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부모와 자식의 대화를 이끌어내다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 6. 10.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표지. <아빠를 부탁해> 포스터


누군가 당신의 부모님과 친하냐고 물어본다면, 혹은 당신의 자녀와 친하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하실 건가요? 당연히 가깝고 친근한 관계가 부모·자식 관계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많은 가족이 서로에게 숨길 수 없는 거리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와 <아빠를 부탁해>는 그런 가족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에게서 대화와 화해를 끌어냅니다. 당신은 당신의 부모님에 대해, 자녀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계신가요?   



첫 회부터 '공감 예능'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 이 프로그램에는 참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지극한 아이돌 팬심에 갈등하는 모녀부터 연락을 문자로만 주고받는 모녀까지 별나지만 익숙한 가족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데요. 한지붕 아래 살면서도 가진 생각은 정반대니 말 그대로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상이몽>은 그러한 갈등을 두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시각으로 부모와 아이 양자의 관계를 조명합니다. 자신은 아이에 대해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오만'했던 부모, 부모님은 제 맘을 알지도 못하면서 잔소리만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 주인공은 부모 혹은 아이 어느 한쪽이 아니라 그들 모두입니다. 그들은 일방적 이해를 강요받는 대신 서로의 진짜 속마음을 듣고 공감하게 됩니다. 그렇게 잔소리를 일삼는 부모에게는 자식을 걱정하는 애달픈 고민이 있었음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주장하는 자식에게는 억눌린 처지에 대한 설움이 있었음을 알게 되지요.


▲ 사진 1.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의 진행자 유재석과 김구라


어른인 부모는 자식의 입장에서 항상 강자입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이 항상 강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서로는 서로 앞에서 약해지고 이는 많은 서운함과 고민을 낳습니다. 이러한 갈등은 빨리 해소되지 않으면 점점 커지게 되는데요. 이때 자신의 눈이 아닌 상대의 관점에서 들여다본 서로의 모습은 각자의 행동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지금껏 서로에게 털어놓지 않았고 그래서 몰랐던 속내를 들으면서, 진심으로 서로에게 공감하게 되기도 하지요. 부분만 보아 왔던 서로의 모습을 더 깊이 알고 이해하는 것, 이는 소통을 불러서 그들의 거리를 좁힙니다.



스무 해가 넘는 시간을 함께 지내도 어색한 사이가 부녀 관계입니다. 한 지붕 밑에 산 기간은 길어도 함께 보낸 시간이 적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아빠를 부탁해>는 거리를 극복하고 서로와 친해지고 싶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최근 등장한 아빠들의 예능이 주로 어린 자녀의 육아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젠 그 시기를 다 지나 보낸 황금기의 딸과 황혼기의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인데요. 추억의 부재를 메우고자 하는 그들 사이에는 엄청난 어색함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으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끈끈한 친밀감이 찾아오게 됩니다.


▲ 사진 2. SBS <아빠를 부탁해>에서 모여 있는 부녀들


성년이 되어도 부모 앞에서는 여전히 아이일 뿐인 딸과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최고인 아버지.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껏 서로 알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무심한 말 뒤에 있었던 눈물을 보기도 하고, 애교 속에 숨겨진 결핍을 보기도 하지요.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은 서로에게 가까워집니다. 가까워질수록 더 깊게 관심을 두게 되고, 서로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것에서 소통은 출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서로가 가족임을, 그들 사이에 끈끈한 사랑이 있음을 점점 짙게 느끼게 됩니다.



▲ 사진 3. <동상이몽>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족


전통적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권위로 이어지는 관계였다면, 지금은 소통으로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세대 간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십 년만 지나도 강산이 변하는데, 부모님의 황금기와 자식들의 황금기 사이에는 몇 번의 강산이 변했을까요? 사회는 점점 열려가고 가치관은 계속 변화하며, 이는 가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긍정적인 흐름입니다.


너무도 달라졌기에 그들은 서로가 항상 궁금합니다. 부모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비추어 자식을 이해하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분명히 다르고, 자식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의 말이 괜한 고집으로 느껴질 뿐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보호와 자립 사이에서 제 위치를 찾는 것을 어려워하고, 그 사이에서 강제적 권위는 벽으로 작용할 뿐입니다. 결국엔 관리가 아니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반항이 아니라 이해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바로 ‘소통’입니다. <동상이몽>을 비롯한 프로그램들은 이러한 소통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 사진 4. <아빠를 부탁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경규와 딸 예림


변화하는 가족은 변화하는 사회 전체와도 맞물려 돌아갑니다. 이는 가부장적 가정에 존재하던 정해진 성 역할을 거부하게도 하는데요. 자식을 담당하는 것은 어머니, 생계를 담당하는 것은 아버지라는 전통적인 가족관. 이는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벌어진 거리를 고착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변화하는 성 역할에 맞춰 아버지와 양육의 관계가 재조명되고, 이는 성년이 된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빠를 부탁해> 역시 그런 질문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묵묵히 돈을 벌며 뒤에서 뒷받침해 주는 아버지, 혹은 뒷모습만 보여 주며 가족의 생계를 앞으로 끌고 나아가는 아버지가 아니라, 내 옆에서 내 말을 들어주고, 나와 시간을 나누는 아버지가 변화하는 가족에 필요한 모습이었던 것이지요.


오늘도 지지고 볶느라 눈물을 글썽이는, 혹은 서먹함에 입을 다물어버리는 수많은 가족. 이렇든 저렇든 그들의 목표는 ‘행복’입니다. 가족은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수많은 갈등도 모두가 서로가 필요하기에, 서로가 행복하기를 빌기에 존재합니다. 지금 부모님에게, 혹은 자녀에게 말을 전할 수 있다면, 어서 달려가 마음을 여는 한 마디를 건네 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 출처

표지. SBS <일요일이 좋다 - 아빠를 부탁해> 공식 홈페이지

사진 1.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공식 홈페이지

사진 2. SBS 홈페이지

사진 3.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공식 홈페이지

사진 4. SBS 홈페이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