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소비 방식의 패러다임 변화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20. 9. 2.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변화하는 21세기 음악 시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음악을 좋아합니다. 장담컨대, 길을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음악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무척 좋아한다는 대답을 할 것입니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노래를 부르는 나라,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이 빠지지 않는 나라, 취미에 음악 감상이 결코 빠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그런 한국이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한국의 음악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미국(34.9%)과 일본(15.0%), 영국, 독일, 프랑스에 이은 세계 6위입니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순위이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바탕으로 무서운 기세로 몸집을 불려 가는 중국을 뛰어 넘은 놀라운 기록입니다. 이외에도 2020년대 음악 시장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한국시장 규모는 3.7%를 기록했습니다. 1위를 차지한 미국(41.4%), 영국(7.7%), 독일(5.4%), 중국(5.4%), 일본(4.0%), 프랑스(4.0%)에 이은 7위였습니다.

 

 

고무적인 것은 이렇듯 성장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 단지 한국 음악 시장 뿐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IFPI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음악 시장은 전년도에 비해 9.7%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성장세는 전년도인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8%대를 기록한 성장수치를 웃돈 것임은 물론, 2010년을 전후로 바닥을 친 세계 음악 시장 규모가 새로운 활로를 찾아 점차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있어 더욱 긍정적입니다.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띠던 세계 음악 시장 규모는 2014년을 최저점으로 회복에 들어선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시장 전반을 뒷받침하는 주요 분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피지컬 음반 판매량과 스트리밍 시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2001년도만 해도 전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23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두었던 피지컬 시장은 매해 1~20억 달러씩 꾸준히 수익 하락을 이어가다 2018년에는 총 매출 47억 달러까지 규모가 축소되었습니다. 반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놀랍습니다. 스트리밍은 2012년 처음으로 총 수익 10억 달러를 넘긴 뒤 점차 가속도를 붙여 2018년에는 89억 달러를 상회하는, 음악계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2018년 전 세계 음악 시장 총 매출 191억 달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며, 같은 해 피지컬 시장의 두 배, 공연 수익의 세 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2014년 이후 음악 시장의 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것은 스트리밍 시장의 확대와 공연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보다 고무적인 것은 전체 스트리밍 시장 상승세(34%)와 유료 스트리밍 시장 상승세(32.9%)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제한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나 창작자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사이의 적절한 수익 분배 구조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다수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스트리밍 시장에 있어서만은 대가를 지불하고 음악을 듣는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당연하지 않은 전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2012 44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디지털 음원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 추세는 피지컬 매체가 줄 수 있는 물성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접근 편의성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자연스러운 하락세이므로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음원시장은 전체 음악 시장에서 12%(2018년 기준)를 차지하며, 유료 스트리밍 시장, 피지컬 시장, 공연시장을 이은 네 번째였습니다. 피지컬 시장 역시 아직까지는 25%, 전체 시장의 1/4에 달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기 상황임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2000년대 이후 피지컬 음반시장은 위기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스트리밍 시장에 이은 업계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지난 시절의 영광이 워낙 눈부셨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까지 굳이 시계를 돌릴 필요도 없이, 당장 2001년 지표만 보더라도 음악 시장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지컬 시장과 공연 시장으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이렇듯 특정 시장에 힘이 쏠린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한 해당 분야의 급격한 하락세가 전체 음악 시장의 위기로 여겨졌던 것도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집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였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시장 구조의 전반적인 체질 변화보다 더욱 예측하기 힘들었던 일이 한국에서 일어났습니다. 피지컬에서 디지털까지, 전 세계가 이제 돈을 지불하고 개별 단위의 음악을 구입하는 행위를 지난 세기 유행처럼 취급하는 사이 한국 음악 시장만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개를 펼쳐 나간 것입니다. 가온 차트가 2019년 상반기 발표한 국내 음악 시장 현황(2018년 기준)’에 따르면, 국내 연간 음원시장은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모두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2012년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하락세를 띠기 시작한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시장이 한국 통계에서만은 스트리밍 시장을 넘어서는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간 차트 상위 400곡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간 스트리밍 이용량은 전년 대비 6%, 다운로드 이용량은 전년 대비 31%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스트리밍 시장의 경우 2017년에 전년 대비 30%가 넘게 성장한 뒤 성장세가 다소 주춤해진 반면, 다운로드 시장의 경우 2018년에 다른 해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음악 시장의 움직임은 연간 음반 판매량 수치를 확인하면 더욱 흥미로워집니다. 1990년대생 이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분 뉴트로 붐을 타고 LP나 카세트 테이프 등 전통적인 피지컬 매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도 꾸준한 판매량 감소와 그에 따른 수익 하락에 놓여 있는 세계시장과 달리, 한국 음반시장은 2014년을 기점으로 점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TOP 400 앨범의 경우 가온차트가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2016년 처음으로 연간 음반 판매량 1,000만 장을 넘겼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총 판매량 1,690만 장을 돌파하며 전년도에 비해 60%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져 2018년에는 무려 2,300만 장에 가까운 연간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2년 만에 기존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시장 변화와 그 원인 - 음원 시장의 경우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이색 성장

