오래전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영화 속 좀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물리적으로 신선한 좀비 형태와 움직임은 영화 <28일 후>(28 Days Later)나 <월드워 Z>(World War Z)와 같은 작품에서, 주제 측면에서는 <웜 바디스>(Warm Bodies) 등의 작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말하자면 과거 영화의 전통 좀비는 지능이 낮고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근대적인 좀비이고요즘 작품의 좀비는 더 나은 지능을 갖추고인간과 공존할 수도 있는 21세기형 좀비입니다후자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유동적으로 존재합니다일종의 유체로서의 좀비는 바우만(Zygmunt Bauman)의 말마 따다 액체화된 후기 근대 사회나 사람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선의 틈을 파고들어 살아남은 <좀비딸속 수아의 모습은 근대 좀비와 분명히 다릅니다오히려 먹고자 하는 욕구에 충실한 전통 좀비에 가깝습니다다른 점이 있다면, 무조건 ‘식육’에만 충실한 것이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살고자 하는 ‘본능’을 갖춘 야생 짐승과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단지 내 선택으로 누군가를 죽고 살리는 차원을 넘어서, 해당 존재를 다시금 규정하고 그에 대한 마땅한 행동 양식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는 본작의 긴 여정은 좀비물 세계관의 윤리관 자체를 다시금 고민하게 합니다. ‘그들은 더는 사람이 아니(7화)’라는 대통령의 선언과 실제로 가족이 아니라는 확증은 이 작품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수아를 살리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평범하게 키우려는 정환의 선택을 무조건 무모하고 잘못된 것으로 여겼던 독자들은 도리어 그와 같은 노력에 따라 점차 변화하는 수아의 모습을 보며 혼란을 느낍니다.

 

진지함의 틈을 침투하다

 

작품 설정을 현실로 고스란히 옮긴다면 정환이 윤리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좀비딸>은 개그와 일상이라는 장르 및 소재 비틀기를 통해 무거운 세계관과 철학적인 주제를 우회하고 시종일관 희극의 색채를 유지합니다24시간 지속하는 생존 위협으로 인해 일상이 제거된 다른 좀비물과 달리 본작은 오로지 평범한 하루를 영위하려는 노력과 현실 밀착형 소재가 스토리의 핵심을 이룹니다. 굵직한 위기의 순간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이는 도리어 매번 싱거운 결말을 맞이하고, 절대 심각한 수준까지 치닫지 않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좀비딸Ⓒ이윤창, 네이버웹툰

 

국가 재앙 수준의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아는 성인 남성인 아버지나 다른 인물들에게 손쉽게 제압되거나, 작은 체구의 할머니 ‘김밤순’, 고양이 ‘애용이’도 힘으로 이기지 못합니다. 드물게 결정적인 위기가 발생해도 우연한 행운이 뒤따르거나 수아가 의외성을 보임으로써 사건이 해결됩니다도입부 이후 좀비의 피 튀기는 인간 살육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합니다좀비 장르에는 이미 많은 개그물이 존재합니다이들은 대체로 좀비화된 세계를 희화함으로써 좀비에 의한 희생과 거꾸로 좀비를 사냥하는 행위를 웃음거리로 만듭니다. 이는 좀비 개그물 특유의 문학적 허용이지만, 일부 비 장르 팬에게는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잔인한 유머이기도 할 터. <좀비딸>은 다행히 설정상 수아가 작품 내 유일한 좀비로서 더는 유혈 낭자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습니다. 내 딸이 세상에 하나 남은 마지막 좀비라면?’이라는 작품을 대표하는 대외적 슬로건은 비극성을 강화하는 극적 도구가 아닌 도리어 세계관의 위험성을 완화하는 안전장치입니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다른 작품의 노골적인 패러디 장면도 작품의 무게감을 낮추는 데 한몫합니다. 정환의 친구 ‘동배’에게 공격을 가하는 13화 속 좀비 감염자와 그의 강아지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지우’와 ‘피카츄’를 패러디한 것이며, 16화의 동배 회상 속 수의사는 MCU 영화에 종종 카메오로 등장했던 마블엔터테인먼트의 전 명예회장 스탠 리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이장이 무기로 쓰는 골프채 ‘3번 아이언’은 영화 <빈집>(2004)에서 사용된 폭력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 텍스트를 적극적으로 차용해 변용을 가하는 서사극 기법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해 이 작품이 외적으로 약점이 될 수 있는 윤리 차원의 고민으로부터 한 걸음 벗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의 틈을 침투하다

 

장르물은 장르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기에 용이하고 그 문법과 미학이 뚜렷해 설정이나 내러티브 구성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명확한 장르성 탓에 누구나 가볍게 소비하기는 힘들다는 단점도 있습니다이는 인터넷만 된다면 스마트폰 및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웹툰 자체의 속성과 대치됩니다. <좀비딸>은 좀비물의 익숙하고도 특수한 속성을 비틀어 장르 팬의 관심을 사로잡는 초 장르성을 띠고 있습니다동시에 그 이야기를 집학교농촌 등 평범한 배경 속 무겁지 않은 일상에 녹여내는 장르적 일탈을 선보이기도 합니다이를 통해 작품의 독자층은 비 장르 팬의 범주까지 확장되며, 좀비 이야기의 범주는 일상의 틈까지 침투하게 됩니다.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 신기성 부문 가작 자유 평론  정병욱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남자에게 결혼은 여자 친구가 밤이 늦었는데 집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고, 여자에게 결혼은 부모님이 남동생을 맡기고 나가셨는데 다시는 안 돌아오시는 것이라 합니다. 나와 같았던 상대가 결국 타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지점. 그곳을 결혼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인데, 사랑하는 사이마저 서로를 지옥이라고 부르니 지옥이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요? 샤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서 가르셍은 말합니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문장에 우리는 각자의 타인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자존재로서, 곧 나 역시 누군가의 타인임을 인지하는 순간, 그 총구가 나의 관자놀이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 명제를 증명하는 직유법입니다. 2013년 ‘주택법 시행령’에 의하면 1인당 최소 주거조건은 14㎡입니다. 그러나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이를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그 결과 현재 고시원의 실면적은 4∼9㎡ 정도가 됩니다. 작품은 갓 상경한 스물다섯 종우가 바로 이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웃 간 갈등을 묘사합니다허락된 두 평을 넘어 복도와 부엌샤워장을 나설 때마다 다른 투숙객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고 종우는 그들을 불쾌해합니다. 7화에서 205호 투숙객 안희중의 라면을 대신 끓여줄 때, 종우와 독자는 그 지점을 제목이 의미하는 지옥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9화에서 203호실 투숙객인 ‘왕눈이’의 등장으로 작품은 도시괴담으로 흘러갑니다.


 
‘묻지 마 살인’과 ‘인육’이라는 소재는 은유의 ‘지옥’을 재현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연재 초기 작품은 <고시원>과 표절 시비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고시원이라는 배경, 살인, 인육이라는 소재, 미쳐가는 주인공, 똑같은 등장인물 구조 등등으로 표절시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출에서 두 작품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고시원>의 연출은 거대한 사건을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사건을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쇼트부터 살펴보면 <고시원>은 롱 숏과 풀 쇼트를 주로 사용해 장소와 인물의 행위를 보여줍니다클로즈업은 대화 장면에서 강조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편입니다. 반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칸 크기를 고정하고 미디엄 쇼트와 클로즈업 쇼트를 주로 사용해서 행위보다 심리에 집중합니다롱 쇼트와 풀 쇼트는 장소를 설명하는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합니다. 대신 지루할 수 있는 연출반복을 피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한 왜곡을 사용하고카메라의 위치를 규칙성 없이 배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웹툰은 일반적으로 대화 장면에서 속칭 ‘대갈치기’라는 연출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A와 B의 대화 장면을 A미디엄 쇼트, B미디엄 쇼트를 교차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중요한 지점에서 칸 크기를 조절하거나 클로즈업을 사용해 강조합니다. 그런데 <타인은 지옥이다>는 대화 장면에서 앵글카메라 위치가 바뀝니다즉 카메라 동선이 불규칙적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독자들에게 혼선을 빚기 때문에 지양하는 연출입니다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 연출이 맞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그 연출이 종우가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고 이는 작품이 사건의 얼개보단 인물의 정서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 정보 제공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고시원>은 주인공 외 타인의 생각과 시점을 초반부터 보여주면서 주인공보다 정보량에서 앞서게 만들어 추리하도록 합니다. 때문에 주인공 현준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능동적인 캐릭터입니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경우, 중반까지 이야기의 시점을 주인공 종우에게 고정하고, 그의 속마음만 계속 보여줍니다. 종우 외의 시선은 매 화 마지막 히끼(引き)컷을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주변인의 사정에는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고시원>은 주인공과 주변인이란 시점을 변화를 주면서 인물 간 행위의 맞물림을 보여준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오직 주인공의 상황을 체험하게 만드는정서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고시원>은 추리물, 스릴러의 장르에 가깝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지옥을 재현하기 위한 공포 장르에 가까운 성격입니다. 만화는 독자들에게 놀람과 충격을 주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맥루한의 말처럼 만화라는 매체는 정보량이 적어서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수동적인 영화와 달리 만화는 독자의 확실한 이해와 적극적 참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독자의 상상력을 보충해줄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들어야합니다.

