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콘텐츠의 원천, 이야기가 하나의 산업이 된다면?

상상발전소/현장취재 2015. 7. 21. 10:3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이야기산업’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는 이야기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수많은 창작자들에게서 뻗어 나오고 있죠. 이러한 이야기는 ‘콘텐츠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여러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홀대받고 있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다른 분야와 결합하지 못한 이야기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만들어도 그것이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라고 알릴지도 명확하지 못하죠. 그렇다면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2015년 7월 9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는 ‘이야기산업’에 대한 2차 포럼이 열렸습니다. 바로 ‘이야기’ 자체의 산업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보호, 활성화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워야할지, 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는데요. 공개 포럼이니만큼 ‘이야기산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관심을 가진 수많은 전문가, 문화예술계 종사자 분들이 참석해 주셨답니다. 과연 이야기산업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야기의 가치를 보존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저도 그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사진 1. 강연 중이신 이인화 교수님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황소현 사무관님의 이야기산업 중장기 계획안에 대한 발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요. 계획안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과연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는 뭐고, ‘이야기산업’은 뭘까요? 황 사무관님의 설명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야기가 꼭 산업으로 보장되고, 하나의 메커니즘이 조성되어야만 하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꾼’으로도 유명하신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님의 강연에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창작’은 ‘이키의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이는 1930년 경 구기 슈조에 의해 주장된 개념입니다. ‘이키’란 이성을 향한 교태, 색기, 멋, 풍류 등을 의미하며, 이는 사물적인 것의 표면에 잠깐 생겨나는 헛것이라고 합니다. 마치 표면에 잠깐 어리는 입김처럼 말이죠. 창작 또한 이키와 마찬가지로, 독창성은 조작되거나 규정지을 수 없으며 언제나 한 번에 좋은 이야기를 내는 천재는 없습니다. 다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와중에 우연히, 입김과 이키처럼 잠시 나오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 우연한 순간을 어떻게 하면 포착할 수 있을까요? 바로 반복입니다. 그것을 포착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 반복된 창작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복이 가능한 생태계, 환경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환경조성’의 역할을 하는 것이 이야기산업입니다. 이야기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법에 의해 보장되고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이 활성화되어야, 반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 사진 2. 중장기 계획안을 발제하고 계신 황소현 사무관님

 

우리나라는 중국 공산당 고위인사가 “왜 중국에서는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가?”라고 말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야기 창작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원천소재의 보유로 인해 풍부한 소재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죠. 이러한 이야기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관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풍부한 소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야기 창작자는 불안정하고 고립된 창작환경에서 창작을 해야만 합니다. 또한 ‘이야기’ 자체의 유통은 제한적 ‧ 폐쇄적일 뿐 아니라 창작자들은 제작사 등과의 거래에서도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야기 자체에 대한 저작권법 및 계약법적 보호 제도 기반이 미흡해 제대로 된 보장도 받을 수 없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이야기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이야기산업이 추진되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중장기 계획안은 크게 창작, 유통, 제도의 세가지 분야에서 전략이 세워졌는데요. 아래와 같이 총 4개 전략과 그에 따른 9개 과제가 발표되었습니다.


▲ 사진 3. 이야기산업에 관한 종합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계획안과 관계된 토론은 사회를 맡은 순천향대 정윤경 교수님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창작, 유통, 제도, 정책 분야에서 총 9명의 전문가 분들이 참석해 의견을 들려주셨답니다.

 

먼저 창작 분야에서는 웹툰 작가이기도 한 청강문화산업대 이종규 교수님께서 ‘만화, 웹툰’에서 이야기산업의 대상에 대해 지적하셨는데요. 계획안에서는 이때의 이야기를 ‘그림을 제외한 이야기’라 했지만 이미지-텍스트가 결합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만화, 웹툰의 특성상 이야기를 어떻게 분리해낼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씨즈엔터테인먼트 조성원 대표님은 창작은 시간×집중도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자들이 생계문제에 시달리지 않고 창작에 시간과 집중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도록 법으로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가치형성’이 언제부터 인정되는지 그 기준에 대해 세세하게 연구, 합의, 정리되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극작가이기도 한 글로벌 사이버대 이미정 교수님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여러 작가가 붙어 최종 완성되는 경우가 많은 ‘시나리오’를 두고 여러 명이 참여하더라도 개개인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또한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해도 그것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생각해보아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유통 분야에서 푸른여름스토리연구소의 김태원 대표님은 유통과 관련해 산업의 모든 가치사사슬을 이야기 기반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사실상 이야기산업 법은 효용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치셨습니다. 그렇기에 법 제정과 별개로, 이야기 기반의 가치 사슬을 만드는 데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KL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님은 생산자-소비자가 고립되어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셨는데요. 창작자와 유통, 소비자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야 하며, 창작자 본인이 힘들다면 작가 집단, 대리인 등을 통해서라도 손이 닿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유통 플랫폼의 활성화 및 그것을 통한 비즈매칭의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며, 해외시장의 노출 확대를 위한 플랫폼 구축, 에이전트의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제도 분야에서 한남대학교 김현수 교수님은 힘의 불균형 문제가 만연한 사회에서, 이야기 창작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외부 생태계의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야기산업의 입법 의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야기의 법적 정의와 관련해 관련법과의 상충 문제, 정책 효율성 등을 생각해보았을 때 유연하게 상황에 따라 이야기의 개념을 추가하거나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이야기하셨습니다.


메타기획컨설팅의 정종은 부소장님은 창작 거점, 스토리테마파크의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야기산업’의 인식, 향유가 확대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야기꾼들의 직업 경로 및 직업 패턴을 분석해 그에 맞는 가치 사슬에 대한 지원을 실질적 방안으로서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정책 분야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책임연구원인 김숙 연구원님은 추상적 개념이었던 이야기를 경제, 산업적 부분에서 정의하려니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이야기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제도적 지원을 포함해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하셨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 황소현 사무관님 또한 많은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계획을 세우고, 전체적 체계를 잘 다듬어 실질적으로 잘 진행해나가겠다는 포부를 이야기하셨습니다.

 

많은 이들이 참석해 후끈한 열기로 채워졌던 이야기산업 2차 포럼. 그만큼 ‘이야기산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뜻인데요. 세상 모든 이는 그만의 이야기를 가진 창작자이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서 이야기산업은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해 왔던 이야기. 더 이상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서랍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썩어가는 이야기들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사진 1~3.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블로그 기자단 6기 이소영 기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