 

 

 

한국 음원 시장의 흐름 가운데 이례적인 부분은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성장입니다. 이 흐름이 얼마나 독특한 것인지는 세계 음악 시장의 기준이자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미국시장과 비교하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한MP3 다운로드 소비량 변화를 보면, 3년 간 연속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미국 다운로드 시장과 달리 한국시장은 3년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나타냅니다. 특히 2016년과 2017년 각각 7%, 9%로 한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해 2018년에는 무려 31%에 달하는 성장세가 눈에 띕니다. 일견 이상 현상으로 보이는 이러한 성장세의 바탕에는 아이돌 팬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음반 판매량이나 '음원 총공'으로 대표되는 팬덤의 영향력이 다운로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근거는 국내 대부분의 음원 사이트들이 공유하고 있는 음원 사이트 순위 집계 방식입니다. 보통 다운로드 60%, 스트리밍 40%의 비율로 숫자를 합산해 차트 순위를 발표하는데, 같은 곡이라도 다운로드를 하면 60, 스트리밍을 하면 40점이 부여됩니다. 쉽게 말해 다운로드 한 번이 스트리밍 한 번에 비해 50%높은 점수가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전 세계 어떤 음악 소비자보다 차트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아이돌 팬덤을 자극시키기에 더 없이 좋은 미끼 상품입니다. 음원 차트 순위가 TV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MP3 다운로드에 대한 욕망을 더욱 거세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팬덤의 순위에 대한 집착은 순위와 팬덤의 크기로 모든 서열이 정해지는 아이돌 시장 특유의 권력 공식과 아이돌 음악 팬들의 묘한 인정 욕구가 결합된 독특한 욕망 구조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는 결국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이름을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전이되었습니다. 이 열기는 ‘1위 공약’, ‘줄 세우기등의 유례없는 특수한 문화까지 만들고, 세계 음악 시장 흐름을 맹렬히 거스르며 한국 음악 시장만의 특이점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렇듯 아이돌 팬덤의 조직적인 음원 구매 움직임을 막기 위해 2018년 업계에서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음원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급감하는 오전 1시에서 7시 사이 실시간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심야 시간대를 노린 음원 사재기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음원 사이트 이용자들이 급감하는 새벽 시간대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한 아이돌 팬덤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대항하는 음원 사이트들의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새벽 음원 총공은 업계에서는 실제로 암암리에 권장되던 방식입니다. 그러나 차트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고안된 차트 프리징제도는 궁극적으로 차트에 긍정적 변화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선 수년째 한국 음원 차트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특정 사업체들을 통한 음원사재기 의혹은 외면한 채,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되는 아이돌 팬덤의 음원 공동구매만 차트 교란의 원흉으로 삼았다는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외에도 해당 시간대 순위만을 공개하지 않을 뿐 누적 횟수는 차트에 그대로 적용되는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차트 프리징을 통해 음원 차트 자체의 자연스러운 순환이 막혔다는, 일명 벽돌차트논란이 대표적입니다.

 

 

 

 

차트에서 큐레이션으로

 

 

음원 다운로드 시장의 이색적인 고속 성장의 한편에 자리한 스트리밍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도 놓칠 수 없는 주요 의제입니다. 다운로드 시장이 팬덤의 힘을 등에 업고 질주 중이라면,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세는 세계 음악 시장 전반에 발맞춘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과 이어집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LTE 무제한 요금제 등장 등의 호재에 힘입은 스트리밍 시장은 앞으로의 성장 전망도 밝은 대표적인 분야 중 하나입니다. 다만 국내 스트리밍 시장의 경우, 시장의 성장세와 상관없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것이 있으니, 바로 차트 중심의 음원 사이트 구조입니다. 국내 음원서비스 도입 이래 줄곧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온 업계 1위 멜론을 중심으로 지니뮤직, 벅스, 네이버뮤직 모두 실시간 차트를 중심으로 디자인한 메인 화면을 줄곧 유지했습니다.

