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콘텐츠를 제작할 터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2. 6. 17. 15: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 름 : 노 준 용

주요경력
2011년 ~ 현재 카이스트(KAIST) 석좌 부교수
2009년 ~ 현재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 대학원 부교수
2006년 ~ 2009년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 대학원 조교수
2003년 ~ 2006년 리듬앤휴즈 스튜디오 그래픽스 사이언티스트
2002년 ~ 2003년 IMSC Research Associate
2002년 USC Computer Science 박사



카이스트(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석좌 부교수로 재직 중인 노준용 교수. 그는 비주얼 미디어랩(http://vml.kaist.ac.kr)이라고 하는 연구실의 책임을 맡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은 유니크(Unique)한 곳이라고 말하는 노교수는 이곳에서 영화의 특수효과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개발된 기술을 활용해 실제 콘텐츠를 제작해 보여줌으로써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일하다 국내 대학교수로 부임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노준용 교수와 대전 카이스트에서 처음 만났던 일이 바로 엊그제 같기만 하다.

 

수많은 작품에서 R&D 개발로 참여
“미국 할리우드에는 한국인 CG 아티스트들이 많이 일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아티스트가 아닌 R&D 인력으로 일했는데, 이런 쪽으로 일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학부 때는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석사 때는 컴퓨터 공학을, 박사 때는 전산학을 전공했습니다. 특히, 학생시절에 컴퓨터 그래픽스(CG) 연구실에서 연구한 내용이 ‘Retargeting 방식을 통해 얼굴 애니메이션을 자동화하는 것’이었는데요. 그 내용이 시그래프(SIGGRAPH) 학회에 소개되어 당시 학계와 관련 회사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리듬앤휴즈 스튜디오(R&H Studio)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 카이스트(KAIST) 비주얼 미디어랩(http://vml.kaist.ac.kr)의 책임을 맡고 있는 노준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그는 첫 번째로 주어졌던 일이 자신의 논문에 사용되었던 주요 알고리듬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일부가 그 회사 직원에 의해 구현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잘 되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며 오래 전에 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R&D 관련 일이라고 하면 지금도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필드>를 비롯해 성룡이 주연했던 <80일간의 세계일주>, <나니아 연대기>, <리딕>, <수퍼맨 리턴즈>, <해피핏>, <황금나침반> 등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한 많은 영화들은 그가 개발에 참여했던 기술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물었더니 그는 <나니아 연대기>라고 말했다. “그 영화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던 3차원 지형 자동생성 툴이 굉장히 획기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3~5초 길이의 각 씬(Scene)을 배경 영상에 맞도록 3차원 정보를 생성하는데 수작업으로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작업이었죠. 하지만 5분 정도의 계산만으로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했을 때는 정말 기분이 짜릿했습니다. 또, 제가 개발에 참여했던 Fluid Simulator를 사용한 <수퍼맨 리턴즈>나 <해피핏> 등의 영화도 기억에 남구요.”

 

 

▲ 3차원 지형 자동생성 툴이 사용된 영화 <나니아 연대기>

 

학생들과 함께 하는 연구개발
남들은 가지 못해 애를 태우는 할리우드의 유명 CG 회사에서 일했던 그가 국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이유가 궁금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아트와 기술 양쪽을 다 이해하고 잘 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테크니컬한 부분을 잘 이해하는 아티스트는 그 만큼 작업 능률을 크게 향상시켜 남들보다 앞설 수 있어요. 아트를 잘 표현하는 개발자는 자기가 만들 툴이나 소프트웨어를 아티스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잘 전달시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개발자 입장에선 자기가 만든 툴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가 없게 되니까요.”

 

그는 미국 할리우드 회사에서는 이런 식의 융합이나 아트와 기술의 장벽이 없어지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데 반해 ‘한국은 아트 따로 기술 따로’, ‘나는 아티스트니까 또는 나는 개발자니까’ 이런 식으로 벽이 크게 쳐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고 한다. 또, 한국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연계니, 인문계니, 예체능계니’ 하면서 구분하는 것에 기인한 현상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위적인 구분들을 허무는 것이 한국에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마침 카이스트와 인연이 닿았다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일할 때는 제가 생각한 부분을 그냥 직접 해보고 결과를 보고 판단하고 다시 해보고. 이런 식으로 회전(Turn Around)이 굉장히 빨랐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아는 것을 모두 알려주고 학생들과 연구원들이 그 일을 하도록 시키고 있죠. 처음에는 10명에게 시키는 것 보다 ‘그냥 내가 다 해버리는 것이 훨씬 더 빠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어요. 하지만 꾹 참고 될 때까지 계속 독려하며 지켜보았죠. 이제는 모두가 잘 해내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을 <아바타>를 만든 웨타디지털을 포함해 국내외 여러 회사들에 보내고 있는데, 이 회사에서 일하는 분들이 우리 졸업생들이 회사의 생리를 잘 알고 온다며 너무 좋아해서 저도 가르치는 보람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 시그래프 CAF에 소개됐던 단편 애니메이션 ‘Captain Banana’


그가 카이스트에서 와서 학생들과 함께 작업했던 ‘Taming the Cat’이라고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시그래프 컴퓨터 애니메이션 페스티벌(Computer Animation Festival; CAF)에서 상영되어 관심을 모았다. 그 후, 멜버른 국제영화제를 포함해서 4곳의 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고 한다. 또, ‘Captain Banana’라고 하는 단편 애니메이션도 시그래프 CAF에서 상영됐다. 현재 비주얼 미디어랩에서 함께 일하는 학생과 연구원의 규모는 약 20~30명 정도다.

