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속 이야기가 영상으로 만들어지기 까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2. 7. 9.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야기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는 그 매체 안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재미있는 책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흥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인데요. 지금부터 그런 종이 속 이야기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 위해 벌이는 사투에 관해 들려 드리겠습니다.

 

 

1.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제는 한국의 젊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어버린 박민규지만, 대표작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이미 충무로에서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소설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박민규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의 소설은 입에 착착 감기는 듯한 문체와 배경 ·인물 묘사에서 나오는 그 상황과 시대의 아우라가 핵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사용'이라는 인물에 꽂힌 김종현 감독은 이 소설을 영화하기 위해 시나리오 초반 작업부터 크랭크업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을 쏟아 부었는데요. 김종현 감독은 그 수많은 시간을 이 영화에 쏟아부은 이유를 "나는 또 다른 감사용"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감독이 수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은 영화임에도 안타깝게 <슈퍼스타 감사용>은 흥행성적이 60만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게 됩니다. 10년 식이나 걸린 첫 데뷔작임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소위 쫄딱 망하게 된 결과가 나온 것이죠. 그래도 우리 기억 속에 '그'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저주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은 감독으로 잊지 않고 기억될 것입니다.

 

 

 

 

2. 더 로드

 

코맥 메카시의 너무나도 유명한 이 소설은 폐허가 되어버린 세계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재(ash)와 회색 공기의 냄새가 깊게 배어진 영미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책은 다소 무거운 분위기 때문에 초반부터 대중에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퓰리처상을 받은 이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버릴수가 없었는데요. 그러나 이런 암울한 분위기와 압도적인 글의 문체를 영상으로 옮기는 작업은 너무나도 힘든 작업이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불가능해 보이던 <더 로드>는 놀랍게도 2010년에 <프로퍼지션>이란 단 한 편의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전부인 존 힐코트란 감독에 의해서 실현되었습니다. 힐코트는 신인 임에도 이 영화에 출연했던 비고 모텐슨의 말대로 코맥 메카시의 <더 로드>가 이 영화는 "그 어떤 끔찍한 환경에서도 내 아이를 진심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이야기, 핵심은 결국 러브 스토리다."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걸 영화 속에 충실히 표현해냈다고 하네요. 혹자는 그래도 '러브 스토리'라는 단어에 속지 않도록 조심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더 로드>는 워낙 어두운 작품이어서 이 영화에서 마음이 따뜻해질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그 추위에 동상 걸리기에 십상이기 때문이죠. 오죽하면 <더 타임즈>는 존 힐코트의 <더 로드>를 보고 나면 우울해지는 영화 30의 리스트에 하나로 올려 놓았을 정도니까요.

 

 

 

 

 

3. 이끼

 

2008년 8월 20일부터 2009년 7월 2일까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윤태호의 <이끼>는 여타의 한국 만화들보다 영화화하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만화였다고 합니다. 워낙에 복잡하고 퍼즐 같은 이야기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끼>의 캐릭터들이 워낙 복잡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였음이 가장 큰 이유였죠. 그런데 이 만화의 연재가 끝나자마자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이 서둘러 이 만화의 판권을 샀습니다. 강우석 감독의 영화사 관계자들은 일단 만화 이끼를 영화화 하는 건 둘째 치고,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비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 모두 걱정했는데요. 영화계 사람들끼리 "<이끼>가 한국판'왓치맨 프로젝트'가 되는 거 아니냐"는 소문이 떠돌 정도라고 하니 대충 짐작이 가시죠? 하지만 영화는 2010년 7월 14일에 개봉을 하게 됩니다. 너무 짧은 기간 안에 완성 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개봉하기 전에는 작품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걱정이 잠시 있었지만 330만 이라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이끼>는 흥행에 성공했고 강우석의 위치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4. 왓치맨

 

이야기가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는 매력 때문에 그래픽 노블은 영화로 만들어지는 시도를 꾸준히 해온 장르입니다. 알렌 무어가 쓰고, 데이비드 깁슨이 그린 왓치맨은 그래픽 노블 중에서 바이블처럼 여겨지는 책인데요. 그래서 그만큼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스토리와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 때문에 '왓치맨 프로젝트'는 마치 미해결사건처럼 할리우드를 근 20년간 떠돌아다녔다고 하네요. 이제는 거장이 되어버린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의 감독 폴 그린그래스과 <레퀴엠>, <블랙스완>의 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 등의 손을 떠돌았는데요. 그중에 마지막으로 '왓치맨 프로젝트'를 받았던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이 책에 필요한 건 120분짜리 영화가 아닌 12회짜리 드라마 각본"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떠돌던 '왓치맨 프로젝트' 결국 2009년에서야 잭 스나이더의 손에서 영화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 조차 자신의 입으로 이 영화를 만들기를 책을 배끼는 방식으로 했다고 하니 참 대단한 원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렇게 원작을 영화화하기 위해선 수많은 노력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 덕분 우리들이 사랑하는 영화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나오길 바라며 지금도 현장에서 고생하고 계시는 영화사업 종사자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