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새롭게 해석한 <인문학 웹툰>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015. 7. 15.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만화로 그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이 진짜 있다고 믿어서 그들을 신앙으로 삼고 싶어 할 정도였으니 정말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겠지만 소년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는 옆집 아저씨가 들려주는, 다가가기 편한 옛날이야기였습니다. 어느덧 소년이 성인이 되고 대학교 전공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교수님이 수업을 끝내며 학생들에게 건넨 말씀이 있었는데 바로 ‘대학생이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꼭 읽어보아라.’였습니다. 신화 속에 담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에서 스토리텔링의 생명력과 삶의 지혜를 터득하라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소년은 책을 읽어보고자 수업이 끝나고 교내 도서관에 갔습니다. 그러나 어릴 적 읽었던 그리스 신화 만화책을 생각하며 신화집을 펼쳤을 때 들었던 생각은 ‘어렵다’였습니다. 등장인물 이름이 외국어라 외우는 것이 힘들었고, 내용도 만화책으로 읽는 것처럼 직관적으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지적으로 바쁩니다. 말 그대로 지식노동자인 현대인은, 삶의 전반이 지식과 정보로 가득합니다. 여기에 스마트 디바이스까지 더해져 우리가 마주한 지식의 양은 전 지구 급으로 확장되었습니다. 결국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우리는 피로감을 호소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인문학이 열풍입니다. 대세에 민감한 우리는 바쁜데 ‘인문 고전’이라는 거대한 벽까지 넘고자 노력하지만 난해한 단어와 심오한 철학 앞에서 맥없이 주저앉습니다. 수 천 년을 살아남은 인류 지성의 결정체를 겨우 몇 십 년 사는 우리가 단기간에 온전히 이해하기는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인문학 공부를 게을리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인문고전을 틈틈이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색다른 방법은 아닙니다. 어린이들도 접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첫 문단의 이야기는 저의 일화입니다. 어린 저도 고전에 빠져들게 했던 마법 같은 방법, 바로 <인문학 웹툰>입니다.




“저 포도는 시어서 분명 맛이 없을 거야! 그러니 저렇게 높은 곳에 달려있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여우와 포도’에서 여우가 한 말입니다. 나무 꼭대기에 달린 포도를 먹기 위한 시도가 모두 물거품이 되자 ‘맛이 없을 것’이라 자기합리화 하는 여우의 모습을 통해 화자는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대상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합니다. 이 이야기는 인류가 낳은 위대한 스토리텔러 ‘이솝(Aesop, Aisopos)’이 만든 이야기입니다. 노예출신인 이솝은 특유의 화술과 재능으로 자유인 신분이 되어 살해되기 전까지 유려한 이야기를 남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전부 그가 순수하게 창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손길을 거친 우화가 약 700편정도 된다고 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웹툰 <아이소포스>의 내용 중 일부. 위쪽부터 등장인물 브리세우스, 이솝


<아이소포스>는 영어식 발음인 ‘이솝’의 그리스어 발음입니다. 웹툰 <아이소포스>는 정직한 제목대로 우화작가 ‘이솝’의 일대기를 그린 웹툰입니다. 이솝이 주인 야드몬의 노예가 된 과정과 노예로 살던 어린 시절, 야드몬의 손에서 탈출하여 스스로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은 독자들의 감정이입을 자극합니다. 특히 이솝이 자유인이 되는 과정을 역사의 소용돌이와 엮어 대서사시처럼 잘 묘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당시 그리스의 문화적 배경과 역사, 정치적 상황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점에서 볼 때 스토리작가가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한 듯 세세한 그림 작가의 독특한 그림체는 그림체가 점점 획일화 되어가는 만화시장 속에서 또 다른 감상 포인트입니다. 우리가 아는 ‘이솝우화’의 각 이야기들이 탄생한 배경을 엿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개인적, 정치적 갈등 속에서 지혜롭게 갈등을 풀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 이솝의 지혜에 감탄사가 나오며, 우리는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이소포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70505&weekday=wed



‘셜록 홈스’는 명탐정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천재 탐정 ‘셜록 홈스(Sherlock Holmes)’의 이야기를 담은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추리소설입니다. 인문고전이라고까지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130년이라는 세월동안 추리문학과 사회에 끼친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고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는 데에는 손색없습니다. ‘셜로키언’이라는 팬덤까지 만들 정도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 셜록 홈스는 오늘날까지도 영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추리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 명작답게 원작과 다른 방향으로 재구성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인공의 성별을 바꾸는 것은 기본이고, 배경을 조선시대로 바꾼 작품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영국 BBC사에서 ‘셜록(Sherlock)’이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를 내놓아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웹툰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 중 일부. 왼쪽부터 등장인물인 존 왓슨, 셜록 홈스


