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콘텐츠코리아 랩에서는 콘텐츠융합아카데미 입학식이 열렸습니다. 새로운 영역의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입학생들의 열정이 빛나는 순간이었는데요. 단체 사진 촬영을 끝으로 입학식의 모든 일정이 종료된 후, 입학생들을 위한 콘텐츠 교육이 곧바로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강의의 주제는 ‘가상현실’이었는데요.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는 대표주자, 오큘러스VR의 서동일 지사장님께서 진행해 주셨습니다. 콘텐츠융합아카데미의 첫 일정답게, 수강생들은 눈을 빛내며 미래의 IT 생태계 한복판에 등장하게 될 가상현실에 대한 강의를 경청했는데요. 상상 속 세계를 현실처럼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는 곳, 가상현실에 대한 지사장님의 강연을 함께 되짚어보겠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속 인터페이스로 들어가서 몬스터들과 직접 대결하고 싶어지고, 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나도 우주로 날아가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데요. 이런 꿈 같은 일을 실재처럼 체험해볼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입니다. 정리하자면,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환경을 기술로 만들어내서, 사용자가 직접 그 상황 속에 있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주는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주는 기계가 바로 HMD(Head Mounted Display)인데요. 언뜻 보면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헬멧, 또는 고글처럼 보입니다. 


▲ 사진 1. '오큘러스 리프트' 소비자용 버전을 소개하는 브레덴 아이리비 오큘러스VR CEO


HMD의 특징 중 하나는 헤드 트래킹(Head Tracking)인데요. 센서를 통해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를 화면에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즉, 사용자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릴 경우, 화면 또한 왼쪽으로 이동해서 가상 현실에의 몰입감을 최대화하는 것이죠. 최근 이 기술은 포지셔널 트래킹(Positional Tracking)으로 발전해서, 머리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상체의 움직임 전체를 감지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HMD의 또 다른 특징은 110˚에 이르는 넓은 시야각인데요. 사실 사람이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는 이론상 200˚에 달합니다. 그러나 생체특성상 어느 정도가 넘어가면 부자연스럽게 째려보기보다는, 자동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고 합니다. HDM 개발자들은 이 점에 착안해서 시야각을 110˚로 조절했는데요. 일부러 힘을 줘서 째려보지 않는 한, 디스플레이의 모서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요. 그러므로 이용자는 이질감 없이, 디스플레이가 보여주는 가상 현실 속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입체 3D 사운드 또한 HMD의 주요 특징입니다. 지사장님은 좀비게임을 사례로 들어서 설명해 주셨는데요. 양쪽 이어폰에서 동일한 크기의 소리가 들린다고 상상해 볼까요? 소리가 일정한 크기로 고정되어서 들리면, 어디서 좀비가 나타나는지 추측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입체 3D 사운드의 경우에는 소리의 울림이나 근원지에 변화를 주어서 공간감이 함께 전달됩니다. 따라서 소리만 듣고도 어디쯤에서 좀비가 나타났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것이죠. 



사실 HMD가 처음 등장한 것은 거의 20여 년 전인데요. 그 동안 상용화되지 못했다가, 지금 재조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기술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초창기보다 기술은 훨씬 정밀해지고, 가격은 많이 저렴해진 덕분에 HMD는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기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삼성 갤럭시의 최신 기종은 QH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습니다. 이에 반해, 아이폰은 Full H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요. 아주 민감한 사람조차도 이 디스플레이의 차이를 감지해내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이제 디스플레이의 성능을 더 올릴 필요가 없는 것이죠. 시장이 근본적으로 한계에 부딪히자, 기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최강자로 평가받던 기업들은 입지가 흔들리게 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장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가상현실은 곧 투자가치가 있는 사업분야로 급부상했는데요.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데에는 기존 모바일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높은 사양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상현실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기술인데요. 현재의 PC게임과 콘솔게임과는 사뭇 다른 몰입감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고, 색다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영상 1. 게임박람회 E3에서 MS가 공개한 <마인크래프트> 시연 모습

(게이머가 음성으로 명령하면 홀로렌즈를 통해 가상현실로 구동)


