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확인할 때, 이어폰을 꽂습니다. 과거에는 문자콘텐츠, 또는 사진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달리, 요즘은 흥미진진한 영상이 가득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면,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꽂은 채 영상을 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도 있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고, 저처럼 '스낵 컬처'라고 불리는 짧은 동영상을 연이어 시청하는 사람들도 있죠. 나날이 커지는 동영상의 힘, 저희 상상발전소 기자단에 동영상 기자님들이 함께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3년 차를 맞이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 인사이트> 역시 '동영상의 힘'에 주목했는데요. 2016년 첫 번째 <콘텐츠 인사이트>의 연사님은 <고담>, <스파르타쿠스> 등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마니아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T. J. Scott 감독님이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주로 활동하는 Scott 감독님의 내한은 사실 처음이 아니라는데요. 감독님은 작년 7월 서울을 방문하여, "판타지 장르 속 캐릭터의 힘과 감각적인 미장센을 통한 연출 기법"이라는 주제로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을 진행해 주신 적이 있었죠. 당시 청중의 반응이 뜨겁자, Scott 감독님은 올해 다시 한 번 내한하여 작년과 다른 주제로 새로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다소 거칠었던 비바람조차 참가자들의 열정을 꺾지 못했던 지난 52일 화요일, 서울 종로구의 cel문화창조벤처단지에서 진행되었던 2016년 첫 번째 <콘텐츠 인사이트>, 그 현장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은 T. J. Scott 감독님이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에서 제작한 TV , <Bitten>, <Longmire>, <Orphan Black>, <Spartacus> 등의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비디오 상영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짧은 시간 상영된 하이라이트 영상만으로도, 강렬한 색채감, 그리고 화면에서 느껴지는 긴박함과 긴장감에 빨려 들어갈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영상이 끝난 후, 열렬한 환호 속에 Scott 감독님이 연단에 올라오셔서, 참석자들을 위한 강연을 진행해 주셨습니다. 이날 Scott 감독님은 본인이 커리어를 쌓기까지의 과정을 구체적인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하고, 에피소드마다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함께 전달해 주셨는데요.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들이기에 한 마디 한 마디가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우선, T. J. Scott 감독님이 어떤 길을 걸어오셨는지, 간략하게 간추려볼까요?

 

사진 1. 열정적인 강연을 주신 T. J. Scott 감독님



캐나다에서 태어나신 Scott 감독님은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영화에 큰 관심이 없으셨지만, '자녀가 자신이 꿈꾸는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교육철학만은 명확하셨다고 해요. 덕분에 감독님은 어린 시절부터 오디션에 응모하며,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단역 배우·조연 배우로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를 특히 좋아하시던 Scott 감독님은 18살이 되던 해, 스턴트맨으로 활동하기 시작하셨는데요. 가장 극한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줄 수 있고, 관객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감독님이 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할 때, 학생으로서 제작했던 영화 역시 스턴트 회사와 함께했다고 하는데요. 그리고 짧은 클립으로 끝나는 당시의 일반적인 스턴트 영상들과는 달리, 짧으면서도 강한 스토리를 넣어서 5분 정도의 분량으로 제작했다고 해요. 그리고 이 영상으로, 현직 관계자들에게 Scott 감독님의 이름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죠.


학창 시절의 성공과는 달리, 10여년 간의 배우 생활 끝에 '감독'이 되기 위해서 처음 연출에 도전한 작품은 처참하게 실패했는데요. 이 영화에는 오로지 액션 장면만이 있을 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는 없었기 때문이죠. 자신의 실패 요인을 깨달은 후, 감독님은 대본 작업에 관련된 여러 책을 독파하고, 글을 여러 번 써보며 '작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이후, 영화제작자 Sam Raimi와 함께 작업한 <Hercules>, <Xena> 등이 성공하면서 Scott 감독님은 본격적으로 '작가-감독(writer-director)'으로 자신을 재정의합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감독님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미지를 좋아하시던 분답게, 감독님이 새롭게 도전한 분야는 바로 '사진'이었는데요. 유명 배우나 음악가 등 예술가들이 욕조에서 포즈를 취하고, 이 모습을 담은 사진집 <In The Tub>은 전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Scott 감독님의 어머니 또한 사진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고 하는데요. 어머니의 유방암 투병 시절을 기억하며, 사진집 판매에서 얻은 수익은 유방암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기부되었다고 합니다. 사진집의 성공으로 인해, 감독님에게는 'Photographer-Director'라는 수식어가 하나 추가되었고, 감독님 스스로도 "나는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다시 한 번 정의하셨다고 해요. 다른 분야에 대한 도전을 겁내지 않는 Scott 감독님, 10년 뒤에 감독님께는 또 어떤 수식어가 붙어있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진 2. 사진공유사이트 Flickr에서 볼 수 있는 T. J. Scott 감독의 <In The Tub> 사진

https://www.flickr.com/photos/tj_scott/sets/72157625670731438/ 에서 T. J. Scott 감독이 작업한 사진을 볼 수 있다.

