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급성장, 거품이다vs아니다?!

상상발전소/게임 2019. 10. 2. 11: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지난 몇 년간 e스포츠가 산업으로서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거품론’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투자 열기에 비해 e스포츠가 실질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지적들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e스포츠의 태생적 한계가 거품경제에 더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대 의견들도 존재합다. 5G 인터넷이나, 대중의 시청행태 변화 등을 고려했을 때 e스포츠에 엄청난 성장 잠재력이 존재하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대거 몰려드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라는 주장입니다.



e스포츠 산업의 급성장을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들


ⓒ League of Legends


최근 몇 년간 e스포츠는 하나의 산업으로서 그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도타2(Dota2)>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주 종목으로 삼고 있는 e스포츠구단 ‘팀리퀴드(Team Liquid)’는 그 모회사인 악시오매틱(aXiomatic)이 2018년에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5,000만 달러(한화 약 604.8억 원) 이상의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2019년에도 2,150만 달러(한화 약 26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팀리퀴드는 2017년 한 해 대회 상금으로만 1,000만 달러(한화 약 120.9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명문 구단으로 현재 혼다(Honda), 트위치(Twitch), 에일리언웨어(Alienware), 몬스터에너지(Monster Energy) 등 세계적 기업들이 해당 구단의 스폰서로 참여 중입니다.

ⓒⓒ League of Legends. Closing Ceremony | Finals | 2018 World Championship


물론 e스포츠 시장의 급성장을 예고하는 다양한 신호들을 감안하면 이 분야로 자금이 몰리는 것도 일견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CNBC 보도에 따르면 작년 11월 한국에서 진행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쉽 결승전은 유니크 뷰어(unique viewer) 기준으로 1억 명에 육박하는 온라인 시청자 수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해의 미국 슈퍼볼(Super Bowl) 시청자 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e스포츠 거품론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요?

과도한 투자열기를 우려하는 시선들

ⓒ GDC Officail Flickr


지난 2019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행사에서는 다수의 e스포츠 전문가가 거품론을 제기하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당시 현장을 취재한 게임 미디어 코타쿠(Kotaku)에 따르면, e스포츠 전문가 일부2는 ‘폰지사기(Fonzi Scheme)’라는 격한 비유까지 동원하며 현재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나머지 전문가들도 표현의 수위만 다를 뿐 그와 생각이 비슷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GDC에서 거품론을 제기한 다수 전문가들은 특히 e스포츠 업계의 주요 기업들이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한 투자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물론 언젠가는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와 맞먹는 시장을 형성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만을 바라보고 당장 거액을 투자하는 행태는 자연스러운 산업 생태계 성장에 오히려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에서도 e스포츠 구단들의 기업가치가 너무 높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최상위 12개 e스포츠 업체들의 기업가치는 연매출 대비 평균 14배에 달합니다. 이를테면 연매출 2,500만 달러(한화 약 302.3억 원)짜리 업체에 3억 달러(한화 약 3,628억 5,000만 원) 이상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셈입니다. 반면, NBA의 경우는 구단들의 기업가치/연매출 비율이 평균 6.5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포브스는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시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e스포츠 구단 및 리그가 투자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연매출을 보고하게 될 것이라 관측합니다. 그리고 결국 e스포츠 생태계에 몰려들었던 투자금이 일순간에 꺼지는 ‘거품 붕괴(Bubble Pop)’가 발생할 것이라 전망 중입니다.  



e스포츠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시선들


한편, e스포츠의 태생적 한계를 들며 거품론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e스포츠의 태생적 한계는 종목이 특정 기업이 보유한 게임이라는 데 있습니다. 즉, 종목을 보유한 기업의 활동에 따라 해당 e스포츠 리그가 큰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2018년 12월에는 메이저 게임 퍼블리셔인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가 자사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Hereoes of the Storm)>의 글로벌챔피언쉽(HGC) 리그를 돌연 폐지한 사건은 업계에 상당한 파문을 남겼습니다.


2015년 출시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역대 블리자드 게임의 다양한 영웅들이 총출동하는 내용으로 개발 단계에서부터 전 세계 게임 이용자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비슷한 장르의 기존 강자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리그의 폐지 자체는 일반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조치였지만, 문제는 발표 당일까지 리그 관계자들에게조차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았던 블리자드의 태도에 있었습니다. 수십만 달러의 상금을 놓고 실력을 겨루던 프로 선수들은 ‘자고 일어나니 일터가 사라진’ 황당한 사태를 겪어야 했고,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은 특정 사기업의 사업적 판단에 따라 하루아침에 존폐가 갈리게 된 것입니다. 