현재 가상현실 연구가 가장 활발한 게임 분야 이외에도, 가상현실을 이용할 방안은 무궁무진합니다. 최근 오큘러스VR을 인수한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분야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요.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에는 사용자들이 텍스트를 공유했다면(it's fantastic!), 현재는 사진·동영상을 공유하고 있고(it looks fantastic!), 미래에는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을 공유하게 될 것(it feels fantastic!)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래에는 친구들의 생일파티 사진을 보면서 '재밌었겠다'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HMD를 착용하고 그 자리에서 생일파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죠. 헬스케어 분야에도 가상현실은 적용될 수 있는데요. 특히 외상 후 심리장애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트라우마를 갖게 된 환경을 가상으로 만들어내서 다시 되짚어보고, 이 환경을 의사가 분석하면서 환자의 심리 치료에 참고할 수 있다는데요. 또한,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는 가상으로 우주 환경을 조성한 후 안전하게 우주비행사 훈련을 진행하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극한 환경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는 있으면서도, 어디까지나 가상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은 가상현실의 큰 장점입니다.



가상현실 기술은 아직 보완해야 할 점이 남아있는데요. 가장 큰 과제는 하드웨어 기기의 소형화·경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정용 3D TV가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한 것은 집안에서 3D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귀찮음 때문이라는 분석이 팽배합니다. 선글라스 크기의 안경을 착용하는 것조차 불편해하는 세상에서, 그보다 훨씬 무겁고 불편한 HMD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확률은 훨씬 낮겠죠. 그래서 연구진은 가볍고 작은 HMD를 만들기 위해 소재와 디스플레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기기를 더욱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서 배터리 수명, 그리고 무선기술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현재 무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시스템은 조금 불안정한 상태인데요. 중간에 신호가 끊어질 수도 있고, 또는 신호의 세기에 따라서 1초에 전송되는 데이터의 양에 상당한 기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HMD는 대부분 유선을 채택하고 있는데요. 기계를 조금 더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이 꼭 필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작금의 가상현실은 주로 시각적·청각적 요소를 중점적으로 발전하고 있는데요. 더 완벽하게 가상현실을 느끼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촉각적·후각적 부분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장시간 기기를 착용하다 보면 신체가 쉽게 피로해질 가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안구 건조증과 멀미 등의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 사진 2. 강연 중이신 서동일 전 지사장님


지사장님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가 같이 발달해야 가상현실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콘텐츠 연구도 강조하셨는데요. 콘텐츠 산업의 현재 주소를 파악하고, 사용자의 요구를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용자가 PC게임과 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에서 기대하는 재미는 각각 다르기 마련인데요. 새총으로 목표물을 맞히는 모바일게임 <앵그리버드>, 그리고 과일을 반 자르는 모바일게임 <프루트 닌자 쓱싹>을 손가락 대신, 컴퓨터 마우스로 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두 게임 모두 즐겼지만, 제가 좋아했던 이유는 아마 모바일 게임답게 간편한 조작법과 단순한 디자인, 그리고 손가락으로 각도를 조절하고 액정을 가로지르는 그 느낌 때문이었어요. 현재 방식을 유지하며 컴퓨터 게임으로 출시된다면, 상대적으로 너무 단순하고 유치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이처럼 콘텐츠마다 최적화된 하드웨어가 다르기 마련인데요. 가상현실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찾고, 그에 따른 콘텐츠가 개발되어야 가상현실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수 있습니다.


강연을 들으면서, 저는 가상현실이 실생활과 무척 닿아있는 기술이라는 것에 많이 놀랐는데요. 통금시간 때문에 가지 못 해서 무척이나 아쉬웠던 심야공연이 떠오르면서,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하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제 방에서도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렜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 또한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다면, 더는 방학마다 여행 비용을 모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해봤는데요. 이렇게 가상현실을 사용해보고 싶은 분야가 짧은 시간에도 연이어 생각나면서, 미래에는 HMD가 스마트폰처럼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서동일 지사장님은 2030년까지 약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그 대신, 새로운 촉매기술이 고용을 창출할 것이라면서 기존에 없는 새로운 인프라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을 없애줄 뿐 아니라 고용 창출 효과까지 기대되는 가상현실 기술. 연구가 더욱 진전되어서 하루빨리 전 세계인에게 보급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 사진 출처

표지사진, 사진1. 네이버캐스트


ⓒ 영상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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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