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호흡 안에 공감을 녹이다,<72초 TV>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11.04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지하철에서 한 역을 지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분에서 2분입니다. 매 역을 지날 때마다 집중이 분산되는 지하철 안. 그 시간을 채우기에 딱 알맞은 스낵컬쳐가 있습니다. 바로 웹 드라마의 한 종류인 <72초 TV>입니다. <72초 TV>는 짧은 시간 속 특유의 위트와 함께 웹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데요.



▲ 사진 1 <72초 TV> 72초 에피소드 1화 –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 中


'새벽 여섯 시/혼자 사는 남자의 아침은/알람 소리에 맞춰 말끔한 얼굴로 일어나/샤워가운을 입고/스트레칭을 한다/샤워를 하기 전에 가운을 벗고/잠깐/가운을 벗기 전에 정리된 냉장고를 열어…' 다소 건조한 어조 속에 담긴 위트.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내레이션에 실린 속도감 있는 전개. 약 2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한 편의 콘텐츠는 완결됩니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은 빠른 호흡으로 ‘도루묵’이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전합니다. 그것은 그의 일상이자, 우리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72초 TV>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내레이션은 속사포로 진행됩니다. 그 위에는 내레이션에 걸맞은 장면들이 제시됩니다. 이때, 이 장면들만 떼어 놓고 본다면 단순한 나열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관계성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의 연속을 하나의 콘텐츠로 완성하고, 내용을 완결시켜주는 것이 바로 중독성 있는 비트와 랩을 연상시키는 내레이션입니다. <72초 TV>의 성지환 대표는 이 점에서 본 콘텐츠가 어찌 보면 뮤직비디오와 닮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하루에도 수없이 흘려보내고 있는 72초 내외의 시간. 그 시간을 재미와 신선함으로 채운 <72초 TV>는 스낵컬쳐의 표본으로 주목받으며 몇 달째 수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요.



이례적인 조회 수로 관심을 한몸에 받은 <72초 TV>에게 여러 단체와 기업들이 협업의 손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부산 경찰과는 해수욕장 성범죄 근절 캠페인 영상에 이어 최근 불량식품 근절 캠페인 영상을 함께 제작하기도 했는데요. 또한, 72초 TV와 삼성의 만남은 단순한 PPL이 아닌 협찬 광고의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왔습니다. 즉, 스토리텔링 콘텐츠 속에 기업, 제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투사한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branded entertainment)가 된 것입니다.


▲ 사진 2 삼성 레벨 U와 <72초 TV>의 콜라보레이션


<72초 TV>가 광고에서 가지는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우리는 매주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그들과 점점 친숙해집니다. 어딘가 모자라 보이지만 한 순간순간을 입체적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일상을 공유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친숙해진 그들은 광고에서도 대단한 효능을 발휘합니다. 제품의 이미지가 그들의 친숙한 이미지와 연합되어, 주변의 재밌고 별난 친구에게 제품을 추천받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72초 TV>가 보여주는 협찬 전략에서 돋보이는 것은 ‘당당한 광고’입니다. 보통 드라마 중에 삽입된 광고는 광고 중이라는 것을 숨기며 은근히 화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72초 TV>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광고 중’임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오히려 광고를 거부감 없이 더욱 친숙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어, 광고보다는 하나의 독자적 콘텐츠로 인식하게끔 합니다. 그렇게 더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가 유통되고, 그 사이에 사람들의 인식 속에는 광고 제품, 기업의 메시지 역시 자연스레 스며있습니다.


단체·기업의 잇단 러브콜이 도착한 것은 단순히 ‘<72초 TV>의 인기’ 이상으로 반가운 소식이기도 합니다. 현재 웹 드라마에는 명확한 수익모델이 없습니다. 제작된 콘텐츠를 웹상에서 공개해 스트리밍 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한데요. 그런 상황에서 <72초 TV>와 단체·기업의 만남은 웹 드라마가 단순히 이야기를 가진 서사물에서 그치는 게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웹 드라마 시장이 안정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웹 드라마가 현실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72초 TV>는 우리의 일상에 집중하고 파고듭니다. 어찌 보면 정말 단순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만드는데요. 스펙터클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아니고, 몰입감 있는 전개를 보여주는 것도 아닙니다. <72초 TV> 속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공유될 수 있는 ‘흔한’ 일상입니다. 하지만 <72초 TV>는 그 흔한 일상에 아주 약간의 조미료를 뿌립니다. 그렇게 더없이 평범한 남자의 아침과, 오후, 연애사는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합니다.


일상이 만들어 낸 감은 무수히 많은 콘텐츠 속에서 우리가 그것을 주목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사람들은 점점 짧은 길이의 콘텐츠를 원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극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흥미를 불어넣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야기 속 새로이 구축된 가상의 세상과 삶을 보여주고, 그것에 이입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것은 이미 시청자가 가지고 있는 세계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서도 그것에 이입하고, 흥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단시간의 콘텐츠가 성행하는 흐름은 콘텐츠가 이제 현실에서 벗어나 숨을 돌리기 위한 여가의 한 종류가 아닌, 곳곳에서 빠지지 않는 생활 자체의 한 부분이 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일상과 공감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고의 재료가 됩니다. 잠시 그 속에 머물다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그 콘텐츠 자체가 우리 삶의 연장선이고, 우리의 삶이 그 콘텐츠의 연장선이 되기 때문입니다.


빠른 호흡이지만 그 안에 공감대를 녹이고, 재미와 완결성을 모두 자랑하는 <72초 TV>. 최근 드라마 속에서도 <72초 TV>의 패러디가 등장한 것은 웹 드라마 전반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세상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 않는 <72초 TV>! 이를 비롯한 웹 드라마의 수많은 도전을 응원합니다.


ⓒ 사진 출처

표지, 사진 1, 사진 2 네이버 TV 캐스트 <72초 TV> 채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