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통通기氣타他, OSMU를 이야기하다

상상발전소/현장취재 2015. 7. 30.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한식만 먹는 조부모님께 느끼한 까르보나라를 권해봅시다. 분명 두 분은 손을 대다 말거나 애초에 접시를 밀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까르보나라를 드시게 할 수 있을까요? 느끼함이 가시게 하면 됩니다. 그래서 매운맛을 더하거나 씻은 묵은지를 이용해 퓨전 요리를 만들면 두 분이 드실 확률은 높아집니다. 입맛은 생각보다 보수적입니다. 자신이 주식으로 삼는 음식과 완전히 다른 요리가 식탁에 올라오면 젓가락을 놓는 것이 보통입니다. 요리하는 사람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춰 요리를 만듭니다. 그러나 퓨전도 잘못하면 정통요리를 원하는 사람에게 비난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원래 요리가 가지고 있는 맛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죠. 결국 가장 좋은 퓨전요리는 원래의 맛을 살리면서 그 요리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콘텐츠는 우리의 입맛과 닮았습니다. 드라마만 보는 사람에게 만화를 권하면 밀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어린 아이가 보는 것이라며 시청을 거부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매체별로 선호하는 경향이 다릅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자는 다양한 매체로 수익을 얻기 위해 소비자의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제작자들은 한 가지 묘수를 생각해 냅니다. 바로 OSMU (One Sours Multi Use)입니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원작을 바탕으로 다른 매체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얻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소설을 기반으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을 인형으로 만들어 원작 외 다른 분야에서 부가적인 수입을 얻는 것이 OSMU의 예입니다. 그러나 성공한 소재로 만든 원작이라고 무작정 OSMU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새로운 소비자를 얻지도 못하고, 원작의 팬들까지 등 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OSMU는 원작의 맛을 살리되, 자신이 제작하려는 매체의 특징에 걸맞은 방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최근 한 웹툰이 드라마 화 되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각종 상을 휩쓴 것은 물론이고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최고시청률을 10.3%까지 찍었을 정도이니 가히 열풍이 따로 없었습니다. 뭇 회사원들의 공감을 자아냈던 이 드라마는 바로 <미생>입니다. 미생이 방영되는 동안 대한민국은 온통 장그래와 그의 동료직원들의 삶에 울고 웃었습니다. 잘 만든 명품 OSMU 드라마 <미생>을 만든 ‘김원석 PD', 그가 강연한 7월의 통기타에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멋진 모습만 봅니다. 그래서 그의 뒤에 쌓여있는 수많은 실패의 흔적들은 잘 보지 않습니다. 김원석 PD도 인기 드라마 <미생>을 만들었다는 후광 때문에 과거에 있었던 실패들이 눈에 띄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한 일부터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실패들을 마치 무용담처럼 재치 있게 풀어낸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 실패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이후 만들 드라마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진1 강연 중인 김원석 PD


그가 걸어온 길은 ‘혁신’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SF드라마, 최초의 쇼와 드라마 콜라보레이션, 최초의 법정 드라마 등 그의 필모그래피는 ‘최초’라는 수식어로 가득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새로움을 사랑했고,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노력이 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으로 직접 연출했던 SF 단막드라마 ‘GOD(Gene on Demand)’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끝났습니다. 쇼와 드라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한 ‘슈퍼스타 K 더 비기닝’은 제작자들 사이에서 참신한 시도라는 평을 들었지만, 시청자들에게 경연자들의 연습 시간을 뺏는다는 원성을 사며 사라졌습니다. 그는 이 두 경험을 통해 시청자들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 가산점을 주지 않으며, 잘 만들 것이 아니면 아예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사진2 김원석 PD가 CJ E&M으로 이적하고 만든 음악 드라마 <몬스타>


그는 결국 명품 음악드라마 ‘몬스타’를 기획하며 혁신을 잠시 내려놓습니다. 성공의 보증수표인 ‘아이돌 가수’를 기용한 후, 사람들이 좋아하는 ‘첫사랑 코드’까지 동원하며 무난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합니다. 하지만 평범하면 성공할 것이란 그의 예상을 깨고 이 드라마는 3%라는 시청률을 기록합니다. 물론 케이블 드라마치고는 높은 축이었지만, 몬스타 이전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1997’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시청률이라 상당히 실망했다고 합니다. 그는 몬스타 실패 후 과도한 보험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합니다.