 


1. 자기 자신을 PR하라.


"우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 그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을 판매할 수 있어야' 해요.

만약 자신의 정체성이 약한 경우에는, 재발견을 통해 다른 정체성을 부여해야죠."


감독님이 말씀하신 '정체성(identity)'에는 자신의 재능, 열정 등 다양한 것들이 포함될 것입니다. 취직을 위한 첫 관문이라고 불리죠? 일명 '자기소개서'로 고민을 거듭하는 취업준비생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자신을 어떤 수식어와 경험으로 홍보해야 하는지, 어떤 장점을 부각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 영화산업에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합니다.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화가 반 고흐는 PR에 능숙하지 못했기에, 생전 8점의 그림만을 판매하며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하는데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한국의 분위기를 감독님도 알고 계셨습니다. 감독님이 태어난 캐나다 역시 한국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그래도 일단 실력을 인정받으면 자신을 드러내더라도 별다른 배척이 없다고 해요. 감독님은 본인이 <캐나다 스크린 어워즈>에서 드라마 부분 최우수상을 받은 경험을 언급하시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PR을 겁내지 말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사진 3. <콘텐츠 인사이트>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2. 계속해서 배워라.


감독님께서는 이야기 도중, "만약 재능이 있고, 그 재능에 대해 자신이 있다면 저에게 직업을 요구하세요. 하지만 직업을 기다리는 동안, 계속해서 더 배워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배움을 멈추지 말라는 뜻이겠죠? 배우 시절, 자신의 촬영 분량이 다 끝나면 분장실로 돌아가던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감독님께서는 항상 세트장에 계셨다고 합니다. 감독님은 세트장의 모든 에너지를 관찰하고 싶어 하셨다는데요. 카메라감독·사진작가·조명감독·연출가·총감독 등 모든 스태프가 개별적으로 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보고, 어떤 방식으로 팀워크를 형성하는지를 관찰하고, 카메라가 씬에 따라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살펴보고, 현재 이 상황이 제작의 어떤 부분에 해당하는지 생각해 보셨다고 해요.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 감독님은 '항상 문 옆에 있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세트장 그 자체가 감독님께는 최적의 배움 장소였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관찰을 통해 습득한 지식은 이후 감독이 되었을 때, 무척이나 유용했다고 해요. 촬영 세트장의 모든 프로세스를 이미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Scott 감독님께서는 참가자들이 당장 오늘부터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연습 방법도 알려주셨는데요. 바로 집에서, 사운드를 꺼 놓은 채 TV나 영화를 보는 것이죠. 이때 중요한 것은, 관객이 아닌 감독 입장에서 영상을 관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장면은 무엇일지 상상해보고, 프레임을 다르게 잡아서 구도를 상상해보고, 이 씬에는 어떤 의도가 표현되었을지, 장면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분석해보는 것이죠. 또한, 관객이 원하는 장면에 대해 계속 고민해야 합니다. 촬영 도중, 한 카메라감독이 Scott 감독님께 어떻게 촬영하는 것이 좋을지 질문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감독님은 구체적인 답을 하는 대신, "당신이 관객이라면 어떤 것이 보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답하셨다고 해요. 영상 제작이란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관객들이 보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니까요.

 

3.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토리'


감독님의 첫 번째 연출작이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기억나시죠? 감독님은 그 무엇보다도 '스토리의 힘'을 강조하셨습니다. 감독님의 강연에 의하면, "좋은 스토리는 캐릭터를 만들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고, 사람들에게 감정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컨셉을 제공한다"고 해요. 스토리와 스토리텔러는 우리의 역사를 바꿔왔고,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스토리는 바로 '이미지'라고 하는데요. 사진 이미지나 영상 이미지는 보편적이고, 해석이 필요 없기 때문이죠. 이미지는 문화권을 초월하여, 전 세계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감독님께서 '비주얼 콘텐츠'를 좋아하고, 끊임없이 탐구하셨던 이유라는데요. 감독님께서는 모두가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인스타그램·아마존 비디오·유튜브·비메오·플리커 등 다양한 SNS를 통해서, 자신의 스토리를 이미지로 공유하기를 권하셨습니다.

