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에게 결혼은 여자 친구가 밤이 늦었는데 집에 돌아가지 않는 것이고, 여자에게 결혼은 부모님이 남동생을 맡기고 나가셨는데 다시는 안 돌아오시는 것이라 합니다. 나와 같았던 상대가 결국 타인이라는 걸 인정하는 지점. 그곳을 결혼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인간(人間)이라는 말이 사람과 사람 사이인데, 사랑하는 사이마저 서로를 지옥이라고 부르니 지옥이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요? 샤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에서 가르셍은 말합니다.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지옥 속에 살고 있는 걸까요.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문장에 우리는 각자의 타인들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자존재로서, 곧 나 역시 누군가의 타인임을 인지하는 순간, 그 총구가 나의 관자놀이를 향해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됩니다.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는 이 명제를 증명하는 직유법입니다. 2013년 ‘주택법 시행령’에 의하면 1인당 최소 주거조건은 14㎡입니다. 그러나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되어 이를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그 결과 현재 고시원의 실면적은 4∼9㎡ 정도가 됩니다. 작품은 갓 상경한 스물다섯 종우가 바로 이 고시원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웃 간 갈등을 묘사합니다허락된 두 평을 넘어 복도와 부엌샤워장을 나설 때마다 다른 투숙객과의 접촉을 피할 수 없고 종우는 그들을 불쾌해합니다. 7화에서 205호 투숙객 안희중의 라면을 대신 끓여줄 때, 종우와 독자는 그 지점을 제목이 의미하는 지옥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9화에서 203호실 투숙객인 ‘왕눈이’의 등장으로 작품은 도시괴담으로 흘러갑니다.


 
‘묻지 마 살인’과 ‘인육’이라는 소재는 은유의 ‘지옥’을 재현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연재 초기 작품은 <고시원>과 표절 시비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고시원이라는 배경, 살인, 인육이라는 소재, 미쳐가는 주인공, 똑같은 등장인물 구조 등등으로 표절시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출에서 두 작품은 차이를 보이는데요. <고시원>의 연출은 거대한 사건을 명확히 드러내는 방식이라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사건을 모호하게 만드는 방식을 채택합니다.



쇼트부터 살펴보면 <고시원>은 롱 숏과 풀 쇼트를 주로 사용해 장소와 인물의 행위를 보여줍니다클로즈업은 대화 장면에서 강조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편입니다. 반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칸 크기를 고정하고 미디엄 쇼트와 클로즈업 쇼트를 주로 사용해서 행위보다 심리에 집중합니다롱 쇼트와 풀 쇼트는 장소를 설명하는 기능적인 역할만 수행합니다. 대신 지루할 수 있는 연출반복을 피하기 위해 그로테스크한 왜곡을 사용하고카메라의 위치를 규칙성 없이 배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웹툰은 일반적으로 대화 장면에서 속칭 ‘대갈치기’라는 연출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A와 B의 대화 장면을 A미디엄 쇼트, B미디엄 쇼트를 교차 반복하는 방법입니다.


이때 중요한 지점에서 칸 크기를 조절하거나 클로즈업을 사용해 강조합니다. 그런데 <타인은 지옥이다>는 대화 장면에서 앵글카메라 위치가 바뀝니다즉 카메라 동선이 불규칙적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독자들에게 혼선을 빚기 때문에 지양하는 연출입니다그런데 이 작품에선 그 연출이 맞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그 연출이 종우가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고 이는 작품이 사건의 얼개보단 인물의 정서변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로 정보 제공방식을 들 수 있습니다. <고시원>은 주인공 외 타인의 생각과 시점을 초반부터 보여주면서 주인공보다 정보량에서 앞서게 만들어 추리하도록 합니다. 때문에 주인공 현준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히는 능동적인 캐릭터입니다. <타인은 지옥이다>의 경우, 중반까지 이야기의 시점을 주인공 종우에게 고정하고, 그의 속마음만 계속 보여줍니다. 종우 외의 시선은 매 화 마지막 히끼(引き)컷을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주변인의 사정에는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고시원>은 주인공과 주변인이란 시점을 변화를 주면서 인물 간 행위의 맞물림을 보여준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오직 주인공의 상황을 체험하게 만드는정서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고시원>은 추리물, 스릴러의 장르에 가깝고 <타인은 지옥이다>는 지옥을 재현하기 위한 공포 장르에 가까운 성격입니다. 만화는 독자들에게 놀람과 충격을 주는 일이 정말 어렵습니다맥루한의 말처럼 만화라는 매체는 정보량이 적어서 독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수동적인 영화와 달리 만화는 독자의 확실한 이해와 적극적 참여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독자의 상상력을 보충해줄 단서를 제공함으로써 감정이입을 하도록 만들어야합니다.

 

△ 이미지 출처 : (좌) 네이버 웹툰 고시원, (우) 네이버 웹툰 타인은 지옥이다

 

따라서 만화는 필연적으로 독자가 주인공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도록 설정해야합니다. 정보 제공은 두 가지 방식으로 나아갑니다. <고시원>처럼 전체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과 <타인은 지옥이다>처럼 등장인물과 독자의 동일화공감을 노리는 방법입니다. <고시원>은 행위의 정보량을 더 많이 제공하여 서스펜스를 제공한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행위의 정보량은 줄여 서프라이즈를 제공합니다. 히치콕의 말을 빌려 둘을 설명해보겠습니다. 네 명이 포커를 치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진다면 서프라이즈가 되지만, 포커를 치는 장면 사이에 시한폭탄의 초침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준다면 그것은 ‘언제 터질지 몰라 긴장하는’ 서스펜스가 됩니다. 한 예로 비밀 공간에 진입하는 장면에서 <고시원>은 인물이 계단을 오르고문 앞에도착하고문을 열고비밀이드러나는 4컷에 구성해 독자들에게 앞으로 벌어진 사건에대해 대비하도록 합니다반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인물이 계단을 내려가고 끼이익-’이라는 효과음(사운드 브릿지다음에 비밀이 순간적으로 드러납니다이는 후자가주인공의 숙적을 더욱 미스터리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묘사시키기 위함입니다.


아쉬운 점은 <타인은 지옥이다>의 이런 연출이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약해집니다. 3막 구조상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행위가 드러나야겠지만짙은 안개가 사라지고 노골적으로 사건 묘사에 힘을 씁니다. 사건은 우연성에 기대기 시작하고 약점이 노출됩니다. 고시원 안에서만 살해를 저지르던 203호(왕눈이)가 종우의 고향 선배이자 회사 대표인 재호의 집을 찾아가 재호를 죽입니다. 68화에서는 갑자기 노숙자가 여자 친구인 지은을 해코지하고 이를 본 종우가 노숙자를 폭행합니다. 지은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며 종우와 다투게 됩니다. 또한 본 사건의 구세주 같았던 군대 후임 창현은 종우를 돕는다고 같이 종우의 고시원에 갔다가 갑자기 잠이 들고 죽습니다.



종우를 다시 고시원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숙적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외적 결말을 위해 작품은 우연성으로 풀어가는 약점을 드러냅니다. 중반까지 작품은 제한된 정보량과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심리로 프레임 밖을 궁금하게 만드는 모호와 기대감이라는 장점이 있었지만후반부에 접어들면서 넓어진 무대를 수습하지 못하고 장점은 단점이 되는 한계를 보입니다결과적으로 ‘타인은 지옥입니다.’라는 선언으로 끝내버렸습니다. 종우는 피시방에서 시비 붙은 고등학생과 자기를 날카롭게 대하는 회사 선임을 폭행하고 웃음 짓습니다. 그리고 “장소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있는 모든 곳이 지옥이 되고 있었다”라고 자각합니다. 203호(왕눈이)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이 분해, 해체, 재조립이라고 말했을 때그 대상은 시신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종우의 정신이었습니다.

 

 

203(왕눈이)가 미소 지으며 죽은 것은 종우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만족한 것입니다하지만 종우가 203(왕눈이)와 똑같이 되었다는 결과에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모호한 열린 결말이 여운이 되지 못하는 것은 후반부 극단적 행위들로 작품이 원래 가진 장점과 주제의식이 소거되었기 때문인데요. 과연 작품은 피해자 윤종우 이외 모습을 제시했을까요? 즉 나 역시 누군가의 타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걸까요?



사랑해서 함께하는 사람도 서로를 지옥이라고 부릅니다인간은 필연적으로 타인을 통해 욕구를 충족시키려 합니다. “사람은 왜 서로를 못 죽여서 안달인지... 왜 그런 말도 있잖아요? 타인은 지옥이라고” 타인은 나에게 지옥이 되고 나 역시 타인에게 지옥이 됩니다. 그래서 사람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선택합니다.


본 작품의 연출은 경계의 모호성고립과 소외를 드러내며 우리에게 은유를 던졌습니다후반부를 거둬 생각해보면 우연성의 많은 부분도 고립을 드러내는 은유이며, ‘타인의 지옥이다’의 답은 스스로가 타인의 지옥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조심하고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은 이 형사와 정형사의 두 가지 시선(종우의 살인은 자구책인가 혹은 살인마로 변한 것인가)과 병원에 입원한 종우를 찾아온 미지의 누군가를 묘사하면서 열린 결말로 끝냅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지옥묘사는 생각하는 여지를 사라지게 했고 열린 결말은 무용한 연출로 보입니다모호한 직유법이라고 밖에 답할 수 없습니다오직 피해자 윤종우만 남은 결말열린 질문에 열린 답변은 존재할까요?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 신인 부문 우수상 지정평론,  김건우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고백하건대 2015년 XTM에서 방송한 <수컷의 방을 사수하라>(이하 <수방사>)를 즐겨봤습니다고백이라는 말을 쓴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부도덕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홈페이지를 보면 “남자가 꿈꾸던 공간이 아내 몰래 현실이 된다! 집에 들어가도 할 것이 없는 남자, 화장실만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인 남자,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 남자들이 ‘집’을 통째로 점령한 아내를 향한 대공습을 시작한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젠더 이슈가 부상한 2019년에는 만들어질 수 없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이전에도 시청할 때 상당한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제작진은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당구낚시 등 취미 생활을 접고 집에는 들어와 있는데 답답함을 호소하는 남자들의 의뢰를 받아 아내가 장시간 외출한 사이에 남자들이 원하는 취미 공간을 만들어줍니다프로그램은 거실을 헐어내어 당구장을 만드는 과정과 아내가 언제쯤 돌아올지를 살피는 장면을 교차하며 긴장감을 만듭니다남자가 당구장으로 완벽하게 빙의한 거실에서 큐에 초크 질을 합니다얼굴에 웃음이 가득합니다그때 MC들이 이제 아내가 곧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얼굴이 순식간에 굳습니다이 표정을 많이 봐왔습니다어릴 적 화장실에서 공예로 만든 성냥 덩어리에 불을 붙이고 망을 보며 불타는 모습을 쳐다볼 때 그 표정입니다

 

▲ 이미지 출처 : xtm 수방사2 공식 페이지

 

당시 결혼생활 4년 경력의 저는 이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집에 들어와 대충 옷을 던져놓고 침대에 한참 누워 있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습니다깨끗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쉴 시간이 주어졌습니다밥을 먹고 나면 TV를 보고 싶었지만, 접시가 쌓여 있는 싱크대로 가 고무장갑을 껴야 했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집안일을 하고 싶었지만, 아내는 항상 ‘지금’ 하라고 했습니다. 집이 내 집 같지 않았습니다. 그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수방사>가 일종의 일탈 대리만족으로 느껴졌습니다.

아내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거리는 저를 보며 뭐라 하지 않았습니다그건 그렇게 불장난을 해도 언젠가는 그런 것들을 멈추고 성장할 것이라는 어른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시간이 흐르며 차츰 사춘기는 지나가고 그런 일탈의 감정이 얼마나 유치한지 깨닫게 됩니다. <수방사>는 집이 아내의 공간이라 규정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내에게 집은 파트너가 거의 부재한 상황에서 홀로 일상을 지켜야 하는 전투의 공간입니다책임이 있는 곳에 권리가 생기는 것이고 그렇게 아내는 삶을 지탱하며 낯선 공간을 자신의 집으로 만듭니다정작 무책임한 남자는 그 공간에서 결국 게스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손님은 결코 주인처럼 편안한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아내가 ‘지금’ 일을 하라고 주문한 것은 그 일을 미루게 되면 결국 그 일을 할 사람이 아내가 되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집안일은 반반씩 하는 것이라 굳게 믿은 만큼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동의하지만, 육체적으로 저항했습니다. 세상 무서운 게 습관이란 것 입니다. 집안일에 무지하고 무능한 자가 개조되는 데는 아주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매일 집안일을 그래도 꾸준히 해 나갔고 차츰 낯선 공간을 내 집으로 만들어 갔습니다그리고 그런 책임감 아래 신뢰가 생기니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금씩 자유를 느꼈습니다.

