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니스트 권혁중 (한국음원제작센터 대표)

 

로렌스 레식 교수의 책 <자유문화>를 읽어보면 자유문화에 대한 철학과 장벽 없는 콘텐츠 유통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다. 꼭 그것이 ‘맞다’ ‘틀리다’ 이분법적 판단보다는 이제 우리 콘텐츠 시장에서 논의 되어야 할 중요한 의제를 설정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이다. 왜냐하면 점차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이 미국의 시장과 비슷하게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저작권 때문이 아닐 지 생각해 본다. 한미 FTA 체결로 대한민국 저작권은 미국의 수정헌법에 기초한 저작권법을 따라가게 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콘텐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이야기 일 것이다. 문제는 사장이 다른데 적용되는 법이 비슷하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의 깊은 내면을 파헤친 책 <메인스트림> (프레데릭 마르텔 저)은 미국의 대중문화가 어떻게 생겨났고 현재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얼마나 집요한지 잘 드러내고 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변화된 저작권도 그 결과물의 하나라고 인식되고 있다. 로렌스 레식 교수는 저작권 강화가 본래의 의미, 즉 창작자 권리보호 보다는 비즈니스 이익단체를 보호하는 칼날이 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유문화를 주장하며 콘텐츠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전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CCL (Creative Commons License) 이다. CCL은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물에 일정한 사용 조건을 표시하여 누구든지 그 조건만 지키면 사용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저작물 자유 이용 허락 표시’이다. 심지어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다. 자유이용을 위한 최소한의 4가지 조건이 있는데 아래와 같다. - CCL 강의가 아니기에 설명은 넘어가겠다 -

 

 

▶사진1 자유이용을 위한 최소한의 4가지 조건

 

그 4가지 조건을 조합하여 6가지 유형의 표준 라이선스를 만들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표시는 바로 저작자표시(CC BY) 이다.

 

 

▶사진2 6가지 유형의 표준 라이선스


 

이 저작자표시(CC BY)는 원 저작자를 밝히면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데 핵심은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작자표시(CC BY) CCL - 앞으로 CCL 이라 통일하겠다. 앞으로 말할 내용도 이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 CCL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오해 없길 바란다. - 이 표시되어 있는 음악을 가지고 상업적인 영상에 사용을 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단 하나의 조건은 원저작자를 밝히기만 하면 된다.


스마트 시대를 맞이한 CCL 음원의 파괴력

 

CCL 음원은 앞으로 파괴력이 더 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와 달리 현재 시대는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OSMU(One Source Multi Use) 가 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음원이 다양한 플랫폼을 거쳐 비즈니스 상품으로 나오는 지금, 상업적으로 허용된 CCL 음원은 가뜩이나 마케팅을 모르는 대한민국 음악 창작자들의 판로에 어려움을 줄 것 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왜냐하면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저작권이 처음 의도와 다르게 적어도 미국에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CCL의 의미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본래의 의미를 잃고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창작자와 대중을 위한 자유문화로써의 CCL 이 아닌 또 하나의 비즈니스 형태로 CCL이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세계 최다 CCL 음원을 수집하고 DB LIST를 보유하고 있는 자멘도와 독점 계약을 통해 매장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와 저작단체와의 마찰은 그것을 잘 증명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론에서 말하는 독점공급이라는 말에 많은 관련 업체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업적 이용허락을 한 CCL 음원에 독점이라는 표현은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충분하다. 만약 독점이라고 해서 상업적 이용허락을 한 CCL 음원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또 하나의 보호장벽이고 CCL 운동을 훼손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아마 독점공급이라는 표현은 자멘도가 수집한 DB를 말하는 것이지 음원 사용 허락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즉, 창작자가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음원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음원유통 시장을 잡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다만 그 많은 곡을 어떻게 수집하고 DB화 시킬 것인지가 문제이다. 그래서 자멘도 DB에 눈길 가는 이유이다.

