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정의는 승리할 수 있을까? -기자와 검사 그리고 드라마

상상발전소/방송 영화 2015. 1. 26. 14:38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범인이 누군지 뻔히 알면서도 놔주고, 죄 없는지 알면서도 필요하다 싶으면, 일단 아무 죄나 씌워 기소하는 거. 많이 보셨잖아요. 그래서 고소도 많이 당해요. 검찰이. 근데 뭐, 일반 사람들이 고소한들, 검찰이 귓등으로 듣습니까? 언론이 관심을 갖길 합니까? 싸우다 지치고, 그냥 묻히는 거죠” 

-드라마 ‘오만과 편견’ 中-


 “사람들은 피노키오가 진실만 말한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기자들도 진실만 전한다고 생각해요. 피노키오도 기자들도 그걸 알았어야죠. 사람들이 자기 말을 무조건 믿는다는 걸, 그래서 자기 말이 다른 사람들 말보다 무섭다는 걸 알았어야 합니다.”

 -드라마 ‘피노키오’ 中-



​우리는 흔히 현실과 동떨어진 사건들을 볼 때에 ‘드라마 같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여기, 현실보다 더 실제 같은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진실과 실체가 자취를 감추고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며, 언론과 검찰에 대한 불신은 날로 커져만 가는 지금.


이러한 현실의 거울을 자청하기라도 한 듯 요즘 브라운관에서는 언론과 검찰을 다루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수호해야만 하는 사람들, 기자 그리고 검사. 그들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살펴보았습니다.





​▲ 사진1 SBS 드라마 <피노키오>



​권력에 휘둘리고,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과 상관없이 자극적인 보도를 남발하는 언론과 기자들에게 사람들은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드라마 <피노키오>와 <힐러>는 이러한 언론의 본질과 역할을 되묻고, 진실을 좇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자 책임임을 강조합니다.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보도국을 배경으로 사회부 수습기자들이 치열한 취재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기자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어린 시절 언론의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달포(이종석)와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여 들통이 나기에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피노키오 증후군을 가진 인하(박신혜)가 기자로 사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그들은 “뉴스는 팩트보다 임팩트”라고 말하는 차옥(진경)과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매번 진실과 거짓의 갈림길에서 때론 승리하고 때론 패배하며 참 언론인으로 거듭납니다. 드라마는 왜곡된 보도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진실을 보도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검은 그림자들이 존재하는지 등 이 시대 언론의 현실을 짚어냅니다. 그리고 언론이 전하는 말의 무게와 가치에 대해, 기자가 말하는 진실과 우리가 믿어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 사진2 KBS 드라마 <힐러>



​KBS 드라마 <힐러>는 메이저 방송사를 대표하는 스타 기자 문호(유지태)와 열정 넘치는 인터넷 연예신문 기자 영신(박민영) 그리고 '힐러'라는 코드명을 사용하는 심부름꾼 정후(지창욱)가 등장합니다. 정치나 사회 정의와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청춘들이 기자가 됨으로써 거대한 진실들과 마주하게 되고, 진실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과 세상을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힐러>가 우리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문호(유지태)라는 인물 때문일 텐데요. 그는 투철한 직업 정신과 능력을 갖추었음은 물론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반성하고 자책하는 양심 있는 기자로 드라마의 무게 중심을 잡으며 의미 있는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호(유지태)는 방송 중 “힘 있는 자에 붙어 힘없는 이들의 눈을 가리는 방송은 하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등 이 시대가 원하는 기자상을 보여주며 현재 언론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 사진3 MBC 드라마 <오만과 편견>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검찰이 어느 순간부터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권력기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MBC <오만과 편견>, SBS <펀치>는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법조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순과 부패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오만과 편견>은 미제로 남은 동생의 살인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검사가 된 열혈 수습 검사 열무(백진희)와 공정함과 냉철함, 탁월한 수사능력을 갖춘 엘리트 검사 동치(최진혁) 등 진실과 정의를 끝까지 추적하고,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검사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모순된 현실 속에서 내상을 입고 상처를 받는 모습들까지 가감 없이 보여주며 ‘진짜 검사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드라마는 아동 성폭력 사건, 비정규직 여성의 성추행과 자살, 고위층 별장 성 접대 사건 등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를 모두 나열하여 현실 속의 인물들과 묘하게 겹치고, 실제 사건들과의 연계성도 보이며 지금의 한국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또한 “검찰은 체면보단 실리야. 윗분들 예쁨 받자고, 돌 맞은 거 알면서도 증거 조작하고, 반대여론 흐름 끊어주자고, 무죄인거 알면서도 기소하는 거, 보고도 모르나?”, “대한민국 법조는, 쪽팔린다고 못 하는 짓 따윈 없는 조직이에요.” 와 같은 현실을 꼬집는 촌철살인의 대사들을 쏟아내 우리의 억눌린 답답함을 풀어주고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죄에 대한 오만과 악에 대한 편견을 꼬집으면서 희망을 안겨줌과 동시에 현실적인 결말로 씁쓸한 공감을 자아내며 막을 내렸습니다.


