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는 한국콘텐츠아카데미 성공하는 콘텐츠의 비결, 그 두 번째 마당이 열렸습니다. 강의의 타이틀은 <'페인터의 귀재' 석정현의 그림 이야기>! 이번 강의를 맡으신 분은, 스스로를 ‘그림꾼’이라 소개하신 석정현님이셨습니다. 석정현님은 컴퓨터그래픽 잡지에서 3년 정도 일했고, 기자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학교에서 미술 해부학 강의를 하고 계시다고 해요. 거기에 전시 기획도 하고, 취미로 친구들과 공연을 하기도 하신다고. 이렇게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만으로는 본인을 표현하기 힘들어, ‘그림꾼’이라는 단어를 택하게 되셨다고 해요.

 

 


'어떻게'가 아니라 '왜'를 알아야 한다. 석정현님이 이번 강의에서 계속 강조하셨던 것은, 일을 하는 동기를 아는 것. 석정현님은 그림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규명해주는 중요한 수단, ‘내가 이 세상에 살았고 어떤 의미를 남겼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필연적인 수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까요?" 정답은 많이 보고 많이 그리면 된다는 것이지만, 그건 사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요. 내가 그림을 어떻게 잘 그릴 것인가가 아니라, 왜 잘 그리고 싶어 하는 지를 알아야한다고 석정현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는 지는 이렇게 누구나 아는데, 잘 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는 동기가 없어서라고. 그 동기, ‘애초에 내가 이걸 왜 시작했는지’를 아는 것이 우선! 그 이야기는, 강의의 후반부에서도 다시 이어집니다.

 


석정현님은 1996년 일러스트레이터로 데뷔, 현재 17년차에 접어드셨다고 해요. 그런데,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무엇일까요? 가장 설득력 있는 건 '일루미네이션'이라고 해요. 일루미네이션이 갖는 의미들, 그 공통점은? 명확하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이것은 일러스트레시션이 갖고 있는 목적이기도 해요. 일러스트레이션은 아이든 할아버지 할머니든, 딱 봤을 때 알아보고 의미가 전달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의 자체가,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하고요. 그래서 일러스트레이션의 의미는 소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석정현님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바로 그거라고 해요.

 


위의 이미지는, 석정현님이 프랑스에서 만난 일본인 작가와 소통하기 위해 나눴던 그림들. 간단한 낙서이지만, 이것이 일러스트레이션의 본질과 마찬가지라고 석정현님은 말씀하셨어요. 저 이미지는 둘의 소통을 위해 그려진 거지만, 둘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봤을 때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고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게 ‘일러스트레이션을 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요.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야기, 정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게임 잡지에서 성공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던 석정현님께 누군가가 했던 말. '게임 잡지에서 1등해!' 그 1등하는 방법이란? 3초만 시선을 잡아 둘 수 있으면 된다는 것이었어요. 3초라는 시간은 굉장히 짧다고 생각되지만, 보통 광고페이지를 볼 때 3초씩 보고 넘기진 않잖아요. 이 3초를 잡아뒀다는 건, 그만큼 그 사람의 인식에 많이 남았다는 것.

 그렇다면, 사람의 기억에 많이 남으려면? 일단 캐릭터가 있어야 합니다. 전문적으로 얘기하는 캐릭터는 (단순히 생긴 모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어떤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요.  격투 게임 '스트리트파이터'가 히트를 친 이유는 바로 이 캐릭터가 있기 때문! 그 이전의 게임에서는 싸우는 이유가 없었지만, 스트리트파이터에서는 이 게임에서 싸워서 끝까지 이겨야 하는 이유를 캐릭터가 알려줍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승자, 패자의 모습을 보여주지요. 그러한 점이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겠고요.

 사람의 시선을 잡는 방법으로, 석정현님은 이질적 소재의 결합, 의도적 변형 및 왜곡이라는 예시를 들기도 하셨어요. 이질적 소재의 결합 같은 경우는, 서로 다른 이미지들을 융합시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얘기를 대신 해주는 것,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이런 것도 있어!'라고 일깨워 주는 것. 그래서 보는 사람이 그 결합으로 말미암아 깨달음을 얻게 되면, 작가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되겠지요. 의도적 변형 및 왜곡에 대해서는 몇몇 만화의 표지 작업을 의뢰받았던 것을 예시로 드셨는데요. 표지작업을 요청했을 때, 요청한 측이 그 만화가의 그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때 '내 스타일로 표현하면 이런 식이다!'라고 보여주면, 굉장히 재밌는 부분이 생기게 된다고.