육아의 영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자연 출산을 하며 아내 옆에서 바싹 붙어 앉아 육아를 감당하다 보니 엄마가 육아 능력자가 되는 건 호르몬의 도움을 받은 모성애가 아니라 나 아니면 저 아이 큰일 난다 싶은절박감에서 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옆에서 낑낑거리며 육아도 해 나가면 아빠도 엄마 못지않은 달인이 될 수 있습니다. 육아의 과정에서 제가 열정적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는 아내가 그런 대접을 받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모두가 당연한 일이라 했고 부족하다 싶으면 나무랐습니다아내로선 억울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수방사>는 남자가 답답함을 느낀다고 징징거리는 마음은 위로하면서도 정작 집안과 밖 어디에도 내 공간을 허락받지 못한 아내의 삶을 위로하려 들지 않습니다. 남자의 공간을 만들어주겠다는 제작진은 아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려 아이의 방을 더 예쁘게 꾸며주겠다는 되먹지도 않은 솔루션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남자의 고통에 예민하며 여자의 고통에 둔감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입니다나아가 상의하지 않고 중대한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방식은 가부장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재연한다는 점에서 불쾌함을 낳았습니다그런데도 조금의 변명거리는 남아있습니다.

<수방사>에서 남자들은 왜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취미 생활을 위해 산과 들, 동네를 나도는 대신 집으로 들어와 무모한 작전을 시도했을까요? 이 프로그램은 당위에 동의하면서도 그것에 부적응 하는 남자들의 과도기적 모습을 전제로 합니다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은 사회적으로 유아기를 넘어 사춘기로 접어든 남자들에 대한 연민을 자극합니다나의 아내는 집안일과 육아에 무능하면서도 뭐든 해보겠다고 끙끙거리는 남편을 동정했습니다. 답답함과 기특함이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의 양면적인 감정 아니었을까요?

 

 

남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집안일에 헌신하고 육아에 책임감을 느끼고 달려드는 일은 나름 전대미문의 길이자 모험의 길입니다선의가 충만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난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7년에 저는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당시 막내를 낳아야 하는 아내 옆에서 5살, 3살 두 아이를 전담 마크해야 하는 육체적으로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정신적으로 혼란을 느낀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주는 낯섦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을 넘어 본격적으로 세상과 격리되어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서늘하게 느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응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거야….’ 계속 자문자답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가 독박육아의 고통을 글로 쓰면서 치유했고 영화 속 주인공 역시 같은 방식으로 치유의 길에 들어섭니다. 나를 표현한다는 것은 내가 누군지 알아가는 시간이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나다운 것인지그리고 나답게 살기 위해 어떤 것을 감당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저 역시 육아휴직 때 낯설고 답답하고 벅찬 감정들을 소화하고 싶어 몸부림쳤습니다. 브런치가 때마침 제안을 해줘서 매주 한 편의 육아 에세이를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바쁜 가운데 아내가 한 시간을 허락하면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정신없이 쏟아내곤 했습니다얼마나 많이 생각했는지 말이 줄줄 흘러나왔고 쓰고 나면 그렇게 홀가분해질 수 없었습니다그런 시간을 보낸 후 육아 에세이를 낼 기회도 얻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yes24 인터넷 서점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엄마 페미니즘 탐구 모임 부너미에서 낸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를 읽으며 남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거운 짐을 지며 돌봄 노동을 하는 기혼 여성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갔습니다. 제 고민이 기존의 답을 버리고 새 답을 찾는 과정이라면 엄마들의 고민은 답 없는 세상에서 답을 찾아내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무게가 어떠하든 남자든 여자든 결국 마음속을 드러내고 써 내려가야 살 것 같고 살 방법도 찾아내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각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와중에 새로운 모습의 이야기가 우리 곁에 찾아왔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닥터베르의 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는 남자의 시선으로 낯선 육아 현실을 이해하려는 몸부림남성 육아가 말로만 장려되는 한국 사회에서 돌봄 노동에 뛰어들며 느끼는 부담감페미니즘이 시대정신이 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 부부 관계를 새롭게 만들며 느끼는 심정 등이 잘 담겨있습니다공학박사로 현실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재치 있는 장면이 우선 관심을 끕니다. 어떻게든 주어진 자극을 이성적으로 해석하려 시도할수록 그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더 확인하게 되는 초반 이야기가 흡인력을 줍니다. 이 이야기가 진정성을 지니는 건 어느 아빠의 육아 구경기임시 체험기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육아에 깊이 들어가면서 느낄 수 있는 진한 경험들이 공감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라며 고통의 등가성을 외치기보다는 ‘제대로 사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라는 담담한 고백을 품고 있어 웹툰 한구석에 슬쩍 앉아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를 기다리게 됩니다.

육아 환경에 놓일 때 끼적인 것들은 처음에는 남자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시작하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 육아에 푹 빠져 살면 사람으로 느끼는 일반 감정으로 수렴하게 됩니다이런 이야기가 등장했다는 것은 아직 육아가 젠더 관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미이며 동시에 이제 그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반가운 건 대중적으로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웹툰이라는 형식으로 아빠 육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불모지인 남성 육아의 길이 더 빨리 더 번듯하게 닦일 것 같습니다.

 


 

글 김신완 | 육아 에세이 <아빠가 되는 시간>의 저자. MBC PD.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여러분은 종이만화와 디지털만화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나요? 또 장르에 따라 선호하는 만화의 형태가 있으신가요? 과거, 한 손에 들어오는 네모 반듯한 종이만화책은 어느 덧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와 컷툰, VR툰 등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 되고 있는데요.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만화만큼 종이 만화의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고 합니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디지털만화와 종이 만화의 이용자별 이용 행태애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만화, 일주일에 1~2회 감상

 

 

최근 1년 디지털만화 이용 빈도는 ‘일주일에 1~2번’이 24.1%로 가장 높았습니다. 최근 1년 디지털만화 이용 빈도가 주 1회 이상인 경우는 58.0%로 전년과 비슷하게 나타났는데요.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연령별로 `20-24세(28.2%)'에서 `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성과 연령을 교차하여 살펴보면, `20-29세 남성(26.5%)', `20-29세 여성(26.6%)'에서 `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디지털만화 이용자의 디지털만화 주중 감상 시간대는 `오후 8시~자정 이전'이 46.0%로 가장 높고, 주말 감상 시간대 역시 `오후 8시~자정 이전'이 43.6%로 가장 높았습니다. 주중/주말 디지털만화 감상 시간대는 전반적으로 `오후 8시~자정 이전'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여성'은 '남성'보다 '오후 1시~오후6시 이전'과 `자정~오전 6시 이전'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만화 이용 형태별로는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 응답자들이 `오후 8시~자정 이전'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만화 콘텐츠 이용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 이용자에게서 `오후 8시~자정 이전'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디지털만화, 주로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감상

 

 

디지털만화 이용자의 주 이용 장소는 `집'이 79.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교통수단(지하철/버스 등)(9.6%)', `사무실(9.4%)'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83.9%)'은 `남성(74.4%)'보다 `집'에서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연령별로 `10-14세(93.1%)'에서 '집'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또한, 디지털만화 이용자의 디지털만화 감상 시 주 이용 기기는 `스마트폰'이 70.6%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는 `PC(데스크탑/노트북)'이 18.6%로 나타났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감상하는 비율은 매년 감소, `PC(데스크탑/노트북)'을 통해 감상하는 비율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즐겨보는 웹툰은? <유미의 세포들>

여러분은 어떤 만화를 즐겨 보시나요? 답자들을 대상으로 즐겨보는 디지털만화 작품 유무를 조사해 본 결과 디지털만화 이용자 중 즐겨보는 만화가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63.5%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3.1%p 상승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이들이 즐겨보는 디지털만화 작품으로는 ‘유미의 세포들’이 8.6%로 가장 높았는데요. 2019년의 경우 `유미의 세포들'이 8.6%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복학왕(8.3%)', `신의 탑(8.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에게 디지털만화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인기'였습니다. 디지털만화 이용자의 디지털만화 선택 시 고려 기준(1+2+3순위)은 `인기순'이 57.3%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가격(유/무료)(43.9%)', `소재/줄거리(33.4%)'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더불어, 평소 즐겨보는 디지털만화 장르(1+2+3순위)는 `코믹/개그/일상'이 68.3%로 가장 높으며, 이어서 `순정/로맨스(44.6%)', `드라마(38.0%)'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순위 기준으로는 `코믹/개그/일상(37.6%)', `순정/로맨스/감성(16.8%)', `액션/무협(13.7%)'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웹툰 보다 종이 만화를 선호하는 사람들? 그 이유는?

 

종이만화 이용자들의 종이만화 이용 빈도는 `1개월에 2~3번'이 24.2%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일주일에 1~2번'이 18.1%, `4~6개월에 한 번'이 17.3%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여 주 1회 이상 종이만화를 이용하는 비율은 25.5%로, 전년 대비 4.4%p 증가했습니다.

디지털만화와 마찬가지로 종이만화 이용자들의 주 감상 장소는 '집'이 52.9%로 가장 높으며, 이어서 `만화카페'가 29.2%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집'에서 감상하는 비율은 남녀 모두 가장 높으며, 이외에 `만화카페'는 `여성(33.3%)'에서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즐겨보는 종이 만화는 무엇일까요? 즐겨보는 종이만화 작품(1+2+3순위 기준)은 `원피스'가 19.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명탐정 코난' 10.2%, `열혈강호' 7.1%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순위 기준 역시 `원피스(14.8%)', `명탐정코난(5.9%)', `열혈강호(5.0%)'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웹툰과 마찬가지로 종이만화 이용자의 종이만화 선택 시 고려 기준(1+2+3순위 기준)은  `인기순'이
47.0%로 가장 높으며, 이어서 `소재/줄거리' 43.8%, `장르' 32.5%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1순위 기준으로는 `인기순(30.5%)', `소재/줄거리(17.2%)', `최신작(9.6%)'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종이만화, 왜 구매하는 걸까요?

 

종이만화 이용자 중, 종이만화 구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8.6%로 나타났으며, 전년 대비 6.7%p 상승했습니다. 종이만화 구매 경험을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40.0%)'은 `여성(36.9%)'보다 `구매 경험 있음'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종이만화 구매 경험자들의 종이만화 구매 주기는 `2~3개월에 한 번'이 30.4%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4개월~12개월에 한 번'이 27.8%, `1개월에 2~3번'이 24.6%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전년년 대비 `1개월에 한번 이상' 구매 비율은 3.0%p 감소했습니다.

 

 

종이만화 구매 경험자들의 종이만화 월 평균 지출 비용을 살펴보니 `1만원 초과~3만원 이하'가 4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요. 2017년 이후 `3만원 초과~5만원 이하' 응답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종이만화 구매 이유로는 `종이책으로 소장, 보관하고 싶어서'가 51.3%로 가장 높으며, 이어서 `종이책을 손으로 직접 만지면서 보는 느낌이 좋아서'가 37.3%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2019 만화 이용 실태에 대해서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은 디지털만화와 종이 만화 중 어떤 만화를 선호하시나요? 또, 웹툰 만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종이만화만의 장점이 있을까요? 빠르게 발전하는 만화 산업 속 종이만화와 디지털만화는 각자의 차별점을 가지고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하는 2020년, 한국의 만화산업 기대해주세요!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더 비싼 고가의 상품으로 팔리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자의 시선을 끌어야만 합니다.

