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혹은 지하철역에서 덩그러니 놓인 책 한 권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책을 발견하게 된다면 한 번쯤 책장을 들춰보세요. 그 순간 당신은 '북크로싱(book-crossing)'을 시작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직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단어, 북크로싱. 하지만 9월 방영을 시작한 tvN <비밀독서단>에서는 매회 한 권의 책을 정해 '북크로싱' 운동을 진행하고 있고,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도 이 운동을 진행 중입니다. 이렇듯,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크로싱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북크로싱(book-crossing)이란 책을 읽은 후 그것을 공공장소에 놓아두면, 그것을 습득한 사람 역시 책을 읽고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운동입니다. 즉, 책 돌려보기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책과 함께 북크로싱 메시지를 적어 일정한 장소에 두면, 다음 사람이 그를 읽고 나서 또 다른 곳에 두고, 그다음 사람이 그 책을 읽고 나서 다른 장소에 두고.... 이렇게 반복되면서, 많은 사람이 책의 여행에 함께하며 그를 돌려 읽게 되는 것입니다.


▲ 사진 1 론 혼베이커가 만든 북크로싱 사이트


북크로싱은 한 소프트웨어 운영자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자신의 책장에 박혀 있던 책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그를 돌려 읽으며 전국적으로, 아니 전 세계적으로 독서를 활성화 시키고자 했던 것입니다. 이를 시작한 미국인 론 혼베이커가 만든 사이트 www.bookcrossing.com에서는 북크로싱에 참여 중인 책에 고유번호(BookCrossingID.BCID)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습득한 사람이 그를 인터넷에 등록함으로써 책이 어떤 곳에서 읽히고 있는지 추적할 수도 있는데요. 책의 여행에는 제한이 없기에, 한 나라에서 출발한 책이 다른 외국으로 보내져 전 세계를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돛단책', '프리유어북', '북모임' 등에서 북크로싱 운동이 많은 호응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의 북크로싱 운동의 성공에 고무되어 ‘돛단책’이 처음 생겨난 2004년에는 이 운동이 특히 상당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많은 관심을 받았던 북크로싱은 한국에 도입된 지 고작 1년 만에 좌절되고 맙니다. 한국 최초의 북크로싱 사이트인 '돛단책'에서 책의 최대 회전율은 고작 3회에 그쳤습니다. 즉, 많은 책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 쏟아졌지만, 유입만 있고 회전은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북크로싱 운동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에서 나왔습니다. 습득하고 나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전해주고, 그렇게 책이 날개를 달고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데에 북크로싱의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책을 습득한 사람들이 다시 자신의 책장에 그를 콕, 박아 버린 것입니다.


▲ 사진 2 매회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북크로싱을 진행하는 비밀독서단


이렇게 10년 전 안타까운 흥망성쇠를 겪은 북크로싱. 하지만 최근, tvN <비밀독서단>에서 한 주에 한 권씩을 정해 사람들 사이로 돌리는 북크로싱 운동을 진행하면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즈음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올해, 영덕 공공도서관에서는 '책 읽는 영덕 만들기' 사업으로 북크로싱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의 손에서 가정으로, 학교로, 직장으로 이어지며 영덕시 전체에 책 읽는 분위기가 흐르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인천 관산도서관에서는 북크로싱 운동을 바탕으로 함께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도 추진하고 있는데요. 여러 지역 도서관뿐 아니라 점점 독서 문화가 정착되어 가는 공군 내에서도 북크로싱 운동(돛단책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군 남부전투사령부에서는 부대 내 북카페에 책을 비치하고, 그를 자유롭게 가져가 읽고 반납하거나 공공장소에 두어 다른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사진 3 문학동네에서 진행하는 북크로싱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도 한 달의 기한으로 릴레이 형식의 북크로싱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문학동네의 경우, 책을 구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는 지역, 단체, 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달간 책을 빌려주고 회수해 다시 다른 곳으로 보내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청한 단체에 세계문학전집, 한국문학전집 등을 보내주면 그곳에서 지역 독자들이 책을 자유롭게 읽고, 약속한 날까지 다시 책을 돌려주는 형태인데요. 이때 약속한 날에 책이 모두 회수된다면 책을 20권 그 단체에 지급하는 식으로 진행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더욱 모범적으로 북크로싱 캠페인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곳에서 북크로싱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크로싱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체는 한 명의 사람, 바로 나 자신입니다. 누군가에게서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책장에 꽂힌 책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갖다 두는 것에서 북크로싱은 시작됩니다. 위에서 소개했듯, 북크로싱 사이트(www.bookcrossing.com)에 자신의 책을 등록하면 책의 모험을 따라가는 쏠쏠한 재미도 느낄 수 있겠죠! 북크로싱에 동참하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고민하지 말고 내 책장 안의 책을 꺼내는 것, 다른 이에게서 출발한 책을 발견하면 고민하지 않고 가져가는 것, 그리고 그 책을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그 세 가지만 기억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예비 북크로싱 참여자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함께 호흡할 때에 가장 빛이 납니다. 당신의 책장에도 콕 박혀 먼지만 쌓여가는 책이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꼭꼭 숨겨 두지만 말고, 책에 날개를 달아 수많은 사람이 돌려 읽을 수 있도록 해보세요. 북크로싱은 누구나 언제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하며 읽고 나누는 즐거움! 책의 계절 가을도 왔는데, 북크로싱 운동을 통해 책과 기쁨을 함께 돌려 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 출처

표지 픽사베이(Pixabay)

사진 1 북크로싱 사이트(www.bookcrossing.com)

사진 2 비밀독서단 홈페이지

사진 3 문학동네 공식 네이버 카페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