ⓒ Heoes of the storm, Blizard


이처럼 선수나 팬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업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리그의 지속가능성이 위협 받는 구조는 거품경제 붕괴에 더욱 취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거품론이 대두된 상황에서 기업, 리그, 구단주 등의 e스포츠팀을 운영하는 진영은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투자회수율(ROI)3에 대한 지표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 의해 e스포츠 사업 중단을 종용받는 시나리오를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e스포츠 리그들이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면 결국 산업 전반에 걸쳐 ‘신뢰’에 금이 가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e스포츠 생태계의 붕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e스포츠 거품론에 대한 반대 의견은 어떨까요?

e스포츠가 거품경제에 안전하다는 주장들

2019 전국 장애학생e페스티벌 현장 사진


물론 현재 e스포츠 산업에 거품경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단순히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본래 거품론은 특정 산업이 급성장하게 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마련입니다. 거품론에 대해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일부 종목과 리그에 과도한 투자가 쏠리는 현상을 인정하면서도, 전체 e스포츠 산업에 거품이 발생하고있다는 점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다양한 종목들이 존재하는 e스포츠의 특성상 오히려 거품경제에 더 안전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됩니다. 예컨대, 특정 종목과 리그에 거품경제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시장에는 이를 대체할 새로운 인기 있는 게임들이 계속 종목화(化)되어 게임 팬들을 불러 모을 것이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신규 e스포츠 종목을 투자처로 삼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한편, 벤처캐피털 정보 포털 서비스이자, 뉴스 퍼블리셔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알렉스 빌헬름(Alex Wilhelm) 수석 뉴스 에디터는 e스포츠가 5G 인터넷의 등장, 영상 스트리밍 기술 발전, 젊은 세대 시청자의 행태 변화 등에 있어 정확하게 들어맞는 문화 그 자체임을 강조하며,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설명했습니다. 


TSM Fortnite vs. TSM Leffen (SMASH BROS. CHALLENGE)


그에 따르면, 특히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수익화 수단을 마련하고 있어 조만간 빠른 속도로 투자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ROI를 제공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예컨대, e스포츠 구단 팀 솔로미드(Team SoloMid)를 운영 중인 스위프트 미디어(Swift Media)는 2018년 아수나(Asuna)라는 스타트업을 인수했는데, 해당 스타트업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게임 팬들에게 게임 플레이를 코칭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스위프트 미디어가 향후 팀 솔로미드의 팬들을 대상으로 게임 플레이를 교육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기존 스포츠 산업에서도 아마추어 선수 교육을 사업모델로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e스포츠는 그 대상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게임 팬이므로 시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분석입니다.


그 외 e스포츠 분야가 빠른 속도로 스포츠 베팅4 산업과 결합하고 있다는 점도 현재의 투자 열기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낳게 하고 있는데요. 2018년 미국 대법원은 스포츠 도박 허용 여부를 각 주에 맡기기로 결정하였고, 그러는 동안 e스포츠는 스포츠 베팅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분야로 성장했습니다. 즉, e스포츠 산업은 거품이 낀 것이 아니라 충분히 납득 갈만한 이유로 팽창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팬에 의해 자생적으로 활성화된 e스포츠 종목


Street Fighter 30th Anniversary Collection – Announcement Trailer


한편, e스포츠 리그가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 기업의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지적을 반박하는 실증적 사례도 존재합니다.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 ‘철권(Tekken)’ 시리즈와 같은 대전 격투 게임은 해당 게임의 개발사보다는 두터운 팬 커뮤니티에 의해 e스포츠로 성장했는데요. 심지어 닌텐도에서 2001년에 출시한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Super Smash Bros. Mele)>와 같은 게임은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e스포츠로 성장하여 현재도 e스포츠 종목으로 활용될 정도입니다. 


더욱이 e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와 달리 거대 미디어의 지원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다수의 시청자들은 TV가 아닌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e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유튜브나 트위치를 통해 e스포츠 경기를 만들고 경기 중계 영상을 배포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종목 보유 기업의 판단은 어찌보면 e스포츠 생태계에 그리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게 일각의 주장입니다. 




e스포츠 산업은 당분간도 빠른 속도로 그 규모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거품론에 대한 우려도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현재로서는 e스포츠 산업에 진짜로 거품경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 아니면 단순히 일각의 기우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거품경제의 가능성을 항상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둔다고 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국내 e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해선 비관론적 전망과 의견들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그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모을 때 입니다. 


이 콘텐츠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기 간행물 '글로벌게임산업트렌드 2019년 9+10월호'에 게재된 글을 활용하였습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