 


Scott 감독님의 열정적인 강연이 끝난 후, 연단에는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윤석준 교수님께서 함께하셨습니다. "자기 자신을 PR하라"Scott 감독님의 조언이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교수님께서는 자신을 한 번 더 소개하며 컨퍼런스 룸을 유쾌한 웃음의 장으로 만들어 주셨는데요. 덕분에 한층 더 밝아진 분위기 속에서 2부 토크쇼가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날 토크쇼는 사전에 받은 질문을 바탕으로, "공동창작 시스템", "사전제작 시스템", 그리고 "수익창출 시스템" 이렇게 3가지 키워드로 진행되었는데요. 국과 북미의 영상제작 환경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함께 알아볼까요?

 

사진 4. 강연이 끝난 후, 사전에 접수된 질문을 바탕으로 토크쇼를 진행 중인 윤석준 교수님(왼쪽)T. J. Scott(오른쪽) 감독님

 

1. 공동창작 시스템


Q1. 몇 해 전 방송되었던 SBS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크레딧에는, '크리에이터'라는 직무가 있었어요. 지금은 여러 분야에서 '크리에이터 붐'이 일면서 이 개념이 비교적으로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되던 3~4년 전만 해도 국내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이었죠. '크리에이터'가 어떤 직무일지 상상이 잘 되지 않기도 했고요. 이렇듯, 한국은 여러 명의 크리에이터가 함께하는 '공동창작 시스템'보다는, 메인작가와 보조작가가 함께 하는 '도제식 시스템'이 일반적입니다.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A. 미국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크리에이터'는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파일럿을 함께 만드는 20명 이상의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데요. 이 사람들이 드라마의 초기 설정을 구상하고, 내부 시사회를 진행할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고, 네크워크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그렇게 만들어진 드라마를 판매하는 역할까지 하게 되죠. 파일럿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아서 드라마가 판매되고, 방영이 확정되면 그 다음에 대본을 작성할 작가를 찾습니다. 제가 제작했던 드라마 <오펀 블랙>에는 자신이 복제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또한 복제 자매(clone sister)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요. 이렇게 독특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사람들이 바로 크리에이터입니다. 크리에이터가 기획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에피소드별로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대략적으로 나누어지면 그 다음에는 크리에이터와 작가가 에피소드 하나씩 맡아서, 대본을 다시 쓰는 작업이 이루어지죠.

 

Q2. 드라마 크레딧에는 수십 명의 프로듀서와 감독(director)이 존재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또한, 프로듀서와 감독과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A. 조연출, 공동연출, 총연출 등 정말 다양한 역할의 프로듀서들이 존재하죠. 그리고 모든 프로듀서는 자신의 역할이 정해져 있죠. 대본을 작성하면서, 동시에 촬영장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재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도 있고, 촬영장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듀서도 있고, 또는 대본에 관여하는 프로듀서도 있고, 다양합니다. 그리고 드라마에 대한 총 책임을 지는 사람을, 보통 '쇼러너(showrunner)'라고 부르죠.


여러 명의 감독이 존재하는 이유는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관련이 깊은데요. 한 감독이 촬영하고 있으면, 다른 감독은 다른 씬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촬영을 9일 동안 진행하면, 그다음에는 9일 동안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요. 그동안 촬영할 장소를 물색하고, 캐스팅을 점검하고, 의상 등 소품을 관리하고, 쇼러너와 협업을 하고, 촬영장에 들어가지 않는 감독들 또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죠.

 

2. 사전제작 시스템


Q3. 한국에서 '드라마 사전제작'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과제입니다. 여러 드라마가 사전제작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고, 올해 초 방송되었던 KBS <태양의 후예>가 유일하게 흥행에 성공했는데요. 그 뒤를 이어 여러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드라마는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급박하게 촬영되고, 편집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은 어떤 환경인지 궁금합니다.


A. 사전제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무적으로 탄탄해야 합니다. 북미에 방송되는 모든 TV 시리즈물은, 하나 이상의 전략적 파트너가 존재하는데요. 파트너 덕분에, 모든 TV 쇼는 방송되기 전에 판매되고, 제작비나 기타 비용 등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죠. 그 덕분에 아무리 촉박한 경우라도, 방송되기 최소 두 달 전에는 제작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조금 더 끌어올리는 데에 투자될 수 있죠.


