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천 IP로 주목받는 웹툰

출처: pixabay

 만화산업의 규모가 1조 원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만화계 구성원들을 설레게 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의 일 입니다. 최근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사업 성과 발표를 살펴보면, 각 플랫폼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일 수익만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산업의 규모가 증대된 것은 글로벌 진출과 웹툰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이하 IP)을 활용한 수익 모델의 확장이 가시적 성과를 가져온 데에 있습니다.

 근래의 웹툰계는 다양한 방식과 확장된 규모의 수익 모델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웹툰을 플랫폼에서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것은 기본이고 원작을 2차적저작권으로 확장하는 수익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연재하고 있거나 연재완료된 웹툰을 해외 권역별로 서비스하고 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재창작하는 것도 원작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여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작자인 웹툰 작가 뿐 아니라 유통을 맡고 있는 에이전시, 플랫폼 등에서도 IP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웹툰을 영상화하던 일로에서 벗어나 웹툰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웹툰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출처: 공식채널마녀코믹스 유튜브 https://youtu.be/FoCulkH89-s

  웹툰을 제작한다는 것은 1인 창작자에게 집중된 창작의 권한과 책임을 분산시키며 IP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의 권리를 확장시키는 것입니다. 최근, IP 활용 명목으로 에이전시나 플랫폼에서 직접 웹툰을 기획·제작하기 위해서 스튜디오를 설립하거나 투자했습니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2018년부터 7천억 원 규모의 금액을 들여 CP사들에 집중 투자했는데, 서울문화사의 경우 카카오페이지의 투자를 받아 웹툰 전문 제작사인 서울미디어코믹스를 설립했고 사내 스튜디오도 설립하며 콘텐츠 수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지는 카카오M을 통해 웹툰을 직접 영상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도 리코(LICO)와 스튜디오 N을 통해 다양한 웹툰 스타일을 실험하고, 전략적으로 웹툰을 기획·제작하여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사업 권리에 대한 지분을 플랫폼 및 제작사 등이 확보하여 게임, 드라마, 영화와 같은 2차적저작권 활용의 수월성을 노리는 것입니다.

 2013년부터 시작된 웹툰의 글로벌 진출은 그동안 투자에만 머물러왔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웹툰을 주변부에 위치해 있기에 출판 방식이 익숙한 해외 독자들에게 점진적으로 웹툰을 향유할 수 있도록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해왔습니다. 이러한 전략을 취함으로써 마침내 카카오페이지의 픽코마는 2019년 4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웹툰 IP의 활약은 콘텐츠 플랫폼 간의 연계 및 확장뿐 아니라 세계 속의 콘텐츠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유튜브 * 슈퍼 웹툰 프로젝트 youtu.be/Hd_zT6I5K6c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핵심 원천 콘텐츠로서 웹툰이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을 필두로 한 긍정적 성과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장기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웹툰 IP를 활용하고자 하는 플랫폼, CP 등의 롤 모델은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툰의 대표가 밝힌 것처럼 마블(Marvel)과 디즈니(Disney)입니다. 결국 이들의 목표는 전 세계인을 사로잡는 웹툰 IP 비즈니스의 미래를 여는 것입니다. 카카오페이지가 발표한 '슈퍼 웹툰 프로젝트'는 대중성이 검증된 웹툰을 영상화하는 기존의 창구 전략에서 나아가, 웹툰 IP가 거두어들일 수 있는 최종 목표를 새롭게 갱신하기위하여 이른바 '슈퍼 IP'의 가능성을 실험해보고자 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 IP는 원작의 수익 창출 규모를 확대하고 전 세계에서 원천 콘텐츠로서의 웹툰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전략입니다.

 

 

웹툰 IP 활용 사례

출처: pixabay

 그동안 연재하며 인기를 얻은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는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강풀 작가의 여러 원작부터 윤태호 작가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졌고 원작 기반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하자 일부 작가의 신작 웹툰은 연재와 동시에 영화화 계약을 하는 등 웹툰의 원작 가치를 증명된 사실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성과에 반하여 원작 작가들이 갖게 되는 혜택은 판권 판매료, 타 콘텐츠로 개봉 또는 방영되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에 따른 수익 발생 정도였습니다. 이를 중개하는 에이전시나 플랫폼에서 갖는 수익도 극히 일부이기 때문에 부가 수익 모델이라 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에서 인기 원작이 프랜차이즈처럼 여러 플랫폼으로 뻗어나가며 부가 수익을 거두는 여러 사례들을 봤을 때 웹툰 원작 IP 활용이 협소하게 진행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벤치마킹 차원에서 마블, 디즈니와 같은 사례가 언급되고 있으며 디즈니가 마블을 인수하면서 제작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웹툰 원작의 2차적저작권 활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롤 모델인 것입니다.

 

 

이태원 클라쓰 메인 포스터 * 출처: JTBC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는 자사에서 연재되는 웹툰의 활용 폭을 점차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자회사 다음웹툰컴퍼니에서 연재된 작품을 통해 2019년 하반기부터 메가히트 IP를 만들기 위해 '슈퍼 웹툰 프로젝트'를 실행했습니다. 다음웹툰에서 연재되었던 천계영 작가의 <좋아하면 울리는>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2019년 8월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습니다. 전 세계에 동시에 공개되는 영상 종합 플랫폼 넷플릭스가 활성화되면서 웹툰 IP가 글로벌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수 있게 되었는데 국내 웹툰에서는 최초의 사례입니다. <좋아하면 울리는>에 이어, <어쩌다 발견한 7월>, <이태원 클라쓰>가 드라마, <시동>, <해치지않아>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각각 2019년 하반기에서 2020년에 방영 및 개봉되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자인 광진 작가가 드라마 작가로 데뷔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웹툰 작가의 영역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 * 출처: 스튜디오N 홈페이지

 네이버웹툰도 자회사 스튜디오 N을 통해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 드라마로 제작되고 <스위트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어 2020년에 방영 됐습니다. 네이버 웹툰은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자사의 웹툰을 웹드라마, 게임으로도 만들며 다양한 방식으로 IP를 활용해왔습니다.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는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여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방영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애니메이션 전문 기업인 '크런치롤(Crunchyroll)'이 투자·유통사로 참여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텔레콤 애니메이션 필름'이 제작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 등은 자사의 소셜커머스를 활용하여 이모티콘이나 팬시 상품과 같은 굿즈를 제작해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재된 웹툰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기존에도 유효했던 주요 IP 활용 사례입니다. 그러므로 슈퍼 웹툰 프로젝트나 슈퍼 IP가 이름을 달리 했을 뿐 이전의 방식과는 별다른 차별점이 없다고 인식될 수 있습니다. 슈퍼 IP는 원작 IP 활용으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을 최대로 늘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결합'과 하나의 IP가 다양한 스토리 포맷으로 연속성을 가지고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IP 유니버스'의 개념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디즈니가 2000년대 후반, 픽사(PIXAR)와 마블 코믹스(Marvel Comics)를 연이어 인수한 이유는 마블 코믹스가 보유하고 있는 만화 원작 IP 때문이었습니다. 디즈니는 인수 후 마블 코믹스가 갖고 있는 만화 원작 IP를 기반으로 하여, 10년 동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중심의 영화를 제작해 박스오피스에서만 182억 달러(21조 3,941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웹툰이 슈퍼 IP가 되고자 하는 지향점에는 마블 코믹스가 갖고 있던 만화 원작 IP를 활용한 MCU 영화의 성공에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만화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5G와 AI를 활용한 방송영상 제작 기술환경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21. 4. 21. 13: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5G 기술을 활용한 방송영상 제작

2019년 4월 3일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제조, 교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을 의미하는 5G는 기존 4세대 LTE에 비해 방대한 데이터를 아주 빠르게(초고속; enhanced Mobile BroadBand, eMBB) 전송하고 실시간으로(초저지연; 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s, mMTC)하는 특징을 지니며 음성통화, 데이터 통신을 넘어서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다양한 융합 서비스 창출을 가능하게 합니다.

 

* 이동통신 기술의 세대별 특징 비교

 

 방송영상산업은 5G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로 제작, 콘텐츠 서비스, 송신 등에서 5G와 방송 미디어 연계 방안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첫째, 제작에서 방송국 스튜디오 내부 카메라, 조명 등 많은 장비가 5G망으로 무선 연결되고, AI의 도움으로 운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되면서 다양한 장소를 촬영 스튜디오로 활용하며 방송국의 부조정실로 바로 연결되는 라이브 제작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즉, 제작에서 시간, 장소의 제약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죠.

 둘째, 콘텐츠 서비스에서 스포츠 라이브 및 현장 실황 연결 등 초고화질 기반 광시야각 또는 파노라마 영상 제작 및 송출이 늘어날 것입니다. 예능 제작 현장이 실감 나게 제공될 것이며, 드라마 제작 세트는 체험형 콘텐츠로 거듭날 전망입니다. 라이브 콘서트는 시청자에게 객석에 있는 듯한 실제감을 제공하며, 객체 기반의 비디오 및 오디오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감상하고, 몰입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언어 제공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신에서 5G가 방송 주파수 대역(400~700MHz)으로 제공되면 모바일 방송 대용 멀티캐스트 시스템으로 이용할 수 있어 통신사와 공동투자 및 서비스 제공 등으로 융합형 미디어 서비스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출처: LG전자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wUCUTP7IqQ4

홈 밀착영상 기능      

 

 국내 이동통신사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의 분야에 5G를 활용한 방송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 중계에서 타석 영상을 이용자가 마음대로 돌려보는 '홈 밀착영상' 기능을 서비스 중입니다. 골프 역시 5G 기술을 접목한 '스윙 밀착영상(4D Replay)', 경기 상황을 입체 그래픽으로 표현한 '코스 입체 중계(AR Tour Live)'로 선수의 비거리, 공의 궤적, 낙하 지점 및 홀컵까지 남은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습니다. KT는 '포지션 뷰', '매트릭스 뷰' 등 새로운 기능을 구현한 프로야구 시청 서비스를 제공하고, '뮤지션 라이브' 등 실감형 음악 방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e스포츠와 가상현실 서비스를 결합한 생중계, 가상현실 기능을 접목한 'VR리플레이'를 제공하면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였습니다.

 

 

 국내 방송사 역시 이동통신사와 협업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송출했습니다. SBS는 KT의 기업 전용 5G 서비스와 5G MNG(Mobile News Gathering) 장비를 활용해 <모닝와이드 3부>를 5G 네트워크를 활용한 UHD 생방송으로 최초 공개했습니다. 10월에는 <SBS UHD 인기가요 슈퍼콘서트>의 유튜브 생중계를 위해 5G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콘서트 현장에 '5G 체험존'을 설치해 3D 아바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나를(narle)', 360도로 실감 나게 보여주는 '리얼360', 초고화질 개인형 실감 미디어 서비스 '슈퍼VR', 초고음질 스트리밍 '리얼지니팩' 등을 소개했습니다.

 KBS는 SK텔레콤과 5G 기반 뉴미디어 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5G 기반 생중계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고 스포츠, 행사 중계 등 다양한 분야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방송사와 이동통신사의 협업 시도 외에도 KBS 특집 다큐 <살아온 100년, 살아갈 100년 대한민국을 노래하다>에서 <One Dream One Asia>라는 곡을 국내 충남, 서울, 광주와 네덜란드, 미국, 일본, 중국 등 5개국 7개 지역에서 200명 이상 대규모 인원이 동시에 연주하고 합창하는 라이브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5G를 활용했습니다.

 

 

 

AI의 방송영상 콘텐츠 큐레이션

 모바일 기기의 보급, SNS 이용의 일반화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야기한 영상 콘텐츠의 폭발적인 증가는 콘텐츠 스모그 시대(Content Smog Era)를 만들어냈으며, 이용자에게 적합한 영상 콘텐츠를 선별해주는 큐레이션이 주목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큐레이션의 효과로 시간 절약, 에너지 절약, 심리적 부담 완화, 가치 발견, 정보 과잉 극복, 복잡성 제거, 유용성 극대화, 관심의 방향 재조정, 과잉 생산 감소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방송영상산업에서 콘텐츠 큐레이션은 AI와 결합해 이용자의 선호 콘텐츠와 시청할 콘텐츠를 사전에 분류 및 예측하여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협업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방식이 있습니다. 협업 필터링이란 이용자에서 얻은 기호 정보(taste information)에 따라 이용자 관심사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방법입니다. 개인화된 비디오 랭커(personalized video ranker, PVR), 톱-N 비디오 랭커(Top-N video ranker), 트렌딩 나우(trending now), 계속 시청(continue watching), 비디오 상호 유사성(video-video similarity, 'sims'), 페이지 생성(page generation), 흔적 선별(evidence selection) 등 하위 알고리즘들로 구성되는데 이 중 핵심이 개인화된 비디오 랭커입니다. 넷플릭스가 2012년 공개한 개별 비디오의 점수를 매기는 랭크는 기본적으로 비디오의 속성과 인기도, 그리고 이용자 요인으로 구성됩니다.

 유튜브도 추출, 배치, 정렬, 연결의 4가지 방식으로 이용자 큐레이션을 적용하는데 검색어를 입력하면 데이터 셋에서 검색어와 관련된 콘텐츠를 추출하고, 로그인을 하면 이용자의 소비 특성을 고려해 콘텐츠를 배치하며, 현재 시청 중인 영상과 과거 시청 데이터를 분석해 우선순위에 따라 정렬하고, 현재 시청 중인 콘텐츠 특성을 반영해 다음에 시청할 콘텐츠를 추천·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AI는 취합 정보를 해석할 수 있고, 이용자가 제공하는 미디어 및 콘텐츠 이용 맥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큐레이션 방식을 학습해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알고리즘에 다시 반영해 새로운 큐레이션 패턴을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AI는 큐레이션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촬영, 영상 편집 등 일반적인 영상미디어 제작 단계에서도 활용됩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볼트(Vault)'는 약 30~40만 개의 시나리오를 학습하여 흥행에 미치는 패턴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나리오의 흥행 여부에 대한 예측 결과를 산출합니다. 캐나다 기업 그린라이트 에센셜(Greenlight Essentials)은 2016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이 창작한 시놉시스 기반의 영화 <Impossible things>를 제작했습니다. 수천 편의 공포 영화 시놉시스를 학습한 AI는 줄거리와 캐스팅의 구체적 조합까지 만들었습니다. 영화감독 오스카 샤프(Oscar Sharp)는 AI 연구자인 로스 굿윈(Ross Goodwin)과 공동으로 '벤자민'이라는 AI 작가를 구현하여 시나리오를 창작했습니다. 1980~90년대에 나온 수백 편의 SF 드라마와 영화 대본을 학습시켜 AI 작가가 작성한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영국에서 열린 영화제에 <선스프링(Sunspring)>이라는 9분 내외 단편 SF 영화를 출품했습니다.

