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인디씬, 우리 곁을 떠난 밴드와 공연장을 추억하다

상상발전소/음악 패션 공연 2015. 12. 31.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2015년, 한국 인디씬에서는 의미가 깊은 해였습니다. 1995년 홍대 라이브클럽 드럭에서는 너바나의 멤버 커트코베인 사망 1주기 추모 공연이 열렸는데요. 인디씬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이 순간을 기점으로, 2015년에 인디 2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죠. 장장 다섯 개월 동안 열리는 <인디 20th Anniversary 'Restart'> 공연이 기획되고, 기념 CD와 LP <인디 20>이 발매되고, 서적 <골든 인디 컬렉션> 출판되는 등 20주년을 기념하는 많은 움직임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20주년을 맞이한 2015년이 인디음악 팬들에게는 마냥 기쁜 해만은 아니었다는데요. 희망찬 움직임과는 별도로, 예상치 못했던 많은 상실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죠. 올 한 해, 여러 밴드가 활동 중지나 해체를 선언하고, 오랜 시간 함께 했던 공연장까지 문을 닫으며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오늘 이 자리에서는, 우리 곁을 떠난 밴드와 공연장을 되짚어보며, 그들을 다시 한 번 추억하고자 합니다.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록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의 보컬, 반 씨가 휴가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브로큰 발렌타인은 2011년, KBS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TOP 밴드 1>에 참가하면서 강렬한 사운드, 탄탄한 연주력과 시원시원한 보컬로 널리 알려진 팀인데요. 이후 전국 각지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여러 차례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더 많은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보컬 반 씨는 MBC <나는 가수다 3>에서 소찬휘 씨와 함께 듀엣 무대 <어떤 이의 꿈>을 열창하며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요.


올해 5월 기타리스트 변G 씨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브로큰 발렌타인은 여름·가을에 개최될 각종 공연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 번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는데요. 기대를 한몸에 받던 시기에 전해진 반 씨의 부고 소식은, 수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반 씨의 사고사 소식이 전해진 날로부터 닷새 후, 광주 MBC <문화콘서트 난장>은 "브로큰 발렌타인 보컬 반 추모 특집"을 긴급 편성했는데요. 그동안 난장에서 녹화했던 브로큰 발렌타인의 공연 영상들을 재편집해서 방송하면서, 반 씨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뜻을 전했습니다.


▲ 영상 1. 브로큰 발렌타인의 <알루미늄> 라이브 영상


돌연 활동 중지를 선언한 밴드도 있었습니다. 한국 펑크씬의 돌풍, 옐로우 몬스터즈는 2010년에 결성된 이후 공연을 잠시도 쉬지 않았는데요.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일 때도, 클럽 공연이나 록 페스티벌 출연을 끊임없이 이어가며 탄탄한 팬층을 확보했었죠. 모든 것을 불사르는 듯 폭발적인 에너지 덕분에,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밴드로 각광받으며 각종 록 페스티벌 출연 1순위로 떠올랐던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는, 지난 여름에 개최되었던 부산록페스티벌을 마지막으로 휴식 시간을 갖겠다고 공지했습니다. 누구보다 빡빡한 공연 스케줄을 자랑하던 밴드였던 만큼, 갑자기 공지된 소식에 놀라는 팬들이 많았는데요. 이들은 옐로우 몬스터즈의 마지막 단독공연 <LAST>를 비롯한 여름 록 페스티벌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적인 시간을 보내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모든 스케줄이 끝난 이후, 드러머 최재혁 씨는 잠비나이에 합류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또한 보컬 이용원 씨 역시 솔로 프로젝트를 예고한 상태인데요. 2016년에는 어떤 음악이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물론, 옐로우 몬스터즈의 라이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를 더 이상 즐기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쉽지만요.


▲ 영상 2.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가 2015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모습



▲ 사진 1. 2015년 10월에 진행되었던 <바다비, 잠시만 안녕> 공연 포스터


'바다 속에 내리는 비', 살롱 바다비는 현재 활동 중인 수많은 인디 밴드들에게 매우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무려 11여 년에 달하는 긴 세월 동안, 밴드 활동을 시작했던 곳이기 때문이죠. 신인 뮤지션에게 무에 설 기회를 폭넓게 제공하면서 '밴드 인큐베이터'라는 별명이 붙은 홍대 살롱 바다비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을 꿈꾸면서, 수익성은 목표로 하지 않았는데요. 그 때문에 여러 차례 폐업 위기가 닥치기도 했지만, 이 때마다 팬들과 뮤지션은 힘을 합쳐 이 소중한 공간을 지켜냈습니다. 2006년 겨울,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폐업 위기에 처했을 때는 인디 밴드 70여 팀이 바디비를 살리자는 취지의 자선 공연 <살리고 살리고>를 진행했고요. 2011년 바다비 사장님의 건강 악화와 더불어 다시 한 번 위기가 다가오자, 140여개 팀이 모여 11일간 <바다비 네버다이>라는 이름의 자선 공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8개의 라이브클럽이 무료 대관으로 자선 공연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밴드들 역시 자발적으로 나섰던 <바다비 네버다이>는 홍대 인디씬의 훈훈한 미담이 되었는데요.


이렇듯 팬들과 뮤지션이 힘을 합쳐 지켜오던 살롱 바다비는 결국 운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015년 10월, 5일간 진행된 <바다비, 잠시만 안녕> 기획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여러 차례 위기를 함께 헤쳐왔기에, 사람들의 상실감 역시 컸는데요. 마지막으로 열렸던 <바다비, 잠시만 안녕> 공연에서는 40여 팀의 뮤지션, 그리고 팬들이 함께하며 다시 돌아올 바다비를 기약했습니다. 또한, 바다비를 운영하는 사장님 역시 함께 해 준 관객과 뮤지션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대안을 꼭 찾아보겠다며 희망을 다졌는데요. 더이상 받아볼 수 없는 금주의 바다비 공연 소식이 아쉽고, 홍대 밖으로 밀려나는 '홍대 인디 밴드'와 '홍대 라이브 클럽'의 현실이 씁쓸하면서도, 여전히 희망을 간직한 채 다음을 기약했던 마지막 공연 순간은 무척이나 훈훈했습니다.


예고 없이, 어느날 갑자기 전해지는 안타까운 소식들. 희망찼던 연초와는 달리,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밴드를 떠나보내며, 또는 공연장을 떠나보내며 크나큰 상실감을 경험해야 했는데요. 다가오는 2016년 새해는 안타까운 소식 없이, 기분 좋은 소식들로만 가득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다시 한 번 가져봅니다. 이왕이면, 올해 아쉬운 소식을 전했던 밴드와 공연장이 다시 돌아온다는 기쁜 소식도 함께요. 


ⓒ 사진, 영상 출처

표지사진. 페이스북  부산록페스티벌

영상 1. Youtube 채널  RealLive! 문화콘서트 난장

영상 2. Youtube 채널  PENTAPORT ROCK

사진 1. 다음 카페  살롱 바다비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