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통해볼까요?

상상발전소/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토리 2014. 9. 18. 11:01 Posted by 한국콘텐츠진흥원 상상발전소 KOCCA




요즘 일명 ‘소통의 부재’라는 단어를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 한 마디로 말하자면 소통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모순과도 같은 말이라고 합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도 자신과의 소통을 하고 있으며, TV를 보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소통은 계속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소통의 부재'란 어떤 의미이며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찾기 전에 먼저 '소통의 부재'를 다룬 우리나라 콘텐츠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생각할 때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시나요? 저는 흠모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와 뮤지컬과 같은 공연예술을 관람하는 순간에 가슴의 두근거림을 경험하곤 합니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대상을 생각했을 때, 일반적으로 '두근거림'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여기, 이상한 특정 의상에 두근거리는 인물이 있습니다. 웹툰 <삼봉이발소>, <안나라수마나라>를 탄생시킨 하일권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두근두근 두근거려>의 주인공 '배수구'라는 캐릭터입니다. 모범생이지만 여자 수영복에 집착하는 주인공 '배수구', 그에겐 과연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1등과 반장을 놓치지 않았던 모범생 '배수구'는 중학교 졸업식 당일 짝사랑하던 여학생에게 수영복을 달라고 했다가 변태로 오해를 받은 채 졸업을 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은 아버지가 교감으로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로 인해 조금씩 엇나가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수영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소장용 사진을 찍는 모습을 담임선생님에게 들키고 맙니다. 동아리 수구부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던 담임선생님은 주인공이 여장을 하고 수구부에 들어오면, 수영장에서 벌어진 일을 눈 감아 주겠다는 뜻밖의 제안을 하고 '배수구'의 일상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옵니다. 

 

▲ 사진1 웹툰 <두근두근 두근거려>의 한 장면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와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던 주인공은,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주체성도 미래도 잃고 방황합니다. 결국 또 다른 자신인 ‘김소녀’가 되어 수구부에 들어갈 결심을 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수구밖에 모르는 '효민', 경영 선수였지만 부상을 당해 추락한 '지유', 엄마 친구 딸이 수구부라 수구를 시작한 전교 1등 '진아' 등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을 간직한 파릇한 청춘들과 부딪치며 주인공은 내적으로 성숙해져 갑니다. 조금씩 비뚤어진 취미를 버리고,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과의 소통을 시작하게 되면서 스스로 안에 갇혀 다른 누군가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거부했던 자신의 모 습을 돌아보게 되고, 진정으로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아버지와의 갈등도 풀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 사진2 웹툰 <두근두근 두근거려> 한 장면

 


자신, 아버지 그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했던 외톨이 수구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웹툰 <두근두근 두근거려>는 이렇게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고, 진정으로 소통을 시작하려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려 잘 담고 있습니다. 

 



'소통의 부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바로 김려령 작가의 동명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입니다. <우아한 거짓말>은 2013년 개봉작으로 영화 <완득이> 제작진이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김희애와 고아성이 주연을 맞고 유아인이 특별 출연을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 사진3 영화 <우아한 거짓말> 포스터

 

동네 마트에서 일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언제 쿨하고 당당한 엄마 '현숙'. 남의 일엔 관심 없고, 가족 일에도 무덤덤한 시크한 성격의 언니 '만지'. 그런 엄마와 언니에게 언제나 착하고 살갑던 막내 '천지'가 어느 날 갑자기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세 가족 중 가장 밝고 웃음 많던 막내의 갑작스스러운 죽음에 '현숙'과 '만지'는 당황하지만, 씩씩한 '현숙'은 '만지'와 함께 '천지'가 없는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천지'의 친구들을 만난 '만지'는 가족들이 몰랐던 숨겨진 다른 이야기, 그리고 그 중심에 '천지'와 가장 절친했던 '화연'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무런 말없이 떠난 동생의 비밀을 찾던 '만지'는 빨간 털실 속 '천지'가 남기고 간 메시지가 있음을 알게 되면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아무도 몰랐던 진실에 대해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사진4 영화 <우아한 거짓말> 동생이 남긴 메시지를 보며 눈물짓는 언니 '만지'