 

* 출처: Amazon Web Services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RhEVld4GwzU

Announcing AWS DeepLens

 촬영에서도 AI를 활용하는데 미국 엔드큐(End Cue)의 애자일 프로듀서(Agile Producer) 플랫폼은 각본을 분석하여 촬영에 필요한 캐릭터, 소품, 오디오/비디오 효과 등 다양한 요소들을 추출합니다. 그리고 배우 스케줄, 촬영 장소와 장비 가용성, 날씨, 촬영 예산 제한을 고려하여 최적의 촬영 스케줄을 자동으로 관리해 줍니다. 실제 촬영에서도 구글의 인공지능 카메라 클립스(Clips)는 얼굴을 인식하고 친한 사람들을 학습하며, 표정 변화와 색다른 움직임을 포착하여 이용자의 의미 있는 순간을 촬영합니다. Amazon AWS에서는 딥렌즈(DeepLens)라는 딥러닝 기반의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비디오 카메라로 원하는 객체를 인식하고 행동을 감지하여 촬영하는 AI 카메라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AI 기술 기반 카메라 드론이 개발되어 캐릭터를 추적하고, 지속적으로 촬영합니다. 심지어 카메라 감독이 직접 촬영하지 않아도 자체 촬영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AI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로 새로운 촬영 기법을 시도하면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상 미디어가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AI 기술은 영상 편집에서도 적용됩니다. 영상을 단편적으로 자르고 붙이는 수준을 넘어서, 최근에는 AI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을 포함한 맥락을 이해하고 영상을 생성하거나 요약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위비츠(Wibbitz)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로 영상 뉴스 제공을 위해 뉴스 텍스트와 이미지를 분석하고 주요 부분을 추출하여 영상으로 변환합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농구, 야구와 같은 스포츠 중계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하고, 문자 중계 데이터를 활용하여 슛, 홈런과 같은 이벤트 단위로 장면을 자동으로 편집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이 수작업으로 편집한 영상 품질과 비슷한 수준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생성하여 이용자가 좋아하는 선수나 이벤트 유형을 선택하여 시청할 수 있게 구현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방송영상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현황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21. 4. 14. 14:0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악 감상 시 이용 수단 또는 서비스는 '음원 스트리밍'이 63.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60.3%),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39.3%)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전년 대비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 '피지컬 음반' 을 통한 음악 감상 비율이 증가하였습니다.

 

오늘은 '피지컬 음반' 구매 현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음악 피지컬 음반 이용 경험

 

* 최근 1년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경험

 

CD/DVD/블루레이/카세트테이프/LP/키노앨범 등의 피지컬 음반 구매 경험률을 20.2%로 나타났으며, 2019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피지컬 음반 구매 경험은 성별로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연령별로는 15~19세(29.4%)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최근 1년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경험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빈도

 

피지컬 음반 구매 빈도는 '6개월에 1~2회' 33.2%, ‘1년에 1~2회’ 32.5%로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10~14세(47.4%)’는 ‘6개월에 1~2회’ 구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1년에 1~2회’ 구매 비율은 ‘여성(38.8%)’, ‘15~19세(43.4%)’, ‘20~24세(41.5%)’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빈도

 

* 음악 피지컬 음반 주 구매 장소

 

피지컬 음반 구매 경험자들의 구매 장소는 ‘온라인 음악 전문 매장/온라인 쇼핑몰’이 58.1%로 가장 높으며, 그 다음으로는 ‘오프라인 음반 전문 매장’이 24.8%, ‘소속사 공식숍 (온오프라인 몰)’이 8.9%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9년 대비 ‘온라인 음악 전문 매장/온라인 쇼핑몰’과 ‘소속사 공식숍(온오프라인 몰)’ 에서 피지컬 음반을 구매하는 비율이 증가하였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61.6%)이 남성(54.5%)보다 ‘온라인 음악 전문 매장/온라인 쇼핑몰’ 구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는 20~24세(69.2%)에서 ‘온라인 음악 전문 매장/온라인 쇼핑몰’ 구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성(26.8%), 50~59세(31.0%)에서는 ‘오프라인 음반 전문 매장’ 구매 비율이, 15~19세(17.0%)에서는 ‘소속사 공식숍(온오프라인 몰)’에서 구매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음악 피지컬 음반 주 구매 장소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월평균 결제 금액

 

음악 CD/DVD/블루레이/카세트테이프/LP/키노앨범 등 구매 경험자들의 월평균 결제 금액은 ‘1만 원 이상~3만 원 미만’이 49.7%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3만 원 이상~5만 원 미만(23.8%)’, ‘1만 원 미만(17.2%)’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대비 ‘1만 원 미만’ 응답 비율은 증가, ‘1만 원 이상~3만 원 미만’ 응답 비율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19.4%)’, ‘10~14세(23.7%)’와 ‘15~19세(24.5%)’에서 ‘1만 원 미만’ 결제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1만 원 이상~3만 원 미만’ 결제 비율은 ‘여성(53.1%)’, ‘30~39세(53.9%)’, ‘40~49세(53.4%)’, ‘50~59세(55.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3만 원 이상~5만 원 미만’ 결제 비율은 ‘20~24세(32.3%)’, ‘25~29세(32.6%)’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월평균 결제 금액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이유

 

음악 CD/DVD/블루레이/카세트테이프/LP/키노앨범 등 구매 이유(1+2순위)는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어서’가 69.0%로 전년도에 이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으로 ‘아티스트 자체를 좋아해서/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라’라는 응답이 61.1%, ‘음반으로 듣는 것이 음질, 성능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가 21.9%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남성(71.2%)’이 ‘여성(66.8%)’보다, 연령별로는 ‘30~39세 (76.6%)’에서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어서’라는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아티스트 자체를 좋아해서/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이라서’ 응답 비율은 ‘여성(71.3%)’ 과 ‘15~19세(79.2%)’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음반으로 듣는 것이 음질, 성능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응답 비율은 ‘남성(28.1%)’, ‘50~59세(46.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음악 피지컬 음반 구매 이유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음악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타 분야의 IP(Intellectual Property)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 IP가 보유하고 있는 대중적인 흥행 가능성입니다. 만화와 소설은 이전에도 다른 콘텐츠들의 원작으로 활용되었지만 최근 웹툰과 웹소설로 변화하며 영화, 드라마, 게임 등의 2차 콘텐츠로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내외에서 새로운 콘텐츠의 원천으로 시장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타 분야 IP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사례가 드문 상황입니다. 주된 원인은 영유아용 완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애니메이션산업 구조에 있습니다. 즉, 한국에서는 상품 시장의 필요에 맞춘 자체적인 IP 창작과 애니메이션 제작이 더 선호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유아용 완구로 주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은 점차 시장의 포화 내지는 확장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으며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나 해외 시장 진출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타 분야의 IP, 그중에서도 웹툰과 웹소설을 애니메이션의 IP로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으로 타 분야, 특히 웹툰과 웹소설 IP의 활용 가능성과 가치를 정리하고자 합니다.

 

* 출처 : 핑크퐁 pinkfong.com

 

 

웹툰 및 웹소설의 전략적 가치

 

일반적으로 콘텐츠 산업에서 타 분야의 IP를 활용할 때 얻을 수 있는 주요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원작의 대중적 인지도와 시장성을 기본으로 흥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② 기획, 개발 과정에 필요한 창의적 역량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경감시킬 수 있습니다.

③ 제작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④ 마케팅 및 프로모션, 자금조달 시 원작의 지명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브레드이발소 / KBS

 

이외에도 웹툰 및 웹소설 산업이 성장하면서 부각되고 있는 몇 가지 전략적 가치에 주목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애니메이션 내수 시장의 확장 가능성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10세 이하 연령대를 주력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반면 웹툰 및 웹소설은 대형 포털을 기반으로 하며 청소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대중성과 시장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 연령 중심의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이 고연령 시장으로 확장을 모색함에 있어 웹툰 및 웹소설 부문의 가치는 매우 높습니다.

 

두 번째는 해외 시장 진출 확대 가능성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투입되는 제작비 대비 소규모인 내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문구나 완구 등 부가상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을 반드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한국의 웹툰 및 웹소설은 글로벌하게 소비되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새로운 콘텐츠 형식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중국,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는 물론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도 소비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세계화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인지도를 형성한 웹툰 및 웹소설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는 세계적 흥행과 안정적 해외 시장 진출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주목할 부분은 제작비 조달 방안의 확대 가능성입니다. 흥행에 성공한 인기 웹툰 및 웹소설의 IP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되면 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는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웹툰 및 웹소설 IP라면 글로벌 OTT 플랫폼, 해외 배급사, 투자사, 콘텐츠 기업 등과의 연결을 더 쉽게 해 줄 수 있고, 투자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협업 가능성 또한 높여 줍니다. 예를 들어 만화 관련 투자 옵션이 약정되어 있는 펀드라면 웹툰 및 웹소설 IP 연관 프로젝트를 우선 투자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으며, 나아가 실사 영화나 드라마와의 공동 프로젝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생깁니다.

 

네 번째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체재로서의 가치입니다. 아직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지만 그것이 다양한 콘텐츠 수요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웹툰 및 웹소설은 일본의 망가 및 라이트노벨과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과 소재 면에서 차별화를 이루면서 상이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애니메이션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즉, 청소년 이상 연령대에 소구하는 글로벌 애니메이션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무기로 한국 웹툰 및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네이버 웹툰 / 네이버 시리즈 <재혼황후 웹툰과 웹소설>

 

 

웹툰 및 웹소설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 위험 요인

 

웹툰 및 웹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전략에는 위와 같은 장점들이 있지만,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다음과 같은 위험 요인들도 주의깊게 고려해야 합니다.

 

첫 번째 요인은 원작 IP 흥행 주기와의 시기적 불일치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며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 빠르게 제작하여 흥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상대적으로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대중의 소비가 왕성한 시기에 맞추어 제작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웹툰 및 웹소설은 유행과 소비의 주기가 짧은 편입니다. 또한 유사한 작품의 반복적 재생산이 많으면서 그 소비 또한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장기간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사이에 해당 IP의 소비 시기가 지나고 유행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IP를 활용하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은 한국에서 웹툰 및 웹소설 IP의 주요 소비자와 애니메이션의 주요 소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지하듯 애니메이션 시장은 영유아 중심인 반면 웹툰 및 웹소설 시장은 청소년 이상 연령대 중심입니다. 이런 연령대의 불일치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즉 애니메이션의 잠재 시장 확대라는 장기적, 미래지향적 관점에서는 웹툰 및 웹소설 부분은 목표해야 할 연령대가 분명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라는 것은 단점과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세 번째 요인은 IP가 공개된 플랫폼 간 규모 차이에서 비롯되는 대중적 인지도의 격차입니다. 포털 등 대형 플랫폼은 대규모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플랫폼 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IP는 통상 강력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규모 플랫폼에서 유통된 IP라면 그에 대한 소비는 덜 활발할 수 있습니다. IP 자체의 완성도가 높다고 하더라도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면 그 활용 가치는 낮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요인은 미디어 환경과 포맷입니다. 영상 콘텐츠의 제작 포맷은 미디어 여건에 영향을 받아 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영상 콘텐츠 소비의 무게 중심이 유튜브 등 OTT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아직 한국 애니메이션의 일반적인 제작 포맷은 TV용 시리즈와 극장용 장편의 두 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웹툰 및 웹소설 IP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때, 염두에 두는 미디어나 제작 포맷이 해당 IP에 적합한지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작품 내용, 투자 유치, 흥행 가능성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IP 관리 전략 체계화의 필요성

 

이제까지 한국에서는 협소한 내수 시장 규모로 인해 IP의 발굴과 구매가 좁은 범위에 한정되었습니다. 또한 작품의 완성에 있어서나 흥행의 가능성에 있어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에 IP 관련 거래에서는 계약 기간을 짧게 정하면서 매절 형식으로 계약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웹툰 및 웹소설의 소비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으며 웹툰 및 웹소설에 대한 글로벌 대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IP를 관리하거나 매매하는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IP 관리 전략은 글로벌 사업전개를 염두에 두고 더욱 체계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한 인지도를 갖춘 IP라면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관련되는 모든 콘텐츠 장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업 로드맵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파트너 기업들에게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지속하며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사업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IP는 그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IP가 집약되지 않고 사업 권리별로 흩어지게 되면 개별 콘텐츠들의 제작과 흥행 가능성이 불투명해지고 시너지가 형성되기 어려워집니다. 이러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례로 중국의 대형 플랫폼들은 IP의 계약 기간으로 기본 7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콘텐츠 전 분야에 걸쳐 최대한의 판권을 확보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장편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의 웹툰 IP 활용 사례

 

장편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청소년 이상 연령대 시장의 개척을 목표로 하고, 협소한 내수 시장 규모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어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14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제작, 투자, 소비 모두가 급성장하며 한국의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필요로 하던 중국을 핵심적으로 고려하면서, 중국 이외의 해외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IP를 발굴하고자 했습니다.