 

 

 

음원 차트가 중심이 된다라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명제가 조금씩 깨지기 시작한 것은 2018년 새롭게 등장한 음악 플랫폼 플로(FLO)와 바이브(VIBE)의 영향이 큽니다. 멜론 매각 이후 다시 한 번 음원 사업에 도전하는 SKT의 플로와, 네이버가 네이버뮤직 이후 새롭게 런칭한 뮤직앱 바이브는 기존의 음원 사이트들과는 사뭇 다른 접 근방식으로 사용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두 플랫폼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면 바로 메인 화면에서 음원 차트를 없앴다는 점입니다.

 

출처 : 플로 홈페이지

우선 플로의 경우, 가장 먼저 앞세운 것은SKT 미디어 기술원 딥러닝과 인공지능(AI) 센터 음원 분석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매일 바뀌는 홈 화면입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감상하는 음악 리스트와 좋아요기록을 조합해 이용자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형식입니다. 실제로 플로에 접속하면 가장 상위에 뜨는 것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살랑살랑 춤추고 싶은 국내 라틴팝, 어스름한 저녁, 정류장에서 듣는 알앤비등 서비스 내부에서 직접 큐레이팅한 큐레이팅 리스트입니다. 해당 메뉴 아래에 자리한 것은 최신 음악카테고리로, 이 역시 순위가 아닌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스스로 발견하게하는 플랫폼 측의 의지가 발현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바이브 홈페이지

 

바이브 또한 메인 화면에서 차트를 없앴습니다. 대신 그 자리에는 각 분야 전문 큐레이터들이 직접 큐레이팅한 리스트나 특정 음악가, 셀레브리티가 추천하는 음악 리스트 들려주고 싶어서가 자리합니다. 하단 역시 음악계 뉴스나 분위기에 따라 고려된 플레이리스트를 추천하는 메뉴를 배치했습니다. 특히 바이브의 경우 서비스를 처음 시작할 때 사용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선택하게 하거나, 특정 아티스트 검색 시 바로 아래 유사한 아티스트를 나열하는 식으로, 사용자의 능동성에 따라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고려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출처 : 멜론 홈페이지

 

멜론의 경우 사이트 개편을 통해 취향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는 큐레이션 메뉴를 보강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지니뮤직은 인공지능 음악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개인 사용 이력 기반 1:1 맞춤 유사곡 추천, 타임머신 서비스 등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며 점차 개인화되어 가는 시대에 발맞춘 개편 방식으로 2017~2018 2년 간 일간 평균 스트리밍 이용건수가 41.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출처 : 지니뮤직 홈페이지

 

지니뮤직은 인공지능 음악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개인 사용 이력 기반 1:1 맞춤 유사곡 추천, 타임머신 서비스 등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하며 점차 개인화되어 가는 시대에 발맞춘 개편 방식으로 2017~20182년 간 일간 평균 스트리밍 이용건수가 41.8%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기존 음원 사이트들도 차트 의존적이었던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업계 흐름에 비해 정액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음악계와 창작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많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근 10여 년 간 지속적인 수익 구조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는 기존 음악 플랫폼에 지친 창작자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생존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 틱톡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플랫폼들 역시 이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동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 변화와 그 원인 - 음반 시장의 경우

 

 

K-Pop의 하드캐리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음반 시장의 이상 성장은 현재 세계 음반시장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21세기 들어 단 한 번의 반등도 없이 지속적인 감소세에 놓인 전 세계 음반 업계로서는 2015년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회복한 것은 물론, 매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음반 시장의 움직임이 기이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바로 K-Pop시장의 비약적인 성장 덕분입니다.