김원석 PD는 차기작을 위해 미디어 시장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먼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주목했습니다. 지상파의 뒤를 이어 케이블, 종편까지 가세한 드라마 시장은 전쟁통이 따로 없었습니다. 유통망은 커졌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적은 작가와 스태프로 그 많은 드라마를 제작하자니 드라마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드라마 내용은 ‘특수 소재’로 분류하는 출생의 비밀, 불륜, 복수, 불치병, 기억상실 등 자극적인 소재로 고착되었습니다. 드라마 내용이 비슷해지고, 인터넷이 보급되자 젊은 시청자의 TV이탈 현상이 심해집니다. 시청자가 줄어드니 자연스레 광고 수입도 감소했습니다. 확실히 미디어 시장은 복잡하고 암울해보였습니다.


사진3 김원석 PD의 강연에 집중하는 수강생


시청자와 작가가 부족한 드라마 제작 상황에서 웹툰을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습니다. 게다가 기존 웹툰 독자들을 시청자로 유도할 수 있어서 부족한 젊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올 수도 있기에 장점이 많은 선택이었습니다. 김원석 PD는 해외의 경우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원작으로 쓸 소설이 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웹툰 드라마 화는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생>의 경우 철학적이고 지적인 만족을 주면서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자극적인 소재가 없음에도 성공한 <미생>을 보면서 김 PD는 특수소재를 쓰지 않고 드라마를 제작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참신한 소재를 낳지 못하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새바람을 불어넣기로 한 것입니다.


사진4 김원석 PD를 성공의 반열에 올려준 드라마 <미생>


누군가는 만화를 영상으로 옮겨놓는 것이 의미 있는 제작 방법이냐 반문합니다. 하지만 김 PD는 ‘각색은 또 하나의 창작’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그에 따르면 많은 작가들이 원작을 각색하고 나면 “다시는 각색 안 한다!” 고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합니다. 그는 상상할 여백을 남겨주는 웹툰과 보이는 대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으며,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합니다. 게다가 잘못 각색했을 경우에는 원작 팬의 비난까지 껴안아야 하므로 그 부담감이 더욱 크다고 합니다. 


각색의 힘듦을 아는 그 이기에 김 PD는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제작하면서 많은 고민과 분석을 했습니다. 원작이 주는 울림과 리얼함, 감성 등을 그대로 담으면서 드라마로 봤을 때 어색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원작자와 3번 미팅을 했습니다. 또한 보조 작가 2명을 작 중 배경인 ‘원 인터내셔널’의 모델이 되는 ‘대우 인터내셔널’에 약 4주간 번갈아가며 인턴으로 출근시켜 현실감 있는 회사생활을 묘사할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SNS 댓글들을 분석하면서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이어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드라마에는 드라마의 정체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획단계에서 캐릭터의 특징들을 조금씩 수정했습니다. 일례로 원작의 오상식 차장은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지만 드라마 속 오상식은 술을 매우 좋아하는 이미지로 나옵니다. 이는 실제 PD가 KBS 재직 시절 선배 사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얻은 상사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든 결과라고 합니다. 또한 플롯의 구성도 시트콤 구성을 적용하여 메인플롯과 함께 적어도 하나 이상의 서브플롯이 공존할 수 있게 만든 것도 드라마 <미생>의 특징입니다. ‘특수소재’를 쓰지 않는 대신 장그래와 오상식 간 동료애에 집중한 것도 포인트입니다. 김 PD에 따르면 우정, 동지애 등은 ‘사랑’에 비하면 사용빈도가 낮은 소재이지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남녀 모두 좋아하는 요소라 했습니다. 로맨스가 없으므로 여성 시청자가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동료애’로 극복한 김 PD의 판단이 돋보입니다.