 

* 출처 : 서울산업진흥원(SBA)

적절한 IP를 찾기 위해 우선 중국의 콘텐츠 소비 성향을 파악했습니다. 당시 대규모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한 차이나 모바일의 모바일 만화 서비스 현황을 분석했는데, 이를 통해 중국 만화 시장의 소비자 취향은 크게 ‘섹시/로맨스’ 선호와 ‘공포/괴담’ 선호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섹시/로맨스’ 그룹의 작품들은 중국에서 흥행을 하더라도 다른 해외 국가들에서는 흥행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작품의 내용과 표현의 수위 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건전했고, 따라서 중국의 수요와 중국 이외 국가들의 수요 간 격차가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공포/괴담’ 그룹의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표현과 그에 대한 수용은 한국은 물론 다른 해외 국가들에서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섹시/로맨스’ 작품들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문화적 취향이나 선호에 편차가 컸던 반면, ‘공포/괴담’ 작품들은 문화적인 차이에 큰 영항을 받지 않고 직관적으로 수용 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이를 감안하여 중국 시장과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가능 성이 높은 ‘공포/괴담’ 그룹의 작품들 중에서 IP를 발굴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음 단계로, 전략에 부합하는 IP를 찾기 위해 한국의 공포 관련 웹툰들을 조사했습니다. 당시 공포 웹툰들은 비주류여서 작품 자체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도 이미 구전되던 이야기들을 극화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발견된 작품이 <기기괴괴>였습니다. <기기괴괴>는 독창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에 기반하여 옴니버스 형식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되던 공포물이었으며, 작품의 신선함과 잠재력에 주목하여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나 미국 드라마 <환상특급>과 같은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을 <기기괴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IP 전략으로 구체화했습니다.

 

뒤이어 원작자가 소속된 매니지먼트 기업과 협상하여 IP를 구매했습니다. 계약 후 3개월 시점까지 연재된 에피소드들 중 10편을 선정하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 하되, 계약 기간 내에 메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계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것으로 협의되었습니다. 원작이 옴니버스 구성이었기 때문에 2차 판권도 에피소드별로 계약하는 것이 이 계약에서 특징적인 부분이었습니다. 원작자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참여하거나 검수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하여 제작사가 자유롭게 원작의 각색과 변형을 진행했습니다.

 

* 출처 : 에스에스애니멘트·트리플픽쳐스

 

IP 계약 후 4개월이 지난 2015년 7월에 <기기괴괴> 에피소드 중 하나인 <성형수> 편이 중국에서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고, 나아가 중화권 전반에서도 빈번히 회자되었습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프로젝트는 <성형수> 단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이후 한국의 싸드(THAAD) 배치, 그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과 한국 콘텐츠에 대해 까다로워진 심의 등 불안정한 시장 상황이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프로젝트는 꾸준히 진행되어 결국 <기기괴괴 성형수>의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기기괴괴 성형수>는 코로나19 대응 2.5단계였던 2020년 9월 9일 개봉하여 극장 관객 10만 명을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해외의 20여 개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을 받았고, 대만, 싱가포르, 홍콩,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일본의 7개 국가에서는 선판매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 18일에 대만에서, 10월 8일에 싱가포르에서, 10월 18일에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월 22일에 홍콩에서 연달아 개봉했습니다. 대만과 홍콩에서는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일본에 판매되었다는 것 또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결국 중국 개봉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중국 이외의 글로벌 시장에도 소구할 수 있는 작품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애니메이션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5G 보급과 실감 콘텐츠로서의 웹툰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021. 3. 31.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실감 콘텐츠로 주목받기 시작한 VR 웹툰

 

차세대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으로 VR/AR이 등장하고, 이에 대한 콘텐츠 형식으로 실감 콘텐츠가 떠오름에 따라 PC와 모바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웹툰의 변화가 VR/AR 환경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습니다. 특히 2019년은 차세대 모바일 인터넷인 5G가 상용화됨에 따라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VR/AR의 실감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였는데, 그 중 엘지유플러스는 VR 생태계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엘지유플러스는 다양한 VR 콘텐츠 확보를 위해 VR 제작사, VR 영상앱 플랫폼, 클라우드 VR 게임 등에 투자를 진행하였고, 2019년 4월 호랑스튜디오와의 독점 계약을 통해 국내 3D VR 웹툰을 최초로 상용화하였습니다.

 

호랑 작가의 옥수역 귀신 공간 * 출처 : LGU+

 

* 출처 : 스튜디오 호랑

 

VR 웹툰 플랫폼 중 하나인 코믹스브이는 2019년 7월 디지털 OTT 방송인 딜라이브를 통해 VR 웹툰을 TV 스크린으로 선보였습니다. 또한, 2019년 2월 글로벌 VR 헤드셋 제조사인 DPVR과 MOU를 맺고 DPVR 헤드셋에 자사의 VR 웹툰 앱을 탑재하며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은 물론 방송, 통신 영역의 플랫폼 기업들이 잠재력과 지속성, IP의 힘이 있는 VR 웹툰에 관심이 있음을 증명하였습니다.

 

 

* 출처 : LG유플러스 / 서울파이낸스(http://www.seoulfn.com)

 

2019년 6월 20일 시각 특수효과 전문 기업인 덱스터스튜디오는 <유미의 세포들>을 Social VR Toon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이전에도 네이버웹툰과 <조의 영역>, <살려주세요>를 VR TOON으로 공동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으며 <유미의 세포들>을 통해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직접 세포가 되어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공감미디어는 2019년 12월 17일 광주 CGI센터 스마트미디어센터에서 ‘VR/AR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전시’를 통해 VR 웹툰 <녹두서점의 오월>을 제작 공개하면서 VR 웹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2019년은 VR 웹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고 보기에는 어려우나 5G 상용화에 필요한 실감 콘텐츠로서 웹툰이 한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한 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VR 웹툰은 VR 게임, VR 영상 등 타 콘텐츠 대비 저렴한 제작 비용과 강력한 IP,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VR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VR 웹툰을 활용하고 있고, 이는 초기 웹툰이 포털 사이트 사용자의 지속적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역할을 했던 것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기술 측면에서는 스케치업과 같은 3D 작업 프로그램이 대중화됨에 따라 실감 웹툰의 제작이 고도화, 대중화되고 있으며 스토리 측면에서는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콘텐츠들이 VR/AR 플랫폼에서 인기를 끌고 있어 실감 웹툰의 IP 활용 가능성도 기대되는 바입니다.

 

 

VR 웹툰의 변화와 주요 플랫폼 사례

 

 

VR 웹툰이 국내 처음 선보이게 된 때는 2017년이었으나, 2019년까지 형식은 조금씩 변화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360도 이미지를 통해 독자가 보이지 않는 영역의 연출이나 특정 포인트를 보는 것에 대한 인터랙션 등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적정 가격에 지속적인 연재를 요구하는 플랫폼의 필요에 따라 독자가 쉽게 보기 힘든 영역의 그림의 작화와 인터랙션의 빈도는 크게 감소하였고 VR 환경에 적합한 소리의 사용은 더욱 증가하였습니다. 이는 스토리텔링 중심의 웹툰 특성상 이야기를 끌어가는 컷을 독자 전면에 띄워 배치하는 단순한 형태의 이야기 진행, 주로 의자에 앉아 감상하는 독자의 감상 환경, 360도 전체 그림의 작업량 증가와 인터랙션 이벤트 설계에 대한 제작 부담에 의한 결과로 보입니다.

 

* 출처 : 스튜디오 호랑 유튜브 채널 https://youtu.be/Qo7vmyfDbcg

 

2019년 국내에서 VR 웹툰 기술을 공개한 기업은 코믹스브이, 스튜디오호랑, 덱스터스튜디오가 있으며 작가가 참여 가능한 형태의 제작 방법을 공개한 곳은 코믹스브이와 스튜디오 호랑입니다. 먼저 스튜디오호랑은 네이버웹툰과의 제휴로 네이버웹툰의 인기작들을 VR로 변환하여 자체 플랫폼인 스피어툰을 통해 VR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19년 12월 기준 240여 편의 VR 웹툰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장편 웹툰의 경우 100여 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체 개발 기술인 스피어툰 메이커(SphearToon Maker)를 통해 VR 웹툰 제작의 어려움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몰입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피어툰은 레이어로 구분되어 Flat 3D 표현, 사용자의 시선에 기반한 인터랙티브, 공간 사운드 등 VR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효과들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3가지 타입의 배경을 제공하는데, 360도 이미지로 구성된 배경, 6장의 이미지로 만드는 배경, 정육면체 전개도 파일 기반의 배경입니다. 인터랙티브 기능의 경우 사용자가 특정 영역을 바라보면 다음 컷으로 넘어가는 효과를 줍니다. 3D 사운드와 함께 사용할 경우에는 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사용자가 고개를 돌리는 연출을 가능하게 도와줍니다.

 

 

한편 코믹스브이의 VR 웹툰은 연속된 360도 이미지와 스테레오 타입의 소리를 지원하는 단순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순한 형식 덕분에 HTML 5 기반의 웹 VR을 지원하여 웹사이트와 모바일에서도 감상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두 번째, 양 사가 다루는 파일의 형식을 비교하자면, 스피어툰은 프로젝트 파일인 STW 파일로 저장되며, 최종적으로 서비스에 사용될 때는 압축된 STS 파일을 통해 매우 적은 용량으로 배포됩니다. 이에 반해 코믹스브이의 원고 형식은 일반인과 작가들에게 익숙한 ZIP 형식의 압축파일로서 JPG 이미지 파일과 MP3 음악 파일 같은 잘 알려진 형식의 파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가 사용하는 익숙한 툴 사용을 독려하고 원고 제작에 필요한 제작 가이드 파일을 제공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매 장마다 고정된 크기의 큰 이미지 파일들을 사용 하기에 스피어툰 대비 큰 용량을 요구합니다.

 

 

 

세 번째, 플랫폼의 공개성 측면에서 비교하면 먼저 스피어툰은 제작 및 배포를 원하는 경우 툴을 공개적으로 다운로드하거나 배포하는 수단을 제공하지는 않기에 별도의 문의를 통해서만 가능한 반공개 플랫폼 형태입니다. 참여 작가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 제공되었으며 배포는 퀄리티를 기준하여 협의를 통해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코믹스브이는 공개 플랫폼으로 회원 가입 뒤 VR 일러스트를 업로드하여 공개 갤러리를 통해 공개할 수 있습니다. 작가 계정으로 전환 시 VR 웹툰을 직접 업로드하여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 번째, 콘텐츠 생산의 접근 방식을 보면 스피어툰의 콘텐츠는 주로 <목욕의 신>과 같은 네이버의 오리지널 웹툰 IP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바일 웹툰을 VR로 스튜디오에서 재작업한 형태로 생산성과 IP 중심으로 접근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코믹스브이는 작가에게 제작 가이드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작가가 직접 학습 후 제작한 웹툰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 교육과 콘텐츠 생산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코믹스브이는 강북진로직업지원센터와 VR 웹툰 교육을 실시하였고, 세종대학교와는 VR 웹툰 수업을 통해 다수의 단편 VR 웹툰을 제작하는 등 VR 웹툰의 교육과 생산, 대중화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VR 웹툰이 넘어야 할 문제들

 

 

5G가 상용화되고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며 VR 웹툰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넘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들은 아직 존재합니다. 첫 번째, 아직은 작은 시장의 크기입니다. VR 웹툰의 공통적인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 VR 헤드셋을 필요로 하기에 일반 이용자의 접근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코믹스브이가 실시한 자체 사용자 조사에 따르면, VR 웹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함이 49.1%이고 경험해본 이용자는 16.7%에 불과했습니다.

 

두 번째, 완성되지 못한 사업모델로 인한 낮은 작가 참여율입니다. 현재 VR 웹툰은 적은 사용자 수로 인해 기존의 모바일 웹툰과 달리 사업모델이 확실히 정립되지 못하였습니다. 사업 모델이 확립되지 않은 탓에 작가의 참여도를 높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 번째, 시장은 고품질 오리지널 VR 웹툰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VR 웹툰의 양을 늘리기 위해 기존의 모바일 웹툰 IP를 VR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으나 모바일 웹툰은 인물 중심의 연출이 대부분이며 스토리 위주의 작품들이 많아 장면당 호흡이 긴 VR로 변환 시 전체적인 독자 호흡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따라서 VR 환경에 맞는 다양한 오리지널 VR 웹툰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네 번째, 기존의 웹툰과 다른 VR 웹툰 시장에 적합한 문법이나 장르 성격에 대한 확립이 필요합니다. 코믹스브이에서 실시했던 자체 사용자 반응 조사에서 즐겨보는 웹툰 장르는 코미디, 로맨스, 생활툰 순이었으나 VR 웹툰에서 보고 싶은 장르는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 순으로 모바일 웹툰에서 기대하던 것과 VR에서 기대하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VR 웹툰의 이용 의향 부분에서는 남성이 75.0%로, 여성 50.7%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나 다소 여성이 강 세가 나타나는 모바일 웹툰 시장과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모바일 웹툰과는 다른 VR 웹툰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비즈니스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보입니다.

 

코믹스브이의 자체 사용자 반응 조사에 따르면, 향후 VR 웹툰 이용 의향을 묻자 58.7% 가 이용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이용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5.5%로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VR 웹툰에 대한 확실한 기대감이 있으며, 실감 콘텐츠 기술의 성장에 따라 앞으로도 많은 발전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특히 이동통신사가 주도하는 5G 콘텐츠 시장은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커지고, 정부에서도 실감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어 향후 실감 웹툰은 글로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 실감 콘텐츠 중의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만화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지역 음악창작소 현황

 

2019년 조사 당시, 국내의 음악창작소는 총 10개소였습니다. 강원음악창작소,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광주음악창작소 피크뮤직, 대구음악창작소, 부산음악창작소 뮤직랩부산, 서울마포 음악창작소 뮤지스땅스, 전남음악창작소 오감통, 전북음악창작소 레드콘, 충남음악창작소, 충북음악창작소 뮤지트입니다. 울산 음악창작소 음악누리는 2020년부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세종음악창작소 누리락과 제주음악창작소는 2020년 12월에 개관했습니다. 2021년에는 경북과 인천의 음악창작소가 개소할 예정입니다.

 

 

 

지역 음악창작소 사업 배경

 

지역 음악창작소 사업은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독립음악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마포구 및 한국음악발전소와 2013년 8월 30일 음악창작소 조성부지(구 마포문화원, 아현동 소재) 현장에서 업무협약을 맺으며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 구 마포문화원(마포대로 238, 지하 1, 2층, 720㎡)을 리모델링해 공연장/녹음실/연습실 등의 창작 인프라를 조성하고, 음악아카데미 운영과 홍보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자생 기반을 마련할 계획으로 시작한 사업입니다.