 

 

 

 

출처 : 방탄소년단 공식 홈페이지

 

방탄소년단 -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출처 : Big Hit Lables 유튜브

 

 

출처 : 엑소 공식 홈페이지

 

엑소 - Tempo     출처 : SM TOWN 유튜브

 

일례로 가온차트의 2018년 통계에 따르면, 20181 1일부터 12 31일까지 집계한 음반 판매량 상위 50개 가운데 49장이 K-Pop 아이돌 가수의 음반이었습니다. 연간 음반 판매량 1위와 2위는 모두 방탄소년단(BTS)이 차지했습니다. 정규 3집 리패키지 음반인 [LOVE YOURSELF ‘Answer’]가 발매 약 4개월 만에 219 7,808장을 판매하며 2018년도 앨범 판매량 1위에 올랐습니다. 이어진 2위이자 정규 3 [LOVE YOURSELF ‘Tear’]는 약 7개월 간 184 9,537장을 판매했습니다. 뒤이어 엑소의 정규 5 [DON’T MESS UP MY TEMPO The 5th Album]가 발매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45 2,030장이 판매되었고, 뒤이어 4위에서 6위까지를 모두 휩쓴 워너원의 경우 3장의 앨범을 통해 20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습니다. 얼핏 보면 어느 정도 비중인지 가늠이 어려운 이 판매량을 점유율로 바꿔보면 숫자가 보다 선명해집니다. 상위 400위권 기준 가수별 앨범 판매량을 점유율로 환산하면 방탄소년단이 22.6%, 워너원이 9.6%, 엑소가 9.3%의 비중입니다. 단 세 그룹의 판매량을 합친 수치가 전체 음반 판매량의 41.5%에 달합니다. 2019년 상황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4년만에 국내 음반 최다 판매량 기록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은 방탄소년단은 [MAP OF THE SOUL : PERSONA] 한 장으로만 총 371 8,230장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워너원의 활동 중단으로 음반 판매량 하락세를 우려한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 빈자리를 세븐틴, 트와이스 등의 그룹이 메우며 지난해에 비해 10% 상승한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방탄소년단은 전작과 OST 앨범을 포함해 한 해 동안 총 6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음반 총 판매량의 상승이 특정 가수의 활동 유무에 따라 달라지고, 최상위권 음반들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현상은 음반이 더 이상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이라는 고전적인 의미가 아닌, 일종의 소장품이나 아티스트 굿즈로서의 역할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충성도가 높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아이돌 팬덤을 상대로 하는 기획사들은 음반에 포함되는 수장에서 수십 장에 이르는 포토카드 등의 MD, 구매량이 많을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팬 사인회 같은 이벤트 등으로 팬들이 음반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다채로운 마케팅 전략을 발휘하는 중입니다. 일례로 아이돌 가수 중 음반을 1종으로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반 커버를 최소 2~4종으로 나눠 제작하는 것은 물론, 내지나 CD 자체의 프린트가 다른 경우도 허다합니다

 

 

 

'뉴트로'가 가져온 호황

 

 

(좌) 빛과 소금 - The Complete Studio Albums /  (우) 마로니에 - 칵테일 사랑     출처 : 서울 레코드 페어 공식 홈페이지

 

(좌) 방탄소년단 - DYNAMITE, 출처 : 위버스샵 / (우) 백예린 - Every letter I sent you, 출처 : 블루바이닐 페이스북

 

한국 대중음악계의 주요 키워드인 뉴트로역시 피지컬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이끈 주요 원인입니다. 덕분에 다양한 피지컬 매체 가운데 가장 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LP 시장입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보관과 관리가 쉬운 CD에 밀려 멸종 위기 취급을 받은 것도 잠시, 뉴트로 붐은 LP 21세기의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불러들였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곳은 2016, 미국과 함께 세계 음악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영국이었습니다. 2016 12, BBC는 자국 내 LP 판매량이 120만 파운드(17 5천만 원)에서 거의 두 배나 늘어난 반면, 음원 다운로드는 440만 파운드(64억 원)에서 절반 이하로 줄었다는 비교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결국 영국은 그 해 25년 만에 최고 LP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91년 이후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임은 물론, LP 음반 총 판매금액이 디지털 음원 판매금액을 넘어선 첫 사례였습니다. 같은 해 국내 음반시장에서도 흡사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터넷 음반·도서 판매업체인 예스24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LP 판매량은 2010 3,838장에서 2015 4 7,148장으로 5년 새 1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출처 : Universal Music Korea 공식 페이스북

 

