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정도전’ 그리고 웹툰 ‘조선왕조실톡’과 같이 역사적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작품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조선왕조실록> 속 한 줄의 기록에서 태어난 주옥같은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은 모두 1,893권 888책으로 국보 15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된 자랑스러운 우리의 유산입니다. 안타깝지만 일반적으로 고종황제 실록이나 순종황제 실록은 왜곡이 심해 실록으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태조실록부터 철종실록까지를 조선왕조실록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는 조선왕조실록을 디지털화하여 누구나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날짜는 물론 단어로도 검색할 수 있어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 http://sillok.history.go.kr)

 

 

▲ 사진1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



최근 조선왕조실록을 대하역사만화로 그려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된 큰 이유는 단지 역사적 기록이었던 조선왕조실록이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문화콘텐츠의 원형으로 소개되면서 일반인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자료가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록이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매력적인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루종일 왕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했던 사관들 덕분에 우리는 500년의 역사를 지닌 조선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사건들을 실록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실록 속에 언급된 인물이나 독특한 사건들이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의녀로서 최초로 왕의 주치의가 되었던 ‘장금’의 삶이나 전국에서 동시에 관찰된 수상한 비행물체에 대한 기록 등은 그 상세한 내막을 알 수 없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준비한 이번 시간! 매력적인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탄생한 문화콘텐츠들을 원문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사진2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포스터



환상의 캐미 도매니저와 천송이 커플을 탄생시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아이디어가 조선왕조실록에서 나왔다는 사실, 많은 분이 알고 계셨을텐데요. 그렇다면 정확하게 무슨 내용으로 실록에 실려 있는지도 아시나요? 상상발전소에서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 사진3 광해군일지 19권, 광해군 1년 8월 25일 2번째 기사


 

광해 19권, 1년(1609 기유 / 명 만력(萬曆) 37년) 8월 25일(계유) 2번째 기사

사시에 태백성이 나타나고 오시에 영두성이 나타나다.      

 

<사시(巳時)에> 태백성이 <미지(未地)에> 나타났다. 오시(午時)에 영두성(營頭星)이 <천중(天中)에서 나와 간방(艮方)을 향하였다.> 크기는 항아리만하였고 빠르게 지나갔는데 마치 횃불과 같고, 요란한 소리가 났으며 <크기는 가히 3, 4자 정도이고 황백색이었다. 밤 5경에 유성이 벽성(壁星)의 자리에서 나와 건방(乾方)의 하늘 끝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은 주발과 같았고 꼬리의 길이가 6, 7척 정도였으며 적색이었다.> 

 

위와 같이 광해군 일지에서는 마치 UFO를 연상시키는 비행물체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록에 등장한 태백성을 드라마에서는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도민준(배우 김수현)’이라는 인물을 가상으로 설정하여 400년 전부터 이 땅에 살아온 외계인과 여배우의 사랑을 그려낸 판타지로맨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실록을 참고하였지만, 사극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이 독특합니다. 이처럼 실록이 정통 사극 장르뿐만 아니라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별에서 온 그대'는 2014년 백상예술대상, 서울드라마어워즈,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등에서 수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주연 배우였던 전지현, 김수현은 연말에 있었던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각각 대상과 최우수 연기상 등을 수상하며 '별에서 온 그대'는 단연 2014년 최고의 드라마였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다시 한 번 한류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향한 세계 각국 팬들의 환호에 방영이 끝난 지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아직 식지 않은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사진4 네이버 웹툰 ‘조선왕조실톡’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수요일, 일요일마다 연재 중인 ‘조선왕조실톡’은 이름 그대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들을 메신저를 통한 대화로 재구성한 웹툰입니다. ‘조선왕조실톡’의 작가 무적핑크는 웹툰 ‘실질객관동화’와 ‘실질객관영화’를 통해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었는데요. ‘조선왕조실톡’은 자칫 무미건조할 수 있는 실록의 기록을 현대적인 방법으로 풀어내어 재미있게 실록의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원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연재되던 콘텐츠를 네이버 웹툰에서 2014년 12월 9일부터 정식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웹툰 형식으로 재구성하면서 더욱 재밌어진 '조선왕조실톡'의 맛보기를 준비했습니다.

 

웹툰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왕조실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기록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 흔하게 사용하는 메신저 형식을 이용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창조했습니다. 근엄한 왕들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역사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웹툰 ‘조선왕조실톡’을 통해 만나보세요.


 

 


▲ 사진5 연극 ‘이(爾)’ 포스터  

 

 

▲ 사진6 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

 

 

2005년 12월 29일에 개봉하여 천만 관객의 신화를 만들어낸 영화 ‘왕의 남자’를 기억하시나요?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은 연극 ‘이(爾)’입니다. 연극 ‘이’에도 원작이 있다면 아마 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극 ‘이(爾)’는 2000년에 초연하여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상, 희곡상, 연기상 등 많은 상을 받으며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연극 ‘이(爾)’는 이준익 감독에 의해 영화 ‘왕의 남자’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연극과로 영화로 재탄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조선 시대 남사당패의 이야기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등장한 공길이라는 이름의 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연극 ‘이(爾)’의 제목인 ‘이(爾)’는 조선 시대 왕의 신하를 높여 부를 때 사용하던 호칭이라고 합니다. 연극의 제목은 극 중에서 공길이 천한 광대 출신에서 벼슬을 얻어 임금에게서 ‘이(爾)’라는 호칭을 듣게 된 것을 뜻하는데요. 실록에 등장하는 공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사진7 연산군일기 60권, 연산군 11년 12월 29일 2번째 기사

