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음악 감상실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녹향은 대구 중구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 감상실입니다. 1946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고 하니 정말 오래되었죠? 저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 입니다. 사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음악 감상실'은 분명 생경스러운 장소입니다. 저는 저희학교에서 운영하는 음악감상실을 자주 이용해보아서 그리 낯설지는 않았지만, 사실 그냥 음악도 아니고 '클래식 음악 감상실'이라니 생소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의 향기가 녹음처럼 우거져라'라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 녹향. 이곳에서 화가 이중섭의 은화지도 탄생하였고, 해인사 법정 스님이 자주 놀다 가시기도 했답니다.

 

 

  그동안 멀게만 느껴졌던 녹향, 이곳에서 화가 이중섭과 법정스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들어선 녹향. 인자한 미소가 돋보이는 할아버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예전에 녹향에 관해서 '한 달 건물 임대료도 내기 어렵다'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녹향에서 맛 볼 수 있는 커피와 음악감상을 합한 비용은 5000원입니다. 이 돈 오천원이 얼마나 요긴하게 쓰일지가 상상되어서일까요? 커피를 가져다 주시며 옆에 앉아 "어찌 젊은 학생이 여기에 오게 되었느냐"고 물으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짠했습니다.

 

 맥주잔에 나온 믹스커피:^)

  저는 별다른 곡 신청을 하지 않아 알아서 노래를 틀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음악, 게다가 클래식 음악에 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런데도 그 잔잔한 선율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의 파동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텅 빈 음악감상실, 혼자 앉아 듣던 클래식음악.

  마침 오늘부터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비, 그리고 음악은 언제나 심금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1시간여동안 음악을 듣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보겠다고 말씀드리자 "기계가 고장나서 DVD를 못보여줬다"며 아쉬움을 표하시던 어르신.

 

  몰랐는데, 주인이신 이창수 옹은 올해로 구순을 맞으셨다고 합니다. 아흔 살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았습니다. 나이에 비해 정말 정정하시고 멋쟁이셨어요.

 

 

 한 켠에 걸려있던 멋쟁이 모자.

 

 

  녹향에서의 짧았던 음악 감상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사실 음악감상실이라는 것이 생경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이창수 할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녹향도, 오래오래 문을 열고 있기를 바랍니다. :-)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