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와 콘텐츠, 그리고 2015년의 우리들

상상발전소/문화기술 2015. 4. 30. 10:0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표지 사진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언어는 한 사회의 어떤 구성원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모습과 의미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을 흔히 언어의 시대성이라고 하죠.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언어, 특히 지금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들은 얼마 못 가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2015년의 우리를 반영하는 말이자 먼 훗날 지금을 다시 추억할 수 있는 ‘키워드’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신조어들이 음악,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들에 사용되고 있는데요. 신조어가 콘텐츠에 쓰이면서 더욱 많은 사람이 즐겨 쓰는 용어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유행하는 신조어를 사용함으로써 콘텐츠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점을 누리기도 합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14년 신조어’ 중 콘텐츠 속에 녹아있는 몇 가지 단어들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심쿵’은 ‘심장이 쿵’을 줄인 신조어로 보통 깜짝 놀랄만한 것을 보았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단순히 놀라운 상황에만 사용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기도 하지요. 최근에는 로맨틱한 드라마의 한 장면을 소개하는 기사나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TV 프로그램 자막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심쿵은 작년 한 해를 뒤흔들었던 신조어 ‘썸’과도 닮아있는 단어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심쿵이라는 제목을 붙인 달콤한 사랑 노래들이 봄과 함께 우리를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솔로로 컴백한 그룹 틴탑의 니엘은 지난 14일 주니엘과 함께 <심쿵>이라는 핑크빛 듀엣곡을 선보였고, 이어 21일에는 소녀시대의 써니와 옥탑방 작업실이 함께한 <심쿵주의보>도 발매되었습니다.


▲ 영상 1 니엘 & 주니엘 <심쿵>


‘이런 어쩌면 좋아 널 너무 좋아하잖아. 이런 기분 말 못하는 내 모습이 싫어’, ‘잘 자요 쿨한 척 얘기 했지만 눈을 감아도 그대 생각에 잠들 수 없어’. 두 곡에 담긴 우리 사회 연인들의 모습은 2014년의 <썸>처럼 아직도 서로 밀고 당기며 애태우는 모습 그대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느 사랑 노래들처럼 봄에 맞춰 등장한 두 곡은 '심장이 쿵 할 사랑'을 기다리는 우리 청춘들의 마음을 읽어낸 콘텐츠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음으로 이야기할 신조어는 바로 ‘앵그리맘’입니다. 앵그리맘이란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엄마들을 일컫는 신조어인데요. 경제 활동에 참여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워킹맘’이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해졌지만, 앵그리맘이라는 단어는 조금 생소하기도 합니다. 앵그리맘은 최근 들어 자녀 교육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분노하고 그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생긴 단어인 만큼 현대 사회 엄마들이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사진 1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 포스터


지난 3월부터 MBC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앵그리맘>은 제목의 의미가 곧 드라마의 내용과도 직결되어 있는데요. 드라마 <앵그리맘>은 한 때 날라리였던 젊은 엄마 강자(김희선)가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학교폭력, 부실공사 비리 등 한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에 정면으로 맞서는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엄마가 고등학생이 된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바탕으로 했음에도 드라마 <앵그리맘>이 담아내는 모습만큼은 현실과 맞닿아있습니다. 앵그리맘이라는 단어가 반영하는 이 시대의 초상처럼, 드라마 <앵그리맘>은 2015년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문제점을 극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뇌섹남’이란 ‘뇌가 섹시한 남자’를 줄인 말인데요. ‘짐승남’, ‘초식남’ 등 남성을 가리키는 신조어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유행한 단어입니다. 뇌섹남은 외적인 매력보다도 남성의 내적인 매력에 초점을 맞춘 표현으로 처음에는 지적이고 교양 있는 남성만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나 뇌섹남이라 일컬어지는 캐릭터들이 대중매체에 등장해 뛰어난 언변과 재치 역시 보여주면서 뇌섹남은 지적 수준이 높으면서도 이를 과시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남성을 가리키는 말로 진화했습니다.


▲ 사진 2 tvN 예능 프로그램 <뇌섹시대-문제적 남자>


현재 tvN에서 방송 중인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라는 예능은 프로그램의 포맷과 출연진 설정에 있어 뇌섹남의 의미를 적극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교 1등, 명문 학교 출신, 아이큐 상위권 등 출연자들의 지적인 면을 강조하는 한편 영어로 제시되는 문장으로 사자성어 맞히기, 마이크로소프트사 면접 문제 풀어보기 등의 질문으로 내용을 구성했습니다. 뇌섹남이 지닌 의미 중 학벌과 스펙으로만 판단된 ‘지적인 면모’만 조명했다는 아쉬움도 남지만, 현재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남성상을 부각한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물론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미치는 영향력만큼 콘텐츠 속 신조어의 사용이 올바른 국어사용을 방해한다는 우려 역시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콘텐츠 속 신조어가 줄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감대’를 과연 어떤 것이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분별한 사용은 자제하되 신조어가 가지는 이 공감의 힘을 콘텐츠들이 어떻게 영리하게 이용해낼 수 있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사진 출처

-표지 사진 MBC

-사진 1 MBC

-사진 2 tvN


ⓒ 영상 출처

- 영상 1 틴탑 공식 유튜브 채널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