 

음악창작소 사업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012년부터 독립음악인(단체)들과 소통하며 의견을 수렴하고 연구를 추진한 후, 신규 사업 예산을 확보해 음악산업 관련 예산을 2013년 53억 원에서 2014년 85억 원으로 늘렸습니다. 당시 홍익대학교 지역이 상업화되면서 임대료가 크게 올라 홍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독립음악인(단체)들이 창작의 터전을 잃고 외곽으로 떠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시작한 사업입니다. 2014년 12월 22일(월) 서울 마포의 뮤지스땅스를 시작으로, 광주와 부산 음악창작소가 이어서 개관했습니다. 매년 문화체육 관광부의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 조성 사업 공모를 통해 2개 지역 내외의 음악창작소가 새롭게 문을 열고 있습니다. 해마다 다른 지자체에서 지역 음악창작소 조성 사업에 공모하면서 경쟁률이 높은 편입니다.

 

 

 

지역 음악창작소 운영 절차

 

 

음악창작소의 목적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창작소의 목적을 한국 대중음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음악 창작 생태계 조성과 음악인들에게 창작에서부터 작품이 음반(음원)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에 필요한 기반시설 제공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통한 자생력 강화 도모라고 규정했습니다.

 

음악창작소 운영방향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창작소의 기본방향을 ① 음악인들의 창작 활동과 작품이 음반(음원)으로 재생산되는 과정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창작될 수 있는 안정적인 활동 공간 제공, ② 음악 아카데미 운영, 음악 비즈니스 멘토링 프로그램, 컨퍼런스 및 세미나 개최 등 지원, ③ 지역주민에게는 문화향유의 공간으로서 다 양한 문화콘텐츠 체험 및 학생들의 진로탐색의 장으로 운영이라고 공지했습니다. 기능별 주요 내용으로는 ① (음악창작 기능) 녹음스튜디오, 연습실 등의 사용에 대한 심사 및 지원, ② (음악아카데미 기능) 창작 워크숍 및 기획・홍보・마케팅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지원, ③ (음 악비즈니스 기능) 창작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 및 비즈니스 멘토링 연계 지원, ④ (음악네 트워크 기능)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 및 세미나 개최 지원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음악창작소 조성 시 정부 지원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 조성 사업 공모를 통해 광역자치단체 (광역시・도 단위)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지원 규모는 총 20억 원의 2개소로, 각 지자체당 최대 10억 원 지원과 지자체 경상보조라는 규정을 고지했습니다. 국비와 지방비는 1:1 매칭, 지방비는 현물(건물, 토지 등) 매칭 가능한 조건입니다. 지원기간은 단년도 지원이며, 인프라 조성・운영(시설 리모델링, 음악창작 장비 구입비 등)으로 한정했습니다.

 
 
음악창작소 신청 자격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한 자치단 체는 별도의 기관(해당 지역소재 공공기관 등)을 지정(위탁)하여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를 조성・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참여 공공기관 등이 신청일 현재 각종 협약 또는 계약 위반으로 인해 참여 제한조치 중인 기관, 대표자 및 책임자는 신청에서 제외된다고 한정했습니다. 또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국세, 지방세, 과징금, 과태료 통지를 받은 날로부 터 신청서 신청일까지 납부하지 아니하거나, 체납사실이 있는 자도 신청에서 제외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신청 자치단체는 사업신청서 및 사업수행계획서, 시설 공간구성도, 시설보유 확인서류, 유사 사업 추진실적, 자부담 출자확약서, 공동주관 참여확약서, 그 외 예산계상 증빙 자료 등을 함께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심사기준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창작소 조성・운영 사업에 대한 이해도, 지역기반형 음악 창작소 조성시설 확보 여부, 지역기반형 음악창작소 조성계획의 구체성 및 추진계획의 현실 성, 음악아카데미 프로그램(안), 음악 비즈니스 프로그램(안)의 구체성, 지방자치단체 재원 확보 여부 및 확보금액, 지출 계획의 적정성 등을 서류 평가(30%)와 PT 발표평가(70%) 방 식으로 심사했습니다.

 

* 출처 : 전남음악창작소 홈페이지

 

 

지역 음악창작소 운영 현황

 

 

* 2019년 지역 음악창작소 현황

 

* 출처 : 대구음악창작소 홈페이지

 

 

지역 음악창작소 운영의 성과

 

 

지역 음악인들에 대한 기회 제공 및 음악 신 조성
 

 

음악을 만들고 알리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돈과 인력, 노하우가 필요헙니다. 수도권과 대도시 지역에서는 인적 네트워크와 충분한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음악 활동이 용이한 편인데 반해, 일부 지역은 다양한 음악 생태계가 구축되지 못해 같은 활동을 하는데 더 많은 비용과 시행착오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 음악창작소는 지역의 전업・비전업 음악인들에게 음악 관련 활동을 위한 시설과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제작・활동 등을 지원함으로써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지 않거나 자비를 들이지 않아도 음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소규모 예산으로 음악활동을 펼치는 다수의 비주류 음악인들에게 음악창작소가 보유한 양질의 시설과 지원 프로그램은 음악활동의 버팀목이 되었으며, 지역에서도 음악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 음악 생태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지역 음악창 작소의 시설과 지원 덕분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더 많은 창작과 활동의 기회를 갖게 되었고, 더 많은 작품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좋은 작품이 더 많이 선을 보였습니다. 지역 음악창작소는 그동안 존재가 드러나지 않았던 지역 음악인들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지역에 얼마나 많은 음악인들이 존재하고 활동하는지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현재 지역 음악창작소는 지역의 음악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 음악창작소들이 꾸준히 사업을 펼치면서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도 음악활동을 펼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지역의 음악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지역 음악창작소는 수도권 중심의 음악 생태계에 휩쓸리지 않아도 지역에서도 존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출처 : 부산 음악창작소 홈페이지 

 

 

지역 음악인들의 거점 역할

 

지역 음악창작소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음악창작소는 지역 음악인의 존재를 확인시킬 뿐만 아니라, 음악인들이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음악창작소는 음악인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역의 음악 커뮤니티가 두터워지고 음악역량이 꾸준히 강화되고 있습니다.

 
지역 음악창작소의 프로그램 변화

 

일부 지역 음악창작소의 경우 꾸준히 사업을 운영하면서 음악계의 상황과 트렌드에 맞게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만 정해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수도권이나 해외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음악 비즈니스 교육을 신설하고 온라인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음악인들의 새로운 지향을 수용하고, 음악인들이 필요를 느끼는 영역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음악창작소의 사례처럼 음악창작소의 프로그램도 음 악계의 현실에 맞게 꾸준히 변화・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음악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 이미지 출처 : EBS

 

캐릭터와 셀러브리티의 경계 흐려짐 현상 

 

펭수는 캐릭터이지만 엄연한 셀러브리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한남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셀러브리티이지만 캐릭터로서 독자적인 콘텐츠와 상품군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IP 비즈니스가 콘텐츠 산업의 전 영역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점차 캐릭터와 셀러브리티 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것입니다.

 

펭수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에 대해서는 여러 관점의 분석이 가능하지만, 이 글에서 주목 하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실제 팬덤을 구축하고 팬덤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늘려나가는 캐릭터-셀러브리티 현상이란 점입니다. 사람들은 펭수를 인형탈을 쓴 연기자가 아닌, 그 연기와 캐릭터가 결합된 가상의 존재로서 받아들이고, 현실 세계와 연결시키며, 이에 대한 라이선스 상품들을 적극적으로 구매합니다. 펭수의 ‘세계관’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펭수는 가상 속의 인물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존재합니다.

 

* 출처 : EBS
* 출처 : 제주항공

한편에선 셀러브리티의 캐릭터화도 활발합니다. 흔한남매, 밍꼬발랄 등 크리에이터를 캐릭터화하려는 시도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변화는 미래엔과 같은 전통적인 출판 기업이 이러한 셀러브리티 IP의 캐릭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 했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셀러브리티 캐릭터를 단순히 라이선스 상품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셀러브리티 캐릭터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콘텐츠들의 창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실 속에 존재하는 셀러브리티가 가상의 캐릭터로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캐릭터-셀러브리티의 경계가 흐려지는 상황에서,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가 공존하며 연계되는 방식의 콘텐츠 창작과 소비가 점차 늘어나고 있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캐릭터 IP 활용의 진화가 나타나게 된 문화적 배경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향후 산업의 전망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캐릭터가 된 셀러브리티, 셀러브리티가 된 캐릭터

 

캐릭터와 셀러브리티의 결합과 연계의 시작점에는 셀러브리티의 캐릭터화라는 경향이 선행하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등의 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는 가운데 나타난 크리에이터 집단들,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이하 MCN) 등의 주체들이 사업적 지속성과 성장성을 위해 캐릭터 비즈니스의 활용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크리에이터 기반의 캐릭터들이 탄생했고, 라이선싱을 통한 그 생태계의 확장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MCN 사업자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2016년 캐릭터라이선싱 페어에 참여하는 등 크리에이터 IP의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헤이지니와 럭키강이 등 키즈 크리에이터의 캐릭터 활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헤이지니 유튜브 채널 : youtu.be/MHpHh0L6Xy0

 

사람으로서 크리에이터를 IP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데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특히 상업적 초상권의 활용인 ‘퍼블리시티권’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람 그 자체의 IP화에는 일정한 제약이 따릅니다. 이를 극복하는 전략이 바로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크리에이터들은 자신들이 모은 팬덤을 새로운 비즈니스와 연결시키고자 했고, 이러한 시도들은 점차 셀러브리티 캐릭터의 형태로 구현되기 시작 했습니다.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캐릭터화가 지속적으로 시도되었고, 헤이지니, 럭키강이 등의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라이선싱 비즈니스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 출처 : 캐리TV 공식 인스타그램

 

* 출처 : 럭키강이 유튜브 채널

 

크리에이터의 인기와 캐릭터의 인기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자주 활용된 방식은 인형탈의 형태로 기존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출연하는 영상을 만들고, 다양한 활동들에 이러한 캐릭터화된 크리에이터가 함께 참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화된 셀러브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이질감을 낮추고, 캐릭터화된 셀러브리티와 셀러브리티가 공존하는 세계관을 팬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리와 친구들에서는 캐리, 엘리, 케빈과 같은 캐릭터들이 영상에 함께 출연하는 것은 물론, 뮤지컬에서도 인형탈의 형태로 함께 출연하는 방식의 활동을 이어갔다. 캐릭터로 변신한 셀러브리티가 콘텐츠 내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것은 셀러브리티 캐릭터 IP의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확장에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출처 : ICONIX / OCON / EBS

 

다른 한편에선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의 확장을 위해 인형탈을 활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 제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다 콘텐츠를 양적으로 확장하기 위해 인형탈을 활용했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뮤지컬 콘텐츠로의 확장 역시 이러한 인형탈 콘텐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되고 있었습니다. 뽀로로는 물론 로보카폴리, 미니특공대 등 다수의 키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이러한 인형탈 활용 콘텐츠 창작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적어도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 플랫폼에선 캐릭터가 현실의 세계에서 연기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 된 것입니다.

 

* 자이언트 펭 TV 유튜브 채널 : youtu.be/BwTX2J2GpeI

 

펭수는 이러한 콘텐츠의 흐름 속에서 등장했습니다. 인형탈을 활용한 캐릭터 콘텐츠가 늘어나는 가운데, 캐릭터에서 출발한 펭수가 인형탈을 활용한 콘텐츠로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입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로서 펭수의 인기는 캐릭터 자체가 셀러브리티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캐릭터 라이선싱 비즈니스와 셀러브리티 캐릭터의 활용단계를 넘어서서, 캐릭터로서의 셀러브리티 자체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써 캐릭터는 셀러브리티가 되고, 셀러브리티는 캐릭터가 되는 일종의 융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메타버스의 징후로서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진화

 

캐릭터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셀러브리티 중심의 팬덤 비즈니스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특정한 IP에 대한 인기를 토대로 그 팬덤의 활동을 라이선싱이란 사업적 수단을 통해 전유하는 전략을 핵심으로 하고 있으며, 팬덤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기획하고 지속합니다. 다만 이들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캐릭터가 갖는 ‘가상성’에 있습니다. 캐릭터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존재입니다. 이런 점에서 캐릭터는 가상과 현실의 분리가 나타나는 성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존재로 여겨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 출처 : EBS

 

* 출처 : EBS

 

펭수와 같은 캐릭터-셀러브리티의 등장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가상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수용하는 새로운 팬덤이 연령과 관계없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의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펭수의 인기가 EBS 아이돌 육상대회(이육대)라는 캐릭터 쇼를 통해 촉발되었다는 점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전통적인 ‘인형탈’을 활용하는 방송 장르는 오랫동안 영유아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펭수는 이러한 인형탈 예능의 추억을 환기하며 성인층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방귀대장 뿡뿡이, 뚝딱이와 같이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시청자와 호흡했던 캐릭터들이 새로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콘텐츠가 공개되자 이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던 성인 시청자가 열광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형탈 캐릭터가 현재 성인 시청자의 ‘추억’에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형탈은 가상의 캐릭터와 현실의 배우가 같은 공간에서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전통적이며 저렴한 방법입니다. 3D CG와 같은 실감 기술이 활용되기 이전부터 인형탈을 통한 캐릭터 연기는 영상 콘텐츠에서 오랫동안 활용되어 왔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캐릭터를 현실 공간에 담아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최근 IP 비즈니스를 활용하는 MCN 크리에이터들에게서도 활발히 활용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2차원의 가상 캐릭터와 3차원의 현실의 중간 영역으로서 ‘2.5차원’이라는 표현으로 이러한 캐릭터 연기를 영상 콘텐츠에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형탈을 활용한 캐릭터 연기가 다시 주목을 받으며 현실과 가상의 접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펭수가 기존의 ‘인형탈’ 연기와 차별화되었던 지점은, 후시녹음 방식으로 인형 캐릭터의 연기를 조율했던 방식을 벗어나서, 연기자의 목소리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방식을 통해 연기자의 개성이 캐릭터와 결합될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펭수는 연기자가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가상의 존재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연기자와 긴밀히 결합된 중간자적인 위치를 점유하게 되었습니다. 캐릭터라는 가상의 존재에 실제 연기자의 개성이 결합되는 계기가 생긴 것입니다. 이러한 결합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에 대한 논쟁을 상징하는 표현이 바로 ‘세계관’이었습니다. 가상과 현실의 연계를 조율하는 기준으로서 세계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펭수라는 가상과 현실 사이의 중간자적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입니다.