▲ 사진4 SBS 드라마 <펀치>


<추적자>, <황금의 제국>과 함께 박경수 작가의 권력 3부작이라고 불리는 <펀치>는 이전의 드라마에서 다루었던 정치와 권력, 자본과 재벌에 이어 법과 검찰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 권력을 낱낱이 해부합니다.


​<펀치>에서는 성공을 위해 불의와 타협하고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해오던 검사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검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정환(김래원)과 불법과 비리를 일삼으며 검찰총장의 자리에 올랐지만, 권력의 정점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태준(조재현) 그리고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꿋꿋이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강력부 여검사 하경(김아중) 등이 등장하여 검찰 조직의 민낯을 샅샅이 드러내는데요.


​<오만과 편견>이 신참내기 검사들이 맞닥뜨리는 사건들과 성장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펀치>는 일반 시민들이 접할 수 없는 거대 세력들의 막강한 권력과 암투를 직접 다루며 권력 이면의 추악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의의 편에 선 검사들이 태준(조재현)을 포함한 부조리한 법조계를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릴 수 있을지 그들의 맞대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사진5 SBS 드라마 <피노키오> 중 대중에게 심판받는 차옥(진경)



 “법 무시하고 사람 죽이는 놈, 법 피해서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놈, 법 위에서 놀면서 나라 등치고 지 배 불리는 놈, 원래 그런 놈들 잡으라고 있는 게 검사 아닙니까?” 

-드라마 ‘오만과 편견’ 中-


 “기자는 지켜보는 게 공익이야. 그걸로 뉴스를 만드는 게 공익이고, 그 뉴스를 구청직원이 보게 만들고 대통령이 보게 만들고 온 세상이 보게 만드는 게 그게 기자의 공익이다.” 

-드라마 ‘피노키오’ 中-



​이처럼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사회의 정의를 부르짖는 기자와 검사들이 드라마 속 인물로 대거 소환된 이유는 시대의 결핍 속에 진실과 정의를 갈구하는 대중의 바람 때문일 것입니다.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세상은 결코 그들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진실과 정의는 승리 해야 한다.”입니다.


​불편한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불만들을 나열하고, 현실과 맞닿은 문제들을 하나하나 짚어낸 드라마들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언론도 하지 못하는 일을 드라마가 해내며 사람들은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인식하고, 살벌한 현실 풍자에 통쾌함과 짜릿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억눌린 감정들을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한다는 것은 허탈함을 동반하기도 하며, 오히려 현실을 외면하고 가공된 환상 속에만 빠질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드라마를 통해 제기된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적 문제들을 다시금 각성하고, 통쾌함을 느끼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비뚤어진 사회를 바로잡는 데에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를 용감한 드라마가 보여주었다면, 이제 그 나머지는 우리의 몫입니다.



ⓒ 사진출처

- 표지 SBS 홈페이지

- 사진1 SBS 홈페이지

- 사진2 KBS 홈페이지

- 사진3 MBC 홈페이지

- 사진4,5 SBS 홈페이지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