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시대 속 밝은 별이 되어 남은 시인, 윤동주

상상발전소/KOCCA 다락방 2016. 2. 19. 10:3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서시>


2016년, 올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입니다. 우리가 윤동주 시인과 그의 시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민족의 아픈 상처와 한을 대변하는 그의 시를 아주 어릴 때부터 읽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 또한 중, 고등학생 때 <자화상>, <참회록>, <십자가>, <쉽게 씌어진 시> 등의 시를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많은 시를 해석하며 우리는 일제 탄압의 암흑 속에서 신음했던 시인의 마음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상상이 아련한 기억이 되어 우리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그리고 서거 71주기를 맞이하여 영화 <동주>를 통해 시인의 삶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문학을 사랑한 시인이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아동 잡지를 읽는 등 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고 하는데요. 13살 어린 나이에 고종사촌인 송몽규와 함께 <새 명동>이라는 문예지를 만들어 동요와 동시 등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사진1. 연희전문학교 졸업사진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커갈수록 그의 문학에 대한 열망은 더욱 고조되어 갔고, 그는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해 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며 자신의 시 19편을 묶어 만든 시집이 바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인데요. 이 자선 시집은 당시에는 출간하지 못했지만, 이후 유고 시집으로 간행되어 현재 우리 곁에 머물게 됩니다. 


윤동주 시인은 또한 부끄러움을 노래한 시인이었습니다. 그의 시에는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며 느낀 시인의 좌절감과 고뇌, 그리고 시대적 아픔이 모두 담겨있는데요. 특히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일본 유학을 준비하며 썼던 <참회록>에는 그가 겪었던 고민과 부끄러움이 배어있습니다. 당시 윤동주 시인은 일본에 가기 위해서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는 이른바 창씨 개명을 해야 했고, 그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이다지도 욕될까 /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는가”라고 표현하며 부끄러워했던 것이죠.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의 시, 이전에 윤동주의 삶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삶을 왜 TV나 영화에서 본 적이 없었는지에 대한 이준익 감독의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죽어서야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윤동주의 삶을 그려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스물일곱, 인생의 가장 강렬했던 시기에 세상을 떠난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또,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시를 썼으며, 그의 시는 어떻게 우리의 곁에 남았을까요?


▲사진2. 영화 <동주>


영화 <동주>에는 ‘동주’, 그리고 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몽규’가 등장합니다. 둘은 한집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입니다. 시인을 꿈꾸는 청년 동주와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는 청년 몽규는 둘도 없는 친구지만, 시대를 아파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고,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영화는 한집에서 나고 자라 죽음까지 함께 했던 미완의 청춘, 동주와 몽규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윤동주와 송몽규는 각각 70년 전 일제강점기라는 암흑기를 살다간 시인과 독립운동가이지만, 영화 속 동주와 몽규는 누구에게나 그렇듯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살았던 평범한 청년이자,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는 보통의 인간으로 그려집니다. 


▲사진3. 영화 <동주>


흑백 영상으로 촬영하고, 윤동주 시인의 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들려주는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은 영화 <동주>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흑백 사진으로만 봐오던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 운동가의 모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흑백 화면을 선택했다.”고 전한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흑백 영상은 관객이 영화 속 동주와 몽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하는데요. 또한, 배우 강하늘의 담백한 목소리가 덧입혀진 윤동주 시인의 시는 영화 속 ‘동주’의 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들과 맞물리며 큰 감동을 줍니다. <서시>를 낭송할 때 첫 구절인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는 배우 강하늘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정말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70년 전과 지금의 시대는 하늘과 땅 차이겠지만, 지금도 70년 전의 동주와 몽규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에 아파하고 좌절하는 청춘은 여전합니다. 우리와 다름없이 수많은 번뇌와 아픔을 겪었던 <동주>의 이야기는 그런 청춘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4. 윤동주 시인과 절친한 친구였던 정병욱


1942년 송몽규와 함께 일본으로 유학 간 윤동주 시인은 다음 해 7월에 ‘교토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에 연루되어 갑자기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견디기 어려운 옥고를 겪다가 1945년 2월 16일 짧은 생애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함께 체포되었던 송몽규 또한 그 뒤를 이어 옥사했다고 하는데요. 그들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비극이었고, 아픔이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이야말로 시대적 아픔을 시에 오롯이 새긴 시인이었을 것입니다. 우리 말 사용을 금했던 일제강점기 시기에 그는 끝까지 한글로 시를 썼고, 그 속에는 순수했던 청춘의 열정과 번뇌가 담겨 있으며 시대를 아파한 시인의 부끄러움이 배어있습니다. 시인은 깜깜한 암흑의 시기에 끝없는 자기반성과 부끄러움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지만, 그 안에서 피어난 시는 아름답게 남아 우리 곁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넘치는 시대, 한 번쯤 윤동주 시인의 삶을 돌아보고 그의 시를 되뇌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 출처

-표지, 사진1, 4. 윤동주기념사업회 홈페이지

-사진2, 3. 메가박스(주)플러스엠 페이스북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