 

△ 이미지 출처 : (좌) 네이버 웹툰 고시원, (우) 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따라서 만화는 필연적으로 독자가 주인공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도록 설정해야합니다. 정보 제공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아갑니다. <고시원>처럼 전체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과 <타인은 지옥이다>처럼 등장인물과 독자의 동일화공감을 노리는 방법입니다. <고시원>은 행위의 정보량을 더 많이 제공하여 서스펜스를 제공한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행위의 정보량은 줄여 서프라이즈를 제공합니다. 히치콕의 말을 빌려 둘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네 명이 포커를 치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면 서프라이즈가 되지만, 포커를 치는 장면 사이에 시한폭탄의 초침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면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하는’ 서스펜스가 됩니다. 한 예로 비밀 공간에 진입하는 장면에서 <고시원>은 인물이 계단을 오르고문 앞에도착하고문을 열고비밀이드러나는 4컷에 구성해 독자들에게 앞으로 벌어진 사건에대해 대비하도록 합니다반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인물이 계단을 내려가고 끼이익-’이라는 효과음(사운드 브릿지다음에 비밀이 순간적으로 드러납니다이는 후자가주인공의 숙적을 더욱 미스터리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묘사시키기 위함입니다.


아쉬운 점은 <타인은 지옥이다>의 이런 연출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약해집니다. 3막 구조상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행위가 드러나야겠지만짙은 안개가 사라지고 노골적으로 사건 묘사에 힘을 씁니다. 사건은 우연성에 기대기 시작하고 약점이 노출됩니다. 고시원 안에서만 살해를 저지르던 203호(왕눈이)가 종우의 고향 선배이자 회사 대표인 재호의 집을 찾아가 재호를 죽입니다. 68화에서는 갑자기 노숙자가 여자 친구인 지은을 해코지하고 이를 본 종우가 노숙자를 폭행합니다. 지은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종우와 다투게 됩니다. 또한 본 사건의 구세주 같았던 군대 후임 창현은 종우를 돕는다고 같이 종우의 고시원에 갔다가 갑자기 잠이 들고 죽습니다.



종우를 다시 고시원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숙적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외적 결말을 위해 작품은 우연성으로 풀어가는 약점을 드러냅니다. 중반까지 작품은 제한된 정보량과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심리로 프레임 밖을 궁금하게 만드는 모호와 기대감이라는 장점이 있었지만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넓어진 무대를 수습하지 못하고 장점은 단점이 되는 한계를 보입니다결과적으로 ‘타인은 지옥입니다.’라는 선언으로 끝내버렸습니다. 종우는 피시방에서 시비 붙은 고등학생과 자기를 날카롭게 대하는 회사 선임을 폭행하고 웃음 짓습니다. 그리고 “장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있는 모든 곳이 지옥이 되고 있었다”라고 자각합니다. 203호(왕눈이)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이 분해, 해체, 재조립이라고 말했을 때그 대상은 시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우의 정신이었습니다.

 

 

203(왕눈이)가 미소 지으며 죽은 것은 종우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만족한 것입니다하지만 종우가 203(왕눈이)와 똑같이 되었다는 결과에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모호한 열린 결말이 여운이 되지 못하는 것은 후반부 극단적 행위들로 작품이 원래 가진 장점과 주제의식이 소거되었기 때문인데요. 과연 작품은 피해자 윤종우 이외 모습을 제시했을까요? 즉 나 역시 누군가의 타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걸까요?



사랑해서 함께하는 사람도 서로를 지옥이라고 부릅니다인간은 필연적으로 타인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려 합니다. “사람은 왜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인지...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타인은 지옥이라고” 타인은 나에게 지옥이 되고 나 역시 타인에게 지옥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선택합니다.


본 작품의 연출은 경계의 모호성고립과 소외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은유를 던졌습니다후반부를 거둬 생각해보면 우연성의 많은 부분도 고립을 드러내는 은유이며, ‘타인의 지옥이다’의 답은 스스로가 타인의 지옥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조심하고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이 형사와 정형사의 두 가지 시선(종우의 살인은 자구책인가 혹은 살인마로 변한 것인가)과 병원에 입원한 종우를 찾아온 미지의 누군가를 묘사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지옥묘사는 생각하는 여지를 사라지게 했고 열린 결말은 무용한 연출로 보입니다모호한 직유법이라고 밖에 답할 수 없습니다오직 피해자 윤종우만 남은 결말열린 질문에 열린 답변은 존재할까요?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 신인 부문 우수상 지정평론,  김건우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더 비싼 고가의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야만 합니다.

 

즉, 상품으로서의 가치부여는 더욱 참신하고 아름다운 외양과 매력적인 겉모습에 우선적으로 주어집니다(중략). 옷차림이 제2의 인격으로 인식되고, 화장품과 미용 산업의 급속한 발전 등은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위 인용문은 웹툰 <여신강림>(야옹이, 네이버)이 창작된 사회적 배경이자, 작품 내에 그려지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맞춤입니다. 시각문화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외모지상주의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팽창된 사회에선 만화 역시 이 현실과 밀접히 유관한 소재를 취합니다. 교우관계와 연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메이크업을 시작한 여고생 주인공이 그 증거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주인공 주경은 매회 화장과 착용을 수행하며  만화 밖 외모지상주의 현실을 만화 안에서도 착실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여신강림>이 외모지상주의를 제동 없이 답습하고 나아가 조장한다는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신강림>과 외모지상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실제적인 메이크업 방법(<겟 레디 위드 미> 등)이나 핍진한 10대 문화(<연애혁명> 등)를 무기로 인기를 끌어낸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 <여신강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충분히 익숙한 흐름의 순정만화가 어째서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나요? <여신강림>의 또 다른 문제에 관한 논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로 <여신강림>의 셀링 포인트가 이야기 내부가 아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림’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각문화의 발전과 외모지상주의 심화의 정점에 ‘쓸모없어도 예쁘면 산다’라는 소비 방식이 놓여 있는 것처럼, 독자(소비자)들은 이제 만화 역시 ‘재미없어도 예쁘면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선 인용문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서의 만화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담론 재생산에 대한 비판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여신강림>을 두고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이런 시장에선 만화가 예쁘고 재미없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뻐서’ 재미없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만화 밖 현실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만화에서 그림은 텍스트의 부차적 보완물이 아니라 텍스트와 상호 결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표현 요소입니다. 간혹 ‘만화’라는 양식이 아니었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만화들이 있습니다. 양식의 필연성을 인지하고 핵심 표현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균일하게 활용해낸 결과일 것입니다. 그저 예쁘게만 그려질 것 같은 순정만화 그림체에도 작화로서의 기능이 존재합니다. 미형으로 발달된 순정만화의 그림체는 자주 서사와 무관하게 그저 예쁜 그림을 제시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섬세한 표정과 예민한 감정 표현 기술을 발달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순정만화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은 작가의 감성 표현이자 독자와 감성을 공유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를테면 순정만화를 감상할 때 두 눈의 반짝임을 잃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는 인물의 어두워진 내면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정만화로 분류되는 <여신강림>에서도 이러한 감성 표현과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고 그 대답은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여신강림>의 그림들은 대체로 정적인 구도를 취합니다. 대부분의 컷이 정면을 응시하며 간혹 측면 구도로 그려지는데, 흡사 카메라를 의식하며 찍힌 인물사진과 유사합니다. 표정도 마찬가지로 정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무표정, 혹은 미소 짓는 표정에 고정됨으로써 자연히 얼굴에 담긴 감정보단 얼굴의 ‘예쁜’ 생김새에 집중하게 합니다. 극이 전개되면서 더욱 다양한 표정이 필요해질 때에도 무표정과 미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짜증이 날 땐 미간의 주름이, 당황하면 땀방울이, 슬플 땐 눈물 레이어가 추가된다는 느낌입니다. 그마저도 예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땐 동공과 명암이 생략된 단순한 형태로 제시되며, 특별히 얼굴 근육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역동적인 표정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짤’을 패러디해 웃어넘기게 합니다.