 

가상의 캐릭터가 현실의 세계와 동등한 위치에서 교류하는 현상은 최근 관심을 모으는 ‘메타버스(Metaverse)’ 개념과도 연결되는 사례입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 (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의 세계에 구축된 새로운 현실을 의미합니다. 메타버스 개념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가상의 세상을 현실과 연계할 수 있는 실감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셀러브리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메타버스’ 현상의 문화적 기반을 구성합니다. 가상의 존재와 현실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연계되어 있다라는 감각이 가상의 존재와의 교류를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 IP 비즈니스는 단순한 브랜드-라이선싱의 단계를 넘어서서, 그 캐릭터가 존재하는 세계관에 대한 수용과 참여를 특징으로 합니다.

 

마블(Marvel)이라는 만화 속에 창조된 세계를 현실의 배우들이 참여하는 연속적인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적극적인 팬덤으로 참여하게 했던 마블 유니버스(Marvel Universe)의 사례는 세계관 연계 전략의 중요성을 콘텐츠 업계에 각인시켰습니다. 마블 유니버스는 캐릭터가 동시대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며, 지속적으로 현실에 대한 침투를 시도합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캐릭터들은 당대의 고민을 이야기에 담아내고, 현실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확보한 ‘현실감’을 토대로 사람들의 인식 속에 또 하나의 ‘세계’로 인식됩니다.

 

* 출처 : 흔한컴퍼니 / 미래엔아이세움

 

다양한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는 ‘멀티 유니버스(Multi-Universe)’ 개념은 동일한 캐릭터가 다양한 세계 속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연계 소비 의 확장은 이러한 연계와 복수의 현실의 인정이란 감각을 제공함으로써, 가상의 세계에 대 한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타버스’적 감각은 캐릭터-셀러브리티뿐 아니라 셀러브리티-캐릭터의 활용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주로 영유아 콘텐츠 분야에서 셀러브리티-캐릭터의 활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스타 역사 강사인 설민석, 인기 크리에이터인 흔한남매 등이 캐릭터화되어 다양한 출판물에 활용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캐릭터화된 셀러브리티, 즉 셀러브리티-캐릭터는 주로 만화 형태의 작품에서 독자적인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셀러브리티-캐릭터에는 현실에 존재하는 셀러브리티의 특성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지만, 독자적인 텍스트를 통해 새로운 세계관을 구성합니다. 과거에는 이렇게 독자적으로 구성한 세계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었지만, ‘멀티 유니버스’에 대한 이해가 확대된 상황에선 이러한 복수의 세계의 존재와 교류하는 일이 어색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 소비의 경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감 기술을 활용한 캐릭터-셀러브리티의 창작이 늘어난다면, 메타버스적인 캐릭터 비즈니스의 활용은 점차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통 미디어의 참여와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대형화 가능성

 

캐릭터-셀러브리티 IP 산업의 성장에서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이러한 캐릭터-셀러브리티 IP 활용의 확대 과정에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참여를 통한 IP 대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캐릭터-셀러브리티 성장의 기점이 된 펭수도 EBS라는 공영방송의 뉴미디어 전략이었습니다. 흔한남매의 출판 콘텐츠는 출판 기업인 미래엔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콘텐츠 IP의 초기 성공을 토대로 IP 비즈니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EBS는 펭수 관련 전담 TF를 꾸리고 있으며, 미래엔은 대표적인 키즈 콘텐츠 IP 기업인 영실업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인 IP 비즈니스로의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콘텐츠 IP의 확장에 있어서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의 역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활용은 모든 콘텐츠 기업에게 가능한 일이라 보긴 어렵습니다. 가상과 현실을 연계시키는 파생-연계 콘텐츠의 창작과 이를 통한 세계관 구축을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투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충분한 팬덤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라이선스 사업을 통한 수익화도 어렵습니다. 최근 유튜브 등에서 제공하는 구독을 통한 후원이나, 크리에이터 후원 전문 플랫폼의 등장은 소규모 크리에이터들이 IP 비즈니스 없이도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팬덤을 모으지 않는 한, 캐릭터-셀러브리티 IP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콘텐츠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것은 향후 캐릭터-셀러브리티 IP가 점차 대형 IP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콘텐츠 창작과 유통 역량이 높은 레거시 미디어의 참여는 콘텐츠 IP의 확장성을 높이고, 이들이 대형 IP로 성장 할 수 있는 기반을 보다 용이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 기업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IP를 적극적으로 키우려고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확장의 기회는 소수의 IP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EBS 유튜브 채널 : youtu.be/1mmkH8D6Gq4

이런 점에서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성장은 전통적인 캐릭터 IP 기업들에겐 위기 요인 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캐릭터 팬덤의 구축 전략은 애니메이션을 통한 세계관의 설득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으나, 점차 비용적인 문제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 환경 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튜브 중심의 숏폼 전략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러한 숏폼 주도의 콘텐츠 파이프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 모든 IP 사업자에게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상품 소비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영유아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목표 소비자를 선정하는 것 역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IP의 정체성의 구축과 팬덤의 저변 확대가 상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아이돌과의 음악 협력을 통해 팬덤 저변을 넓히려는 뽀로로의 노력은 주목 할 만합니다. 유니티 엔진을 통한 영상 합성을 통해 구성된 뽀로로와 아이돌 그룹의 댄스 컬래 버레이션은 10대 이후의 뽀로로 팬덤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인형탈 연기자의 활 용에 대한 수용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다 자연스러운 가상-현실의 연계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시도이기도 합니다. 향후 실감 기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질 때, 이러한 캐릭터셀러브리티와 현실과의 연계는 보다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메타버스 시대, 콘텐츠 IP의 진화를 기대하며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성장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발전을 통해 나타난 콘텐츠의 창 작-유통-소비 구조의 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콘텐츠 IP에 대한 주목의 배경에는 미디어 단위의 수용자 상품화의 한계를 극복하는 팬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결국 모든 콘텐츠 IP 기업들은 IP와 팬덤의 매니지먼트와 세계관 구축을 위한 콘텐츠 연계, 라이선싱 비즈니스 확장을 기본적인 모델로 삼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의 연계 소비가 확대되고, 실감 기술을 통한 현실-가상의 경계가 약화될수록, 이러한 셀러브리티와 캐릭터의 경계는 점차 흐려질 것입니다. 즉 캐릭터-셀러브리티 IP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 속에서 등장한 ‘뉴-노멀(new normal)’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 가상의 세계에 대해 현실과 동등한 수준의 가치를 부여하는 ‘메타버스’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이러한 가상과 현실의 경계에 놓인 존재로서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역할 역시 중요해질 것입니다. 콘텐츠 IP 분야의 성장 역시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활용에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캐릭터-셀러브리티 IP의 성장을 위해선, 캐릭터로서의 측면과 셀러브리티로서의 측면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캐릭터 기업에겐 매니지먼트의 역 량이, 셀러브리티 사업자에겐 라이선싱 비즈니스의 역량이 필요한 것입니다. 캐릭터-셀러브리티 IP에 대한 관심을 계기로 한국의 콘텐츠 IP 산업에 융합을 통한 성장의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캐릭터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문화 향유 측면에서 본 트로트와 트로트 열풍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21. 3. 10.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019년 12월, 전년도였다면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을 법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만 13~59세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와 그룹을 조사한 결과, 상위 10명의 가수와 그룹 중 4명이 트로트 가수였던 것입니다. 그 해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1위 방탄소년단(26.3%)을 뒤이은 가수는 2007년 이후 매해 행하고 있는 조사 결과에 그 이름이 처음 등장한 송가인 (18.5%)이었습니다. 3위는 장윤정(11.6%)이었으며, 9.0%의 지지를 받은 홍진영이 5위, 4.2%를 기록한 김연자가 9위였습니다. 송가인은 특히 20대와 30대에도 각각 6%, 12%의 지지를 받아 한 해를 대표하는 높은 인기를 체감하게 했습니다.

 

 

단지 가수의 인지도만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에서 2019년 최고의 가요 역시 상위 10곡 중 트로트가 6곡을 차지하며, 2007년에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4.1%)가 2018년 8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고, 홍진영의 <오늘밤에>(3.6%)가 3위, 방송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의 신곡 미션이었던 송가인의 <무명 배우>(2.8%)가 5위, 마찬가지로 송가인의 <한 많은 대동강>이 방탄소년단의 2017년 발표 곡 <봄날>, 장윤정의 <초혼>과 함께 공동 6위(2.7%), 장윤정의 신곡 <사랑 참>(2.6%)이 9위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올해의 가요 10위권에 트로트 곡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을 감안하면 크나큰 변화입니다. 2010년에 한 곡,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두 곡, 2018년에 세 곡이 포함됐던 정도입니다. 대체 2019년에 무슨 일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 여야 할까요?

 

트로트가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녔고, 2019년 이전에도 여전히 무수히 많은 사람에 의해 소비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랜 시간 온전한 대중음악의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고, 언제부터인가 아예 공식적인 창구에서 소비되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긴 시간 동안 학계와 산업계에서 흔히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19년의 트로트 열풍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트로트를 향한 주요 인식 및 소비 패턴의 변화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트로트 방송의 변화와 인기: 미디어론을 중심으로

 

방송 프로그램
 

2019년 갑자기 불어닥친 트로트 열풍의 시초는 단연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서입니다. 이는 지역축제 등 행사나 지역방송에 산발적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트로트를 단숨에 주류 무대로 끌어 올렸습니다. 2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약 두 달 동안 방영한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과 9월 21일(<놀면 뭐하니?> 9회 방송)부터 시작해 연말을 지나 다음 해 (2020년 1월 11일, 25회 방송)까지 이어진 MBC의 <놀면 뭐하니?>의 자체 코너인 ‘뽕포유’ 특집이 시청률과 미디어 화제성에 있어 연이은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은 각종 방송과 광고, 이슈를 모조리 흡수한 대세 중 대세가 되었습니다. TV조선 <송가인 이 간다 - 뽕 따러 가세>(2019년 7월 18일~2019년 10월 10일 방영), KBS <노래가 좋아 - 트로트가 좋아>(2019년 10월 19일~11월 23일), MBN <보이스퀸>(2019년 11월 21 일~2020년 1월 23일 방영) 등 출연진과 트로트의 인기를 바탕으로 유사 기획과 프로그램이 줄줄이 쏟아졌지만, 이 역시 많은 사람이 예상한 피로도와 상관없이 모두 성공했습니다. 2010년대 이후 가장 대표적으로 <트로트 엑스>(2014)처럼 분명 이전에도 실제 트로트 가수나 트로트를 소화하는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한 경연 및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2019년 트로트 방송의 히트는 무척 이례적이었습니다.


 

먼저 <내일은 미스트롯>이 2화부터 최고 시청률 7.337%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해당 방송사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닐슨코리아 집계, 전국 시청률 기준). 이후 3화 7.7%, 5화 9.4%, 6화 11.2%, 7화 11.8%, 8화 12.9%, 9화 14.4% 등 신기록을 연이어 자체 경신하며 최고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TV조선만이 아닌 2019년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부문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으며, 수도권 시청률 18.1%는 <효리네 민박>(2017)을 앞서는 역대 종합편성채널 예능 프로그램 최고의 기록이었습니다. 최근 여성 참가자들이 출연한 타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2016), <프로듀스 48>(2018)의 기록(각각 4.4%, 3.1%)을 크 게 앞서는 수치이기도 했다. 한국 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하고, 15세 이상 소비자의 대 국민 투표로 진행한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20~30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고등래퍼 3>, <더 팬>, <슈퍼밴드> 등을 제치고 ‘올해의 음악예능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가인이어라~”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진’에 오른 우승자 송가인은 가히 국민의 아이콘이 되어, <내일은 미스트롯> 방송 종료(5월 2일) 후 8개월 동안 110회에 달하는 공연 일정을 소 화할 정도로 열풍을 끌었습니다. 그의 고향인 진도군에는 ‘송가인 마을’이 생겼으며, 이곳은 2019년 12월 기준 하루 2,000명이 찾을 만큼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놀면 뭐하니?: 뽕포유> 역시 최고 시청률(닐슨 코리아 집계, 수도권 시청률 기준) 9.6%를 기록하며 토요일 예능 전체 시청률 1위를 기록한 특집이 되었습니다. MBC는 유재석의 제2의 방송용 캐릭터인 ‘유산슬’에 2019년 12월 29일 ‘MBC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안기며, 프로그램 성공을 자축했습니다.

 

* 출처 : TV조선

 

일차적으로는 젊은 시청자들의 이탈로 이미 TV의 주요 소비층이 노년층으로 바뀐점을 공략한 것이 유효했습니다. 그렇다고 <내일은 미스트롯>이 맨 처음 방영했을 때부터 해당 프로 그램의 성공과 트로트 열풍을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당시 TV조선의 평균 시청자 연령은 56세였고, 트로트 음악에 관한 미디어의 전반적인 관심 역시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지지부진했기에, 많은 이들이 이 역시 중장년층을 안정적으로 겨냥한 평범한 가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쉬이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내일은 미스트롯>은 기획과 제작 단계부터 이전 트로 트 관련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의 초점이 ‘트로트’만이 아닌 ‘경연’에 함께 맞춰져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최초 기획이 중고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경연이었다는 것만 봐도 전형적인 트로트 프로그램 답습 너머를 바라본 방송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방송은 그것이 이전까지 많이 있었던 성인가요 음악 방송으로서가 아닌, 젊은 세대도 익숙하게 소비하고 열광할 만한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으로 비치기 위해 근래 여러 경연 프로그램의 포맷을 참고하고 모방했습니다. 대부분 유명인 혹은 각종 사연 가득 한 100명에 달하는 다수 참가자를 받아 12명의 심사위원이 합격을 가르는 예선부터 방송에 공개했고, 본선에서는 ‘장르별 팀 미션’, ‘1:1 데스 매치’ 등 다양한 경연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12명의 심사위원에 전문성 부족 논란이 있기도 했던 일반인이나 다른 분야 연예인을 섭외한 것은 다분히 대중성을 염두에 둔 선택이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스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경연의 특색은 시청자에게 출연자를 향한 깊은 연대감과 높은 충성도를 갖게 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방송은 트로트를 이미 좋아했지만 신선한 볼거리에 목 말랐던 중장년층과 익숙한 방송 포맷을 통해 트로트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춘 젊은층을 모두 사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 출처 : 지니뮤직

 

트로트 인기에 박차를 가한 <놀면 뭐하니?: 뽕포유>의 경우 익숙한 포맷보다는 익숙한 인물을 통해 저변을 넓힌 사례입니다. 유재석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한다는 신선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노래 제작 등 데뷔까지의 상세한 여정을 프로그램에 담은 것입니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박토벤’ 박현우, ‘정차르트’ 정경천 등 트로트 전문 작곡가나 작사가 등 그동안 주류 미디어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숨은 인물을 재조명하되 이들 고수가 어설픈 유산슬을 차근차근 키워내는 과정을 통해 트로트 문화 자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를 높였습니다. 프로그램 포맷을 트로트나 트로트 가수에 맞춘 게 아니라, 트로트를 기존 예능 프로그램 및 1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최신 유튜브 콘텐츠 포맷의 소재로 접목함과 동시에 성장 서사를 부여한 것입니다. 진지한 의도와 가벼운 접근이 만나 새로운 문화 창출을 시도함으로써 트로트가 내포한 긴 역사의 잠재력이 발휘된 결과였습니다.