 

즉, 상품으로서의 가치부여는 더욱 참신하고 아름다운 외양과 매력적인 겉모습에 우선적으로 주어집니다(중략). 옷차림이 제2의 인격으로 인식되고, 화장품과 미용 산업의 급속한 발전 등은 모두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위 인용문은 웹툰 <여신강림>(야옹이, 네이버)이 창작된 사회적 배경이자, 작품 내에 그려지고 있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맞춤입니다. 시각문화가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외모지상주의 담론이 그 어느 때보다 팽창된 사회에선 만화 역시 이 현실과 밀접히 유관한 소재를 취합니다. 교우관계와 연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메이크업을 시작한 여고생 주인공이 그 증거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주인공 주경은 매회 화장과 착용을 수행하며  만화 밖 외모지상주의 현실을 만화 안에서도 착실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여신강림>이 외모지상주의를 제동 없이 답습하고 나아가 조장한다는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신강림>과 외모지상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실제적인 메이크업 방법(<겟 레디 위드 미> 등)이나 핍진한 10대 문화(<연애혁명> 등)를 무기로 인기를 끌어낸 다른 만화들과 비교해 <여신강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충분히 익숙한 흐름의 순정만화가 어째서 이토록 인기를 끌고 있나요? <여신강림>의 또 다른 문제에 관한 논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 출발했습니다. 바로 <여신강림>의 셀링 포인트가 이야기 내부가 아닌 그것을 담아내는 ‘그림’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각문화의 발전과 외모지상주의 심화의 정점에 ‘쓸모없어도 예쁘면 산다’라는 소비 방식이 놓여 있는 것처럼, 독자(소비자)들은 이제 만화 역시 ‘재미없어도 예쁘면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선 인용문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상품으로서의 만화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는가에 대한 진단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담론 재생산에 대한 비판을 잠시 접어두더라도 <여신강림>을 두고 고민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이런 시장에선 만화가 예쁘고 재미없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뻐서’ 재미없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만화 밖 현실이 아니라 만화라는 양식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만화에서 그림은 텍스트의 부차적 보완물이 아니라 텍스트와 상호 결합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표현 요소입니다. 간혹 ‘만화’라는 양식이 아니었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었을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만화들이 있습니다. 양식의 필연성을 인지하고 핵심 표현 요소들을 놓치지 않고 균일하게 활용해낸 결과일 것입니다. 그저 예쁘게만 그려질 것 같은 순정만화 그림체에도 작화로서의 기능이 존재합니다. 미형으로 발달된 순정만화의 그림체는 자주 서사와 무관하게 그저 예쁜 그림을 제시하는 데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섬세한 표정과 예민한 감정 표현 기술을 발달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순정만화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은 작가의 감성 표현이자 독자와 감성을 공유하게 하는 장치입니다. 이를테면 순정만화를 감상할 때 두 눈의 반짝임을 잃은 주인공의 모습에서 독자는 인물의 어두워진 내면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순정만화로 분류되는 <여신강림>에서도 이러한 감성 표현과 공유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에 대한 대답은 부정적이고 그 대답은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여신강림>의 그림들은 대체로 정적인 구도를 취합니다. 대부분의 컷이 정면을 응시하며 간혹 측면 구도로 그려지는데, 흡사 카메라를 의식하며 찍힌 인물사진과 유사합니다. 표정도 마찬가지로 정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무표정, 혹은 미소 짓는 표정에 고정됨으로써 자연히 얼굴에 담긴 감정보단 얼굴의 ‘예쁜’ 생김새에 집중하게 합니다. 극이 전개되면서 더욱 다양한 표정이 필요해질 때에도 무표정과 미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단지 짜증이 날 땐 미간의 주름이, 당황하면 땀방울이, 슬플 땐 눈물 레이어가 추가된다는 느낌입니다. 그마저도 예쁜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땐 동공과 명암이 생략된 단순한 형태로 제시되며, 특별히 얼굴 근육 전체를 사용해야 하는 역동적인 표정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짤’을 패러디해 웃어넘기게 합니다.



이런 작화를 기반으로 섬세히 감성을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하여 연애가 핵심 서사인 순정만화임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을 앓는 주인공 주경의 감정은 섬세하기 이전에, 진지하게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전개상 꽤 중요한 국면일, 남자주인공 수호에게 고백할지 고민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고백 후 차여서 친구로도 남지 못하는 것과 가만히 있다 수호에게 다른 애인이 생겨버리는 두 가지 부정적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에 싸인 주경의 모습은 또 한 번 패러디 짤로 귀결되며 가볍게 그려집니다. 짝사랑으로 인한 불안과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로 인한 자신감 결여가 뒤엉킨 장면이 ‘순정’ 만화라 하기엔 너무 가벼워 보입니다. 관계의 미래를 두려워하며 내뱉는 대사가 겨우 “뜨흑! 상처다.. 마상…!”인 것과 애초 고민의 과정이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형태로 그려진 것이 정말 우연일까요?


이 같은 전달 방식은 이후 진지한 대목에서 도감상을 방해합니다. 어렵사리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일본에 있는 수호의 아버지가 사고로 중태에 빠지면서 둘은 고백과 동시에 이별하게 됩니다. 행복이 정점일 때 갑자기 들이닥친 불운한 사건에는 비극성을 심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함에도, 그간 고수해왔던 작품 내 작화 관습이 걸림돌이 됩니다. 수호의 고백을 받은 주경은 깜짝 놀라다 이내 울컥 얼굴을 구기는데, ‘예쁘지 않은’ 표정이 모처럼 진지하게 그려 있습니다. ‘예쁘지 않은’ 표정이 모처럼 진지하게 그려 있지만(오른쪽), 작품 내에서 그런 표정이 패러디 장면에만 그려진 탓인지 즉각 진지하고 슬픈 표정임을 이해하는 데 제동이 걸립니다. 한편 비행기에 서 우는 수호의 모습은 측면에서 찍힌 예쁜 얼굴에 눈물만 덧붙여진 형태입니다.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우는 것이고, 울고 있으니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으나 여기에 독자가 충분히 이입하고 공감할, 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공유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이입을 막는 그림에 장면 장면은 조각나 이어지지 않고, 자연히 서사 역시 제 굴곡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여신강림>의 연재 초반에는 주인공의 콤플렉스는 물론, 화상 입은 미지의 인물이나 알코올 중독 부모를 둔 수진의 가정사 등 꽤 심각한 설정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처음 설정이 제시된 이후 거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겨진 ‘떡밥’들을 뒤로 하고 지금 <여신강림>이 수개월째 몰입하고 있는 것은 주인공들의 연애 장면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림이 사실상 작화(animation darwing)라기보단 일러스트에 가깝게 기능한 결과, 서사를 추동할 힘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결국, 서사도 되지 못하는 행위만 남고, 남은 공간을 다시 화려한 그림이 채우는 과정의 반복입니다. 그림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으나 그림으론 무엇을 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이렇게 발생합니다. 그림체가 유독 ‘예쁜’ 만화마다 따라붙는 ‘작가님 못생긴 거 못 그리시죠’라는 유행어가 더는 칭찬이나 농담으로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야기를 이야기답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못생긴’ 것도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혹 예쁜 것만 그리기로 작정한 것이라면, 적어도 그 ‘예쁨’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여신강림>의 작화에는 이러한 기능적 측면이 거의 거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순정’도, ‘만화’도 이 작품을 설명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차라리 서사가 최소한으로 축소된 비주얼 중심의 뮤직비디오에 가깝지 않을까요? 마치 마음에 드는 뮤직비디오 장면을 캡처하기 위해 흐름을 끊고 계속 정지 버튼을 누르듯, <여신강림>의 페이지는 가장 예쁘고, 예쁘고, 예쁜 장면에 멈춰져 있습니다.

 



‘스낵컬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바쁘고 힘든 와중에 가벼운 즐거움을 찾기 위해 만화를 찾는 대중의 수요를 전적으로 비판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만화들은 가벼움 그 자체가 목적이자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작품군에 대한 소비의 쏠림 현상이 생산의 쏠림으로 이어지고 그 영향이 결국 시장 전반은 물론 개별 작품 내부에까지 침투되는 상황은 아무래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비주얼 중심의 웹툰을 주력 삼는 카카오페이지는 최근 ‘AI 키 토크’ 기능을 도입했는데, 그림체 카테고리를 스토리와 분위기보다 상위에 위치시켰습니다. 

 

작은 눈과 두꺼운 다리, 3등신 정도 되는 독특한 그림체로 시작한 <유미의 세포들>이 독자들의 요청을 거듭 거쳐 마침내 큰 눈에가는 다리, 8등신의 그림체로 자리 잡게 된 사례 역시, 이쯤에서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작가와 독자가 당면한 가장 큰두려움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우리가 그토록 좋아하는 만화가 재미와 감동을 잃고 말지도 모를 것 입니다. 기능 없이 예쁘기만한 소비재들의 결말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라도제 자리를 찾을지 모르나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만화의 결말은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요? 서사를 텅비운 채 오로지 ‘예쁜’ 만화만이 범람하는 풍경, 만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디스토피아나 다름없을 그 풍경이, 어떤 구도로 그려지든 그리 아름다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19 만화평론 공모전 수상작 대상  글 최윤주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네모칸 속 만화에 울고 웃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신문 속 연재 만화에서 이제는 VR 실감콘텐츠로 거듭난 웹툰까지. 우리 만화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의 궤를 함께하고 있는데요. 최근 국내 웹툰 시장의 규모는 1조원을 돌파하며(2019년 기준 업계 추정치) 대한민국의 콘텐츠 산업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디지털만화(웹툰, 스캔만화 등) 및 종이(출판) 만화에 대한 이용 행태는 어떨까요? 각 매체벌 만화 이용 여부와 만화 이용 빈도 및 방법을 알아봄으로써 이용 수준을 측정해보았습니다. 

 


일주일에 1~2회 가량 만화를 보는 사람들

 

 

최근 1년 만화 이용 빈도는 ‘일주일에 1~2번’이 19.6%로 가장 높았는데요. 만화 이용 빈도는 `일주일에 1~2번'이 19.6%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거의 매일(18.7%)', `1개월에 2~3번(18.25%)'등의 순으로 높았습니다. 만화를 주 1회 이상 이용하는 비율은 52.9%이며, 전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만화 이용 빈도를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으며, 연령별로 `20-24세(26.0%)'에서`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성과 연령을 교차하여 살펴보면, `20-29세 남성(25.0%)', `20-29세여성(23.6%)'에서 `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22.6%)' 지역 거주자에서`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특히, 만화 이용 형태별로는 `종이만화만(3.3%)' 주로 보는 이용자에게서`거의 매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20.4%)'하는 경우는 `거의 매일'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포털과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만화 이용, 무려 66.9%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을 통한 만화 이용이 66.9%로 가장 높았는데요. 만화 세부 유형별 이용 경험은 디지털만화의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이 66.9%로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으로, 디지털만화의 `만화전문사이트/어플리케이션'이 32.8%, `웹하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25.1%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종이만화의 경우는`단행본(시리즈물 포함)'이 25.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볼까요? `여성(68.3%)'은 `남성(65.6%)'보다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20-24세(76.9%)'에서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성과 연령을 교차하여 살펴보면, `50-59세 남녀(남 : 54.7%, 여 : 55.9%)'는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신문사 사이트'와 `신문 연재물'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70.6%)' 지역 거주자에서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만화 콘텐츠 이용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78.0%)' 이용자가 `포털 사이트/어플리케이션'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디지털 만화 VS 종이만화 당신의 선택은?

 


만화 형태별 이용 경험을 살펴볼까요? ‘디지털만화만 이용’이 67.4%로 가장 높았습니다. 만화 형태별 이용 경험은 `디지털만화만 이용'의 비율이 67.4%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이 28.6%, `종이만화만 이용'이 4.0%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과 비교하여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 비율이 1.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70.0%)'은 `남성(64.8%)'보다 `디지털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 `25-29세(70.9%)'와 `30-39세(70.9%)'에서 `디지털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40-49세(6.2%)'에서 `종이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64.8%)' 지역 거주자에서 `디지털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만화 콘텐츠 이용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31.3%)'과 `일주일에 3~4번(32.4%)' 이용자에게서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에 대한 이용 비율은 어떨까요? 디지털만화는 69.6%, 종이만화 30.4%의 이용 비율을 보였는데요.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동시 이용자들은 평균적으로 디지털만화를 69.6%, 종이만화를 30.4%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71.6%)'은 `남성(68.0%)'보다 `디지털만화'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연령별로는 `15-19세(79.0%)'에서 `디지털만화'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성과 연령을 교차하여 살펴보면, `50-59세
남성(72.6%)', `20-29세 여성(76.3%)'에서 `디지털만화'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73.2%)' 지역 거주자에서 `디지털만화'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만화 콘텐츠 이용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76.2%)' 이용자에게서 `디지털만화' 이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만화가 궁금할 땐, 어떻게 정보를 얻나요?