이런 작화를 기반으로 섬세히 감성을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여 연애가 핵심 서사인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을 앓는 주인공 주경의 감정은 섬세하기 이전에, 진지하게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전개상 꽤 중요한 국면일, 남자주인공 수호에게 고백할지 고민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고백 후 차여서 친구로도 남지 못하는 것과 가만히 있다 수호에게 다른 애인이 생겨버리는 두 가지 부정적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에 싸인 주경의 모습은 또 한 번 패러디 짤로 귀결되며 가볍게 그려집니다. 짝사랑으로 인한 불안과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로 인한 자신감 결여가 뒤엉킨 장면이 ‘순정’ 만화라 하기엔 너무 가벼워 보입니다. 관계의 미래를 두려워하며 내뱉는 대사가 겨우 “뜨흑! 상처다.. 마상…!”인 것과 애초 고민의 과정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형태로 그려진 것이 정말 우연일까요?


이 같은 전달 방식은 이후 진지한 대목에서 도감상을 방해합니다. 어렵사리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일본에 있는 수호의 아버지가 사고로 중태에 빠지면서 둘은 고백과 동시에 이별하게 됩니다. 행복이 정점일 때 갑자기 들이닥친 불운한 사건에는 비극성을 심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함에도, 그간 고수해왔던 작품 내 작화 관습이 걸림돌이 됩니다. 수호의 고백을 받은 주경은 깜짝 놀라다 이내 울컥 얼굴을 구기는데, ‘예쁘지 않은’ 표정이 모처럼 진지하게 그려 있습니다. ‘예쁘지 않은’ 표정이 모처럼 진지하게 그려 있지만(오른쪽), 작품 내에서 그런 표정이 패러디 장면에만 그려진 탓인지 즉각 진지하고 슬픈 표정임을 이해하는 데 제동이 걸립니다. 한편 비행기에 서 우는 수호의 모습은 측면에서 찍힌 예쁜 얼굴에 눈물만 덧붙여진 형태입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우는 것이고, 울고 있으니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으나 여기에 독자가 충분히 이입하고 공감할, 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공유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입을 막는 그림에 장면 장면은 조각나 이어지지 않고, 자연히 서사 역시 제 굴곡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여신강림>의 연재 초반에는 주인공의 콤플렉스는 물론, 화상 입은 미지의 인물이나 알코올 중독 부모를 둔 수진의 가정사 등 꽤 심각한 설정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처음 설정이 제시된 이후 거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진 ‘떡밥’들을 뒤로 하고 지금 <여신강림>이 수개월째 몰입하고 있는 것은 주인공들의 연애 장면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림이 사실상 작화(animation darwing)라기보단 일러스트에 가깝게 기능한 결과, 서사를 추동할 힘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서사도 되지 못하는 행위만 남고, 남은 공간을 다시 화려한 그림이 채우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그림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으나 그림으론 무엇을 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이렇게 발생합니다. 그림체가 유독 ‘예쁜’ 만화마다 따라붙는 ‘작가님 못생긴 거 못 그리시죠’라는 유행어가 더는 칭찬이나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못생긴’ 것도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혹 예쁜 것만 그리기로 작정한 것이라면, 적어도 그 ‘예쁨’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신강림>의 작화에는 이러한 기능적 측면이 거의 거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순정’도, ‘만화’도 이 작품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차라리 서사가 최소한으로 축소된 비주얼 중심의 뮤직비디오에 가깝지 않을까요? 마치 마음에 드는 뮤직비디오 장면을 캡처하기 위해 흐름을 끊고 계속 정지 버튼을 누르듯, <여신강림>의 페이지는 가장 예쁘고, 예쁘고, 예쁜 장면에 멈춰져 있습니다.

 



‘스낵컬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바쁘고 힘든 와중에 가벼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만화를 찾는 대중의 수요를 전적으로 비판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들은 가벼움 그 자체가 목적이자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작품군에 대한 소비의 쏠림 현상이 생산의 쏠림으로 이어지고 그 영향이 결국 시장 전반은 물론 개별 작품 내부에까지 침투되는 상황은 아무래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비주얼 중심의 웹툰을 주력 삼는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AI 키 토크’ 기능을 도입했는데, 그림체 카테고리를 스토리와 분위기보다 상위에 위치시켰습니다. 

 

작은 눈과 두꺼운 다리, 3등신 정도 되는 독특한 그림체로 시작한 <유미의 세포들>이 독자들의 요청을 거듭 거쳐 마침내 큰 눈에가는 다리, 8등신의 그림체로 자리 잡게 된 사례 역시, 이쯤에서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작가와 독자가 당면한 가장 큰두려움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만화가 재미와 감동을 잃고 말지도 모를 것 입니다. 기능 없이 예쁘기만한 소비재들의 결말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라도제 자리를 찾을지 모르나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만화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요? 서사를 텅비운 채 오로지 ‘예쁜’ 만화만이 범람하는 풍경,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디스토피아나 다름없을 그 풍경이, 어떤 구도로 그려지든 그리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대상  글 최윤주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 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쁩니다.
제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요.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평범한 외모의 대학생을 모델로 발탁해 서바이벌 메이크업 화보쇼에 출전합니다여기까지 들으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다시 태어나는 성공담그리고 외모 변신을 통한 자기 긍정 속에서 꽃피는 로맨스를 예측하기 쉬운데요그러나 네이버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예쁘지 않았던’ 여성이 예뻐지는 이야기를 넘어 여자는 왜 예뻐야 하는지, 예뻐 보이기 위해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예쁜 외모란 과연 ‘권력’일 수 있는지 등 지금 한국 사회에서 꾸밈 노동과 ‘탈 코르셋’(여성에게 과도하게 요구되는 꾸밈 노동과 규범적 여성성을 거부하는 운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TV쇼를 무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참가자들의 흥미로운 서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러한 질문들을 통과하는 주인공 예슬은 점점 자신을 찾아가며 성장하고, 그가 출연 중인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제목은 화장 지워가는 여자인 것 같다는 독자의 반응이 특히 인상적인 이 작품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고 있을까요?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이연 작가를 만났습니다.

 

 

Q.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대중적인 소재로 얼마나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였습니다소재 선택은 대중적인 소재 중 가장 내 삶에 밀접한 것을 선정했습니다. 마침 당시 네이버웹툰에 메이크업에 관한 만화가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Q. 어떤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갈지도 중요했을 텐데,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하고 점점 적극적으로 화보 촬영에 참여하는 예슬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 이미지 출처 : 인터넷서점 YES24 도서 소개 이미지

 

역시 대중성을 고려해 평범한 여자와 능력 있는 남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구상했습니다그런데 주인공이 너무 평범해서 도움만 받으면 매력이 없으니까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았고 민폐 여주라고 욕먹는 것도 싫었습니다. 유성이 메이크업을 해주는 만큼 예슬이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점점 살을 붙여나갔습니다예슬이 사진을 전공한다는 설정은 PD님이 주신 아이디어 입니다.

