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충견-백구와 하치의 이야기

상상발전소/KOCCA 다락방 2015.02.23 10:36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일본 동경 시부야.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사람들이 붐비는 시부야 역에 자신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는 개가 있습니다. 개의 이름은 하치. 하치는 1924년, 우에노 교수가 기르기 시작한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하치는 우에노 교수를 배웅하거나 종종 시부야 역까지 마중을 나가곤 했습니다. 1925년 5월, 우에노 교수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게 됩니다. 오지 못하는 주인을 하치는 매일 시부야 역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지금은 동상으로 그 자리를 계속 지키고 있는 충견 하치를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또 한 마리의 개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충견인 백구입니다.

 


▲ 사진1 시부야역에 위치한 하치코 동상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비슷한 것 같은 하치와 백구. 이 두 마리의 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여기에는 없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전해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하치와 백구가 남기고 간 이야기를 시간이 흘러도 간직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콘텐츠입니다. 영화부터 소설까지 여러 장르의 콘텐츠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세대를 거쳐 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국의 백구와 일본의 하치 이야기를 그려낸 콘텐츠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사진2 시부야역에 위치한 하치코 동상

  



SBS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인 'K팝스타4'에서 불린 이진아의 ‘마음대로’는 청아한 그녀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은 애절한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달픈 노래 가사가 사실은 하치 이야기에서 따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진아는 주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는 하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하치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마음대로’의 가사는 기다림에서 오는 아픈 마음을 잘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진아의 자작곡 '마음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리워해요

슬프긴 해도

어쩔 수 없는 건

내 마음이 그댈 향해

대체 움직이지를 않네요

그대는 지금 어디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바보 같은 내 맘을 알까요 

기다릴래요

변함없어도

난 상관없어요

차가움이 내게 와도

언제나 그대를 기다려요

친구들이 그만하래도 난 그대 바라보네

새로움이 내게 말을 걸어와도 난 변함없네요

그대만이 그대만이 나를 웃음 짓게 만드네요

바보 같은 내 맘을 알까요 


 

▲ 사진3 영화 <하치 이야기> 포스터

 

 

하치의 인기는 일본과 한국을 넘어 미국으로 향합니다. 1987년 영화인 <하치 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인 <하치 이야기>는 리차드 기어가 주인공인 영화로, 하치의 이야기 배경을 일본에서 미국으로 옮겨놓았습니다. 미국 교외의 베드리지 역 추운 겨울밤, 길 잃은 아키타 강아지를 우연히 보호하게 된 파커 윌슨 교수는 아내의 반대를 무릎 쓰고 강아지를 키우게 됩니다. 목걸이에 달린 택에 새겨진 한자에서 하치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강아지는 파커교수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녁 5시가 되면 베드리지 역으로 귀가하는 파커를 마중하는 것이 일과가 된 하치. 어느새 한 사람과 한 마리의 개 사이에 자라난 사랑과 신뢰는 그렇게 계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파커는 대학 강의 중에 쓰러져 더는 하치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지만 그래도 하치는 역 앞에서 죽은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게 됩니다. <하치 이야기>는 이러한 감동적인 실화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비록 공간적인 배경은 바뀌었어도 ‘약속’과 ‘믿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절대적인 단어로 인해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따뜻한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 사진4 영화 <하치 이야기> 스틸컷


 

영화 <하치 이야기>의 원작이자 소설로도 크게 사랑받은 <하치 이야기>. 이 작품은 신도 카네토의 작품으로 하치라는 개의 탄생에서, 성장, 죽음에 이르는 13년의 삶을 통해서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충견 하치의 실화를 따뜻하게 담은 소설 <하치 이야기>는 사람과 동물은 뜨거운 사랑과 신뢰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였습니다.