 

 

 

미디어 환경 및 트렌드 변화

 

<내일은 미스트롯>과 <놀면 뭐하니?: 뽕포유> 등 특정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의 성공으로부터 촉발된 트로트 열풍은 변화한 미디어 환경이나 트렌드에 힘입어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습니다. 유튜브 플랫폼의 비약적인 성장은 방송 프로그램 성공에 이은 기성 팬덤의 결집 및 젊은 팬덤의 유입을 이끌었습니다. 2019년, 장노년층 사이에 이미 깊숙이 파고들어 있었던 유튜브 컬쳐는 <내일은 미스트롯>을 기점으로 더욱 비약적인 확장과 성장을 거뒀습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발표한 한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세대별 사용 현황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은 50대 이상의 122억 분, 10대의 117억 분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아이폰이 아닌 안드로이드 사용 현황임을 고려해도 절대 적지 않는 수치입니다. 20대 91억 분, 30대 68억 분, 40대 62억 분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자 2019년 4월 한 달 기준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배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같은 시기, 유튜브에 트로트 메들리, 트로트 인기곡과 전국노래자랑 출연 영상 모음과 트로트 전용 채널 수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내일은 미스트롯>이 너무 급작스러운 성공을 거두어 이를 이어나갈 부가 콘텐츠가 부족하던 차에 유튜브 속 과거 콘텐츠가 이를 보충함으로써 열기를 이어나갈 수도 있었습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공백 사이에 주요 시청자의 주된 음악 소비 채널이 유튜브가 됐고, 역으로 유튜브 활동만으로 ‘중통령’(중년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트로트 가수들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놀면뭐하니 유튜브 채널 : youtu.be/i0TatPKl2xM

 

유튜브는 물론 이제 지극히 일상화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트로트를 소비했습니다. 개인화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긴 역사 속에서 다채로운 변주를 낳은 트로트의 조합은 젊은 세대에게도 무궁무진한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재조명 된 곡들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손쉽게 찾아 듣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검색, 획득하는 것도 자유로워 진입 장벽은 한껏 낮아졌습니다. 한편 2010년대 중반부터 슬금슬금 그 용어가 생겨난 ‘뉴트로’(newtro) 경향이 앞서 수년째 지속함으로써 젊은 세대의 트로트 소비의 발판이 되었다는 해석도 존재했습니다. 물론 과거 꾸준히 맥락과 명맥을 이어온 트로트와 현재 밀레니얼 세대가 함께 열광하는 트로트가 엄밀히 다르다는 측면에서 그것이 뉴트로와 무관 하다는 의견도 일면 타당합니다. 하지만 시대성이 무척 노골적이고 핵심적인 온전한 이전 세대의 음악과 이를 바탕에 둔 콘텐츠를 그것이 인기를 끌었던 당대와 전혀 무관한 세대가 거부감 없이 소비하는 데에는 뉴트로 현상과 분위기가 배경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내일은 미스트롯> 콘서트의 경우 방송 직후 펼쳐진 6개 도시 공연이 전석 매진되었습니다. 서울 콘서트의 경우 20대 예매자는 무려 23.4%에 달했습니다. 부모 세대인 장노년을 위한 대리 예매를 감안하더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행위가 별도의 독립된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 같은 창구에서 이루어져 트로트 소비의 신구(新舊) 경향을 뒤섞고, 소통의 경계를 허물었습니다. 앞서 <프로듀스 101 시즌 2>(2017)가 30, 40대 여성 시청자까지 사로잡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소비 방식을 뒤섞었듯 변화된 환경은 특정한 취향을 단지 개인 차원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여럿이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트로트 소비의 확장을 도왔습니다.

 

 

진화하는 트로트의 침투성: 세대론을 중심으로

 

 

전 세대의 고른 관심

 

세대론의 관점에서 트로트 열풍을 바라봤을 때, 장노년층이 일방적으로 그 중심에 있었을 것이라 예상하기 쉽지만, 세대와 트로트 간 역학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습니다. 언뜻 트로트 음악과 문화의 주요 소비층이라 예상하는 기성세대 중 지금의 중장년층이 사실 트로트에 대한 기호나 기억이 그리 크지 않은 까닭입니다. 현재의 40, 50대는 트로트 음악의 마지막 전성기인 1970년대 전후에 막 태어난 이들로, 그들에게 있어 트로트는 엄밀히 말해 현재진 행형의 문화가 아니었습니다. 부모 세대가 안겨준 간접 추억의 산물이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 내지 는 청년 시절, 부모의 취향과 대립각을 세웠던 그들입니다. 1980년대, 10~20대의 그들이 접한 건 트로트가 왜색 짙은 일본 엔카의 후예라느니, 수준 낮은 하위문화일 뿐이라느니 앞서 언급한 트로트가 짊어졌던 대표적인 오명들이었습니다. 말하자면 트로트 열풍은 특정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70대 이상의 노년층에 있어 트로트의 지위는 절대적입니다. 2019년 이후 전반적으로 뚜렷한 정치권 스타가 사라지며, 정치에 관심 있었던 노년층이 문화와 예술에 관심을 돌리고, 열광적인 트로트 팬덤을 형성했다는 등의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내일은 미스트롯>이나 <놀면 뭐하니?: 뽕포유>의 채널이 TV 매체였음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2019년 1년 동안 여가활동으로 TV 시청을 가장 많이 했다는 연령대는 70세 이상(92.3%), 60대(86.5%), 50대(80.0%), 40대(76.3%), 30대(62.6%) 순으로 나타났으며, 2019년 한 해 동안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여가활동 유형 역시 TV 시청의 경우 70세 이상 (9.3%), 60대(7.0%), 50대(6.1%), 40대(4.3%), 30대(3.9%), 20대(2.9%), 10대(1.9%) 순서로 나타났습니다. 음악 감상의 경우 10대(8.5%), 20대(6.4%) 다음이 70세 이상(5.3%)이었으며, 40대(3.5%)보다 60대(3.8%)가 더 높은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보면, 전술한 방송 프로그램 및 미디어 환경과 더불어 다양한 요인에 의해 트로트 문화에 몰입하는 세대의 저변이 폭넓게 확대된 측면이 더 큽니다. 노년층은 노년층대로, 중장년층은 중장년층대로, 젊은층은 젊은층대로 트로트 문화에 유입되었습니다. 특히 미국발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성장 시기를 겪었으나 그로부터 발전한 현재의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오히려 트로트가 낯익고 익숙하지만 직접 즐길 기회가 드물었던 중장년층이 추억을 소환하며 소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2030의 경우 2000년대 대중매체에 꾸준히 노출된 3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 박현빈, 홍진영 등으로부터 트로트에 친근한 이미지를 약간은 갖고 있던 이들이 낯설지 않게 열풍에 동참했습니다.

 

 

오팔 세대의 부상과 트로트 '덕질'
 

노년층 외에 현재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경계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가 핵심적인 축으로 작용했습니다. 2019년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가 ‘올해 10대 소비 키워드’ 중 하나로 ‘액티브 시니어’, 이른바 ‘오팔(OPAL) 세대’를 주목한 것이 그와 같은 맥락입니다. ‘OPAL’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신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을 뜻하는 약자로 베이비부머의 평균 연령대인 58년생 개띠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나 1960년대에 한창 미국의 원조물자를 배급받으며 유소년기를 보냈고, 청년기에 들어 한강의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불어닥친 ‘중동 붐’과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이 이어지며 큰 어려움 없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고도 성장기에 취업하고 결혼해 가정을 꾸린 만큼 자산도 모든 세대 중에서 가장 많습니다. 심지어 1990년대 중반 IMF 외환위기를 경험했지만, 아직 젊었던 이들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배들이 대거 물러나 며, 오히려 외환위기는 이들이 한국 사회의 중심 무대로 좀 더 빠르게 진출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한편 밀레니얼 세대(1980~95년 출생자)나 Z세대(1995년 출생자)에 가려져 사회적이나 경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부모 세대보다 훨씬 이르게 시니어 혹은 노년층 취급을 받으며 존재감 없이 살아왔습니다. 오팔 세대는 자식에게 의존하던 기존 노년층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여전히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으며, 그것을 스스로 쉽게 받아들입니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인생 제2의 황금기를 맞아 ‘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고, 여가생활을 활발하게 즐기기도 합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도 어느 정도 능해서 젊은층 못지않게 자신만의 취향과 브랜드,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며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 보헤미안 랩소디

 

 

전년 도에 흥행 열풍을 일으켰던 <보헤미안 랩소디>(2018)가 대표적입니다. 배급사인 이십세기폭 스코리아가 당시 예상한 관객 수는 최대 150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소비를 했든 하지 않았든 퀸의 향수가 있었던 오팔 세대가 서서히 영화관에 모여들었고, 이 영화는 개봉 2주 만에 흥행 1위에 올랐습니다. 2019년 초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뒤늦게 퀸과 프레디 머큐리 신드롬을 만들어냈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오팔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바꾸거나 이들을 겨냥한 콘텐츠를 내놓았습니다.

 

오팔 세대의 소비 트렌드는 팬덤 소비 시장에 즉각적인 지각변동을 일으켰습니다. 대중음악에 있어 소비할 만한 마땅한 음악 트렌드가 없어서 부유하던 이들에게 익숙한 트로트 콘텐츠가 눈앞에 나타난 것입니다. 그것은 세대론에 따라 개인 경험에 따라 절대적인 취향은 아니었지만, 분명 익숙함을 바탕에 두고 있었으며 나름의 최신 포맷을 갖추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세대를 아우른 전 세대의 관심을 통해 트렌드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포맷과 유재석이라는 인물의 인지도가 트로트를 마땅한 콘텐츠로 소비하거나 그럴듯한 퍼포먼스로 감상할 기회가 적었던 오팔 세대의 관심과 소비에 날개를 달았습니다.

 

유통가는 트로트 가수와 협업 상품을 출시하거나 트로트 가수를 모델로 섭외했고, 간접광고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팔 세대의 소비 촉진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주류, 건강식품, 제약회사, 쇼핑몰 등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된 송가인이 대표적입니다. 20년 넘게 축적된 아이돌 소비문화와 엠넷의 <슈퍼스타K 시리즈>(2009~), <프로듀스 101 시리즈>(2016~)로 대표되는 경연 프로그램 제작 및 소비 노하우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습니다. 방송은 먼저 익숙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쇼를 마치 다채로운 드라마 처럼 구성했습니다. 예컨대 고생한 어머니께 노래를 바친 떡집 딸 김소유의 사연으로 대표되는 ‘효’의 서사, 셋째 아이를 출산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몸으로 무대에 오른 정미애와 그의 남편의 지극한 부부애 등 기성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끊임없는 이야깃거리를 생산했습니다. 소비층 역시 ‘덕질의 재미’에 눈을 뜨며 오디션 리얼리티 쇼를 즐기는 법을 익혔습니다. 이들은 덕질 소비를 아끼지 않는 중년 덕후로서 <내일은 미스트롯> 관련 팬덤 소비를 이끌었습니다. 많은 중년이 온라인에서 공연 티켓, 굿즈, 음반들을 구매하면서 이전보다 온라인 쇼핑에 관한 접근성을 점차 높여갔습니다. 실제로 관련 상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굿즈 판매처에 직접 가입 하거나 콘서트 티켓 양도, 굿즈 구매 방법, 정모 공지 등을 팬카페에 공유하고, 애플리케이 션을 다운받고 활용하는 등 활발한 정보 공유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미스&미스터트롯 공식 계정 : https://youtu.be/WFosgsEn-Ik

 

 
생산과 소비의 세대 교체

 

트로트 열풍에 전 세대가 동참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것은 장노년층의 전유물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러나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최근 새로운 인물이나 세대가 거의 없다시 피했던 트로트를 전 세대의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이전까지 소위 ‘젊은 트로트’로 인식되었던 가수들은 2004년 <어머나>로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장윤 정과 2006년 데뷔한 박현빈, 트로트 가수로서 2009년 데뷔한 홍진영 등입니다. 이들 모두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80년대 초중반생으로 최근 10년 동안 새로운 트로트 스타는 전무했다시피 합니다. 그러나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80년대 중반생, 2010년대 중반 데뷔로 앞선 스타들과 시기적으로는 큰 차이는 없지만, 적어도 바로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는 무명의 송가인, 정미애, 홍자 등이 나란히 1, 2, 3위인 ‘진’, ‘선’, ‘미’를 차지함으로써 세대 간극을 좁혔습니다.