앞서 말한 분쟁 요점은 CCL 음원을 사용하여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창작자들에게 위협이 되는가 이다. 이 문제는 아마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왜냐하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 CCL 음원에 대한 오해로 활성화가 안 되었을 뿐 만약 많은 기업들이 CCL 음원에 관심을 갖고 플랫폼에 투자를 한다면 대한민국 창작자의 생계는 분명 더 어려워질 것은 당연하다. 물론 오히려 창작자들을 홍보하고 수익을 올리는데 도움일 될 것이라고 주장할 지 모르나 그것은 미국의 이야기일 뿐 정작 대한민국 창작자로 살아간다면 그렇게 쉽게 단정짓지 못할 가설이다. 왜 대한민국 창작자들 중에서 CCL 음원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적은지, 그 구조를 직시한다면 쉽게 이해된다. 어려운 말로 포스트 구조주의 시각으로 해체(deconstruction)의 작업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현 대한민국 창작자들에게 상업적 CCL 제작에 대한 전향적인 사고를 요구하기엔 현재의 시스템 구조상 무리라고 생각된다. 물론 창작자들의 인식이 변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대중문화의 한 축인 음악 창작자의 위치로 봤을 때 너무나 급격한 변화 요구는 사회적 비용을 크게 만들 요지가 많다. 

그 핵심에는 CCL 음원이 가지는 문화, 비즈니스적 파괴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CCL 음원은 퀄리티면에서 손색이 없고 장르별로 다양하다. 무엇보다 CCL 음원은 세계 모든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쏟아낸다. 정리하면 퀄리티 면에서 손색 없고, 장르도 다양한 음원들이 세계 모든 뮤지션들에게서 지금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저작권인식이 부족하여 음악 저작권을 막연한 두려움을 보는 현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계에서 이런 CCL 음원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활용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음악, 음원 창작자들의 설 자리는 없어진다. 사용료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이 있는데, 누가 돈을 내고 음악을 사거나 사용료를 지불할 것인가? 이것은 이해관계를 떠나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질문과 답이다.

 

한가지 예로, 얼마 전 영상작업을 하는 지인이 내게 유튜브에 올린 음악을 제작해 달라고 요청 한 적이 있었다. 너무나 바쁜 나머지는 한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유튜브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오디오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유튜브 ‘오디오 라이브러리’는 음악 저작권 때문에 창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창작자들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음악들이다. 심지어 꼭 유튜브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제약만 지킨다면 다른 창작물에도 사용할 수 있게끔 했다. 나중에 고맙다는 인사를 한 것을 보면 분명 이 ‘오디오 라이브러리’ 음악을 쓴 것이 분명한데, 한편으론 누군가의 일거리를 뺏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유튜브 오디오라이브러리는 CCL과 다른 성격의 공개 음원이다. 하지만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공통점이 있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그 맥락을 같이한다.

문제는 유튜브의 오디오라이브러리는 한정된 음원을 제공하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허락한 CCL은 거의 무한대라는 것이다. 이런 CCL 음원이 지금도 지하작업실에서 땀을 흘리며 창작에 매진하는 음악 창작자들 머리 위로 쏟아진다면 대한민국 음악 생태계가 과연 버텨내 줄지가 미지수 이다. 

내가 사용자라도 질 좋고 무료인 CCL 음원을 선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이 CCL을 활용하게 된다면 대한민국 음악시장에 대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움직임을 여럿에서 포착되고 있는데, 이미 신문기사를 통해 몇 기업들이 CCL 음원을 공급받는 회사에 제안을 했다는 소식은 팔자를 매우 놀라게 했다. CCL음원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 말이다. 또 하나의 경험은 얼마 전 음원유통 기업 담당자와의 대화에서 느껴졌다. 공연권에 대한 법률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CCL 음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이다. 담당자의 말을 듣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음원유통을 잡고 있는 몇몇 기업들이 CCL 을 공급한다면 대중가요뿐만 아니라 영상 후반작업을 하는 많은 포스트 프로덕션 뮤지션들의 일자리는 그만큼 적어질 것은 당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 음원 유통업체들이 음원 유통업과 제작사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독특한 구조여서 내부 결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고, 또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많은 단체들과의 문제도 만만치 않지만 원칙적으로 볼 때 기업들이 CCL 음원을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프로슈머에겐 CCL은 단비와 같은 존재