 

 

만화 관련 정보취득 경로는 ‘포털사이트’가 49.1%로 가장 높았습니다. 만화 관련 정보취득 경로는 `포털사이트'가 49.1%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친구나 주변인(40.3%)', `SNS(26.3%)'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포털사이트'를 통한 만화 관련 정보 취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51.5%)'은 `여성(46.6%)'보다 `포털사이트'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40-49세(55.4%)'에서 `포털사이트'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지역별로는 `강원/제주(43.8%)' 지역 거주자에서 `포털사이트'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만화 이용 형태별로는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57.0%)' 응답자에서 `포털사이트'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만화 콘텐츠 이용 빈도별로는 `거의 매일(55.0%)' 이용자에게서 `포털사이트'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오늘은 만화의 주요 형태별 이용 행태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다음 코너에서는 디지털/종이만화의 이용 행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사람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 나온다는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라는 말이 쓰인 웹툰 <스노우캣>이 있습니다고양이 한 마리와 개 한 마리를 키우는 사람이자 직업이 수의사인 사람으로 저 또한 그 이야기를 무척 좋아합니다일이 바쁜 시기에는 거의 이삼 일에 한 번은 죽는 환자를 보거나아이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생전 처음 보는 환자의 보호자에게 전하게 됩니다. 키우던 아이 때문에 보호자가 우는 모습을 본 날은 퇴근하면 저도 모르게 집에 있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꼭 안아줍니다고양이는 안기는 게 싫어서 발버둥 치고, 개는 성격이 안 좋아서 으르렁대지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날은 그렇게 아이들을 안아주는 것만으로 오히려 제가 큰 위로를 받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6살이 됐고유기견을 입양해서 나이를 정확히 모르는 개도 노견(老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우리 아이들은 내가 그렇게 자기들을 끌어안을 때 큰 위로를 받는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교과서로 수의학을 공부하는 것과 직접 키워보는 것은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수의대를 다닐 때부터 반려동물을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고양이를 키우기로 마음 먹은 건 사실 웹툰의 영향이 컸습니다<전설의 고향>에서 본 고양이에 대한 무서운 에피소드 때문에 어릴 적에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아마 고양이가 해코지를 당한 인간에게 죽어서 복수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어른들은 고양이가 요물이라는 얘기를 하곤 했었고밝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고양이의 동공이 세로로 가늘어진 눈은 어쩐지 무서운 느낌을 줬던 것도 같습니다그때는 지금처럼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습니다고양이에 대한 선입견이 바뀐 건 웹툰 <스노우캣> 덕분입니다. 당시엔 웹툰도 지금처럼 작품이 많지 않았지만, <스노우캣>에 나오는 나옹을 보고 고양이가 매력이 있는 동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첫 고양이로 아메리칸 쇼트헤어를 키우기로 한 것도 <스노우캣때문이었습니다지금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진 것처럼 반려동물 웹툰도 꽤 많아졌는데, 저처럼 웹툰을 보고 개나 고양이를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요?

 

 

▲ 이미지 출처 : 최삡뺩 작가 <푸들과 DOG거중> YES24

 

반려동물 웹툰은 픽션보다는 생활툰인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경험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개와 고양이가 인간에게 나눠주는 행복은 일상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삡뺩 작가의 웹툰 <푸들과 Dog거중>이나 마일로 작가의 <극한 견주같은 작품은 강아지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보여줍니다어린 강아지는 보통 집안의 말썽꾸러기들인데강아지가 사고 치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 것을 보면개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공감을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에겐 재미를 선사합니다

저런 사고뭉치랑 어떻게 같이 사나 싶다가도 웹툰을 처음부터 찬찬히 보다 보면 개에 대한 작가들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는 아이패드 액정을 깨뜨린 적이 있고개는 유기견 출신으로 중성화를 늦게 해서인지 아직도 마킹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배뇨 실수를 합니다그런 일이 있을 때면 울컥하는 마음에 혼자 사는 게 마음 편하지 싶다가도 자기 전에 꾹꾹이를 하고 발밑에 자리를 잡고 눕는 걸 보면 내가 다시 동물들이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배운 도둑질이 있다 보니 반려동물 웹툰을 볼 때 가장 흥미롭게 보게 되는 부분은 동물병원 방문에 대한 에피소드입니다동물병원 방문에 관한 얘기가 등장하지 않는 반려동물 웹툰은 적어도 제가 알기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어린 강아지들이 주인공으로 나올 때는 예방 접종이나 중성화 수술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고, 노령견이나 노령묘가 주인공으로 나올 때는 조금 더 무거운 얘기가 나옵니다가 처음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수의사가 됐을 때였고개를 입양했을 때는 이미 어느 정도 임상 경험이 쌓인 수의사가 됐을 때여서 저는 한 번도 보호자의 처지에서 동물병원을 방문해본 적이 없습니다동물병원은 진료실의 뒤편에서 진료와 처치가 이뤄지고,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수의사의 손에 맡긴 채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웹툰을 보면 그런 보호자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수의사가 하는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모습도 나옵니다수의사가 하는 얘기를 보면 대충 어떤 상황이었겠구나어떤 병이 있겠구나하는 정도를 예측해 보기도 합니다혹은 내가 진료를 보는 수의사였다면 저렇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초 작가의 웹툰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에는 개의 피부 종양을 어떻게 할 수 없겠냐는 보호자의 얘기를 듣고수의사가 노령견은 마취했다가 깨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살 만큼 살았잖아요.” 라고 대답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잔인한 말이지만, 제가 진료할 때마다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수의사가 치료를 이어가려고 해도 보호자가 먼저 나서서 나이가 많으니 적극적인 치료를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하는 때도 있고, 반대로 더는 수의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데 보호자가 뭐든지 해달라고 얘기하는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규모가 크고 전문적인 장비를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병원들이 많아져서 15살이 넘는 노령 반려동물도 어렵지 않게 마취를 하곤 하지만여전히 많은 동물병원이 노령 동물을 마취했다가 마취 중 사망했을 때의 뒷감당을 두려워해서 마취를 꺼리는 것도 사실입니다아무리 마취 전에 동의서를 받고 사전에 위험 부담에 대해 고지를 한다 하더라도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의 상실감은 엄청난 것입니다. 당연히 수의사들도 결과에 대한 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심장병이 있어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이 분명한 환자가 종양이 생긴다면원칙적으로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야 하겠지만수의사로서 종양을 제거하든 하지 않든 수명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이고수술했다가 환자가 더 빨리 죽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혹은 불필요한 수술을 권유해서 내가 보호자의 지갑을 털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보호자의 치료 의지에 따라, 수의사의 실력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치료 결정이 내려지곤 하는 게 동물병원입니다.

 

 

▲ 이미지 출처 : 이선 작가, <개를 낳았다> 도서, YES24

 

보편 복지의 차원에서 아프면 치료가 이루어지는 사람 병원과는 달리 동물병원은 치료비에 따라서 치료가 진행되기도 하고 진행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의료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까 동물을 처음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청구서를 받으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이선 작가의 웹툰 <개를 낳았다>에 나오는 명동이는 어릴 적 파보 장염을 앓았는데아마 작중에 나오는 200만 원은 훌쩍 넘는 금액을 실제로 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전염병이라 격리 입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파보 장염의 치료비는 꽤 비싼 편입니다그렇다 보니 파보 장염은 진단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치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대부분은 분양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비에 관한 얘기를 들으면 애완동물 가게의 분양비보다 비싼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고, 애완동물 가게에 연락해 환불을 받거나 보상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작중에서 수의사가 치료할지 말지 물어보는 건 그래서입니다이선 작가처럼 이미 정이 많이 든 사람들은 치료를 해주지만어떤 경우에는 보호자의 성향과는 상관없이 말 그대로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해주는 때도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동물을 키우면 안 된다’는 얘기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수의사들도 친구가 동물을 키운다고 하면 제일 먼저 적금부터 들라고 얘기할 정도로 동물이 아프면 돈이 많이 듭니다<개를 낳았다>에는 작가가 명동이를 치료해준 것과는 달리, 돈이 없어서 뼈가 부러진 강아지를 치료해주지 못하고 유기한 보호자의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실제로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가 들면 어딘가 고장 나기 시작합니다동물병원에 자주 들락거리게 되는 시기도 키우는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었을 때입니다평상시에도 아픈 반려동물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아집니다

 

 

▲ 이미지 출처 : 정우열 작가, 노견일기

 

정우열 작가의 <노견 일기>는 나이 든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자세히 보여줍니다단순히 반려동물이 귀여워서라는 이유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시간과 추억이 번거로운 병시중을 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노견 일기>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신부전과 고혈압이 있고, 자잘하게는 외이염과 디스크, 백내장도 있습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여야 하고언제 어떻게 상태가 나빠질지 몰라 걱정도 하게 됩니다. 저도 보호자에게 집에서 직접 수액을 주사하라고 얘기하기도 하고 심하면 약을 하루에 3번 먹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사람이 그렇듯 동물도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병들은 이렇다 할 답이 명확하게 있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은 진행을 늦추는 정도의 관리를 할 수 있을 뿐이고 완치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반려동물 웹툰을 볼 때 저도 모르게 댓글을 들여다보게 됩니다보통 다른 경우라면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댓글이지만반려동물 웹툰의 댓글난은 웹툰을 본 독자들이 자기 개와 고양이는 어떻다며 공감하고, 때론 자랑도 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웹툰의 댓글은 때론 웹툰만큼이나 훈훈하고재미있습니다찬찬히 달린 댓글들을 읽다 보면 반려동물이 사람과 함께 살며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힘을 느낍니다

아마 그런 이야기를 때론 재밌고, 때론 감동적이게 웹툰이라는 매체로 풀어냈다는 것이 반려동물 웹툰이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개나 고양이를 처음 키우기로 마음먹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보통 가장 큰 이유는 귀여워서가 아닐까 싶습니다키우기 전에는 한없이 귀여운 아이가 계속 나만 바라봐 줄 거로 생각하니까 당장 키우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 웹툰은 개그를 위주로 하는 웹툰이든 힐링을 위주로 하는 웹툰이든 한 생명을 책임지기로 하는 것은 무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귀여움만으로 함께하기에는 내 삶에 부담이 되는 것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많습니다그래서 모든 반려동물 웹툰은 필연적으로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고양이 한 마리개 한 마리와 함께 사는 반려인으로서 그리고 그 책임의 무게를 매일 직접 보게 되는 수의사로서 웹툰에서 너무 많은 선물을 받습니다 


윤지만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최근 공연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과 연극이 잇따라 개막하고 있는 데요. 창의적인 소재와 재미검증된 인기그리고 높은 완성도를 갖춘 웹툰의 2차 콘텐츠 진출은 드라마와 영화로 이미 확인됐습니다이 흐름이 공연에서도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 영상 출처 - 뮤지컬 '신과함께_저승편' 프레스콜 유튜브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제작 시리즈 도합 2,600만 관객 신화를 이룬 작품 신과 함께’, 직장인의 삶과 애환을 다루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던 드라마 미생’, 사랑스러운 남녀 콤비가 그리는 퇴사 밀당 로맨스 김비서가 왜 그럴까’, 골칫거리 마트에서 펼쳐지는 유쾌한 이야기 쌉니다 천리마마트’.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제목만 들어도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 작품들에는 특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바로 인터넷 만화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입니다.

독특한 소재뛰어난 창의력과 돋보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툰은 요즘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 발달로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여기에 알맞은 콘텐츠가 조금씩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웹툰도 이런 콘텐츠 가운데 하나입니다누구나 간단한 손가락 터치와 스크롤링만으로 커다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웹툰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는데요스마트 기기 대중화로 확산된 스낵컬처(Snack Culture)’가 속도감을 중시하고 번거로움을 꺼리는 요즘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며 나타난 결과입니다. 이후 든든한 조력자로 포털사이트가 함께하며 날개를 달고기존 출판 만화가 가진 단점을 극복하며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수익성을 보장받고더 많은 창작 기회를 얻으며 존재감을 확실히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좌) 신과함께 영화 공식 포스터, (우)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 공식 포스터

 

웹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른 장르와 결합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뿐만 아니라해외로 수출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자리하고 있습니다특히 지속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며 시장에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이미 형성된 팬들도 자신이 아끼는 원작의 재탄생에 보내는 기대가 큽니다이들은 원작이 뮤지컬과 연극드라마영화 등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현실화할지또 자신이 아끼는 캐릭터를 누가 연기할지 궁금해하면서 계속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는데요때로는 2차 콘텐츠로 탄생한 작품을 먼저 보고 원작을 찾는 경우도 생깁니다이렇게 창작물 하나를 다양한 부가 창작물로 만들어내는 형식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라고 합니다이런 방식으로 재탄생된 문화 콘텐츠는 작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를 높이며긍정적인 이중효과를 갖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웹툰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한다는 데 대해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흥행에 실패하면 막대한 제작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데다 이로부터 얻게 되는 손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콘텐츠들은 이런 기우를 뒤로 한 채 원작이 보유한 인기를 등에 업고 힘차게 성공 가도를 달리며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뛰어넘었습니다그리고 이제 연극과 뮤지컬로 제작돼 무대까지 진출했습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쌉니다 천리마마트’ 같은 웹툰은 2차 콘텐츠인 드라마로 가공할 때각색을 최소화하고 원작 느낌을 그대로 살려 인기를 얻었습니다반면 신과 함께는 웹툰에서 느낄 수 없는 다양한 변화를 통해 긴장감과 재미를 주며 수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는데요이번에 연극과 뮤지컬로 변신한 웹툰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관객들로부터 아낌없는 칭찬 세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두 작품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 ‘숨 쉬는 방법’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 이미지 출처 :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중 일부, 작가 제공

지난 10월 무대에 오른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연재된 까마중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에 기반해 탄생한 작품입니다평균 평점 9.97점에 빛나는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가 연극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원작 팬들의 기대감도 상당했는데요박경찬 연출은 제작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꼈다 원작이 가진 공감과 위로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그대로 가져가면서추상 공간인 주인공 찬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무대로 옮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습니다실제 연극은 배우들의 외적 이미지까지 거의 똑같이 할 만큼 원작에 매우 가깝게 만들며원작을 아끼는 독자들을 배려했습니다.

