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장르소설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015. 2. 11. 11:40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 상상발전소 기사 공모전 수상작 / 추윤선 -


● 사례1 

출, 퇴근 시간 붐비는 지하철에서 한 남자가 연신 휴대전화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보통은 메신저 대화나 SNS 계정을 관리하고 있을 터이지만 이 남자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 메모장 앱에 글이 가득하다. 바쁜 시간을 쪼개 휴대전화로 한 페이지 분량의 이야기를 쓴 남자는 곧 이야기를 저장하고 지하철에서 내리며, 만족스럽게 웃으며 출근한다. 그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판타지 문학 사이트에서 아마추어 연재를 하고 있다.



 사례2 

2013년에 네이버에서 새로 출범한 네이버 웹 소설 서비스가 웹 소설 공모전을 열었을 때, 수상자들은 의외로 글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아이를 출산한 후 산후우울증을 극복해 보려 취미로 시작한 연재, 공무원 시험 낙방 후 만화방에 틀어박혀 순정만화 수십 권을 읽고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던 사람 등. 소설은 작가가 쓰는 것이라는 인식과 다르게 그들은 전에는 글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 사진1 시청률 40%로 화제에 올랐던 가상 역사극 '해를 품은 달'



▲ 사진2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소설



시청률 40%를 기록해 2012년의 화제가 되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원작은 로맨스 소설이었습니다. 원작자 정은궐은 닉네임 블루로즈로 인터넷 연재를 해 오다가 현재는 출판사를 통해서만 책을 내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로맨스 소설이 언정소설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중 '해를 품은 달'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유명 드라마 '후궁견환전'과 '보보경심' 역시 인터넷에서 연재된 로맨스 소설이 원작소설입니다. 세계적으로 히트 친 장르소설로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들 수 있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원래 로맨스 소설 트와일라잇의 팬픽으로 인터넷에 연재되었으나, 팬픽으로서 큰 인기를 끈 후 내용을 약간 각색해 독립된 로맨스 소설로 출판되었습니다.


작년 2014년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네이버 웹 소설에 총상금 3,000만 원의 판타지 소설 공모전을 열었고, 전자책 서점인 리디북스는 총상금 7,000만 원 로맨스 소설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또 판타지 문학 사이트 조아라 역시 총상금 3,000만 원의 스토리 공모대전을 열었습니다. 모두 장르 문학 공모전이었습니다. 또 2013년 네이버 웹 소설엔 6만 2,000여 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등록되었고 누구나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챌린지 리그 코너에는 약 11만 편의 작품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히 장르문학 전성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장르문학이란 무엇이며, 무엇이기에 인기를 끌고 있는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므로 순수문학 소설은 자아와 세계가 대립하는 공간에서 인간의 괴로운 심연을 들여다보고 자아를 성찰합니다. 현실을 모사한 소설 속 세계에서 불합리한 상황과 맞닥뜨리는 주인공을 보고 독자는 때때로 감동과 깨달음을 얻지만, 기껏 현실을 벗어나 소설 속 세계로 들어왔음에도 극복되지 않는 현실의 고통에 불만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독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 장르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애절하고 달콤한 사랑 이야기나, 주인공이 고강한 무공을 얻어 답답한 현실의 불의를 고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독자는 강렬한 대리만족의 쾌감에 전율을 느낍니다. 장르문학의 종류로는 크게 용과 마법, 가상의 서양세계가 배경이 되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과 중국을 배경으로 검을 들고 떠나는 무협소설, 완벽한 남자주인공과 연애를 하는 로맨스 소설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처럼 문학적 가치를 찾는 것보다 대중의 욕구를 만족하는 것에 중점을 둔 대중소설이나 상업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장르소설’의 구분되는 특징은 대면적으로 독자와 소통한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 작가는 출판사에 소설을 투고하고 독자는 출판사가 출판한 책을 사보았으나, 현재의 장르소설은 독자가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조회 수와 댓글 수로 공감을 표시한 소설을 출판사가 글쓴이에게 ‘출판을 하자’라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변하였습니다. 


이러한 장르소설의 형성과 발달의 배경에는 인터넷이 있습니다. 인쇄술의 발달이 책의 양을 늘리고 공동체의 독서에서 개인의 묵독이라는 독서문화를 만든 것처럼, 컴퓨터와 전자기기의 발달은 새로운 여가의 콘텐츠인 장르문학을 만들었습니다.






▲ 사진3 장르문학 연재 사이트 중 하나인 조아라의 메인 페이지 모습



순수문학을 쓰는 사람들은 문예창작학과를 나오거나 국어 콘텐츠를 다루는 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장르문학을 쓰게 된 사람들은 앞의 네이버 웹 소설 수상자의 사례에서도 말했듯이, 원래는 글을 쓰는 일과 큰 인연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래는 장르문학의 소비자로서 장르문학을 즐기다가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한번 써 볼까”라는 마음에 써보기 시작한 글이 큰 호응을 받고 출판까지 나서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랑, 환상, 영웅의 일대기를 주제로 하는 장르문학은 친근하고 공감 가기 쉬운 주제로 읽기에도 쓰기에도 접근하기가 쉽습니다. 한국 소설가 협회에 따르면 협회에 입회하기 위해서는 매년 열리는 신춘문예로 등단하거나, 협회가 인정하는 주요 문예지에 수상하거나, 일정 권수 이상의 문학 소설을 출판하여야 합니다. 순수문학 소설가가 되기는 비교적 까다로운 데 비해 장르문학은 소설 연재 사이트에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의 시작을 써서 등록하기만 하면, 그 순간부터 작가가 됩니다. 



▲ 사진4 장르문학 작가를 새로 발굴한 작년의 리디북스 공모전 포스터




글을 쓰는 데 자격은 없습니다. 머릿속의 이야기를 부담 없이 편하게 풀어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르문학은 이야기의 본질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대중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하기에, 장르소설을 읽으면 현재 대중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인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예전에 군주들은 일반 백성들의 민심을 알기 위해 소설의 시초가 되는 패관문학을 저자에서 수집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욕망 이상의 가치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것은 장르문학의 단점입니다. 내용은 가볍고, 주인공을 위해 마련된 시련을 손쉽게 극복한 끝에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들은 천편일률적입니다. 맞춤법이 무시되거나, 재미를 위해 자극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며 사회적 가치를 가볍게 무시하는 글들도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장르소설이 이런 점들을 유지해 나간다면 2000년대에 잠시 폭발적으로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이 그랬듯이 한 시기의 유행으로 순식간에 사라질 것입니다. 


쉽게 쓰인 글은 쉽게 읽힌다는 말처럼, 지금까지는 ‘킬링타임’이 장르 소설의 목적이었고 장점이었습니다. ‘킬링타임’용 소설은 결코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장르소설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마음에 묵직하게 남는 글이 되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MBC

- 사진1 MBC

- 사진2 파란미디어

- 사진3 조아라 홈페이지

- 사진4 리디북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