변화의 바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전 세계 음악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 사운드스캔’이 발표한 2019년 시장 동향 조사서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2019년 한 해 동안 팔린 LP는 총 1,884만 장이었습니다.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래 최대치이며 무려 14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수치였습니다. 영국 역시 2019년 한 해 동안 430만 장의 LP를 판매하며 12년 연속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국내 시장도 세계 흐름에 발맞추고 있는 추세입니다. 김밥레코즈, 도프레코드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LP 구매를 위해 길게 줄을 서는 젊은 소비자들을 보는 것이 드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국내 최초로 음반이 중심이 되는 축제를 표명한 레코드 페어2019년 제9회를 맞이해 역대 최대 규모의 관객과 음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5종의 한정반과 역대 최다 수량인 40여 종의 최초 공개반을 소개한 것은 물론, 이틀에 걸쳐 20회의 공연과 80팀이 넘는 전문 셀러들이 참여하며 음악과 음반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로 공고히 자리매김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음악 시장, 앞으로의 10년

 

 

음악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9년 세계 음악 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가장 뜨거운 아이콘 빌리 아일리시, 릴 나스 엑스, 방탄소년단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Billie Eilish - Ocean Eyes     출처 : Billie Eilish 공식 유튜브

 

사운드 클라우드에 공개한 ‘Ocean Eyes’ 한 곡을 통해 정식으로 레코드 레이블과 계약까지 하게 된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2019년 발표한 데뷔 앨범 [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로 제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신인 등 본상 4개 부문을 모두 휩쓸었습니다.

 

 

 

Lil Nas X - Old Town Road     출처 : Lil Nas X 공식 유튜브

 

릴 나스 엑스(Lil Nas X)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트위터에서 NasMaraj라는 이름으로 니키 미나즈(Nicki Minaj)의 팬 계정을 운영하며 활동을 시작한 그는 2018 12월 사운드 클라우드에 ‘Old Town Road’라는 곡을 올렸고 그 길로 스타가 되었습니다. 이 노래가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Yeehaw Challenge’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그대로 빌보드 차트 진입까지 이루어졌습니다. 2019 4 13일 싱글 차트인 HOT 100 1위를 차지한 뒤 무려 19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2019년 최고의 히트곡이자 빌보드 사상 최장 1위 기록을 갱신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습니다.

 

 

출처 : 방탄소년단 V LIVE

 

'Dynamite' MV Reaction     출처 : BANGTAN TV 유튜브

 

방탄소년단의 경우 트위터와 유튜브를 떼어놓고는 결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2013년 데뷔 이후 한국 대중음악과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를 견인한 것은 이들의 음악을 세계로 알리고 국경을 넘어서 팬들을 결집시킬 새로운 세대의 플랫폼이었습니다. 데뷔 초기부터 유튜브, 브이 라이브 등 각종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자체 제작 콘텐츠를 꾸준히 공개한 이들은 노래와 뮤직비디오, 퍼포먼스로 유입된 팬들을 다양한 서브 콘텐츠를 통해 충성도 높은 팬으로 공고화 시키는 전략을 구사하며 팬덤의 크기를 급속도로 키울 수 있었습니다. 멤버들이 함께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을 중심으로 단합된 국제적 팬덤은 국내외를 막론한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언제 어디서나 화제를 불러 모았습니다.

 

출처 : (좌) SBS KPOP CLASSIC 유튜브 / (중) MBC 옛송TV 유튜브 / (우) KBS KPOP Classic 유튜브

 

방송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탑골 GD'로 불리며 주목받은 양준일     출처 : KBS KPOP Classic 유튜브

 

이외에도 새로운 음악 소비 사례는 다양합니다. 구독자 수가 많은 페이스북의 특정 페이지들을 중심으로 붐업된 노래들이 음원 차트를 역주행해 오랫동안 상위권을 차지하는 모습이나, 1990~2000년대 사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하며 온라인 탑골공원열풍을 불러온 각 지상파 방송사들의 유튜브 채널까지. 이제는 어떤 음악이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사랑 받을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야흐로 음악 소비 춘추전국시대. 음원 사재기, 메이저와 언더그라운드의 불균형 등 아직 산재한 문제들을 뒤로 하고 그래도 나아갈 수밖에 없는 오늘. 이 혼돈의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시대의 흐름을 바라보는 혜안,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 굳건한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가진 힘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음악 산업백서'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