 

 

Q. 초반에는 평범한 예슬이 화장을 통해 예뻐지며 ‘신분 상승’ 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선 촬영에서 ‘강하고 섹시한 여전사’ 콘셉트를 제안하는 유성에게 예슬이 “전사는 강한 느낌인데 왜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 캐릭터의 특별함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질문에 대해 아닌데여전사들도 전부 강한데?”라는 반응만 나왔다면 예슬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로 보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독자들이 얘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 라는 생각과 함께 예슬이에게 공감해주셨습니다본인들이 숱하게 보고 겪은 일이 있어서 예슬이를 특별하게 여겨주신 것 같습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에서 여성이 고통받는 모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는데다행히 한 줄만 언급해도 독자들이 맥락을 파악해 주십니다본인이 겪은 경험이 있기에 그게 가능한 거란 생각이 듭니다.

 

 

Q. 예슬이 자라며 들었던 “대학 가면 다 예뻐져”, 메이크업 숍에서 들은 “요새 화장은 예의” 같은 말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모든 사람이 한 번도 안 들어본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사실 저는 어릴 때는 화장품 냄새와 촉감을 싫어해서 스킨로션도 일절 안 발랐습니다나이 먹어도 절대 화장 안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화장을 시작했습니다.(웃음)

 

 

Q.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SNS의 소위 얼짱이나 아이돌을 보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 같은 말남자 고등학교에 흔히 붙어 있다는 열심히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 같은 급훈이 사회적인 압력으로 존재하니까 저도 당연히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여자의 가치는 예쁨에서 결정된다고 말입니다.

학생 시절에는 톤업 로션에 틴트나 빨간색 립밤 바르는 게 유행이었는데, BB크림도 막 출시될 때라 제법 빠르게 사용했었습니다피부 색조를 균일하게 만들고 잡티를 가려주니까 BB크림 바른 피부를 내 기본값으로 놓은 것 입니다여자는 무조건 잡티 없는백지장 같은 피부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BB크림을 안 바른 내가 결점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고그래서 화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어느 정도로 화장을 열심히 했나요?

스무 살 때부터8년 정도 본격적으로 화장을 했습니다.제품도 많이 사서“화장품은 인테리어야.그걸 누가 다 발라?손자한테 물려줄 거야!”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입니다.예를 들어 레드 립이 유행이라고 하면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나가서 모든 색을 발라본 다음 두 개를 샀습니다.

그래 봤자 한 세 번 쓰고 내년 되면 유행 지나가는데.이른바필수템이라는 걸 다 샀고 화장품 정보공유 사이트에이 아이섀도 써보니까 장난 아냐.눈이 엄청 그윽해져!”같은 글이 올라오면그럼 나도 그윽한 눈매 가져야지!”하면서 저한테 어울리는지 테스트도 안 해보고 주문했습니다. (웃음)꼭 유행에 편승해야 하고, ‘이거 없으면 나만 뒤떨어지겠네?’하는 기분으로 지냈는데,이런 경험들을 만화 속 화장품 회사인GC의 경영진들이 잘 써먹고 있더라고요. 제가 엄청나게 몰두하고 열성적으로 해본 기억이 반영되는 것 입니다
.

 

 

Q. 그렇게 화장을 좋아했는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탈 코르셋’ 담론을 어쩌다 접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탈 코르셋 인증 사진 같은 걸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했는데요그러다 제게 느낌표를 만들어준 계기가, ‘왜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 남자는 그냥 단정하게 나오라고 하면서 여자한테만 가벼운 화장을 요구할까?’ 라는 질문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그게 확 와닿은 이유는, 저도 옛날에 아웃렛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매일 규정 때문에 화장하고 갔기 때문입니다심지어 스무 살 때 반영구 아이라인 시술도 받았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아침에 화장 빨리하려고 얼굴에 문신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합니다그냥 화장을 안 하면 되는데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여자에게만 꾸밈을 강요하는 회사의 규정 때문에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나아가서는 얼굴에 문신까지 하게 되는 게 노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이제 거의 화장을 하지 않지만  이게 예전보다 훨씬 편합니다.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누군가 왜 그런 걸까?’라고 질문해줬기 때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그래서 먼저 질문을 던지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Q. 의문을 갖고 생각하더라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일단 여자들이 좀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신기한 게뭔가 하나를 편하게 하기로 결심하면 거기에 딸려서 바뀌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성인이 되고 하이힐을 신게 되면서 약속에 나갈 때마다 비닐봉지에 단화나 슬리퍼를 넣어 갔습니다친구랑 얘기하다가 발 아프면 갈아신고집에 돌아갈 때도 지하철에서 슬리퍼 신고 갔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편한 신발 신고 가면 되는데예쁜 원피스 입었으니까 예쁜 구두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제 편한 신발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그에 맞춰서 원피스를 안 입게 되는 것 입니다.

발을 조이는 게 싫어서 그만두니까 몸을 조이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이걸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쁩니다. 제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요.

 

 

Q. 예슬의 친구이자 <페이스오프 신데렐라>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주희원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희원이는 예쁜 여자에게서 예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캐릭터입니다흔히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이라는 말을 하는데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결국 돈 많은 남자 만나서 편하게 산다는 얘기입니다그러면 그 안에서 그 여자의 삶은 없는 거 아닌가요?

예쁜 여자에겐 권력이 있다고 하지만그게 진짜 권력이라면 희원이를 공격하려 했던 남학생이 애초에 그런 짓을 못했겠지요또한희원은 누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예쁨에 가려져 실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실력보다 외모를 더 인정받는 사람의 딜레마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Q. 희원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는 점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경쟁하면서도 각자의 서사 안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 북트레일러

여캐(여성 캐릭터)는 너무 쉽게 욕을 먹습니다그래서 욕 안 먹는 여캐를 만들려면 캐릭터 설정 폭이 진짜 좁아집니다무조건 정의롭고 정당하고 예쁘면서 사이다를 줘야 하고절대 주인공에게 나쁘게 굴면 안 되고하는 일이 없으면 또 민폐 캐릭터 취급을 받습니다. 희원이도 처음 등장했을 때크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쟤는 X년이다”, “네이버웹툰 핑크 머리는 다 악녀구나” 하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사실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라는 대회 자체가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축소판인데그걸 놔두고 얘가 나쁘네’, ‘쟤가 더 나쁘네’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캐릭터에 관해 보여줄 때 이 만화의 최종 빌런이 뭘까그게 정말 여자일까정말로 빌런이 사람이기는 할까?’라는 점에 신경을 많이 쓰며 그힙니다.

 

 

Q. 열한 살 키즈 모델 장미미를 통해서는 미디어가 여아를 성적대상화 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우연히 아동복 쇼핑몰 화보를 봤는데 여아와 남아를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달랐습니다특히 수영복 화보에서 5~7세 정도로 보이는 여아에게 성인처럼 화장을 시키고 비키니를 입혀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게 한 걸 보고 정말 놀랐는데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런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혹은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충격받았습니다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희생되지 않으면 좋겠고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도 강화되길 바랍니다.

 

 

Q. 아이돌 메이크업 미션 편에 등장한 걸그룹 멤버 김향기의 “웃으면서 해내고 있는 게 아니었어. 우리에게 허락된 얼굴이 웃는 것밖에 없었던 거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생각 끝에 나온 에피소드였나.

악성 댓글 문제도 있고결정적으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다이어트 레시피였습니다. ‘걸그룹 누구 식단 관리법’ 해서상추만 먹는다거나 아침엔 사과 하나점심엔 아몬드 여섯 알저녁엔 고구마 하나 먹고 끝이라는 식입니다그걸 먹고 엄청 바쁘게 움직이는데건강 쪽으로 많이 걱정되었습니다그래서 아이돌에 관해 알아보니 몸의 고통이 당연시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굶고하이힐이 안 벗겨지도록 테이프를 감고 춤을 추기도 하고몸이 아파도 방송을 해야 하고치마 아래 각도의 사진이 돌아다니거나성희롱적 악성 댓글들이 달리고아파서 표정이 좀 안 좋으면 또 태도가 나쁘다라거나 대충 한다고 지적받고 있었습니다그런 점에서 아이돌은 만화에서 요구되는 욕먹지 않는 여캐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들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동화를 모티브로 한 화보 미션에서는 ‘고수머리 리케’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카드로 내놓아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동화 원전 같은 걸 찾아보기 좋아해서 <푸른 수염>을 쓴 샤를 페로의 작품집을 가지고 있는데, ‘고수머리 리케는 거기에 실려 있는 작품입니다처음에는 신데렐라나 인어공주로 미션을 생각하다가이번 회차에서 끊고 갈 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고수머리 리케를 던지면 궁금해할 것 같았습니다실제로 모르는 분들이 많았는지 만화가 업로드되고 나서 실시간 검색어로 고수머리 리케가 올라가서 신기했습니다.

