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부터 23일, 코엑스에서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 & 페스티벌(K'story awards & festival)이 열렸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한 이번 행사는 스토리 공모대전 시상식과 더불어 스토리 마켓, 그리고 컨퍼런스가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23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컨퍼런스는 ‘스토리의 미래 - 더 커진 아시아, 어떤 스토리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방송 스토리, 영화 스토리 두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요. 국내외 스토리 발굴사례와 콘텐츠 제작사례를 바탕으로 이야기 산업 전망과 트렌드를 논의하는 자리였기에 현실적이고 깊이 있는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뜨거웠던 컨퍼런스 현장, 상상발전소에서 전해드립니다.



사진 1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 & 페스티벌 컨퍼런스 방송 스토리 세션 패널 소개


첫 번째 방송 스토리 세션에서는 JTBC 드라마국의 송원섭 CP의 진행 아래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육룡이 나르샤> 제작에 참여했던 뿌리깊은나무들의 윤신애 부사장과 <별에서 온 그대>, <펀치>, <용팔이>에 참여했던 HB 엔터테인먼트의 김연성 이사, 그리고 <미생 프리퀄>과 웹 드라마 <출출한 여자>, <대세는 백합>을 제작한 기린제작사의 박관수 대표가 함께해 우리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만들어낸 이들이기에 가장 최근 작품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히트작의 비결에 대한 질문이 가장 첫 번째로 등장했습니다. 


사진 2 뿌리깊은나무들에서 제작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Q.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다들 재미있게 보고 계실 텐데요. 주인공 위주로 전개되는 기존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육룡이 나르샤>는 여섯 명의 주인공이 동등하게 나오고 있어 낯설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이런 전개방식은 어떻게 의도되었나요?


윤신애 부사장 : <육룡이 나르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님들이 실존인물과 실존인물이 아닌 인물의 결합에 대해 의도하신 것 같아요.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고자 하신 것이죠. 사실 저도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 걱정이 앞섰고, 많은 이들의 걱정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 부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Q. 한국 드라마와 해외 드라마의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실시간 반응 유입인데요. <육룡이 나르샤>속 ‘길태미’ 캐릭터에 대한 실시간 반응이 아주 뜨거웠죠. 길태미 캐릭터가 이렇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하셨나요? 그리고 길태미를 좀 더 살려두고 싶은 유혹은 없었나요?


윤신애 부사장 : 워낙 (길태미 역을 맡은) 박혁권 씨가 연기를 잘하시니까 예상은 했지만, 혹시나 사극에서 화장이 과하다 하지는 않으실까 걱정도 했었어요. 길태미 캐릭터가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저희도 정말 감사하지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인물이 있는 내용이기에 계속 등장시키기는 힘들었습니다. 


사진 3 HB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용팔이>


Q. <용팔이>의 주인공인 ‘용팔이’ 캐릭터도 인상 깊었는데요. 기존 메디컬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의사 캐릭터와 달리 욕망에 솔직하고 충실한 캐릭터였죠. 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김연성 이사 : 작가님이 처음 기획안을 주셨을 때, 우선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죠. 이어 캐릭터 소개 두 페이지를 보고 또 놀랐어요. 여태 보여준 의사의 모습보다 돈이나 명예에 대한 욕망을 실질적으로 내비치는 의사 캐릭터였죠. 작가님이 뿌리가 되는 캐릭터를 잘 잡아주셔서 저희는 옆에서 관련 사례를 많이 연구했습니다.


Q. <용팔이>의 흥행을 통해 세상의 흐름이 결국 ‘용팔이’ 같은 캐릭터를 향해 가고 있지 않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점점 자기 본심에 가까운 캐릭터를 갈망하는 것 같아요. 이런 <용팔이>의 해외 성과는 어땠나요?


김연성 이사 : 한국콘텐츠진흥원을 통해 <용팔이>로 미국에 다녀왔는데 미국에 이미 비슷한 드라마가 방영된 적이 있더라고요. 대신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미국 제작사가 아시아 드라마, 한국 드라마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우리가 한국 드라마의 정형화된 법칙이라고 생각하는 러브 스토리도 그들은 높게 평가하고요. 이번 일로 해외시장을 목표로 한 스토리 개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네요. 참고로 <용팔이>는 현재 소니 픽처스와 함께 러시아 리메이크를 기획 중입니다. 