 

“드라마로 제작됐던 ‘구미호 여우 뉴이뎐’을 비롯해 ‘무사 백동수’, 그리고 박민영 주연의 ‘고양이’, ‘한반도의 공룡’, ‘7광구’ 등의 영화에도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사용되거나 또는 직접 콘텐츠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틴틴의 모험’에도 저희가 개발한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이렇게 해마다 크고 작은 다수의 프로젝트가 저희 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 카이스트(KAIST) 비주얼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기술이 사용된 영화 ‘고양이’, ‘7광구’,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틴틴의 모험’


콘텐츠 제작과 툴 개발을 동시에
“작품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내부 구성원들에게서 찾습니다. 픽사를 포함해 할리우드 회사들도 내부 인원으로부터 아이디어 피치를 많이 받지요. 마찬가지로 저희도 여러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받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시 자발적인 소그룹을 만들어 계속 발전을 시킵니다. 프로젝트의 완성도는 일단 스케줄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부족해 이런저런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는 변명이 가장 구차하거든요. 또,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것도 꼭 필요하죠.” 그는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만족하면 안 된다’며 이런 작은 부분도 다 꼼꼼하게 처리된 것인지를 스스로에게 또는 관련자들에게 계속 질문해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비주얼 미디어랩의 특징은 콘텐츠 제작과 툴 개발을 동시에 하고 있는 점이다. 그래서 작업할 때는 어떤 점이 어려운 부분인지, 비효율적인 부분들은 있는지 등에 대해서 혼자서만 고민하도록 만들지 않는다. “회의나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항상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하고 있어요. 그 후에는 그런 부분들이 주어진 시간에 현재 인력들에 의해서 해결되어질 수 있는 지를 판단합니다.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직접 크고 작은 기술 들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방법들 중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찾습니다.”

 

▲ 드라마 ‘구미호 여우 누이뎐’(위)과 영화로 제작된 ‘한반도의 공룡’(아래)에서 선보였던 비주얼 이펙트 장면


그는 무엇보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학생들이 크게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처음 랩에 들어올 때는 CG 분야가 좋다는 열정 하나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졸업해서 나갈 때는 어느덧 국내외의 회사나 학교들에서 좋은 오퍼(Offer)를 받아 취업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다만 학교와 학과의 여건상 더 많은 학생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도 지속적으로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끔 서로 연락도 주고받고 있는데, 정보교환이나 협력 차원에서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도움을 떠나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이 참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에서 불고 있는 불황은 CG 분야만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진통이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어떤 상황이던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쌓으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에게 줄 자리는 없을 지라도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줄 자리는 도리어 넘칠 수 있겠지요.” 노교수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CG 콘텐츠들도 이제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만들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글로벌하게 보면 CG 작업자 풀이 미국과 영국, 캐나다뿐만 아니라 홍콩, 싱가포르, 인도를 포함하여 순환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CG 분야의 실력뿐만이 아니라 영어 능력도 뛰어나야 하죠. 저희도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목표로 영어 교육도 굉장히 중요시 하고 있습니다.”

 

그는 국내 시장만을 타깃(Target)으로 하는 CG 산업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면에서 CG 교육과 함께 산업도 빠르게 국제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카이스트(KAIST) 비주얼 미디어랩의 학생, 연구원들과 함께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으로
한편, 그는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기에 재미있고 멋있어 보이는 일들이 막상 그 조직 안으로 들어가서 실제로 일해 보면 엄청나게 많은 노력과 땀의 대가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물위에 떠있는 백조가 겉으로는 우아해 보이지만 물 아래에서는 발을 열심히 차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그는 무엇보다 ‘내 꿈은 무엇인가,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나중에 나는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라는 점들이 확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 안에서 CG 분야를 공부하고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번 그런 선택을 했다면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힘들어도 목표를 이룰 때까지 변함없이 밀고 가야겠지요.”

 

노준용 교수가 책임을 맡고 있는 비주얼미디어 랩과 이곳에서 분사된 회사인 KAI Studio에서는 현재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어려움이 많고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열정과 노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며, “시도 자체로 모두가 재미있어 하고 흥미로워하며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습니다. 신나서 하게 되는 재미있는 일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멋진 작품들 속에서 그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구어낸 기술들이 더욱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