 

 

Q. 유성과 예슬 팀뿐 아니라 라이벌 팀의 다양한 화보 콘셉트, 퍼포먼스를 구현하려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일단 줄거리를 생각해둔 다음 거기에 맞는 콘셉트나 기법을 찾는 편입니다. 메이크업 화보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핀터레스트의 메이크업 사진들을 보기도 합니다실제 업계 종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모티브를 따올 때도 있고 디테일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는 제가 발전시키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인터뷰한 사진작가께서 추천하신 닉 나이트를 예슬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라는 설정으로 넣었는데 이 작가의 사진을 검색해보니 존 갈리아노 패션쇼가 나왔습니다굉장히 멋져서 기억해뒀는데나중에 고수머리 리케’ 화보 콘셉트를 구상하다 보니 그 쇼에 나온 것처럼 특수효과로 파우더가 날리는 효과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그리고 주희원의 아이돌 메이크업 같은 경우 메이크업 자문 선생님께서 모델의 몸에 관절 같은 걸 그려서 진짜 인형처럼 연출해보면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신 데서 떠올렸습니다.

 

 

Q. 매회 구성이나 편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는데요. 특히 인터넷 방송 시청률 경쟁 편에서 제작진이 진흙탕 싸움을 유발하기 위해 투입한 설정들이 재미있습니다.

 

 

파워 밸런스 맞추는 것과 독자들이 승자를 예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합니다누가 봐도 이번 화에선 희원이가 이긴다 하면 재미가 없고알지도 못하는 팀이 갑자기 1위 하면 이상하니까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지점과 의외성을 혼합해서 내용을 만들고 순위를 종합합니다.

인터넷 방송 편은원래 2라운드로 구성했는데 그러면 8개 팀에 돈이 너무 적게 분배될 것 같아서 3라운드로 늘렸습니다그런데 유성이가 민낯을 공개하면 당연히 시청자가 엄청 늘어날 테니까 예슬이가 얼굴 공개할 이유도 없어지고 임팩트도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그래서 시청률 교환권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그걸 쓰려면 다른 팀 아이템도 만들어야 하니까 전파 방해음소거 같은 설정도 떠올랐습니다

 

 

Q. 외모 강박과 꾸밈 노동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한편 데이트 강간 약물, 택시 기사의 성희롱, 나이 든 비혼 여성을 향한 편견 등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도 서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경험담입니다. 제가 택시를 정말 많이 타니까 예슬이가 겪은 택시 에피소드에는 제 경험과 주변 여자들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즉시 달려온 유성이는 픽션이지만 택시 기사의 성희롱은 현실입니다약간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택시에서 그런 얘기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여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길에서 전화번호 물어보는 남자한테 거절하면 맞을까 봐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데이트 강간 약물 같은 건 제가 겪은 적은 없지만그걸 테스트하는 매니큐어 자체는 실제로 개발을 한 물건이니까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무슨 저런 일이 실제로 있냐?”, “어떻게 저런 일이 한 명한테 다 일어나냐?”라고 하지만그게 아니라는 걸 여자들은 다 알지 않나요?

 

 

Q. 유성과 예슬의 관계는 로맨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만, 예슬이 유성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그에게 구원받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고심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펼쳐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구원받는 관계 이야기를 하셨는데결국 구원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남이 해줄 수 있는 건 가벼운 계기를 만들어준다거나 손을 잡아서 이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이끌어주는 정도니까요. 예슬이가 자기 힘으로 변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유성이가 하는 건 계기를 마련해주는 정도지만그게 누군가에겐 큰 발판이 될 수 있겠죠그런 감정과 관계들을 좋아합니다원래 막 끈적한 감정보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동지애를 더 좋아해서어떤 목표를 향해 예슬이와 유성이가 나란히 이인삼각을 열심히 해 나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관계로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Q.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통해 작가로서 무엇을 계속 중심에 두고 싶은지 조금이라도 분명해진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성공한 만화는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인데, 저는 남자 주인공에 이입을 잘 못 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니까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하면서 독자들이 감사하게도 여자 주인공을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그러니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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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지난 2019 11 21일 넷플릭스가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 Service)라 불리는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데요. 넷플릭스는 영상·영화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됐습니다한국에는 최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140만 주(4.99%)를 인수한 건 우리가 ‘콘텐츠 IP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의 약자입니다콘텐츠 IP에 대해 이성민(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원) ‘콘텐츠 지식재산 활용 산업 활성화 방안연구(2016)에서 콘텐츠에 기반을 두어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관련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로 정의했습니다산업적 맥락에서 콘텐츠 개별 작품보다 연계 사업의 원천으로 IP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콘텐츠 하나를 잘 만들어 소위 대박을 나게 하는 것보다 연결을 통해 연계수익을 강화하는 것이 콘텐츠 IP의 핵심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웹툰 공식 페이지 캡처

 

바라트 아난드는 <콘텐츠의 미래(The Contents Trap)>에서 콘텐츠 자체의 힘보다 ‘연결(connection)의 힘을 믿으라 주장합니다파일공유 사이트로 공멸할 줄 알았던 음악 산업은 “CD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라이브 콘서트의 입장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콘서트 수익이 증가했습니다.(228쪽) 음악 산업은 전통적인 ‘음반 사업이 아니라 포괄적인 콘텐츠 IP 산업이 되었습니다콘텐츠 산업에서 핵심은 ‘연결이고,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건 취향을 공유한 사람 즉 ‘팬덤입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대중들은 일상적으로 다량의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콘텐츠에 지급하는 비용은 점점 낮아졌습니다웹툰이나 유튜브처럼 소비 자체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 콘텐츠도 일반화되었습니다콘텐츠를 잘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전통적 사고방식으로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무료로 서비스한다고그거 나쁜 거야하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격언인  “좋았던 과거의 것들이 아니라 나쁜 오늘의 것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Don’t start with the good old days, but the bad new ones)처럼 우리의 고민은 나쁜 오늘즉 나쁜 새로운 것(bad new ones)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것은 미디어에 종속됩니다만화를 구분하는 명칭도 소년만화청소년만화성인만화순정만화 식이었다그런데 ‘오늘의 것에서는미디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미디어 대신 플랫폼소비를 위한 틀이 등장했습니다디지털 환경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끊김 없이(Seamless) 독자들을 몰입하게 했습니다. PC에서 웹툰을 보다가스마트폰 앱을 가동해서 봐도 큰 문제가 없다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 등은 수많은 작품을 보편적 대중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에 맞춰 작품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습니다넷플릭스처럼 완벽한 큐레이션 기반 서비스는 아니지만차곡차곡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심리스한 경험은 사용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특정 작품을 둘러싼 경험의 확장을 설명하는 데도 유효합니다내가 특정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소셜미디어나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팬덤에 접속할 수 있는데요팬덤에 접속하여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유저들과 함께 IP를 소비하며 가치를 확산합니다아이돌 산업마블 시네마스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마블 영화가 팬덤을 가장 효과적으로 묶어 내고 관리합니다그 중심에는 IP가 있습니다.