Q. 그렇다면 <육룡이 나르샤>, <용팔이> 등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드라마. 이런 히트작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윤신애 부사장 : 드라마가 성공하는 비결은 좋은 글이죠. 사실 드라마 제작은 실제로 보시는 것보다 준비과정이 오래 걸려요. <육룡이 나르샤>도 작가님이 기존 콘셉트를 바꾸시고 다시 준비하는 걸 반복해 2년 정도 걸렸어요. 김영현 작가님, 박상연 작가님 같은 베테랑 작가님들조차도 이렇게 고심 끝에 작품을 만드시고요. 이처럼 오랜 준비 기간과 함께 극의 기본을 이루는 탄탄한 대본이 히트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김연성 이사 : <용팔이> 방송 후 저희가 느꼈던 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드라마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사랑, 막장 등 일반적인 드라마 속에 항상 등장했던 요소가 꼭 있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신선한 캐릭터 간의 싸움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라는 걸 <용팔이>를 통해 느꼈죠. 분량이나 촬영에 쫓기다 보니 이 매력을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캐릭터들이 살아 숨 쉬는 드라마가 히트의 비결이 아닐까 해요.


사진 4 기린제작사에서 제작한 웹 드라마 <출출한 여자>


Q. 수없이 많은 웹 드라마가 오늘도 네이버에 걸리고 있는데요. 수많은 웹 드라마 중 기린제작사에서 만든 웹 드라마는 어떻게 다른가요?


박관수 대표 : 작년 네이버를 통해 공개된 웹 드라마가 21개라고 해요. 올해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지만 50편 정도 된다고 하고요. 더군다나 올해는 천만 재생수를 넘는 작품도 있어요.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처럼 아이돌이 출연한 웹 드라마죠. 

그런 어마어마한 재생 수와 비교하면 저희 웹 드라마는 미약하죠. 하지만 팬덤 기반 웹 드라마가 공개 완료 이후 재생수가 크게 늘지 않는 것과 달리 저희 웹 드라마는 캐릭터 기반의 이야기를 통해 지속적인 시청과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웹 드라마들이 단막극을 10분 내외로 쪼개 선보이는 것과 달리 저희는 하나의 에피소드에 기승전결을 담는 방식으로 웹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한 편의 웹 드라마에 가장 적정한 길이는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궁금한데요.


박관수 대표 : 최근 KT 경제경영연구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대들이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3시간 44분이라고 해요. 대부분의 자투리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하는데 이 시간에 보기에는 10분도 사실 부담스럽죠. 그래서 이번 <대세는 백합>은 3~4분으로 줄여봤고요. 그러다 보니 짧아지는 분량 안에 어떻게 이야기를 담아낼까 고민도 하게 되었고 웹 드라마만의 서사 방식의 변화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 웹 드라마에서 흥할 수 있는 장르에 대한 고민 역시 이어질 것 같아요.


박관수 대표 : 지금 웹 드라마 흐름을 보면 대부분 로맨스에요. 20~30대 여성이 주로 시청하다 보니 로맨스가 많은데, 한편으로는 여러 새로운 장르의 시도도 늘고 있어요. 저희도 이번에 <대세는 백합>을 통해 여자-여자 간의 로맨스를 다뤄보기도 했고요. 웹 드라마의 소재 차별화에 대한 노력은 2016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봐요. 



이어 새로운 스토리 발굴과 개발을 위한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드라마 속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중심이 ‘작가’ 인만큼 드라마 작가, 그중에서도 신인 작가의 데뷔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사진 5 컨퍼런스 현장. 왼쪽부터 송원섭 CP, 윤신애 부사장, 김연성 이사, 박관수 대표


Q. 미국 프로야구는 새로운 선수를 ‘선발’하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새로운 선수를 ‘육성’한다고 합니다. 미국은 선수자원이 많아서 선수를 뽑아 쓰면 되는 것이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선수가 부족하여 선수 하나를 가르친다고 하는데요. 현재 아시아의 선두에 서 있는 우리 드라마, 몇몇 천재적인 작가들의 활동보다 지속적인 스토리 개발이 이루어지기 위해 프로듀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윤신애 부사장 : 스토리 개발과 관련해 가장 어려운 일은 신인 작가를 등용시키는 일이죠. 신인 작가의 등용은 아직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에요. 그렇지만 프로듀서가 해야 하는 일은 이제 연출진을 개발하는 일보다 작가를 개발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희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완전 신인인 작가와의 작업보다 주로 영화 작가와의 작업이 많았습니다.