웹툰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은 영국 드라마 ‘셜록’과 마찬가지로 원작을 독창적인 기준에서 재해석 한 작품입니다. 작중 배경이 근대화 된 영국인 것은 원작과 동일하지만, 각 국가명과 그 특징을 독특하게 바꾼 것, ‘마법’이라는 장치를 도입한 것과 셜록 홈스의 라이벌 ‘모리어티 교수’를 개인에서 단체로 바꾼 것은 이 작품의 고유한 특징입니다. 또한 셜록 홈스의 조수 ‘존 왓슨’과 ‘레스트레이드 경감’의 성별과 나이를 바꾼 것은 독자들이 작품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작품은 크게 두 개 시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시즌은 작가의 독창적인 스토리인 반면 현재 연재 중인 두 번째 시즌은 ‘빨간 머리 연맹’이라는 동명의 원작 작품을 작가들 고유의 색을 입혀 새롭게 만든 작품입니다. 한편, 작가들은 원작을 재해석 하더라도 작품 속 당대의 역사적 분위기나 외교관계 등을 어느 정도 차용하였습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원작 팬들도 이들의 재해석을 응원하고 있으며,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sherlock



왕조국가에서 왕의 제위기간동안 일어난 일을 기록한 것을 ‘실록’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실록을 기록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이나, 문서화 되어 전해지는 실록은 ‘조선왕조실록’이 유일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 조선시대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자가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전체 실록의 수가 오늘날 단위 기준으로 800권이 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들을 읽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선조들이 행했던 업적에서 영감을 얻거나 그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를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웹툰 <조선왕조실톡> 중 일부


웹툰 <조선왕조실톡>은 일반인도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역사 속 인물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대화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웹툰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적 사건이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또한 실록에 기록된 정사(正史) 뿐만 아니라 당시에 떠돌아다니던 야사(野史)까지 접할 수 있어서 읽는 재미가 배가됩니다. 혹자는 역사를 너무 픽션화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웹툰 말미에 작가가 사실과 픽션이 무엇인지 명시 해놓고 있으므로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선조들이나 현대인들이나 과오를 범하는 점은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더 이상의 실수가 없도록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합니다. 이 웹툰처럼 사람들이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조선왕조실톡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642598&weekday=wed


책 속에 답이 있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그 점을 알고 있던 인류 지성들은 사람들에게 책을 읽을 것을 숱하게 권했습니다. 한때는 책 한권이 부의 상징이기도 했고, 목숨과도 같은 가치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독서에 목말랐던 사람들은 책을 읽다 끌려가 고초를 치르기도 했고, 모든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활자를 발명하기도 했습니다. 조상들이 지식의 독점과 맞서 싸운 덕분에 두루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요즘, 그들의 열망과 반대로 사람들은 책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은 지식을 손에 쥐고 있는 세대임에도 현대인은 그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고전에 담긴 지식과 지혜를 잊지 않도록 여전히 노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 제작자입니다. 책을 읽기 싫어하면 그 속의 지식이라도 접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자들은 이 순간에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제작자 가운데에는 웹툰작가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스마트 시대가 열리면서 누구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손에 쥐고 다니는 요즘, 웹툰도 그만큼 접하기 쉬운 세상이 되었습니다. 웹툰이 승승장구 할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인문 고전을 주제로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의 임무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들 덕분에 인문 고전 독서를 시작하는데 거부감과 피로감이 많이 줄었습니다. 독서는 대단한 것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부터 즐겨도 됩니다. 제가 독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한권의 만화책 덕분이었습니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단 시작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사진출처

-표지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수‧일 연재, 작가: 무적핑크, 제작협력: Ylab)

-사진1,2 네이버 웹툰 <아이소포스>(수 연재, 글: 김양수, 그림: 도가도)

-사진3,4 다음 웹툰 <셜록 : 여왕폐하의 탐정>(금 연재, 글: 고경오, 그림: 곡)

-사진5,6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수‧일 연재, 작가: 무적핑크, 제작협력: Ylab)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