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9.01.14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가짜뉴스란 ‘잔혹한 기사 제목이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진과 영상을

혐오 목적으로 마치 기사처럼 거짓으로 꾸민 거짓말, 선동’으로 정의된다.

인터넷에 만연히 떠돌고 있는 가짜뉴스. 가짜뉴스는 왜 이용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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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영섭(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Netflix)가 현지화 전략의 하나로 폴란드에서 만든 8부작 드라마 <1983>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를 디지털 미디어 시대 버전으로 각색한 것이다. 드라마 <1983>속에서 가상의 폴란드 정부(당과 보안국)는 1천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트라슈카라는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묵인한다. 이를 통해 당은 ‘자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지만, 그 이면에는 삼촌(uncle)이라고 불리는 베트남계 사업가가 고용한 수백 명의 IT 전문가들이 트라슈카와 일상을 함께하는 젊은이들을 감시한다.


이 방식은 분류카드를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체제를 위협하는 민주주의자를 적발하여 처단하기도 쉽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여전히 트라슈카에 자신의 사적 정보를 유출하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당과 지도자’를 모욕한다. 그들에게 심어진 ‘자유’라는 환상은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마약이다. 거짓이 진실을 묻어버리고, 자유에 대한 환상이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


<1983> 포스터 & 스틸이미지


이러한 인식의 출발은 어이없게도 자연자원의 유한성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질주하던 자본주의는 1973년 중동에서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석유파동으로 갑자기 치솟은 유류가격은 전 세계적으로 노동을 통해 구축되었던 금융자본의 가치를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이 시기 전 세계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높은 임금과 엄격해진 규제를 피해 생산시설을 저개발국가로 대거 이동시켰다. 자본주의 생산시설의 전 지구적 도피는 필연적으로 뉴욕과 런던에 몰려있는 금융자본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생산시설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개발을 견인했다.


탈현대는 개인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한다. 개인은 더 이상 욕망을 절제하며 신성한 ‘노동’에 종사하지 않는다. 또한 ‘오래된 전통’에 따르면서 도덕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개인은 자아실현과 실천 가능한 책임만 수행한다.


이 시대를 이끄는 규제철학은 ‘규제된 자율규제(Regulierte Selbstregulierung)’이다. ‘규제된 자율규제’는 헌법적 가치로 규정된 권리와 의무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국가통제와 기업이 자발적으로 헌법적 가치를 실천하는 자율 사이에 위치한다.


‘규제된 자율규제’는 개개인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자율적으로 실천해야 할 책임을 적시한다. 그러나 탈현대시대의 ‘규제된 자율규제’가 반드시 그 사회를 신뢰사회로 견인하지는 못했다. ‘규제된 자율규제’를 실천하더라도 정보유통을 독점한 사람들은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탈현대를 배신한 정보독점과 정보조작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규제된 자율규제’를 근간부터 뒤흔들었다. ‘탈진실(post truth)’로 불리는 ‘자율이 위협받는 시대’는 정치적 성공과 경제적 이익을 취하려는 소수집단에 의해서 시작되었지만, 디지털기술 발달로 ‘자율’은 공동체 이익을 대변하는 법치와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극단적으로 쟁취하려는 자치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한 오해와 저주는 그 어디쯤에서 시작된다.



인터넷 개인방송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가짜뉴스’가 만연하다는 비난에서 비롯된 것이다. 가짜뉴스는 대략 ‘잔혹한 기사제목이나 의도적으로 조작된 사진과 영상을 혐오목적으로 마치 기사처럼 거짓으로 꾸민 거짓말, 선동’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가짜뉴스’를 생산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가짜뉴스’는 인터넷을 활용한 봇(Bot)과 플랫폼(Platform) 서비스에 길들여진 이용자의 의식을 조작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발생한다.


물론 가짜뉴스가 인터넷에서 많이 떠도는 것은 사실이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자신들이 접한 기사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누르는데, 이 ‘좋아요’는 단순히 해당 콘텐츠에 공감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준다. 페이스북(Facebook), 유튜브(YouTube)가 그렇다. 또한 아프리카TV를 비롯한 대다수 인터넷 개인방송 플랫폼의 작동원리도 마찬가지이다.