김연성 이사 : 제작사에서는 기획, 제작, 마케팅 프로듀서가 나뉘어 있어요. 기획안을 받고 나면 기획 쪽에서는 방송국과 편성에 대해, 제작 쪽에서는 제작비에 대해, 마케팅 쪽에서는 PPL과 더불어 해외 판매나 부가산업(OSMU) 대해 고민하고 함께 회의하죠. 저희는 신인 육성과 관련해서는 신인육성기획팀이 따로 있고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 작가 육성 산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해요. 제작사도 새로운 작가를 육성해야 할 책임이 있기에 저희는 신인 작가와 기성작가의 조합을 맞추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신인 작가의 참신함과 기성 작가의 탄탄함으로 공동 집필 체계를 구축해 나가려고 하는 것이죠.


박관수 대표 : 웹 드라마는 아직 투자 제작 시스템이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지원 사업에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동안 기업체가 웹 드라마를 제작하고 싶어 할 때 저희 측에서 내용을 제안해주는 방식으로 제작한 경우가 많았죠. 이를테면 <모모살롱>이라는 웹 드라마는 G마켓의 요청을 받아서 전자상거래 이미지 개선이라는 내용을 제안해 만들어졌고요. 저희는 작가가 곧 감독인 작품도 있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시나리오 작가도 있어요. 그렇지만 웹 드라마 투자 제작 시스템 상황 상 신인 작가의 좋은 스토리를 웹 드라마로 만들 기회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번 세션의 마지막은 다가올 2016년에 어떤 스토리가 사랑받을까 하는 질문으로 마무리되었는데요. 패널 모두 ‘무릎 팍 도사’가 아니기에 알 수가 없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한편, 각자 나름대로 2016년 이야기 산업 전망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Q. 사람들은 왜 스토리를 좋아할까, 아마 모든 스토리가 사랑받는 시작은 현실에 대한 불만으로부터 나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다가올 2016년에는 어떤 스토리가 트렌드가 될까요?


윤신애 부사장 : 저는 딱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하나는 멜로인데요. 그게 로맨틱이든 아니든 간에 멋진 캐릭터는 기본으로 등장해야 하고요. 거기에 어떤 독특한 설정을 더해 풀어나가느냐 하는 점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많이 이야기되었으면 하는 것은 <응답하라 1988>이나 <미생> 같은 휴머니즘이에요.


김연성 이사 : 내년도 그리 밝지 않은 세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웃음) 그래서 시청자들이 그저 보면서 웃을 수 있고, 잊을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드라마를 해보고 싶고요. <용팔이>나 <펀치>처럼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도 하고 싶네요. 사실 내년 트렌드를 다 알면 얼마나 좋을까요. 시청자들이 원하는 작품으로 찾아가는 게 트렌드가 아닐까 합니다.


박관수 대표 : 지금까지 방송사와 협업해 만들어진 웹 드라마가 많았는데요. 주로 마이너한 채널, 마이너한 편성으로 방송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내년에는 큰 방송사, 영향력 있는 편성으로 웹과 동시 공개하는 드라마가 많아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웹 드라마 장르의 다변화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6 패널에게 질문하는 참가자


개성 넘치는 캐릭터, 새로운 장르, 독특한 소재로 구성된 탄탄한 이야기의 필요성과 더불어 점점 커지는 웹 드라마 시장과 우리 드라마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던 세션인데요. 세 패널의 말을 통해 무엇보다도 콘텐츠를 즐기고 소비할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것이 최우선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어지는 영화 스토리 세션의 내용도 상상발전소에서 이어집니다.


ⓒ 사진 출처

표지 사진 직접 촬영

사진 1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 & 페스티벌 홈페이지

사진 2 SBS <육룡이 나르샤> 공식 홈페이지

사진 3 SBS <용팔이> 공식 홈페이지

사진 4 <출출한 여자> 공식 트위터

사진 5-6 직접 촬영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