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발전소 여러분은 만화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위의 그림처럼 유쾌하고도 밝은 이미지가 떠오르시진 않나요? 하지만 모든 만화가 그렇지 않다는 점~!

 

오늘은 가을을 맞아 조금은 씁쓸한 만화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쓰지만 중독성이 강한 커피처럼 매력이 있는 최규석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1.첫번째로 소개할 작품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입니다.

 

 

 2003년 독자만화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공룡 둘리>는 김수정 화백 원작 <아기공룡둘리>의 오마주 작품인데요. ‘귀여운 아기 공룡 둘리가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에서 출발한 이 작품에는 프레스기에 손가락이 잘려 더 이상 마법을 쓸 수 없는 노동자가 된 둘리, 동물원에서 몸을 파는 또치, 외계연구소에서 생체실험에 쓰이게 된 도우너와 문제아로 자라난 희동이가 등장합니다.

 

 

이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저를 포함한 수많은 독자들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언제나 밝고 명랑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는 생각했던 둘리와 친구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존재로 나타납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상에 배어있는 현실에 대한 슬픈 패배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리의 원작자 만화가인 김수정은 <공룡 둘리>를 보고 숨이 턱 막혔다고 합니다.  그토록 사랑스러운 자신의 캐릭터들이 무참하게 표현되었으니 이해가 가는데요. 하지만 김수정 작가도 이러한 최규석의 용기와 상상력을 인정한다고 하였습니다.

 

 

2.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학창시절의 낭만과 비루한 청춘을 그린 <습지생태보고서>입니다.

 


 

최근 단막극으로도 만들어져 재조명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습지생태보고서>는 작가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대학시절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으로, 넉넉지 않은 형편에 반지하 단칸방에서 ‘가난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방식’임을 신조로 뒤엉켜 생활하는 최군, 재호, 정군, 몽찬 네명의 젊은이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 장마철이면 물이 차는 반지하 방에서 넷이 함께 사는 것은 물론, 있는거라곤주워온 옷과 역시 주워온 생활도구들, 생일선물로는 같이 쓸 주전자를 사주고 통닭 한 마리와 케이크 하나면 그들만의 파티가 벌어지는 곳.


이런 주인공들의 삶이 보기에는 비참하거나 궁상맞아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 특유의 낙천적인 습성으로 희망찬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젊음이라는 것이 지니는 불안함은 작품이 탄생한 2004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꾸준하게 공감하고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습지 생태보고서>는 낙관적인 시선 속에 현실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담아 ‘사소한 것에 분노’를 하고 쿨 한척 유쾌하게 ‘거대한 것에 농담을 던지는’ 작가의 창작방향을 잘 드러내는 대표작입니다.

 


3.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유년기의 추억이 한국 현대사와 오버랩된 <대한민국 원주민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가족사를 중심으로 반추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요. 작품의 화자는 성장한 작가이지만 가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멀게는 이십여 년 전의 일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작품의 배경은 대체로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 유교적 계급관의 잔재가 남아있을 만큼 낙후된 시골마을입니다. 급변하는 현대사를 거치며 쉽게 잊혀져 버린 개인적 이야기들을 자신의 추억과 함께 한 커풀씩 벗겨내며 조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의 공감도 쉽게 이끌어내는데요. 전혀 다른 시대와 장소의 이야기 같지만 인간소외, 외로움과 같은 보편적인 감성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자전적 작품의 힘은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궁금해하고 공감하는 사회적 문제 등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대한민국 원주민>은 담대하고 솔직하게 우리네 모습을 그려내었습니다. 


이처럼 최규석 작품들은 작가 특유의 철학과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데요. 2011년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 8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습지생태보고전’이라는 특별전시회가 열리기도 했었습니다.

 

작가의 작품들을 연대기와 엮어 재현한 전시회에서는 그의 삶을, 이야기를, 삶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리얼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 성황리에 마친 습지생태보고전

 

최규석의 만화는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것이 없습니다. 낭만적이거나 달달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하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화콘텐츠의 장점은 무겁고 불편한 소재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현실 속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최규석 작품은 분명히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최규석 작품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상상여러분들도 글을 읽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우리가 삶아가는 모습을 돌아보고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는 것. 이것이 만화콘텐츠의 또 다른 힘입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