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역할을 넘나들다, 게임 속 AI

상상발전소/콘텐츠이슈&인사이트 2019. 1. 23. 17: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인공지능(AI)과 게임은 언뜻 보면 별 관계가 없는 영역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인공지능은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일손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이 보다 나은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돕는다.


인공지능을 가장 앞장서서 도입한 게임 장르는 전략시뮬레이션(RTS)다.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않은 환경에서 나왔던 1990년대 초기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이용자와 컴퓨터가 대결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이 때 컴퓨터를 움직였던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몇 가지 방식 안에서 이용자에 따라 대결할 방법을 고르던 게임 인공지능은 <스타크래프트>(1998)에 와서는 이용자 패턴을 먼저 읽은 후 여러 가지 수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9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블레이드&소울> 토너먼트 월드챔피언십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비무 인공지능’이 프로게이머와의 대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올해 9월 열린 e스포츠 대회 <블레이드&소울> 토너먼트 월드챔피언십에서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엔씨소프트에서 강화학습으로 훈련시킨 인공지능이 프로게이머와 대전하여 승리를 거둔 것이다. 강화학습은 인간이 별도로 명령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공부하며 발전하는 형태다. 2016년 세상을 흔들었던 알파고가 바둑을 배웠던 방식이 일종의 강화학습이다. 


'인공지능'은 인공지능끼리 하는 대전을 통해 프로게이머 수준까지 성장했다. 프로게이머 수준으로 세팅한 반응 속도(0.2~0.3초)에 맞춰 움직이고 다양한 스킬을 구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녔다. 공수 균형, 방어형, 공격형 스타일을 습득한 비무 인공지능은 이 대회에서 각각 유럽, 중국, 한국 프로게이머와 대결을 펼쳐 2승 1패를 기록했다. 대전게임에서 최정상급 실력을 가진 인간의 반응과 전략을 읽어내고 이를 극복한 것이다.


이 사례는 국내 게임사가 보유한 인공지능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을 의미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게임사는 각각 이용자 수준에 맞는 인공지능 캐릭터를 제공할 수 있다. 게임 안에서 적절한 수준의 상대방을 찾아주는 매칭 시스템이 한 차원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샘 알트만 등이 창립한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업 ‘오픈 AI’의 인공지능 또한

게임 ‘도타 2’에서 프로게이머를 1대1 대결에서 꺾는 성과를 보였다.


블리자드는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와 협력해인간과 대결하는 <스타크래프트2> 인공지능을 실험하고 있다. 북미 비영리조직인 오픈 AI (Open AI) 역시 <도타2>에서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대전게임보다 한 단계 복잡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한 전략시뮬레이션(RTS)게임에서 이 시도들이 성과를 거둔다면 인공지능은 물론 게임 경험 발전에도 큰 계기가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사내에서 인공지능끼리 대결하는 간단한 수준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테스트하고 있다.



대전게임이나 전략시뮬레이션에 쓰이는 인공지능이 겉으로 드러난 기술이라면, 게임 제작에 쓰이는 인공지능은 무대 뒤에 숨은 주인공이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모두 인공지능 조직을 따로 갖추고 게임 제작에 적용 가능한 인공지능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지에서 사람 이미지를 인식한 후 이를 이미지로 매핑해 포즈를 구하는 기술(: 덴스포즈)의 예시


인공지능이 가장 활발하게 도입될 분야는 비주얼 분야다. 넷마블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코코 덴 스포즈 챌린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2D 이미지에서 사람 이미지를 인식한 후 이를 3D 이미지로 매핑해 포즈를 구하는 기술(DensePose: 덴스포즈)을 평가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몇 가지 2D 이미지에서 다양한 3D 캐릭터를 생산할 수 있다. 원화가 곧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로 바뀐다고 생각하면 쉽다. 엔씨소프트 역시 AI를 통해 애니메이션 수작업을 줄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AI가 걷기, 뛰기 등 기본적인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하여 직접 그리지 않은 응용동작인 ‘옆으로 구르기’나, ‘좀비처럼 걷기’를 구현하는 식이다. 


넥슨 모바일 게임 ‘듀랑고’는 인공지능에게 게임월드 조정 기능 중 일부를 맡기는 등 인공지능을 폭넓게 적용한 사례다


한편, 넥슨은 올해 초 출시한 모바일게임 <듀랑고>에 인공지능을 폭 넓게 적용했다. 인공지능에 게임월드를 조정하는 기능 일부를 맡겨 운영진의 일손을 줄였다. 공룡 등 선사시대 동식물이 등장하는 이 게임은, 이용자가 지나가는 배경에 상황에 맞게 동식물이 자동으로 생성되도록 만들었다. 무작위로 생성되는 섬의 기후나 환경에 맞게 지형이 만들어지고 풀과 나무가 자란다. 따로 지정하지 않아도 육식동물은 사냥하고, 초식 동물은 이를 피해 다닌다. 배가 부르면 자고, 배가 고프면 사냥이나 채집에 나선다. 넥슨은 <듀랑고>를 통해 게임 내 인공지능 적용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게임 운영은 게임 내 부정행위를 잡고 플레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인공지능은 게임 내 경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기실, 게임 운영은 이미 상용수준 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된 분야이기도 하다.


넥슨의 어뷰징 탐지 팀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을 적용한 ‘욕설 탐지’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은 욕설을 잡아내고 정확도마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 설정한 금칙어와 같은 글자가 발견되면 블라인드 처리하는 일반적 방식은 10분간 욕설 231건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41%가 제재 대상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욕설 탐지기에 같은 게임을 적용하니 10분 동안 246건에 달하는 욕설을 잡아냈다. 이 중 제재 대상은 96%에 달했다. 


이 실험에 활용한 인공지능 역시 강화학습 기반이다. 스스로 언어를 학습하고 문맥 흐름을 읽어서 욕설을 거른다. 예를 들어 금칙어 기반 프로그램은 ‘년’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단어 모두를 잡아내지만, 인공지능은 쓸 수 있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를 구분한다.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일자리’ 문제다. 게임운영이나 제작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은 그동안 사람이 해왔던 작업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의 일을 단언할 수 없기에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일손이 줄어드는 영역도 분명 나타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닮고자 하는 이 새로운 기술은 결국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필수 과정이라는 것이다. 게임 제작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면 게임회사는 그동안 사람이 해 오던 수작업과 반복 작업을 줄일 수 있다. 단순 노동이 줄면 근로자는 더욱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당 분야에서 사람이 맡는 역할이 축소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욕설 탐지 등 운영 부문은 결국 최종 단계에서 사람의 검수를 거쳐야 한다. 정무 판단까지 인공지능에 맡길 배짱 좋은 회사는 없다. 게임 아트 종사자들은 인공지능에 단순 노동을 맡긴 후 새로운 발상, 새로운 컨셉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이는 게임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기자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위기를 맞을 직업군에 항상 꼽힌다. 보도 자료를 올리고 증시 시황을 전달하거나 스포츠 결과를 보도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그러나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실을 취재하여 이를 가공해 기사로 만드는 본질적인 기자의 업무는 여전히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해당한다.


게임 제작은 근본적으로 ‘창의성’에 뿌리를 둔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에 이용자는 열광하기 마련이다. 일하는 사람이 업무의 본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잡다한 업무량을 덜어 주는 것이 인공지능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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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