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해외드라마 리메이크의 현주소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 8. 20. 14:1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며칠전 종방한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이하 <너사시>)과 최근 방영중인 <심야식당>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바로 인기를 끌었던 해외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의 신>, <라이어게임>, <운명처럼 널 사랑해>, <마녀의 연애> 등 수많은 작품들이 리메이크 되어 방영되어 성공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너사시>와 <심야식당>의 경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한데요. 두 드라마와 함께 리메이크 드라마의 득과 실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사진 1. 드라마  <라이어게임>, <마녀의 연애>포스터


해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보장된 인기와 검증된 작품성’입니다. 제작사 측에서는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를 끌지, 과연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작품일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이미 한 번 나온 드라마라면? 그 작품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시청자들이 어떤 포인트에서 울고 웃었는지를 알 수 있죠. 그러한 포인트를 잘 살린다면 드라마의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작의 팬들을 끌어와 어느 정도 시청자층을 확보할 수도 있고, 원작의 인기를 이용해 드라마 방영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도 있습니다. 엄청난 홍보 없이도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큰 주목을 받게 되고, 이러한 관심이 실제 시청으로 이어진다면 시청률도 보장된다고 할 수 있죠.이렇게 커다란 메리트를 가지고 있는 리메이크. 요즘은 웹툰, 소설 등을 이용해 리메이크를 하는 경우도 잦은데요. 해외 드라마의 경우 이미 ‘드라마’라는 양식으로 나온 바 있는 이야기니, 소설, 만화 등보다 리메이크하는 것이 더 쉽다는 것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작품이니 재수출의 가능성 또한 커지겠죠?


▲ 사진 2.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포스터


실제로 지난해에도 <라이어 게임>, <마녀의 연애>, <운명처럼 널 사랑해> 등 많은 리메이크 작들이 방영되었고,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춘 각색에 성공해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라이어 게임>은 큰 틀은 유지하되 새로운 중심인물을 등장시켜 더 탄탄한 스토리를 완성시켰고, <마녀의 연애>는 주인공 사이의 나이차를 늘려 그에 맞는 갈등을 유발했습니다. 또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주인공들의 행동에 좀 더 공감할 만한 이유들을 부여하고 코믹 요소를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원작에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또 다른 재미들을 추가해 기존 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를 잡을 수 있었죠.



이렇게 리메이크는 커다란 장점들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요소도 다분한데요. 먼저 많은 이들이 원작과의 유사성을 기대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변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원작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정서’를 보여주어야 하죠. 만약 이것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기존의 두터운 팬층이 모두 안티팬으로 돌아서는 현상을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사진 3.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과 원작 대만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은 대만드라마 <아가능불회애니(너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17년 우정(원작 14년)의 남녀가 겪는 서로에 대한 감정의 변화, 30대로서 느끼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소재인 ‘여사친(여자사람친구)-남사친’ 관계를, 그것도 17년 동안이나 이어진 ‘연인인 듯 연인 아닌 연인 같은 너’를 그린 <너사시>는 충분히 인기를 끌만합니다. 방영전부터 원작의 인기와 더불어 하지원-이진욱의 만남으로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드라마는 초반부,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들의 나이, 학창시절 이야기, 남자주인공 최원이 여자주인공 오하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 결심하는 이유 등을 변화시켰습니다. 이 변화는 괜찮은 평을 받았고, <너사시>는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는데요. 그러나 특색과 매력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시청자를 끌어들이지 못했고, 그들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나 진지한 고민들이 제시되지 않은 채 (누가 봐도 연인 같은데도) 그저 ‘우린 친구야’라고 말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잃었습니다. 드라마는 갈팡질팡하기 시작했고, 서브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이야기의 중심이 그를 향해 치우치면서 아예 길을 잃어버렸죠. 극중 인물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게 되어 버린 <너사시>는 결국 원작팬과 새로운 팬층 모두에게 혹평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 사진 4. 드라마 <심야식당>과 일본드라마 <심야식당> 


드라마 <심야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입니다.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지만, 일본에서 드라마가 시즌 3까지 제작되고 영화로도 나왔을 만큼 인기 있는 작품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원작을 일본드라마로 인식하고 있죠. 사실 <심야식당>은 방영 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는데요. 원작은 장소, 음식, 인물들까지 온통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꽉꽉 채워져 있던 터라 그것을 어떻게 우리나라만의 정서로 살려낼지 많은 이들이 걱정 섞인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야식당>은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마스터’ 역으로 출연하는 김승우 씨는 그만의 매력이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의 마스터를 흉내내는 것 같다’는 평을 받았고, 출연자들도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어딘가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원작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게이바 사장 등을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며 빼버렸지만 그 자리를 채울 만큼의 캐릭터를 만들지도 못했죠. 또한 너무 고급스러운 식당 내부와 화려하지만 군침을 자극하지 않는 요리들은 이상한 이질감을 자아냈습니다. 시청자는 그런 곳에서 어떤 위로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 중반부에 이른 <심야식당>.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점들은 개선되고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한국판 <심야식당>만의 매력, 꼭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렇게 해외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것에 대한 득과 실을 살펴보았는데요. 리메이크는 커다란 힘을 가진 무기지만, 잘못 사용했다간 오히려 자신이 베일 수도 있는 ‘양날의 검’입니다. 휘두를 때도 충분한 고민으로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자신을 찔러버리고 말죠. 그렇기에 리메이크를 할 때는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현지화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원작에 기대기만 한다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방영중인 리메이크 드라마, 그리고 앞으로 방영할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모두 많은 고민을 통해 작품성 있는 드라마로 재탄생하길 기대해봅니다.


Ⓒ 사진 출처

표지 사진. SBS

사진 1. tvN

사진2. MBC

사진3. SBS(위), 중화 TV(아래)

사진4. SBS(위), chw(아래)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