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 개봉한 영화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과 ‘하드보일드멜로’라는 새로운 장르의 영화 <무뢰한>(감독 : 오승운)이 칸영화제의 여러 외신들에게 호평 받고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은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기도 했었죠. 샤를 테송 비평가 주간 위원장은 <차이나타운>을 기존 범죄영화 틀을 여성으로 바꿔 이끌어 간 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고 하네요. 한준희 감독은 지난 17일 오후에 열린 '한국영화의 밤'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었다고 합니다. 하나 더, 영화 <무뢰한>은 상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는데요. 칸영화제 공식 일간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한국만의 어둡고 스타일리시한 톤이 독특하다"며 매혹적인 화면연출에 대해 칭찬했다고 합니다. <무뢰한>은 국내에서 오는 29일 개봉 예정인 작품입니다. ‘칸의 여왕’ 전도연이 주연을 맡은 만큼 기대가 되네요. 


이처럼 <차이나타운>과 <무뢰한>이 호평을 받은 데에는 이번 칸 영화제의 키워드인 ‘여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영화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느와르영화’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요, '느와르'는 프랑스어로 '검은'을 뜻한다고 합니다.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 스릴러물을 가리켜 프랑스 영화 비평가들이 '필름 누아르'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요. 주로 폭력적인 주제를 감정 없이 묘사한 형식의 ‘하드보일드 범죄소설’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지요.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1980년대 범죄세계를 다룬 홍콩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포스터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요? 저는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조직원들 못지않은 두 인물의 분위기에 압도되었는데요. ‘타짜’에서 매력적인 여성으로 등장한 김혜수의 눈빛과 ‘은교’로 순수함을 보여줬던 배우 김고은 분의 엇갈린 시선이 매우 신선했습니다. 특히 김고은 은 ‘은교’에서의 순수한 여고생의 이미지와 정 반대인 이미지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이처럼 신선한 충격이 느껴지는 이유는 기존의 느와르 영화들이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 됐기 때문입니다.


▲ 사진 1 영화<신세계> 포스터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살려는 드릴게”, “브라더” 등 여러 명대사를 남긴 영화 <신세계>가 있습니다. <신세계>는 ‘이자성’(이정재분), ‘강과장’(최민식분), ‘정청’(황정민분)의 세 남자가 가고 싶었던 서로 다른 세계를 그린 영화입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과 틈 없는 구성으로 엄청난 흥행기록을 세웠지요. 조직세계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거칠고 강렬한 남성의 역할이 두드러졌습니다. 세 배우들이 펼쳐 보이는 조직의 세계에서는 끈끈한 믿음과 우정도 있지만 언제 배신을 당할지 모르는 냉혹한 세계가 그려졌는데요. 골드문 조직의 후계를 놓고 벌이는 ‘야망있는’ 남성의 이미지가 영화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반면, 여배우들의 역할은 이에 비하면 매우 단편적으로 그려졌습니다. 극 중 ‘신우’(송지효 분)는 경찰인데요. 골드문에 조직원으로 위장해 있는 이정재에게 정보를 접수 받아 강과장에게 넘겨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끝내 정청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마지막에는 그에게 납치당해 드럼통 속에서 죽음을 맞습니다. 남성과 반대로 여성의 이미지는 다소 소극적으로 그려졌는데요. ‘지켜주어야 하는 존재’, 그리고 남성들의 세계에서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인물로 표현되었습니다. 



‘어머니’라는 단어가 범죄 스릴러 주제를 다룬 느와르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여기, 차이나타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릅니다. 극 중 고리대금업·장기밀매업을 전문으로 하는 ‘엄마’(김혜수 분)는 차이나타운 뒷골목을 지배하는 조직의 보스입니다. 출생에 대한 기록도 없고 아이 때부터 버려진 이들로 구성된 조직의 일원들은 그녀를 '엄마'라고 부릅니다. 그런 그녀 앞에 물품보관함에 버려진 아이 '일영‘(김고은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 사진 2 영화<차이나타운> 포스터


