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모, 김범수, 왁스, 지아까지… 이 가수들의 공통점이 뭘까요? 바로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했다는 점인데요. 얼굴 없는 가수가 탄생한 것은 가수에게 음악성뿐 아니라 외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것을 바라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음악이란 ‘소리’를 즐기는 것인데, 어느샌가 우리는 ‘귀’로 들어야 할 음악을 ‘눈’으로 소비하게 된 거죠. 그리고 외적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가수에게는 많은 편견과 선입견이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요즘, ‘목소리’라는 본질에 집중하고, 이미지를 가림으로써 이러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는 예능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함께 살펴볼까요?



MBC의 예능 <복면가왕>은 나이, 신분, 직종을 숨긴 8명의 스타가 오직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펼치는 토너먼트 서바이벌 음악쇼입니다. 지난 설 명절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소개되었고, 정규 프로그램이 되어 <일밤>에 합류한 이후 시청률은 계속 상승세에 있습니다.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 <복면가왕>에 존재하는 그 매력 포인트는 과연 무엇일까요?


사진1. MBC <복면가왕> 


먼저, <복면가왕>의 가장 큰 특징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림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판정단과 시청자들은 오로지 부르는 사람의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 어떤 편견과 선입견도 끼어들 수 없죠. 그래서 우리는 한 명의 복면이 벗겨질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합니다. ‘저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잘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텐데요. 특히 이런 놀라움은 복면 속의 얼굴이 ‘아이돌 스타’였을 때 가장 극에 달합니다.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의 우승자였던 EXID의 솔지와 B1A4의 산들, 그리고 FT아일랜드의 이홍기까지. 늘 그룹의 이미지와 인기로 포장되었던 이들이기에 이처럼 출중한 노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의 재발견은 판정단과 시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또한 <복면가왕>이 가지는 색다른 묘미는 그 가수의 노래를 더 듣고 싶다는 욕구와 그 가수가 누구인지 궁금해 복면을 벗기고 싶다는 욕구가 상충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연예인 판정단 또한 이러한 고충을 불만처럼 토로하기도 하는데요. 계속해서 듣고 싶은 노래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탈락시켜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복면가왕>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둘 중 누가 올라갈지 그리고 복면에 가려진 출연자는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두 호기심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재미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2회째 우승을 이어나가고 있는 ‘황금락카 두통 썼네’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시즌2까지 방송된 Mnet의 <보이스 코리아>는 참가자의 외모, 퍼포먼스, 배경에 상관없이 오직 목소리에만 집중한 블라인드 오디션입니다. 거기에 최고의 가창력과 프로듀싱 실력을 갖춘 코치진 4인(신승훈, 백지영, 길, 강타)이 참여하면서 수준 높은 오디션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비록 종영되었지만 <보이스 코리아>야 말로 ‘목소리’ 자체에 집중한, 진정한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진2. Mnet <보이스 코리아>


벌써 개봉된 지 9년이 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기억하시나요?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미녀는 괴로워> 의 주인공 한나는 미녀 가수 아미의 립싱크에 대신 노래를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신세입니다. 황홀한 미모와 완벽한 몸매로 돌아온 한나는 ‘제니’라는 가수가 되어 많은 인기를 얻게 되는데요. 이 영화의 스토리는 바로 ‘이미지화된 가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처럼 시각적인 것이 강조되는 시대에서는 오디션도 예외가 아닐 텐데요. 한때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오디션의 본질을 가장 잘 들여다본 프로그램이 바로 <보이스 코리아>입니다. 이 오디션이 다른 오디션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참가자의 얼굴을 보지 않고 오로지 목소리만으로 참가자를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코치이자 심사위원인 사람들은 뒤돌아 앉아 있다가, 참가자의 노래만을 듣고 참가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즉, 앞서 이야기한 <복면가왕>의 ‘복면’ 역할을 ‘뒤돌아 앉은 의자’가 하는 셈이죠. 


종종 오디션을 보고 있노라면, 노래 실력이 아닌, 참가자의 배경이나 외모로 주목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가수에게 있어서 외모나 퍼포먼스와 같은 외적인 요소가 중요할 때도 있지만, 노래하는 사람을 뽑는 것. 그것이 바로 오디션의 본질이 아니던가요. 그런 점에서 참가자의 외모, 퍼포먼스, 배경에 상관없이 ‘목소리’에만 집중한 <보이스 코리아>가 오디션의 본질을 잘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포맷으로 ‘괴물 보컬’ 손승연이나 ‘알앤비 신예’ 유성은과 같은 실력파 가수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사진3. jtbc <히든싱어>


앞에서 이야기했듯 우리 사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음악’이 참 많은데요. <히든싱어>는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에 중점을 둡니다. 비주얼 가수, 보는 음악의 홍수 속에서 듣는 음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일깨우는 겁니다. 즉 우리는 <히든싱어>를 보며, 통 뒤에 숨어서 노래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거죠. 시각적인 것을 가림으로써 온전히 청각적인 것에 기대기 때문에 그 재미와 감동이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흔히 한국인은 한과 흥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한국인만큼 노래를 즐겨 듣고 소비하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노래를 소재로 하는 예능이 끊이지 않고 제작되며, 또 시청자의 요구에 맞게 음악 예능도 다양하게 변형되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변형되었든 간에 결국 시청자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는 것의 본질은 바로 ‘목소리’ 그 자체입니다. ‘눈’으로 즐기는 음악도 좋지만, 음악의 본질로 돌아가 ‘귀’로 듣는 음악에 충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사진 출처

- 표지. MBC <복면가왕> 홈페이지

- 사진1. MBC <복면가왕> 홈페이지

- 사진2. Mnet <보이스 코리아> 홈페이지

- 사진3. JTBC <히든싱어> 홈페이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