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지기 백전불태 (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있습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말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입니다. 손자는 가장 현명한 전쟁을 ‘전투 없이 승리하는 전쟁’이라 생각했습니다. 치열한 전투에서 아무리 승리를 쟁취해도 적과 아군 모두 피를 흘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승리는 좋은 승리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이런 그의 사상을 잘 담고 있는 말입니다. 손자는 백전백승을 경계했습니다. 승리가 계속되면 자만하게 되고, 그 자만이 결국 패배를 부르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상대방의 약점을 알고, 나의 약점을 보완하여 적의 전의(戰意)를 꺾는 것이 최상이라 생각하여 ‘백전불태’라는 말을 썼습니다.


게임 쇼는 가히 춘추전국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3대 게임쇼라고 하는 미국의 E3, 일본의 도쿄 게임쇼, 독일의 게임스컴 (GamesCom)의 뒤를 이어 4대 게임쇼의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각국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4대 게임쇼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우리에게는 ‘지스타 (G-STAR)'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지스타‘는 4대 게임쇼 타이틀을 얻을 유력한 후보군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지스타‘ 외에도 가능성 높은 후보가 몇 개 더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한 게임쇼는 이웃국가에서 개최되고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바로 중국의 <차이나조이 (ChinaJoy)>입니다. 4대 게임쇼 타이틀을 놓고 ’지스타‘와 경쟁을 벌이는 <차이나조이>, 라이벌을 알고 우리를 알기 위해 직접 <차이나조이>의 현장에 다녀와 보았습니다.



▲사진1 야외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찍은 온습도. 동행한 동영상 기자의 열정을 알 수 있는 온도.


2015년 7월 30일, 중국 상하이의 신 국제박람센터(Shanghai New International EXPO Centre)에서는 한여름 열기보다 뜨거운 게임쇼 <차이나조이>가 열렸습니다. 섭씨 36도 무더위가 무색하게 전시관은 게임 산업의 흐름을 읽고자 하는 인파로 북적거렸습니다. 우리의 '지스타'보다 4배 넓은 부지가 할 말을 잃을 정도로 가득 차, 언어로 이를 온전히 묘사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의 열기는 실내에 설치한 에어컨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후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사진2 B2C관에서 <차이나조이>를 즐기는 방문객들.


<차이나조이>는 ‘대륙’이라는 별명답게 넓은 국토를 자랑하는 중국의 특징을 그대로 담은 게임쇼였습니다. 기업 대 기업의 비즈니스 매칭을 위해 설치하는 부스인 B2B (Business to Business) 부스를 마치 B2C (Business to Customer) 부스처럼 거대하고 특색 있게 꾸밀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B2C 부스를 소홀히 다뤘던 것은 아닙니다. 음악방송무대가 연상되는 화려한 무대가 어림잡아 스무 개 가량 있었고, 체험형 부스도 무대 옆에 줄지어 나열되어 무대가 지루해질 때 게임도 경험해 볼 수 있는 동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차이나조이>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무한한 공간자원이 있다’며 세계 다른 게임쇼에게 무언의 엄포를 놓는 듯합니다. 4대 게임쇼 타이틀을 얻기 위해 ‘지스타’와 경쟁하는 게임쇼다운 모습입니다.


<차이나조이>의 규모가 커진 만큼 중국게임시장도 성장했습니다. 중국내 전체 개발사가 나머지 지역의 개발사를 합한 수보다 두 배 많다고 하니 중국시장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 곳인지 알 수 있습니다. <차이나조이>는 그런 중국게임산업의 면모를 알아볼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도탑전기>를 비롯해서 한국 게임에 견줘 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만든 수작도 많았고, 모바일, 온라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차이나조이>는 40퍼센트의 생존 기업에 들기 위한 기업들의 몸부림이 가득했던 게임쇼였습니다.


▲사진3 글로벌 게임엔진 업체 ‘유니티’의 체험부스와 이를 이용해 보는 방문객.


