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뇌’시대 – 뇌섹남에서 뇌순남까지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11.06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사진1. MBC <라디오스타> 450회 그‘뇌’는예뻤다편


뇌섹남, 뇌섹녀……. 많이들 들어보셨을 단어인데요. 뇌가 섹시한 남성과 여성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명문 대학을 나오거나, 명석한 두뇌로 매력을 발산한 경우 이런 호칭이 붙는데요.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부터 시작해 최근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 <라디오스타-그‘뇌’는 예뻤다편>까지 방송가는 ‘뇌섹남녀들이 장악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야흐로 뇌섹남녀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에서 다뤄졌던 똑똑한 사람들의 두뇌자랑이 최근 예능으로 ‘두뇌유출’하고 있는데요. 방송가의 두뇌유출 이야기. 최근 방영되는 프로그램을 사례로 자세히 살펴볼까요?



▲사진2.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 홍진호, 김정훈


사진3. <학교다녀오겠습니다>, 한승연


차례대로 홍진호·김정훈, 한승연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이름 석 자만 써놓으니 어색하진 않으신가요? 이들의 수많은 수식어를 빼니, 뭔가 양념을 덜 한 음식처럼 아쉬운 느낌이 드는데요. 그만큼 뇌섹남녀 스타들은 이름 석 자보다는 수식어와 함께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재 프로게이머 홍진호, 서울대 치대 김정훈, 4개국어 엄친딸 한승연’처럼요.


홍진호는 엉성한 발음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지만, 명석한 두뇌와 재치로 시청자들에겐 이미 인정받은 뇌섹남인데요. 특히 tvN <지니어스>에 출연해 고도의 집중력과 문제해결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UN출신 김정훈은 서울대 치대 출신이라는 타이틀뿐만 아니라 ‘이과 브레인, 수학 천재’ 등의 다양한 수식어를 얻으며 진정한 뇌섹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지 십여 년이 지난 그이지만 어려운 문제도 척척 해결해내며 놀라움을 자아 해냈다고 하네요.


엔터테이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학교다녀오겠습니다>에는 한 두‘뇌’ 자랑하는 일반인들이 등장합니다. 최근 하버드대 출신으로 화제 된 기업인이자 정당인 이준석, 영국에서 박사학위를 따신 프로파일러 표창원박사님 등 다양한 분들이 했는데요. 뇌섹남들이 얼마나 예능을 장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 사진4.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 31화 캡쳐본


방송가는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스타들에게 집중하고 있습니다. tvN <뇌섹시대>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의 출연진 소개도 화려한 수식어들로 채워져 있는데요. 언론고시 그랜드 슬램, 토익점수 990점 카이스트 박사, 미국 명문 시카고대, 영국 명문 사립고 출신 등. 매번 봐도 놀라울 정도입니다. 세계 대기업 입사문제부터 상위 1% 사람들이 출제한 문제를 푸는 플랫폼이니만큼 출연진의 화려한 수식어들은 항상 화제가 되었습니다. 시청자들은 뇌섹남들이 새롭게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쾌감을 느꼈다고 하는데요. 지적인 능력이 또 다른 예능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수식어에 집중한 방송의 예로 지난 주 방영한 MBC <라디오스타>가 있는데요. 그‘뇌’는 예뻤다, 란 타이틀로 명문대생 로이킴, 하버드 출신 아나운서 신아영, 베스트셀러 천재 작가 조승연, 카이스트 조기 졸업생 가수 김소정이 출연했습니다.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는 수재들이지만 빈틈도 많음을 보여주었는데요. 하지만 학벌이나 두뇌에 관련된 수식어, 이야기가 주가 되었습니다.



▲ 사진5. MBC <라디오스타> 작가 조승연(가운데)


최근 예능 감각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화려한 스펙을 지닌 게스트들이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우려 목소리도 들리고 있습니다. 종영이 얼마 남지 않은 <학교다녀오겠습니다>의 경우 학생들과의 교감보다 게스트들의 두뇌 자랑으로만 채워진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스펙을 가진 게스트들이 출연하며 재미가 배가 되고, 이들의 재발견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재미없이 두뇌 자랑으로만 그친 경우에는 혹독한 일침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똑똑한 스타들의 출연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요소가 필요할 듯합니다. 뇌섹남녀의 수식어 잔치 그 이상의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두뇌뿐만 아니라 재치와 말재주로 주목받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작가 조승연입니다. 조승연은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귀에 잘 들리는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매력을 뽐냈는데요. 특히 5개 국어를 하며 지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 뇌섹남들과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조승연작가의 특이점은 언어와 자신의 경험을 연결해 얘기하며 그저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님을 어필한 것이었습니다. 


필자에게 조승연은 공부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 나서기를 좋아하는 사람, 실천에 빠른 사람으로 기억되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자신의 언어 능력 수준을 얘기하며 ‘연애 가능’으로 분류했던 거였습니다. 달콤한 말을 속삭일 수 있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그 나라 언어를 잘하는 것이지, 점수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얘기하였습니다. 단어를 공부할 때도 이 단어의 뜻은 이거다, 라고 외우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어야 함을 알려주었습니다. 이태리 인사말 중 ‘buon giorno’한 단어를 안다 말하기 위해선 친구를 만날 때, 높은 사람을 만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응용할 수 있어야 진짜 그 단어를 아는 것이었습니다.