 


일러스트레이션이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소통이라는 본질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석정현님은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를 요리사에 자주 비유한다고 덧붙이셨는데요. 본인보다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기호를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해요. 하지만, 그 전에 근본적으로 나를 만족시켜 주는가를 생각해봐야합니다. 남을 먹이기 전에 내가 먹어야하고, 내가 만족스럽게 먹은 후에, 내가 이 맛을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고 싶다! 하는 게 순서라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나온 말이 이기적 놀이입니다. 기준을 남에게 두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요건이 뭔지를 알고 채워야 한다는 것. 고등학교 때 SF 장르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던 석정현님은, 혼자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며 뿌듯해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계속 그리다보니, 어느새 ‘나만의 세계’가 생겼다고. 시간이 흘러 그 세계는 2006년 <귀신>이라는 만화책으로 발표되었고, 의류로도 판매되었습니다. 의류에 실리게 된 과정도 흥미로운데, 고등학교 그 시절 석정현님의 그림을 받아갔던 친구가 시간이 흐른 뒤 패션 브랜드의 대표가 되어 제안을 해왔던 것! 석정현님이 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분명 상업적 성공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 아니었지요. 다른 예를 들어 잘 되는 수제비 집이 있다면, 그 중 ‘내가 수제비로 전국 재패를 하겠어!’라며 시작했던 집은 별로 없었을 거예요. 가족들이 맛있게 먹으니 자신감이 생겼고, 가게를 차렸고, 그게 입소문이 나서 대박이 나는 경우가 더 많겠죠. 막연히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내 그림을 보는 1차적 독자인 나 스스로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결론. 뭔가 모자라다 느끼지만 그게 뭔지는 모르겠는 때 남의 의견을 듣고 반영시켜 봐도 늦지 않다는 것!

 

 

(밴드 노바소닉 공식 카페 http://cafe.naver.com/novasonic/ 의 상단 이미지)

  

인연, 동기, 목적의 힘. 강의에서는 밴드를 좋아하고, 그 중 특히 밴드 노바소닉을 좋아했던 석정현님이 결국 노바소닉의 대표 이미지·앨범 자켓 디자인까지 그리게 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긴 과정을 이야기하시며 한껏 기분 좋아하시던 석정현님의 모습, ‘내 그림이, 내가 의미를 두고 좋아하는 누군가에게 실제로 의미를 갖고 쓰였다는 기분’이라는 표현이 정말 와 닿았었어요. 어떻게 보면 우연과 운이 따른 것일 수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쭉 해왔고 그게 점점 더 쌓이다보니 결국 거짓말처럼 딱! 되어 있었다고 하신 석정현님. 석정현님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다고 해요. 대신, ‘내가 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가’에 대해 항상 생각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 이유를 찾았다면,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하기. 유명해지고 싶다면 그 유명하다는 건 어떤 기준인지, 돈을 벌고 싶다면 그건 얼마를 벌면 되는 건지- 정확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그걸 실천하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성공. ‘24시간 후에 ~~를 하고 있을 것이다’라고 해서, 그걸 실천하는 것도 성공이고요.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도 성공이지요. 석정현님은 군대에서 수첩에 ‘10년 후 미국·프랑스 진출’이라는 계획을 적어넣었고, 그 계획은 거의 정확히 10년인 3657일 만에 이루어졌다고 해요. 24시간 후의 계획을 성공한 사람이라면 일주일 뒤를 성공 못할 리 없고, 일주일을 성공한 사람이라면 한 달, 1년도 성공할 수 있겠죠. “성공도 버릇이 되거든요.”라는 석정현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문제는 목표라는 것! 그 목표를 위해 내가 막연하게 열심히 해야겠다 하는 게 아니라, ‘당장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 그림을 그려야하는 지를 생각해보자.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재밌어야 한다는 것! 즐길 수 없으면 피하자. 재밌지 않다면,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물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일을 하면서 얼굴을 찌푸리지는 말자. 그리고 그렇게 재밌으려면, 나를 재밌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많은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가적으로 이런 저런 것들이 따라 온다. 내 스스로, 이기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따라가다 보니 되더라.”

“지금부터 해야 한다. 준비는 평생해도 모자란다. 지금 당장 모자라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라.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은데, 공부를 좀 하고 해야겠다.' 공부는 언제 끝나는가? '내가 지금은 그림 실력이 모자라니까, 그림을 좀 더 잘 그리게 되면 해야지.' 그 그림은 언제 잘 그릴 수 있게 되는 건가? 슬램덩크 1권과 22권을 보면, 그림이 다르다. 그렇게 그 날 그 날 해야 하는 걸 하다보면 실력은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그래서 지금 당장 자신이 재밌어 하는 일을 해야 하고, 만약 자신이 재밌어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다면 그걸 하루 빨리 찾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석정현님의 이야기. '내가 재밌는 걸 해야 한다.' 당연하지만 많이들 놓치고 있었던 사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3시간의 긴 강의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석정현님은 이러한 마지막 말씀으로 강의를 마치셨습니다. "열심히 하기보단, 제가 재밌는 걸 찾아내서 '잘'하겠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