 

소비 측면에서 젊은 시청자를 공략하는 데 있어서 각종 포맷이나 환경이 변화된 것 외에는 특별히 군부대 장병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일은 미스트롯>의 팀 대결 1~2라운드 미션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출연자들이 장병을 사로잡기 위해 무대 커버 곡으로 선정한 최신 아이돌 댄스곡이나 발라드, 록 등이 마찬가지로 이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에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단지 트로트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해 주목을 받지 못했던 숨은 인재들이나 트로트에 대해 어느 정도 흥미나 관심은 있지만, 막상 소비할 콘텐츠가 적었던 젊은 세대를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내일은 미스트롯>의 성공 이후에도 온라인상에는 여전히 자신의 나이나 정체를 숨기고 ‘금례’, ‘영자’, ‘순이’ 등 예스러운 이름을 일부러 쓰면서 더 나이 많은 사람인 양 활동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국 밀레 니얼 세대가 SNS에서 베이비부머 행세를 하는 ‘베이비부머 역할 놀이’와도 비슷합니다. SNS에서 다양한 계정에 가명, 익명으로 활동하며 여러 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멀티 페르소나’ 의 일환이자 트로트 소비가 세대를 뛰어넘어 침투했다는 증거입니다.

 


트로트와 부가 콘텐츠의 변형, 그리고 원형의 미덕

 

<내일은 미스트롯>, <놀면 뭐하니? - 뽕포유>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된 2019년의 트로트가 스스로 진화한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에 대한 저평가와 무관심으로인해 이미 다채로운 변화와 자구책을 모색한 트로트가 제대로 감상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트로트는 일찌감치 해방 이후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처음에는 리듬과 템포가 변화했으며, 음 체계가 변했고, 다른 장르와의 유기적인 결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날의 트로트는 초창기 트로트가 지녔던 음악 양식과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의 트로트 가수들은 이미 충분히 화려한 의상과 신나는 음악, 끼로 무장하기도 했습니다.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2013)처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결합하고,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와 같은 시대를 반영한 가사로 뒤늦게나마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어필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장르 팬만을 겨냥한 한정적인 음악이나 일시적인 쇼에 불과했습니다. 그것이 2019년의 사례처럼 트렌드와 보편성을 갖춘 ‘요즘 예능’의 형태로, 다양한 연령대를 모두 만족하게 하는 풍성한 볼거리, 들을 거리를 갖춘 음악으로 변화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내일은 미스트롯>을 통해 트로트는 이제 기존의 문법들을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참가자 분야에 걸그룹부, 고등부, 대학부가 있을 만큼 전반적인 연령대가 대폭 낮아졌고, 현역 가수들의 경우에도 20~30대의 젊은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트로트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완전히 쇄신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비단 나이만 어릴 뿐만 아니라 세련된 의상과 무대 매너, 그리고 시대에 맞는 흥과 끼로 무장한 채 2019년식 트로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소비층의 연령대나 창구가 다양해진 만큼 결과적으로 보는 이들의 기대치는 전체적으로 높아졌지만, 이를 만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이전까지 다른 장르를 접목하되 퍼포먼스는 여전히 트로트의 방식을 따랐던 퓨전의 경우에도 이를 본격적인 퍼포먼스의 영역까지 끌어들임으로써 트로트의 더욱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국악인 출신 출연자의 정통 트로트 무대, 주류 발라드 음악에 차용될 법한 잔잔하고 섬세한 감성을 선보인 무대, 아이돌 음악을 신개념 트로트 팝으로 재해석한 무대, 미국 대중음악 속 가스펠의 솔(soul)을 접목한 보컬 등 색다른 무대와 장면들이 예선전부터 쏟아졌습니다. 본 프로그램을 통해 그와 같은 무대를 처음 접한 시청자들은 대부분 트로트가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접목과 다채로운 연출이 가능한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게다가 이 같은 무대는 일회성 화제에 그치지 않고, 트로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갔습니다.

 

TV조선 유튜브 채널 : youtu.be/1ZBPmJy1ZoM

 

트로트의 저변을 넓히는 데는 전술했듯 유산슬의 공이 컸습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유재석이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함으로써 <내일은 미스트롯>까지만 해도 트로트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뒤늦게 트로트 열풍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유산슬이 트로트 업계 사람들을 만나며, 노래를 직접 만들고 부르는 과정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즐길 거리가 되었습니다. 트로트의 변화된 모습만이 아니라 쉽게 변하지 않는 원형의 미덕 또한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방 이전의 트로트 노래들은 그 가사에 대체로 슬픔과 비탄, 외로움과 쓸쓸함, 동경과 그리움, 기쁨과 환희를 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정서적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트로트 음악이 다른 장르에 비해 정서적으로 훨씬 진중하거나 재미있는 가사가 많은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공통적으로 매우 솔직하며, 음악 역시 아예 흥겹거나 애절한 분위기가 주를 이룹니다. 트로트는 개인적이고 감상적이기보다 유희적이고 공동체적인 음악에 가깝습니다. 하위문화론의 편견 속에서 촌스럽고 경박해 보인다는 평을 낳은 특성은 반대로 확장성에 있어서 크나큰 장점이 되었습니다. 갖은 변주와 혼합을 거쳐도 누구나 그것이 트로트라고 인지할 수 있는 명징한 개성은 재현 및 활용이 용이하다는 특성을, 반대로 어떤 장르와도 결합할 수 있다는 보편성을 낳았습니다. 이와 같은 특징들을 통해 트로트 히트곡은 마치 팝의 스탠더드 넘버처럼 끊임없이 다시 불리고 재생산하게 해 긴 생명력을 담보했습니다.

 

실제로 트로트 히트곡은 다른 장르의 히트곡에 비해 훨씬 천천히 알려진 후 더 오랫동안 사랑받는 특성을 보여 왔는데, 이는 맨 처음에 언급한 한국 갤럽 조사를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한국 갤럽 최고의 가요 조사에서 장윤정의 2010년 발표곡 <초혼>은 2016년 5위, 2017년 4위에 오른 뒤 2019년 다시 6위에 올랐고, 오승근의 2012년 발표곡 <내 나이가 어때서>는 2015년 2위, 진성의 2012년 발표곡 <안동역에서>는 2016~2018년 5~6위에 올랐습니다. 김연 자의 2013년 발표곡 <아모르 파티>는 무려 5년 뒤인 2018년에 처음 8위를 차지했고, 2019년에 2위로 상승했습니다.

 

 


2019년은 비단 트로트 가수와 노래만이 아니라 ‘트로트’ 자체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해이기도 합니다. 온라인상에서 트로트가 언급된 결과는 2018년 13만 5,250건에서 2019년 24만 4,150건으로 무려 1.8배가 뛰었습니다. 이를 직접 검색한 수치로 기록을 바꾸면 무려 37만 9,583건으로 2018년과 비교해 1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10대 이하부터 5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트로트를 검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트로트 음악계 에 있어서나 대중음악 산업계에 있어서나 분명한 기회입니다.

 

 

국내 대중음악 시장이 1990년대 이후 댄스음악 위주로 재편된 이래 트로트는 단 한 번도 주류 장르로 언급된 적이 없습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 철저히 저평가되고, 외면되어 왔습니다. 산업 적으로도 많은 부분이 감추어져 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저 새로 탄생한 트로트 스타와 뒤이어질 히트곡에 주목할 게 아니라, 대중음악사 거의 최초부터 대중음악과 문화의 한 축으로서 우리 일상 곳곳에서 향유했던 트로트를 다시금 연구하고 그에 합당한 지위를 부여하 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건 없는 상찬이나 평가의 격상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닙니다. 단지 역사성과 전통, 그것이 지녔다는 모호한 국민 정서를 들어 트로트를 옹호하는 것은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일입니다. 트로트 연구와 이해는 그것의 소외로 인해 전체적인 인식이나 이 해 차원에 있어 분열되거나 구멍이 생겼던 대중음악 역사와 그 자체를 온전히 통합하고 틈을 메우는 과정입니다. 더불어 2019년을 계기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종사하고 힘을 바치게 될지 모르는 트로트 업계의 산업 구조를 이해하고 개선함으로써 더욱 건강한 대중음악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대한민국 음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국내 게임 산업의 주요 이슈 : 고전게임과 멀티 플랫폼

상상발전소/게임 2021. 3. 3.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고전 게임, 클래식 IP 전성시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 열풍이 게임계에도 불었습니다. 2019년은 고전 게임 지식 재산권(IP)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한 해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됐던 게임이 모바일 게임 흥행 수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즐기는 게이머에게 새로운 상품으로 매력을 발산하며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원작에 열광했던 팬은 물론 새로운 이용자도 끌어들여야 성공 하는 시장 환경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을 적절히 버무리기 위해 기획과 개발 능력이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playwithkorea 유튜브 채널 : 로한M 게임 영상 youtu.be/TZO-IybCbCM

IP의 중요성은 계속 두드러져 왔지만 유독 고전 게임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시작은 2019년 6월 출시된 <로한M>입니다. 장기 매출 1위를 차지해 온 <리니지M>의 아성을 위협하며 최고 매출 2위에 올랐습니다. 원작 주요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통했습니다. 아이템 획득 재미와 플레이어 킬(PK)을 핵심 요소로 내세웠으며, 무한 경쟁과 자유 경쟁의 PC 온라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 수행게임(MMORPG)은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이로써 한동안 이용자 기억 속에 잊혀졌던 IP도 잘 활용하면 대세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에오스레드 홈페이지 : https://youtu.be/_GsAhacj3SU?list=TLGG8Gos_Bg5QCYwMzAzMjAyMQ

 

이어 등장한 <에오스레드> 역시 매출 2위까지 올라서며 고전 게임의 파괴력을 재현했습니다. 중소 게임사가 대규모 마케팅 없이 이룬 성과여서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더 컸습니다. 이후에도 <리니지2>, <테라>, <뮤>, <카트라이더>, <스톤에이지>, <블레이드&소울>, <라그나로크>, <바람의 나라>, <오디션>, <마구마구> 등 PC 게임이 원작인 모바일 게임이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아재(아저씨) 감성’을 저격한 점이 주효했으며, 오랜 기간 즐겨온 게임이라 충성도 높은 팬층이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IP기반의 모바일 게임은 원작 명성에 힘입어 흥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기존 이용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이용자까지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재미와 흥행성이 검증된 게임을 개선해 더욱 안정적인 이용자층을 다질 수 있습니다. 게임의 품질이 조금 낮아도 추억의 고전 게임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게이머 문화 혜택도 받습니다. 다만 제작과는 별개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돼야 합니다. 다른 오리지널 작품뿐만 아니라 원작 게임이 경쟁작이 되거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담도 큰 편입니다.

 

프로젝트BB * 출처 : inven 뉴스기사 / 크래프톤

고전 게임 IP가 흥행 보증 수표가 된 이면에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비슷한 구조와 콘텐츠를 복제 수준으로 제공하는 게임이 범람하다 보니 IP로만 차별화하려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IP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게임사는 신작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비 IP 게임일 경우 CPI(설치 당 광고비 지불) 단가가 높아져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구작 IP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일단 게임을 개발하고 IP를 사서 입히는 개발 방식도 행해졌습니다. 이미 개발 중인 게임에 IP를 입히다 보니 초기 방향성과 맞지 않아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크래프톤에서 제작하던 <프로젝트BB>는 유전을 주제로 개발 중이던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황금가지를 통해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구입해 덮어씌웠으나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방향성 없이 흥행 문법에 근거해 모양만 입히는 방식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게임사 이종 산업 결합 가속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는 비게임 산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캐릭터 산업과 같은 인접 산업은 물론 금융, 엔터테인먼트, 렌털 등 이종 산업과 결합했습니다. 자사 핵심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시도입니다.

 

넷마블이 제작한 BTS 유니버스 스토리 * 출처 : 넷마블

 

넷마블은 렌털 업체 코웨이를 1조 7,400억 원에 품었습니다. 게임 업계에선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수년간 히트작 부재 돌파구로 ‘탈(脫)게임’이란 화두를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넷마블은 글로벌 경쟁력 확대와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 게임사 인수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잼시티와 카밤을 인수했고, 실패하기는 했으나 플레이티카, 넥슨 인수전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시야를 넓혔습니다.

 

코웨이를 품은 넷마블은 실물 구독 경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사업을 하면서 쌓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을 코웨이 렌털 제품에 접목해 교체 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 주문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교체 수요를 파악해야 했기에, 새 시스템을 갖추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사업 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구도이기 때문에 위의 사업에 따른 복안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흥행에 기대는 게임 매출 비중을 낮추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출처 :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게임・IT-엔터테인먼트 협업 구도도 만들어졌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마련하여 IT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합니다.

 

유모차, 브릭, 패션, 동물 사료 사업 등 비게임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는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투자 분야로 낙점했습니다.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하고 미래 주요 소비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차용합니다.

 

* 출처 : NXC 홈페이지

 

엔엑스씨는 2017년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 코빗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유럽 암호 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미국 디지털 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도 투자하며 비게임 분야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에 집중하면서 게임 사업은 규모를 줄여 국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넥슨은 흥행이 부진한 게임과 전망이 어두운 신규 프로젝 트를 상당수 중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종합 IT 기업으로 선회하며 흥행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엔에이치엔(NHN)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현물경제나 일회성 프로모션이 아닌 이종 산업과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로 게임 산업 특수 성이 꼽혔습니다. 게임 산업은 흥행에 좌우됩니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애니팡>처럼 회사와 산업 지형도를 바꾸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어 만들었지만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흥행 여부에 따른 위험성이 큰 업종이기에, 흥행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종 산업과 결합을 가속화했습니다. 게임 시장이 예전만큼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습니다. 게임이용장애, 확률형 아이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습니다.

 

 

콘솔 그리고 멀티 플랫폼, 크로스 플랫폼

 

국내 게임사가 시장 규모 6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을 향해 도전에 나섰습니다.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크로스 플랫폼, 멀티 플랫폼을 적극 도입했는데 이는 지속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입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에게 있어 콘솔은 사업 외 영역이었습니다. 4.5% 비중에 불과한 국내 콘솔 게임시장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개발비와 인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수익 성은 모바일 게임보다 떨어지는 탓입니다.