▲ 이미지 : 일간스포츠 <아색기가>

 

IP, 사용자 경험팬덤 형성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것의 관점에서 웹툰을 이해해야 합니다애초에 웹툰은 탄생부터 ‘오늘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웹툰은 21세기 시작된 새로운 만화입니다. 기존 만화를 디지털화해 유통한 전자책(e-book)과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책은 유통채널의 확대지만, 웹툰은 새로운 개념의 등장입니다. 1990년대 후반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된 만화와 2001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양영순의 <아색기가> 등의 작품이 디지털로 공유되며 웹툰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료로 콘텐츠에 접근하게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웹툰으로 소비된 <광수생각>이나 <아색기가> 등이 얼마나 많이 공유되었는가를 떠올려 볼까요? 웹툰은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로 등장했고한국형 포털(사용자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사이트에 웹툰 서비스로 안착했습니다. 20061월 네이버 도전만화 서비스가 시작되며 콘텐츠 경험이 구독에서 창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웹툰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중요 서비스의 하나로 유저를 붙잡아두고트래픽을 올리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레진코믹스 공식 페이지 캡처

 

아이폰 출시 이후 포털에 종속된 웹툰 서비스도 변화했습니다. 2013년 레진코믹스, 2014년 탑툰 등 유료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모바일 앱을 통한 ‘구매 경험이 추가되었습니다레진은 런칭 당시 네이버웹툰과 다른 웹툰을 전면에 내세우며 팬덤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경험의 확대와 팬덤 형성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웹툰 유료화를 성공리에 끌어냈습니다.

스마트폰이 끌어낸 변화는 놀라웠고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했습니다콘텐츠 소비특히 디지털 콘텐츠 소비는 스마트폰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웹툰은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로 주목받았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컴퍼니)라는 웹툰 회사를 개별 회사로 독립시켰습니다네이버웹툰은 2014년부터 라인웹툰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섰고, 2018년 네이버 북스를 네이버 시리즈로 개편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2016년 카카오 재팬에서 픽코마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8년 다음웹툰컴퍼니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의 사내회사(CIC)로 독립시켰습니다.(현재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로 회사명을 변경)네이버와 다음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변화하는 와중에 두 거대 IT 회사는 모두 웹툰 회사를 웹소설전자책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회사로 독립시켰습니다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24일 네이버웹툰 서비스 밋업에서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의 미래에 대해 “골드러시 시대에는 금맥 찾기보다 청바지 사업이 성공했다는 말이 있다. IP를 꾸준히끊임없이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글로벌 OTT들의 전쟁은 굉장한 기회이자 성공의 기회다. (중략네이버웹툰은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게 되면 너무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나들며 독자와 IP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전무후무한 플랫폼 (중략) OTT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우리 IP의 가치는 이들을 통해 끊임없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웹툰이라는 IP의 사용자 경험을 글로벌하게 확장하면글로벌 OTT들은 웹툰 IP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의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인수의 핵심도 경쟁력 있는 한국의 콘텐츠 IP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2019~2020년은 ‘글로벌 콘텐츠 IP 시대’인 것입니다. 글로벌 콘텐츠 IP 시대에 한국 웹툰은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빅 2 체제로 완전히 정착되어가는 것일까요? 두 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새로운 작가를 흡수하고, 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게임을 제작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제 중소규모 플랫폼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일까요?

웹툰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낮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습니다. 만화방 시대에는 시장 독점도 가능했고, 공급을 조정해 신규 시장 진입자를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잡지-단행본 시대에는 대부분 익숙한 잡지를 구매했기 때문에 신규 잡지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 공유되어온 링크를 누르기만 해도 바로 웹툰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알리고소비하는 데 중간 단계 ‘미디어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아졌습니다문제는 낮은 진입장벽으로 콘텐츠에 접근한 사용자를 붙들어 둘 수 있는 지속력입니다.

콘텐츠 IP의 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해 ‘취향'이 중요해집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순간 사용자는 팬덤에 들어가는데요. 이를 정리하면,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낮은 진입장벽 콘텐츠 경험 소비 ③취향 공유 ④팬덤 확대 ⑤안정적 수익과 재생산 구조로 이어집니다. 안정적인 생태계의 구성은 꼭 대형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계적인 스타가 된 BTS는 한국의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아니었지만취향으로 연결된 팬덤을 꾸준히 관리하고 늘려나갔습니다시대가 변화하기 때문에 취향을 연결한다면 충분히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딜리헙, 만화경, 에끌툰은 눈여겨볼 의미 있는 플랫폼입니다.

 

 

2018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딜리헙은 누구나 자유롭게 플랫폼에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해 수익을 창출하는 ‘오픈 플랫폼입니다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닙니다. 2015년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포스타입도 오픈 플랫폼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마사토끼작가는 포스타입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고 얻는 수익을 매월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딜리헙은 기존 오픈 플랫폼과 다른 차별성을 기획하고취향을 연결했습니다딜리헙은 기존 오픈 플랫폼 서비스들과 어느 지점이 다른 걸까요? 구글 플레이에서 딜리헙 앱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좋은 작품이 보고 싶을 때,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상자 딜리헙 앱.

새롭게 발견하는 취향. 발견해 보세요.
당신을 사로잡는 특별한 이야기. 멋진 이야기들. 만나보세요.

딜리헙이 준비한 흥미로운 읽을거리.”

 

 

이 중에서 강조된 키워드는 ‘새롭게 발견하는 취향 ‘멋진 이야기들’ 입니다이 지점이 차별점입니다플랫폼이 작가와 독자에게 취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딜리헙이 제안한 취향은 무엇일까요딜리헙은 장르 카테고리에 판타지일상드라마 등 익숙한 장르 구분과 함께 BL GL을 명기했습니다플랫폼의 작품을 소개하는 ‘딜리스테이션에서 처음 소개한 작품이 고사리박사 작가의 <극락왕생>입니다작품을 소개하는 카피도 명확합니다. “이제는 여성 주인공들이 활약할 때한국적 판타지를 그리는 여성 서사 화제작입니다카테고리의 구성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운 홍보 등을 함께 종합해 보면 딜리헙이 제안한 취향이 ‘여성 서사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애초에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작가를 존중하는 플랫폼으로 기획했고이 기획에 공감하는 작가와 독자들이 딜리헙을 통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현재 딜리헙은 첫 화면에서 다양한 큐레이션을 실시하며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끌툰은 특이하게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2015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김민석 대표가 2010년 웹툰 <헤븐리스파이>를 연재하는 홈페이지로 시작해 2015 7월부터  ‘에끌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기독교적 소재나 세계관을 활용한 웹툰이라는 확실한 취향으로 꾸준히 팬덤을 묶어 내고 있습니다. 종교 웹툰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있지만에끌툰은 한발 더 나아가 웹툰을 구독하는 젊은 사용자들과 공감하는 작품을 개발합니다. <마가복음 뒷조사>(글 그림 러스트)처럼 성경을 당대의 문화와 역사적 상황을 담아 살펴보는 작품, <비혼주의 마리아>(글 그림 린든)처럼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젠더 차별의 문제와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 <영생을 주는 소녀>(글 러스트 그림 린든)처럼 SF까지 작품의 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으로 일반 사용자까지 연결성이 확대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데요보수적인 시선으로 보기에는 파격적인 작품들이지만교회 내부의 문제로 인해 등을 돌린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작품들입니다단순한 기독교 웹툰이 아닌 에끌툰만의 차별성은 가치를 만들고경험하게 하며 이에 공감하는 사용자들에게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유도합니다.

 

▲ 이미지 출처 : 만화경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캡처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런칭한 만화경 역시 세분된 취향에 집중합니다우아한형제들이라는 튼튼한 자본에서 시작한 플랫폼이라면 당연히 작품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기존 플랫폼 독자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만화경은 전혀 달랐는데요. 만화경은 ‘격주 수요일 만화 잡지’ 를 콘셉트로 내세웠습니다목차가 제공되고매호 12 작품 내외가 연재된다심지어 ‘애독자 엽서까지 운영하며 오프라인 만화 잡지를 앱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격주간이나 월간 만화 잡지 형태를 웹툰에 적용하자는 전략은 신선하지만완전히 새롭지는 않습니다더 충격적인 건 작가와 작품 선택입니다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후발주자임에도 유명 작가를 스카우트하지 않았습니다만화경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에게 연재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직장인 감자>의 감자 작가나 <별일 없이 산다>의 키크니 작가는 기존 웹툰 플랫폼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 작품을 연재해 팬덤을 보유한 작가입니다감자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7만 명이고키크니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6만 명에 이릅니다감자키크니 작가처럼 소셜미디어에 연재해 일정한 규모의 팬덤을 지닌 작가와 함께 만화경은 장르적 재미보다는 일상을 공유하는 작품을 선택하며 플랫폼의 취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만화경이 선택한 취향은 배민 폰트, ‘배민신춘문예’처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우아한형제들이 구축한 차별성과 어우러지며 배달앱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 독자들을 효율적으로 묶어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딜리헙에끌툰만화경은 거대한 웹툰 생태계에서 특화된 영역을 차지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이 과정에서 이들 플랫폼은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 IP 시대에 맞춰 차별화시키고취향을 연결하여 팬덤을 묶어 내고 있습니다같은 취향을 지닌 사용자를 작품-플랫폼과 연결하고자연스럽게 팬덤을 형성한다면 콘텐츠 IP 시대에 중소규모 플랫폼들은 훨씬 효율적으로 생존해 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취향이고, 연결이고, 경험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팬덤입니다. 취향-연결-경험이 팬덤을 만든다면 콘텐츠 IP는 재생산 구조로 정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인하 | 만화 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5>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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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입니다." <썅년의 미학> 민서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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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아직 건네지 못한 인사가 남았다.
엄마, 안녕!