 

한편으론 대중들 입장에선 CCL 음원이야 말로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대중은 컨슈머가 아닌 프로슈머가 되었기 때문이다. 문화 생산과 소비가 같이 이뤄지는 스마트한 세상에서 필자와 같은 사람은 콘텐츠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더욱이 1인 미디어 디바이스를 가지게 된 지금의 스마트폰 시대는 그 변화의 속도를 더욱 가중시켰다. 즉, 프로슈머가 되어 버린 대중들은 그 동안 잘 모르는 음악 저작권으로 인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CCL 음원의 활용을 아는 순간 적어도 음악 저작권 때문에 창작의지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CCL 음원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잘 모르는 대중들이 많다. 필자에게 급하게 유튜브용 음악 제작을 의뢰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아직도 음악 저작권의 막연한 두려움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음악을 필요로 하는 많은 콘텐츠들이 음악 저작권법에 의해 마땅한 음악을 사용할 수 없다. 문제는 취미 생활이라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 엄격한 분위기가 콘텐츠 창작활동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유튜브가 오디오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며 CCL 음원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업체까지 생겨났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자업자득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서비스 들은 음악을 필요로 하는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존재이나, 음악을 생산하여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음악 창작자들에겐 하나의 시장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창작자를 위해서 만든 저작권법에 의해 오히려 창자자의 생계가 막막해 지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엄격한 저작권법 잣대는 결국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허용한 수많은 음악을 탄생시켜 오히려 음악 창작자의 생계를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한민국 음악 콘텐츠 시장에서 그러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콘텐츠와 관련된 비즈니스 기업들이 CCL 에 대한 인식과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서 그렇지 시간이 지나고 CCL을 이용하여 상업적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분위기가 급 반전 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앞서 말했듯 이미 감지되어 왔다.

그렇다고 상업적으로 이용 허락된 CCL 을 그 어떠한 압력과 법률적 제도로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없다. 창작자들이 상업적으로 허락한 음원을 그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다만 적어도 음악 창작자들도 같은 문화 생산자이기에 CCL 음원이 필요한 창작자들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생의 길을 찾지 못하면 CCL 음원이 적어도 대중가요 소비시장을 제외한 비즈니스 음악 필드에서는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심지어 방송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음악을 창작하여 먹고 사는 대다수의 음악 창작자들에게 CCL은 자유문화이기 보다는 생계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잘못된 보호장벽이 될 것이다.

 

이제는 CCL 음원 활용에 대한 합의와 논의가 필요 할 때이다.

 

그 동안 음악콘텐츠들이 강화된 음악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아 사실상 많은 다른 콘텐츠 창작에 방해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저작권 단체들이 유독 음악저작권에 몰려 있는 것도 그것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CCL 음원만 사용하게 되면 정작 음악 창작자들의 생계는 막막해 진다. 그래서 미리 대책을 세우고 관계기관, 관계사, 창작자 모두 모여 지혜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CT(Culture Technology) 분야중 음악은 한 중요한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축이 흔들리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문화 분야까지 흔들릴 여지가 많다. 

CCL 음원 활용에 대한 합의와 논의는 앞으로 다가올 CCL 음원 세상에서 대한민국 모든 창작자들과 다른 분야 창작자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이제는 CCL 이 있으니까 대한민국 음악 창작자들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CCL이 있기에 대한민국 음악 창작자들의 활동 범위가 높아지도록 관계자들이 모여 지헤를 모아야 할 시기 이다. 적어도 이 칼럼을 통해 아젠다를 설정한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 해야 한다. 



ⓒ사진 출처

-사진1 한국저작권위원회

-사진2 한국저작권위원회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