두 배우의 호흡은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주체가 됩니다. 바로 여기서 기존 영화와의 차별성이 잘 드러나는데요. <차이나타운>은 남자 조직원들을 압도하는 '보스'로 여성을 설정했습니다. 김혜수는 한 인터뷰에서, “영화의 캐릭터가 전반적으로 강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충격이 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특별했던 것은 여성이 주체가 되고 여성의 캐릭터를 색다르게 표현했다는 점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조직의 보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때문에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흐르는 주제 또한 미묘하게 다릅니다. ‘생존’만을 삶의 목표로 두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인생에 있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인 ‘모성’,그리고 ‘정’이 표현된다는 것이지요. ‘엄마’는 그들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냉혹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기존의 남성배우들이 연기했던 조직원 보스의 냉정한 모습과는 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하드보일드’라는 단어는 원래 느와르 장르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 주로 쓰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멜로’가 붙는다면 어떨까요? 영화 <무뢰한>은 ‘하드보일드 멜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스크린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 이유는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분)과 ‘김혜경’(전도연 분)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다루었기 때문인데요. 개봉 전부터 외신들의 반응이 눈에 띕니다.


▲ 사진 3 영화<무뢰한> 스틸컷


‘하드보일드’장르이기 때문에 남성적 분위기가 주도적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극 중 ‘혜경’(전도연 분)의 역할이 매우 큰 것이 포인트인데요. 여기에 오승욱감독의 연출력까지 더해지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특히 미국의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에 대해 “느와르만의 분위기를 충실히 담고 있으나 보통의 느와르들과 다르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존 ’팜므파탈’의 이미지로 주로 등장하던 여성에서 더 나아간 캐릭터를 설정했다고 평가한 것이지요. ‘혜경’은 살인자의 아내입니다. 스틸컷만 보아도 배우 전도연분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나요? 어딘지 지쳐 보이는 모습이지만 삶에 대한 강인함을 가진 여성일 것 같네요. 


▲ 사진 4 영화<암살> 포스터


오는 7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암살>도 주목할 만합니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부터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극 중 주연을 맡은 전지현 분은 영화 <도둑들>에서도 ‘예니콜’역할을 맡아 가장 빛났던 배우 중 한사람이었지요. 이번 영화 <암살>에서는 ‘안옥윤’역을 맡았는데요. 주연을 맡은 배우들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홍일점인 것이 눈에 띕니다. 사진에서 카리스마 있는 이정재, 하정우 분 사이에서 강인하지만 부드러운 눈빛을 가진 그녀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를 이끌어갈 그녀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차이나타운>과 <무뢰한>은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것 외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CGV 리서치센터가 지난 4년간 개봉했던 폭력과 범죄를 소재로 한 ‘청불영화’ 9편의 분석에 따르면, 이 같은 장르의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30대 여성들의 역할이 컸다는 결과입니다. 통상적으로 느와르 장르의 영화는 남성 관객이 대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조사에 따르면 영화 관람객 중 2030여성의 비중이 무려 47%에 이른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습니다. <화이>의 경우 52%, <내가 살인범이다>는 53%에 해당한다고 하는데요. 이들 작품은 여성 관객 수가 과반수를 기록하며 남성관객수를 제쳤습니다. 


이와 같이 기존 통념과는 달리 여성관객들이 느와르 영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CGV리서치센터가 각 영화가 개봉한 이후 2주 간의 SNS, 블로그, 페이스북 등 트렌드를 추적한 결과 ‘멋지다’, ‘예쁘다’ 등이 연관 검색어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고 합니다. 또 배우들의 의상이나 소품 등에 대한 관심도 상당 부분 차지했다고 하네요. 리서치센터의 의견에 따르면, 여성관객들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관심이 남성 관객과는 다른 특징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최근까지도 <신세계>, <강남1970> 등 남성배우들이 주체가 되는 느와르 작품이 흥행했었는데요. 이 같은 상황에서, 여성을 작품의 주인공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줄 수 있겠지요. 여배우만이 가지는 특별함은 기존에 남성배우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성’이나 ‘사랑’등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더 다양하고 새로운 요소로 채워 질 한국영화의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사진출처

- 표지 CGV 아트하우스

- 사진 1 <신세계> 공식홈페이지

- 사진 2~3 CGV 아트하우스

- 사진 4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출처] 카리스마 있는 여자가 대세! 느와르 영화에서 여성의 이미지 (비공개 카페)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