하지만 연극이라는 특성을 고려한 작은 변화는 불가피했습니다. 우선 극적인 재미와 감동을 더하고자 인물 성격을 더 강하게 부각시켰습니다또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찬란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추가했습니다이렇게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2년이 넘는 개발 기간을 거치며원작의 흐름을 균형 있게 유지하면서도 연극 장르에 어울리는 살아 숨 쉬는 감성을 입혔습니다덕분에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며원작이 전하고자 했던 따뜻한 위로를 담아 관객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23살 대학생 찬란은 매일 아르바이트에 허덕이며 삽니다삶의 무게를 온통 짊어진 듯한 찬란에게 여유는 사치일 뿐입니다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도래 때문에 찬란은 폐부를 앞둔 연극부에 들어갑니다그리고 연극부원들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으며 마지막 연극을 함께합니다이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다독이며찬란한 청춘의 순간을 함께 나눕니다우리 모두의 오늘은 청춘과 같습니다청춘은 늘 아름답고 싱그럽습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청춘들은 즐길 새가 없죠청춘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거나 당장 급한 일로 현재를 즐길 수 없는 까닭입니다연극은 이렇게 평범한 청춘들의 하루하루가 눈부시게 빛나며무엇보다 아름답고 찬란하다고 말합니다.

이 연극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숨 쉬는 방법을 잊고 살아가는 찬란에게 그 방법을 찾게 해 주고 싶었다는 도래의 말도 깊은 울림으로 남는데요가을 한복판에서 만난 따뜻한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는 언제나 변함없이 반짝이고 있는 모두의 일상을 응원하며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용기를 전할 것입니다.

 

 

 

 

잊고 지냈던 소중한 사랑을 다시 한 번

 

지난 9월에 개막한 뮤지컬 원모어(One More)’는 같은 날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 로맨스라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를 다룹니다시간 여행은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장르에서 이미 많이 다뤄진 이야기인데요하지만 이 뮤지컬은 이를 식상하게 느끼지 않도록 새롭고 신선하게 풀어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뮤지컬<원모어> 공식 포스터

 

뮤지컬 원모어의 원작 웹툰 헤어진 다음 날(남지은· 김인호 작가)’은 지난 2016년 국내 웹 드라마 원모어타임(One More Time)’으로 먼저 제작돼 일본과 중국에 방영됐습니다현재는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화제작입니다원모어는 웹툰 장면 일부를 활용해 무대 배경도 아기자기하게 구성했는데요마치 웹툰에서 튀어나온 듯한 무대 구성과 등장인물로 원작의 배경과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극적인 각색을 더하며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뮤지컬<원모어> 공식 스틸컷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이름 변화입니다원작의 무명가수 유탁은 인디 밴드 리더 유탄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설정도 달라졌습니다반복되는 하루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보컬 선생님 다인과는 연인인 듯 친구인 모호한 관계로 그려집니다다툼의 계기도 원작에서는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벌어진 실수와 오해 때문이지만 뮤지컬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주인공이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바꿨습니다음악과 연기강렬한 스토리로 구성되는 뮤지컬을 감안한다면 매우 자연스러운 변화인데요이처럼 관계성에 변화를 주고갈등의 원인을 바꿔 불필요한 곁가지를 정리했습니다덕분에 뮤지컬은 유탄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다인에 대한 절실함을 확실하게 부각시켰습니다.
 
반복되는 괴로운 하루에서 벗어나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유탄의 모습은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는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줍니다수많은 오늘을 거쳐 비로소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된 주인공그가 자신의 삶이자 영혼과도 같은 음악을 다시 행복하게 노래할 때관객들은 안도감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뮤지컬 원모어는 마법과도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 모든 순간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고, 또 현재를 돌아볼 계기를 마련합니다.

 

 

 

웹툰의 변신은 계속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 ‘2019년 만화 연계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한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와 원모어는 각각 연극과 뮤지컬이라는 2차 콘텐츠로 재탄생하면서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과 재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웹툰에서 부여받은 생명력은 작품이 가진 매력을 배가시키며 살아있는 감동을 선사했는데요실제로 현장에서 느껴지는 관객들 반응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 영상 출처 : 뮤지컬 '원 모어' 2019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1부

물론 우려와 희망이 교차하는 시선도 존재합니다웹툰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창작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또 원작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훼손시키거나 잘못해 서로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기 웹툰으로 2차 콘텐츠를 만든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탄탄한 내공을 가진 원작이라면 다양하게 변하는 장르 변신이나 재가공 과정에서 거치는 각색과 윤색 작업에도 본연의 색을 잃지 않습니다. 또 이렇게 탄생한 2차 콘텐츠는 뚜렷한 색을 띠며새로운 창작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이 같은 공존의 결실은 앞으로 유사한 흐름을 타고 등장할 작품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도 웹툰의 OSMU 행보는 계속될 것입니다. 문화 저변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이 같은 흐름에 응원을 보냅니다. 새롭게 만들어진 2차 콘텐츠가 독자 경쟁력을 갖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원작과 함께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최윤영 공연칼럼니스트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N콘텐츠 14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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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유명 카페·맛집은 피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고? 이제는 ‘혐(嫌)핫’ 신드롬!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유행에 민감한 시대,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 신상품의 ‘핫’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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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웹툰 시장이 포화라는 말은 결국 중소 규모의 웹툰 플랫폼의 숫자 역시 한계까지 다다랐다는 말일 것입니다. 실제로 몇몇은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고다른 몇몇은 합병을 통해 중소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앞으로 치고 나가려 단단히 벼르는 중이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은 포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보다 능동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 중인 작금의 시류 역시 더는 국내 시장 확장은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포화론을 일찌감치 인지한 결과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여전히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선두에 서 있고그 뒤를 레진코믹스’, ‘카카오페이지’ 등이 추격하면서 단단히 세를 굳힌 형국입니다하지만 단지 이들만으로는 현 웹툰 시장을 설명하기엔 부족합니다. 중소 규모의 다양한 웹툰 플랫폼이 후발주자로 속속 뛰어들면서 국내 웹툰 시장은 명실공히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9년 한 해 동안 웹에서 10회 이상 연재됐거나 종이책으로 출간된 만화를 대상으로 한 ‘2019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의 1차 심사 후보 대상작은 무려 2,500여 작품이 넘습니다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채로운 만화가 창작되고 향유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도 남을 만한 수치인데요유료 웹툰 플랫폼으로 단단히 자리 잡은 투믹스(www.toomics. com)’는 전신인 짬툰에서 시작해 엠툰을 인수하면서 세를 늘렸습니다.

 

▲ 이미지 출처 : 투믹스 공식 홈페이지

2015년 문을 연 ‘짬툰’부터 따져도 웹툰 플랫폼으로서는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현재 작품 수나 인지도 등에 있어서는 대형 포털사이트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과는 달리 성인 남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화된 작품군으로 우선 대결함으로써 현재는 중소(中小플랫폼이라기보다는 강소(強小플랫폼의 면면을 가장 잘 드러낸 곳이라 할 만합니다. 그중 <루갈>(글 그림 릴매)은 ‘투믹스’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만화 중 하나인데요. 엘리트 형사 강기범은 권력의 수뇌부까지 쥐락펴락하는 범죄조직 ‘불개미’에게 아내와 딸, 그리고 두 눈까지 잃습니다. 여기에 가족을 살해했다는 누명까지 쓴 채 병원에 수감 중, 의문의 편지를 받고 탈출해 실험 단계에 불과하던 불안정한 인공 안구를 이식받습니다. 이후 기범은 거대 기업을 자처하는 난공불락의 불개미 조직을 ‘박멸’하기 위해 설립된 비밀 특수조직 ‘루갈’의 멤버로 합류하면서 힘겹게 복수극의 서막을 올립니다.

통속적인 복수 드라마를 뒤트는 건 첫째로 현대 배경의 드라마와 부러 선을 긋는 SF 요소들입니다. 기범이 이식받은 인공 안구를 필두로 신체를 강화하는 다양한 장치들과 근접전을 염두에 둔 여러 가공의 무기를 앞세운 액션 장면은 피와 살을 뿌리는 고어한 연출과 세련된 작화로 끊임없이 강렬한 이미지의 산을 쌓아나갑니다. 여기에 맞서 온갖 범죄의 중심에 서서 부와 권력을 축적하는 불개미 조직을 핍진하게 설계하고, 특히 주요 악역들이 발하는 잔혹한 기운을 섬뜩하게 묘사함으로써 극에 진중함마저 더합니다. 물론 경찰 시절 기범의 후배였던 미나가 루갈에서는 막내 기범의 ‘사수’가 되어 펼치는 역전된 관계가 주는 색다른 재미, 선배로서 행하는 문자 그대로의 지옥훈련 역시 흥미롭습니다. 자칫 지나치게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지점마다 이를 이완하는 루갈 멤버들의 쾌활한 면면 또한 잘 만든 블록버스터로서의 힘을 어김없이 보여준다현재 <루갈>은 OCN에서 내년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로도 제작 중입니다.

 

▲ 영상 출처 : 투믹스 공식 유튜브

2018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작 <심해수>(글 이경탁 그림 노미영)는 월간 연재의 장점을 십분 살린 작품입니다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작업하는 만큼 세밀한 작화는 물론이고작품 내내 여러 번 펼침컷으로 전개되는 액션 퍼포먼스는 비교할 만한 작품을 쉽게 찾을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여기에 마치 공멸을 모색하는 듯 보이는 종말 이후의 이기적인 인간들과세대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소년만화 특유의 상승 정서그리고 가족애라는 인류 보편의 서사를 녹여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심해수>는 해수면이 상승해 육지가 사라진 미래를 배경으로인간이 몰락한 사이 신세계의 포식자로 등극한 거대 식인괴수 심해수의 위협으로부터 생존하려는 소년 보타의 모험과 성장을 그리고 있습니다. 문명이 바다 밑으로 침몰한 종말 이후를 배경 삼은 것만큼이나 때때로 바닥까지 침잠하게 만드는 절망적인 상황은 이 작품의 서사적인 면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입니다동시에 결국 심해수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진리를 촘촘히 더해가면서 이야기는 소년만화와 액션 장르에 뿌리를 둔 채 여러 번 변화무쌍하게 진화합니다.

 

▲ 이미지 출처 : 만화경 공식 홈페이지(2020년 11월 호)

 

외식배달 주문 서비스업체인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만들어 화제가 된 만화경 (comic.manhwakyung.com)’은 격주간지 형태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웹툰 플랫폼이지만 마치 새 책이 발간되듯 같은 날 모든 작품을 업로드함으로써 집중도를 높인 것인데요. 특히 작가들의 인터뷰를 함께 수록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한 점도 돋보입니다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8월 말 출간된 창간호부터 가장 최근에 출간된 5호까지 총 6각 작품당 최대 6회의 연재분만 공개됐음에도 몇몇 작품은 눈길을 끌기 충분해 보입니다.

