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 산업의 주요 이슈 : 고전게임과 멀티 플랫폼

상상발전소/게임 2021. 3. 3.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고전 게임, 클래식 IP 전성시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뉴트로’ 열풍이 게임계에도 불었습니다. 2019년은 고전 게임 지식 재산권(IP)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한 해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온라인 게임으로 출시됐던 게임이 모바일 게임 흥행 수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즐기는 게이머에게 새로운 상품으로 매력을 발산하며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원작에 열광했던 팬은 물론 새로운 이용자도 끌어들여야 성공 하는 시장 환경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을 적절히 버무리기 위해 기획과 개발 능력이 고도화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playwithkorea 유튜브 채널 : 로한M 게임 영상 youtu.be/TZO-IybCbCM

IP의 중요성은 계속 두드러져 왔지만 유독 고전 게임이 강세를 보였습니다. 시작은 2019년 6월 출시된 <로한M>입니다. 장기 매출 1위를 차지해 온 <리니지M>의 아성을 위협하며 최고 매출 2위에 올랐습니다. 원작 주요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통했습니다. 아이템 획득 재미와 플레이어 킬(PK)을 핵심 요소로 내세웠으며, 무한 경쟁과 자유 경쟁의 PC 온라인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 수행게임(MMORPG)은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이로써 한동안 이용자 기억 속에 잊혀졌던 IP도 잘 활용하면 대세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에오스레드 홈페이지 : https://youtu.be/_GsAhacj3SU?list=TLGG8Gos_Bg5QCYwMzAzMjAyMQ

 

이어 등장한 <에오스레드> 역시 매출 2위까지 올라서며 고전 게임의 파괴력을 재현했습니다. 중소 게임사가 대규모 마케팅 없이 이룬 성과여서 시장에 주는 파급력은 더 컸습니다. 이후에도 <리니지2>, <테라>, <뮤>, <카트라이더>, <스톤에이지>, <블레이드&소울>, <라그나로크>, <바람의 나라>, <오디션>, <마구마구> 등 PC 게임이 원작인 모바일 게임이 흥행을 이어갔습니다. ‘아재(아저씨) 감성’을 저격한 점이 주효했으며, 오랜 기간 즐겨온 게임이라 충성도 높은 팬층이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IP기반의 모바일 게임은 원작 명성에 힘입어 흥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기존 이용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이용자까지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미 재미와 흥행성이 검증된 게임을 개선해 더욱 안정적인 이용자층을 다질 수 있습니다. 게임의 품질이 조금 낮아도 추억의 고전 게임은 어느 정도 용인되는 게이머 문화 혜택도 받습니다. 다만 제작과는 별개로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쉽지 않다. 작품에 대한 애정과 깊이 있는 이해가 전제돼야 합니다. 다른 오리지널 작품뿐만 아니라 원작 게임이 경쟁작이 되거나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부담도 큰 편입니다.

 

프로젝트BB * 출처 : inven 뉴스기사 / 크래프톤

고전 게임 IP가 흥행 보증 수표가 된 이면에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비슷한 구조와 콘텐츠를 복제 수준으로 제공하는 게임이 범람하다 보니 IP로만 차별화하려는 풍조가 생겼습니다. IP 가격을 감당할 수 없는 게임사는 신작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비 IP 게임일 경우 CPI(설치 당 광고비 지불) 단가가 높아져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켰습니다. 구작 IP의 주목도가 높다 보니 일단 게임을 개발하고 IP를 사서 입히는 개발 방식도 행해졌습니다. 이미 개발 중인 게임에 IP를 입히다 보니 초기 방향성과 맞지 않아 개발이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크래프톤에서 제작하던 <프로젝트BB>는 유전을 주제로 개발 중이던 게임이었습니다. 이후 황금가지를 통해 눈물을 마시는 새 IP를 구입해 덮어씌웠으나 결국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방향성 없이 흥행 문법에 근거해 모양만 입히는 방식에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게임사 이종 산업 결합 가속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을 비롯한 국내 게임사는 비게임 산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캐릭터 산업과 같은 인접 산업은 물론 금융, 엔터테인먼트, 렌털 등 이종 산업과 결합했습니다. 자사 핵심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시도입니다.

 

넷마블이 제작한 BTS 유니버스 스토리 * 출처 : 넷마블

 

넷마블은 렌털 업체 코웨이를 1조 7,400억 원에 품었습니다. 게임 업계에선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수년간 히트작 부재 돌파구로 ‘탈(脫)게임’이란 화두를 제시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넷마블은 글로벌 경쟁력 확대와 지식재산권(IP) 확보를 위해 게임사 인수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잼시티와 카밤을 인수했고, 실패하기는 했으나 플레이티카, 넥슨 인수전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00억 원을 투자하면서 시야를 넓혔습니다.