 

이렇듯 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해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우아한 거짓말>은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부재'를 담아냈습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소통의 부재'의 주요 원인은 바로 무관심과 지레 짐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쟨 알아서 잘할 거야.’와 같이 자기 자신이 편한 식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그대로 믿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의 출발은 오해와 오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급기야는 상대방의 진실을 알 기회를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게 됩니다. 다른 누군가와의 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그저 자기 혼자만의 생각과 지레 짐작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 사진5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엄마 현숙, 언니 만지 그리고 천지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천지'의 죽음 뒤 감춰진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엄마와 언니가 그 언젠가 자신에게만은 진심을 털어놓고 싶어 했던 '천지'의 모습을 뒤늦게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천지'의 친구들과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인 '화연' 역시 '천지'의 죽음과 무관할 수 없는 사건들을 돌이키며 본심을 털어놓게 됩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외롭지 않다, 슬프지 않다, 행복하지 않다.’는 거짓말로 속마음을 숨기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된 이들. 정말 힘들고 외롭고 슬픈 순간조차 진심을 털어놓는 것이 부자연스럽고 어려워진 이들, 그리고 그 거짓말을 알고 있음에도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했던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이자 고민일 것입니다.

 

 


▲ 사진6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포스터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작품은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입니다. 대학로의 새로운 흥행 돌풍을 일으킨 연극 <유도소년>에 이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10주년 퍼레이드의 네 번째 작품인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는 아버지와 아줌마, 아들과 여자친구, 아버지와 아들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노래방’에서 들려주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노래방을 '대화를 시작하는 공간'으로 설정해 아버지와 아들, 아들의 여자친구, 아버지의 재혼 상대가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을 노래방 주인의 시각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줍니다.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멀리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 사진7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공연 장면

 

솔직한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노래방'은 연극 속에서 독립적인 공간으로, 여러 인물들이 제각기 속마음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현실감 있게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설정 공간입니다.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인물들은 대화가 서툴고 타인과의 소통이 익숙하지 않기에 누군가의 시선이 없는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들이 선택한 바로 그 ‘노래방’에서 그동안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타인의 눈치에 의해 솔직하지 못한 그들의 관계는 소통의 부재를 낳습니다. 극을 이끌어가고, 관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인물인 노래방 주인은 자신의 노래방에 오는 이들이 가진 소통의 부재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마침내 그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인정하게 됩니다. 이 연극에서 '소통의 부재'의 원인에 대한 답은 관객이 만나는 극과 자신의 이야기가 공명될 때 찾을 수 있습니다. 직접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무대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 사진8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 포스터

 

 

지금까지 '소통의 부재'를 다룬 웹툰 <두근두근 두근거려>, 영화 <우아한 거짓말> 그리고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소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다루었다는 것입니다. <두근두근 두근거려>에서는 서로의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 다시 관계가 회복되고,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죽은 딸이 남긴 이야기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소통을 막았던 스스로를 돌이키면서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연극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의 경우, 무대 속 인물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으면서 공감하고, 스스로가 겪었던 힘들었던 소통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우리가 가진 문제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소통의 부재'는 어쩌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말이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통의 부재'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언급하는 것은 다시 소통이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서로에 대한 진실된 이해를 바탕으로 진심을 담아 대화를 시작한다면, 어느덧 불가능해 보이던 단절의 벽들도 조금씩 허물어지게 될 것입니다. 

 

  

ⓒ사진 참고

-표지 유비유필름

-사진 1,2  웹툰 <두근두근 두근 거려>

-사진 3,4,5 유비유필름

사진 6,7,8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 본 글의 내용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