<윌슨가의 비밀>(글 그림 MILL2)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의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극입니다손녀 안나는 아버지와 떨어져 홀로 저택에 머물면서 여전히 이곳에 머무는 몇 명의 관리인의 눈을 피해 할아버지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퍼즐 형식으로 전개되는 미스터리에까지 독자를 동참시키기에는 조금 모자란 구조지만직접 호러 요소를 덧대면서 요소요소 섬뜩함과 음산함은 물론 상당한 궁금증마저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서구를 배경으로 한 탓에 부분적으로 고딕 장르의 일면까지 엿볼 수 있어,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밝고 화사한 색감과는 무관히 스릴러 색채 또한 고유한 것으로 만든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회사원 채대리>(글 그림 채대리)는 에세이툰 장르가 가진 여러 장점을 포괄하면서 특히 사색에 많은 비중을 할애해 이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33살의 대기업 대리인 채대리의 현재 이야기만이 아니라 회사 동기이자 대학 동기이기도 한 보람의 이야기그리고 대학교 시절수능시험 치던 날어렸을 적 피아노학원 다니던 시절 등을 마구 휘돌며 어쩌면 어느 누구나의 인생의 한 자락이었을 시절을 무심하게 툭툭 건드립니다게다가 단순히 추억을 소환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채대리와 김대리가 떠올리는 과거 어느 시절은 붕어빵틀에 부어지듯 교육받아 회사를 이루는 한 개의 블록이 되어버린 현재와 언제든 맞닿으면서 독특한 울림을 자아내곤 합니다. 때때로 여자로서 늘 남성 중심사회의 일면과 맞닥뜨리는 김보람 대리의 시선이 더해질 때면 작품의 층위는 한층 두터워지는데요제목과 작가 이름마저 채대리라 굳이 에세이툰 장르로 분류하긴 했지만여타의 에세이툰이 황당한 일상과 상황을 개그로 포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맛이 진득하게 배어 있는 작품입니다. 그 덕분에 이 작품은 에세이 장르의 본디부터 정수였을 부분을 스토리만화로서 성찰하고 완성한 값진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봄툰 공식 홈페이지 캡처

BL(Boy’s love)과 GL(Girl’s love) 장르를 주력으로 한 듯 보이는 봄툰(www.bomtoon.com)’도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니그중 <세기의 악녀>(글 네온비 그림 PITO)는 첫손에 꼽을 만합니다이야기는 과거 연기 신동으로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누리던 아역 배우 이루리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배우에서 은퇴한 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우울한 현재에서 시작합니다. 루리가 연기자 생활을 포기한 이유는 다름 아닌 역변한 외모 때문인데요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말미암은 충격 때문에 어렸을 적 귀여웠던 외모를 점차 잃어갑니다살도 찌고 피부도 안 좋아져 자신감을 잃은 나머지 연기는커녕 학교마저 포기한 채 그렇게 사람들로부터 조용히 잊히기로 한 것입니다반면 어릴 적에는 늘 단역에 불과했던 루리의 유일한 친구 승찬은 현재는 스타가 되어 승승장구하면서 루리와 완벽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에 과학자인 루리의 이모는 사람들에게 사랑받을수록 점점 더 예뻐지는 미칩(chip)’을 개발해 조카에게 이식함으로써 연기자의 꿈을 되찾아주려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미칩을 이식한 루리에게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나 루리의 단선적인 성장에 국한되진 않습니다우선 실수로 미칩을 거꾸로 삽입한 탓에 루리는 사랑을 받으면 예뻐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미움을 받아야 예뻐진다는 전복적인 설정이 가세합니다. 스타 연기자인 승찬 역시 심한 난독증으로 말미암아 대본을 외우는 데 늘 애를 먹는 터라 루리의 도움 없이는 연기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눈에 띄는 외모로 연예기획사에 발탁된 하라는 출중한 외모와는 달리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연기력의 소유자입니다하라는 창작자의 의도에 걸맞게 대본을 해석한 루리의 도움을 받아 오디션에서 다른 지원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연기함으로써 작가의 눈도장을 받기도 합니다이렇듯 세 명의 주인공이 절묘하게 얽히고설키며 만들어내는 도약과 위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흥미를 더해갑니다.

<소야신집>(글 그림 홍다)은 전하지 못한 말이 의인화된 채 떠도는 가운데 이를 볼 수 있게 된 소년 전세계와 그런 떠도는 말들을 수신자에게 전해주는 소야 우체국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각 에피소드는 늘 애증이라는 모순된 감정으로 점철되곤 하는 인간관계의 틈바구니를 파고든다긴 시간 쌓아온 오해를 불식시키고그동안 죽 잊고 있던 말을 떠올려 전하는 상쾌한 결말만큼이나 따뜻하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로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만화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딜리헙(극락왕생 공식 페이지)

 

딜리헙(dillyhub.com)’의 <극락왕생>(글 그림 고사리박사)은 당산역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돌던 주인공 자언이 2011년 고시절로 회귀해 귀신과 관련한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순전히 지옥의 호법신 도명존자 때문인데요지나친 공명심에 눈이 멀어 악귀도 아닌 자언을 멋대로 지옥으로 끌고 가려다 이를 관음보살에게 들킨 것입니다관음보살은 도명으로 하여금 2011년 1년 동안 자언과 함께 부산에서 생활하면서 그를 귀인으로 만들어 극락왕생시키도록 명합니다강한 불교색으로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고 별다를 것 없는 여고 안에 한국형 귀신을 여럿 형상화하며 생경한 판타지를 구축한 이 작품은 두 명의 여성 주인공을 통해 작품의 고유한 매력을 더욱 명확히 드러냅니다.

자언은 죽음 이전그것도 멋대로 옛 학창 시절로 회귀한 것에 대해 의미 없는 시간을 다시 한번 겪는 로만 생각했건만의외로 그 안에서 새삼 새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자연히 그 과정은 담백하고도 진중한 의미로 수렴됩니다. 또한, 컬러가 아닌 흑백을 고집한 작화 역시 정교하고도 독특한 구상화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여기에 만화 장르 특유의 개그컷까지 절묘하게 더해지면서 굉장한 재미를 줍니다두말할 필요 없는 수작입니다. 이밖에도 외계 생물그러나 게임을 좋아하는 백수에 불과해 보이는 남자들과의 동거 생활을 짧은 형식으로 구성한 <@-effect>(글 그림 Area)는 여타의 일상만화와는 선을 긋는 무심한 듯 잔잔한 스타일로 눈길을 끌며단편 <란제리요정>(글 그림 다과)은 깜찍한 그림체로 은근하게 정체를 가린 공포만화로서 작품의 메시지에 힘을 더합니다.

웹툰 시장이 포화라는 말은 결국 중소 규모의 웹툰 플랫폼의 숫자 역시 한계까지 다다랐다는 말일 것입니다실제로 몇몇은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했고다른 몇몇은 합병을 통해 중소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앞으로 치고 나가려 단단히 벼르는 중이기도 합니다그만큼 많은 작품이 비단 네이버나 다음이 아닌 곳에서 다양한 소재와 연재 주기새로운 구성과 형태로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그러나 포화 상태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협소하고 제한적인 게 사실입니다분명한 건익숙한 웹툰 플랫폼을 벗어나면 반드시 색다른 작품이 보인다는 점입니다물론 개중에는 더러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2,500여 작품이라면 그 안에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자신만을 위한 작품 또한 있을 게 분명합니다당연히 그걸 위해 만들어진 다양한 플랫폼이기 때문일 터그야말로 보물을 발굴하는 재미가 도처에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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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 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쁩니다.
제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요.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평범한 외모의 대학생을 모델로 발탁해 서바이벌 메이크업 화보쇼에 출전합니다여기까지 들으면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다시 태어나는 성공담그리고 외모 변신을 통한 자기 긍정 속에서 꽃피는 로맨스를 예측하기 쉬운데요그러나 네이버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예쁘지 않았던’ 여성이 예뻐지는 이야기를 넘어 여자는 왜 예뻐야 하는지, 예뻐 보이기 위해 무엇을 견뎌야 하는지, 예쁜 외모란 과연 ‘권력’일 수 있는지 등 지금 한국 사회에서 꾸밈 노동과 ‘탈 코르셋’(여성에게 과도하게 요구되는 꾸밈 노동과 규범적 여성성을 거부하는 운동)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TV쇼를 무대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참가자들의 흥미로운 서사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러한 질문들을 통과하는 주인공 예슬은 점점 자신을 찾아가며 성장하고, 그가 출연 중인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는 클라이맥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짜 제목은 화장 지워가는 여자인 것 같다는 독자의 반응이 특히 인상적인 이 작품은 어디서 와서 어떻게 가고 있을까요?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이연 작가를 만났습니다.

 

 

Q.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대중적인 소재로 얼마나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였습니다소재 선택은 대중적인 소재 중 가장 내 삶에 밀접한 것을 선정했습니다. 마침 당시 네이버웹툰에 메이크업에 관한 만화가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Q. 어떤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펼쳐나갈지도 중요했을 텐데,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할 말은 하고 점점 적극적으로 화보 촬영에 참여하는 예슬의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 이미지 출처 : 인터넷서점 YES24 도서 소개 이미지

 

역시 대중성을 고려해 평범한 여자와 능력 있는 남자의 신데렐라 스토리로 구상했습니다그런데 주인공이 너무 평범해서 도움만 받으면 매력이 없으니까 독자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았고 민폐 여주라고 욕먹는 것도 싫었습니다. 유성이 메이크업을 해주는 만큼 예슬이도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점점 살을 붙여나갔습니다예슬이 사진을 전공한다는 설정은 PD님이 주신 아이디어 입니다.

 

 

Q. 초반에는 평범한 예슬이 화장을 통해 예뻐지며 ‘신분 상승’ 하는 이야기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선 촬영에서 ‘강하고 섹시한 여전사’ 콘셉트를 제안하는 유성에게 예슬이 “전사는 강한 느낌인데 왜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냐”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 캐릭터의 특별함이 전해진 것 같습니다.

만약 그 질문에 대해 아닌데여전사들도 전부 강한데?”라는 반응만 나왔다면 예슬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로 보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독자들이 얘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하고 있네?’ 라는 생각과 함께 예슬이에게 공감해주셨습니다본인들이 숱하게 보고 겪은 일이 있어서 예슬이를 특별하게 여겨주신 것 같습니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에서 여성이 고통받는 모습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싶지 않았는데다행히 한 줄만 언급해도 독자들이 맥락을 파악해 주십니다본인이 겪은 경험이 있기에 그게 가능한 거란 생각이 듭니다.

 

 

Q. 예슬이 자라며 들었던 “대학 가면 다 예뻐져”, 메이크업 숍에서 들은 “요새 화장은 예의” 같은 말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듣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여자로 사는 모든 사람이 한 번도 안 들어본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사실 저는 어릴 때는 화장품 냄새와 촉감을 싫어해서 스킨로션도 일절 안 발랐습니다나이 먹어도 절대 화장 안 할 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고등학교 들어가자마자 화장을 시작했습니다.(웃음)

 

 

Q.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SNS의 소위 얼짱이나 아이돌을 보다 보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한다” 같은 말남자 고등학교에 흔히 붙어 있다는 열심히 공부하면 마누라 얼굴이 바뀐다” 같은 급훈이 사회적인 압력으로 존재하니까 저도 당연히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여자의 가치는 예쁨에서 결정된다고 말입니다.

학생 시절에는 톤업 로션에 틴트나 빨간색 립밤 바르는 게 유행이었는데, BB크림도 막 출시될 때라 제법 빠르게 사용했었습니다피부 색조를 균일하게 만들고 잡티를 가려주니까 BB크림 바른 피부를 내 기본값으로 놓은 것 입니다여자는 무조건 잡티 없는백지장 같은 피부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BB크림을 안 바른 내가 결점 있는 존재처럼 느껴졌고그래서 화장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Q. 어느 정도로 화장을 열심히 했나요?

스무 살 때부터8년 정도 본격적으로 화장을 했습니다.제품도 많이 사서“화장품은 인테리어야.그걸 누가 다 발라?손자한테 물려줄 거야!”라고 농담을 했을 정도입니다.예를 들어 레드 립이 유행이라고 하면 하나만 사는 게 아니라 나가서 모든 색을 발라본 다음 두 개를 샀습니다.

그래 봤자 한 세 번 쓰고 내년 되면 유행 지나가는데.이른바필수템이라는 걸 다 샀고 화장품 정보공유 사이트에이 아이섀도 써보니까 장난 아냐.눈이 엄청 그윽해져!”같은 글이 올라오면그럼 나도 그윽한 눈매 가져야지!”하면서 저한테 어울리는지 테스트도 안 해보고 주문했습니다. (웃음)꼭 유행에 편승해야 하고, ‘이거 없으면 나만 뒤떨어지겠네?’하는 기분으로 지냈는데,이런 경험들을 만화 속 화장품 회사인GC의 경영진들이 잘 써먹고 있더라고요. 제가 엄청나게 몰두하고 열성적으로 해본 기억이 반영되는 것 입니다
.

