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원 지 훈

주요 경력
현재 핸드(HA&D, www.handseoul.com) 대표
2012년 리복 리얼플렉스 TVCF, 나윤권 ‘아름다워’ 뮤직비디오, 넥슨 카스온라인 프로모션
2011년 채널A 네트워크 브랜딩, 올레 TVCF 캠페인, 삼성 SSD 프로모션 등 다수


행운을 비는 의미를 담아 만든 ‘핸드(HA&D)’
그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중간에 휴학을 하고 애니메이션 회사를 비롯해 쇼핑몰, 게임, 웹 에이전시 등 디자인 관련 분야나 그렇지 않은 회사들을 두루두루 거치면서 그때그때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왔다고 한다. 가끔 주변에서 ‘방황하는 거 아니야?’ 하는 우려의 시선들도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도 많지 않았고 서둘러 단정 짓고 싶지 않았다’고 그는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쫓아다니며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션 그래픽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모션 그래픽은 늦은 군복무 이후에 처음 접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의 총집합체라고 할 수 있었죠. 그 동안 쌓아온 다양한 경험들이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 생존력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던 것 같아요.”

 

▲ 핸드(HA&D)는 Hybrid Advertising & Design의 약자로 유연한 핸드사인(Hand Sign)을 로고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 그는 더욱 바빠졌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인 핸드(HA&D)를 설립하고 더 많은 활동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단순히 TVCF 하나로, PRINT AD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광고주와 소비자, 광고와 매체, ATL(Above the Line, 매스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활동)과 BTL(Below the Line, 일정한 틀 없이 전반적인 호감도와 신뢰도를 높이고자 하는 활동)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로 이해하며 새로운 개념의 캠페인을 제시하는 회사를 지향해 나갈 계획이다.

“어디선가 핸드(HA&D)라는 로고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핸드는 ‘Hybrid Advertising & Design’이라는 약자입니다. 인간을 설득하기 보다는 감동시키고, 브랜드를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어 넘버원(No. 1)이기보다는 온리원(Only One)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 핸드에서 보여주는 모든 메시지는 핸드사인들을 통해 전달될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Fingers Crossed’ 형태를 띤 로고를 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 파티와 문화가 공존하는 회사를 지향하고 있는 핸드(HA&D)는 오프닝 행사를 파티처럼 꾸며 관심을 모았다.


“즐겁지 않으면 일을 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크리에이티브를 하는 사람들은 즐거워야 하죠. 그 즐거움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더 나아가 소비자에게도 전달되는 걸 느끼거든요. 프로젝트도 하나의 파티라는 생각으로 진행한다면 더 즐겁게 할 수 있죠. 그래야 그게 또 다른 문화로 연결되지 않을까요?” 그는 딱딱하게 일만을 고집하기 보다는 파티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즐겁게 일하면서 핸드 자체의 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함께 일하는 멤버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집중하면서도 각자가 즐거워할 수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맡고 있다.


영상을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날개를 달다!
그는 욕심이 많아 보였다. 어떤 프로젝트든 만족할 순 없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작업을 하나만 뽑아보라고 했더니 ‘올레 TVCF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TVCF 안에서는 3초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만든 캐릭터로 인해 사람들이 올레의 ‘발로 뛰겠소’ 캠페인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상반기에 올레 TVCF ‘발로 뛰겠소’의 엔딩 캠페인 부분을 진행하게 됐었죠. 당시에 인디소울즈라는 온라인전시 때 제작한 제 모습을 닮은 캐릭터를 시안으로 하나 제안했죠. 그게 채택이 되었고 반응도 좋았어요. 그렇게 해서 밥로스 아저씨 등 여러 버전의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구요.”

 

▲ 올레 TVCF ‘발로 뛰겠소’의 캠페인 영상


그는 후배들에게도 개인 작업을 할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퀄리티를 떠나서 개인의 욕심이나 한계를 벗어나게 만드는 탈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입니다. 실무에서는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즐겁게 일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럴 때마다 개인의 블랙박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올레 TVCF 캠페인이 그런 셈이죠.”

그는 작품 준비를 위해 많은 모션 그래픽 작품을 본다. 또, 다른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방식이나 아이디어에도 많은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실제 작업에 활용하는 실질적인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자신한테서 얻고 있다. 프로젝트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거쳐 비워진 것들을 채워나가게 되는데 개개인의 다른 경험들로 인해 매번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흉내를 낼 수는 있지만 각각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살아온 과정이나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곧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만의 가치관을 담은 블랙박스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예전부터 저만의 블랙박스를 만들고 있어요. 메모나 낙서 등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죠. 인간은 6개월이 지나면 기억한 것들을 쉽게 잊어버린다고 해요. 블랙박스에 넣어 둔 1년 전에 했던 생각이나 낙서를 보면 신선함을 느끼게 되죠.”

