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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발전소/칼럼 인터뷰

사람이 곧 콘텐츠, 리빙라이브러리

by KOCCA 2014. 9. 3.

퓨처에이전트 양성식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책의 정의를 검색해 보면 종이를 여러 장 묶어 맨 물건 또는 일정한 목적, 내용, 체재에 맞추어 사상, 감정, 지식 따위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여 적거나 인쇄하여 묶어 놓은 것, 아니면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옛 서적이나 여러 장의 종이를 하나로 묶은 것을 세는 단위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자책 또는 ebook이라고 하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 나온 상황에서 이제 책의 정의 자체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 사람이 직접 책이 된다면 어떨까? 꼭 글로 써야만 책이 되는 걸까?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바로 사람이 책이 되는 사람도서관 개념의 이벤트성 행사인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 이다. 즉, 사람이 곧 콘텐츠인 셈이다.

 

  리빙 라이브러리를 처음 기획한 로니 아버겔은 2008년 당시 서른다섯 살의 학생이자 시민운동가였다. 20대부터 청소년 폭력방지활동에 관심을 가졌던 로니는 덴마크에서 열린 청소년 축제에서 이벤트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민하다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는 “누군가를 알고 이해하게 되면 폭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리빙 라이브러리’를 기획, 2000년부터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영국, 독일, 호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일본 등 수십 개국에서 리빙 라이브러리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에 국내에서도 리빙 라이브러리 또는 휴먼 라이브러리라는 이름으로 사람이 책이 되는 사람도서관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로 지역 도서관에서 행사를 기획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나 일반인들이 주최가 되어 진행되는 리빙 라이브러리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아래는 국내 최초의 휴먼라이브러리를 위한 도서관이다.

 


사진1 국내 최초 노원휴먼라이브러리(http://www.humanlib.or.kr)


 스타트업 기업 중에도 사람이라는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있어 화제다. ‘위즈돔’은 누구나 사람책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사람책들과 청소년, 대학생들의 만남을 통해 경험담을 얻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국내 전문 직업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만남을 주선하고 학교차원에서 신청을 해도 사람책과의 만남을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사진2 사람도서관 스타트업 ‘위즈돔’ (www.wisdo.me)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리빙라이브러리가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 원인으로 2009년 출간된 도서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때문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개최된 ‘리빙 라이브러리’ 에 독자로 참가한 저자는 런던에서 다양한 사람책을 만나게 된다. 그들 중에는 60세에 카운슬러에 도전한 진 클락을 비롯해서, 싱글맘, 장학사, 채식주의자, 배우 등 모두에게서 특별한 인생스토리를 듣고, 삶의 지혜를 얻게 된 경험을 통해 전하고 있다.

 


 사진3 도서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



  사람이 책이 되는 리빙 라이브러리의 진행방식은 일반인들이 경험과 노하우, 성공실패담 등을 재능기부하거나 또는 동성애자, 미혼모, 노숙자 등의 사람책이 참여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집된 사람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이 특정장소에서 만남을 가지게 된다. 종이책으로만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알지 못해 가질 수 밖에 없었던 타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 사람책과 독자가 1대1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 1대다 그룹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사진4 리빙라이브러리 행사 모습(출처 : 네이버까페 사람숲)

 


  국내에서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사람숲 리빙 라이브러리’의 사람책 제목을 살펴보면 ‘지식경제시대 존재혁명에 도전하라, 다양한 경험으로 직업 찾기,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기, 사람을 통한 여행, 칠전팔기의 경찰도전기,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이야기, 하품 속에서 감사, 하품을 향해 점프, 아름스러운 촌스러운 밥상’ 등 청소년 또는 대학생들이 한번쯤 사람 책으로 만났으면 하는 주제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국내에서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지식콘서트, 강연프로그램 등이 유행처럼 생겨나면서 유명인들의 스토리는 많이 접하게 되지만 조금은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인 경우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주변에 많은 이웃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니즈를 사람책이 함께 하는 사람도서관, 리빙라이브러리가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프리카에서는 ‘노인 한 사람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탄 것이나 마찬가지’란 말이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인생, 한 사람의 이야기는 정말 누구도 창작해 낼 수 없는 소중한 우리의 콘텐츠다. 이러한 콘텐츠를 온오프라인 또는 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사람도서관이 더욱 더 활성화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 자신만의 콘텐츠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기에 이러한 사람도서관 행사가 더욱 더 확산되어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콘텐츠가 공유되고 퍼져나감으로써 지혜를 얻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진정한 창조사회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사진1 노원휴먼라이브러리

-사진2 위즈돔

-사진3 출판사 '달'

-사진4 네이버까페 사람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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