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핀오프는 ‘온고지신’입니다. 유명한 사자성어라서 다들 아시겠지만 온고지신은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는 뜻입니다. 고리타분한 사자성어를 갑자기 꺼낸 이유는 이 말이 스핀오프를 설명하기 적합한 말이라 보았기 때문입니다. 스핀오프란 일종의 번외편으로, 스토리가 전작과 이어지는 속편(Sequel)과 달리 기존의 콘텐츠에서 형식이나 등장인물만 따와 별개의 이야기를 만드는 콘텐츠입니다. 대표적으로 배낭여행 열풍을 일으킨 ‘꽃보다’ 시리즈, 미국 애니메이션 슈렉의 슈렉 고양이로 유명한 푸스(Puss)의 이야기를 다룬 ‘장화신은 고양이(Puss in Boots)' 등이 있습니다. 과거에 만들어 놓은 형식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힌다는 점에서 스핀오프는 옛것에서 새것을 창출하는 시스템임이 분명합니다.


▲사진1 ‘꽃보다’ 시리즈의 ‘꽃보다 할배’ 로고


그러나 기존에 성공한 방식을 이어받았다 해서 반드시 그 콘텐츠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전작보다 나은 후속작 없다고 전작의 성공을 뒤로한 채 고배를 마시는 작품도 많습니다. 소비자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단순히 전작의 후광에만 기대 새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는 콘텐츠는 소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스핀오프를 성공으로 이끄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삼시세끼 제작진 나영석 PD와 최재영, 김대주 작가가 함께한 <콘텐츠 인사이트>에서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날의 <콘텐츠 인사이트>는 나영석 PD의 강연과 세 사람이 함께한 토크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현업인 및 관련 전공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콘텐츠 인사이트>는 실무자들을 위한 실용적이고 유익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나 PD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같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뜻이 맞는 주변 동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역설하며 나 혼자 잘나서 작품을 잘 만들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스핀오프도 엄연히 새 콘텐츠입니다. 따라서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는데, 동료들과 뜻이 맞지 않으면 일정한 톤과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나영석 PD는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뜻 맞는 동료들을 만들고 그들의 능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해야 한다 했습니다.


사진2 나영석 PD의 강연에 집중하는 사람들


나 PD의 동료사랑 강조는 강연이 끝날 때 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강연을 마칠 때 자신의 백상예술대상 대상 수상소감발표 영상을 마지막으로 연단에서 내려왔는데, 기쁜 자리에서 조차 그는 거듭 ‘함께 함’을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사실 제가 만드는 게 아닙니다. 저와 함께 오랫동안 같이 일해 준 우리 훌륭한 후배님들 작가님들 그리고 스태프님들과 같이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라고 운을 뗀 후 동료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모습에서 동료를 사랑하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영석 PD가 지상파 방송사에서 케이블 방송사로 이적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먼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을 이야기 했습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지상파 3사의 위상은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불어온 변화의 바람은 강력했습니다. 케이블 방송은 물론이고 종합편성채널, 인터넷 개인 방송 등 지상파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변화가 미디어 산업에 찾아왔습니다. 이제는 지상파에서도 더 이상 유의미한 시청률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나영석 PD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의 인기 드라마도 10% 대의 시청률이 나오면 대박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반면 자극적이고 질 낮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케이블 방송의 관행은 인터넷 기반 미디어가 탄생하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케이블 방송도 질을 신경써야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사진3 연단에서 강연 중인 나영석 PD


나 PD가 스핀오프를 선택하게 된 이유도 케이블 방송의 생존 방식 때문입니다. 지상파 방송은 안정적으로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유료방송인 케이블 방송의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때 눈에 띠는 내용이나 장면이 나와야 채널을 고정합니다. 그는 지상파를 백화점, 케이블 방송을 구석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 비유하였습니다. 백화점은 항시 사람이 많지만 구석진 레스토랑은 입소문이 나지 않으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 레스토랑들은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하나의 법칙이 존재합니다. 바로 비슷한 테두리 안에서 새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프랑스 요리를 팔던 레스토랑은 새로운 메뉴를 프랑스 요리라는 굴레 안에서 만들어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구입합니다. 만약 프랑스 요리 레스토랑에서 신 메뉴로 일식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그 맛이나 전문성을 의심합니다. 케이블 방송도 이와 같아서, 튀기 위해 차기작으로 무작정 새로운 것을 내놓으면 역효과가 납니다. 성공한 전작의 후광에 기대어 비슷한 것을 새롭게 해야 시청자는 새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결과물이 ‘꽃보다’ 시리즈와 ‘삼시세끼’ 시리즈인 것입니다.