 

코웨이를 품은 넷마블은 실물 구독 경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게임 사업을 하면서 쌓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을 코웨이 렌털 제품에 접목해 교체 주기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자동 주문과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일일이 교체 수요를 파악해야 했기에, 새 시스템을 갖추면 지금보다 공격적인 사업 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구도이기 때문에 위의 사업에 따른 복안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흥행에 기대는 게임 매출 비중을 낮추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 출처 :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게임・IT-엔터테인먼트 협업 구도도 만들어졌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위한 별도 법인을 마련하여 IT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합니다.

 

유모차, 브릭, 패션, 동물 사료 사업 등 비게임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는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투자 분야로 낙점했습니다. 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플랫폼 개발을 위한 자회사 아퀴스를 설립하고 미래 주요 소비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차용합니다.

 

* 출처 : NXC 홈페이지

 

엔엑스씨는 2017년 국내 디지털 자산 거래소 코빗을 시작으로 2018년 10월 유럽 암호 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미국 디지털 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도 투자하며 비게임 분야 접점을 늘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에 집중하면서 게임 사업은 규모를 줄여 국내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넥슨은 흥행이 부진한 게임과 전망이 어두운 신규 프로젝 트를 상당수 중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종합 IT 기업으로 선회하며 흥행작을 내놓고 있지 않은 엔에이치엔(NHN)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현물경제나 일회성 프로모션이 아닌 이종 산업과 결합을 시도하는 이유로 게임 산업 특수 성이 꼽혔습니다. 게임 산업은 흥행에 좌우됩니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애니팡>처럼 회사와 산업 지형도를 바꾸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어 만들었지만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흥행 여부에 따른 위험성이 큰 업종이기에, 흥행 위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이종 산업과 결합을 가속화했습니다. 게임 시장이 예전만큼 폭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도 한몫했습니다. 게임이용장애, 확률형 아이템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생존을 위한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습니다.

 

 

콘솔 그리고 멀티 플랫폼, 크로스 플랫폼

 

국내 게임사가 시장 규모 6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을 향해 도전에 나섰습니다.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크로스 플랫폼, 멀티 플랫폼을 적극 도입했는데 이는 지속 성장과 생존을 위한 선택입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에게 있어 콘솔은 사업 외 영역이었습니다. 4.5% 비중에 불과한 국내 콘솔 게임시장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개발비와 인력은 많이 필요하지만 수익 성은 모바일 게임보다 떨어지는 탓입니다.

 

 

그랬던 국내 게임사가 콘솔 게임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해외 콘솔 게임 시장 규모 때문입니다.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규모는 약 60조 원에 달합니다. 성장 한계치까지 도달한 국내 게임사들에게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콘솔 게임은 성장 둔화가 뚜렷해진 국내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업적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AAA급 게임을 개발하고 싶어하는 게임 개발사, 개발자의 욕구를 자극한 것입니다. 기획, 기술, 마케팅까지 고도로 끌어올려야 하는 콘솔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홍보 효과도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의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북미 유럽 진출이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북미나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거실에서 즐기는 콘솔 게임 문화가 일찍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기업부터 소규모 개발 그룹까지 콘솔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라인게임즈, 시프트업, 넥스트스테이지가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보였습니다.

 

카트라이더 : 드리프트 홈페이지 : https://youtu.be/7r55ajA4nOE

 

넥슨은 PC와 엑스박스(Xbox) 이용자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2019년 11월 공개했습니다. 이는 회사를 대표하는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하는 넥슨 최초 의 글로벌 멀티 플랫폼 프로젝트입니다.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 수행게임 (MMORPG) <프로젝트TL>을 비롯해 다수의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멀티 플랫폼 리듬 게임 <퓨저>는 북미 이용자 성향을 고려해 제작했습니다. 넷마블은 자사 IP <세븐나 이츠>를 활용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개발합니다. 넷마블 최초의 콘솔 게임입니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는 1인칭 슈팅 게임(FPS) <크로스파이어> IP를 활용한 콘솔 게임 <크로스 파이어X>를 출시합니다.

 

* 출처 : 크로스파이어 공식 사이트

 

이미 <검은사막> 콘솔 버전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던 펄어비스는 신작 MMORPG <붉은 사막>, 캐주얼 오픈월드 어드벤처 <도깨비>, MMO 슈터 <플랜 8(PLAN 8)> 등을 모두 PC 와 콘솔로 선보입니다.

 

크래프톤은 PC MMORPG <테라>, <배틀그라운드>를 콘솔로 이식해 콘솔 사업을 영위 중이며 라인게임즈는 <베리드 스타즈>를 시작으로 콘솔 게임 라인업을 꾸렸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의 멀티 플랫폼 대응으로 세계 시장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 됩니다. 한국은 PC, 일본과 서구 시장은 콘솔, 동남아시아 시장은 모바일 게임 선호도가 높아 각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됩니다.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부족하다는 건 극복 과제입니다. 과거 판타그램의 <킹덤 언더 파이어>,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등이 나름 성과를 거뒀으나 이후 명맥은 끊어지다시피 한 탓에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있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많은 해외 개발 인력을 국내 개발사에서 채용하기 위해 비자 발급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콘솔 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