 

 

재미있는 말입니다. 별생각 없이 쓰는 ‘안녕’은, 곱씹을수록 재미있습니다. 명사로서의 ‘안녕’은 ‘아무 탈 없이 편안함’을 뜻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명확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평소 인사를 건넬 때 쓰는 감탄사로서의 ‘안녕’은 다릅니다. 표준국어사전에는 ‘만나거나 헤어질 때’ 쓰는 감탄사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라니, 완전히 극단의 상황이죠. 그런데 우리는 이 두 상황에서 같은 발음으로 ‘안녕’을 말합니다.


웹툰 <안녕, 엄마>는 <사랑스러운 복희씨>로 꽤 많은 팬덤을 가진 김인정 작가의 새 작품입니다. 복희씨에게 푹 빠져있던 독자들의 기대는 높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프롤로그 공개 후, 댓글 창에는 <안녕, 엄마>의 ‘안녕’이 ‘Hello’인지 ‘Goodbye’인지에 대한 의견으로 분분했습니다. 나란히 서서 요리를 하는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에게 전하는 메시지, ‘안녕, 엄마.’ 이 모녀는 어떤 인사를 건네는 것 일까요.

 

 

 

' 밥 먹었냐는 안부와 진심 '  

 

“밥 먹었어?” 떨어져 있었던 시간의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우리는 안부를 묻기 위해 말합니다. 진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기 보다는 잘 지냈냐는 말의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물론 아주 우회적인 표현이라고만 할수도 없습니다. 오래 전 밥도 못먹을 정도로 어려웠던 시기에는 그 사람의 안위를 파악하기 위해 ‘밥 먹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밥 먹었냐’는 인사로 서로를 맞이합니다.

 

밥 때가 되었으면 함께 밥을 먹자는 의미로, 밥때가 지났으면 밥을 잘 챙겨 먹었냐고 걱정하는 의미로. 생각하면 참으로 정겨운 인사입니다. 그런데 엄마의 그것은 다르다. 엄마의 ‘밥 먹었냐’는 질문은 안부를 묻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응” 혹은 “아니”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진짜, 밥을 먹었냐는 것입니다. <안녕, 엄마>도 그렇게 시작됩니다. 엄마와의 전화에 은영이는 “응, 먹었어” 라고 답합니다. 예상되는 엄마의 물음은 “밥 먹었어?”. 엄마는 늘 진짜 밥을 먹었는지 궁금해 합니다(뭘 먹었는지까지도!). 그래서 우리는 그 질문에 소홀해지기도 합니다.


골치 아픈 전화를 받는 와중에 엄마의 연락을 무심히 받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은영’이도 그랬습니다.
 ‘안녕’을 둘러 싼 의견에 답을 먼저 말하자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은영이는 엄마와 헤어졌습니다. 엄마의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조금 전까지 전화 통화를 나누었던 엄마는 영정 사진이 되어 돌아왔는데요. 은영이는 이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은영이는 다시 엄마를 만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아닌, 헤어짐과 만남 입니다.

 

 

 

 

' 엄마와 딸, 두 이야기 '  

 

 

 

엄마가 죽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엄마의 장례식이 끝나고 은영이가 받은 것은 엄마의 일기장입니다. 하나뿐인 딸 은영이는 이 일기장을 조심스레 손에 쥡니다. ‘자기 물건 건드리는 거 싫어할 텐데.’ 은영이는 엄마를 보내고서도 엄마에게 다가서기 힘들어합니다. 잡다한 메모가 적힌 일기장을 받아들고도 생각합니다. ‘이런 걸 보는 건 제일 싫어했겠지.’ 엄마가 돌아온 것은 그 때부터였습니다.

 

 

 

일기장과 함께 돌아온 엄마. 엄마는 ‘죽음’이라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은영이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냅니다. 은영이는 엄마의 일기장을 단숨에 읽지 못하고 한 장씩, 천천히 넘깁니다. ‘냉혈한’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차가웠던 엄마와 서먹할 수밖에 없었던 은영이는 일기장을 통해 엄마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까요? 엄마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은영이지만, 엄마를 찾아가는 와중에 은영이는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마주합니다. 엄마, 그리고 딸의 이야기는 그렇게 이어집니다.

 

 

 

' 이상적인 관계? '  

 

 

혼자 남은 은영이는 엄마의 기억을 하나씩 좇습니다. 그 과정에서 은영이는 몰랐던 엄마의 삶을 마주하게 됩니다. 존재도 몰랐던 엄마의 남자 친구, 삶의 괴로움, 흔적. 엄마가 언젠가 꼭 가고 싶었다던 바닷가를 찾은 은영이는 장례식장에서부터 참았던 눈물을 쏟아낸다. 마음껏 엄마를 그리워하고 싶었던 것일까요?서툰 관계의 끝에서 은영이의 마음이 그렇게 쏟아집니다.

 

 

▲ 이미지 : <안녕, 엄마> 단행본 판매 사이트 캡처 (https://bit.ly/2NbuKOr)

 

그래서인지 이야기 초반엔 엄마의 흔적을 좇았다면 이후부터는 은영 이의 ‘속마음’들이 드러납니다. 엄마에게 스스럼없이 애정표현을 하는 희선이를 보며 은영이는 생각했습니다. ‘이상적인 관계.’ 힘들 때 엄마가 보고 싶다는 희선이에게 은영이는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힘들 때 엄마가 보고 싶다는 감정을 그리워한 것입니다. 하지만 은영이는 이제 생각합니다.‘엄마도 힘들 때 내가 보고 싶었을까?’ 사실 희선이도 엄마와의 관계가 쉽지 않습니다. 은영이처럼 서먹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에게 ‘너무’ 의존하다 보니 적당한 거리가 없는 것이죠. 성인이 되어 떠나가려는 희선이에게 서운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서 답답함을 느끼는 희선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은영이에게 털어놓은 희선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세상에 이상적인 관계가 있을까요?

 

 

' 나를 만나다 '  

 

일기의 마지막 장에 가까워질수록 엄마는 흐릿해집니다. 선명하던 엄마는 말없이 사라지기 일쑤입니다. 은영이는 알고 있습니다. 이제 곧 엄마가 사라지리라는 것을. 은영이는 처음부터 엄마가 환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너무 깊은 후회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은영이가 만들어 낸 자기방어와 같은 환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은영이는 엄마의 기억을 좇은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와 미움을 극복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엄마와 꼭 닮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엄마를 이해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요? 결국, 내가 안고 가야 할 상처와 기억, 그리고 그리움입니다. 이제 엄마를 보내주어야 합니다. 나를 만나고 “안녕”, 엄마를 보내며 인사합니다. “엄마, 안녕.”

