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입니다. MBC 인기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부터, MBC <구해줘! 홈즈>, TV조선 <이사야사> 등이 그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방송에서 재현되는 다양한 집은 단순 주거 공간이라는 의미보다는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데 의의를 가집니다.


 

 

' 기존의 주거 예능과 집의 의미 ' 

 

 

대부분의 사람에게 집은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됩니다. 기본적으로 집이란 예로부터 인간의 출생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생물학적인 영역인 동시에,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익히고 외부 세계를 알아가는 사회적 영역이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집은 모든 사적인 행위들이 벌어지는 일상적 영역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거 공간, 즉 으로 불리는 건축물은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를 갖습니다. 집은 가질 수 있는 물리적인 대상이지만 개인의 경험과 정서가 결부되었을 때는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부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의 노숙자나 집시처럼 거처가 불분명하고 정박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집의 의미는 소유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들에게 물리적 건축물로서의 집을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집에 대한 정서적 경험마저도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 이미지 (좌) tvN <렛미홈>, 출처 tving / (우) JTBC <내 집이 나타났다>, 출처 JTBC

 

이러한 예시는 집이 한편으로는 구체적인 건축물의 형태를 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감정적 기반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집의 감정적인 토대는 대부분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생산됩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가족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질서를 배울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족 구성원들과 감정적으로 교류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애정에 기초하고 있는 가족 관계의 특성상 집은 물리적인 공간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집이라는 단어는 지리적 영역을 넘어서 정서적 영역을 포함합니다.

일상적이고 사적인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한 예능은 한국에서 각광받는 프로그램 소재 중 하나였습니다. 2000년부터 방송되었던 MBC <러브하우스>는 다양한 건축가들이 참석해 일반인의 주택을 개조하여 리모델링하는 대표적인 주거 예능이었는데요. <러브하우스>는 가족을 위한 주거 공간을 쾌적하게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고, 리모델링이 파격적일수록 시청자들에게 큰 만족도를 주었습니다. 이 예능은 이성애(異性愛) 가족 중심의 주거 공간을 전형적으로 재현해낸 셈입니다.

 

▲ 이미지 : MBC <러브하우스>의 실제 프로젝트, 출처 : MBC <러브하우스> 갤러리

 

러브하우스가 종영되고 난 뒤인 2016년에 tvN에서 재시도했던 <렛미홈>이나, JTBC에서 2017년 방영했던 <내 집이 나타났다>도 이러한 주거 예능의 연장선상에 있었습니다. 족을 위한 ‘홈 메이크오버’ 형식의 주거 예능은, 리모델링을 통해 일상의 공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만족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방송에서 재현되는 집이 우리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주거 공간’의 일관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한계점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주거 공간’의 ‘전형성’은 사회적 재생산이 일어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혈연관계의 인간들이 사적인 공간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는 노동 공간의 일부인) 취사 또한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주거 공간 예능들은 대체적으로 침실ㆍ부엌ㆍ화장실 등으로 대표되는 공간을 부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러브하우스>가 시작했던 2000년으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 확실히 주거 공간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이 재현하듯 반드시 ‘이성애 가족’ 중심의 ‘사회적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곳 만은 아닙니다. 1인 주거의 증가뿐만 아니라 다양화된 집의 구성원들이 전면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젠, 집이 더 이상 ‘정박’이나 ‘정착’의 의미만을 뜻하지 않게 됐습니다.


 

 

' 주거 공간의 다양화 MBC <구해줘! 홈즈> TV조선 <이사야사> ' 

 

MBC <구해줘! 홈즈>는 2019년 3월부터 정규 편성된 예능으로 집을 소개해주고 의뢰인에게 매물을 찾아주는 방식의 주거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기존의 주거 예능과 차별되는 지점은, 이미 소유하고 있거나 살고 있던 집에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거 공간으로의 ‘이동’ 즉 ‘이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는 주거 공간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하던 ‘전형적인’ 주거 공간과는 달리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이게 빈집이라고? 없는 게 없는 초!초!초! 풀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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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집은 일관되지 않는 거주 구조를 보여줍니다. <구해줘! 홈즈>에 나오는 의뢰인들은 단순히 집을 소유하는 대상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때그때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집을 원하는 주체로 재현됩니다. 심지어 의뢰인은 연세(일년 치 세를 내고 살아가는 임대방식 <구해줘! 홈즈 6월 16일자-제주도 애월편>)를 구하기도 하고, 언제든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옮길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사적 공간’으로 여겨졌던 집과 공적 공간인 일터가 혼합된 방식의 주거 공간을 원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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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의뢰인들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진 가족과 함께 사는 주거 방식만을 채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혼자 살만한 월세의 집을 구하는 학생, 반려묘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구하는 신혼부부, 작업실과 주거 공간을 분리해 함께 일하고 일상을 영유하려는 친구들, 제주도에서 일 년간 함께 지낼 룸메이트 등이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는 가족이 아니더라도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형태의 구성원들의 범주는 확대되고 있으며, 그것이 일관된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https://tv.naver.com/v/10456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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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해줘! 홈즈>의 주거 공간에서 이전까지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던 ‘가사 공간’ 즉, 부엌이나 세탁실 등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이전까지 가사 노동은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여성에게만 주어진 역할이었으나, 현재 공적 공간으로 대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편의점, 코인 빨래방, 식당가 등과 가까운 집을 원하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대변하고 있는데요. 정착보다는 ‘이동’에 초점을 맞춘 주거 예능뿐만 아니라 집의 의미를 ‘주거’의 밖에서 찾는 프로그램 또한 등장했습니다. 6월에 시작한 TV조선 <이사야사>는 심지어 집을 하나의 매물, 즉 ‘돈’으로 치환합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물리적, 정서적 공간으로서의 ‘집’을 보여주면서도 경제적 가치로서의 집을 전면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 변화하는 집의 장소성 ' 

 

역사적으로 집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나 개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장소로 서술되어왔습니다. 특히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고 의미 있는 기억과 경험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주거 공간은 정주성을 가진 대표적인 장소라 할 수 있는데요. 이푸 투안(Yi-Fu Tuan은, 미국 지리학자) 인간이 집을 포기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집이란 “인간에게 매우 친밀한 장소이며 되돌아갈 안식처이자 모험을 해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특별한 장소, 그리고 돌봄의 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이미지 : MBC <구해줘! 홈즈>, 출처 : MBC 화면 캡처

 

그러나 이러한 집의 의미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이미지의 일부이며,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개별 인간의 주거 행위에 따라 매우 다양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동시에 집은 주거 행위가 탈각되고 경제적 가치로만 잔존할 수도 있습니다. 방송에서 재현되는 다양한 주거행태는 집이 단순히 일관된 공간이 아닌 다양한 삶의 방식과 일상을 담은 장소성을 가진 건축물임을 시사합니다. 주거 또한 변화하는 문화의 일부입니다. 그것이 가족의 범주나 삶의 방식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현재의 주거 예능이 시사하고 있는 바라 할 수 있습니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선임연구원)
이 글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정기간행물 "방송트렌드&인사이트 19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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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