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2012. 6. 11. 14:49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블리자드의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

 

 

이 용 승 (게임문화평론가)

 
지난 5월 14일 서울 왕십리 민자 역사 비트플렉스 앞 광장에서 열린 디아블로3 출시 전야제 행사에 5,0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신작 액션 롤플레잉게임 디아블로3의 공식 출시 D-1 기념행사에 참여해 준비된 이벤트를 즐기고 사전 판매되는 한정 소장판을 구입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로 말 그대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준비되었던 4,000개의 디아블로3 한정 소장판은 전량 판매되었고 다음날 정식 판매를 시작한 온라인쇼핑몰은 서버가 마비되었으며, 대형마트에서는 그 전날부터 구매를 위해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는 평소보기 힘든 이색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 사진출처 : 블리자드 페이스북 -

 


전 세계적으로 2000만장 이상 판매되면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한 디아블로 시리즈의 최신작 디아블로3는 발매된 지 이틀 만에 PC 게임시장의 기존 강자들을 누르고 PC방 점유율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사회적으로 각종 이슈를 만들어내며 현재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작의 큰 성공과 디아블로 시리즈 자체의 게임적 완성도와 재미가 이번 성공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전작이 발매된 지 12년이나 흘렀음에도 이러한 세대를 뛰어넘는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블리자드가 보여준 특유의 마케팅 역시 큰 몫을 담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3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199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디아블로는 서양의 롤플레잉 게임에서의 턴제 전투 방식을 실시간 액션으로 변화시킨 독특한 게임시스템과 배틀넷이라고 하는 온라인 게이밍 네트워크의 지원으로 발매 당시 모두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00년 발매된 디아블로2는 보다 향상 된 게임성과 인터넷 회선 보급 증가라고 하는 온라인 게임 환경의 발달에 힘입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블리자드는 2008년 월드 와이드 인비테이셔널에서 디아블로3의 개발 사실을 밝히면서 모든 게이머들의 관심을 디아블로3에 모으는데 성공한다. 이후 블리자드는 몇 년에 걸쳐 디아블로3와 관련한 개발 정보들을 조금씩 공개하기 시작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단순히 자사의 사이트를 통한 정보 공개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디아블로3의 정보를 알리는데 있어서 블리자드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한 홍보뿐만 아니라 각국의 영향력 있는 블로거나 콘텐츠 커뮤니티, 디아블로3를 선전할 수 있는 알파 소비자들의 집단을 블리즈컨이나 블리자드 본사에 방문하도록 초청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게임의 개발 과정을 견학하거나 개선방향 제시하는데 참여하도록 했다. 즉, 장차 게임을 소비할 주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이러한 인적교류를 통해 게임의 새로운 정보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양방향성이 원활한 인터넷 기반의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다는 소셜미디어의 장점을 자사의 게임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전까지 성행했던 일방적 의사소통방식을 통한 정보의 확산이 아니라 디아블로3라고 하는 게임을 기다리는 수동적일 수밖에 없었던 소비자들을 적극적 주체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마케팅에 있어서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풍부해진 디아블로 시리즈의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강해진 액션성 이면에 감추어져 있던 디아블로 시리즈의 숨은 이야기들을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인 리처드 A. 나크가 집필하도록 했고 이러한 그의 소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출간되었다. 물론, 책이 출간 될 때마다 이와 관련해 이벤트가 열렸고 대중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디아블로3에 쏠렸다. 게임에 있어서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한 게임학자들과 서사학자들의 논란과는 별개로 게임 속 스토리를 원소스로 출판함으로서 디아블로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에 대한 다양한 내적, 외적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게임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지만 소설(디아블로 : 죄악의 전쟁 3부작, 디아블로3 : 케인의 기록)을 접한 사람들은 디아블로3의 앞으로의 전개에 대해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이야기를 확대 재생산하는데 참여했다.

블리자드는 이처럼 장기적인 디아블로3의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해 디아블로3의 확고한 커뮤니티 장을 확보한 뒤에서야 디아블로3의 출시일을 발표했다. 출시일 발표이후 블리자드가 보여준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들은 블리자드가 추구하는 게임 마케팅의 방향성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었다. 단순히 ‘보여주기식’이 아닌 게이머들과 함께 교류하고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블리자드사의 게임들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한국 시장에서 디아블로3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 위해 지스타를 비롯하여, LG 시네마 3D 월드 페스티벌 등의 행사에 국내 게임 블로거들을 초청하고 일반에는 제한적 게임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더불어 이제까지 국내에서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한정 소장판과 일반판을 통한 제품 가격 차별화를 시도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DVD 버전과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을 55,000원에, 한정 소장판의 경우 이보다 높은 99,000원에 판매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디아블로 해골과 4GB 영혼석, 한정 소장판 게임용 콘텐츠, 제작 뒷이야기 블루레이/DVD 세트, 디아블로3 미술 원화집, '디아블로3' 사운드 트랙 등 일반판에 비해 가격대비 풍성한 한정 소장판 판매 소식은 게이머들의 한정판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이러한 한정 소장판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을 블리자드는 마케팅과 결합, 다양한 이벤트들을 전개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페이스북과 연계한 소셜원정대 이벤트는 블리자드의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었는데, 블리자드는 디아블로3의 동영상과 이지아, 리쌍 윤일상이 출현한 테스티모니얼 영상을 공개하고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의 친구들에게 소개하도록 했다. 특히, 이러한 동영상 소개와 친구 초대의 과정을 게임 속 아이템을 습득의 과정과 유사한 형식으로 구성하고 디아블로3 한정 소장판과 같은 매력적인 상품을 제시함으로서 7만 명 이상 되는 참여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동시에 이들을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무료노동제공자로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별다른 금전적 보상없이도 자발적으로 자신이 그동안 부단한 노력으로 맺어놓은 인맥들을 블리자드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내어놓았다.

 


여기에 유투브를 통한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의 공개, 국내 최고의 코스프레팀인 스파이럴캣츠의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쇼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디아블로3의 출시와 관련 이벤트는 다양한 서브 컬쳐를 포괄하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모두의 축제로 받아들여지면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디아블로3의 성공적인 런칭은 게임의 완성도, 재미와 더불어 블리자드의 소셜 네트워크 마케팅을 통한 장, 단기적 운영의 노련함에 있다고 하겠다.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가 언급했던 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은 오늘날도 유효해 보인다. 단, 디아블로3의 마케팅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과거처럼 단순히 기업이나 매스미디어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에 있다는 것은 흥미롭다. 현재 서버접속 장애와 콘텐츠 양의 부족으로 곤욕을 겪고 있는 디아블로3이지만 블리자드가 보여준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분위기 조성 마케팅 전략은 신작 게임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배워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