실시간으로 제작되면 시청자들의 의견을 스토리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사전제작이 보편적인 북미에서는 그와 같은 역동성이 발휘되기는 힘듭니다. 대중의 의견 대신에, 제작자와 스태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된다고 봐야죠.

 

Q4. 한국에서는 시청자들의 힘이 강합니다. 시청자 의견이 때로는 스토리의 흐름을 바꿔놓기도 하고, 때로는 캐릭터의 생사를 좌지우지하기도 하죠. 미국에서는 시청자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나요?


A. 사전제작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죠. 물론, 각각의 시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스토리가 수용자에게 휩쓸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작가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고, 다른 스태프도 작가의 아이디어에 집중할 준비가 되어있어요. 시청자 반응을 분석하고, 의견이나 건의사항을 체크하지만, 스토리의 중점적인 부분은 변하지 않습니다.

 

Q5. 방송 1시간 전에 제작이 완료되는 한국의 드라마 제작 현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물론 저는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웃음) 북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제작비도 막대하고, 제작 규모도 크고,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드라마·영화 제작은 개인 작업이 아닌, 팀 작업입니다. 서로 의논해야 하는 부분이 많죠. 또한, 1차 편집이 끝나면 다른 PD들에게, 또는 회사에 보내서 컨펌 과정을 거치는데요. 승인 과정이 무척 오래 걸리고, 재편집을 거쳐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으므로, 한국보다는 더 많은 제작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

 

사진 5. 북미의 드라마 제작 환경을 설명 중이신 T. J. Scott 감독님

 

3. 수익창출 시스템


Q6. 드라마와 광고, 어떻게 보면 예술과 상업의 결합이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요. 한국은 요즘 'PPL' 논란이 한창입니다. 미국에서는 PPL이 어떻게 활용되나요?


A. 5년 전에는 PPL이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PD'PPL이 프로그램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PPL 제품으로 장면을 만들어야 하고, 관련 대사를 넣어야 하는 등 여러 제약이 많기 때문이죠. 한 회사가 PPL을 제안하면,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 제품은 사용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제작하면서 신경 쓸 부분도 더 많아지고요. 그런데 이렇게 억지로 PPL과 관련된 내용을 엮어가면,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엄밀히 따져보면, PPL로 충당되는 비용은 제작비의 일부분에 불과했고요. 제작자도 불편하고, 관객도 불편해하는데 굳이 안고 가야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이런 이유로 인하여, 5년 전에 비하면 북미에서의 PPL은 정말 많이 줄어들었어요.


토크쇼 말미참가자 한 분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부담감은 없냐"고 질문하셨는데요이에 대해 Scott 감독님께서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해요하지만 저에게는 배우지 않고새로운 것을 하지 않는 그 순간이 불안이고 스트레스입니다다음 단계를 끊임없이 밟아가야 하고계속해서 진화해야 합니다그래야 '살아 숨 쉰다'는 것이 느껴져요"라고 답변하셨습니다또한현재 작업 중인 웹 드라마 <Teenagers>를 소개하며 이번 시리즈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하셨는데요매 순간,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고민하고 생각하는 감독님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Scott 감독님이 진행한 5월의 <콘텐츠 인사이트>는 높은 관심 속에 신청사이트를 오픈한 지 두 시간 만에 마감되었다고 하는데요신청을 놓치신 분들또는 감독님의 강연을 한 번 더 듣고 싶어 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이번 <콘텐츠 인사이트>는 영상으로 제작되어 한국콘텐츠아카데미 홈페이지 http://edu.kocca.kr에 업로드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이 사이트에서는 Scott 감독님이 작년에 진행하신 "판타지 장르 속 캐릭터의 힘과 감각적인 미장센을 통한 연출 기법강의도 볼 수 있으니관심 있는 분들은 체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6월의 <콘텐츠 인사이트>는 "세계인과 소통하는 1인 창작자와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본인의 성공 노하우를 쏙쏙 전수해 주실 연사님은 과연 어떤 분일지기다림이 즐겁습니다.

 

▲ 사진 6. 2016 <콘텐츠 인사이트진행 계획 


사진 출처

표지사진, 사진 1, 3, 4, 5. 한국콘텐츠진흥원 산학혁신팀 제공

사진 2. T. J. Scott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tj_scott/sets/72157625670731438/)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