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자유도를 논하다 - 쌍방향 게임으로 진화하기까지

상상발전소/게임 2011. 9. 27. 13: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새삼스러운 사실이지만 게임은 인간이 설계한대로 맞추어 즐기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인간이 먼저 게임을 이용하긴 하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은 게임 개발자가 의도한 대로 따라가는게 일반적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갖가지 제도에 따라 살아가듯, 게임 유저도 게임내 규칙에 따라 플레이합니다.

가령 퍼즐 게임이라면 '고정된 화면 내에서 화살표 키를 눌러가며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슈팅 게임이라면 '전투기를 조정하여 적을 쏘며 전진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이렇게 옛날 오락실에서 주류를 이루던 목적 중심적이고 단순한 게임은 유저의 행동 범위가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게임 내에서의 유저의 행동 범위를 '자유도'라고 하는데요. 게임이 스포츠의 대결 구도를 충실히 반영했느냐, 아니면 소설이나 영화처럼 예술작품으로써의 성격을 더 중시했느냐, 일방향성 게임이냐 쌍방향성 게임이냐에 따라 자유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  일방향성 게임 : 자유도가 낮음. 주로 일본 게임으로 대표됨.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퍼즐게임, 슈팅게임, 액션게임, 아케이드게임을 비롯하여 일본식 RPG, 육성·연애 시뮬레이션이 있다.

쌍방향성 게임 : 자유도가 높음. 전략 시뮬레이션을 포함하여 건설·경영 시뮬레이션(타이쿤류),

한국에서 유행하는 MMO RPG가 있다. 조연이 따로 없고, 스토리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미국식 RPG 역시 대표적으로 여기에 속한다. 정해진 스토리는 있으나 일방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진 않는다.

 


(다들 해보신적 있으시겠죠?!^^)

 


오락실용 게임은 인터페이스 자체가 매우 단순하므로 굳이 스토리를 신경쓸 필요가 없으며, 당연히 유저가 할 수 있는 것이 적습니다.

 

 과거에 오락실에서 유행했던 게임은 단시간에 즐기고 가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이 단순하고 당연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적었습니다. 스토리가 없는 경우가 많거나 있다 해도 몰라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부터 게임이 단지 단순한 동작으로 스트레스 푸는 용도를 넘어, 하나의 '문화예술 작품'의 성격을 띄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만화의 천국 일본에서부터 두드러졌지요. 게임이 한층 복잡해지고 당연히 유저들이 해야 할 것이 늘어남에 따라, 다양한 '시뮬레이션'이란 새로운 장르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90년대 초반에 '육성 시뮬레이션'과 '연애 시뮬레이션'이 발생하여 매니아층을 형성합니다.

 

 '연애·육성 시뮬레이션'은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날짜 개념이 확실하고, 그날그날 공부, 이동, 일 등 특정 행동을 해야 한다고 지정해 주거나 스케쥴을 짜야 합니다. 능력치(호감도)가 일정 이상이 되거나 특정한 날 특정 장소에 가면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이렇게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물론 '능력치가 어느정도 되어야 특정 이벤트와 엔딩을 볼 수 있다'라는 일종의 목적을 주어 다양한 행동 명령을 시행하게끔 하지만 연애·육성 시뮬레이션의 경우 조작이 매우 단순하고 공간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 자유도가 많이 제한된 느낌입니다. 또한 연애시뮬레이션은 한 캐릭터에 대한 스토리 라인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려면 날짜와 장소를 잘 지켜야 합니다.

 


연애 시뮬레이션에는 수많은 히로인이 존재하나 히로인의 정해진 스토리대로 따라가야하지요.

 

 '연애 시뮬레이션'의 세부 장르인 '비쥬얼 노블'도 있는데, 말 그대로 '눈으로 감상하는 소설'입니다. 게임은 게임인데 육성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스토리만 보여주는 것입니다. 유저가 하는 일이라고는 가끔 어딜 이동하거나 대사를 택하는 정도밖에 없습니다. 스토리를 극대화한 대신 자유도를 최소화한 게임입니다.

 



비쥬얼 노블은 대사를 읽는 데 집중해야 하고 중간중간 대사를 택할 수 있지만, 해피엔딩으로 가는 '모범 답안'이 존재합니다.


일본식 RPG도 마찬가지로 자유도가 낮습니다. 일본식 RPG는 소설을 방불케 할 만큼 스토리가 방대한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육성연애시뮬레이션과 달리 배경이 다양하고 게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이벤트가 발생하는데다 '전투'라는 항목이 있어 게임을 더욱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식 RPG에서는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어느 단계에서 어디를 가지 않으면 스토리가 진행이 되지를 않습니다.



일본식 RPG의 대명사인 파랜드 택틱스(원제 : 파랜드 사가).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극적인 스토리로 인기를 얻었지만 턴제 전투와 자유롭지 못한 이동이 자유도를 굉장히 깎아먹었다는 평이 있지요. ^^;

 

 

일본식 RPG 형식을 따른 국산 RPG. 감동적인 스토리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미국식 RPG도 스토리는 존재합니다만 일본식 RPG에 비하면 자유도가 대단히 높습니다. 일본식 RPG는 전투가 턴제에다가 필드를 이동할 때도 한 번의 클릭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으나 미국식 RPG는 실시간 전투에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법이 정형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일본식 RPG에서는 대화나 전투가 강제적으로 일어나지만, 미국식 RPG는 직접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해야 하고 단발성 퀘스트를 얻어야 합니다. 그 시기는 정해져있지 않습니다.

 



일본식 RPG랑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유도를 지닌 발더스 게이트. 하지만 스토리 역시 훌륭하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에서 만들어진 건설, 경영, 인생 시뮬레이션 또한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날짜 개념이 희박하고,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자원으로 놀이공원이나 도시를 건설하거나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가족들의 인생을 돌봐야 합니다. 이 게임들에서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게임이 종료되나, 목표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심즈'는 한 가정을 정하고 그 구성원들의 삶을 꾸려나가는 방식입니다. 물론 집도 꾸미구요. '심즈'에서는 엔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유원지를 만드는 롤러코스터 타이쿤. 물론 어떻게 만들지는 본인의 자유성이 크게 적용됩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MMORPG가 거의 게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MMORPG는 미국식 RPG에서 형식을 거의 빌어왔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해진 스토리대로 따라가야 하지 않아도 되고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얻고 캐릭터를 단련시키며, 때론 플레이어끼리 서로 공격하기도 합니다. 직업을 바꾸기도 하구요.

 


MMORPG는 게임이 역동적인 데다가 자유도가 높아 온라인 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고차원적 게임일수록 중요시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원작자의 의도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의견도 반영되는 시대입니다. 바로 '소통'을 중시하는 시대가 온 것이지요. 물론 모든 이용자의 의견을 반영할 순 없습니다만 드라마에서부터 책, 영화, 게임에까지 이런 현상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場, 이용자가 신처럼 주인공을 조정하는 게임이니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