 

 

연산 60권, 11년(1505 을축 / 명 홍치(弘治) 18년) 12월 29일(기묘) 2번째 기사

배우 공길이 논어를 외운 곳이 불경하다 하여 곤장치다      

 

이보다 앞서 배우 공길(孔吉)이 늙은 선비 장난을 하며, 아뢰기를,

“전하는 요(堯)·순(舜) 같은 임금이요, 나는 고요(皐陶) 같은 신하입니다. 요·순은 어느 때나 있는 것이 아니나 고요는 항상 있는 것입니다.”

하고, 또 《논어(論語)》를 외어 말하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아무리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

하니, 왕은 그 말이 불경한 데 가깝다 하여 곤장을 쳐서 먼 곳으로 유배(流配)하였다.  


이렇게 짧은 기록에서 공길이라는 배우의 삶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들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실록에 단 한 번 언급된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아 연극 ‘이’와 영화 ‘왕의 남자’ 같은 훌륭한 작품이 탄생한 것처럼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인물이 실록에서 발견되어 새 생명을 얻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러고 보니 실록에 배우 공길이 처음 언급된 날짜와 영화 ‘왕의 남자’의 개봉일이 같은 것은 우연한 일치일까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만들어진 문화콘텐츠가 있다면, 역사적 기록을 충실하게 재현한 정통 사극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정통 사극의 원조로는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된 정통 사극 드라마 ‘용의 눈물’은 KBS를 통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방송하며 최고 시청률 49%, 평균 20%의 시청률을 기록한 국민드라마였습니다.

 

‘용의 눈물’이 방송되고 16년 뒤인 2014년에 정통 사극 ‘정도전’이 다시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드라마 ‘정도전’은 조선왕조실록, 조선경국전 등의 역사기록을 철저히 고증한 것은 물론 대사까지도 기록에서 참고하면서 완벽한 정통 사극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을 연기했던 배우 유동근이 ‘정도전’에서는 이방원의 아버지인 태조 이성계를 연기하면서 큰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 사진8 ‘드라마 정도전’ 포스터 



드라마 ‘정도전’은 안팎으로 어지러웠던 고려 말기에 역성혁명을 통해 국가를 바로잡고자 했던 삼봉 정도전을 주목하였습니다. 정도전을 단순한 혁명가가 아닌 치밀한 기획과 비전으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하고자 했던 설계자이자 창조자로 그려낸 드라마 ‘정도전’은 연일 최고시청률을 기록했는데요. 드라마 ‘정도전’을 통해 국민들은 역사를 통해 현재의 정치를 돌아보며 위안과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었던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에 관한 실록의 기록은 256건에 이릅니다. 태조 때는 물론,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순종의 기록에도 언급되어 명실상부한 조선의 중요인물임을 실록에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 사진9 태조실록 5권, 태조 3년 5월 30일 1번째 기사

 


태조 5권, 3년(1394 갑술 / 명 홍무(洪武) 27년) 5월 30일(무진) 1번째 기사  


정도전이 《조선경국전》을 저술하여 바치다      


판삼사사 정도전이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 534) 을 지어서 바치니, 임금이 이를 관람하고 감탄하여 칭찬하면서 구마(廐馬)와 무늬 있는 비단과 명주·백은(白銀)을 내려 주었다. 

 

드라마에서 정도전(배우 조재현)이 이성계(배우 유동근)에게 올린 조선경국전은 조선의 통치규범을 제시한 책입니다. 조선경국전에는 재상이 통치의 실권을 갖는다는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는데요. 그러나 이성계는 새로운 나라는 건국하며 어느 때보다 왕권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정도전의 조선경국전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정도전을 굳게 믿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실록의 기록을 참고하여 드라마로 재현하면서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했던 정도전의 사상을 표현하려 노력하였습니다. 2015년에는 실록의 어느 부분이 정통 사극으로 재현되어 안방극장을 찾아올지 벌써 기대됩니다.

 

지금까지 조선왕조실록에서 탄생한 문화콘텐츠를 찾아보았습니다. 영화, 드라마, 웹툰 등의 소재가 되었던 실록의 원문을 직접 확인하니 어떤 느낌이신가요? 생각보다 사소한 기록이 많지 않나요? 하지만 별것 아닌듯해 보이는 기록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커다란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더욱 발전하는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텐데요. 조선왕조실록을 모두 읽는 것은 어렵지만, 역사를 활용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마음 편하게 역사를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앞으로 만나게 될 조선왕조실록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해봅니다.

 

  

ⓒ 사진 출처

- 표지 조선왕조실록 DB

- 사진1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

- 사진2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공식페이지

- 사진3 조선왕조실록 DB

- 사진4 '조선왕조실톡' 페이스북 페이지

- 사진5 극단 우인

- 사진6 시네마서비스

- 사진7 조선왕조실록 DB

- 사진8 KBS 드라마 '정도전' 공식페이지

- 사진9 조선왕조실록 DB


ⓒ 참고 자료

- 조선왕조실록 DB (http://sillok.history.go.kr)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