 

 

Q. 그렇게 화장을 좋아했는데 달라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탈 코르셋’ 담론을 어쩌다 접하게 되었습니다처음에는 탈 코르셋 인증 사진 같은 걸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고 생각했는데요그러다 제게 느낌표를 만들어준 계기가, ‘왜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면 남자는 그냥 단정하게 나오라고 하면서 여자한테만 가벼운 화장을 요구할까?’ 라는 질문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그게 확 와닿은 이유는, 저도 옛날에 아웃렛 아르바이트를 할 때 매일 규정 때문에 화장하고 갔기 때문입니다심지어 스무 살 때 반영구 아이라인 시술도 받았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아침에 화장 빨리하려고 얼굴에 문신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이상합니다그냥 화장을 안 하면 되는데그런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여자에게만 꾸밈을 강요하는 회사의 규정 때문에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나아가서는 얼굴에 문신까지 하게 되는 게 노동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저는 이제 거의 화장을 하지 않지만  이게 예전보다 훨씬 편합니다. 제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 누군가 왜 그런 걸까?’라고 질문해줬기 때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그래서 먼저 질문을 던지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Q. 의문을 갖고 생각하더라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요?

일단 여자들이 좀 편하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신기한 게뭔가 하나를 편하게 하기로 결심하면 거기에 딸려서 바뀌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성인이 되고 하이힐을 신게 되면서 약속에 나갈 때마다 비닐봉지에 단화나 슬리퍼를 넣어 갔습니다친구랑 얘기하다가 발 아프면 갈아신고집에 돌아갈 때도 지하철에서 슬리퍼 신고 갔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편한 신발 신고 가면 되는데예쁜 원피스 입었으니까 예쁜 구두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이제 편한 신발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하니까 그에 맞춰서 원피스를 안 입게 되는 것 입니다.

발을 조이는 게 싫어서 그만두니까 몸을 조이는 것도 이상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이걸 탈 코르셋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그렇게 하나부터 시작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화장 지워주는 남자보고 화장을 조금 덜 하게 됐다”, 만화 보고 머리를 잘라 봤는데 너무 편하고 좋다 같은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 기쁩니다. 제가 처음 느꼈던 편함을 아니까요.

 

 

Q. 예슬의 친구이자 <페이스오프 신데렐라>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주희원은 아름다운 외모로 인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희원이는 예쁜 여자에게서 예쁨을 빼면 무엇이 남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캐릭터입니다흔히 예쁜 여자는 고시 3관왕이라는 말을 하는데왜 그런지 생각해보면 결국 돈 많은 남자 만나서 편하게 산다는 얘기입니다그러면 그 안에서 그 여자의 삶은 없는 거 아닌가요?

예쁜 여자에겐 권력이 있다고 하지만그게 진짜 권력이라면 희원이를 공격하려 했던 남학생이 애초에 그런 짓을 못했겠지요또한희원은 누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예쁨에 가려져 실력으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실력보다 외모를 더 인정받는 사람의 딜레마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Q. 희원이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는 점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경쟁하면서도 각자의 서사 안에서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고군분투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웹툰 [화장 지워주는 남자] 북트레일러

여캐(여성 캐릭터)는 너무 쉽게 욕을 먹습니다그래서 욕 안 먹는 여캐를 만들려면 캐릭터 설정 폭이 진짜 좁아집니다무조건 정의롭고 정당하고 예쁘면서 사이다를 줘야 하고절대 주인공에게 나쁘게 굴면 안 되고하는 일이 없으면 또 민폐 캐릭터 취급을 받습니다. 희원이도 처음 등장했을 때크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쟤는 X년이다”, “네이버웹툰 핑크 머리는 다 악녀구나” 하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사실 <페이스오프 신데렐라>라는 대회 자체가 외모지상주의 사회의 축소판인데그걸 놔두고 얘가 나쁘네’, ‘쟤가 더 나쁘네’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캐릭터에 관해 보여줄 때 이 만화의 최종 빌런이 뭘까그게 정말 여자일까정말로 빌런이 사람이기는 할까?’라는 점에 신경을 많이 쓰며 그힙니다.

 

 

Q. 열한 살 키즈 모델 장미미를 통해서는 미디어가 여아를 성적대상화 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우연히 아동복 쇼핑몰 화보를 봤는데 여아와 남아를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달랐습니다특히 수영복 화보에서 5~7세 정도로 보이는 여아에게 성인처럼 화장을 시키고 비키니를 입혀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게 한 걸 보고 정말 놀랐는데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그런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혹은 성적인 대상으로 여기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충격받았습니다아이들이 그런 식으로 희생되지 않으면 좋겠고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도 강화되길 바랍니다.

 

 

Q. 아이돌 메이크업 미션 편에 등장한 걸그룹 멤버 김향기의 “웃으면서 해내고 있는 게 아니었어. 우리에게 허락된 얼굴이 웃는 것밖에 없었던 거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생각 끝에 나온 에피소드였나.

악성 댓글 문제도 있고결정적으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던 건 시중에 돌아다니는 다이어트 레시피였습니다. ‘걸그룹 누구 식단 관리법’ 해서상추만 먹는다거나 아침엔 사과 하나점심엔 아몬드 여섯 알저녁엔 고구마 하나 먹고 끝이라는 식입니다그걸 먹고 엄청 바쁘게 움직이는데건강 쪽으로 많이 걱정되었습니다그래서 아이돌에 관해 알아보니 몸의 고통이 당연시된 것들이 많았습니다.

굶고하이힐이 안 벗겨지도록 테이프를 감고 춤을 추기도 하고몸이 아파도 방송을 해야 하고치마 아래 각도의 사진이 돌아다니거나성희롱적 악성 댓글들이 달리고아파서 표정이 좀 안 좋으면 또 태도가 나쁘다라거나 대충 한다고 지적받고 있었습니다그런 점에서 아이돌은 만화에서 요구되는 욕먹지 않는 여캐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들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Q. 동화를 모티브로 한 화보 미션에서는 ‘고수머리 리케’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카드로 내놓아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동화 원전 같은 걸 찾아보기 좋아해서 <푸른 수염>을 쓴 샤를 페로의 작품집을 가지고 있는데, ‘고수머리 리케는 거기에 실려 있는 작품입니다처음에는 신데렐라나 인어공주로 미션을 생각하다가이번 회차에서 끊고 갈 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고수머리 리케를 던지면 궁금해할 것 같았습니다실제로 모르는 분들이 많았는지 만화가 업로드되고 나서 실시간 검색어로 고수머리 리케가 올라가서 신기했습니다.

 

 

Q. 유성과 예슬 팀뿐 아니라 라이벌 팀의 다양한 화보 콘셉트, 퍼포먼스를 구현하려면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일단 줄거리를 생각해둔 다음 거기에 맞는 콘셉트나 기법을 찾는 편입니다. 메이크업 화보를 굉장히 많이 찾아보고핀터레스트의 메이크업 사진들을 보기도 합니다실제 업계 종사자의 인터뷰를 통해 모티브를 따올 때도 있고 디테일한 표현이나 아이디어는 제가 발전시키는 편입니다.

이를테면 예전에 인터뷰한 사진작가께서 추천하신 닉 나이트를 예슬이가 좋아하는 사진작가라는 설정으로 넣었는데 이 작가의 사진을 검색해보니 존 갈리아노 패션쇼가 나왔습니다굉장히 멋져서 기억해뒀는데나중에 고수머리 리케’ 화보 콘셉트를 구상하다 보니 그 쇼에 나온 것처럼 특수효과로 파우더가 날리는 효과를 넣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그리고 주희원의 아이돌 메이크업 같은 경우 메이크업 자문 선생님께서 모델의 몸에 관절 같은 걸 그려서 진짜 인형처럼 연출해보면 신기하고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신 데서 떠올렸습니다.

 

 

Q. 매회 구성이나 편집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주는데요. 특히 인터넷 방송 시청률 경쟁 편에서 제작진이 진흙탕 싸움을 유발하기 위해 투입한 설정들이 재미있습니다.

 

 

파워 밸런스 맞추는 것과 독자들이 승자를 예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 중요시합니다누가 봐도 이번 화에선 희원이가 이긴다 하면 재미가 없고알지도 못하는 팀이 갑자기 1위 하면 이상하니까 전반적으로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지점과 의외성을 혼합해서 내용을 만들고 순위를 종합합니다.

인터넷 방송 편은원래 2라운드로 구성했는데 그러면 8개 팀에 돈이 너무 적게 분배될 것 같아서 3라운드로 늘렸습니다그런데 유성이가 민낯을 공개하면 당연히 시청자가 엄청 늘어날 테니까 예슬이가 얼굴 공개할 이유도 없어지고 임팩트도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그래서 시청률 교환권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그걸 쓰려면 다른 팀 아이템도 만들어야 하니까 전파 방해음소거 같은 설정도 떠올랐습니다

 

 

Q. 외모 강박과 꾸밈 노동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던지는 한편 데이트 강간 약물, 택시 기사의 성희롱, 나이 든 비혼 여성을 향한 편견 등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차별과 폭력도 서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경험담입니다. 제가 택시를 정말 많이 타니까 예슬이가 겪은 택시 에피소드에는 제 경험과 주변 여자들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즉시 달려온 유성이는 픽션이지만 택시 기사의 성희롱은 현실입니다약간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택시에서 그런 얘기를 한 번도 안 들어본 여자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길에서 전화번호 물어보는 남자한테 거절하면 맞을까 봐 무서울 때도 있습니다데이트 강간 약물 같은 건 제가 겪은 적은 없지만그걸 테스트하는 매니큐어 자체는 실제로 개발을 한 물건이니까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무슨 저런 일이 실제로 있냐?”, “어떻게 저런 일이 한 명한테 다 일어나냐?”라고 하지만그게 아니라는 걸 여자들은 다 알지 않나요?

 

 

Q. 유성과 예슬의 관계는 로맨스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만, 예슬이 유성에게 너무 의지하거나 그에게 구원받는 관계가 되지 않도록 고심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펼쳐가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구원받는 관계 이야기를 하셨는데결국 구원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남이 해줄 수 있는 건 가벼운 계기를 만들어준다거나 손을 잡아서 이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라고 이끌어주는 정도니까요. 예슬이가 자기 힘으로 변화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유성이가 하는 건 계기를 마련해주는 정도지만그게 누군가에겐 큰 발판이 될 수 있겠죠그런 감정과 관계들을 좋아합니다원래 막 끈적한 감정보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동지애를 더 좋아해서어떤 목표를 향해 예슬이와 유성이가 나란히 이인삼각을 열심히 해 나가며 의견을 주고받는 수평적인 관계로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Q.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통해 작가로서 무엇을 계속 중심에 두고 싶은지 조금이라도 분명해진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자 주인공의 이야기를 계속 그리고 싶습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성공한 만화는 대부분 남자가 주인공인데, 저는 남자 주인공에 이입을 잘 못 하고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잘 모르니까 만화가로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화장 지워주는 남자>를 하면서 독자들이 감사하게도 여자 주인공을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그러니까 제가 잘 할 수 있는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글 위근우 사진 최민호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12>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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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지난 2019 11 21일 넷플릭스가 CJ 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넷플릭스는 OTT(Over The Top Service)라 불리는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데요. 넷플릭스는 영상·영화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됐습니다한국에는 최근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넷플릭스가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140만 주(4.99%)를 인수한 건 우리가 ‘콘텐츠 IP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IP 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의 약자입니다콘텐츠 IP에 대해 이성민(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원) ‘콘텐츠 지식재산 활용 산업 활성화 방안연구(2016)에서 콘텐츠에 기반을 두어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관련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로 정의했습니다산업적 맥락에서 콘텐츠 개별 작품보다 연계 사업의 원천으로 IP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콘텐츠 하나를 잘 만들어 소위 대박을 나게 하는 것보다 연결을 통해 연계수익을 강화하는 것이 콘텐츠 IP의 핵심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웹툰 공식 페이지 캡처

 