나 PD는 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절대로 스핀오프를 염두하고 콘텐츠를 만들지 말라.” 그는 지금 기획 중인, 혹은 제작 중인 콘텐츠에 본인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을 강조했습니다. 스핀오프도 결국 성공한 전작을 바탕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스핀오프를 위해 따로 빼놓았다 할지라도 전작이 실패하면 제작할 기회조차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핀오프는 전작의 후광효과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스핀오프를 먼저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 만드는 콘텐츠를 먼저 성공시킬 생각을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만드는 콘텐츠를 어떻게 성공시킬 수 있을까요? 나영석 PD는 좋은 콘텐츠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뽑았습니다. 첫째는 새로울 것, 둘째는 재미있을 것, 셋째는 의미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새로울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거나 의미 있어도 새로움이 담보되지 않으면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박이 나는 콘텐츠는 굉장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그는 ‘꽃보다 할배’가 나오게 된 일화를 이야기 했습니다. 배낭여행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결정은 했는데 등장인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케이블 방송으로 이적하고 난 후에는 캐스팅 파워도 약해져 더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 “할아버지가 가는 게 어떨까요?”하고 장난스럽게 말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러면 누가 보겠냐 하고 넘어갔는데, 계속 생각해보니 손이 갔다고 합니다. 결국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움이었기에 실제로 제작을 해보았고 결과는 첫 방송 시청률 4%로 케이블 방송임을 감안했을 때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사진4. 질문하는 한 참가자


나 PD도 처음에는 케이블 방송사에 와서 무엇을 만들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속 방송사의 히트작인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먼저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트렌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포기하고 맙니다. 자신의 능력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슈퍼스타K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트렌드가 눈에 보여도 내가 쫓아갈 수 있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해보라 조언했습니다. 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결국 ‘본인’입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신이 관심 없는 분야는 만들면서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이 됩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여행’을 콘텐츠 주제로 잡기로 정하고 여기에 새로움을 덧입히고자 노력했습니다. 나영석 PD는 이를 두고 ‘반 보만 새로워야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한걸음 보다는 익숙한 반걸음에서 새로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새로우면서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가, 이 점이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사진5. (왼쪽부터)토크쇼를 진행 중인 진행자 최유미 아나운서, 최재영 작가, 나영석 PD, 김대주 작가


나영석 PD의 강연이 끝나고 난 후에는 최재영, 김대주 작가와의 토크쇼가 진행되었습니다. 세 사람의 입담이 모두 특출 나서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간이었습니다.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된 토크쇼에서는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갔습니다. 특히 현업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콘텐츠 인사이트>여서 실무와 관련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강연을 했던 나영석 PD 외에 함께 오신 두 분의 작가님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 스토리와 관련 있는 참석자들의 질문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스타일의 고착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은 한 기획자의 질문이 있었는데, 두 분의 작가들께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모습에서 동종 업계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대화는 ‘함께 한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때 최재영 작가가 했던 말입니다. 그는 나영석 PD의 한 마디가 고맙고 인상 깊었다고 했습니다. 바로 “메인 PD 한명의 의견보다 막내 PD 두 명의 의견이 더 중요하다 생각해.”입니다. 그는 이 말이 다수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편안하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말이라 덧붙였습니다. 그로인해 최 작가는 나 PD와의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사진6. 질문에 답변하는 김대주 작가


김대주 작가도 최재영 작가의 의견을 거들었습니다. 그는 1박 2일 팀의 막내작가로 영입되기 전에 다른 프로그램 팀에서 막내작가로 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작가답게 넘치는 아이디어와 끼가 있었지만 팀 분위기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놓을 수없는 환경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랜 시간동안 아이디어를 내놓지 못하니 팀 내에서 ‘무능한 아이’라는 이미지로 낙인찍혔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 1박 2일 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나 PD가 쓸데없는 생각도 말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작가에게 찾아온 환경의 변화는 부정적인 이미지였던 김대주 작가를 삼시세끼 어촌편을 메인 작가로서 이끌 정도로 성장한 방송작가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들의 일화를 듣고서 ‘이야기 산업 포럼’을 취재했던 당시 한 토론자의 주장이 떠올랐습니다. 그 토론자는 현 콘텐츠 부족 사태의 원인을 ‘작가가 프로듀서에게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없는 문화’ 때문이라 진단했습니다. (2015년 06월 08일자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지켜줄 초석 <이야기산업 중장기계획 수립을 위한 1차 포럼>’ 기사) 그리고 나영석 PD는 일반적인 국내 콘텐츠 제작문화와 반대로 팀 내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편하게 내놓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흔히들 ‘나영석 사단’이라고 부르는 콘텐츠 제작팀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성공하는 콘텐츠는 탄탄한 기획력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합니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시장조사,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기본이고 동선, 미장센 등 사소한 부분까지 전부 고려했을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이 하나 탄생합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힘은 결국 사람, 즉 ‘동료’입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이 모든 부분을 해낼 수 없습니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할 때 최고의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나영석 PD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을 조성한 것도, 최재영 작가와 김대주 작가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산 할 수 있었던 것도 동료를 믿고 의지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믿음은 트렌드를 주도하는 콘텐츠가 되어 시청자를 사로잡았습니다.


앞에서 이야기 했지만 스핀오프는 온고지신입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아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옛것을 ‘주체적’으로 수용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스핀오프는 전작을 잇는 것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전작의 색깔만 빌려오는 것일 뿐 나머지는 새 작품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확실히 앞으로 대세는 스핀오프 제작 방식임이 분명해 보이고, 지금도 많은 스핀오프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전작이 이뤄놓은 성과에 기대서는 안 됩니다. 또한 스핀오프가 대세라고 자신이 속한 유통 플랫폼의 특징은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스핀오프를 선택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정성을 다해 뜻 맞는 동료와 함께 만든다면 당신도 성공적인 스핀오프 제작자가 될 수 있다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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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사진1 tvN

-사진2~8 한국콘텐츠진흥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