 

 

 강정화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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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우리 생활을 깨알같이 녹인 웹툰들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015. 6. 29.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국에 수입된 외국 만화를 볼 때면 입학식 날 벚꽃이 피는 모습, 교실에서 짝꿍 없이 한 명씩 앉아 있는 모습, 짧은 팬츠 체육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서 위화감이 솟아오를 때가 많습니다. 입학식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열리고, 교실에서는 두 명씩 짝을 지어 앉고, 늘어난 체육복을 교복 대신 입는 모습이 바로 우리가 보아왔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한국 웹툰은 우리나라 작가가 그리는 만큼,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어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데요, 우리 생활을 녹인 웹툰들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232'작가의 연애혁명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웹툰입니다. 작가가 그만큼 중고등학생들의 일상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죠. 교복처럼 입는 저지와 삼선슬리퍼, 일상복까지 학생들이 많이 입는 스타일을 그대로 그려낼 뿐만이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여가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상당히 현실감 있게 그렸습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체육대회에서는 각 반이 컨셉을 잡아서 옷을 맞추고, 응원 카드를 만들고 응원하는 모습 등 학교 생활의 꽃인 체육대회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가 시간도 웹툰의 주인공들이 중고등학생들이 자주 가는 노래방, 피시방, 카페 등에서 여가시간을 보내면서 학생들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SNS나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개그나 패러디 등을 그려 대한민국 중고등학생들이 공감할만한 유머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웹툰이라는 만화 특성상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 학생들이 공감하는 만큼 한국의 중고등학생을 잘 표현하는 웹툰인 것 같습니다. 



▲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마일로’ 작가의 여탕보고서는 여타 일상툰과는 방향을 달리합니다. ‘목욕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일상툰이기 때문이죠.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인 만큼 목욕탕을 주제로 웹툰을 그리기는 부끄럽고 어려울 것 같으나, 작가는 코믹한 캐릭터를 통해 목욕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어렸을 적 바가지를 포개어 수영하던 냉탕, 자동식 수도꼭지의 불편함, 온도조절에 실패했을 때의 슬픔, 목욕탕에서 때 벗기는 아이들까지 소소한 소재지만 목욕탕을 한 번쯤 가보았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댓글 창은 어느새 추억과 공감의 나눔터가 됩니다. 특히 여탕보고서라 여탕에서의 이야기만 나오기 때문에 남녀목욕탕 간의 차이를 소개하는 분들이 많아 남녀 간의 서로 다른 목욕탕 문화를 댓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이 웹툰의 묘미입니다.



▲ 다음 웹툰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안나보니따' 작가의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웹툰 제목만 보아도 뭉클하지 않나요? 어떻게 보면 흔한 잔잔한 일상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엄마'와 같이하는 일상을 재조명하여 그려내는 이 웹툰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속상해서 울고 있으면 토닥토닥 달래주는 엄마, 머리를 묶어주던 엄마의 손, 엄마를 보면서 하나하나씩 배워나가는 어린 나. 몽실몽실한 그림체로 그려내는 일상을 보다 보면 마음까지 힐링되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는 '공뷰'로 제공되고 있는데요, 움직이는 그림과 배경음악을 통해서 좀 더 생생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식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가 되어있으니, 여러분도 모바일로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를 보며 힐링하는 건 어떨까요?


▲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 대학일기

 

기나긴 고등학교 3년 수험생활을 학생들은 대학교에 대한 로망으로 버텨내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대학생활을 이야기하며 수험생들의 로망을 깨버리는 웹툰이 있는데요, 바로 '대학일기'입니다. 실제로 대학일기는 현재 대학생활 중인 작가가 생생한 대학생활을 그린 웹툰입니다. 단순한 그림체지만 생생한 표정과 공감되는 대사, 에피소드 때문에 인터넷에서 많이 회자가 되었습니다. 수강신청 때문에 피시방까지 갔지만 실패하고, 시험기간에 과제까지 몰아쳐서 정신을 놓으며 과제하고, 학교 앞에 먹을 것이 천지지만 결국 밥버거를 선택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독자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공감하는데요, 특히 시험기간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이 프로필 사진을 대학일기의 그림으로 바꿔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최근에는 네이버 밴드에서 대학일기 이모티콘을 이벤트로 증정하는 등 그 인기가 더욱 높아졌는데요, 정식으로 등단한 웹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기를 얻는 이유는 높은 공감대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을 잘 녹여낸 웹툰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나와 내 옆의 사람이 경험하는 가까이에 있는 소재인 만큼, 독자들과 소통하고, 또한 독자와 독자 간의 소통도 많이 이루어지는 웹툰들인데요, 앞으로도 우리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웹툰이 더욱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네이버 웹툰 오빠왔다

네이버 웹툰 여탕보고서

다음 만화속 세상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네이버 베스트 도전 대학일기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우리는 책장을 넘기던 시절과 달리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는 형식으로 만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만화라는 장르에서 가지처럼 뻗어져 나와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했습니다. 기존의 만화책과는 달리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웹툰은 단순히 스크롤을 내리는 것에서 진화하여 점점 색다른 모습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독자와 소통을 원활히 하는 방법을 택하고, 좀 더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눈뿐만 아니라 귀와 촉각에도 즐거움을 주는 웹툰들을 지금부터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1. 네이버 <컷툰>의 컷댓글 기능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공감이 가는 웹툰도 많이 올라옵니다. 페이스북 같은 경우에는 사진마다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컷마다 댓글을 다는 것이 가능하고 그 댓글로 각 컷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런 SNS의 기능을 차용하여 만든 것이 바로 네이버의 <컷툰>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버의 <컷툰>도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각 컷마다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하여 독자들의 의견 나눔과 공감대 형성을 돕습니다. 베스트 댓글 기능도 각 컷마다 적용되어 공감을 많이 받으면 각 컷의 베스트 댓글이 될 수 있어서 만화 컷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2 네이버 웹툰의 <컷편집> 기능


또한 네이버 웹툰은 웹툰의 컷을 독자가 직접 편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컷편집> 기능을 제공합니다. 컷을 원하는 크기대로 자르고, 말풍선 안에는 독자가 원하는 대사를 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대사의 크기와 내용, 색깔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으며, 글씨체도 고딕체, 궁서체, 명조체, 굴림체 등을 지원합니다. 완성된 컷은 주변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2차 창작을 가능하게 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격려하는 것은 독자와 작가의 소통뿐만 아니라 웹툰을 읽는 독자들의 즐거움을 더 해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기능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진 3. 네이버 웹툰 <연애혁명> 83화 BGM ON/OFF 메뉴와 BGM 설명


네이버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컷툰>과 <컷편집>뿐만 아니라 귀를 즐겁게 해주는 BGM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내용과 어울리는 BGM을 삽입하여 웹툰의 분위기를 한층 더 무르익게 해주고 내용의 몰입을 도와줍니다. 실제로 BGM을 틀어 놓고 읽었을 때와 BGM을 꺼 놓고 읽었을 때에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BGM의 ON/OFF는 독자가 임의로 설정하는 버튼이 오른쪽 상단에 있어서 듣고 싶지 않을 때에는 언제든지 음악을 꺼 놓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4. 스크롤을 올리면 진동이 울리는 정은경, 하일권 작가의 <고고고>의 장면


네이버 웹툰은 이 외에도 엄청난 시도를 다양하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업데이트된 신작 정은경, 하일권 작가의 <고고고>는 무려 4D를 표방하는 신작으로 웹툰계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크롤을 올릴 때마다 컷이 추가되거나 화면이 흔들리고, 새가 날아드는 장면은 직접 멀리서 오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됩니다. 이는 네이버에서 작가들에게 제공하는 ‘웹툰 효과 에디터’의 힘인데요. 네이버 웹툰 작가가 이 에디터를 사용하면 별도의 플래시로 만들거나 프로그래밍 하지 않아도 장면의 이동, 확대, 축소, 회전, 흔들기나 진동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화려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작가들이 장면들을 풍부하게 연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네이버의 자체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합니다.


눈과 귀와 손이 모두 즐거운 웹툰, 앞으로는 어떻게 발전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3D나 AR(증강현실)을 이용한 재미있는 웹툰이 하루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애니메이션과 웹툰의 경계가 허물어져 새로운 장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기술에 당황하지 마시고, BGM의 ON버튼을 누르시고 한 번 즐겨보세요. 웹툰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이 여러분 앞에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사진 출처

사진 1~3. 네이버 웹툰 잇선 작가 <우바우>

사진 표지, 사진4 네이버 웹툰 정은경, 하일권 작가 <고고고>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