바라트 아난드는 <콘텐츠의 미래(The Contents Trap)>에서 콘텐츠 자체의 힘보다 ‘연결(connection)의 힘을 믿으라 주장합니다파일공유 사이트로 공멸할 줄 알았던 음악 산업은 “CD 수요가 감소하는 만큼 라이브 콘서트의 입장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콘서트 수익이 증가했습니다.(228쪽) 음악 산업은 전통적인 ‘음반 사업이 아니라 포괄적인 콘텐츠 IP 산업이 되었습니다콘텐츠 산업에서 핵심은 ‘연결이고,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건 취향을 공유한 사람 즉 ‘팬덤입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대중들은 일상적으로 다량의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콘텐츠에 지급하는 비용은 점점 낮아졌습니다웹툰이나 유튜브처럼 소비 자체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 콘텐츠도 일반화되었습니다콘텐츠를 잘 만들어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전통적 사고방식으로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무료로 서비스한다고그거 나쁜 거야하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격언인  “좋았던 과거의 것들이 아니라 나쁜 오늘의 것들에서 시작해야 한다. (Don’t start with the good old days, but the bad new ones)처럼 우리의 고민은 나쁜 오늘즉 나쁜 새로운 것(bad new ones)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과거의 것은 미디어에 종속됩니다만화를 구분하는 명칭도 소년만화청소년만화성인만화순정만화 식이었다그런데 ‘오늘의 것에서는미디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미디어 대신 플랫폼소비를 위한 틀이 등장했습니다디지털 환경은 사용자 편의성을 높여 끊김 없이(Seamless) 독자들을 몰입하게 했습니다. PC에서 웹툰을 보다가스마트폰 앱을 가동해서 봐도 큰 문제가 없다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 등은 수많은 작품을 보편적 대중성을 기반으로 사용자에 맞춰 작품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습니다넷플릭스처럼 완벽한 큐레이션 기반 서비스는 아니지만차곡차곡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심리스한 경험은 사용자의 편의성뿐 아니라 특정 작품을 둘러싼 경험의 확장을 설명하는 데도 유효합니다내가 특정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소셜미디어나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팬덤에 접속할 수 있는데요팬덤에 접속하여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유저들과 함께 IP를 소비하며 가치를 확산합니다아이돌 산업마블 시네마스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마블 영화가 팬덤을 가장 효과적으로 묶어 내고 관리합니다그 중심에는 IP가 있습니다.

▲ 이미지 : 일간스포츠 <아색기가>

 

IP, 사용자 경험팬덤 형성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것의 관점에서 웹툰을 이해해야 합니다애초에 웹툰은 탄생부터 ‘오늘의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웹툰은 21세기 시작된 새로운 만화입니다. 기존 만화를 디지털화해 유통한 전자책(e-book)과 구분해야 합니다. 전자책은 유통채널의 확대지만, 웹툰은 새로운 개념의 등장입니다. 1990년대 후반 개인 홈페이지에 연재된 만화와 2001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양영순의 <아색기가> 등의 작품이 디지털로 공유되며 웹툰이 시작되었습니다. 무료로 콘텐츠에 접근하게되면서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웹툰으로 소비된 <광수생각>이나 <아색기가> 등이 얼마나 많이 공유되었는가를 떠올려 볼까요? 웹툰은 이처럼 디지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로 등장했고한국형 포털(사용자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는사이트에 웹툰 서비스로 안착했습니다. 20061월 네이버 도전만화 서비스가 시작되며 콘텐츠 경험이 구독에서 창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웹툰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중요 서비스의 하나로 유저를 붙잡아두고트래픽을 올리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레진코믹스 공식 페이지 캡처

 

아이폰 출시 이후 포털에 종속된 웹툰 서비스도 변화했습니다. 2013년 레진코믹스, 2014년 탑툰 등 유료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모바일 앱을 통한 ‘구매 경험이 추가되었습니다레진은 런칭 당시 네이버웹툰과 다른 웹툰을 전면에 내세우며 팬덤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경험의 확대와 팬덤 형성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웹툰 유료화를 성공리에 끌어냈습니다.

스마트폰이 끌어낸 변화는 놀라웠고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했습니다콘텐츠 소비특히 디지털 콘텐츠 소비는 스마트폰으로 집중되었습니다. 웹툰은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로 주목받았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다음웹툰컴퍼니)라는 웹툰 회사를 개별 회사로 독립시켰습니다네이버웹툰은 2014년부터 라인웹툰으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섰고, 2018년 네이버 북스를 네이버 시리즈로 개편해 통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카카오는 2016년 카카오 재팬에서 픽코마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8년 다음웹툰컴퍼니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하는 포도트리의 사내회사(CIC)로 독립시켰습니다.(현재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로 회사명을 변경)네이버와 다음이 네이버와 카카오로 변화하는 와중에 두 거대 IT 회사는 모두 웹툰 회사를 웹소설전자책 서비스를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회사로 독립시켰습니다그리고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19년 9월 24일 네이버웹툰 서비스 밋업에서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의 미래에 대해 “골드러시 시대에는 금맥 찾기보다 청바지 사업이 성공했다는 말이 있다. IP를 꾸준히끊임없이 제공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글로벌 OTT들의 전쟁은 굉장한 기회이자 성공의 기회다. (중략네이버웹툰은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게 되면 너무나 편안하게 국경을 넘나들며 독자와 IP 파트너를 만날 수 있는 전무후무한 플랫폼 (중략) OTT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우리 IP의 가치는 이들을 통해 끊임없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웹툰이라는 IP의 사용자 경험을 글로벌하게 확장하면글로벌 OTT들은 웹툰 IP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는 전략입니다. 넷플릭스의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인수의 핵심도 경쟁력 있는 한국의 콘텐츠 IP를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2019~2020년은 ‘글로벌 콘텐츠 IP 시대’인 것입니다. 글로벌 콘텐츠 IP 시대에 한국 웹툰은 네이버웹툰, 카카오페이지 빅 2 체제로 완전히 정착되어가는 것일까요? 두 회사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새로운 작가를 흡수하고, 스튜디오에 투자하고,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게임을 제작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제 중소규모 플랫폼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일까요?

웹툰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낮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습니다. 만화방 시대에는 시장 독점도 가능했고, 공급을 조정해 신규 시장 진입자를 밀어내기도 했습니다. 잡지-단행본 시대에는 대부분 익숙한 잡지를 구매했기 때문에 신규 잡지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에 공유되어온 링크를 누르기만 해도 바로 웹툰을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알리고소비하는 데 중간 단계 ‘미디어가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낮아졌습니다문제는 낮은 진입장벽으로 콘텐츠에 접근한 사용자를 붙들어 둘 수 있는 지속력입니다.

콘텐츠 IP의 소비를 지속시키기 위해 ‘취향'이 중요해집니다. 취향을 공유하는 순간 사용자는 팬덤에 들어가는데요. 이를 정리하면, 디지털 시대 콘텐츠의 낮은 진입장벽 콘텐츠 경험 소비 ③취향 공유 ④팬덤 확대 ⑤안정적 수익과 재생산 구조로 이어집니다. 안정적인 생태계의 구성은 꼭 대형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계적인 스타가 된 BTS는 한국의 대형 기획사 소속 아이돌이 아니었지만취향으로 연결된 팬덤을 꾸준히 관리하고 늘려나갔습니다시대가 변화하기 때문에 취향을 연결한다면 충분히 자체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딜리헙, 만화경, 에끌툰은 눈여겨볼 의미 있는 플랫폼입니다.

 

 

2018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딜리헙은 누구나 자유롭게 플랫폼에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해 수익을 창출하는 ‘오픈 플랫폼입니다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닙니다. 2015년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포스타입도 오픈 플랫폼으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마사토끼작가는 포스타입에 자신의 작품을 연재하고 얻는 수익을 매월 오픈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하지만 딜리헙은 기존 오픈 플랫폼과 다른 차별성을 기획하고취향을 연결했습니다딜리헙은 기존 오픈 플랫폼 서비스들과 어느 지점이 다른 걸까요? 구글 플레이에서 딜리헙 앱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좋은 작품이 보고 싶을 때,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 상자 딜리헙 앱.

새롭게 발견하는 취향. 발견해 보세요.
당신을 사로잡는 특별한 이야기. 멋진 이야기들. 만나보세요.

딜리헙이 준비한 흥미로운 읽을거리.”

 

 

이 중에서 강조된 키워드는 ‘새롭게 발견하는 취향 ‘멋진 이야기들’ 입니다이 지점이 차별점입니다플랫폼이 작가와 독자에게 취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딜리헙이 제안한 취향은 무엇일까요딜리헙은 장르 카테고리에 판타지일상드라마 등 익숙한 장르 구분과 함께 BL GL을 명기했습니다플랫폼의 작품을 소개하는 ‘딜리스테이션에서 처음 소개한 작품이 고사리박사 작가의 <극락왕생>입니다작품을 소개하는 카피도 명확합니다. “이제는 여성 주인공들이 활약할 때한국적 판타지를 그리는 여성 서사 화제작입니다카테고리의 구성고양이 캐릭터를 내세운 홍보 등을 함께 종합해 보면 딜리헙이 제안한 취향이 ‘여성 서사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습니다애초에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여성 서사를 중심으로 작가를 존중하는 플랫폼으로 기획했고이 기획에 공감하는 작가와 독자들이 딜리헙을 통해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현재 딜리헙은 첫 화면에서 다양한 큐레이션을 실시하며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작품과 독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끌툰은 특이하게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2015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김민석 대표가 2010년 웹툰 <헤븐리스파이>를 연재하는 홈페이지로 시작해 2015 7월부터  ‘에끌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기독교적 소재나 세계관을 활용한 웹툰이라는 확실한 취향으로 꾸준히 팬덤을 묶어 내고 있습니다. 종교 웹툰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차별성을 갖고 있지만에끌툰은 한발 더 나아가 웹툰을 구독하는 젊은 사용자들과 공감하는 작품을 개발합니다. <마가복음 뒷조사>(글 그림 러스트)처럼 성경을 당대의 문화와 역사적 상황을 담아 살펴보는 작품, <비혼주의 마리아>(글 그림 린든)처럼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젠더 차별의 문제와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는 작품, <영생을 주는 소녀>(글 러스트 그림 린든)처럼 SF까지 작품의 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웹툰으로 일반 사용자까지 연결성이 확대되는 작품들을 선보이는데요보수적인 시선으로 보기에는 파격적인 작품들이지만교회 내부의 문제로 인해 등을 돌린교회에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한 작품들입니다단순한 기독교 웹툰이 아닌 에끌툰만의 차별성은 가치를 만들고경험하게 하며 이에 공감하는 사용자들에게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유도합니다.

 

▲ 이미지 출처 : 만화경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게시물 캡처

 

배달앱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에서 런칭한 만화경 역시 세분된 취향에 집중합니다우아한형제들이라는 튼튼한 자본에서 시작한 플랫폼이라면 당연히 작품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기존 플랫폼 독자를 끌어내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하지만 모습을 드러낸 만화경은 전혀 달랐는데요. 만화경은 ‘격주 수요일 만화 잡지’ 를 콘셉트로 내세웠습니다목차가 제공되고매호 12 작품 내외가 연재된다심지어 ‘애독자 엽서까지 운영하며 오프라인 만화 잡지를 앱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격주간이나 월간 만화 잡지 형태를 웹툰에 적용하자는 전략은 신선하지만완전히 새롭지는 않습니다더 충격적인 건 작가와 작품 선택입니다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후발주자임에도 유명 작가를 스카우트하지 않았습니다만화경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작품을 연재하는 작가들에게 연재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직장인 감자>의 감자 작가나 <별일 없이 산다>의 키크니 작가는 기존 웹툰 플랫폼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에서 작품을 연재해 팬덤을 보유한 작가입니다감자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7만 명이고키크니 작가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36만 명에 이릅니다감자키크니 작가처럼 소셜미디어에 연재해 일정한 규모의 팬덤을 지닌 작가와 함께 만화경은 장르적 재미보다는 일상을 공유하는 작품을 선택하며 플랫폼의 취향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만화경이 선택한 취향은 배민 폰트, ‘배민신춘문예’처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우아한형제들이 구축한 차별성과 어우러지며 배달앱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 독자들을 효율적으로 묶어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딜리헙에끌툰만화경은 거대한 웹툰 생태계에서 특화된 영역을 차지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습니다이 과정에서 이들 플랫폼은 가치와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 IP 시대에 맞춰 차별화시키고취향을 연결하여 팬덤을 묶어 내고 있습니다같은 취향을 지닌 사용자를 작품-플랫폼과 연결하고자연스럽게 팬덤을 형성한다면 콘텐츠 IP 시대에 중소규모 플랫폼들은 훨씬 효율적으로 생존해 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취향이고, 연결이고, 경험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팬덤입니다. 취향-연결-경험이 팬덤을 만든다면 콘텐츠 IP는 재생산 구조로 정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인하 | 만화 평론가.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지금, 만화 VOL.5>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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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