사진5 강연 중인 김원석 PD와 경청하고 있는 수강생들

[처] 7월의 통通기氣타他, OSMU를 이야기하다 (비공개 카페


실제 촬영에 임할 때에는 배우들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역량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또한 고급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서 일반 카메라를 이용하는 드라마보다 고화질의 영상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김 PD는 인물의 고립감과 실제 시야와 유사한 초점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은 선명하게 나오지만 배경은 살짝 흐릿하게 나오는 ‘포커스 아웃’ 기법을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컷별로 끊어 찍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원 샷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음악 드라마를 제작한 PD답게 소리에도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보통 내레이션은 별도의 부스에서 녹음하는데 반해, 김 PD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세트장에서 녹음했다고 합니다. 음악이 감정보다 과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효과음 위주로 사용했으며, 시청자가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 들도록 작은 소리도 강조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의 특징인 현실감을 극대화해 웹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시청자에게 선사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통기타를 취재하면서 기자가 되기 전 참관했던 지난 2월 콘텐츠 인사이트가 생각났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에서 자국 콘텐츠의 특징을 이야기 하며 우리 콘텐츠가 해당국으로 진출 할 때 도움 될 만한 사항을 이야기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 중 일본에서 온 구보타 사토시 후지TV 드라마 감독은 일본드라마산업 침체를 타계할 방법으로 OSMU를 선택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이 작업이 매력적인만큼 어려운 일이라 털어놓았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미생,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 등 만화를 기반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드라마 산업의 미래와 성공방안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구보타씨는 한국 만화에 일가견이 없어서 확답 할 순 없지만 만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우리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답했습니다. 웹툰을 드라마로 제작하는 것을 비롯한 OSMU 산업 전반이 객관적으로 가치가 있음을 확신했던 자리였습니다.


김원석 PD도 분명 구보타씨와 같은 고민을 했으리라 봅니다. 줄어드는 광고수입, 사라지는 젊은 시청자, 소재의 고착화 등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상황이 다를바 없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김 PD는 개인적으로 세 번의 큰 실수까지 겪었습니다. 그가 차기작으로 OSMU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참신하고 검증된 스토리, 시청자 확보, 이슈화를 통한 광고창출 등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기반성으로 쌓은 치밀한 준비와 제작능력까지 더해지니 시너지는 더욱 커졌습니다. 그는 냉철한 상황분석과 반성 덕분에 OSMU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OSMU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쉬운 방식이 아닙니다. 퓨전요리를 만들겠다고 김치찌개에 까르보나라를 넣으면 끔찍한 요리가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한식을 원하던 사람도 양식을 원하던 사람도 먹을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각 매체별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정 OSMU 하면 필패하는 콘텐츠를 만듭니다. 김원석 PD가 말한 것처럼 각색도 엄연히 창작입니다. 쉐프가 두 요리를 퓨전 할 때 어떻게 섞어야 매력적일지 고민하는 것처럼 콘텐츠 제작자도 OSMU할 때 충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김 PD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과거의 실패 덕분에 <미생> 제작시 준비를 충분히 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에게 실패가 없었다면 <미생>의 성공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웹툰 기반 드라마는 물론이고 시트콤 제작발표까지 나올 정도로 웹툰 OSMU는 활발합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을 꿈꾸는 여러분의 마음속에도 좋아하는 작품을 매체화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OSMU 하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원작 창작과 비등할 정도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김치 까르보나라찌개 같은 괴상한 요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사진출처

-표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1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2 Mnet <몬스타> 공식 홈페이지

-사진3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4 tvN <미생> 공식 홈페이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