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어른아이의 추억을 자극하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08.06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나랑 같이 놀 친구 빙봉 빙봉, 로켓을 타고 소리쳐 빙봉 빙봉.'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난 사람이라면 마음속에 콕 박힐 수밖에 없는 존재, 빙봉. 라일리의 상상친구인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너도나도 눈물을 흘립니다. 빙봉을 비롯하여 최근 콘텐츠 속에는 어른들의 추억과 동심을 자극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는 마니아층을 넘어 넓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키덜트 문화의 하나로도 볼 수 있는데요.



<인사이드 아웃>은 애니메이션이지만 청소년 이상의 관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이미 사춘기를 지나 마음속 요동을 겪어본 만큼 영화 속 내용에 더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티 없는 상상이 큰 부분이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우리는 현실의 고민에 부딪히는 시기와 마주합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빙봉은 결국 기억의 쓰레기장 안에서 사라집니다. 어릴적 함께 노래를 부르며 달나라에 가기로 약속한 사이였지만 우리의 성장과 함께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안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곧 잊힌다는 것이 됩니다. 


▲ 사진 1 <인사이드 아웃>의 감초 ‘빙봉’


사람들이 빙봉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그것이 각자가 가지고 있었던 상상 친구, 그리고 상상 친구로 대표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투영하기 때문입니다. 빙봉과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그를 잊어버린 라일리처럼, 우리에게도 분명 그런 존재가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는 기억 속에 흐릿하게만 남고, 그 모습은 저 너머에서 사라져 더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라일리와 빙봉을 통해, 우리는 그 시절의 자신과 상상 친구를, 그리고 그를 비롯한 어린 시절을 다시 마주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감흥이 수많은 관객을 눈물짓게 한 것이지요.



지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13회부터 합류한 김영만 아저씨 역시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했는데요. 그는 등장과 동시에 <마리텔>의 신흥 강자로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텔레비전 앞으로, 컴퓨터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 '영맨'을 따라 종이를 만지작거리는데요. 결국, 영맨은 방송 첫날 점유율 1위를 획득하게 됩니다.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혜성처럼 등장한 김영만 아저씨에게 우리가 그 정도로 호응할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종이접기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그들이 어린 시절 공유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 사진 2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미소 짓는 김영만 아저씨


‘친구들!’하는 정겨운 목소리는 우리의 추억 속 깊은 곳을 자극합니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다시 어린아이가 되고, 마음껏 칭얼대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맨’ 김영만 아저씨는 수많은 어른아이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한마디를 건넵니다. 우리는 이미 어른이 되었고, 자란 나이만큼 커다란 책임과 기대를 안고 살아갑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부터 이미 아이가 있는 30대까지, 우리가 만지며 살아가는 것은 이제 색종이가 아니라 무거운 삶 그 자체인데요. 하지만 김영만 아저씨는 우리를 성숙한 어른이 아닌 엄마와 함께 종이접기하던 꼬마로 대합니다. 훌쩍 자라 버렸기에 어깨 위에 쌓인 짐을 무겁다고 마음껏 말할 수도 없었던 사람들. 그들은 아저씨 앞에서 다시 아이가 되고, 맘껏 칭얼거립니다. 이것이 <마리텔>에서 ‘영맨’을 보며 시청자들이 울고 웃을 수 있었던 이유, 그토록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껏 보았듯 그들이 이토록 우리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왔던 것은 비단 우리의 동심을 자극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동심이 당연했던 어린 시절과 그때 우리의 옆에 있었던 그들. 이미 그때와는 멀어져 버린 지금 시점에서 그들은 우리에게 그런 때가 있었음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많이 변했고, 많은 것을 배웠고 그만큼을 잊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과 기억들이 비록 잊혀 가는 과거가 되어버렸을지언정, 그들은 여전히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되어서 그때를 돌아보며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존재를 다시 마주한다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크나큰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요.


▲ 사진 3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눈물을 흘리는 김영만 아저씨


우리는 자랐지만, 여전히 미성숙합니다. 겉은 자랐지만 속에는 약한 부분이 가득한 어른아이가 된 우리. 누군가에게 마음껏 기댈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은 끊이지 않는 향수가 되어 마음 한편에만 남았는데요. 우리는 자라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더 나아갔고 많은 것들로부터 독립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기댈 수 있는 곳, 나를 보듬어 줄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와 시간을 공유하며 위안이 되어준 그들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지만, 알고 보면 여전히 뒤에 남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의 어린 시절과 성장한 모습 모두를 감싸며, 뿌듯한 얼굴로 잘 자라주었구나, 하고 말하면서 말이지요.


사진 출처

표지, 사진 1 PIXAR POST 홈페이지

사진 2, 사진 3 MBC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