 

 

그랬던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콘솔 게임 시장 규모 때문입니다.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약 60조 원에 달합니다. 성장 한계치까지 도달한 국내 게임사들에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콘솔 게임은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국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업적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AAA급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게임 개발사, 개발자의 욕구를 자극한 것입니다. 기획, 기술, 마케팅까지 고도로 끌어올려야 하는 콘솔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홍보 효과도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북미 유럽 진출이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거실에서 즐기는 콘솔 게임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기업부터 소규모 개발 그룹까지 콘솔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라인게임즈, 시프트업, 넥스트스테이지가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보였습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홈페이지 : https://youtu.be/7r55ajA4nOE

 

넥슨은 PC와 엑스박스(Xbox) 이용자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2019년 11월 공개했습니다. 이는 회사를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는 넥슨 최초 의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 수행게임 (MMORPG) <프로젝트TL>을 비롯해 다수의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멀티 플랫폼 리듬 게임 <퓨저>는 북미 이용자 성향을 고려해 제작했습니다. 넷마블은 자사 IP <세븐나 이츠>를 활용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개발합니다. 넷마블 최초의 콘솔 게임입니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1인칭 슈팅 게임(FPS)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콘솔 게임 <크로스 파이어X>를 출시합니다.

 

* 출처 : 크로스파이어 공식 사이트

 

이미 <검은사막> 콘솔 버전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던 펄어비스는 신작 MMORPG <붉은 사막>, 캐주얼 오픈월드 어드벤처 <도깨비>, MMO 슈터 <플랜 8(PLAN 8)> 등을 모두 PC 와 콘솔로 선보입니다.

 

크래프톤은 PC MMORPG <테라>, <배틀그라운드>를 콘솔로 이식해 콘솔 사업을 영위 중이며 라인게임즈는 <베리드 스타즈>를 시작으로 콘솔 게임 라인업을 꾸렸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의 멀티 플랫폼 대응으로 세계 시장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 됩니다. 한국은 PC, 일본과 서구 시장은 콘솔, 동남아시아 시장은 모바일 게임 선호도가 높아 각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극복 과제입니다. 과거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등이 나름 성과를 거뒀으나 이후 명맥은 끊어지다시피 한 탓에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많은 해외 개발 인력을 국내 개발사에서 채용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콘솔 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


 

 

 

 

 

 

오늘 우리는 엔팝에서 제작한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를 대상으로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제작 및 유통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되는 방식의 계약을 성공시킨 극소수의 사례에 속합니다. 또한 해즈브로(Hasbro)가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사업화 권리를 구매하 면서 제작사인 엔팝은 글로벌 완구 기업과도 사업적인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면서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의 진행과 관련한 시사점을 제시 해 볼 것입니다.

 

 

기획의 계기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전 세계의 미취학 영유아를 대상으로, 교육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목표하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영유아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친숙한 애니메이션을 반복적으로 소비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상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직 분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한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문화적 할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3~6세 연령을 주력 시청자로 설정했습니다. 또한 모든 문화권에서 아이들이 좋아하고 호기심을 보이는 보편적인 대상을 염두에 둔 결과 곰, 여우, 다람쥐, 돼지 등 동물을 캐릭터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동물 캐릭터가 시장에 이미 많았기 때문에 차별화하는 작업이 중요했습니다.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결과, 캐릭터의 디자인과 외관 등을 영국에서 만들 것 같은 클래식한 스타일로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했기 때문에 해외 파트너와의 공동 제작 및 선판매 (Pre-sale) 등 다양한 방식의 해외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팝은 한 가지 기준을 정했습니다. 작품의 기획 및 제작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대신 해외 시장에서의 유통이나 마케팅 등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해외 파트너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업 구도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 출처 : 엔팝

 

 

 사반 브랜즈(Saban Brands)와의 협업

 

기획과 캐릭터 디자인의 방향에 맞추어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트레일러를 완성한 이후 Mipcom, Kidscreen Summit, Asia Animation Summit 등 해외의 주요 마켓에서 이를 공개했습니다. 작품의 스타일, 외양(look) 등은 특히 미주와 유럽 바이어들의 관심을 샀고, 미국의 사반 브랜즈(Saban Brands, 이하 사반)라는 기업이 공동 제작 의향을 문의했습니다. 사반은 <파워레인저(Power Rangers)>, <폴 프랭크(Paul Frank)> 등 유명한 IP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으로, 새로운 IP를 찾던 중이었습니다. 사반은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가 탐정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연스러운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 애니메이션과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 이야기 구조와 기획 방향이 미국 및 유럽에서 성공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공동 제작을 제안했습니다.

 

당시 엔팝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공동 제작의 구조는 해외 파트너가 금융 투자만 담당하고 실제 제작은 엔팝이 국내에서 직접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제작 이후의 사업들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해외 파트너의 역량이 클수록 더욱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사반은 엔팝이 원하는 조건들을 충족하는 기업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협상을 진행한 결과, 엔팝이 원하는 조건에 대한 기초 협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즉 사반은 애니메이션 완성 이후의 사업들만을 담당하고 엔팝은 사전제작부터 본제작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연출 등 창작 전반과 관련된 작업을 담당하면서 작품과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엔팝의 목적이었습니다.

 

 

* 출처 : 엔팝 홈페이지

 

예산, 투자 금액, 역할 분담 등에 대한 대략의 조건을 협의한 후에는 본격적인 계약서 협상을 진행했다.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공동 제작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엔팝이 원하는 구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반과의 계약 진행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사반은 미국에서도 계약 성사가 쉽지 않기로 유명했습니다. 특히 일본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파워레인저>의 미주와 유럽에 대한 권리를 영구히 획득하여 커다란 수익을 창출한 것은 사반의 협상력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단독으로 이런 기업을 상대하는 과정에는 여러 모로 어려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자본력, 시장 지배력, 법률 지식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대기업과 협상을 하면서 엔팝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작품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엔팝은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사반과 계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다행이었던 점은 사반 이외의 다른 기업들도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에 비교적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게 정해 둔 기준을 지키며 대응한 것이 사반과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대신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기초적인 조건 협의가 완료된 시점부터 최종 계약에 합의하기까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엔팝과 사반은 그동안 수백 통의 이메일을 교환했고, 화상회의 또한 수백 건 이상을 진행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계약

 

사반과의 협상이 마무리되며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반은 엔팝과 공동 제작에 대한 협상을 마무리하기 이전에 넷플릭스와 협상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사반은 이미 넷플릭스와 사업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에 기반하여 상대적으로 손쉽게 거래를 제안할 수 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 출처 : 넷플릭스

 

 

다만 넷플릭스와의 협상에서도 결국은 엔팝이 기존에 제작했던 트레일러와 작품 관련 정보(Bible)들을 활용해 주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결론을 정리하면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가 한국의 신규 애니메이션 중 최초로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계약을 하게 된 결정적 근거는 1분 30초 분량의 트레일러와 작품 바이블이었다.

 

여기에 사반의 협상력이 더해졌습니다. 넷플릭스와도 구체적인 조건을 협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는데, 이 단계에서는 사반과 함께 협상 전략을 논의하며 조건들을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OTT를 대표하는 넷플릭스와의 치열한 협상을 사반과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은 엔팝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반의 영향력과 사업적 역량이 넷플릭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넷플릭스와의 계약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엔팝은 2018년 6월에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시즌 1을, 같은 해 12월에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시즌 2를 공개하는 것으로 일정을 정하고 본격적인 작품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해즈브로의 사업화 권리 인수

 

2018년 5월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시즌 1의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사반이 보유하고 있는 IP 전체를 미국의 완구 회사인 해즈브로가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해즈브로는 사반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IP를 약 5억 2,000만 달러에 인수했고, 그 인수 대상에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도 포함되었습니다. 물론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경우는 엔팝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제외한, 사반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만을 인수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엔팝 입장에서는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공동 제작 파트너가 사반에서 해즈브로로 변화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간 협업했던 파트너가 갑자기 새로운 기업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엔팝 입장에서는 우려와 불안이 많았습니다. 특히 한동안은 해즈브로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아 답답함이 컸습니다. 해즈브로는 기업 문화도 사반과 다른 부분이 있었고, 사반보다 규모가 컸기 때문인지 의사 결정도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출처 : 해즈브로 / 매경 프리미엄

 

그런 상황에서 2019년 말, 해즈브로는 다시금 <페파 피그(Peppa Pig)>, <파자마 삼총사 (PJ Masks)> 등을 보유하고 있는 제작사인 이원엔터테인먼트(eOne Entertainment, 이하 eOne)를 약 40억 달러에 인수했습니다. eOne은 캐나다의 법인이면서 영국에 상장이 되어 있고 세계 주요 지역에 지사가 있는 다국적 기업입니다. 사반과 달리 eOne은 회사 자체가 인수 되었기 때문에 eOne의 임직원들은 모두 해즈브로 소속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 인수 이후 해즈 브로는 본업인 완구 제조 유통과 캐릭터 라이선싱을 담당하고 eOne은 콘텐츠 기획 제작 및 배급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그 결과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와 관련된 파트너는 eOne으로 다시 한 번 변화했습니다.

 

 

* 출처 : 넷플릭스

 

그런데 eOne의 Kids and Family 부문 사장인 Olivier Dumont은 엔팝과 기존에 면식이 있는 인사였다. 그 영향이었는지 eOne과의 소통은 해즈브로와의 그것에 비해 매우 원활 해졌습니다. 무엇보다 <페파 피그>와 <파자마 삼총사>를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배급, 유통하고 있는 eOne의 마케팅 방식과 사업 운영 노하우를 엔팝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 점이 의미가 컸습니다.

 

 

글로벌 협업 활성화가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에 미칠 수 있는 영향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협업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

 

1) 리스크 분산으로 인한 제작 활성화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사반과 제작비를 분담하면서 투자 리스크가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엔팝이 모든 제작비를 부담했을 때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당연히 경영 에는 커다란 타격이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사반과의 협업으로 제작비 규모가 낮아짐에 따라 이러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동 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작 개발 도 과감하게 추진하는 등, 기획 제작 과정 전반이 활발해지는 효과도 발생했습니다.

2) 글로벌한 수준에서 수용 가능한 작품 제작 경험

 

엔팝은 작품을 주도적으로 제작했지만, 제작의 모든 과정에서 사반 및 넷플릭스에서 제시 하는 의견을 참고했고 수용하기도 했습니다. 동양에서 만드는 콘텐츠에 서양의 아이디어가 결합 되면서, 내용과 비주얼 등 여러 면에서 동서양 어디에서나 받아들일 수 있는 고품질의 글로벌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넷플릭스 내부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것은 향후 eOne이 적극적으로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관련 사업을 추 진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3) 사업적 Win-Win

 

넷플릭스와의 협상은 사반의 네트워크와 사업 역량에 힘입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파트너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믿고 맡겼을 때, 직접 그것을 진행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사반은 아시아 관련 사업의 진행은 엔팝에 일임했고, 특히 중국을 넷플릭스의 독점 범위에서 제외하여 엔 팝이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협력했습니다. 이는 아시아나 중국에 대해서는 엔팝이 자신보다 더욱 잘 알고 있다는 사반의 신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각자의 특장점을 극대화하는 전략 활용을 통해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강한 사업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Treehouse Detectives 유튜브 채널 : youtu.be/waabYRCrmDM

 

 

부정적 측면

 

1) 모든 파트너들의 시장에서 통용되는 작품 개발의 어려움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해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명한 미디어 가이드라인 사이트 Common Sense Media에서 별 4개로 호평을 받았고, 해외 매체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볼 만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중 2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시청 데이터를 얻지는 못했지만, 해외에서 많이 재생되어 넷플릭스 내부에 서 만족하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받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 초기부터 서양적인 외양을 추구했던 점, 개발 과 정에서 파트너의 의견을 수용하며 한국적인 색채는 더 많이 녹이지 못한 점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파트너들의 의사를 반영하면서 매뉴얼화된 스토리 구성, 카툰스러운 캐릭터 설정, 상황 중심의 시트콤 스타일 등이 작품에 많이 반영되었다. 그 결과 해외에서는 좋은 평을 얻지만, 해외의 애니메이션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영유아들은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를 다소 낯설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기업과의 공동 제작 상황에서 대부분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 고 보여진다. 이러한 문제점은 향후 한국의 애니메이션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다.

 

2) IP에 대한 통제력 약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사반이 보유한 모든 IP를 해즈브로에 매각한다는 소식은 엔팝에 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 당시는 엔팝이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시즌 1과 시즌 2의 제작을 막 마치고 사반과 다음 시즌의 제작을 논의하려는 찰나였기 때문입니다. 사전에 이미 사반과 후속 시즌 제작에 대해 동의한 상태였기 때문에 차기 시즌 제작은 거의 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공개한 후 배급과 라이선싱 사업 추진을 앞두고 있던 엔팝 입장에서는, 시즌 1과 시즌 2 이후 곧바로 다음 시즌을 공개해야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의 브랜드화를 진행 할 수 있었습니다. 즉, 후속 시즌 제작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가 해즈브로에 인수되면서 사반과 합의했던 계획은 백지화되었고 2020년까지도 차기 시즌이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IP를 함께 소유하는 공동 제작의 경우 이런 부분에 불안정성이 존재합니다. 어느 한편에서 상이한 방향으로 사업의 내용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IP를 통제하는 힘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 제작 프로젝트는 안정적인 파트너십과 꾸준한 소통이 담보되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 차이를 능동적으로 절충해 갈 수 있는 협상력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상호 간의 의견 조율을 위한 이러한 노력은 작품 제작에 집중해야 하는 제작사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습니다.

 

3) 공동 제작 성사와 지속의 보장 불확실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는 공동 제작 파트너를 찾아 제작이 확정되기까지 3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3년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없고, 언제 제작을 시작할 수 있을 지 기약 할 수도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처럼 공동 제작의 경우에는 적합한 파트너를 만날 때까지 프로젝트가 무기한 보류되는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문제는 이 기다림의 기간이 전적으로 제작사의 경영 부담으로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사는 다른 작품을 제작하거나, 외주 작업을 하거나, 별도로 투자를 받아 파트 너를 찾는 등의 작업을 병행하며 운영을 지속해야 합니다. 엔팝의 경우는 <콩순이>라는 다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사반과 계약을 마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노력을 기울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경우 또한 허다합니다. 따라서 공동 제작을 추진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위험 요인들과 극복 가능한 전략 방안을 사전에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콩순이 유튜브 채널 : youtu.be/3DrcvLuS3Uc

 

 

이상과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영세하거나 중소규모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글로벌 협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비를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동 제작이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공동 제작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발굴하고 시사점을 정리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꼬마탐정 토비와 테리> 가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되고, 나아가 다른 성공적 프로젝트들이 지속적으로 발굴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대한민국 애니메이션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