조승연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가 그간 흔히 써왔던 뇌섹남의 진짜 뜻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뇌섹남은 그저 학벌이 좋고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얻은 사람을 뜻하기보다는 주관이 뚜렷하며 언변이 뛰어나고 유머러스한, 지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라고 합니다. 좋은 학벌도, 고득점도 좋지만 지적인 매력을 색다르게 보여주는 뇌섹남녀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사회에서 뇌섹남녀의 인기는 쉽게 시들어들진 않을 것입니다. 지적인 능력은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매력 포인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방송에서 뇌섹남녀들의 수식어만을 자랑하는 게 아닌 지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한 센스, 재치, 아이디어를 보여준다면 더 많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 사진6. MBC <무한도전- 바보전쟁 순수의 시대> 449회 캡쳐본


뇌섹남녀에 이어 뇌순남녀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뇌가 순수한, 뇌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이들을 칭하는 용어인데요. 무한도전의 멤버 하하와 광희가 기획한 ‘바보 어벤져스’에서 만들어진 용어입니다. 바보라고 불리는 것이 부정적 어감이 담겨있어 뇌순남, 뇌순녀로 대체한 것이라고 하네요. 바보어벤져스는 지난 24일 3화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희귀 캐릭터 심형탁의 발견뿐만 아니라, 바보캐릭터의 연예인들조차 재조명 받게 되었습니다.


<무한도전 바보전쟁 순수의시대>의 시작은 “세상에는 조금 느리지만, 남들보다 배려심이 깊은 착한 바보들이 있다. 그들이 쉴 곳과 기댈 곳, 일터를 되찾아주자”였다고 합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편견에 시달리는 바보들이 있고, 이들이 함께 모여 힘을 합쳐보자는 의도로 구성되었다고 하네요.


뇌순남녀들은 다양한 분야의 상식 대결을 통해 바보로 인증 받고, 마지막엔 전현무, 김구라 등 연예계 뇌섹남들과 대결하였습니다. 총 3화가 방송되는 동안 단순한 개그로 웃음을 유발할 거란 시청자들의 예상과 달리 웃음뿐만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는데요. 뇌섹남에 이어 뇌순남의 시대를 열게 한 무한도전의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요?



바보 어벤져스는 기본 상식이 아닌 각자의 능력에 주목했습니다. 사자성어, 위대한 인물의 업적에 대해선 모를 수 있어도 각자가 자신 있는 분야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뛰어남을 보여줬습니다. 이를 통해 상식이 부족하다는 편견에 감춰진 뇌순남녀들의 숨겨진 재능을 알 수 있었는데요. 일찍이 고양이 인형 덕후로 유명했던 배우 심형탁은 고양이 로봇(도라에몽)에 대한 지식을 보여주었고, 은지원 또한 애니메이션 지식을 뽐냈습니다. 장미 스펠링을 Lose로 적어 화제가 됐던 가수 간미연은 초성게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솔비는 객관식 문제를 찍기로 연달아 맞추며 찍기 능력을 검증받았습니다.


▲ 사진7. MBC <무한도전- 바보전쟁 순수의 시대> 451회 캡쳐본


이들은 명상의 시간을 통해 그동안 자신을 ‘바보’라 칭하며 무시했던 이들을 용서하기도 했는데요. 타인을 용서하기도 하고, 부족하다 여기며 자존감이 낮아진 자신을 용서했습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용서는 솔비였는데요. 솔비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을 용서한다.”며 자신을 진심이 아닌 지식으로 바라보는 이들 때문에 속상했지만 용서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과 명상의 시간은 왠지 맞지 않는 듯했지만, 무한도전에서는 달랐습니다. ‘남들보단 착한 바보들’이란 기획의도대로 너무 착한 이들의 진심 어린 용서가 시청자들에게 진지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간 단 하나의 기준으로만 사람을 평가했던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던져주었습니다. ‘과연 누가 이들을 바보라 부를 것인가, 누가 그럴 수 있나’라는 질문까지 연이어 꼬리를 물고 생겨났습니다.


바보 어벤져스는 방송 말미에 뇌섹남들과 대결을 하며 학벌이나 시험 점수는 떨어지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내며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명문 학교를 나오고, 공부로 성공했던 사람들이 화제를 낳는 현 방송에서 공부머리가 아닌 다른 머리가 승리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부 잘한다고 다 잘 가르치는 것이 아니며, 좋은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장사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고 말합니다. 공부는 모든 일의 기본 받침이 되긴 하지만, 높은 점수와 좋은 학벌은 일상의 수많은 전체 중 부분이고, 관련이 없기도 하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간 우리는 뇌섹남녀에 환호하며, 어느새 그들의 화려한 수식어에만 집중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현시대에서 각자 다른 재능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서로 다른 일상을 공부하고, 경험을 향유하며, 자신의 관심 분야에 깊게 파고 들어가 공부한다면 우리는 모두 그 분야에서만큼은 뇌가 섹시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뇌섹남, 뇌순남 구분 없이 자신만의 재능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모두를 기대합니다.


◎ 사진 출처

- 사진1,5. tvN <뇌섹시대-문제적남자>

- 사진2,6. MBC <라디오스타>

- 사진3,4 JTBC <학교다녀오겠습니다>

- 사진7,8. MBC <무한도전>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