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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비정함과 잔혹함, 과감한 시선의 메타포 -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을 만나다

by KOCCA 2012. 1. 27.

 

 

이 름 : 연 상 호 _ 연상호스튜디오 다다쇼 감독

 <주요경력>

2011 ‘돼지의 왕’
2008 ‘사랑은 단백질’ ‘인디애니박스: 셀마의 단백질 커피’
2003 ‘지옥- 두 개의 삶’






2011년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냉각기를 극복하고 관객과의 재회에 성공한 한해였습니다.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최대 수확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과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무비꼴라주상, 넷팩상)의 영예를 안은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재확인 시켜주었습니다. 비정함과 잔혹함, 과감한 시도를 통해 성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과 질문을 던져준 화제작이자 문제작 ‘돼지의 왕’. 2012년을 맞아 새로운 작품을 준비 중에 있는 연상호 감독을 만나 그가 그리는 애니메이션 ‘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돼지의왕’이 첫 번째 장편 데뷔작입니다. 작품을 마치고 장편 데뷔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돼지의 왕’이 작품성을 인정받고 많은 수상과 영광을 얻었어요.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012년에는 2011년에 바삐 뛰어다녔던 것들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는 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극장 흥행 면에선 개인적으로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18금이라는 핸디캡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요. 첫 번째 장편작의 경험을 토대로 차기작품을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돼지의 왕’ 총 제작비 1억 6천만 원.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는 독립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물리적으로 가능한 숫자는 아닌데요. 기적 같은 일정과 비용으로 작품을 소화해낸 그에게 많은 이들이 한정된 비용과 시간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결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본 작업은 2010년 9월에 시작해서 2011년 4월에 끝났습니다. 2011년 4월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참가하기 전까지는 계속 디테일을 다듬는 편집 수정을 했어요. 스튜디오 다다쇼 제작 인원이 7명에 산학협력으로 참여한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학생 14명 정도의 인원으로 모든 걸 소화했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가능했던 비결은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과는 다른 제작파이프라인으로 운용을 했어요. 그랬기에 가능했던 시간입니다.

 

  

3D를 적극 활용하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 혼자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작업 분량이 20분정도 되었고 조영각 PD와 논의 끝에 실제로 가능한 일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는 더 놀라운 말을 이어갔다 앞으로는 더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요.

다들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을 하지만 저는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작 시스템적인 부분을 더 간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와는 제작 기법부터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제작 프로세스는 원화가 완성되어 동화 쪽으로 넘어가면 원화를 기반으로 동화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스튜디오 다다쇼는 그런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3D를 많이 도입했어요. 캐릭터 레이아웃부터 배경 레이아웃까지 다 3D로 제작했습니다. 3D 더미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원화가들이 디지털로 원화작업을 합니다. 디지털 작업할 때 원화를 러프로 안 그리고 동화로 그리는 방식이지요. 그러면 원화와 동화사이 트레이싱 프로세스가 모두 빠지기에 일이 많이 단축되지요. 콘티단계부터 3D로 작업하면 더욱 간단해질 것 같아요. 부분 작화 방식으로 작업을 하면 동화 매수에 대한 압박이 많이 덜어지리라 예상합니다. 현재 이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세스에서 동화 원화의 개념은 철저히 구분되어집니다. 그런데 그는 이 사이 장벽을 허무는 과감한 시도로 제작방식에 혁신을 일으켰습니다.

감독과 스튜디오 제작 여건이 다 다르듯, 같은 제작 방식을 고수하기 보다는 자기들의 생태에 맞게 제작 기법을 다양화하는 것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저만의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았다면 아마 ‘돼지의 왕’은 이 예산과 기간 안에 절대 끝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는 단편 때부터 3D 기술을 적극 활용해왔으며 누적된 3D 오브젝트들을 활용해 디지털 제작방식으로 시간 배분과 작업효율을 계속해서 향상 시키고 있습니다.

그림 하나, 컷 자체가 분업화 될 수 있기에 부분 수정이 가능합니다. 리테이크하고 수정하는 순환 자체가 아주 빨라지죠. 조금 더 직관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제 작품 스타일에만 적용되고 있지만 효율성이 상당히 좋거든요. 3D 오브젝트 데이터가 누적되면 활용성이 좋습니다. 조형물, 모든 오브젝트를 입체로 도형화 하는 건 힘들지만 기존의 누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차기작으로 갈수록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방대해지고 시간은 그만큼 단축되어질 것입니다.

 

 

‘비정’함을 쏟아내다

 

‘돼지의 왕’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의 잔혹스릴러로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세계들은 실로 ‘비정’한데요. 그가 만든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사건과 놓인 상황만 다를 뿐 주인공들이 처한 사회 안, 거역할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있습니다. 구조 속 계급, 혹은 되풀이되는 악순환, 가난 등 이 모든 것은 ‘비정’이라는 단어 하나로 통하고 있습니다.


일부러 비정한 작품을 하자라고 해서 만드는 것은 아니고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쏟아 내다보니 그것들이 실로 비정하더라고요.

 

작품은 작품을 만든 이가 쏟아내는 것을 담는 그릇과도 같습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그 안에 담겨져 있는 것들을 쏟아내고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것입니다. ‘돼지의 왕’을 통해 그가 느낀 카타르시스는 무엇인걸까요?

 



사회의 모양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선 만족스럽고요. 독립영화라는 시스템에서 만들어 낸 것도 감독으로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 스타일 전체를 다 보여주면서 데뷔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준비하고 있는 단편 이외에 다음 장편도 굉장히 빨리 세상에 나올 것 같습니다.

 

그는 2011년을 ‘돼지의 왕’으로 그 누구보다 뜨겁고 바쁘게 보냈습니다. 부산 국제 영화제 3관왕의 영예와 그 뒤로 이어진 수 맣은 영화사들의 러브콜은 그가 다음 작을 하는데 있어 심적인 부담을 한층 덜어주었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부산 내려갈 때랑 올라올 때랑 다르다’고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돼지의 왕’이 그 정도로 뜨겁게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내리라곤 예상을 못했습니다. 영화제가 끝나고 난 후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또 다른 스릴러로의 도전

 

‘돼지의 왕’이후로 준비하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은 종교 집단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 스릴러물 ‘사이비(가제)’인데요. 시나리오는 거의 완성되었으며 새로운 시스템과 연구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제작 일정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2013년 3월까지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돼지의 왕’ 작품을 통해 극장 배급에 관한 노하우들을 어느 정도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배급방식에 대한 접근도 다양하게 연구해보고 싶어요.



차기작도 스릴러라고 하니 연상호표 희망스토리를 보는 날은 더 훗날로 미루어야 할 듯한데요.

연상호표 희망스토리요? 시나리오가 있긴 한데요. 희망스토리까지는 아니고요. 아주 비정하지 않은  ‘양들의 침묵’정도의 수위가 되겠네요(웃음). 이 시나리오를 영상화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아주 먼 훗날로 기약을 해야겠네요.

 


연상호감독은 끝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과는 다른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이 가야할 길을 꿈꾼다고 전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들이 고루 성장, 발전해 다양한 시장이 존재하는 ‘문화판’을 꿈꾸어 본다고 하는데요.

한국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없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인기는 얻었지만 제대로 소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요. 작가들이 제대로 작업 할 수 있는 ‘판’을 꿈꿉니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를 확보하고 싶고요. 상업적으로 선보여서 많은 극장에 제 작품이 걸리는 것도 물론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브랜드를 더 굳건히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상호가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머릿속에 ‘아~ 이런 애니메이션을 하겠구나’라고 딱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오래토록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 글 최시내 기자 sabi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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