중국시장이 성장한 만큼 그 곳에 진입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도 엿보였습니다. 유명 게임엔진 업체 중 하나인 '유니티(Unity)'는 자사의 3D 그래픽과 가상현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를 B2B관에 마련했고,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게임엔진 회사 ‘언리얼(Unreal)'도 별도의 부스로 <차이나조이>에 참여했습니다. 게임제작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장인 만큼 게임제작에 필수적인 게임엔진 수요가 늘 수밖에 없으므로, 시장을 읽고 참가한 두 업체의 경쟁이 눈에 띠었습니다. 그 외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EA, 블리자드 등 세계적 게임 기업들이 이번 <차이나조이>에 참가해 게임쇼의 열기를 더했습니다. EA 같은 경우는 자사의 게임 ‘니드 포 스피드 (Need For Speed)’를 홍보하기 위해 부스에 체험기기는 물론이고 고급 자동차인 ‘페라리’를 가져다 놓기도 했습니다.


▲사진4 플레이스테이션 부스에서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방문객.


그간 중국정부가 유지해오던 콘솔게임 규제 정책을 2013년에 철폐한 이후,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는 콘솔게임 부스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던 사실은, 글로벌 콘솔기기의 양대 산맥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과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Xbox)가 사진 한 장에 같이 담아낼 수 있을 정도로 부스가 가까워 양 기업 간 치열한 유저 유치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언어의 장벽 때문에 각각의 부스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MC들의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서로 더 재미있고 매혹적이게 말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보이던 순간이었습니다. 각 플랫폼 별로 두터운 팬 층이 있기에 어디가 더 좋았다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저의 경우에는 소니 부스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최신 CT기술로 각광받는 ‘가상현실’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해두었기 때문입니다. 체험하는 사람이 VR기기를 쓰고 가상의 콘서트 장에 참여해 형광봉을 흔들며 신기한 듯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진5 한국공동관에 설치된 ‘지스타 부스’에서 지스타 관련 자료를 시청하는 방문객.


최근 중국 게임시장의 성장은 가파릅니다. 중국 정부의 게임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양적 성장은 물론이고 질적인 성장까지 이루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중국 게임 산업은 더 이상 타국의 게임을 라이선싱하거나 베끼기만 해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닙니다. <차이나조이>는 그런 중국 게임 성장의 위상을 알 수 있던 자리였습니다. 전시 규모가 ‘지스타’ 대비 2.5배이고, 전시장 면적도 ‘지스타’의 4배에 달합니다. 참가 업체 수도 많으며, 최근에는 외국 업체의 참여도 늘고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그동안 유지했던 ‘콘솔 게임’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면서 기존 <차이나조이>에서는 경험 할 수 없었던 콘솔 게임 부스가 생겼고, 이를 체험하기 위한 사람들로 인파는 더욱 늘었습니다.

  

이번에 개최한 <차이나조이>에 직접 참여한 소감은 ‘지스타’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B2C가 강세라는 평을 받던 <차이나조이>는 이제 B2B관도 특색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바이어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또한 콘솔시장 개방 이후 기존의 모바일, 온라인 중심의 <차이나조이>에서 모든 게임분야를 아우르는 <차이나조이>로 거듭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차이나조이>가 ‘지스타’의 최대 라이벌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지스타’가 가만히 있으면 언제든 추월당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스타’의 단점을 이야기 할 때 게임쇼가 열리는 부지의 규모가 작은 점과 B2C의 콘텐츠가 적은 점 등을 말합니다. 물론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야외 부스를 설치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물론 ‘지스타’는 아직 <차이나조이>가 가지지 못한 막강한 강점이 여전히 많습니다. 신작 발표율이 <차이나조이>보다 높으며, 날씨가 선선한 11월에 열린다는 계절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또한 초고속인터넷이나 4G데이터 망 등 인프라적인 부분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게임을 홍보할 수 있어 질적인 면에서 아직 우리의 게임과 지스타가 더 낫습니다. 그러나 <차이나조이>보다 장점이 많다고 해서 마냥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 했습니다. 상대의 약점을 알고 우리의 약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아직 우리에게는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라이벌은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먼저 공개했습니다. 상대방을 알았으니 이제는 우리 자신을 알고 거기에 대처해야할 차례입니다. 그래야만 위태롭지 않게 상황을 대처할 수 있습니다. ‘지스타’가 내놓을 반격이 기대됩니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