▲ 사진5 소설 <하치 이야기>

 

 

하치가 매일 역에 나가 교수를 기다린 것은 맹목적인 충성심이 아닌, 자신을 온전한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준 주인에 대한 감사함이 아닐까요? 몇십 년이 흘러도 계속해서 기억될 하치가 주는 따뜻한 사랑과 감동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다양한 콘텐츠화를 통해 익숙하고도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일본에 하치 이야기가 있다면 한국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구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명 돌아온 백구로 알려진 이 이야기는 하치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실화입니다. 1993년에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7개월 만에 약 300km의 거리를 되돌아 진도로 돌아온 진돗개의 이야기인 돌아온 백구. 백구는 1989년 전라남도 진도군 의신면 돈지리 박복단 할머니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1993년 3월 대전의 애견가에게 팔려갔으나 원래 주인을 그리워하여 목에 매인 줄을 끊고 먼 길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결국 1993년 10월, 진도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당시 원래 주인의 집에 돌아왔을 때는 오랜 여행 탓에 심하게 말라 있었으나 이후 가족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기력을 회복하였다고 합니다. 돌아온 백구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이 이야기가 유명해지면서 여러 콘텐츠에서 백구의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동화 <돌아온 진돗개 백구>부터 시작하여 애니메이션 <하얀 마음 백구>, 그리고 진도군은 돌아온 백구를 기리기 위해 하치 동상과 마찬가지로 ‘돌아온 백구상’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가족 뮤지컬 <백구>도 따뜻한 사랑을 그대로 전달하였습니다. 

 


▲ 사진6 애니메이션 <하얀 마음 백구> 포스터


 

그렇다면 돌아온 백구를 다룬 여러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애니메이션 <하얀 마음 백구>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토종 애니메이션인 <하얀 마음 백구>는 총 13편으로 우리 기억 속에도 따뜻한 추억의 작품으로 남아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1993년 진도군에서 있었던 진돗개 백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국산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옛 주인을 찾아 천리 길을 돌아온 진돗개 백구와 어린 소녀와의 아름다운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 다소 자극적인 내용이 난무하는 여러 애니메이션 가운데 모처럼 만나볼 수 있는 감동적인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큰 사랑과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정감 어린 캐릭터와 감동적인 스토리로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던 <하얀 마음 백구>. 이는 우리 마음속에 감추어진 동심을 일깨우며, 방영 당시 높은 인기로 게임과 가족 뮤지컬 등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 사진7 창작 뮤지컬 <백구> 포스터



백구의 이야기는 뮤지컬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창작 뮤지컬 <백구>는 어린 소녀와 진돗개 백구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실제 진돗개 백구의 출연과 함께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로 새롭게 탄생한 <백구>는 2001년에 한국방송대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작품성 역시 인정받았습니다. 복사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섬마을과 모락모락 피어나는 초가집 굴뚝의 연기가 더없이 평화롭고 돌담길 모퉁이도 정겨운 무대 역시 뮤지컬 <백구>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또한, 음악 구성도 재즈와 발라드, 락 풍의 댄스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담아 작품의 탄력을 더했습니다. 특히 주인공 백구가 부르는 노래는 대체로 밝게 표현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향수 어린 노래는 애잔한 멜로디로 많은 사람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습니다. 

 


▲ 사진8 영화 <하치 이야기> 한 장면


 

일본에는 기다린 하치가 있다면, 한국에는 돌아온 백구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둘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여러 콘텐츠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하치와 백구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계산하지 않은 진심 어린 애정과 동물과 인간을 넘어 존재로서의 따뜻한 교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하치와 백구는 지금 사랑하는 주인과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현재를 사는 우리는 그들이 남기고 간 따뜻한 사랑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야기는 오래 남아 콘텐츠로 우리에게 다시 사랑을 기억하게 합니다. 다가오는 2015년은 하치와 백구처럼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따뜻한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코콘그룹, 프라임엔터테인먼트

- 사진1, 2 직접 촬영

- 사진3, 4 코콘그룹, 프라임엔터테인먼트

- 사진5 책이 있는 마을

- 사진6 애니맥스

- 사진7 극단예일

- 사진8 코콘그룹, 프라임엔터테인먼트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