이용자들의 호응 정도에 따라서 인터넷 개인방송 운영자와 플랫폼은 광고수익을 나누어 갖는다. 가짜뉴스 유포자는 ‘좋아요’가 누적되는 만큼 경제적 이익도 얻지만, 그로 인한 여론조작을 통해 정치적으로 이익을 얻게 된다. 그러나 러한 행위를 명백한 범죄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대다수 가짜뉴스는 범죄로 규정될 만큼의 기만 요소가 들어있지 않지만 누군가를 기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분명한 악행이다.


가짜뉴스 관련 뉴스보도 (이미지 출처 : JTBC 캡쳐)


현재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영역은 정치 분야다. 주로 거짓 주장이나 만들어진 스캔들은 정치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데 이용된다. 정치적 혐오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켜서 여론을 극단적으로 나뉘게 하고 이것이 결국 선거를 통한 투표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대다수 연구자들은 선거에서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변수인 것은 확실하다.


이러한 정보조작, 거짓말은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낯선 현상이 아니다.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은 정치체계에서는 진실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오직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짜뉴스는 크게 잘못된 정보, 조작된 정보, 악의적 정보로 나눌 수 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는 내용은 비록 허위이지만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없는 정보이다. 종종 기자들이 보도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여 타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사생활을 침해할 때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의 대부분은 현실적 악의가 없는 단순 실수로 오보정정을 통해 시정된다.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는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허위로 만들어 낸 내용을 현실적 악의를 갖고 유포하는 경우이다. 조작된 정보를 개인이나 집단, 조직, 특정 국가에 피해를 줄 목적으로 유포하기 때문에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좁은 의미로 기만을 목적으로 한 가짜뉴스는 조작된 정보에 해당한다.


‘악의적 정보(Mal-information)’는 정보 내용은 사실이지만, 누군가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사생활을 침해하기 위해 악의를 갖고 유포하는 정보이다. 이 경우에도 현실적 악의를 갖고 정보를 제공하지만, 정보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거나 진실이다. 잘못된 정보(오보)든 조작된 정보나 악의적 정보든 결론적으로는 모두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가중시킨다.


가짜뉴스는 잘못된 정보와 조작된 정보에만 해당한다. 그러나 사실을 적시하는 악의적 정보도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고 개인에게 큰 피해를 주기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가짜뉴스는 정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서 사회적 신뢰가 상실되게 만든다. 또한 쓸모 있는 정보와 쓸모 없는 정보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이를 구분해내기 위해 많은 사회적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미디어 활용 교육이 중요하다. 미디어 활용 교육은 크게 ‘자세히 관찰하기’, ‘심사숙고’, ‘비판적 읽기’, ‘출처 확인’ 등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모든 정보를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다. 만일 헤드라인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면 의심해볼 만하다. 또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선동하는 주장만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둘째는 자세히 관찰한 결과 정보에 의심이 간다면, 그 주장을 전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야 한다. 또한 이 정보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는 비판적 읽기이다. 가짜뉴스의 전형적인 전달 방식은 문장을 따옴표에 넣는 것이다. 기자나 전달자가 직접 취재하거나 확인하지 못했고, 누군가 “그렇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의구심이 드는 정보가 어디서 왔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내용이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면, 반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여론이란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가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는 뉴스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다. 누가 의심스러운 정보를 퍼뜨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저작물에는 출처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도 작성자, 편성책임자, 그들의 주소와 연락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세한 정보가 누락되었다면, 그것은 조작된 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해당 사안에 대해 특정 언론사만 보도했다면,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구분해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제도설계를 통해서 가짜뉴스의 악의성, 오용 가능성을 현저하게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아래와 같은 방안을 제안하려고 한다.


첫째, 뉴스 생산자의 윤리적 기준과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의 1차적 대응방안은 자율적인 교정과 실천이다. 이러한 자율적 기준 확립과 책무성에 대한 논의는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이익을 얻는 전문적 주체들이 책무성을 인지하고, 스스로 규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둘째, 뉴스 생산 주체만으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무성 실천을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감독기구를 통해서 협치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과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규율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셋째, 수용자 입장에서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심사숙고하여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미디어 활용 교육이 더 필요하다.


넷째, 정부의 역할이다. 중세시대처럼 악의적 허위정보를 유통시켰다는 이유로 사람을 화형 시킬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사안도 아니다. 이미 통치수단으로 법이 존재하지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차별을 극복하고 사회를 통합시키기 위한 보완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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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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