 

▲ 직접 촬영을 해서 만든 실험적인 ‘프로모션 영상’


국내 모션 그래픽 작품과 해외 작품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그는 단적인 차이라면 ‘투자비용이나 기간, 인력’ 세 가지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좋은 회사와 숨은 실력자들이 꽤 많아요. 수준도 상당하죠. 더 많은 돈을 들이고 더 많은 인력을 활용하면 영상의 퀄리티는 해외의 좋은 작품처럼 올라갈 수 있겠죠. 하지만 해외나 국내나 많은 돈과 인력을 활용한 프로젝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는 국내에서도 최근에 발표된 작품들 중에는 프로젝트의 제약을 기회로 삼아 좋은 아이디어를 보여준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점점 더 좋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많아지고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더 좋은 마인드로 환경을 개선해 나간다면 국내 작품이니, 해외 작품이니 하는 경계는 점점 더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 리복 리얼 플렉스의 특징을 중점적으로 보여준 ‘리복 TVCF’

 

▲ 2011년 말에 제작된 ‘넥슨 카스온라인의 프로모션 영상’. Fun Mode라는 컨셉을

만화책이라는 얼개를 활용해 세 가지 버전의 영상으로 제작했다.

 

단순히 그래픽으로 만든 영상이 모션 그래픽은 아니다!
원지훈 씨는 작품을 만들 때마다 특별히 어떤 색깔을 넣으려고 고집을 부리진 않는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생각하고 만드는 것에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작품을 할 때는 마음껏 자신이 갖고 있는 실력을 발휘하려고 애써야 하죠. 하지만 비즈니스를 생각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이 추구하는 컬러를 보여주기 보단 그 프로젝트 안에 집중하고 있어요.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게 컨셉을 잡아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는 비즈니스 프로젝트에서 부족하게 느낀 부분들을 개인작품을 통해 시도해 보려고 노력한다. 반대로 개인 작업을 통해 얻은 다양한 경험들은 비즈니스 프로젝트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요즘에는 감성 이상의 것들을 많이 요구하고 있어요. 작가와 디자이너 사이의 경계선도 무너진 지 오래죠. 따라서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A에 가로획이 더해지며 플렉서블한 컨셉을 표현한 ‘채널A 네트워크 브랜딩’

 

▲ 그래피티 아티스트와 함께 제작한 ‘채널A 네트워크 Short ID’


한편,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선배들로부터 야근도 많이 해야 하고 일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는 원지훈 씨는 어느 날부터 ‘왜 일이 힘들어질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봤다고 한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은 수정에 대한 스트레스와 금전적인 스트레스,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스트레스였다.

“10명의 사람들을 모아놓고 백지에 박스를 하나 그리라고 하면 제각각 다르게 그릴 거예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생기는 수정에 대한 부분은 스트레스를 받기 보다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정이 나오면 자신이 잘하지 못해서 생긴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수정은 완성된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에 생기는 많은 것들 중에 하나일 뿐입니다. 무엇보다 올바르게 수정하려면 상대방을 설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죠.”

 

 

▲ 가수 나윤권의 ‘아름다워’ 뮤직비디오 감독을 맡아 가사 내용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제작한 ‘나윤권 뮤직비디오’


금전적인 스트레스는 흔히 ‘알바’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단순히 학생 때 돈을 벌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분야를 전공했다고 해서 바로 프로로 대우해 주진 않잖아요? 어느 분야든 노력해야 하죠.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스트레스는 즐거운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죠. 창작이 힘들다면 어느 분야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는 크리에이션이 ‘창조’라면 크리에이티브는 ‘재창조’라고 말한다. 백지상태에서 표현하려면 어렵지만 누구든지 공감하는 것 안에서 여러 가지 요소들을 재조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면 좋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죠. 누가 만들어주지도 않아요.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스타일이나 트렌드가 변하는 가치라면 우리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는 변하지 않는 가치를 나타냅니다. 이런 것들이 모션 그래픽이라는 장르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 제품의 컬러와 소재를 활용하여 특징을 표현한 ‘삼성 SSD 제품영상’


쉬운 지름길로만 가진 않겠다!
그가 대학을 다닐 때는 모션 그래픽이라는 단어는 무척 생소했고, 웹디자인이 대세였다. 만약 그때 웹디자인으로 진로를 정했다면 지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원지훈은 없을 거라고 그는 말한다. “예전에 저도 그랬던 것처럼 모션 그래픽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처음부터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현재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많은 경험을 해보길 바랍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따라 하기보다는 개개인의 호기심을 해소하는데 집중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더 많은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하는 것도 가끔은 손에서 놓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라고 그는 권한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지금의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가 어떻게 불릴 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많은 경험을 쌓아서 자신만의 블랙박스에 담는 습관이 필요하다. 갈수록 크리에이티브 즉, 창작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리복 TVCF와 몇 가지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 특정한 분야와 매체에 얽매이기보다는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해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코스요리를 직접 선택해서 정하는 것처럼 이제는 광고주들도 다른 회사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하기보다 차별화해서 다르게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야 하고, 생각해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죠. 또, 도전해야 이룰 수 있는 가능한 일이 됩니다.”

 

▲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핸드(HA&D)는 앞으로 캠페인 분야에서도 많은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모션 그래픽이라는 분야는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영상물 자체로만 보면 한계가 많겠지만 모션 그래픽을 통해 할 수 있는 분야는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모션 그래픽은 제약 없이 더 폭넓게 사고하고 메시지를 전달시키는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눈을 뜨고 보고 듣고 하는 것들 전부가 모션 그래픽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는 지름길로 가기 보다는 많이 돌아서 갈 생각이다. 많은 위험과 위기도 있겠지만 위기가 없으면 기회도 없고 더 큰 성장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가 만들어내는 영상이 어떤 디자인으로 채워질 지 궁금하다.

 

■ 글 _ 박경수 기자 twinkaka@naver.com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