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습지생태보고서"를 통해 본 웃픈 이야기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2. 6. 11. 10:05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여러분 ‘웃프다’ 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마냥 웃기거나 슬플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할 때 쓰이는 신조어입니다.

 

보통 쓴웃음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많이 쓰이는 데요.

 

오늘은 ‘웃프다’ 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드라마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웹툰 ‘생태습지보고서’가 원작이자,  ‘KBS 드라마스페셜’ 시즌 3의 첫 작품인 ‘생태습지 보고서’입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본 계기는 잠이 유난이 안 왔던 일요일 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요.

 

호기심으로 시작된 드라마 시청은 어느새 드라마가 다 끝나고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머릿속을 맴돌 만큼 강한 여운이 남을 만큼 흡입력 있었습니다. 

 

 

[드라마스페셜- 습지생태보고서. 2012.06.03방영 연출 박현석|극본 한상운]

 

 

 

드라마의 제목이자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습지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살고 있는 반 지하 공간을 나타냅니다. ‘습지생태보고서’는 가난한 일상을 나누는 주인공과 친구들이 겪는 고단한 현실을 보여주는데요.

 

[사진=KBS 드라마스페셜 방송화면 캡쳐]

 

구질구질한 습지에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공식 지침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역시 여지없이 한낱 냄비받침대로 전락해버립니다. ‘아프니까 청춘이,’ 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조차 그들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사진=KBS 드라마스페셜 방송화면 캡쳐]

 

등록금 낼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장학금을 타기 위해 돈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굽실거리는 일은 그들의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되었습니다. 눅눅하고 어두운 현실을 말해주는 듯 습지에서 살고 있는 개구리와 지금의 습지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과 마주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연예를 하는 것이 사치다라고 느낄 정도로 고된 삶을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게, 그렇다고 대학등록금이 모두 해결되고 여자친구와 잘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도 아니었습니다.

 

월세의 압박에 산 속으로 이사를 해도 또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오늘을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네의 삶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진=KBS 드라마스페셜 방송화면 캡쳐]
 

 

"닳고 닳은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도망이 아니라 선택일 순 없는 걸까.
패배할 것이 두려워 출발선에 서기를 피하고 있는 걸까.
아님 그저, 어른이 되는 날을 자꾸만 미루고 있는 것에 불과한 걸까.
불안한 눈빛으로 친구의 연봉을 묻거나 부동산 정보를 뒤적거릴,
어쩌면, 어쩌면 슬플 그 날이.
한때는 이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노라, 자위할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뿐일까.
세상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도, 발을 떼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금.
그래도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인가.
자기 안의 수많은 모순과 세상에의 두려움을 한가득 품고도.
영문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기분 좋은 외침.
단지, 단지 어리석음 때문만은 아니기를.
언제고 자랑스럽게 사람들에게 이때의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정말로, 정말로 그렇기를 바란다."

 


 마지막 주인공이 한 말이 가슴 깊게 와닿았는데요.


수많은 우연과 무리수가 남발하는 최근의 드라마와는 달리, 탄탄한 스토리와 영상미로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담백하지만 깊은 여운이 남는 단막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이러한 단막극이 재미만이 아닌 방송콘텐츠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사진=KBS 드라마시티]

 

[드라마 낭랑 18세를 아시나요? 많은 분들이 한지혜 이동건 주연의 미니시리즈로 알고 계시는데 사실 원작은 한혜진 이선균 주연의 단막극이었답니다. 늦은 시간대였음에도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시청률 10%를 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자 미니시리즈로 재편성된 케이스입니다.]


방송콘텐츠 산업에서 단막극은 문학적 향기와 다양한 장르의 시도, 신선한 소재의 선택을 통해 드라마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는 드라마의 뻔한 이야기를 개그 소재로 삼을 정도로 뻔한 드라마가 많은데요. 이러한 일률적인 소재와 전개가 ‘한국 드라마는 너무 뻔하고 똑같다’ 같은 부정적인 한류 이미지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한국 드라마 소재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단막극이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하네요.

 

또한 단막극은 신인PD, 작가, 연기자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 밟아가는 첫 단계로서 기본기를 다지는 필수적인 과정이며, 기존 드라마에서는 할 수 없는 창의적인 실험적 기능을 단막극을 통해서 실현한다는 점입니다.

 

[사진=KBS 드라마시티]

 

[ ‘엄포스’로 유명한 엄태웅은 2004년 KBS tv 단막극 드라마시티-제주도 푸른밤에 출연해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단막극특집상을 받았습니다. 이전까지 엄정화의 남동생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단막극을 통해 진정한 연기자로서 면모를 과시했습니다. ]

 

주목할 점은 이렇게 단막극이 방송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함에도 오늘날 단막극 역시 ‘웃픈’ 현실에 처했다는 점입니다.


단막극이 신선한 소재와 배우의 연기열연 등으로 매번 화제를 일으키는 만큼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시청률과 상업화에 밀려 폐지되거나 방송시간대가 늦춰지는 등의 수모를 겪었는데요.


‘웃픈’ 타이틀을 벗을 수 있도록 단막극이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를 바랍니다. :)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